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룡호
http://www.zoglo.net/blog/sunlonghu 블로그홈 | 로그인
<< 5월 2024 >>
   1234
567891011
12131415161718
19202122232425
262728293031 

방문자

홈 > 전체

전체 [ 94 ]

54    사랑이 그리운 날 댓글:  조회:1257  추천:13  2011-01-05
[단편소설] 사랑이 그리운 날   1 창문밖에서 눈송이가 흩날린다. 할멈은 침대에 앉아 걱정어린 눈으로 창밖을 내다본다. 올해따라 자주 내리는 눈이다. 눈이오면 한해가 다 간다. 아적부터 내리는 눈을 보면서 커왔고 인젠 눈처럼 머리가 다 희였다. 빠른것이 세월이였다. 할멈은 아들 셋, 딸 하나를 낳고 기르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큰 아들이 50살을 넘었다. 자식들은 다 성가하여 따로 집잡고 살고있다. 할멈은 새해면 75섯살을 먹게 된다. 자식낳고 키우면서 얻은것이 무릎관절염과 신경성고혈압이였다. 자식들의 구석구석을 다 챙기면서 써온 신경이 때론 혈압이 올라가는것으로 나타났다. 혈압은 자식들을 위해 신고해온 어머니의 사랑의 척도였다. 늙어가는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신경도 덜 써야 혈압이 올라가지 않을수 있다. 그러나 부모란 자식때문에 살거늘 어찌 신경쓰지 않으랴? 어찌 혈압이 오르지 않게 살수 있으랴? 두해전에 한국간 큰 아들이 기다려진다. 매달 두번씩은 꼭꼭 전화해왔었는데 인젠 두달째 전화한통 없다. 일이 바빠서일가? 아니면 다른 사고가 생겼을가? 대학졸업한 아들을 장가보내겠다고 앓는 안해를 집에두고 두해전에 나갔었다. 여기있을 때에는 그래도 젊어서 재정학교를 나와 평생 회계로 일해왔었는데 한국에가서는 건축공지에서 일한단다. 일자리가 없는 모양이다. 육체로동을 못해본 그가 삐쳐낼지? 병들어 올지? 사고를 칠지? 걱정이 태산갔다.  둘째는 30만인구를 가진 시의 시장이다. 달포전에 미국고찰을 떠난다면서 한번 왔다갔다. 보름있다 온다고 했다. 인젠 올때가 되였다. 왔는지 안왔는지 보고싶다. 세째는 십년전에 귀신에게 홀렸는지 목돈을 번다면서 머나먼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앙골라란 나라로 배타기를 갔다가 사라져 지금까지 종무소식이다. 혹시 불쑥 문떼고 엄마 나왔어 하면서 나타날것만 같다.   세째의 아들 금석이가 대학서 탈없이 공부잘하고 당뇨병으로 매일 이도수를 맞는 막내딸이 치료에 좀 차도가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이미 대학나오고 장춘에 분배받아 일하는 큰 손자와 청도 어느 복장유한회사에서 디자인설계사로 일하는 손녀가 보고싶었고 지금 한창 고중공부를 하는 외손녀가 기다려진다. 정말로 낳은것 만치 잊을수 없고 살아온것 만치 걱정이 태산같았다. 게다가 추운 겨울이면 눈이 펑펑 쏟아져 길이 미끌어서 바깥 출입도 할수 없다. 늙어서는 밖에서 넘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쉽상이였다. 집에 갇기여 있으면서 사는 재미는 애오라지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드나들때뿐이다. 할멈은 항상 머리맡에 큰 아들이 5년전에 갖다준반도체라디오를 머리맡에 놓고 듣는다. 큰 아들 단위에서 선진공작자가 되여 선물로 탄것이였다. 반도체는 작아도 세상소식을 다 전해왔다. 정말로 심심하지 않는 좋은 동무였다. 저녁이면 텔레비도 본다. 세상소식을 귀로 듣고 눈으로 보고는 그것들을 다 자식과 손자손녀들께 련계시켜 세상의 기쁨이 가족에 이뤄지고 세상의 불행이 가족과 멀었으면 했다. 혹 가버린 령감이 부럽기도 했다. 