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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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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영영 잃어버린 너 (장송심)
2017년 02월 03일 10시 54분  조회:395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단편소설 
 
영영 잃어버린 너
 
 
장송심
 
 
 
<<네가 철민이라구, 네가 정말 내 아들 철민이가 맞는거니? >> 자기 키를 훨씬 넘어가는 눈앞의 끼끗한 젊은이를 넋놓고 바라보던 금미의 커다란 눈망울에는 금시 맑은 이슬같은것이 호수처럼 골똑 고였다가 뒤이어 반짝이는 눈물방울이 되여 줄 끊어진 구슬처럼 쉬임없이 굴러내린다. 지난 10년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머리속에 각인시켜온 귀엽기만 하던 아들의 모습이였는데 그 아들이 그동안 이렇게 훌쩍 커버릴줄은 꿈에도 상상못하였던 금미였다.
 
코수염이 살짝 돋아 가무스름해진 입언저리, 매부리 발톱처럼 날카롭게 치켜올려진 매서운 코마루, 부리부리하고  초롱초롱한 두눈, 총각시절의 남편의 모습을 판에 찍은듯이 닮아가고있는 철민이의 모습은 마치도 이 세상을 하직한 남편이 다시 소생하여 곁에 돌아온듯한 느낌이다.
 
금미는 낯설은 사람을 대하듯 표정없이 멀거니 자기를 쳐다보고있는 철민이를 품에 와락 껴안고 뜨거운 오열에 흐느끼고있었다.          <<철민아, 나 엄마야. 엄마없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었니? 엄만 네 생각으로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웠는지 모른다. 철민아, 인젠 엄마가 다시는 네곁을 떠나지 않을게. >>
 
가슴을 에이는듯 흐느끼는 금미의 슬픔에 반죽된 그 목소리에 목석도 마음이 움직여지련만 철민이는 겁에 질린듯 가재걸음으로 뒤걸음만 치면서 금미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두손을 공중에서 마구 허둥대고있다.
 
옆에서 눈물을 훔치며 말없이 지켜보던 철민의 이모가 안쓰러워 한마디 께낀다.
 
 <<철민아, 왜 그래? 엄마가 왔는데 응당 기뻐해야지. >>
 
순간 철민이가 금미를 와락 밀치며 성난 새끼호랑이처럼 으르렁거린다.
 
<<아니야,이 여잔 내 엄마가 아니야. 내 엄만 영영 죽었어. 나한텐 인젠 엄마가 없어. >>
 
한켠에 헌신짝처럼 사정없이 뿌리워진 금미는 사시나무처럼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걷잡지 못한채  밑둥짤린 무우처럼 그 자리에 털썩 물앉고말았다. 얼굴은 얼어 시르죽은  바나나껍질마냥 삽시에 새까맣게 변해버린다.
 
금미는 미친듯이 소리친다.
 
 <<철민아, 내 가슴이 다 터진다. 너 그런말 제발 하지 말어, 엄만 정말 네가 보고싶어 죽을 지경이였어. 그렇게 힘들어도 너를 생각하면서 버텨온 나인데 너 어찌 이런 말 할수 있어?>>
 
<<아니야,당신은 이 10년동안 내가 없어도 너무너무 잘살어왔어. 나를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엄마라는 당신은 아버지에게 그토록 잔혹할수 없었어, 아버진 당신 때문에 죽었어. 당신은 내 아버지를 살해한 흉수야. 당신을 보는 내 눈에서 지금 불이 나요. 나가요. 당장 나가요.>>
 
금미를 노려보는 부릅뜬 철민이의 두눈에서는 아니나다를가 시퍼런 린불이 뚝뚝 떨어질듯이 황황 타오르고있다. 이를 악물고 성난 사자마냥 기를 빡빡 쓰며 금미에게 달려드는 태세가 마치도 당장이라도 금미를 삼켜버릴듯한 태세다. 철민의 이모가 혼신의 힘을 다해 철민이를 금미한테서 떼여놓고 억지로 제방에 밀어넣었다.
 
금미는 그 자리에 퍼더버리고 앉아서 두손으로 가슴을 쾅쾅 내리치면서 서럽게 울어댄다. 마음은 칼로 한오리한오리 에여내는듯이 고통스럽기 그지없다.
 
