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소설] 남산마을의 아이들 (3)
덕철의 아버지는 집에서 생긴 일을 애들에게 말할수 없었습니다.
“덕철이 어제밤엔 집에서 자지 않았슴까?”
“내가 좀 욕했더니 할머니 집으로 간다구 나가버렸는데 할머니 집에도 안가구…”
덕철이가 어딜 갔을가? 할머니 집에도 안갔다면 그래 마을 맨마지막 줄에 있는 쌍가매네 집으로 갔겠다. 학길이가 머리정수리 량쪽에 골팽이같은 가마둘이있대서 쌍가매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쌍가매네 집뒤는 바로 숲이 울창한 산이였습니다. 누가 와도 숲속에 사라지면 찾기 힘든 곳이였습니다. 학교안가는 쌍가매네 무리들은 그 숲속에서 모여 담배도 피우고 나쁜 짓거리도 꿈꾸군 하였습니다. 쌍가매는 힘꼴이 센 덕철이를 자기손에 넣고 령리한 인석이를 자기 참모로 삼고 꾀꼴새같은 미순이를 자기친구로 삼으려고 여러번 싱갱이를 썼습니다. 먹을것도 사주면서 말입니다. 허나 누구도 전처럼 응하지 않았댔습니다. 선생님께서 학길이는 학교로 오지 않고 나쁜 애들과 휩쓸려다니는 불량학생이기에 접촉하지 말래서였습니다. 그래도 아적부터 지내온 정이 있어서 그리 영밉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덕철이가 쌍가매네 집으로 갔을가? 며칠전에 덕철이가 인석이하고 쌍가매네 집에 전자유희기가 있다고 말한적 있었습니다. 분명 덕철이가 쌍가매네 집으로 갔다온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어떻게 학길이네 집에 전자유희기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덕철이가 쌍가매와 놀게되면 놀음에 탐내고 학교로 오지 않을가봐 걱정이 앞섭니다. 절대로 그애와 놀게 해서는 안되였습니다.
“아마 쌍가매네 집에 있을겁니다. 같이 가보자요.”
덕철 아버지는 고마웠습니다. 허나 인석아버지의 눈치가 보였습니다. 자기애때문에 인석이를 고생시키는것 같아서 말입니다. 인석아버지는 함께가라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제가 인석이와 같이 가보고 인석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습니다.”
“네, 그래십쇼.”
인석이는 덕철아버지가 끌고 온 자전거뒤에 앉았습니다. 한참 지나서 쌍가매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날로 짧아가는 해는 남산넘어로 숨어버리고 남산이 커다란 어둠의 그림자로 마을을 덮헜습니다. 쌍가매네 집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니 문이 삐꺽 열리였습니다. 백발할머니가 내다보며 찾아온 사람들을 훑어봅니다. 오랜 당뇨병으로 종합증이 오면서 시력이 점점 못해가고있었습니다.
“학길할머니 덕철이가…”
물을것 없었습니다. 쌍가매와 덕철이가 텔레비를 마주하고 한창 신이나서 전자유희를 놀고있었습니다.
“이새끼, 애비속 태우면서 학교도 안가고 여기서 놀고있었어! ”
덕철이는 무서워서 데꺽 일어났습니다. 책가방을 다시 메고 아버지말에 순응해야 했습니다.
“다시 한번 집을 뛰쳐 나가봐라!”
아버지는 덕철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덕철이는 엉덩이를 만지며서 불복하여 고개를 돌려 대듭니다.
“왜 참까?”
“차지 않구? 애만맸기는데 안차구 되니?”
“그럼 아버지는 누가 차야 함까?”
“내가 왜?”
“아버지두 애를 매끼잠까?”
“내가 무슨 애를?”
“어째 엄마가 붙혀보낸 돈을 다 썼슴까?”
아들놈도 어디서 들어 알고있었습니다.
“야, 임마ㅡ아버지공장에서 류동자금이 모자라서 먼저 선대해서 썼을 뿐이다.”
“그돈 찾을수 있슴까?”
“찾구말구!”
“아버지공장이 파산된다던데 어떻게 찾슴까?”
덕철이는 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방청하고 집에 찾아오는 공장종업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공장이 당금 부도직전임을 알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 덕철의 학습비용과 생활용돈은 남편에게 부치지 않고 이모에게 부쳐서 전달하게 하겠다고한 얘기도 이모를 통하여 알았습니다. 덕철아버지는 잠시 대꾸할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대꾸없자 덕철이가 반격해옵니다.
“어째 말못함까? 이것두 엄마와 나를 애매끼는게 아님까?”
“이 자식, 말새많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네 속까지 태우게 할 아버지가 아니다!”
“아니긴, 또 있슴다.”
덕철이는 말하려다가 뒤에 인석이가 따라오니 말을 하지 않고 삼켜버립니다.
“또라니?...”
덕철아버지는 가슴이 켕겨오는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그 일을 어떻게 덕철의 맘속에서 풀어주어야 할 응어리였습니다. 풀지 못하면 부자간의 관계가 버성겨지고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말을 잘 듣지 않을것이고 그러면 또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수 없었습니다. 덕철이 아버지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왜 하필 자기 공장의 회계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애에게 발각되여 곡해의 골이 생기고 깊어지게 하였는가고 말입니다.
두달 전이였습니다. 자기공장의 훌륭한 살림군이고 공장장인 자기한테 열심히 충성해오며 일해온 회계가 호주에 간 남편이 건축공지에서 뜯어낸 건축부자재를 청리하는 일을 하다가 우에서 떨어지는 철판에 머리와 가슴을 맞아 즉사하였다는 비보를 받고 까무러쳤댔습다. 쌍둥이 두 아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앞길이 캄캄해났습니다. 며칠째 음식을 전페하고 고민하다가 옥죄여오는 가슴을 열어보려고 남산으로 향하였답니다. 그때 길에서 회계원을 만난 한공장사람이 덕철의 아버지 한테 전화를 해왔답니다. 회계가 깊은 수심에 잠겨 초점없이 비틀거리면서 남산으로 가더라고 말입니다. 혹시 큰 타격에 나쁜 마음을 먹은건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에 덕철아버지는 뒤를 쫓았던것입니다. 남산밑에서 붙잡아 세우고 자기집으로 데리고갔던것입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서 반시간도 안되여 아들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때부터 덕철이는 다른 눈길로 아버지를 상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덕철 아버지는 잠자코 걸었습니다. 뒤에 따라오는 인석이도 있고하니 깊은 말은 집에가서 덕철이와 둘이서만이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덕철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버진 당원이구 간부가 아님까. 아무튼 행동을 주의하시요!”
아들은 아버지를 걱정하고있었습니다.
“이 자식 무슨 헛소리를 해? 빨리 걷지 못할가!”
그런데 덕철이는 또 한마디를 합니다.
“아브지 내가 요즘 마음이 부산해서 집에 들지 않는다구 어데가서 나쁜짓은 안합니다. 자꾸 뒤를 쫓아와서 붙잡으려 하지 마십쇼.”
