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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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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은 링크되여 있다
2015년 01월 15일 08시 19분  조회:2666  추천:12  작성자: 김혁
 
. 작가의 .
 
아픔은 링크되여 있다


김 혁​


 
남경대학살 기념관에서
 

1,
 
몇해전 조선족력사에 관심을 갖고있는 몇몇 지인들과 함께 우직한 답사를 강행한적 있었다. 경신년 대참안이 일어난 장암동으로 향한 답사였다.
룡정에서 동남쪽으로 다섯시간 가까이 수십리 산길을 톺아 목적지에 이르렀다. 장암동에서 수난자들의 묘소를 참배하고 다시 먼먼 산길을 되돌아섰다. 발에 물집까지 생겼고 힘에 부쳐 그자리에 주저앉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다 지나 가는 농부를 붙잡고 사정사정한 끝에 경운기를 삯내여 힘들었던 답사를 겨우 마무리할수 있었다.
그날 유적지에서 우리는 일제의 만행에 대해 피부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일제는 민가와 학교와 교회를 깡그리 불사르고 남정들을 모조리 죽이고도 성차지않아 녀인네들이 눈물로 묻은 시체를 다시 파내여 소각하는 귀축같은 “이중학살”을 저질렀다.  
답사를 마친뒤에도 따끔거리는 발의 통증은 길에 나서기도 힘들 정도로 며칠 련속 나를 괴롭혔다. 그보다도 일제가 장암동에서 자행한 만행에 대한 기억이 더욱더 나의 신심을 오래도록 괴롭혔다.
 
2,
 
장암동답사를 하기 몇해전에는 한부의 르포에서 심히 충격을 받은적 있었다.
소설쓰기와 병행해 매체에서 20여년을 기자직으로 일해온 필자로서는 르포가 갖는 매력에 대해 십분 잘 알고있다. 르포의 매력에 푹 빠져 한때 꽤 잘 나간 장편르포집을 집필, 출간한적도 있었다. 그 쟝르에 흥미를 가진지라 르포집이라면 통독은 물론 그 창작자에 대해 의례 주시하곤했다.
장순여(张纯如)라는 르포작가가 있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이자 사학가인 그녀는 남경대학살에 대해 저술한 르포로 유명하다. 하지만 그의 량심적인 집필은 일본 극우세력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들로부터 끈임없는 협박을 당해 왔던 그녀는 정신적 고통을 못이겨 2004년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이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그녀의 문명(文名)을 알린 장편르포 “력사는 힘있는 자가 쓰는가?”를 해외에서 인터넷으로 주문해 읽었었다.
1937년의 그 겨울, 남경에서 일본군이 자행한 전대미문의 대학살 그 만행의 참상을 생생하게 되살린 보고서였다. 저자는 각종 기록과 생존자들의 인터뷰 자료등을 통해 일본군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폭력을 마치 공포소설을 보는것같은 끔찍한 문체로 세세하게 그려내였다. 희생자인 중국인의 관점에서, 미국과 유럽의 시각에서, 다각적으로 남경의 대학살을 이야기했고 또 일본이 어떻게 력사속에서 대학살의 기억을 지우려 기도(企圖)했는지 낱낱이 밝혔다.
부피가 두터운 르포를 읽으며 혹한에 들린듯 부르르 진저리를 쳤었다. 그 진저리는 나의 엄청 많은 열독리력중에서도 자주 경험하지 못했던 혹독한 떨림이였다.
그후로 cctv의 일곱시 뉴스에서 나는 또 한번 그 떨림을 경험했다.
길림성 당안국에서 소장한 일본 관동군이 작성한 10만건의 문서중에서 뒤늦게 발견된 기록에 대해 공개하는 뉴스였다.
뉴스는 남경대학살 기간 당시 "남경에 조선인 위안부가 36명 있었다”, “1명이 열흘동안 일본 병사 267명을 상대했다"고 보도했다.
 
