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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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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색구두
2014년 12월 12일 11시 36분  조회:515  추천:5  작성자: 류서연

갈색구두

 □ 류서연   
 
 
 
계절이 바뀌여 내 빨간색 구두를 신장안에서 꺼내는데 신장 두번째층의 낡은 구두 한컬레가 눈에 띄였다. (다 낡은 구두를 버리지 않고 왜 아직 넣어두고있지. 괜히 자리나 차지하게 참.) 나는 되는대로 낡은 구두를 집어내여 쓰레기통에 넣었다. 그리고 나의 빨간색 가을구두를 예쁘게 잘 닦아 래일 출근할 때 쉽게 신게 준비해놓았다.

신솔과 구두약을 신장에 넣고 돌아서려는데 왜서일가, 쓰레기통에 세워 넣어진 낡은 구두가 나를 빤히 쳐다보고있지 않겠는가? 급기야 나는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그 낡은 구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뒤축도 물앉고 가죽도 주글주글하고 앞부리도 껍질이 다 벗겨진 남편의 낡은 구두 한컬레, 이 구두가 남편이 세상과 맞다들어 싸워온 흔적 같아 나는 다시 쓰레기통에 던진 구두를 꺼내 조용히 구두약을 발라 알뜰히 닦기 시작했다. 어쩜 이 구두가 남편이 한국에 가서 고생하며 살아온 삶의 표징이 아닐가싶어 나는 가슴이 짠하였다. 14년전 출국하는 남편의 인생길이 순탄하라고 이국땅에 가서 좋은 구두 신고 하는 일이 척척 잘 풀리라고 나는 없는 살림에 그때 돈으로 몇백원을 주고 새 구두를 사서 신겨보냈던 바로 그 갈색구두였다.

남편이 떠나기 전날, 나는 남편에게 새 구두를 사주고싶어서 막무가내로 남편을 데리고 처음으로 백화점에 구두를 사러 갔었다. 헌데 정작 신파는 매대를 한바퀴 돌면서 만져보고 신어보고 하면서 종시 결단을 내리지 못하였다. 마음에 들거나 보기 좋은 신식구두는 값이 엄청 비싸서 그때 생활형편에서는 선뜻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제 한국에 가서 발바닥이 부르트게 뛰여다닐 남편에게 불편한 싸구려구두를 신겨보낸다는것은 말도 안되였다. 나는 구두를 사지 않아도 된다는 남편에게 억지로 몇백원을 주고 갈색소가죽구두를 사서 신겼다. 그 구두는 양식도 좋고 질도 좋았으며 무엇보다 나와 련애할 때 내내 남편이 신고다니던 갈색구두같아 너무 신났다. 다른 사람의 중매로 남편과 첫선을 볼 때였다. 나는 첫눈에 남편에게 마음이 끌리였다. 깔끔하게 생긴 생김새도 마음에 들었고 더우기는 윤이 나게 정갈하게 닦아 신은 갈색구두에서 남자의 알뜰한 성품이 엿보이는것 같아 더 좋았다. 갈색을 유난히 좋아하는 남편은 첫 길에 우리 집에 다녀올 때도 갈색구두를 신었고 장가드는 날에도 갈색구두를 신었었다. 남편도 련애시절에 신었던 구두가 생각났던지 만면에 느슨한 미소를 머금고있었다. 남편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도 덩달아 즐거웠다.

하긴 연길에 들어온지 몇년이 되도록  쥐꼬리만한 내 혼자의 로임에 매달려 살면서 나는 늘 생활난에 쪼들렸다. 먹고 사는 일이 버겁다보니 나는 몇년동안 남편에게 그럴듯한 좋은 구두 한컬레 사 신기지 못했었다. 그게 늘 가시처럼 마음에 걸렸는데 마침 남편은 돈을 벌어보겠다면서 기어이 한국행을 택했다. 나는 집을 떠나 이국땅에 가는 남편에게 낡은 구두를 신고 가게 할수 없어서 신겨보냈는데 남편은 찌져질듯한 삶의 애처로움을 그 구두에 담아 귀국할 때에 집에 가져왔던것이다.