령감이 살아있을 때는 그래도 동무가 되여 대화도 하고 고독한 줄도 몰랐었지만 령감이 갑자기 심장병으로 가버리니 마음이 한적하고 쓸쓸하여졌다. 령감은 젊어서 그렇게 잘나고 날파람 있고 집을 까맣게 잊고 밖에 나가 바람도 피우더니 늙어서는 기력이 빠져 제 로친이 중한것을 알고 서로 20년 의지하며 그저 로친밖에 없다고 애오라지 로친만을 마음에 담고 붙들고 지냈었다. 사람이 가버리니 정말 가버리였다. 세상걱정 안하고 다 털어버리고 가버리였다. 생각해도 올수 없고 불러도 올수 없는 그런 곳으로 가버리였다. 령감생전에는 자식들 문제를 함께 걱정하니 머리도 덜 아팠었다. 헌데 지금은 혼자서 다 걱정해야하니 혈압이 자주 오른다. 아플때는 령감처럼 훌 죽고도 싶었다. 심장병은 좋기도 했다. 죽는 사람이나 산사람이나 다 좋았다. 깜쪽스레 죽으니 죽는 고통이 적었고 병원비도 안들고 길게 앓치 않으니 자식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아 좋았다. 고혈압은 자칫하면 중풍이 올수 있었다. 풍이 오면 대소변을 보면서 누워서 뭉개야 했다. 그러면 자식들이 시발을 들게 되는데 애로가 적지않다. 훌 뇌출혈이 크게 와서 며칠 코를 골다가 죽으면 좋으련만! 다 자식들과 말못하고 가끔가다 혼자서 하는 생각이였다. 정말 늙으면 기다려지는것이 죽음이였다. 어떻게 죽겠는가도 자연히 생각드는 하나의 숙제였다.     오늘도 침대에서 창문으로 눈송이가 내리는것을 어렴풋이 내다보고만 있었다.   앙증맞은 둘째며누리는 정말로 남편이 없으면 영 발길을 끊을 작정인것 같았다. 남편이 미국떠난 후 달포간 전화한통 없다. 할멈은 바라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명색이 둘째며누리여서 혹 떠올리군 하였다. 둘째가 이미 몇해간이나 련애하고있던 앞마을 춘자가 너무 마음에 들고 두집사이에서도 혼사에 대해서 말이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 둘째가 대학필업하고 돌아오자 불쑥 소개들어와서 결국 구불어온돌이 박인돌을 빼버린 격이되였었다. 할멈은 처음부터 너무 화사한 멋부림이 싫었었다. 분장은 마음의 차림새이니말이다. 할멈이 극구 동의하지 않차 어느날 둘째가 배가 불룩한 그녀를 데리고 나타났다. 아까지 임신했는데 결혼을 해야겠다고 말이다. 할멈은 억이막혔지만 방법이 없었다. 춘자는 울면서 가버렸고 그녀는 그렇게 둘째며누리가 되였다. 고부간은 이렇게 앙숙이 되고말았다.      그래도 큰 며누리가 무던했다. 몸이 아파 그냥 약을 달고 있어서 걱정이였다. 할멈은 아버지없이 잘 자라 길림대학서 공부하는 손자금석이의 전화도 기다려졌다. 벌써 묵은해가 지나가고 새해가 시작된지도 반달 넘었다. 대학교서는 해마다 일월이면 기말시험을 친다. 잘 치면 손자는 곧 전화를 해온다. 그러면 그렇게 좋을수 없다. 요즘 전화가 올때인데 말이다. 막내딸은 하루 오전 오후 두집을 청소하고 끝나는 길로 꼭 들린다. 아직 몇 시간은 지나야 했다. 갑자기 켜놓은 방송에서 녀 아나운서가 어느 시의 시장이 권력을 람용하여 몇천원만원을 챙기여 공직에서 쫓끼고 무기도형을 받았다고 보도한다. 둘째가 아니였다. 우리둘째는 그럴수 없었다. 허나 근심이 된다. 왜 자꾸 이런 근심이 드는지 쫓을수 없다. 이럴때면 심장이 풍풍 뛰고 집이 빙빙 돈다. 메슬겁다. 혈압이 또 오른다. 혈압약을 찾아 먹어야 했다. 혈압약은 바로 마중켠 책상빼랍안에 있었다. 거기로 다가가야 했다. 그러자면 또 일어나야 했다. 어지러워 일어설수 없었다. 일어나려다가 다시 혈압이 오르면 뇌혈관이 터질수 있었다. 며칠전에 자기처럼 고혈압으로 앓고있던 화토치기 동무 웃집 할멈이 위생실에서 뒤를 보느라 힘을 끙 쓴것이 뇌혈관이 터져 사망하였었다. 늙으막엔 혈관이 싹 로화되여서 자주 고장이 난다. 그 고장이 죽는 일과 직접 련계된다. 이럴 때 침대에 가만히 누워 눈을 꼭 감고 있는것이 상책이였다. 눈뜨면 집이 빙빙 도니말이다. 