“야, 임마 별것이 나쁜짓인줄 아니? 집으로 안들어오고 지각조퇴하고? 학길이와 놀고?...”
“야ㅡ그건 심심해서 그랬슴다. 가슴이 답답한데 놀지 않고 뭘하겠슴까?”
“이 자식 오늘 말이 많구나. 빡빡 대꾸두 하구? 그만 주둥이를 다물지 못할까?”
덕철의 아버지는 뒤에서 덕철의 엉덩이를 툭 찼습니다. 그래도 엉덩이쪽에 살이많아서 덜 아프기 때문이였습니다.
“아가가ㅡ이렇게 때리니 어찌 같이 있겠슴까? 엄마가 전화오면 다 대주겠슴다.”
“대줘라 임마!”
덕철아버지는 그 말에 몹시 신경이 났습니다. 덕철이는 이번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또 엄마한테 본것을 다 말하고싶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진 지켜야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갈라지는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아버지어머니늘 지키는것이 자기를 지키는것이였습니다. 헌데 어머니는 벌써 리혼까지 제기해왔습니다. 정말로 어른들의 마음은 무슨 독깨비마음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를 생각하고 같이 살아야 할것인데 그렇치 않고 둘이 티격태격합니다. 미워죽겠습니다. 골이 아파 죽겠습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마음 편히 공부할수 있겠습니까?
덕철네 집골목에 당도하였습니다. 인젠 덕철이와 인석이는 갈라져야 했습니다. 인석이는 한마디 해야 했습니다. 자기가 앞서서 찾아준 덕철이를 덕철아버지가 집에 들어가서 때릴가봐 걱적이 되여서 말입니다. 때리면 덕철이가 자기 때문에 아버지한테 붙잡혀서 맞아댔다고 승치질가봐서였습니다.
“덕철 아버지 집에가서 덕철이를 때리지 마십쇼.”
그때 덕철이는 인석이를 흘겨봅니다. 아새끼, 재수없이 알려줘가지구 이런 꼴을 당한다고 말입니다.
덕철아버지는 인석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던 약속을 지킬수 없습니다. 그새 덕철이가 또 도망할가봐서였습니다. 인석이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습니다.
“덕철아버지 난 감다. ”
인석이가 자기집으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덕철아버지는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어린애가 어찌 어른의 근심까지 다 헤아리고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애들은 어린이 같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행동을 정말 주의해야 했습니다.
7
인석이가 불빛이 새여나오는 자기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밥과 채를 챙겨놓고 기다라고있었습니다.
“찾았니?”
“녜, 찾았슴다. 헌데 가네 집에 문제가 있는것 같슴다. 덕철이가 자꾸 아버지하고 대듬다. 집에가서 맞아대지 않겠는지 걱정임다.”
“때리면 안되지, 말로 해야지.”
“아버지도 내가 대들면 때리겠슴까?”
“왜 때려! 내 고운 아들을! 고와해도 다 못하겠는데?”
“야, 신난다. 울아버지 최고다!”
인석이는 아버지가 챙겨놓은 저녁밥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잠간새에 게눈감추듯 한사발의 이밥을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펴준 자리에 누웠습니다. 아버지도 곤한지 인츰 불을 껐습니다. 불은 껐으나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습니다.
미순이는 어제밤 혼자서 집에서 잤댔고 덕철이는 어제 집을 뛰쳐나갔으며 자기집은 오늘 도적이 들고 쌍가매는 인젠 학교를 전페하였습니다. 참, 한 동네에 있는 자기반 애들네 집이 점점 말이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학교 일 이학년때에는 그냥 우수학습소조로 당선되였는데 학길이가 완전히 잘못되면서 우수소조의 칭호는 다른 소조로 옮겨갔습니다. 인석의 마음은 그냥 착잡하기만 하였습니다.
미순의 아버지가 어제밤 마작노느라고 집에도 안들어와 미순이가 혼자서 겁기에 질려 잤을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돕니다. 엄마들이 빨리 돌아와야 문제가 해결될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덕철이는 쌍가매네 집에서 자기를 찾으러 온 아버지와 함께 걸으면서 아버지도 애를 매낀다고 아버지하고 엇섰구요. 어째서 어른이 애를 매낀다고 했는지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 덕철이가 아직 어려서 아버지를 나쁘게 착각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를 일이였습니다. 미순이 같아서는 그래도 성격좋은 미순의 아버지가 자기도 귀여워 하기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볼수 있었지만 덕철이네 일은 덕철엄마가 벌어서 부친 돈을 다 썼다고 하니 자기가 끼여들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다면서 자기 앞이라 말을 하지 않던 덕철이, 그 또 있다는 일은 무슨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근자에 와서 덕철이는 원래의 자기성격이 사라지고있었습니다. 말도 별로 안하고 식품상점에서 과자나 과일이랑 사며는 제몫도 안먹고 자기네것까지 채서 먹는 일도 없었습니다. 학교까지 무단결석하는것을 보면 거거 일이 아니였습니다.
곁에 누운 아버지도 잠들지 않고있었습니다. 배우에 올려놓은 인석의 다리를 조용히 밀어내립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웃방에 들어가 되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한대 태웁니다. 어둠속에서 빨간 불이 타들어갑니다. 엄마가 한국갈때 아버지보고 술도 적게 마시고 담배도 적게 피우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담배는 신체에 나쁜것입니다. 인석이는 아무래도 충고해야 했습니다.
“아브지 자지 않고 왜 담배 피움다?”
“응, 너 자지 않고 있었구나? 알았다. 안 피울게. 어서 자자.”
아버지는 타다남은 담배꽁초를 되창문으로 뒤마당에 내다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인석의 곁에 와 다시 누웠습니다. 인석의 머리밑 베개를 잘 받추어주고 인석이를 자기품안으로 꼭 끌어안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든든한 품이였습니다. 엄마없으니 아버지 품이 엄마품 같았습니다. 의지가 되고 안정할수 있는 품이였습니다. 헌데 이 품이 덕철네 집에서는 깨지고있지 않습니까. 미순네 집에서도 어제밤 없었습니다. 쌍가매네는 없은지 꽤나 됩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인석아, 인ㅡ석ㅡ아ㅡ?”
덕철이 목소리였습니다. 덕철이가 왜 밤중에 찾아왔을가? 인석이는 아버지품을 밀치고 전등스위치를 잡아당겨 불을 켜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내복바람의 덕철이가 덜덜 떨고있었습니다. 밖은 몹시 쌀쌀했습니다. 덕철의 얼굴은 귀썀을 맞았는지 한쪽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왼쪽 입귀도 터져 피딱지가 묻어 있었습니다. 아까 쌍가매네 집에서 나오면서는 터지지 않았던 입귀였습니다. 분명 덕철이가 집에 가서 맞아댔던것입니다.
“인석아, 니 바지와 옷을 빌려달라.”
“아니 니 집에 가서두 그냥 맞았댔구나? 어서 들어오라!”
