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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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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7 + 5 = 17자 = 3행
2017년 07월 24일 23시 21분  조회:1781  추천:0  작성자: 죽림

'5·7·5' 3행의 17자로만 구성돼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라 불리는 일본의 전통시 '하이쿠.'

 

단지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4백 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시인이 하이쿠를 쓰고 있고,

서양에는 하이쿠 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짧은 시가 가진 함축미와 선명한 이미지는 일찍이 에즈라 파운드에게 영향을 미쳐

20세기 영미시를 주도한 이미지즘 운동을 촉발시켰으며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월레이스 스티븐스, 릴케 등도

이 시 형식에 자극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이쿠는 정통파 시인뿐 아니라 앨런 긴즈버그, 게리스나이더, 잭 케루악 같은 비트 계열의 시인들에게도 영향을 주어

이들은 영어로 된 하이쿠를 썼으며 이는 동양사상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이어졌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번개처럼,
우리들 생애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 바쇼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 타다토모

가을이 깊었는데 이 애벌레는 아직도 나비가 못 되었구나 - 바쇼

벼룩, 너에게도 밤은 길겠지, 밤은 분명 외로울 거야 - 이싸

봄에 피는 꽃들은 겨울 눈꽃의 답장! - 오토쿠니

 

하이쿠는 우리를 다른 시간, 다른 장소로 데려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삶 속에 깊숙이 내려놓는다.

하이쿠는 하나의 신비, 단지 일상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사물의 본질을 분명하게 표현한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 로버트 스파이스(미국의 하이쿠 잡지의 편집자)

 

 

 

  

Re:하늘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남는 것이다

저 하늘까지도

(쉰 살 생일을 맞아 이싸)

 

 

모기 파리 캐릭터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게 물리다니!

(이싸)

 

 

잘 읶은 감...홍시 이미지

홍시여이 사실을 잊지 말게

너도 젊었을 때는

무척 떫었다는 것

(소세키)

 

 

칙칙한 장마에 찌든안구 정화용 시원한 풍경

거지가 걸어가고

그 뒤에 나란히

나비가 따라 간다

(세이 세이)

 

 

거미줄에 ?힌 이슬

걱정하지 말게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 하니까

(이싸)

 

 

새벽이슬 방울 들의 속삭임 같은 . . . Frank Mills 연주곡 모음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하지만하지만......

어린 두 딸을 잃고 아들마저 죽은 뒤 쓴 시 (이싸)

 

 

회양목 안에 아주 작은 새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와 3개의 알 발견!

이 덧없는 세상에서

저 작은 새조차도

집을 짓는구나

(이싸)

 

 

 

장작불 / 백무산

몹시 춥겠지만

불가에서 몸을 녹이지는 말게

눈부처여!

(소칸)

 

 

금성 토성 우주쇼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소칸)

  

 

가을을 흘리고 날아간 호랑나비

저 나비,

무슨 꿈을 꾸길래

날개를 파닥거릴까?

(치요)

 

 

약용본초 각론 (제비꽃)

꺽어도 후회가 되고

꺾지 않아도 후회가 되는

제비꽃

(나오조)

 

 

모기가 싫어하는 향/모기퇴치

내 귓가의 모기는

내가 귀머거리인줄

아는 걸까?

(이싸)

 

 

달팽이의 사랑

달팽이 얼굴을

자세히 보니

너도 부처를 닮았구나

(이싸)

 

 

가고 싶은 여름 휴양지

'여름이라서 마른 거야'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그녀는 이내 눈물을 떨군다

(키킨)

 

 

국가정원 물새놀이터 홍학 (김세희 15,10,11)

장마비 내리자

물가에 서 있는

물새의 다리가 짧아지네

(바쇼)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한낮의 정적

매미 소리가

바위를 뚫는다

(바쇼)

 

 

감자밭-정화영

흰 이슬이여

감자밭 이랑마다 뻗은

은하수

(부손)

 

 

뻐꾸기 소리듣기

저 뻐꾸기는 여름동안

한 곡조의 노래만

부르기로 결정했구나

(료타)

 

 

 

가을 코스모스

이상하다

꽃그늘 아래 이렇게

살아 있는 것

(이싸)

 

 

여름이미지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등나무꽃

오늘이라는

바로 이날 이 꽃의

따스함이여

(이젠)