(그래, 하느님이 무심하지 않아서 나한테 보응을 내렸구나. 아들에게 죄지은 내가 무슨 낯으로 인제 와서야 철민이를 내 아들이라고 찾는단 말인가? 애가 가장 수요할때 곁을 떠난 내가 오늘 이 꼴을 당해도 싼거지.)
 
태를 치는 괴로움속에서 불현듯 눈앞에 귀여운 나나의 모습이 나타난다. 일본땅의 세집에 두고온 오랜세월동안  고락을 같이 해온 흰 고양이 나나가 못견디게 보고싶어진다.
 
남편을 중국땅에 돌려보내고 홀로 고독을 짓씹으며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나가던 녀인의  애달픈 마음을 헤아리기나 한듯이 제 발로 금미의 세집에 찾아온 집없는 고양이 나나, 발"摹�� 곁에  다가와  금미의 품에 머리를 박으면서 재롱을 부리던 나나, 엄마없는 철민이가 대신 보내준것이라고 이쁜 생각을 톱으면서 그 나나를 가슴에 꼭  껴안고 얼마나 보듬어줬는지 모른다.
 
엄마의 포근한 품에 안겨  어리광을 부리며 해죽해죽 웃어주는  자근자근  깨물어보고싶은 철민이의 천진한 모습을 그려보면서. 나나처럼 귀엽고 착하던  10년전의 천진란만하던 일곱살짜리 철민이가 더없이 그리워진다.
 
고사리같이 야들야들한 두손으로 엄마, 아빠의 손을 꼭 잡고 퐁퐁 뛰던 개구쟁이 철민이, 갈라질때 네 모습을 보면 떠나가는 엄마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면서 배웅하러 나오지 말라는 금미의 애원에도  아들인 자기가 꼭 아빠와 엄마를 바래야 한다면서  악을 쓰고 공항까지 바득바득 따라나온 철민이, 검표구를 나서는  엄마와 아빠와 갈라지기 싫어 송아지울음을 터뜨리면서  할머니와 이모에게 끌리워가면서도 애고사리같은 손을 쉴새없이 저어대던 애티나던 철민이, 그 철민이를 가슴에 새겨두고 그리움으로 요동치던 금미였었는데 오늘 그 아들이 자기를 눈앞에서  사라져라고 호통질한다.
 
금미는 터져나오는 설음에 복창이 다 찢겨질 지경이다.
 
<<언니, 넘 괴로워말아요. 몸이 다 상하겠어요. 철민이가 그동안 참으로 마음의 고통을 많이 받았거든요. 4년전에 철민의 아버지가 세상을 떴을때 철민이가 얼마나 울었는지 언닌 모를거얘요. 곁에서 그 애를 지켜보던 손님들이 그애때문에 흐느끼여 장례식이 울음바다가 돼버렸거든요. 철민이는 그때부터 퍽 과묵해졌어요. 학교에서 돌아와서는 제방에 파묻혀서 누구와 말도 걸지 않고 또 누구의 말에도 응대를 안하구요. 언니만 서럽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철민의 마음을 엄마로서 포섭해보려고 노력해보세요. >>
 
여직껏 묵묵히 철민의 곁에서 엄마가 해주지 못하던 사랑을 몰부었던 동생 금자가 흐느끼며 하는 말이다.
 
<<그래, 나도 알아, 다 내가 잘못한거야. 나 절로 빚은 술이니깐 쓰거워도 내가 마셔야지. 내 주제에 이렇게 철민이를 볼수 있다는것만으로도 만족해야 할 일이지..후~>>
 
 <<옳아요. 언니, 마음을 넓게 가지세요.아저씨에 대한 언니의 행실을 생각하면 언니도 오늘의 현실이 비참하다고 생각안할거얘요. 어머, 내가 무슨 말을 이렇게 하는거니? 미안, 언니.>>
 
<<아니야.네 말이 옳다. 내가 영남씨에게 너무 못할짓을 해서 오늘 이런 징벌을 받는거야. 다 무모한 내탓이지 뭐. >>
 
 <<언니, 더 생각말아요. 피곤하실텐데 어서 침대에 누워서 푹 쉬세요.>>
 
금자가 언니를 부축해가지고 침실에 들어가  옷장에서 이부자리를 내리워서 덮혀주곤 살며시 문을 닫고 나가버린다. 빠개지는듯한 머리의 통증을 가셔보려고 두눈을 감고 구름처럼 몰려드는 잡생각들을 쫓아내려고 했지만 정신은 점점 또렷해진다. 지나간 이왕지사들이 눈앞에 나비떼처럼 몰려든다. 푸접좋은 남편의 얼굴이 눈앞에 삼삼거린다.
 
