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화상강의를 듣기 위해 나무를 오르는 러시아 대학생 알렉세이 두돌라도프(21) /인스타그램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고향에 간 러시아 대학생이 농촌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 때문에 화상 강의를 들을 때마다 8m 높이의 자작나무에 올라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12일(현지 시각)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학생 알렉세이 두돌라도프(21)는 고향 나즈바예프스키 지역 스탄케비치에서 화상 강의를 듣고 있다. 스탄케비치는 39명이 사는 농촌 마을이다.

두돌라도프가 재학 중인 고향에서 약 240km 떨어진 옴스크주(州) 수상교통대는 코로나 여파로 지난 9일부터 모든 강의를 화상 강의로 전환했다.

두돌라도프는 강의를 들을 때마다 마을에서 300m 떨어진 곳까지 이동한 뒤 8m 높이에 자작나무에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인터넷을 이용해 화상강의를 수강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선 통신 상태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겨울이 다가오자 추위 속에서 더는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는 자신의 상황이 담긴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당 게시물이 퍼지고 현지 언론보도까지 이어지며 이 대학생의 사연은 화제가 됐다.

 

이후 지방정부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두돌라도프도 주지사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옴스크주 지방정부는 “우리는 반드시 두돌라도프를 도울 것”이라면서 그에게 알맞은 개별 교육 과정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옴스크주 정부 교육부서는 두돌라도프와 같은 처지에 놓인 학생이 영상뿐만 아니라 메신저, 전화, 이메일 등 다른 수단도 원격 학습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농촌 지역의 열악한 인터넷 시설 개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알렉산드르 부르코프 주지사는 통신 회사들이 빠른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곧바로 개선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