집안에 인석의 아버지가 있으니 덕철이는 얼른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다 한 동아리라고 생각되여서입니다. 또 붙잡혀서 압송될가봐서였습니다.
“덕철아, 추운데 들어와.”
인석의 아버지가 말해서야 덕철이는 들어섰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이를 가마목 따뜻한 곳에 않치였 습니다.
“왜 집을 뛰쳐 나왔니?”
그러자 덕철이는 고개를 숙이고 쿨쩍입니다. 눈물에 코물까지 어지럽게 줄줄 흘러내립니다. 덕철아버지는 하얀 위생종이로 닦아줍니다. 덕철이는 답답한 자기집의 불상사를 하소연하고싶었습니다. 허나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이가 몹씨 가엾게 여겨졌습니다. 하여 이부자리를 하나 더 내리여 펴주었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어딜 가겠니? 우리집에서 인석이와 함께 자려무나.”
그리고는 자기이부자리를 들고 웃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인석이가 데꺽 일어나 정지방과 웃방사이의 미닫이 문을 드르륵 닫았습니다.
“자식 문은 왜 닫아?”
인석이는 대답않고 전등까지 끄고는 덕철이와 둘이서 이불을 머리우까지 푹 올리썼습니다. 애들도 어른과 말못하고 자기네 끼리 말하는 비밀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너 아버지 집에가서 또 때렸구나? 내 잘못했다. 헌데 왜 대드니 가만있으면 매를 맞지 않겠는데?”
“지금 우리집이 망태기다. 엄마가 미국서 리혼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리혼은 왜?”
“우리엄마가 붙혀 보낸 돈을 우리아버지가 다 써버렸대.”
“어디에 썼길래?”
“공장에 류동자금이 없어서 먼서 선대해서 썼다는데 어찌 알아.”
“아니 외국간 너 엄마가 돈을 다 썼는지 어떻게 알아?”
“그런것 같애. 내가 소비돈을 달라구해도 전같이 주지 않아. 말로는 버릇을 잘못키운다고 으름장을 놓아두 문제는 있는거야.”
인석이는 근자에 덕철이가 자기하고도 소비돈을 여러번 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울 아재도 가만히 날 찾아왔댔어. 내가 쓸 소비돈은 엄마가 울 아버지한테 붙히지 않고 자기한테로 붙혀서 날 갔다주기로 했다구 말이야.”
“그래서 집을 뛰쳐나갔니?”
“그리구 또 있어?”
“무스겐데?”
“에씨 말하기 싫어. 어쨌든 아버지와 같이 있기 싫고 빈집이 싫어 죽겠어.”
아무리 친구래도 아버지의 꺼림직한 허점을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이는 아까 피뜩 뒤에서 들은 “또 있다”는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허나 캐고물을수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바로 또 있다는 일을 말하기 거북스러워 하고있었습니다.
“됐다. 그만 자자!”
헌데 덕철이가 다시 말을 뗍니다.
“얘, 절대로 니만 알고있어야 한다. 너하고도 말하려 안했는데 말안하고는 가슴이 답답해서 못견디겠어.”
또 있다는 일은 이런 일이였습니다. 두달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워낙 점심시간에 집으로 안가고 학교서 밥먹던 덕철이가 그날 오후에 있는 체육시간에 쓸 줄뛰기가지러 집으러 올라 갔댔답니다. 집에 도착하니 밖으로 잠그는 자물쇠가 열려져있었답니다. 집열쇠는 아버지와 둘한테만 있었으니 아버지가 온것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잡아 당겼답니다. 헌데 문은 안으로 잠궈져있어 열리지 않았답니다. 덕철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면 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면 문열것이고 도적이면 문을 열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여 우선 먼저 문열라고 문을 주먹으로 탕탕 두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답니다. 하여 이번엔 소리쳤답니다. 우리집에 도적이 들었어요! 소릴 몇번 치지 않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답니다. 아 자식아, 소린 왜쳐! 아버지다! 문연 아버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답니다. 덕철이는 무작정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답니다. 헌데 아버지가 앞을 막았답니다. 이상하여 빠끔히 열린 틈새로 들여다보니 녀자의 신발이 보였답니다. 아, 아버지가 다른 녀자를 집에 들여놓고 있었구나!
덕철이는 줄뛰기를 달라고 하고 아버지가 찾아주자 학교로 향했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미웠고 그 녀자가 누군지 궁금하였답니다. 황차 엄마도 미국서 리혼을 제기해오니 그 녀자와 상관되여 있는것 같기도 하여서 그 녀자를 죽이고싶었답니다. 엄마없이 애오라지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 아버지가 자기 아버지같지 않았답니다. 마치 자기가 밑도끝도 없는 사막광야에 던져진 기분이였답니다. 슬프고 억울하고 무섭고 성이나고 죽고싶어졌답니다. 그때부터 집들어가기 싫었답니다. 아버지 얼굴보기 싫었답니다. 그래서 집으로 안들어가면 아버지는 찾아오고 찾아오면 뛰고 붙잡히면 맞고 그랬답니다.
덕철이는 쿨쩍거렸습니다. 누구하고도 말한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인석이하고는 오늘 말했습니다. 남산의 애들중에서 인석이만은 믿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석이는 듣고나서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랬구나.”
이런 일에는 어째야 하는지 인석이도 답을 찾을수 없었습니다. 해서 생각나는대로 오늘 자기 집에 도적이 든 얘기를 꺼냈습니다.
“덕철아 오늘 재수없이 우리집에 도적이 들었어. 울 엄마가 한국서 부쳐보낸 돈을 우리아버지가 나에게 시티폰을 사주었거던. 그저께 가저 싼거야. 600원짜린데.”
“어디다 두었길래?
“책상뽀베다 두었지.”
“파출소경찰들이 왔다갔니?”
“응 왔다갔어. 경찰들이 도적발자국을 사진도 찍고 그랬어. 헌데 말이다. 우리집 문앞에서 망보던 도적놈을 내가 돌멩이로 이마를 까부셨거던. 그 놈이 대가리가 상해서 표적이 있으니 붙잡힐거라도 하더라.”
“그랬니? 니 정말 용감하다. 헌데 그 놈이 어떻게 생겼대?”
“키가 나보다 골하나는 더 크더라. 중학생같으라더라. 집안에 한 놈이 또 있었는데 망보던 놈이 소리치니 뒤문으로 해서 도망갔어. 헌데 발자국신발호수가 37호더라. 그러니 우리또래 발자국이 아니겠니?”
“쪼꼬만것들이 벌써부터 집을 털어? 총살감이다!”
덕철이는 침묵하고 잠간 있다가 다시 화제를 돌렸습니다.
“인석아 오늘 왜 우리집 말을 너하고 하는지 알지? 네가 다시는 울아버지가 찾아와도 오늘처럼 앞잡이가 되여 날 찾으러 다니지 말라구 하는거다.”
“알았다. 그래두 학교공부는 해야되구 쌍가매하고는 놀지 말라. 걘 나쁜애야!”
