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지 30년…
시인 기형도가 남긴
'낡지 않은' 희망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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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질투는 나의 힘" 영화 제목으로 잘 알려진 이 문구는 시인 기형도의 시에서 비롯됐지요. 시는 이렇게 끝납니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30년 전 오늘(7일) 기형도 시인은 29살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강나현 기자입니다.
[기자]
이젠 아무런 일도 일어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언제부턴가 아무 때나 나는 눈물 흘리지 않는다.
- '희망' 기형도
세상을 떠난 날 시인 기형도가 남긴 가방 속 원고뭉치에 담겼던 시는 영화속에서도 불려집니다.
그 시를 모아, 한 권의 시집이 남았고, 여전히 너무나 많은 이의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장옥순 여사/기형도 시인 어머니 (2015년) :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 '엄마 걱정' 기형도
어릴 때부터 글 쓰기를 행복으로 알던 시인은 신문사 기자가 된 이듬해인 1985년 신춘문예에 당선됐습니다.
하지만 29살이던 1989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은 갑작스레 멈춰섰지만 글은 남았습니다.
한없이 쓸쓸하고, 깊은 고독을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버릴 수 없는 한 자락 희망은 시대를 넘나들며 청춘들을 위로했습니다.
[이광호/문학평론가 : 영원한 청춘의 초상이기 때문에 늘 젊은 친구들은 기형도의 시를 일종의 젊음의 통과의례처럼 읽게 된다는 것이고요.]
시인이 떠난 지 30년, 시간이 지나도 그가 남긴 시는 낡지 않은 채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화면제공 : 기형도 문학관·문학과지성사)
/강나현 //[영상취재: 정철원 / 영상편집: 김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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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상상력'
기형도 시인 30주기...
뜨거운 추모 열기
2019-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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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거리의 상상력은 고통이었고, 나는 그 고통을 사랑하였다." 기형도 시인이 시집에 남긴 메모입니다.
한국현대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기형도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덧 30년, 젊은 후배 시인들이 헌정 시집을 내는 등 어느 때보다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이교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기형도문학관.
건물 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에 적힌 '정거장에서의 충고'의 시구가 눈에 들어옵니다.
기형도 시인 30주기를 맞은 문학관 곳곳에는 고인에 대한 그리움이 어느 때보다 깊이 배여 있습니다.
[기향도 / 기형도 시인 누나 :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 기형도 시인 '빈집']
암울한 시대를 견디다 29살의 젊은 나이에 불현듯 숨을 멈췄지만 그의 유고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지금까지 30만 부를 돌파할 정도로 시대를 넘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기향도 / 기형도문학관 명예 관장 : 서로 위로하고 따듯하게 격려하고 세워주고 이렇게 하면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사회가 되지 않을까 동생이 그런 노력을 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형도 시인의 모교인 연세대에서 그의 문학 세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추모 심포지엄이 처음으로 열리는 등 추모 열기가 뜨겁습니다.
젊은이들의 가슴을 두드린 도시적 서정성과 절망의 미학은 여전히 울림이 크다는 평가입니다.
[정과리 /문학평론가 : 기형도 시가 아주 선명하게 보여주었던 개인의 자유와 고독이라는 두 가지 문제성을 여전히 우리가 계속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30주기를 맞아 그의 미발표작까지 모은 시 전집과 함께 2000년 이후 등단한 젊은 후배 시인 88명의 시를 묶은 헌정 시집도 나왔습니다.
그가 남긴 시는 고인의 생애보다 긴 시간 독자와 호흡하고 젊은 시인들과 교감하며 푸른 생명력과 상상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YTN 이교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