 

 

벗꽃

세상은

사흘 못 본 사이의

벚꽃

(료타)

  

 

도미 / 참돔 / 감성돔 / 줄돔 / 뱅에돔 (bream,snapper, 鯛 =タイ)

생선 가게 좌판에 놓인

도미 잇몸이

시려 보인다

(바쇼)

 

 

[달맞이꽃게탕] 한 끼 밥

밥을 지어라

산 자와 죽은 자에게

올해의 쌀로

(에자키 요시히토)

 

 

제주유채꽃

모두 거짓말이었다며

봄은

달아나 버렸다

(산토카)

 

 

벅꽃(효성병원앞)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바쇼)

 

 

연못에 비친 부처의 이상향, 울진 불영사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

(이싸)

 

 

강가에서

마음을 쉬고 보면

새들이 날아간 자국까지

보인다

(사초)

 

 

《주말나들이》 봄꽃카스카톡배경화면벚꽃여행핑크장미

지는 벚꽃

남은 벚꽃도

지는 벚꽃

(료칸)

 

 

나팔꽃

내가 경전을 읽는 사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쿄로쿠)

 

 

 장산. 첫눈 내린 날에

이 첫눈 위에

오줌을 눈자는

대체 누구인가?

(기가쿠)

 

 

허수아비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싸)

 

 

이슬 맺힌 꽃잎처럼/빛고운 김인숙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이제 자려고 하니까 번개치네요.. ㅡ_ㅡ;; 이거 무서워서 잠을잘수잇나 !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

 

 

빗속에 지는 꽃잎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 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부손1716~1827)

 

 

[겨울]정겨운 항아리와 겨울

한밤중에 잠이 깨니

물항아리

얼면서 금 가는 소리

(바쇼)

 

 

늦은 가을저녁 어느날....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이싸)

 

 

꽃이미지! 꽃잎이 예쁜 꽃 고화질 컴퓨터 배경화면 이미지 사진 모음 28탄!!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료칸의 하이쿠 ...달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료칸)

 

 

눈부처 천불전

이 눈 내린 들판에서 죽는다면

나 역시

눈부처가 되리

(초수이)

 

 

빛바랜 꽃잎처럼 / 하늘빛 최수월 (시낭송:고은하)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말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여덟개의 꽃잎이 모여 만든 아름다운 코스모스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시키)

 

 

평화로운 봄풍경  

내 집 천장에서 지금

자벌레 한 마리가

대들보 길이를 재고 있다

(이싸)

 

 

마른꽃잎을 바라보며  

저세상이

나를 받아들일 줄

미처 몰랐네...

죽음을 맞이하며 (하진)

 

 

눈 오는날 커피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기가쿠)

 

 

나팔꽃 

내 전 생애가

오늘 아침은

저 나팔꽃 같구나...

생애 마지막으로 쓴 시 (모리다케 )

 

 

느티나무와 매미 허물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바쇼)

 

 

눈사람 즐감들하세여 

눈사람에 대해 나눈 말

눈사람과 함께

사라지네

(시키)

 

 

닭장 짖기 마무리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이싸)

 

 

오래된 연못 - 마쓰오 바쇼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

(바쇼)

 

 

향기나는 뜰...  

우리가 기르던 개를 묻은

뜰 한구석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시키)

 

 

눈오는 풍경(GIF파일) - 하나 

눈 내린 아침!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에는 미움받는 까마귀조차도

(바쇼)

 

 

돌부처

겨울비 속의

저 돌부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싸)

 

 

[대구팔공산맛집,대구꿩전문] 꿩고기의 효능에 대해 알아봅시다! 

한 번의 날카로운 울음으로

꿩은 넓은 들판을

다 삼켜 버렸다

(이메이)

 

 

추석날 오후,나무그늘아래서..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 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이싸)

 

 

강원도에 첫눈이 내렸어요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친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입안에 봄향기 가득 '봄나물' 요리 어때요?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바쇼)

 

 

정선통나무집 첫눈 풍경 

너무 오래 살아

나 역시 춥구나

겨울 파리여!

인생의 마지막 시 (타요조)

 

 

생명이 움트는 봄풍경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깊이 음미해 보는 명언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시메이)

 

 

사립문( 삽작문)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이싸)

 

 

지구 상에서 은하수가 제일 잘 보이는 지역!! 