“공부가 어디 머리속에 들어가니? 그리구 갈데없으면 쌍가매네 집에두 가야지? 그 새끼는 그래두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우리한테 없는 놀음감들이 꽤나 있더라. 전자유희기도 있어. 말로는 자기친구것을 빌려왔다고했어.”
8
밤은 깊어갑니다. 점점 더 적막해집니다. 깊은 적막은 애들이 소리죽이고 하는 소리도 웃방에 있는 인석의 아버지 귀에 다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이때 밖에서 다급히 다가오는 인기척 소리가 났습니다. 다음 누군가 바로 인석이네 집문을 두드립니다.
“울 아버지다. 문을 열어주지 말라!”
덕철이는 자기감각으로 아버지발자국 소리를 알아맞추었습니다. 혈육은 정학한 신호감지가 있었습니다. 인석이는 웃방에 있는 아버지를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 일어나지 말아요. 가만 있어요.”
아버지는 애들끼리 오가는 얘기를 다 들었는지라 잠자코 있었습니다. 문을 여러번 두드리던 덕철아버지는 문을 열지 않차 돌아갔습니다.
빈집에 돌아가서 식장문을 열고 흰술을 꺼내여 김치쪼각에다 한잔씩 쭈욱 마시기시작했습니다. 이 집이 무슨 집인지 집같지가 않았습니다. 사는게 멋이 없었습니다. 공장이 부채를 가득지고 파산되고있습니다. 종업원들 로임을 반년이나 주지 못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의 원성이 대단합니다. 안해가 외국서 보내서 류동자금으로 사용한 돈 10만원도 바다에 던진 돌이였습니다. 안해는 미국서 리혼을 정식제출해 왔습니다.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회계도 남편이 사망하고 공장이 더는 희망이 없으니 떠나기로 작심하였습니다. 아들애한테 회계를 집으로 데리고간 일이 들키여 애는 지금 머리가 삼검불같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날 차라리 애를 집에다 들여놓아 아무일 없는 현장을 보게했던것을 그랬습니다. 애는 점점 다른 생각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있습니다. 부자간에 골이 깊어지고있습니다. 세상에 뜻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부도난 공장에서도 법인대표이니 모든 책임은 자기한테 있었습니다. 집에서 남편이고 아버지이니 또 피할수 없는 위치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생중년에 와서 일이 이렇게 골치아프게 한번에 집중되였습니다. 어떻게 할가요? 방도가 나지지 않습니다. 울컥 올라오는 맘같아서는 술을 콱 먹고 숨을 거두고 싶습니다. 허나 자기때문에 직장을 잃고 나앉아야 하는 종업원들을 생각하니 그럴수 없습니다. 아들을 생각하니 그럴수 없습니다. 안해야 리혼하겠다면 리혼해주면 그만입니다. 허나 자기를 따라 십여년간 일해온 종업원들과 자기 생명과도 같은 아들만은 버릴수 없습니다. 아들 덕철이는 자기가 일하고 살아가고 분투하는 삶의 근본이였습니다. 제발 아들만은 공부 잘 시켜 뜻대로 대학까지 보내야 했습니다. 자기능력으로 다시 다른 항목을 찾아 일어서면 됩니다. 설수 있습니다. 기업을 살구고 아들도 잘 키우고 다 미룰수 없는 자기가 떠메고 나가야 할 사명이였습니다.
쌍가매네 집에서 덕철이를 찾아낸 다음 집에 와서 때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 자식이 자꾸 대들어서 참지 못하고 또 쥐여박았습니다. 맘속에 꽉 찬 스트레스를 불쌍한 아들놈에게 분풀이를 한것 같았습니다. 덕철이는 옷도 입지않고 도망했습니다. 자기도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아대고 여러번 도망친적이 있었습니다. 어디로 도망했는지 자기를 반가워 하지 않는 가시집은 가기도 싫고 그럼 아까 찾아갔던 쌍가매네 집, 거기도 또 가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석이네 집으로 갔을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인석이는 품성이 좋은 애였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도 점잖은 분이였습니다. 인석이네 집에 갔다면 시름이 놓입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할게 아니겠습니까? 하여 찾아가니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깊은 밤중에 남의 집문을 그냥 두드릴수도 없었습니다.
그새 뚜껑열어놓은 한병 술이 반나마 사라졌습니다. 취기가 전신에 쭈욱 펴옵니다. 눈물이 저절로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돈벌어 잘 살자구 했는데 왜 이리도 안되는지? 아들 놈까지 말안들으면 무슨 살멋이 있어…”
덕철의 아버지는 혼자서 커다란 어깨를 들썩이다가 그대로 구들에 쓰러지였습니다.
9
자정이 넘어서야 두애는 곤하여 김빠진 고무풍선처럼 축 늘어지였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네 일이 남의 일같지 않았습니다. 어느 애비가 자기자식을 때려 집밖으로 쫓아내고 싶었겠습니까?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거라구 생각되였습니다. 하여 이튿날 새벽에 날이 푸름히 밝자 덕철네 집으로 다녀왔습니다. 덕철의 아버지는 옷을 입은채로 구들에서 자고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덕철인가고 일어나서 데꺽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가 들어서자 반갑고 슬프고 안스러워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른 아침에 웬 일로?”
인석의 아버지는 집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술내가 코를 찔렀습니다. 채색텔레비며 전기랭동기며 세탁기며 쏘파며 옷궤며 책상이며 그래도 갖추어 놓을것은 다 갖추어놓은 집이였습니다. 가마목에 밑굽이 거덜난 술병과 바닥난 김치그릇사라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 여러가지로 속이 상해서 술을 퍼그나 마셨나 봅니다.
“덕철이는 지금 우리집에서 자고있소. 애를 때리지 말았으면 좋겠소. 엄마없이 애비만 믿고 사는 애를 잘 보살펴야지 애들이 집나가면 길을 잘못들게 되오.”
인석의 아버지가 덕철의 아버지보다 두살 이상이였습니다.
“할말 없습니다. 그놈 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애가 어제밤에 속옷바람으로 집을 나왔소. 오늘 아침은 우리집에서 먹이고 학교를 보낼생각이니 입을 옷과 바지, 그리고 책가방을 주오.”
“아, 이거 우리애때문에 욕보게 하는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그럼 오늘 아침만 꼭 챙겨주십쇼.”
인석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부 파는 한족아줌마한테서 두부 두모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내 쌀을 일어 전기밥가마에 않치고 닭알 세개를 터치워 기름에 볶았습니다. 두부도 한모는 납작하게 썰어서 두부구이를 구이하고 한모는 정방형으로 썰어서 미역국에 넣었습니다.
“얘들아 일어나라. 학교갈 시간이 되였다.”
둘은 눈을 뜯으면서 일어났습니다. 덕철이는 자기 바지며 옷이며 가방이며가 눈에 보이자 깜짝 놀랐습니다.
“내 가방, 내 옷이 어떻게…우리아버지가 왔다 갔슴까?”