3,
 
그리고 지난 2014년 가을, 나는 저 유명한 남경대학살의 현장에 섰다. 사비를 팔아 굳이 남경으로 향했던것은 남경대학살기념관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남경역에서 지하철을 타니 터미널 표시판과 지하철 도어의 전광판에 그리고 네 거리 곳곳에 “남경대학살기념관”으로 가는 선로가 뚜렷이 표기되여 있었다.
기념관 입구부터 내부 곳곳에서 커다랗게 새겨져있는 “300000”이라는 수자가 나의 시망막을 모나게 찔렀다. 당시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한 중국인의 수자이다.
“100인 참수경쟁”을 벌린 일본인 장교, 잘려져 뒹구는 중국인의 머리와 팔 다리, 산 사람을 과녁삼아 총검으로 찌르고 생매장하는 광경… 일본군인의 극한적 잔혹성을 보여주는 만여점의 자료들이 무거운 침묵과 간간의 흐느낌소리가 깔린 기념관내에 전시돼 있었다.
1937년 12월 13일 고도(古都) 남경은 일본군의 마수에 떨어졌고 일본군은 남경을 함락한 이후 한달여 동안 적수공권의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륙했다. 남녀로소 대상을 가리지 않았고 고문, 강간, 생매장등으로 끔찍한 처형 방법도 상상을 초월했다. 그 잔인함이란 차마 입에 담을수 없을 정도였다. 
일본군의 남경대학살은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버금가는 세계사적인 참극이다. 인류사에 이처럼 짧은 기간에 무차별적인 살륙전을 벌린 사례가 없다. 한개 도시의 일원(一圓)에서만 자행된 만행은 단기간에 저질렀다는 점에서 나치의 학살을 릉가한다.
전람이 거의 끝나가는 기념관의 출구쪽에는 12초마다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대학살 당시 12초에 한 명씩 살해당했음을 상기시키는 소리였다. 그 숨통 죄이는듯한 시간의 소리를 한초 한초 헤며 나는 또 한번의 혹독한 떨림을 경험했다.
남경대학살은 종전후인 1946년 이 사건을 다룬 남경군사법정에서도 명백하게 확인된 참안이다. 그리고 남경대학살의 전범들은 남경군사법정과 도꾜에서 열린 극동군사법정을 통해 처형됐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일부 량심세력만이 이를 인정할뿐 “이는 중국인의 환상이다” ,”학살은 없었다”는 뻔뻔한 부인이 계속되고있다. 그 극우세력의 대오속에는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들도 들어있다.
일본은 위안부 강제동원 역시 부인하고있다.
불과 수십년전에 우리의 할머니 세대들은 일본군의 추악한 만행의 희생자로 전락되였다. 수십만의 여린 하얀 꽃들은 누런 제복의 일본군에 끌려가 청춘을 검게 유린당했다.
위안부 배상촉구문제는 1992년 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여러 나라들에서 시작되였으나 일본 정부는 이후 22년이 넘도록 이를 랭랭하게 외면하고 있다. “위안부는 자발적인 성매매이다”며 그 오욕의 력사에 대해 세탁하려하고있다.
남경대학살의 부인에 이은 후안무치한 궤변의 연장이다. 그 억지주장을 펴는 사람들중에도 역시 중국과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를 펴낸 유명한 일본녀류작가도 있었다. 력사를 왜곡하는 그들의 역주행에 같은 소설가로서 커다란 유감을 느껴 나는 우리의 간행물들에 련이어 관련 칼럼을 발표하기도 했었다.
 그와중에 “력사를 왜곡하며 세계의 도덕적 심판을 벗어나려는 일본인들의 단체기억상실증”이 외려 그 력사를 다시 기억해 내고 기록하게끔 한 소설가의 창작충동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영욕이 교차하는 무대인 남경, 통한이 서린 땅에서 나는 여러가지 아픔이 동시다발적으로 덮쳐드는 트라우마(재난을 겪은 뒤에 생기는 비정상적인 심리적 반응)를 대신 경험할수 있었다.
장암동 참안, 위안부들의 참상, 남경대학살… 이 부동한 곳, 부동한 사람들이 꼭 같은 사람들에 의해 겪은 수난의 아픔들이 연결고리가 되여 나의 심장을 옥매듭으로 파고들었다. 급기야 나는 그 동질성의 아픔들이 올올이 링크(두개 이상으로 련결되는 물건이나 사건)되여있음을 깨달았다.
그날 남경에서 돌아오는 고속렬차에서 허깨비처럼 흔들리며 그 아픔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다졌다. 어떻게 쓸가고 막연하게 그리고 환몽처럼 머금었던 생각들이 링크되여 한꺼번에 뇌리에 떠올랐다.
돌아와 서재를 뒤적여 보니 내가 소장한 작품들중에 위안부소재의 작품은 몇부 안되였다. 품을 들여 검색해봐도 뜻밖에 위안부 소재에 관한 작품이 너무나 적었다. 관련 보고서나 르포, 론문들은 적지않았으나 예술적으로 재현한 픽션물이 적었다. 영화나 드라마는 더러 있었으나 그중 소설작품이 유독 적었다.
그중에는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을 간직한 이들의 아픔을 위배한채 위안부 테마를 상술에 리용하는 작품도 적지않았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어두운 우리 민족 현대사의 희생자들로서 전쟁을 통해 인간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됐는지 확인시켜주는 산 증인이다. 하지만 위안부의 몸을 노리개로 바라본 이런 작품들은 력사의 진실에 대한 재조명은 커녕 멍든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다시 못질하는 행위로 볼수밖에 없었다. 충분히 력사의 아픔을 온몸으로 겪은 이들을 잊고 더욱이 그들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망각과 상혼을 쫓는 세태가 부끄러웠다.
거기에서 우리 민족 작가들이 쓴 소설작품은 더구나 적었고 외려 일본이나 미국쪽에서 쓴 작품들이 몇부 있을뿐, 작품성이 들쭉날쭉해 수작(秀作)은 찾아보기 어렵다. 게다가 조선족 작가들의 이 소재에 대한 픽션작품은 아예 전무하다싶이 되여 있었다.
지성화된 기계적 감정에 길들어 있는 우리 작가와 가련할 정도로 적은 독자군은 이런 제재에 흥미를 가지지 않는다. 실제 근년래 근대력사를 다양한 쟝르로 재조명하는 일에 빠져들어 있는 나를 두고, 나의 문학블로그에 들어와 “이 따위로 죽은 사람들만을 위해 구닥다리 냄새 나는 글을 쓰지 말라”는 악풀이 루차 달린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소설, 인물전, 칼럼, 기행수필등을 동원해 우리의 영욕이 엇갈린 력사를 조명하는 나의 작업은 이 수년간 지속되고있다.
그래서 다섯부의 장편을 펴내고 다음 소재에 대한 선택에 심려와 숙고를 거듭하던중 여섯번째 장편소설의 소재로 단연 위안부와 남경대학살 소재를 골라잡았다. 그 력사적 대사건의 들머리에 바로 우리 신변에서 일어난 장암동 참안도 곁들어 기록하기로 했다.
단지 상상해서 만드는 픽션이 아니라 생존자들의 진술, 해당 사건에 대한 기록문서, 르포 등 갖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삼아 력사의 진실과 아픔을 재구성하고자 한다.
력사의 질곡에 붙매였던 그녀들을 대상화하는데 그치는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대미문의 피해를 세상에 알리고 반성과 공감과 치유를 부르는 그런 재현물을 쓰고자 한다.
   통한으로 얼룩진 그 페이지를 쉬이 넘기지도 접지도 말고 계속 적어내려가려는 소명(召命)의 의지는 나의 끊임없는 창작행위와 링크되여 있다. 
 