그제날 가슴 시린 이야기가 담긴 그 구두를 보고있노라니 지나간 아련한 추억이 떠올라 눈굽이 젖어들고 마음이 애잔해나면서 새 구두를 신고 어린애처럼 좋아하던 남편의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런데 나는 아무 생각없이 구두를 버리려 하다니, 이 구두는 남편이 우리 가정을 위하여 고생한 상징이라고 생각하니 던지기로 생각한 내 마음이 미워 자책을 가지게 되였다. 나는 너무 가슴이 아파 눈물이 났다. 나는 눈물을 손으로 쓱 닦고 다시 낡은 구두를 보고 또 보았다. 삶이 물앉아 닳고닳아서 볼품없던 지난 우리들의 삶을 구두는 주름으로 얼기설기 받쳐가며 우리 가정을 일궈세웠지 않았을가 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이름할수 없는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과 존중의 감정이 솟구쳤다. 이 신을 신고 이국땅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여다녔으면 그렇게 질긴 소가죽구두가 이렇게 볼모양이 없이 되였을가? 구겨지고 닳고닳은 그 구두에는 흡사 남편의 고달픈 인생의 흔적이 덕지덕지 묻어있는것 같았고 이국땅에서 천대와 멸시를 받으면서 이를 악물고 살아온 삶의 피눈물 같았다.

볼품없이 구겨지고 망가진 구두를 보면서 다시한번 남편이 끌고 온 삶은 결코 간단하지가 않았겠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오면서 마음 끝자락으로부터 뜨거운 용암이 올리치미는것 같았다. 한 가족의 생계를 위하여,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외로움속에서 사나이의 고독을 꾹꾹 씹어삼키고 멸시와 천대를 받아가면서 살아왔을 남편의 삶이 방불히 그 주름진 구두의 갈피마다에 담겨있는것 같았고 그 구두를 신고 땀내를 물씬 풍기면서 열심히 뛰여다녔을 남편의 모습이 구겨지고 망가진 구두에 얼기설기 엉겨있는것만 같았다. 30대 후반에 출국하여 10여년 세월을 남의 나라에 가서 남의 주머니의 돈을 버느라니 그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달팠을가? 사랑하는 가족을 멀리 떨어져 십몇년을 혼자의 몸으로 모든 괴로움과 고생을 겪으면서도 남편은 불평 한마디, 원망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그 고생을 한 가족을 떠메야 할 남자의 숙명으로, 책임감으로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그렇게 열심히 뛰여다닌 보람으로 남편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행복의 둥지를 만들어주었다.

남편의 삶과 너무도 닮아있는 낡은 구두, 그 구두를 구겨지고 낡았다고 어느 누가 손가락질하랴. 아니 우로는 부모님 잘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 잘 키우기 위하여 앞만 바라보면서 열심히 살아온 삶의 년륜이 묻어나는 남편의 낡은 구두는 새 구두보다 더 정겹고 더 삶의 냄새가 풍겨 이 시각 나에게 가슴 훈훈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아니 어쩌면 낡은 구두는 자신의 삶을 힘겹게 끌고오면서 자신의 발에 길들여져 더 정겹고 더 편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구두에 주름이 가고 볼품없이 구겨지고 낡았지만 내 눈에는 그 구겨짐이 너무도 찬란하고 아름답게 안겨와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보, 신을 찾다 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오?”

“아니, 아니예요.”

나는 괜히 남편에게 내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바삐 하던 일을 마무리하였다. 나는 버리려던 남편의 구두를 가슴에 꼭 그러안았다. 남편의 익숙한 냄새가 내 온몸에 서서히 퍼진다. 그 낡은 구두는 바로 자식을 위하여, 가족을 위하여 자신의 모든것을 헌신한 내 남편과 같은 이 세상 중년들의 애달픈 삶과 너무 닮아있었고 무엇보다 남편의 고달픈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슴배여있기에 구두를 버리는것은 어쩌면 힘들게 살아 온 남편의 삶 자체 그리고 우리의 사랑을 버리는것 같아 차마 버릴수 없었다.

나는 그제날의 애틋하고 소중한 추억과 함께 갈색구두를 윤기나게 알른알른 닦아서 다시 신장안에 고이 넣어두었다. 남편에 대한 내 사랑의 마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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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감동
날자:2014-12-13 08:48:57
감동을 주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부지런히 행복하게 살아가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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