할멈은 침대에 누워버렸다. 곁에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몹씨 바랬다. 령감이 있을 때도 한달에 두어번씩은 혈압이 올라 쓰러졌었지만 그래도 령감이 고혈압내리는 약을 입에 넣어주고 물을 갖다주어 살아나군 하였었다. 오늘은 누구도 곁에 없다. 자식이 넷이나 되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자식탓보고 싶지 않다. 다 살자고 박에서 헤매고 있지 않는가? 가만히 누워서 안정시키면서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오늘은 좀 느낌이 이상하였다. 더 어지럽고 메슬거웠다.   2    할멈의 큰 아들은 한국서울구로동의 어느 지하 손바닥만한 구들우에 바른 쪽 다리 발목부터 무릎까지 석고하고 누워있었다. 두달전에 공지 일층바닥에서 세멘트가마니를 메고 삼층까지 올라가는 작업을 하다가 2층과 삼층 굽인돌이에서 휘청거리면서 발을 잘못디딘것이 몸체가 아래로 꼰지였다. 등에 멘 세멘트가마니를 상관할새 없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가름대를 잡았는데 몸체의 체중이 아래로 쏠리면서 그대로 떨어졌다. 두발이 땅에 닿는 순간 바른 발이 땅바닥에 있는 나무쪼박을 디디면서 옆으로 곱디뎠다. 그 자리에서 퉁퉁 붓겨났다. 좀체로 디딜수 없었다. 같이 일하는 동포들이 업고서 린근병원으로 달려갔다. 사진을 찍으니 발목량쪽뼈가 끊어졌다. 수술하여 못쓸 뼈는 꺼내고 자리를 맞추어놓고 재생가능한 뼈는 고정시켜놓았다. 그리고 철심을 넣고 붕대를 감고 석고하였다. 수술과 치료비에 벌써 5천만원이 들었다. 한달에 백오십만원을 넘어 받았었는데 두해번 돈을 다 처넣고도 모자랐다. 다행히 사장님이 보험회사로 찾아다니면서 쑥덕쑥덕 하여 보험금 천만원을 보충해 주었다. 돈벌러 왔다가 상하여 누워있으면서 돈만 축냈다. 자기 꼴이 왜 이런지 답답하기만 했다. 집에서 안해가 전화가 오면 잘 있다고 잘 번다고 거짓을 고했다. 알면 속타할 안해이니 말이다. 엄마에게도 집에 형제들에게도 사고소식을 전하지 않았다. 오늘따라 작은 집이 더 갑갑하다. 숨이 콱콱 맠힌다. 두달간 누워있으니 상한다리가 약해지는것 같았다. 석고를 떼고 지팽이를 짚고 밖에서 걸어다니고 싶었다. 의사는 이제 뼈가 붙은 다음 한번 수술을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철심을 빼내야 하니말이다. 학철이는 안해가 보고싶었다. 안해가 곁에 있었으면 했다. 고정한 다리를 가지고 행동이 불편했다. 먹고자고누고 모든것이 불편했다. 안해의 살뜰한 손길이 그리웠다. 허나 생각뿐이다. 말할수 없다. 안해가 알면 혼도해버릴것이니말이다. 자기도 약한 체질이지만 안해는 더 약한 체질이였다. 그 체질가지고도 한국으로 돈벌러 나오겠다고 하는것을 자기가 막아나서서 결국 자기가 나오고말았다. 켜논 텔레비에서 뉴스가 보도되고있었다. 어느 나라 백발 할머니가 집에서 숨진지 한달만에 옆집에서 불이 나면서 불끄러 온 소방대원들에게 발견되였단다. 엄마는 1934생이였다. 관절염으로 몸운신이 불편하였고 고혈압으로 뇌출혈이나 중풍을 조심해야 했다. 지금 어머니는 집에 혼자 있다. 자기안해를 비롯한 다른 형제들이 자주 들릴것이였다. 그래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싶었다. 어머니한테 전화를 못건지도 두달이 넘는다. 이상하게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자면 설음이 욱 솟구치면서 어릴때처럼 눈물이 앞서고 목이 멘다. 그런 상황에서 전화를 걸수 없었다. 얼마나 자기전화를 기다리는 엄마일가? 그래도 오늘만은 엄마한테 전화를 걸기로 맘먹었다. 그저 엄마목소리만 들어보아도 만족이였다. 길게 말하면 전화비가 올라갈것이고 말이 길면 자기감정을 억제못해서 울수도 있었다. 