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밤
베란다에 나갔다
뜻밖이였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제부터 내렸는지
우뢰도 없이,번개도 없이
조용히 비가 내린다
길에는 차도 행인도 없다
오직 비방울이 길바닥에,나무잎에 부지런히 떨어질뿐
유리창에 맻친 비방울은 가로등에 비치어 반짝거린다
창밖에는 고요히 비가 내리고
거실에는 건들어지는 古筝곡이 울린다
한낮의 번화를 잊은 비내리는 밤은 아름다웠다
차분하고 사랑스러운 밤이다.
이런 비내리는 밤엔 그대와 함께 있고 싶다
생활을 위해 차가운 비속을 뛰여 다니지 말고
따뜻이 기대어 앉아
자연의 세례(洗礼)와 비속의 진가를 느껴보며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는 허욕과
조수처럼 밀려드는 야심을
저 비속에 던져 깨끗이 씻고
성결하고 진실한 사랑으로
고요한 이 밤의 비처럼
서로의 마음을 적셔주면서......
창밖의 비는 소리없이 내리고
나의 그리움은 그대를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