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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국제] - 치마냐... 바지냐... 바지냐... 치마냐...
2020년 01월 18일 21시 54분  조회:2131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유리의 그림 속 여성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옷이 길들인 여성의 역사
코르셋부터 드레스, 교복까지
의존적 행동 만드는 의상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1769년경, 캔버스에 유채, 워싱턴 국립미술관.

10대 시절 매일 입고 다녔던 교복을 떠올리면 곤혹스러웠던 기억만 남아 있다. 잠자코 있어도 땀이 뻘뻘 나던 여름날, 답답한 브래지어도 더운데 그 위에 꼭 러닝셔츠를 입어야 했다. 브래지어가 비치면 안 된다는 게 이유였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입던 하복은 칼라가 어깨 전체를 덮는 세일러복 스타일. 교실에 에어컨이 없던 그 시절, 선풍기 몇 대로 어떻게 버텼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등·하교를 할 때도 고역은 이어졌다. 하복 상의가 너무 짧아서 버스 손잡이를 잡기가 곤란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치마 안 속옷이 보일까 봐 노심초사였다. 속옷 노출을 막으려 속바지를 입었는데, 그 속바지가 보일 것 같으니 조심하라는 말까지 들었다. 다 귀찮아서 치마 아래로 체육복 바지를 입으면, 이번에는 단정치 못하단다. 더워도 무조건 참고, 뛰지도 말고, 속옷이 보일까 전전긍긍하는 조신하고 순종적인 여학생, 그것이 학교가 원하는 내 모습이었다. 그리고 교복은 그 여성상을 구현하도록 채찍질하는 독한 훈련 조교였다.

신발끈도 묶을 수 없게 한 옷들

옷이 여성의 행동을 길들인 역사는 생각보다 유래가 깊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1732~1806)의 <책 읽는 소녀>는 미술 문외한에게도 익숙한 그림이다. 쿠션을 등에 받치고 오른손으로 책을 쥐어 든 소녀의 옆모습이 한껏 진지하다. 그런데 소녀는 왜 이렇게 작은 책을 읽고 있을까. 이 그림뿐 아니라 18세기 독서하는 여성을 묘사한 그림에서 그녀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작고 얇은 책을 들고 있다. 의문은 영문학자 린달 고든의 말을 통해 풀린다. 고든은 영국 작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1759~1797)의 전기에서 이렇게 적었다. “여자들은 배와 등을 판판하게 하고 가슴이 더욱 풍만해 보이도록 고안된, 단단한 고래수염으로 만들어진 코르셋을 입어야 했다. 고래수염 틀로 살을 감싸지 않은 여자는 외설적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했다. 코르셋은 여자들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몸을 굽힐 수 없었기에 책을 읽으려면 손으로 세워 들어야 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소녀는 볼록한 소매, 이리저리 접힌 치맛자락, 목에 두른 풍성한 주름의 칼라렛 띠, 무엇보다 가슴과 복부를 사정없이 누르는 코르셋의 방해를 받아가며 책을 읽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녀에게 작고 가벼운 책은 최선이었다.

이 시기 여성복은 몸을 옥죄고, 행동을 제약하는 감옥과 다름없었다. 슈미즈, 코르셋, 여러 겹의 패티코트, 스타킹 등 열 가지가 넘는 속옷을 챙겨 입은 뒤 바닥에 질질 끌릴 정도로 긴 드레스를 걸친 여자. 그녀가 혼자 뭘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무겁고 꽉 끼는 의복 탓에 여성은 일거수일투족을 타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코르셋을 착용한 여성은 몸을 앞으로 숙일 수 없기에 다른 이에게 신발 끈을 묶어달라고 해야 했다. 물건을 떨어뜨렸을 때 당황한 듯 두리번거리며 남성이 주워 줄 때까지 부채만 파닥거린 것도 같은 이유다. 옷을 입고 벗을 때조차 혼자서는 불가능해 타인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러한 일상 속에서 여성들은 순종적이고 의존적인 여성상을 자연스레 학습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영국 소설가 버지니아 울프의 말처럼 “우리가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옷이 우리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가부장제가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파리의 여성 바지 착용 금지 조례

그래서였을 것이다. 최초의 여성용 바지가 등장했을 때 사회가 경기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던 것은. 1851년 여성운동가 아멜리아 블루머(1818~1894)는 불편한 드레스가 여성들의 신체와 정신을 구속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성용 바지 ‘블루머’를 만들었다. 그런데 남성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셌다. 여성의 바지 착용을 ‘남성 권위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곧 비난이 쏟아졌다. 런던의 잡지 <펀치>는 “남편들은 아내가 블루머를 입지 못하도록 당장 금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편들이 드레스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래지어를 안 했다는 이유로 한 연예인을 괴롭힌 것과 비슷한 신경질적인 반응이었다. 이러한 반발에도 드레스라는 족쇄에서 탈출하려는 여성의 시도는 계속됐다. 그 분수령은 자전거였다. 19세기 말 자전거가 유행하며 여성들도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드레스 자락이 바퀴에 말려 들어가 다치는 일이 많았다. 그제야 남성들은 여성의 바지 착용을 ‘안전을 위해’ 마지못해 묵인했다.

페데리코 잔도메네기, <자전거 만남>, 1878년,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렌미술관.

파리에서 활동한 이탈리아 화가 페데리코 잔도메네기(1841~1917)는 이러한 여성복의 극적인 변화를 포착해 화폭에 담았다. 파리의 공원에서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여인이 신나게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여전히 짙은 색 스타킹이나 레이스업 부츠로 다리를 가려야 했지만, 코르셋으로 조인 드레스보다 훨씬 편한 모습이다. 이처럼 바지는 여성들에게 해방의 상징이었으나, 그 때문에 남성들은 여성의 바지 착용을 불편한 눈으로 보았다. 프랑스에서는 그 흔적이 얼마 전까지 남아 있었다. ‘파리 여성의 바지 착용 금지 조례’(1800년부터 시행)가 그것이다. 비록 사문화된 지 오래지만, 파리 여성들이 바지를 입을 때 경찰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놀랍게도 2013년까지 잔존했다. “문제의 조례는 여성이 남자와 똑같이 옷을 입는 것을 막아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제정된 것”이라는 프랑스 여성인권장관의 설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코르셋 착용부터 치마 교복까지, 가부장제 사회는 옷을 통해 여성에게 인형처럼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을 주입해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몇 년만 지나면 내 딸도 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는다. 배정될 학교의 교복이 어떤지 찾아보니 예상대로 치마다. 전보다 여학생의 바지 교복 착용을 허용하는 학교가 늘어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다. 여전히 치마를 원칙으로 하는 학교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탈코르셋 열풍이 사회를 휩쓸고 있지만, 유독 학교는 무풍지대인 것 같다. 자유를 가르치려면 여학생에게 바지를 허하기를. 민주를 가르치려면 옷을 통해 여학생을 통제하려는 욕구부터 거두기를. ‘파리 여성의 바지 착용 금지 조례’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운 것처럼, ‘여학생의 바지 착용 금지’ 규정이 21세기 학교에도 있었다는 게 곧 우스운 일이 되지 않겠는가.



이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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