그러면 자식의 미세한 행동에도 뭔가를 느낄줄 아는 엄마한테 또 자기사고소식을 실토정해야 했다. 울지말자. 점잖게 일이바빠 전화를 못했다고 하자. 절대로 걱정거리를 보태주어서는 안되였다. 엄마한테 전화하고 나서는 대학서공부하는 조카 금석이한테도 전화를 걸어보려 하였다. 기말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냈는지 궁금해냈다. 3    할멈은 눈을 감고 둘째 아들을 떠올리고있었다. 둘째는 떠나기 전날 찾아와 보고서도 공항에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자기가 없는 동안 무사하라고 말이다. 례절이 바른 자식이였다. 이상하게 전과달리 싹싹해졌다. 그러니 또 근심이 간다. 제발 아들이 타고날고오는 비행기가 사고가나지말라고 믿지않던 하느님에게 매일 기도를 드리였었다. 둘째는 미국서도 전화를 해왔었다. 그래도 이 집 네 자식중에서 가장 출세한 자식이였다. 둘째는 건축대학교를 나오고 건축설계원에 분배되였다가 시정부건설관리국으로 전근되여 도시건축사업에 장끼를 보이면서 능력이 인정되여 시장자리에까지 올랐다. 일이 매우 바빴다. 엄마는 텔레비에서 드문드문 아들이 시안의 곳곳을 시찰하는 모습을 보군하였다. 그러때마다 시장을 길러낸 가슴이  뿌듯하였다. 둘째가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헌데 내내 근심스러운것은 아적부터 욕심이 많은것이였다. 형제중에서 제일 욕심이 많았다. 일반 백성이면 욕심이 많은들 어쩌랴? 당의 간부로서 좋은 욕심은 많아도 물의가 안되지만 나쁜 욕심은 절대로 금물이였다. 착오를 질수도 있었다. 그래서 내내 사업은 잘 하되 권력욕심, 돈욕심은 부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였었다. 그럴때면 둘째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자기는 인젠 아이가 아니라고 절대로 엄마가 걱정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말하군 하였었다.      둘째는 오늘 북경서 비행기로 날아왔다.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장막이 다 진 뒤였다. 배웅나온 사람들은 시의 골자들이였다. 시빈관에서 저녁 식사를 마련하였다. 갔다온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여 개괄적으로 설명하였다. 이제 전문회보회의를 따로 해야 했다. 고찰의 피곤을 풀라고 다른 행사는 안배하지 않았다. 곧추 집으로 갔었다. 집에 도착하니 달포간 보지 못한 안해가 어린애처럼 반긴다. 보고싶었다고 눈에 그리움이 꽉차있다. 둘째는 안해를 끌어않았다. 그리고 안해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보름 보지 못한것이 그 어떤 강한 욕정을 불러 일으키였다. 안해는 남편의 것옷을 받아서 옷장안에 걸어둔다. 이때 집 전화가 울리였다. 안해가 먼저 받았다. 받고는 반색하면서 남편에게 넘겨준다. 건축설계원원장으로 일하고있는 자별한 대학친구였다. 미국고찰직전에 시정부에서 열린 개발구건축물건설임자경쟁에서 치렬한 경쟁을 거쳐 통과된 동방부동산개발회사 사장이 고맙다고 작은 인사로 시장이 없는 집에 약소한 선물을 보냈으니 잘 받아달라고 하였다. 둘째는 전화를 놓고 안해에게로 머리를 돌리였다. 그런 일이 있는가고말이다. 안해는 눈치차리고 남편의 서재로 들어갔다. 둘째도 따라들어갔다. 안해는 책궤아래상자 열쇠를 연다. 그 안에 배가 불룩한 까만 가죽가방이 있었다. 쟈크를 여니 만원짜리 돈뭉테기가 꽉 차 있었다. 둘째의 눈은 휘둥그래졌다. 이런 돈을 받은 안해가 미워났다. 안해는 남편의 심상치 않은 눈살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였다. 