“아니다. 내가 아침에 너 집에 갔다왔다. 너 아버지를 리해하거라. 널 잃고 온밤 혼자서 술마시고…참 안됐더라. 그래도 아버진데 저녁엔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싫어요. 아버진 또 때릴거예요.”
“때리면 우리집으로 오라! 오늘 우리집도 낮에 도적이 들어 무서워 죽겠다.”
인석이가 데꺽 끼여들었습니다.
“무슨 소릴 그렇게 하니? 그래 아버지도 널 때리래?”
“아님다. 잘못했슴다.”
인석이는 혀를 홀랑 내보냈습니다. 인석이는 도적이 든 집이 저으기 무서웠던것입니다. 동무가 하나 있으면 든든할거 같아서 해본 소리였습니다.
“어서 세수하고 밥먹어라.”
인석이와 덕철이는 세수하고 밥먹었습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메고 집문을 나섰습니다.
큰길에 나서니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미순이가 아버지자전거뒤에 앉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미순아ㅡ”
인석이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달려갔습니다. 미순의 아버지는 인석이를 알아보고 멈춰섰습니다. 헌데 덕철이는 달치 않았습니다. 전같으면 먼저 부르고 지껄이면서 달려갈 애였습니다.
“인석아, 자전거에 앉겠니? 내가 학교까지 실어다 주마.”
“싫어요. 우리 셋인데요.”
“아버지 나도 내리겠어요. 걸어가겠어요.”
미순이가 자전거뒤에서 홀짝 뛰여 내렸습니다. 미순의 아버지는 시무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신 마작 놀지 말아요!”
인석이는 또 한번 당부했습니다.
“그럼, 난 간다.”
“아빠 빠이빠이.”
미순이는 어정어정 걸어오는 덕철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무단결석했으니 말입니다.
“더덕아 왜 어제 학교안왔니?”
이때 인석이가 미순이를 툭 쳐놓았습니다. 묻지말라고 말입니다. 미순이는 인석이를 흘겨봅니다. 마치 넌 혼자 알고있었구나하는 핀잔의 눈길이였습니다.
“야, 난 학교가기 싫다.”
“안가면 어쩌니? 공부가 뒤떨어져서 시험에 낙제하면 망신이잖아.”
“글쎄 그런데 가기 싫은걸 어쩌니? 너네 둘이 배워서 날 배워주면 안되니?”
“안돼, 꼭 같이 가야 돼!”
미순이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인석이도 잡아 끌었습니다. 그래도 무게가는 덕철이를 어쩔수 없었습니다. 안가겠다고 가기싫다고 서서 뻗치는데 뿌리내린 나무같았습니다. 담박 상학시간이 다 되여옵니다. 미순이와 인석이는 비지땀을 흘립니다.
“덕철아, 니가 오늘 학교 안가면 앞으로 우리손에서 맛있는 과자랑 과일이랑 달란 말을 하지 말라!”
미순이가 발까지 통통 굴렀습니다. 덕철이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네가 안가면 우리집에도 오지 말라!”
인석이가 한 말이 효력을 보았습니다. 당금은 인석이가 수요되였습니다. 집을 뛰쳐나가면 임시 거처할곳이 있어야 했습니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인석의 아버지도 좋아보였습니다. 자기 아버지도 인석의 아버지같은 사람이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되였습니다. 덕철이는 뚱기적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습니다.
“야, 시간이 다 됐다, 달차!”
셋은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미순이가 얼마 못뛰고 숨차서 서버렸습니다.
“뛰기 바쁘지, 덕철아 미순의 책가방 네가 메라!”
덕철이가 미순의 등에서 책가방을 벗겨냈습니다. 셋은 또 뛰고 걷고하면서 학교복도에 들어섰습니다. 상과는 이미 시작되였습니다. 첫 시간은 반주임의 시간이였습니다. 셋이 문열고 들어서자 반주임은 매서운 표정을 짓습니다. 애들이 자기자리로 들어가려는데 호추알같은 목청이 터집니다.
“지각하고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문곁에 서시요!”
셋은 돌아서서 문섶에 섰습니다. 마치 붙잡힌 도적처럼 고개를 숙이고 말입니다.
“왜 지각했습니까?”
인석이와 미순이는 덕철이 때문에 지각하였다고 말할수 없었습니다.
“입이 붙었습니까?”
덕철이가 발로 바닥을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자기때문에 지각한 인석이와 미순이를 욕먹게 할순 없었습니다.
“내가 학교가기 싫다고 하니 얘들이 날 교육하여 끌고 오느라고 늦었슴다.”
“아니, 학생이 학교오기 싫다니? 그게 학생의 입에서 나올수 있는 말입니까?”
선생님은 전반 학생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을 듣자고말입니다.
“아닙니다!”
말이 빠른 학생 몇이 소리쳤습니다.
“왜서 학교오기 싫은데요?”
덕철이는 전반 학생들앞에서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이와 미순동무는 들어가시오!”
선생님은 덕철이만 세워놓으려 했습니다. 헌데 인석이와 미순이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덕철이 혼자 세워놓고 들어갈수 없었습니다.
“인석동무, 미순동무, 선생님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덕철이는 인석이와 미순이한테 턱짓을 하였습니다. 들어가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냥 서있으니 벌컥 성을 냅니다.
“내 잘못인데 왜 너네까지 벌 받아야 하니? 봐라, 안오겠다는데 기어코 끌고 오더니? 너네까지 욕먹지 않니?”
“욕먹어도 일없다. 벌받아도 일없다. 하루 서 있어도 일없다. 너와 같이 학교와야 마음이 편하다!”
미순이도 어성을 높혔습니다.
“선생님, 세워두겠으면 우리 셋을 다 세워두고 들여보내겠으면 우리셋을 다 들여보내주시요. 덕철이 혼자만 세워두면 우린 들어갈수 없슴다. 요즘 덕철이 몹시 힘듬다. 선생님!”
덕철이는 자기를 두둔하는 인석이와 미순이 때문에 속에서 울컥 더운것이 치솟았습니다. 자기때문에 인석이와 미순이를 더 욕보게 할순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몸을 홱 돌렸습니다. 문 열고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옷깃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학교청사를 빠지였습니다.
“덕철아!”
“덕철학생!”
인석이, 미순이 반주임선생님이 복도에까지 쫓아나와 소리쳤으나 덕철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주임선생님은 몹시 노하였습니다. 들어가 자리에 앉은 인석이와 미순이를 한참동안 지켜봅니다
“덕철동무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요즘 아버지한테 그냥 맞아댐다.”
“왜서요?”
다른 말은 할수가 없었습니다.
“모름다.”
그러자 반주임선생님은 쌀쌀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모른다구요? 그럴수 있습니다. 허나 곧 알게 되겠지요. 요즘 들어 덕철동무의 표현이 그닥잖습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리가 산만하고 지각조퇴를 밥먹듯 합니다. 선생님은 덕철동무의 아버지하고도 자식교육에 신경써줄것을 전화로 부탁하였습니다. 덕철엄마를 빨리 돌아오래라고 통첩도 하였습니다. 부모의 보살핌이 적으면 탈선하기 쉽습니다. 덕철동무가 바로 그런 위험한 시기에 처해있습니다. 학길이 달래 그렇게 되였겠습니까? 허나 덕철이 때문에 오늘 상과를 그만둘순 없습니다.”