은하계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의 떠돌이 별은...

(이싸)

 

 

☆ 장작나무 [땔감] / 밥나무 오랜되어 자르기 ☆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다...

(본초)

 

 

아름다운 가을풍경

물고기는 무엇을 느끼고

새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한 해의 마지막 날...

(바쇼)

 

 

싸리문

대문 앞에 난

단정한 노란 구멍,

누가 눈 위에 오줌을 누었지?

(이싸)

 

 

자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벗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어린강아지목욕주기와 목욕시키는방법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임종때 남긴 시 (이싸)

 

 

싸리문 

절에 가니 파리가

사람들을 따라

합장을 하네...

(바쇼)

 

 

눈이 펑펑펑 내려요*^^* 

너의 본래 면목은

무엇이니,

눈사람아......

(소세키)

 

 

가을 노트....Les Feuilles Mortes 고엽(枯葉)

매미 한 마리 우는데

다른 매미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 늦은 가을...

(이싸)

 

 

 뻐꾸기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정치인의 초대를 받고서 답장으로 쓴 시 (쇼세키)

 

 

그녀의 뒷모습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리조차도

예뻤다네...

(이싸)

 

 

겨울이미지/겨울풍경/눈배경화면/바탕화면

작년에 우리 둘이 바라보던

그 눈은 올해도

내렸는가......

(바쇼)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본문중에서 

 

두 사람의 생
그 사이에 피어난 
벚꽃이어라

命二つの中に生きたる 哉 

‘모든 사물의 끝은 허공인데 그 끝이 허공이 아닌 것이 꽃’ 이라고 서정주 시인은 썼다.

여행 중인 자신이 지나간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고향 친구와 19년 만에 재회했을 때 지은 하이쿠이다.

이전의 벚꽃을 함께 본 사람을 다시 그 나무 아래서 만난 감회, 먼 날의 추억과 지금 이 순간에 살아 있음의 경이를 읊고 있다.

더불어 두 사람이 같은 미의식을 공유하는 정신적 기쁨까지 담겨 있다. 모두가 좋아하는 바쇼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원문의 ‘이키타루(生きたる)’는 단순히 ‘살아 있는’ 이 아니라 재회의 기쁨에 잠긴 두 사람의 눈으로 올려다보니

‘더욱 눈부시고 생생하게 피어 있는’ 꽃의 의미이다.

‘두 개의 생’ 사이에 그 둘을 이어 주는 또 하나의 생을 가진 벚나무의 꽃이 만발해 있다.

우리가 이곳에 부재해도 꽃은 변함없이 필 것이다.
( '바쇼' 중에서/ p.10)


나비 한 마리
절의 종에 내려앉아 
잠들어 있다

釣鐘に止まりて眠る胡蝶かな

언제 누가 종을 칠지 모르는 상황, 나비의 평화로운 잠과 예고된 결말의 대비가 강렬하다.

독일어로는 ‘절의 종에 / 나비가 앉아 있다 / 그 종을 칠 때까지는’으로 번역되었다.

전쟁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이 작품에 영감을 받아 마지막 장면을 대포 포신에 앉은 나비로 끝맺었다.

 이 하이쿠는 불교학자 스즈키 다이세쓰가 영문판 [선과 일본 문화]에 소개해 서구에 충격을 안겨 주었다.

다이세쓰는 "우리는 나비에게 인간의 판단을 적용하려고 하지만, 우주적 무의식의 생명을 상징하는 나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분별심을 버리고 걱정과 번민과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운 절대 믿음과 두려움 없는 생을 누리고 있다."라고 해석한다.

근대 하이쿠 시인 마사오카 시키는 고서점에서 우연히 부손의 시집을 발견해 읽고는 ‘바쇼 이후 최고의 시인’이라고 확신했다.
( '부손' 중에서/ p.15)


여윈 개구리
지지 마라 잇사가 
여기에 있다

蛙まけるな一茶是に有り

여름은 개구리의 번식기, 암컷을 두고 수컷들이 사투를 벌이는 계절이다.

잇사는 힘없는 마른 개구리를 응원한다. 힘내라고, 여기 너처럼 말랐지만 널 응원하는 잇사가 있다고.

강자를 선호하는 사회에 허약한 잇사의 개구리가 맞서고 있다.