영남이와 금미는 곁사람들이 공인하는 잉꼬부부이다. 원앙새처럼 금술이 좋은 그들은 저마끔 직장에 있을 때를 빼고는 그냥 그림자처럼 붙어다녔다. 함께 영화를 보러 다니고 산보를 다니고 친구집에 놀러 다니고 장보기도 같이 다녔다. 둘은 이 세상의 행복을 혼자 차지한듯이 항상 얼굴에 환한 미소를 담고 즐거운 나날을 보냈다. 헌데 인생의 풍운조화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그처럼 행복하던 가정도 경제의 차디찬 흐름앞에서는 어쩔수 없는거보다. 영남이가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영남이는 무직업자가 되여버렸고 금미가 다니던 상점도 불경기로 금미도 몇달동안 로임을 받지 못하게 되였다. 게다가 철민이를 본지도 이미 6년철을 잡던차라 수입이 없는 그들로는 애를 돌봐주는 철민의 할머니와  온가정의 소비를 막아낼수 없었다. 하여 친구들에게서 돈을 꾸어가지고 온갖 방법을 다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수속을 밟았는데 운이 좋아서인지 철민이가 일곱살을 잡던 어느 여름날, 둘은 나란히 일본땅을 밟게 되였다.
 
일본에 도착한후 고중에서 일어를 익혔던 금미와 영남이는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서도 언어관을 순조롭게 넘겨 영남이는 회사에서 금미는 음식점에서 일자리를 맡아 돈을 벌기 시작하였다. 손을 잡고 벌이하는 재미가 짭잘하여 둘은  적잖게 돈을 모았다. 이렇게 이년을  즐겁게 보내던 어느 하루 영남이가 몸이 언짢다면서 세집에 들어섰다.
 
집에 퇴근하여 때아니게 누워있는 남편을 보고 금미가 소스라쳐 새된 소리를 질렀다.
 
<<철민의 아버지,웬일이세요? 어디 몸이 불편하세요?>> <<요즘엔 위가 자꾸 아파나더니 오늘에는 웬일인지 위가 아파서 견디지 못하겠소.>>
 
 <<그래요?그동안 아침밥을 그냥 거르고 출근하시더니 위에 이상이 생겼나봐요?우리 래일 함께 병원에 가보자요.네~>>
 
이틑날, 금미는 음식점의 사장님에게서 말미를 맡고는 남편을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였다. 온 하루 병원에서 이런저런 명목의 검사를 마치고 늦게야 진단결과를 받아본 금미는 시도때도 없이 닥쳐온 비참한  현실에  눈앞이  캄캄해져 그만 그 자리에서 졸도해버리고말았다.
 
그동안 태엽을 준 인형처럼 세월이 흘러가는줄도 모르고 그냥 일에만 정력을 쏟다나니 몸에 스트레스가 겹싸인데다가 맑은 하늘의 청천벼락같은 남편의 위암진단서까지 받고보니 쇠덩이같은 칠척사나이의 튼튼한  몸도 견디여내기 어려울텐데 하물며 연약한 아녀자의 몸이 어찌 당해낼수 있었으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금미가 눈을  떠보니 병원의 침대에서 자기는 점적주사를 맞고 환자로 치유받아야 할 남편이 곁에서 측은한 눈길로 자기를 지켜보고있었다. 순간 금미는 코마루가 시큰해져 남편의 목을 와락 껴안고 통곡치며 울어댔다.
 
 <<당신  어쩌면 이렇게도 무정할수 있어요? 당신이 이렇게 몹쓸병에 걸리면 전 어떻게 살아요? 남보다 못지 않게 잘 살아보려고 두손을 맞잡고  이국타향에서 아득바득하던  우린데 이렇게 당신이 먼저 꺼꾸러지만 전 어떻게 해요? 우리 철민인 어떻게 해요? 엉엉 >>
 
구곡간장을 녹여내는듯한 금미의 애달픈 울음소리에 남편 영남씨의 야위여서 수척한 얼굴에도 비오듯 눈물이  쏟아져내렸다.
 