10
덕철이는 학교대문을 향해 쥉쥉 걸었습니다. 자기절로 눈물이 뚝뚝 굴러떨어졌습니다. 큰 대문은 이미 잠궈지고 작은 출입문만 열려져 있었습니다. 문을 지키는 40대장년이 작은 출입문 안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쿨쩍이며 다가오는 덕철이를 빤히 쳐다봅니다. 덕철이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 왜 우느냐고 왜 밖으로 나가느냐고 묻습니다. 덕철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출입문을 쑥 빠지여 단숨에 큰길로 나왔습니다.
이젠 어딜 가지? 덕철이는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립니다. 시내에 있는 외할머니집으로 가면 같이 놀 친구가 없습니다. 자기집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버지는 점심이면 맛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꼭꼭 집으로 올라옵니다. 자기와의 대화를 하려고 몹시 노력합니다. 그럴수록 아버지가 싫습니다. 어쨌든 목에 맨 붉은 넥타이와 등에 멘 책가방은 집에 갖다 벗어놓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든지 나가서 놀아야 했습니다. 덕철이는 곧추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책가방을 옷궤속에 벗어놓고 자기 옷으로 덮허놓았습니다. 넥타이도 옷호주머니에 마구 쑤셔넣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와서 벗겨져 있는 책가방을 발견할가봐서였습니다. 그리고 물독에서 찬물을 바가지로 떠서 꿀떠덕꿀떠덕 마셨습니다. 속이 좀 시원해왔습니다. 집안을 둘러보아도 심심풀이를 할만한것이 별로 없습니다. 전자유희를 놀고싶지만 아버지는 공부에 영향있다면서 한사코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니 별로 놀것이 없습니다. 그림책이며 놀이감이며 다 보고 놀아본것들이였습니다. 자극이 없었습니다. 자기혼자 있는 집이 싫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이 모여있는 곳이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쌍가매네 집으로 가고팠습니다. 걔네는 구차합니다. 사회생활보조대상입니다. 한국간 쌍가매 엄마가 처음에는 벌어서 돈을 부쳐오더니 차차 뜸해집니다. 한국남자의 눈치가 보이는지 아니면 학길이가 자꾸 거짓말하여 돈을 부쳐보내라서 인젠 진절머리가 난 모양인지? 그런데 며칠전에 학길이가 길에서 자기를 만나 기어코 자기집에 가서 전자유희를 놀자고 하여 갔다가 둘이 재밋게 놀다 왔습니다.
(가자 가서 전번에 놀다만 전자유희를 놀자. 이번엔 꼭 학길이를 이겨야 해!)
덕철이는 문을 열고 나와서 다시 문을 잠근다음 곧추 쌍가매네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찬바람이 휙휙 불어옵니다. 몸이 오싹 떨립니다. 앗췌! 재채기가 나갑니다. 몸이 해나른해나고 두다리 맥이 빠집니다. 눈뿌리가 아파나고 목에 무엇이 걸린것 같습니다.
쌍가매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훌 잡아당겼습니다. 정지와 웃방에 쌍가매는 없었습니다. 백발할머니가 구들에 허리를 꼬부리고 누워있습니다.
“학길이 어데 갔슴까?”
“오, 학교갔다.”
학길이는 아침이면 꼭꼭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간다고 나갑니다. 할머니는 그것을 밑고있었습니다. 집에 없는걸로 보니 뒤산 숲속에서 다른 애들과 같이 장난할것이였습니다.
덕철이는 문을 닫고 마을을 에돌아 학길이네 뒤마당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을 맞아 산의 나무잎들이 그루터기에 떨어져 수북이 쌓여가고있었습니다. 잎들이 떨어진 나무숲은 한결 썰렁해 보였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들은 떨어집니다. 덕철이는 산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산 중턱에 문화대혁명인지 뭔지 하는 혁명시기에 전쟁준비방지로 건설된 콩크리드 방공동이 있었습니다. 애들은 곧잘 거기서 모여놀곤 하였습니다. 아마 쌍가매도 거기서 다른 애들과 놀고 있을것이였습니다. 덕철이는 오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 씩씩거리며 산을 올랐습니다. 어쩐지 전보다 더 맥이 없습니다. 자기 통통한 몸체전체가 다 귀찮아집니다. 자기도 풀지못할 스트레스가 덕철이의 정신과 몸을 심하게 망가뜨리고있었습니다.
“이 새끼, 왜 치료비를 가져오지 않니?”
동굴어구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덕철이는 데꺽 목을 움추리고 납작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귀를 바짝 강구었습니다. 손으로 치고 발로차는 소리가 들리였습니다. 아가가 하면서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맞고 있는 애가 바로 학길이였습니다. 소학생가운데서는 누구나 무서워 하는 애였지만 누군가에겐 또 죽게 맞아대고있었습니다.
“임마, 니 새끼 때문에 내가 골이 터지지 않았니? 이 새끼? 점심에 집이 비여있다고 해놓고 무슨 아새끼 불쑥 나타났니?”
인석이네 집문앞에서 망을 보다 인석의 돌멩이에 머리가 상한 놈이였습니다. 그러면 집안에 들어가서 들춘 애는 누구일가요? 학길이? 아니 학길이가 한반 애네 집까지 털었단 말입니까?
덕철이는 소름이 쫠 끼쳐왔습니다.
“임마, 다음엔 그런 실수가 절대 없어야 한다. 다음엔 누구네 집이니? 말해라!”
또 주먹질입니다. 발길집입니다.
“또 있…있…습…다. 덕, 덕…철이라는 애와 미…미…순…이란 앰다. 아가가…”
“걔네 집엔 뭐 있니?”
“덕, 덕…철…네 아버진 공장창장임다. 들추면 돈이 어디 있을검다.”
“미순이란 간나네 집엔?”
“걔네 집에두 외국간 가네 엄마가 부쳐보낸 돈이 있을검다. ”
“좋다. 먼저 너네집에 보관해둔 전자유희기와 그 인석이랑 아네 집에서 가져온 시티폰을 지금 당장 시내 쭝관춘 옆골목 입비뚠 한족아줌마한테 가서 돈으로 바꿔오라. 다음 오후에 두집을 턴다. 예전처럼 내가 망을 보고 네가 집안을 들춘다. 알았지?”
“녜, 알…았…슴…다!”
덕철이는 앞이 캄캄해 왔습니다. 학길네 집에 있는 전자유희기도 분명 도적질한것이였습니다. 제일 억울하고 분한것은 어찌 학길이가 자기송아지친구네 집까지 턴단 말입니까? 무슨 원쑤이길래 말입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가죽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수 있단 말입니까? 멍해있을새 없습니다. 다음 순서는 자기와 미순이네 집이랍니다.