파리, 벼룩, 개구리처럼 약하고 천대받는 존재를 향한 동정심과 연대감이 잇사 하이쿠의 강점이다.

그는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약자에게 친밀감을 갖는다.

 

이 하이쿠는 일본과 미국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다.

‘여윈 개구리’는 잇사 자신이면서 병약하게 태어난 자신의 첫아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시인 옥타비오 파스 는 말한다.

"잇사는 인간과 벌레와 동물과 별들의 운명 사이에 존재하는 날카롭고 고통스러운 관계를 발견한다.

그의 시에는 고통을 나누는 우주적 형제애, 인간이든 곤충이든 세계 속에 사는 유한한 생명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담겨 있다."
( '잇사' 중에서/ p.21)


몇 번씩이나
내린 눈의 깊이를 
물어보았네

いくたびも雪の深さを尋ねけり

밖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있고 시인은 눈이 얼마나 내렸는지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묻는다.

직접 확인할 수 없는 이유는 몸을 움직이지 못할 만큼 병이 깊기 때문이다.

눈은 내리고 죽음을 눈앞에 둔 한겨울 고독이 깊다.

눈 내리는 풍경을 내다볼 수 있게 제자가 장지문을 유리문으로 바꿔 주었으나 시키는 얼마 후 숨을 거두었다.

하이카이로 불리던 것을 ‘하이쿠’라는 명칭으로 확립시킨 마사오카 시키는 스물세 살에 폐결핵에 걸려

서른다섯에 짧은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잊혀져 가는 하이쿠의 세계를 세상에 알리는 일에 혼과 열정을 바쳤다.
( '시키' 중에서/ p.25)


꽃잎이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落花枝に と見れば胡蝶かな

원문을 직역하면 ‘떨어진 꽃잎 가지로 돌아가길래 보니 나비여라’이다 .

허공에 날리며 지는 꽃잎들 중 하나가 다시 나뭇가지로 돌아간다. 놀라서 자세히 보니 나비이다!

그 순간 허무가 생명으로 도약한다.

에즈라 파운드는 이 하이쿠를 영역 소개하며 말했다.

"옛날 중국의 어느 시인은 말해야 할 것을 12행으로 말할 수 없다면 차라리 침묵하는 편이 낫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하이쿠는 더 짧게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모리타케의 이미지 중첩 기법을 이용해

 ‘군중 속 얼굴들의 혼령 / 젖은 검은 나뭇가지의 꽃잎들’이라는 2행시를 썼다.

그리고 긴 시보다 선명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이미지즘 운동을 일으켰다.
( '모리타케' 중에서/ p.34)


손바닥에서 
슬프게도 불 꺼진 
반딧불이여

手の上に悲しく消ゆるか 

슬픈 일은 어떤 존재가 내 손에 앉아 빛을 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빛이 꺼지는 일이다.

그 한 가지 슬픔이 천 가지 기쁨을 사라지게 만든다.

교라이에게는 지네조라는 이름의 여동생이 있었다.

교양 있는 집안에서 자란 지네조는 재주 많은 여성이었으며 하이쿠에도 뛰어 났다.

교라이는 여동생을 무척 아꼈지만, 그녀는 불행히도 결혼 1년 만에 죽고 말았다.

이 하이쿠 속 반딧불이는 그 여동생 지네조이다.

지네조는 세상과 하직하며 다음의 하이쿠를 썼다.


쉽게 빛나고/ 또 쉽게 불 꺼지는/반딧불이여 
もえ易く又消え易きか
( '교라이' 중에서/ p.140)


재 속의 숯불
숨어 있는 내 집도 
눈에 파묻혀

うづみ火や我かくれ家も雪の中

불은 화로의 재 속에 있고, 화로는 나의 오두막 안에, 오두막은 눈 내리는 밤의 어두운 세상안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 내가 앉아 있다. 눈에 파묻힌 오두막은 재 속 숯불처럼 따뜻하다.

커다란 차가움과 작은 따뜻함, 큰 어둠과 작은 불빛이 공존한다.

 

비교문학자 히라카와 스케히로는 이렇게 묘사했다.

"한 곳에 불씨가 있고, 그것을 덮은 재가 있으며, 그 위를 덮듯이 화로에 붙어 앉은 주인이 있고,

그 작은 방을 에워 싼 작은 집이 있다. 그리고 그 집을 덮은 눈이 있다.

