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아침 갑자기 돌솥에 계란찜을 해먹어보고싶었다. 결혼 2년차, 집안 곳곳이 새것으로 넘쳐나지만 시부모님 집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신혼집이라 시어머니가 두고간 밑창에 “살점” 한점 떨어진 돌솥을 찾아냈다. 참기름을 두르고 계란물을 부어 찜통에 쪄냈다. “살점” 떨어진 낡은 돌솥으로 만든 계란찜도 맛은 좋았다.
회가루 묻은 슬리퍼는 가루비누물에 담갔다 씻어내니 위생실에서 제법 쓸만했고 베란다에서 뒹굴던 먼지투성이 액자도 말끔하게 닦아 그림을 끼워 피아노우에 올려놓으니 잘 어울렸다.
이렇게 버리고싶었지만 시댁식구 눈치보느라 구석에 처박아뒀던 물건들을 꺼내 쓰게 된건 얼마전 참가한 한 한국인의 도서출판식에서 “물자 사랑”에 관한 개념을 료해한후부터였다.
여기서 말하는 “물자 사랑”은 피그말리온 증후군(恋物癖)과 같은 심리질병도 아니고 요즘들어 부쩍 류행인 사소한 사물, 사라져가는 사물에서 흔적을 찾는데 열중인 문학적 감성도 아닌 단순한 물건에 대한 애착, 그리고 이런 애착을 통한 사용수명의 연장이다. 버려지는것과 사들이는것을 줄여 환경부담향상과 랑비를 동시에 바로잡는다는것이 이 개념의 취지다.
“물자 사랑”은 지난 세기 말인 1997년부터 한국에서 운동형태로 내세워졌고 초기의 정부차원의 활동에서 기업, 가정 및 어린이 등 사회곳곳으로 확산되어 추진되고있다.
한국의 물자사랑운동은 내용년수보다 1년이상 연장사용하기, 불요불급품의 신규구매 자제, 자원재활용의 확대, 공용물품의 사적사용 안하기 및 공용물자 아껴쓰기, 물자관리에서의 랑비요인 제거, 물품관리 효률화를 위한 제도개선 등 내용을 포함한다. 물자를 단순히 아끼고 절약하는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생명체로 보고 구매에서부터 사용, 처분에 이르기까지 철저히 활용하자는 생활운동인 셈이다.
고장난것, 지저분해진것은 고쳐쓰고 빨아쓰기보다는 새것으로 아예 갈아치우는데 익숙한 우리에겐 참 필요한 개념, 필요한 운동인것 같다. 분명 아직 쓸만한 TV도 이웃집에서 초슬림형으로 바꾸는 바람에 덩달아 바꾸지는 않았던지, 분명 아직은 새것같은 세탁기도 드럼으로 바꾸려고 처분하지는 않았던지…
물건에도 "생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왠지 낡은것을 쉽게 버리지는 못할것이고 싫증난다고 마음대로 구벅에 처박아두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낡은것, 옛 모델의 구형 제품을 사용한다고 내 마음이 허약한건 아니며 보여주는것보다 스스로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니 말이다.
연변일보 2014-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