<<여보, 미안하구려. 여직껏 당신을 데려다가 고생만 실컷 시키고 아무런 락도 누리지 못하게 하고 내가 이 꼴이 되였으니 정말 내가 못났구만. 이제 돈을 많이 벌어서 당신을 호강시키고 철민이를 인재로 키우자던것이 내가 너무 무능해서 이렇게 된걸 어쩌겠소. 허지만 지금도 늦질 않소. 내 병은 불치의 병이여서 치유도 가망없을걸 우리 더 돈을 팔지 말고 집에 돌아가 남은 인생을 재미있게 살아보기요. 우리 래일이라도 인차 돌아갈 준비를 하기요.>>
 
<<안돼요.바보같은 그런 소린 집어던져요. 저 어떤 일이 있어도 당신을 살려내고야 말거얘요. 당신 잔말말고 먼저 고향에 돌아가요. 가서 동생부부와 함께 큰도시의 병원에 가서 치유를 받아요. 제가 그냥 이곳에서 돈을 벌어 셈길테니, 당신 저와 철민이를 위해서라도 꼭 잘 살아야 해요. >>
 
황소 열마리로도 돌려세울수 없는 금미의 외고집을 여직껏 꺾어본적이 없던 영남인지라 그는 금미에게 등을 밀리워 혼자 몸으로 떨어지지 않는 리별의 고행을 선택하여 고향에 돌아갔던것이다. 금미는 그냥 일본땅에 눌러앉아 죽기내기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
 
남편 영남씨를 살려내기 위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금미는 낮에는 음식점에서  밤에는 불고기점에서 일하면서 죽기내기로 버텨냈다. 당금 쓰러져죽을것같다가도 집에 돌아와서는 재롱을 부리는 나나를 껴안고 철민이와 남편에게 하고싶은 말들을 다 퍼부우면서 마음의 피로를 메우군 하였다.
 
한메터 육십이의 미츨한 키를 자랑하는 금미지만 일본에 와서 체중이 열근이나 줄어들어 40키로밖에 가지 않는지라   바람에라도 날려갈듯 갸날픈 몸으로 비쳐내는 금미의 모습은 보기에도 애처로왔다.
 
이런 금미의 애련한 모습을 말못하는 짐승인 흰고양이 나나외에도 몰래 사내대장부의 소중한 측은지심으로 지켜주는이가 있었는데 그이가 바로 금미와 한불고기점에서 함께 일하고있는 국호씨이다.
 
남편 영남이가 홀몸으로 떠나간지도 반년이 되는 어느날, 그러니 영남이가 금미동생부부와 함께 북경의 협화병원에서 순리롭게 위암수술을 마치고 퍽 호전되여 석달이 되여가던 어느날이다.불고기점에서 열두시까지 야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금미는 밖을 나서자마자 금시 몰려드는 현훈증으로 하여 그자리에서 쓰러지고말았다.
 
그동안 불고기점에서 거의 석달동안 함께 일하면서 금미를  오빠처럼 살뜰히 돌봐주던  동료인 국호씨가 퇴근하는 금미와 동행하려고 문을 나서다가 이 정경을 발견하고 택시를 불러 병원으로 향하였다.
 
한국에서 류학공부하러 일본으로 온 국호씨는 공부여가에 불고기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지 이미 석달이 되였었다. 금미와는 나이도 비슷하고 민족도 한민족이여서 둘은 오누이처럼 무랍없이 지내는사이였다. 인사불성이 된 금미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가 점적주사까지 맞힌 국호씨는 금미를 집까지 데려다준후 금미가 몸을 추스리기 시작한 이튿날 아침까지 자기가  줄곧 곁에서 간호해주었다.
 
금미가 천근처럼 무거워지는 눈까풀을 맥없이 겨우 치뜨고 갸날픈 목소리로 국호씨에게 사의를 표시하였을때  얼굴에 만면에 웃음을 담은 국호씨의 얼굴모습은 너무도 포근하고 따스하게 금미의 눈앞에 안겨왔다.
 