2014년 초동(初冬) “청우재.聽雨齋에서


"연변문학" 2015년 1월호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진혼곡 - 모짜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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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3 ]

3   작성자 : 애독자
날자:2015-01-18 21:21:03
당신 참 당신의 작품을 채읽기도전에 련속 써내니 ...책읽는 제가 되려 죄송하네요.쓰는 속도보다 제가 읽는 속도가 더 느리니 뭐라고 말하기가 부끄. 암튼 계속 력사적이고 후세에 남을 좋은 글, 가치있는 글 써주기를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작품을 있는 그대로 다 읽어가는 당신의 독실한 독자입니다. 작가의 로고는 독자들과 민중이 다 알겁니다.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2   작성자 : 독자100
날자:2015-01-17 21:37:06
"마지막 황후"는 책으로 나왔나요? "도라지" 쌍월간에서 재밌게 읽었는데요. 아직 끊나지 않은것 같던데요. 련줄로 작업이시군요.
건강에 류의하면서 새해 또 좋은 작품의 원만한 성공을 미리 축원하겠습니다.
우리문단의 작가다운 작가.김작가님 파이팅!
1   작성자 : 춘자의남경을보고
날자:2015-01-16 16:57:44
또 새로운 장편 출시군요. 놀랍습니다. 그렇게 많은 소설, 기행문에다 칼럼으로 각종쟝르 또한 우수한 작품들 내놓는 작가님의 정열과 장인정신에 탄복됩니다. 제재또한 위안부제대이고 남경대도살제재라니 기대가 갑니다. 남경대도살을 보여준 장예모감독의 "금릉13채"같은 소설 써내시길 기대합니다. 매일같이 진흙탕싸움만 그냥 하는 그릇이 좁은 연변문단에서 탈피하여 더큰 작품 더큰 작가로 우뚝 서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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