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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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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거리□ 류서연
2020년 05월 18일 08시 00분  조회:199  추천:0  작성자: 류서연

하루종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만 꾹 박혀있다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려고 싫은 대로 할 수 없이 밖에 나갔다.

밖에 나오니 한 겨울의 찬 바람이 몸에 확 덮친다. 몸이 오싹해났지만 그래도 찬공기를 마시니 답답한 마음이 얼마간 풀리고 후련해졌다. 여느때 같으면 이 시간이면 장백로는 오고가는 차량들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했는데 그제날과는 사뭇 다른 한산한 거리이다. 명절이라지만 명절의 분위기를 꼬물 만큼도 느낄 수 없다. 한순간에 거리는 그제날의 생기와  활기를 잃은 듯하다. 산골도시 거리도 이러할 진대 바이러스가 한창 제멋대로 성행하고 있는 무한의 거리야말로 얼마나 더 처량하고 휑뎅그레할가?

천만명 넘는 인구가 살고 있는 거리는 매일마다 흥성거렸을 텐데 지금은 온 도시가 숨도 못 쉬고 공포에 떨고있겠지? 한적한 밤거리를 자박자박 내 앞에서 걸어가고 있는 강아지와 함께 걸으면서 무한의 거리를 상상해보니 내 마음에 알 수 없는 한줄기 찬바람이 스며들어왔다.

이때 앞에서 촐랑촐랑 걷고 있던 강아지가 오똑 걸음을 멈추고 머리를 돌리더니 똥그란 눈으로 나를 말똥말똥 쳐다본다. 거리에 왜 사람이 이렇게 적냐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강아지의 귀여운 모습에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지면서 방금 전까지의 휑한 마음에 스멀스멀 안정감이 찾아든다. 가로등은 훤하지만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은근히 긴장했는데 말이다. 경자년 설을 맞아 거리는 여전히 숨 쉬고 있지만 마치 죽음의 도시 같았다. 한바탕 쓰나미가 지나간 듯 공포감까지 느끼게 하는 밤거리에서 가로등만이 커다란 눈을 껌벅거린다. 그 모습은 도시가 아직 살아있음을 나에게 확인시켜주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는 신나기만 하다. 자기 볼 일을 다 보고 나서 무척 즐거운 모양이다. 앙증맞은 네 다리로 콩크리트 바닥을 마구 헤집는다.

집에 들어선 나는 서둘러 강아지를 씻기고 모멘트를 열어보았다. 요즘따라 주변의 뉴스에 무척 신경이 씌이는 나이다. 여기저기 위챗내용을 확인하던중 억만 사람을 감동시켰다는 50장의 사진에 관한 문장을 보았다. 매 한장의 사진마다 그렇듯 진실하고 아름다웠으며 감동적이여서 나의 눈물샘을 자극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한장한장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눈물은 기어이 내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아름다운 20대의 간호사가 삭발하는 모습은 내 심장을 아프게 찌른다. 아마도 2년 전 삭발해야만 했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일가? 녀성들에게 비단결같이 아름다운 머리결은 생명과도 같은 너무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관건적인 관두에 생과 사의 문턱에서 헤매는 환자들을 위해 단 일초의 시간이라도 아끼려고 삭발을 한 그 간호사는 오히려 찬란하게 웃고 있었다. 그 웃음 뒤에서 그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내면이 숨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의 용감한 선택에 저절로 머리가 숙여졌고 간호사의 아름다운 장거에 우리 사회의 밝은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이어 문 하나를 사이두고 엄마와 아들이 대화하는 장면에 내 눈길이 멈췄다. 지척의 거리에서 문 하나를 사이두고 생과 사가 오고 가는 두 모자의 모습은 아름다운 슬픔이였다. 이래서 지척이 천리라는 말도 있는 걸가? 엄마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고 엄마가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못한 채 천진한 아이는 엄마를 향해 목청을 돋구어 웨친다.

“어머니 집에 오지 못한지 벌써 며칠이 되나요?”

감염과 격리구역 밖에서 한 간호원의 아이가 창문을 마주하고 애된 소리로 어머니를 부르는 애절한 부름소리는 사람들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이어 메아리로 되여 무한상공에 울려퍼진다.

이 뿐이 아니였다. 환자들을 구하는 제1선에서 오래동안 장갑을 끼고 있어 땀에 절어 쭈글쭈글해지고 허여멀겋게 된 간호사의 손은 모나리자의 손보다 더 아름다웠고 얼굴 여기저기에 피로와 땀의 흔적이 슴배인 간호사의 얼굴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각인되였으며 뒤잔등이 흠뻑 젖은 남의사의 뒤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아, 사진 한장한장 마다에 담겨있는 그 아름다운 모습과 사연을 어찌 한 입으로 다 이야기하랴. 이야기 하기에는 내 언어가 모자라기 때문이요 우리 백의천사들의 장거가 너무도 내 마음을 울리기 때문이리라. 세상에 이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이 있을가? 세계의 이름난 명화도 이름다운 사진 앞에서 무색해지리라. 하기에 매 한장의 사진마다 억만 사람들의 마음에 그렇게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리라.

그리고 여든의 고령임에도 의사의 성스러운 사명감을 안고 초심을 잃지 않고 직접 전선에 뛰여든 종남산 원사의 거동은 백의천사라는 그 이름을 가장 아름다운 경지로 승화시켰다.

50장의 사진 앞에서 나라면 이렇게 할 수 있었을가를 생각해보니 얼굴이 화끈거려난다. 암진단을 받고 나서 담임으로서 졸업시험을 3개월 앞둔 학생들을 무책임하게 뿌리치고 공산당원의 사명감도 잊은 채 살겠다고  단연히 수술대에 오르지 않았던가? 그 일은 지금도 내 인생에서 하나의 유감으로 남아있고 30년내 교원생애에 하나의 지울 수 없는 그림자로 되여 수시로 내 마음을 괴롭힌다. 수술을 받고 나서야 석달 만 참았던 걸 하는 생각이 오래동안 내 발목을 붙잡았었다. 우리가 편히 잠자리에 드는 이 시각도 죽음 앞에서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싸우는 백의천사들의 모습에 나자신을 비춰보니 나 자신이 너무 작고 초라하게 생각되면서 리기적인 나 자신을 채찍질하노라니 한조각 부끄러운 내 마음을 주체 할 수가 없었고 사진 앞에서 북받치는 감격에 마음이 먹먹해온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나의 저그마한 힘이라도 보탤가고 생각해본다.

무거운 마음으로 나는 창가에 다가가 고요한 밤거리를 내다본다.  포성이 없는 전쟁터에서 목숨을 내걸고 한마디 원망도 불평도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와 치렬하게 싸우고 있는 수많은 백의천사들이 있기에 우리의 도시는 다시 숨 쉴 것이고 약동할 것이며 두팔 벌려 기꺼이 바야흐로 다가오는 새 생명의 푸르름을 맞이할 것이다.

  이때 어디선가 둔중한 폭죽소리가 들려왔다. 이어 창문 밖에서 아름다운 꽃보라가 날린다. 어느 부지런한 사람이 터치는 축복의 숨소리였고 안녕과 평화가 이제 곧 찾아올 거라는 희망의 메아리였다. 공포에 떨던 거리는 깨여났다. 활발하게 숨 쉬고 있었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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