 <<금미씨, 금미씬 너무 무리했어요.그 섬약한 몸으로 초부하적으로 일해대니  어찌 견딜수가 있어요? 그러니 이제 며칠 집에서 푹 쉬세요. 푹 쉬면서 몸을 춰세우고 다시 일해요.>>
 
햇솜처럼 부드럽고 샘물처럼 감미로운 느낌이 금미의 온몸을 타고흐르면서 금미는 온몸이 그대로 다 녹아 내리는것같았다.  남편 영남이가 곁을 떠난 반년동안 주위에서 꼬시는 여느 남자에게도 딴눈을 팔지 않고 묵묵히 괴로움과 슬픔을 홀몸으로 묵새기면서 아글타글 혼신을 혹사하면서 버텨온 금미다.
 
그동안 국호씨를 제외하고 어느 누가 금미에게 이런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해준적이 있었던가. 쓰러진 꽃잎마냥 애잔한 금미의 두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방울을 두손으로 닦아주던 국호씨는 저도 모르게 솟구쳐나오는 애모의 감정을 억제못한채 금미의 입술에 자기의 뜨거운 입술을 포개여버렸다.
 
전류처럼 찡해지는 짜릿한 감동을 주는 그 입술의 강한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금미는 그만 국호씨에게 고스란히 굴복해버렸다.
 
한참동안의 폭풍우가 지난후 금미는 국호의 품안에 안겨 자신의 비참한 처경을 일일이 이야기해주었다.
 
<<금미씨에게 그런 불우한 운명이 차례질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못했군요. 근심말아요.제가 곁에서 있는힘껏 금미씨를 도와드릴테니 금미씬 절대 무리하지 말아요.>>
 
금미를 으스러지게 껴안으며 하는 국호의 이야기에 금미는 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였다. 그후 국호씨와 달콤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금미의 마음에는 남편 영남이의 그림자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남편을 살리기 위하여 돈을 번다는 내가 이렇게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며 사는것을 안다면 남편이 얼마나 실망하랴. 하지만 나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그젯날은 정말 죽기보다 더 싫은거야. 영남씨, 용서해요.저 너무 힘들어요.저 혼자서 강박으로 버티다간 당신을 살리기 전에 제가 지쳐 먼저 죽어버릴것같아요.)
 
스스로 이런 강심제도 놓으면서 금미는 일상들을 보내고있었다. 헌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금미의 혼자의 속삭임도 비밀로 될수 없는가부다.
 
어느날 금미는 중국에서 온 남편의 전화를 받았다.
 
 <<금미, 듣자니 금미가 어떤 한국남자와 좋아한다는데 정말이야? 정말이라면 난 금미를 절대 용서못해. 내 병도 인젠 많이 호전되였는데 제발 인젠 돌아와줘.>>
 
순간 금미는 누가 몽둥이로 정수리를 치는듯한 강한 충격을 받으며 눈앞이 캄캄해졌다. 가까스로 정신을 가다듬고 금미는 무력한 목소리로 남편에게 반문하였다.
 
 <<누가 그런 허튼소리를 해요? 당신 어쩌면 그런 소리를 할수 있어요?>>
 
<<당신이 다니는 불고기점의 아줌마가 얘기해줬어. 당신이 어떤 한국남자와 좋아한다고말이야.>>
 
그제야 금미의 마음에는 쪽집게처럼 집혀오는이가 있었다. 이 불고기점에 국호씨와 한고향사람이라고 무랍없이 지내면서 국호씨를 무척 따랐던 한 한국아줌마가 있었다.
 
실은 국호씨는 한메터팔십의 늘씬한 키에다  영화배우를 뺨칠 잘난 얼굴을 가지고있어 주위의 여자들에게서 인기가 아주 높았다. 이 한국아줌마도 그런 국호씨에게 반해 남들의 눈에도 보기 구차할만큼 공개적으로 추파를 보내군 하였었는데 국호가 금미에게만 마음을 주니 악이 나서 전화를 걸어온 영남씨에게  고자잘했던가보다.
 
더 헤여나올길 없는 삼검불처럼 헝크러진 머리의 어지러움과 복잡함으로 하여 금미는  눈앞이 샛노래지면서 정신이 가물가물해졌다.
 
