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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반죽 치대기
2016년 02월 26일 13시 07분  조회:1854  추천:1  작성자: 리련화
유명 맛집 소개가 나온다. 가락국수집이다. 한눈에 봐도 탱탱한 면발, 그것은 이 집 사장의 노하우가 녹아들어간 맛의 결정체이다. 한그릇 다 비울때까지 퍼지지 않는 면발을 만들기 위해 주인장은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또 치대며 기계에 누르고 또 누른다. 아무리 힘들어도 꼬박 대여섯시간을 같은 자리에서 반죽을 치대는 과정을 거르지 않는다. 그리고 그 반죽을 숙성시키기 전 날씨와 기온, 습도까지 모두 적어놓고 거기에 맞춰 숙성시킨다.

공장에서 배달받은 면으로 국수를 만들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국수집의 신화를 보면서 나는 그 하얀 밀가루반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똑같은 밀가루반죽에 무엇을 넣느냐, 어떻게 치대느냐, 어느만큼 숙성시키느냐에 따라서 빵의 쫀득함이 나오기도 하고 과자의 바삭함이 나오기도 한다.

초보주부 시절에 나는 중국식 만두와 빵이 모두 똑같은 밀가루로 만들어졌다는데 대해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 되였다.

밀가루가 이같이 다양한 종류의 음식으로 만들어질수 있는것은 밀가루가 함유하고있는 글루텐때문이다. 보리나 밀과 같은 곡류에 존재하는 글루텐은 그 함량이 밀가루의 종류를 결정하기도 한다. 글루텐의 끈기는 가스를 보유하는 힘이 있다. 빵이 부푸는것은 바로 이 원리때문이다.

음식이 정성이라는 말이 있듯이 밀가루반죽을 치대는데도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오래동안 강한 힘으로 공기층을 빼주고 글루텐을 잘 형성시켜주는데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잘 치대서 구조를 촘촘하게 만든 면으로 국수를 만들면 면발이 훨씬 더 쫀득쫀득해지고 물에 잘 불지 않는다. 반면 그냥 주걱으로 섞다싶이 해서 만든 과자류는 물에 넣으면 곧바로 풀어진다.

누군가 밀가루반죽은 “학대받고 있는것”이라고 말했다. 학대를 잘 받은 밀가루반죽은 글루텐이 잘 형성되여 비로소 쫀득쫀득한 면발로 탄생한다는것. 어쩐지 사람의 성숙과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은 “학대”로 완성되는것은 아니지만 무엇인가 자꾸 외부적으로 재촉하며 밀어주는 자극제가 있어야 비로소 완벽해지는것 또한 사실이다.

열심히 달리다가도 갑자기 이름못할 슬럼프에 빠질때, 모든 일에 의욕을 잃고 헤쳐나갈 답이 보이지 않을때 우리는 입버릇처럼 삶에 치댄다고 말한다. 마치 갓 물에 포갠 밀가루반죽처럼 축 늘어져서 볼모양없이 여기저기 쩍쩍 들러붙는 모습은 정말 의욕 잃은 내 모습, 성숙되지 못한 내 모습이다. 누군가 찰싹찰싹 때려주고 끊임없이 주물러주는 그 손길을 거쳐야 비로소 모든 밀가루분자들이 치밀하게 집합되고 글루텐이 잘 형성돼 쫀득쫀득하고 탱글탱글한, 준비된 밀가루반죽이 될수 있다.

밀가루반죽은 “학대”를 받아야 한다. 사람은 자극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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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연변사랑
날자:2016-02-28 14:37:54
그래요 연변일보 최고의 기자님 이연화 기자님 싸랑해요ㅋㅋ 한국에서 독자가
1   작성자 : 심마니
날자:2016-02-26 20:31:52
리기자의 칼럼엔 묘미가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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