정말 사람마음을 알수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미끌어져 내려왔습니다. 마을 있는데까지 내려와서는 정신없이 학교를 향해 뛰였습니다. 빨리 인석이와 미순이한테 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11
덕철이가 헐레벌떡 학교대문앞에 당도하였습니다. 학교문앞에 있는 식품상점아줌마한테가 몇신가고 물으니 11시라고 합니다. 이제 반시간이 있습니다. 덕철이는 그 반시간을 일년맞잡이로 기다렸습니다. 끝내 점심시간을 알리는 하학종이 울렸습니다. 덕철이는 자기반으로 정신없이 뛰여갔습니다. 한반애들은 다시 나타난 덕철이를 보고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인차 인석이와 미순이를 찾아 한쪽으로 끌고 나와서 자초지종을 다 말했습니다. 인석이와 미순이는 너무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러니 학길이가 인석이네 집을 터는데 정보원이였고 참여자였습니다. 며칠전에 학길이가 다니지 않던 인석이네 집에도 놀러왔었고 덕철이네 집에도 미순이네 집에도 놀러왔었습니다. 그때 도적질할 물건을 다 살펴본거였습니다. 학길이는 인젠 완전한 아이도적이 되였습니다. 잡아야 했습니다. 꼭 붙잡아야 했습니다. 학길이도 붙잡고 그 뒤에 있는 두목도 붙잡아야 했습니다.
“덕철아, 정말이지?”
“정말이구말구?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니?”
“파출소에 알리자? 경찰아저씨들이 방법이 있을거다.”
셋은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파출소 경찰아저씨는 자상히 듣더니 확실한가고 다시 묻습니다. 덕철이는 눈이 똥그래서 정말이라고 자기가 직접 들었다고 확신적으로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경찰아저씨는 오후에 경찰을 파견하여 집안과 밖에 숨어있다가 앞뒤에서 협공하여 도적을 현장에서 붙잡는 작전을 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절대 비밀이였습니다. 아버지들 한테도 학교반주임선생님한테도 일르지 않았습니다. 세아이한테서 집열쇠만 가졌습니다. 그리고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도 아무일없는듯이 학교로 등교해있으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오후 시간은 긴장히 흘렀습니다. 한시, 두시, 세시, 네시 다섯시 다 흘러가도 소식이 없습니다. 정보가 샜을가? 그럴수 없었습니다.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는 상황소식을 알려고 하학하자마자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도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여 경찰아저씨들이 쌍가매네 집근처에 매복하여 쌍가매가 돌아오면 붙잡아서 그 선을 파헤치려고 했습니다. 헌데 쌍가매도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한주일이 지났습니다. 손자학길이가 한 주일씩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학길할머니가 지팽이짚고 손자 찾아 덕철네 집부터 미순이네 집이며 인석이네 집이며 학교며를 찾아 헤맵니다. 학길이는 밉지만 학길의 할멈은 밉지 않았습니다. 불쌍하였습니다. 쌍가매가 아무리 나쁘더라고 할머니까지 나쁠순 없습니다. 학길이를 버리고 간 아버지, 어머니가 더 나쁜겁니다. 인석이, 미순이, 덕철이는 이 동네에서 커오면서 쌍가매할머니의 사랑도 많이 받아 왔었습니다. 자기네를 얼마나 귀여워 했고 사랑해주시던 분이였는데 말입니다. 셋은 학교에서 하학하면 맛있는 음식을 싸가지고 함께 쌍가매네 집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를 위로하면서 쌍가매동정을 살피기 위한 두가지 목적에서였습니다. 쌍가매가 도적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후부턴 혼자서 상대하기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셋은 항상 동행하였습니다.
하루라는 시간단위는 너무도 짧았습니다. 허나 어김이 없습니다. 어김없이 해뜨고 해지고 밤이되고 달이 뜨고 별이 뜨고 하면서 낮과밤을 이어갔습니다.
남산은 태평성대로 자연의 흐름속에 고요합니다. 쌍가매 할머니는 손자가 나타나지 않아 가슴을 뜯으면서 더 폴싹했습니다. 허연 머리는 뭉치로 빠지고 눈확은 우멍하니 꺼져들고 입술은 부르터서 물방울이 지고 혈탕은 더 높아가고 앞은 더 보여오지 않았습니다. 이런대로 방치해두면 당뇨병종합증의 마지막 증세인 뇨독증이 와서 사망에까지 이를수 있었습니다. 할머니 몸안에서는 생명을 마감할 최후의 병이 바야흐로 만들어지고있었습니다.
아홉날째입니다. 오후 상과가 끝나자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 셋이 또 할머니가 잡술수 있는 과일과 식품을 사가지고 쌍가매네 집으로 갔습니다. 일이 있으면 항상 경찰아저씨들과의 련계를 할수 있도록 준비가 되였습니다. 인젠 학교반주임과 아버지들과도 약속이 된 상태였습니다.
쌍가매 할머니는 눈물도 말라버렸습니다. 속이 재가 되여 손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손자가 날이 어둡자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두목의 압력과 강요하에 다른 곳에가서 도적질하고 인젠 꼬리가 들어나 경찰에 붙잡힐가봐 외지로 도망가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를 보고 자기 옷들을 챙겨입고 사라지자고 나타났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덕철이와 미순이네 집을 털려던 계획을 학길이가 차마 더는 실행할수 없어서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우는 소릴하고 두목도 그곳에서 머리를 상했기에 차일피일 미루어왔던것입니다.
쌍가매는 불빛이 새여 나오는 창문틈으로 집안을 살피였습니다. 아뿔사, 집안에 착한 인석이, 꾀꼴새 미순이, 덕철이가 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인석이가 사과배를 깍고있습니다. 미순이가 흩어진 할머니머리를 빗어드리고있습니다. 덕철이가 땀을 뚝뚝 흘리면서 자기집 구들을 닦고있습니다. 순간 학길이는 가슴이 꽉 메여 옵니다. 얼마나 허물없이 다정하게 친했던 송아지동무들입니까? 아적부터 남산을 오르내리고 서로 집을 드나들면서 미순이와 자기가 잔치하는 쌔감지며 숨박꼭질이며 씨름이며 먹을것이 있으면 서로부르고 나누어 먹던 바로 어제 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에서 지나갑니다.
아빠엄마가 개좃같이 가버린후 할머니손에서 자라면서 의거할데 없는 마음 너무 허전하여 채울길 없어 공부가 집중되지 않고 학교가 싫어지고 학교안가는 쌉살개들과 휩슬리다가 지금 악독한 두목을 만나 점점 서슴없이 범죄를 갈겨대고있었습니다.