오두막 지붕 위에는 눈 내리는 밤하늘의 어둠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따뜻함을 간직한 재 속의 불씨를 중심으로 한 줄의 시가 동심원을 그리며 우주를 향해 뻗어나간다."
( '부손' 중에서/ p.160)


다음 생에는 
제비꽃처럼 작게 
태어나기를

菫ほどな小さき人に生まれたし

"불유쾌함으로 가득 찬 인생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나는 자신이 언젠가 반드시 도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죽음이라는 경지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이라는 것을 삶보다는 더 편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어느 때는 그것을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지고한 상태라고 여길 때조차 있다. "

(김정숙역, 나쓰메 소세키[유리문 안에서]) 
일본 근대 소설의 최고 작가인 나쓰메 소세키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뒤 도쿄대학 영문학부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문학 동료 시키를 만났다.

졸업할 즈음 가족들의 잇단 죽음을 겪으며 폐결핵과 고질적인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심한 염세주의에 빠진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 '소세키' 중에서/ p.360)


불을 켜는 
손가락 사이 
봄밤의 어둠

をとも 指の間の春の闇 

누구나 자기만의 불을 켜고 있고, 손가락 사이의 어둠을 가지고 있다.

달 없는 봄밤, 아무것도 없는 것 같고 무언가 있는 것도 같은 어렴풋한 어둠을 응시하는 일도 삶의 한 부분이다.

방 밖의 어둠을 말하는 것이 보통인 ‘봄밤의 어둠’을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가져온 감각이 섬세하다.

 

 

눈을 감으면 / 젊은 내가 있어라 / 봄날 저녁 
眼つむれば若き我あり春の宵


그 청춘의 날들, 반짝이던 봄날의 감성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기억을 꺼내다가 그 불에 데는 날들만 남아 있을지도.

다른 계절도 아닌 봄밤의 언저리,어슴푸레한 어둠속에 젊은 날의 내가 서 있다.
( '교시' 중에서/ p.387)


비처럼 쏟아지는 매미 소리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오고

時雨子は 送車に追ひつけず

‘세미시구레(?時雨)’는 비처럼 한바탕 쏟아지는 매미 소리를 일컫는 말로 ‘눈물을 쏟는다’의 은유적 의미도 있다.

요란한 매미 울음 속에 윙윙거리며 달리는 구급차를 아이가 쫓아온다. 얼굴이 눈물로 뒤범벅된 채.

결국 아이는 엄마가 탄 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애타게 멀어진다.

이시바시 히데노는 교시 문하의 대표 여성 시인이었으나 전쟁 중에 폐결핵을 앓아 서른아홉에 세상을 떴다.

환자 수송 침대에 누워 운반되는 자신과 쫓아오다 뒤처진 외동딸, 그리고 슬픔을 열창하는 매미들.

 


봄날 새벽 / 내가 토해 낸 것의 / 빛 투명하다 
春の我が吐く のの光り澄む 
( '히데노' 중에서/ p.502)

힘주고
또 힘주어 
힘이라고 쓴다

つぎつぎに力をこめて力と書く

산토카와 문학적 교류를 했으며 훗날 [산토카의 생애]를 쓴 하이쿠 시인 오야마 스미타(大山澄太)가

산토카의 오두막을 찾았을 때였다.

산토카는 스미타에게 점심을 먹었느냐고 물었다.

먹지 않았다고 하자 산토카는 쇠로 된 밥그릇에 잡곡밥을 담아 고추 하나와 함께 내놓았다.

고추가 너무 매워 스미타가 눈물을 흘리며 먹는 동안 산토카는 앞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왜 당신은 먹지 않는가?" 하고 묻자, 산토카는 "밥그릇이 하나뿐."이라고 대답했다.

스미타가 다 먹자 산토카는 그 그릇에 다시 밥을 담아 스미타가 먹다 남긴 고추와 함께 먹었다.

그리고 쌀 씻은 물에 밥그릇을 씻은 다음 그 물을 텃밭에 부었다.

산토카의 바람은 ‘진정한 나의 시를 창조하는 것’과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죽는 것’이었다.

그것이 그가 살아갈 힘, 시를 쓸 힘을 얻는 방식이었다.
( '산토카' 중에서/ p.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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