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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 기
2016년 01월 13일 08시 20분  조회:1898  추천:0  작성자: 리련화

감기에 걸렸다, 그것도 독감. 거의 5년넘게 감기라곤 모르고 살다가 된통 당하니 죽을 맛이였다.

나는 단위에 청가서를 내고 꼬박 사흘을 누워있었다. 온몸의 근육이 쑤시고 정신이 흐리멍텅했다.

밥을 지을 맥도 없는데 남편은 하루가 멀다하게 저녁모임이 있다고 늦게 들어오고, 딸내미는 배고프다고 칭얼댔다. 아플때면 정말 뭐나 다 섧게 느껴지나보다. 정말 아무것이나 눈에 보이는대로 집어던지고싶을 정도로 꼴통이 돼버렸다.

몸이 아프면 정신도 같이 병드는것 같았다. 정신력이 의욕으로 충만됐을 때는 아픈 줄도 모르고 일한다지만 몸이 아프니까 모든 의욕이 쭈그러들고 사고방식도 거의 피해망상수준이 돼버렸다.

나는 감기에 걸린 일을 SNS에 올렸고 주변인들로부터 안위를 얻기를 바랐다. 나 좀 보소, 나 이렇게 힘들었소 하고 말이다.

감기는 꼬박 일주일동안 나를 괴롭히더니 가버렸다. 주변인들의 문안도 뜸해질즈음 한 친구가 감기는 괜찮냐며 물어왔다.

그 친구의 문안을 받고나서야 그 친구가 꽤 오래동안 잠수를 탔다는 사실이 생각히웠다.

가족들은 다 잘 계시냐고, 요즘 왜 통 보이질 않았냐고 물었더니 셀카사진 한장을 보여준다. 눈밑에 다크써클은 턱까지 내려왔고 얼굴은 반쪽이 돼있었다. 병색이 짙은 낯빛이였다.

그 사이 시아버지 병세가 위중해서 구급실에 두번 들려갔던것이다. 공교롭게 남편은 출장중이였고 모든것은 오롯이 며느리몫이 됐다. 아기까지 딸린 친구가 혼자몸으로 올리뛰고 내리뛰고 거의 병원에서 지내면서 혼자서 했을 마음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졌다.

손가락을 놀려 문자 한통으로 쉽게 할수 있는 문안이였는데도 그저 속으로 요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만 그리 하고 내가 바쁘다고 무심하게 지냈던 내가 갑자기 한없이 작아졌다.

감기에 걸려 사회와의 련락을 약 한주일간 “두절”했을뿐인데 주변인들에게 정말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누군가의 년세많은 할머니는 의식불명상태로 중환자실에 옮겨졌고 또 일찍 조선의용군이였고 동북민주련군이였던 누군가의 할아버지는 한단락의 력사를 마무리하고 저제상으로 떠났다. 또 누군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일곱살자식을 병으로 수술대에 올려보냈다…

바쁠때, 정신적으로 지탱하기 힘들 때 친구의 위안 한마디와 배려하는 마음씨는 얼마나 힘이 됐을가. 그러지는 못할망정 꼴랑 감기에 걸려갖고 징징댔으니…

누군가의 슬픔, 그리고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들, 그것은 고스란히 본인의 몫인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어려움을 꿋꿋이 이겨나가는 인간승리의 이야기에서 삶의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한다.

내가 걸린것은 단지 감기였다. 그것으로 내 주변인들에게 볼썽사납게 징징댔다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좋은 일, 긍정적인 일들로 주변사람들에게 행복바이러스를 퍼뜨려서 서로서로를 긍정적으로 물들이지는 못할 망정 적어도 괴롭히지는 말자..

연변일보 2016-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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