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원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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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탁상머리를 떠나야 한다
2019년 07월 09일 20시 53분  조회:194  추천:0  작성자: jinhua

작가는 탁상머리를 떠나야 한다

림원춘(소설가)

 

 

언제부터였던지 비평가들이나 작가들 입에서 ‘생활’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을 별로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지어는 서먹서먹하게 안겨오는 잊혀진 용어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난 9월 2일,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에서는 룡정시에서 ‘다매체시대 소설문학의 출구는?’라는 테마로 세미나를 가졌었다. 몇시간에 걸치는 그 토론에서도 나는 생활이라는 말을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 ‘생활’이라는 두 글자가 빠져버리니 어쩐지 소설문학의 한 귀퉁이가 잘리운 것 같은 서운함을 감출 길 없었다.

나는 외래어를 자랑하며 지식을 과시하는 적잖은 글들을 많이 보아왔지만 가슴에 와닿고 생활맛이 짙은 글은 그리 많이 보지 못했다. 물론 그런 글도 필요하겠지만 좋게는 우리 문학의 현주소를 두고 입씨름을 해야 하지 않을가 생각한다.

문학은 인간을 떠날 수 없다. 인간이 생활을 떠날 수 없듯이 우리의 문학 역시 ‘인간생활’을 떠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 ‘생활’을 운운하기 꺼려하며 ‘생활’을 말하면 마치 시대에 몹시 뒤진 것처럼 생각한다.

우리의 작품이 왜 독자들을 잃어가고 독자들의 외면을 당하는가 하는 것을 두고 우리 작가들은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하며 절대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시대적 요인도 있겠지만 작가에게 절대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금 일부 소설들을 보면 책상 앞에서 꾸며냈거나 언어희롱을 했다는 감을 주는가 하면 아무런 가공도 거치지 않은 원초적인 생활을 라체 그대로 소설이랍시고 드러내는 페단들이 있다. 생활을 떠날 수 없다 하여 생활 자체가 소설로 되는 것이 아니며 그렇다고 생활을 외면하고 올리는 글도 역시 소설로 될 수 없는 것이다.

소설은 절대적으로 인간을 떠날 수 없고 인간생활을 떠날 수 없다. 그런 만큼 소설가들은 행장을 둘러메고 생활 속으로 들어가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발굴하고 재창조하여 소설이라는 옷을 입혀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고역’이라는 두 글자를 항상 업고 다녀야 한다. ‘생활 속으로’라는 말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소설은 재미있게 써야 한다고 말해왔다. 재미없게 써놓고 독자들이 보지 않는다고 독자들을 나무라서는 절대 안된다. 또 재미있게 썼다 하여 그것이 다 력작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로 되는 것은 먼저 독자들을 보게 하는 것이다. 봐야 좋고 나쁨을 가릴 것이 아닌가. 독자들이 모르고 있는 작품을 천평 우에 올려놓고 “력작이요, 졸작이요.”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다. 좋은 작품은 언제나 독자들이 따르기 마련이다. 

나는 이 때까지 몇백만자에 달하는 많은 소설을 썼다. 그 작품들 속에 우리 민족의 삶의 흔적이 담기지 않은 작품은 한편도 없다. 그렇다 하여 내 작품 모두가 명작으로 된 것은 아니다. 부끄럽지만 그 속에서 건질 만한 작품은 몇편 되지 않고 북데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생활’을 강조하면서 ‘생활’ 속으로 들어갔다는 작가가 쓰레기만 남기다니? 많은 작품들이 생활의 ‘복사’라는 그 언덕을 넘지 못했으며 우리 민족의 운명에 파문을 그릴 수 있는 돌을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림원춘의 창작‘한계’가 아닌가 싶다. 이제 나에게서 다른 그 무엇을 바란다면 “이젠 저의 소설을 접어줍소서!” 하고 말할 수 밖에 없다. 남은 것은 ‘나이 먹은 타령’ 밖에 없으니까.

붓을 들었던 김에 한가지만 ‘덧들이’할가 한다. 지금 우리의 문단에는 ‘만세’평론이 란무하고 있다. 나는 ‘만세’평론은 작가에게도 비평가에게도 해를 끼칠 뿐 아무런 도움도 없다고 말해왔었다. 내 말이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릇됐거나 틀린 것을 묵인하고 ‘인심 잃을 글은 쓰지 않고’ 만세만 부른다면 언제 가야 우리 문단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겠는가? 심히 걱정된다.

이제 오래잖으면 새해의 동창이 밝아온다. “새해에는 좋은 작품을 많이 써줍소사!” 하는 것이 선배작가로서 후배작가들에게 드리는 간곡한 부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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