불빛이 새여나오는 집이 좋습니다. 못살아도 할머니와 같이 있는것이 좋습니다. 나쁜짓을 짓고 속이 콩알만해서 뛰고 또 뛰는 도주, 범죄, 체포, 감옥 그것이 무섭고 공포스럽습니다. 인석이 미순이 덕철이 셋이 앉아있는 모습속에 자기가 없는것이 너무나도 후회되였습니다. 인젠 저 속에 갈수없는 나쁜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습니다. 학길이는 쿨쩍이였습니다. 나가는 소리를 어쩔수 없었습니다. 눈이 메고 귀가 가도 손자의 인기척만은 손금처럼 똑똑히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뒤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청각이 좋은 미순이도 인츰 고개를 돌렸습니다.
“학길이다!”
할머니가 소리칩니다.
“학길이 뒤마당에 있슴다!”
미순이도 소리쳤습니다. 셋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행동이 빠른 덕철이가 뒤문을 활 열었습니다. 학길이는 창문곁에 붙어섰다가 반사적으로 어둠속으로 피했습니다. 허나 땅바닥에 널린 돌을 빗딛고 쿵하고 넘어갔습니다. 덕철이가 뒤쫓아 쌍가매의 허리를 잡았습니다.
“학길아?”
“놔라!”
학길이는 몸을 비틀면서 팔굼치로 덕철이의 턱을 쳤습니다. 턱이 아파났습니다. 그래도 허리를 놓치 않았습니다. 이때 어둠속에서 다른 키큰 그림자가 언뜻 하더니 덕철이는 허망 뒤로 벌렁 넘어갔습니다. 그 놈의 발길에 가슴을 채웠던것입니다. 찰나 인석이가 뒤마당에 놓여있던 삽을 들어 키큰 놈을 후려 갈겼습니다. 바로 이마에 흰 붕대를 감은 놈이였습니다. 학길이를 자기집에 들여보내 들추게 하고 집문앞에서 망보다 자기 돌멩이에 이마가 부서진 놈이였습니다.
“어쿠ㅡ”
두목은 어딘가 되게 맞은것 같았습니다. 묘하게 인석이가 뿌린 돌에는 이마를 맞았고 내리친 삽에는 어깨를 맞았습니다. 두목은 악이나서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학길에게도 칼이 있었지만 뽑지 않았습니다. 덕철이는 다시 일어나 학길이의 팔을 잡았습니다. 두목이 덕철이의 가슴을 향해고 칼을 날렸습니다. 찰나 학길이가 덕철이를 밀치면서 두목을 등지였습니다. 덕철이가 칼에 다치여 상하게 할수 없었습니다. 그 바람에 칼은 덕철의 가슴에 가 박히지 않고 쌍가매 잔등에가 박히였습니다.
미순이는 집안에서 학길네 전화로 경찰에 알리고 세아버지들에게 알리고 달려나와 젖먹던 힘을 다하여 소리쳤습니다.
“도적이예요! 도적잡으세요!!!”
녀자의 무기는 소리치는것이였습니다. 샘물같이 아름답던 목소리가 밤하늘을 치째고 남산의 나무들이 진동하여 잎사귀를 떨어뜨릴 정도로 터져나왔습니다.
두목은 소리치는 미순이를 향해 표범처럼 덮쳐왔습니다. 칼날이 미순의 가슴복판을 향해 날아가는데 앞을 못보는 학길이 할머니가 “학길아 이게 웬 일이냐?” 하면서 무작정 정신없이 덮치여 대신 칼은 할머니의 왼쪽가슴을 치째고 지나갔습니다. 할머니는 그래도 계속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학길이를 찾습니다.
“학길아…”
“할머니!”
학길이는 덕철이를 밀치고 할머니를 부추켰습니다.
“할머니?...”
“학길아, 내 불쌍한것아. 도대체 어디갔다 왔어? 왜 이리 소란들이냐? 어서 집에 들어가자!”
이때 주위에서 어른들이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습니다.
“쌍가매야 빨리 뛰자! 붙잡히면 감옥이다.”
두목은 상황이 심상치 않차 36계 줄행랑이라고 무작정 산우로 기여올랐습니다. 학길이도 눈에 달이 올랐습니다. 할머니를 부추키는 자기의 손에 뜨거운것이 감지되고있었습니다. 피였습니다. 할머니가 칼에 찍혔습니다. 개같은 악독한 두목의 칼에 자기 할머니가 찍혔습니다. 자기가 애오라지 믿고 살아갈수 있는 할머니가 찍혔던것입니다. 순간 학길이는 캄캄한 하늘에 대고 사자처럼 표효하였습니다.
“아ㅡ아ㅡ아ㅡ”
너무도 어린것이 너무도 짧은 생애에 너무도 많이 닥친 불행때문에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울부짓는 무서운 표효였습니다.
“저놈을 놓쳐서는 안된다!”
인석이는 도망치는 두목을 쫓으면서 소리쳤습니다. 학길이도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덕철이가 어느새 두목의 한쪽 다리를 냉큼 잡고 번져졋습니다. 학길이가 또 다른 한쪽 다리를 잡고 번져졌습니다. 놈은 두발을 단말마적으로 버둥거리면서 몸을 탈았습니다. 학길이는 놈의 허리를 향해 찔렀습니다. 동시에 놈의 칼이 학길이의 목의 대동맥을 찔렀습니다. 찰나 인석이의 삽날이 놈의 손을 여지없이 갈기였습니다. 놈은 칼을 떨어뜨리였습니다. 세 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두목은 그자리에서 결박되였습니다.
모든것이 잠간 새였습니다. 허아 생사박투였습니다. 아버지들이 상한 할머니와 학길이를 구하기 위하여 120구급차를 불렀고 미순이가 련락한 파출소 경찰들이 경보기를 울리면서 들이닥치였습니다. 인석이는 학길이를 품에 안고 목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상처구멍을 죽으라고 막았습니다. 할머니는 학길이의 팔을 잡고 락노하였습니다.
“학길아, 어이구 내 손자야…어데 갔다 왔나? 피가 나는구나?...널버리고 간 애비에미 벼락맞을거다.”
인석이가 아무리 눌러도 피는 손가락사이로 계속 흘러나오고있었습니다. 학길이는 숨이 더 가빠졌습니다. 피묻은 손으로 자기 호주머니에서 자기가 도적질하였던 인석의 시티폰을 꺼냈습니다. 인석의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두목이 돈으로 바꾸라는것을 꺼림직하여 자기가 쓰겠다고 남겨두었던것입니다. 인젠 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네 번호 그대로야. 내가 몇번 사용했어. 나, 나…쁜…애…야…”
“아, 아니다…이제부터 좋아질수 있다. 학교두 가구 중학교두 입학하구 소조공부두 하구…미순의 노래두 듣구…덕철의 무협동작두 보구…”
세 아이는 울었습니다. 그렇게 밉던 학길이가 너무너무 안되였습니다. 불쌍하였습니다. 빨리 구해야 했습니다. 세 아버지도 입술을 피나게 깨물었습니다.
학길이는 피를 다 흘렸습니다. 구름속에 잠긴 하늘의 어렴풋한 쪼각달은 너무너무 추워서 몸을 오싹 떨면서 영 구름속에 사라졌습니다.
......
2009년 10월 28일
연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