<<금미가 이런 사람으로 변하리라고는 나 꿈에도 생각못했어. 나 죽어도 금미를 용서못할거야.>>
 
전화통에서는 영남이의 비분에 찬 목소리가 그냥 흘러나오고있었다. 덴겁하여 전화를 팽개챈 금미는 황황한 마음을 걷잡지 못한채 미친녀처럼 그 자리에서 뛰쳐나오고말았다.
 
 (나 인젠 어쩌지? 이대로 돌아가도 영남씬 날 용서안할거고, 용서한다 해도 오물을 뒤집어쓴 나를 다신 사랑해주지도 않을거고, 철민이를 봐서라도 함께 살아야하건만 허나 사랑이 없는 그런 생활을 어떻게 살아갈가?)
 
집에 돌아와서 이불에 파묻혀 울어대는 금미는 이궁리저궁리 속궁리를 굴려가다가 끝내는 남편을 포기하려는 잔인한 용단을 내리고말았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국호에게 추호의 유예도 없이 자기의 타산을 이야기하는 금미의 얼굴에는 강인한 빛이 흘러내렸다. 국호는 으스러지게 금미를 껴안아주는것으로 금미에 대한 감격의 정을 표달하였다.
 
이렇게 금미는 일본땅에서 새로 만난 남자 국호씨와 6년반이라는 오랜 세월을 보냈다. 그동안 4년전에 남편 영남이가 병으로 돌아가고 뒤이어 금미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여 철민이를 동생 금자가 맡아키운다는 소식은 금자한테서 들어서 이미 알고있는터였다.          그동안 국호가 결혼을 요청해와도 자식을 하나만 갖자고 애걸하여도 금미는 그동안에 정을 익혀온 고양이 나나를 품에 안고 철민이를 그리면서  그냥 답복을 주지 않았던것이다.
 
<<금미, 철민이를 위해서 그런다는것을 나도 모르는것이 아니야. 그러지 말고 철민이도 인젠 고중생이 되였을텐데 우리 아예 철민이를 류학수속으로 곁에 데려오는것이 어때? 내가 내 아들못지 않게 철민이를 잘 키워줄게. 철민이를 대학교에 붙인다음 우리 다시 아이를 보는것이 어때?>>
 
어느때부터인가 금미에게 매일이다싶이  불어넣은  귀에 못박히다싶이 된 국호의 진심어린  말마디에 철민이를 신변으로 데려가려고 10년만에 중국에 날아온 금미였다.
 
헌데 10년후의 아들은 자신을 아버지를 죽인 살인악마처럼 대하면서 엄마를 쫓아내고있지 않는가?
 
(안돼, 난 아들을 잃을수 없어.아들을 곁에 데려다 보살피면서 그동안 못해주었던 사랑을 다 보상해줄거야.)
 
언제 쓰러졌나싶이 금미는 다시 일어서서 철민의 방문을 두손으로 쾅쾅 두드려댔다.
 
<<철민아, 엄마하고 함께 일본으로 가자.엄마 그동안 너에게 빚진것을 다 물어줄게. 철민아,제발 빌어.엄마가 이렇게 무릎을 꿇고 너한테 빌게. 나와 같이 간다고 대답해준거지 응.>>
 
허지만 금미의 절절한 기대를 조금치도 헤아려주지 않는  철민이가 방에서 고함치듯 소리질러대고있다.
 
<<가요, 나 죽어도 당신을 용서못해. 당신은 그동안의 흘러간 세월들을 빚진것을 물어주듯이 그렇게 쉽게 물려줄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어림없는 생각이야. 난 아버지의 아들이지 당신의 아들이 아니란말이야. 그러니 헛생각말고 내 곁에서 영영 사라지란 말이야.보기도 싫어.>>
 
금미는 순간 모든것을 알아차릴것만 같았다. 자기는 죽을때까지 철민의 용서를 받지 못할것이라고. 철민이는 자기를 엄마취급을 절대 안해줄것이라고.
 
10년동안에 아들한테 준 상처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방도가 없다는것을. 6년을 품속에 껴안고 보듬어주던 나나는 영원히 철민이를 대신할수 없다는것을.
 
영영 잃어버린 아들로 하여 금미는 영원히 가슴속에 무거운 십자가를 지니고 살아가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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