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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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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영원한 향기
2014년 01월 13일 14시 22분  조회:514  추천:4  작성자: 류서연

대학을 졸업한후 려권을 내려고 3년만에 집으로 돌아온 아들애는 발을 들여놓기 바쁘게 된장찌개부터 찾는다. 집을 떠나 혼자서 외로운 객지생활을 하다보니 엄마의 손맛이 무던히도 그리웠던 모양이다. 나는 그동안 쌓인 정담을 나눌 새도 없이 부랴부랴 행주치마를 두르고 주방에 들어가 이른 저녁밥을 지었다.

나는 전기밥솥에 쌀부터 씻어 안치고 이어 배추시래기와 파, 애호박 풋고추를 송송 썰고 삼겹살과 두부는 납작납작하게 썰어 곱돌장사기에 넣었다. 이윽고 전기밥솥에서는 구수한 밥향기가 모락모락 피여오르고 곱돌장사기에서는 된장찌개가 보글보글 끓었다. 샤워를 마치고 주방으로 나온 아들애는 내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엄마, 바로 이 냄새얘요. 엄마냄새와 고향냄새, 와— 너무 싱그럽고 구수해요. 나 외지에서 이 냄새가 너무 그리워서 미칠번했어요.》

《너 어릴 때는 된장찌개에는 숟가락도 대지 않았는데.》

《그땐 된장찌개가 그렇게 맛있는줄 몰랐거든요. 근데 외지에 가있으니 이상하게 자꾸 집에서 먹던 된장찌개와 엄마가 해주던 김치가 많이 생각났어요.》

아들애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밥도 다되였고 된장찌개도 간이 알맞게 맛있게 끓여졌다. 너무 오래간만에 아들애와 함께 밥상에 마주앉았다. 나는 내내 흐뭇한 마음으로 걸탐스레 밥을 먹고있는 아들애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들애는 된장찌개가 구수하다며 연신 감탄을 련발했다. 어릴 때는 늘 피자나 햄버거, 닭고기튀김만 찾으면서 된장찌개만 끓이면 집안에서 냄새가 난다고 이마살부터 찡그리던 녀석이였는데…

《그렇게 맛있어? 정말 많이 먹고싶었구나. 천천히 먹어. 그리고 이 소고기장졸임도 좀 먹어라.》

《된장찌개부터 먹구요. 이번에 갈 때는 된장을 가지고 가서 나절로 끓여먹어야겠어요. 엄마도 잡수세요. 둘이 먹다 한 사람 죽어도 모르겠네요.》

맛갈스레 밥을 먹던 아들애는 어지간히 배가 부른 모양인지 왼손으로 더부룩한 배를 어루만진다.

《그래 나도 어디 먹어보자. 얼마나 맛있기에.》

아들애의 친절한 권유에 된장찌개를 한술 떠서 입에 넣으니 정말 싱그럽고 구수한 된장찌개의 깊은 맛이 온몸에 쭉 퍼지면서 마음끝자락까지 후련해졌다.

어릴 때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된장찌개를 성인이 다된 지금 열심히 찾는 아들애를 보면서 우리 민족의 상징인 전통음식을 잊지 않고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조선민족이 즐겨 먹는 웰빙(건강)음식인 된장찌개, 우리 선조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된장찌개, 우리 민족의 얼과 건강을 지켜주는 된장찌개, 오랜 세월을 거쳐 숙성된 된장으로 끓이는 된장찌개야말로 바로 고향의 맛이고 가족의 맛이며 엄마의 맛이였다. 그 고유한 맛으로 슬기로운 우리 선조들은 유구한 우리 민족의 찬란한 문화를 장식했고 세계의 방방곡곡에 그윽한 향기를 만발하고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알게 모르게 조선민족의 고유한 전통을 잃어가고있다. 콩을 원료로 만든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긴 된장찌개는 늘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음식이지만 우리 밥상에는 전통적인 된장찌개대신 개량된 찌개들이 보란듯이 오르고 서양음식인 빵이나 쏘세지가 사흘이 멀다하게 오르고있다.

우리 녀성들은 자기 편리를 위하여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한테 건강을 해치는 닭다리튀김이나 햄버거 등 인스턴트(즉석)음식을 스스럼없이 먹인다. 가족의 건강과 민족의 미래를 지켜가는 식탁에서 우리 손으로 선조들의 지혜을 말살하고 민족의 얼이 담긴 《고향》을 말살해가고있다. 현시대 젊은 녀성들의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음식문화가 날마다 색바래져가는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우리 민족이 전통음식의 소실과 함께 다른 민족에 동화될가봐 무서움이 앞선다.

언젠가 한국텔레비죤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에 려행을 왔다가 한국의 전통음식인 된장찌개를 먹으며 맛있다고 연신 찬탄하며 엄지손가락을 내흔들던 모습이 눈앞에 선히 떠오른다. 외국인들도 이처럼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에 취미를 가지고 선호하고있지 않는가?!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하루라도 된장찌개를 먹지 않으면 벌써 속이 허하고 입맛이 떨어져했다. 된장찌개에다 밥을 푹푹 말아서 먹어야 속이 풀리고 정신이 충만된다. 려행을 떠날 때도 된장이나 고추장을 잊지 않고 배낭에 넣는다. 된장찌개나 고추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없어도 밥 한그릇을 뚝딱 밑굽 낼수 있기때문이다.

나는 된장찌개를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순간 또 온몸에 구수하고 싱그러운 향기가 쭉 퍼지면서 힘이 불끈불끈 치솟았다. 된장찌개가 우리 식탁에서 영원히 그윽한 향기를 풍기기를 소망하면서 나와 아들애는 그 깊은 맛에 또다시 도취되고말았다.

 

/류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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