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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3단 찬합
2014년 07월 04일 11시 31분  조회:953  추천:0  작성자: suseonjae


눈물의 3단 찬합
 
 
 
 
 
4,50대 사람들에게
‘지금으로부터 2~30년 전 대학 1년 때의 그 환경 그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가겠는가?’
라고 질문을 한다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다시 그 젊은 시절로 돌아가겠다고 대답할 것이다.

젊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정말 보람 있게 인생을 다시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유혹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만약 나에게 같은 질문을 한다면 생각할 것도 없이 듣자마자 ‘Never!’ 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때의 생활을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40대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지금까지의 고생 중에서 대학 생활 때만큼 고생한 기억이 없다.
아버지 사업이 망해서 대학 입학금만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고
졸업할 때까지 등록금이나 생활비를 받은 기억이 없다.
등록금 및 생활비 등 모든 것은 내가 벌어서 충당했다.
입학한 첫 학기부터 생활고로 인해 눈물의 연속이었다.
그 고통이 직장에 취직할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당시 대학생에게는 불법이었던 과외를 하면서 지하철에서 신문팔이도 열심히 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자연히 공부는 등한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굶어 죽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과외하다 해고된 달은 돈 천원이 없어서 굶기가 다반사였다.
어떤 때는 3일 동안 자취방에 앉아서 물만 먹은 적도 많다. 
“3일 굶고 남의 집 담을 안 넘을 사람 없다.”
그 말은 정말 진실이었다. 
 
객지생활에서 제일 서러운 것이 차디찬 겨울에
연탄 한 장 살 돈, 밥 먹을 돈, 약 사먹을 돈도 없는 상황에서
배도 고프고 아파서 골골하면서 차디찬 방에 혼자 누워 있을 때이다.
여기에 명절까지 겹치면 정말 서럽다. 
 
이 다섯 가지가 함께 하면 정말 외로움이 무엇인지 막막함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대학 생활 7년 동안 딱 세 번 펑펑 운 적이 있었는데
한 번은 견디다 견디다 도저히 못 견딜 만큼 너무 힘들고 서러워서 울었고,
두 번은 너무나 감사해서 울었다.

1992년 12월 31일 저녁, 이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대학졸업반이었고 위에서 말한 다섯 가지 조건이 완벽하게 구비된 날이었다.
남들은 신년을 맞이하는 즐거움에 취해 있을 시간,
나는 차디찬 자취방에서 몸져누워 있었다.

주인아주머니가 불쌍해서 몇 장 준 연탄이 떨어진지도 며칠 째,
나는 또 한 번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었다.
온 몸이 불덩어리처럼 타 오르고 정신이 혼미한 상황에서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미닫이문이 열리며 대학 과 친구와 그의 여자 친구가 들어왔다.
내 사정을 잘 아는 친구였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찾아 왔다면서 무엇인가 꺼내어 앞에 내려놓았다.
3단 찬합이었다.
열어 보니 정성스럽게 싼 김밥, 유부초밥,
그리고 각종 맛깔스런 반찬들이었다.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 한 잔 건네주면서 배가 고플 텐데 먹으라고….
 
김밥 한 조각을 먹고 씹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도 그때를 떠 올리자 다시 눈물이 난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해서 고맙다는 말이 목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 친구는 내가 먹는 동안 조용히 나가더니 약을 사 가지고 왔다.
밥 먹고 약 먹으라고….
다시 한 번 내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맺혔다. 
 
그 날 이후로 나는 다짐을 했다.
평생 동안 베푸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매달 내 수입의 십분의 일을 십일조로 내고
매달 그 이상을 나 또는 가족이 아닌 타인을 위해서 쓰겠다고.

친구가 가져온 3단 찬합은 평생 고마운 기억으로 남아,
그때의 다짐을 실천하며 지금의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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