이돈을 다쳤는가고 묻자 지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겁기에 질려 사시나무떨듯 떨었다. 둘째는 긴 한숨이 나갔다. 이 돈을 받아야 하는가? 개발구건축투자가 1억이 넘는다. 그 공정을 맡은 부동산개발업주는 당연히 목돈을 벌것이였다. 그가 버는 수익에 비하면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였다. 황차 가장 절친한 친구가 처음부터 개발업주와 내통하고 전개해온 일이였다. 돈받고 해준 일도 아니고 사후에 고맙다고 보내온 돈이니 별문제였다. 탈이 있을수 없었다. 친구도 이미  제몫은 챙겼을것이였다.   둘째는 목욕을 하겠다고 안해한테 눈치했다. 안해는 얼른 목욕실에 들어가서 청소해놓고 욕조가마에 온도가 맞춤한 더운 물을 꼴똑 탈아놓았다. 남편은 더운 물에 몸을 불구기를 즐기였다. 이 습관은 아적부터 엄마의 손에서 형성된것이였다. 아적에 엄마가 큰 대야에 더운 물을 꼴똑 채워놓고 형제들을 하나씩 목욕시켜주던 일이 즐거웠다. 인제는 엄마가 아니라 안해가 등을 밀어준다. 안해는 엄마가 하던 일을 대신해준다. 아니 사랑의 등밀이를 하는것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집에 와서 알몸을 더운 물에 잠그고 머리를 쉬우는 휴식은 그대로 쾌락이였다.  그런데 오늘 이상했다. 전과 달리 더운 물에 들어가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자꾸 그 까만돈뭉테기 가방이 눈앞에 떠올랐다. 이런 돈은 받으면 안되는데? 그런데 쉽게 물리칠수가 없다. 이때 중뿔나게 소학교 6학년때 영화보러 갔다가 영화관 문어구에서 누가 떨어뜨린 십원짜리 돈을 주어 집으로 돌아갈때 형제들과 함께 먹으려고 사탕이며 과자며를 사가지고 돌아왔다가 엄마한테 욕본 일이 상기되였다. 형제들은 좋다고 사온것을 먹으려 했지만 엄마는 기색이 전혀 달랐다.  둘째한테 사탕과 과자를 살 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무슨 돈으로 샀단 말인가? 엄마가 따지니 둘째는 입이 뿌죽해서 영화관문앞에서 주은 돈으로 샀다고 이실직고하였다. 그러자 엄마는 아들을 데리고 나섰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관책임자를 찾아서 주은 돈이라면서 임자한테 다른 돈 십원을 돌려주고 돌아왔었다. 이번 일도 엄마가 알며는 절대로 용서가 될수 없는 일이였다. 엄마는 항상 착오를 지지말라고 당부해 왔었다. 이번 돈만은 아무런 문제가 없을것이였다. 이상하게 자꾸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가지고싶었다. 두고싶었다. 안전한 돈이 생겼는데 왜 마음이 편하지 않을가? 왜 이 시각 자꾸 엄마가 생각날까? 그래 엄마한테 가보아야 했다. 형님도 한국가고 없다. 이때 안해가 등을 밀어주겠다고 젖싸개와 팬티바람으로 들어섰다. 중년을 맞은 안해의 풍만한 젖가슴에 눈길이 갔다. 다이어트에 신경쓰는 안해의 잘룩한 허리와 미연하게 튀여나온 둔부의 곡선미, 그리고 눈송이처럼 하아얀 피부가 미국백인을 련상시킨다. 달포간 떨어져 있은 그리움에 욕구가 더 강하게 솟구쳤다. 안해도 마찬가지였다. 헌데 남편은 욕구와는 다른 말을 먼저 물어왔다. 자기가 없는 동안 엄마한테로 갖다 왔는가고 말이다. 안해는 갔다오지 못했다고 머리숙이면서 입안소리로 우물거렸다. 남편은 지레 얼굴이 서리맞은 상추잎처럼 처지였다. 자기가 없을 때 자기엄마한테 효성을 보여야 진짜인데 그렇치 못했다니 대단히 실망이 되였다. 안해가 등을 밀어주겠다는것을 거절했다. 남집에서 들어온 녀자는 마음도 남인가보다. 허나 욕할수 없었다. 자기는 친아들이 아닌가? 자기도 사업때문에 자주 들려보지 못하는 상황이였다. 안되였다. 미안했다. 가보아야 했다. 자기가 호로자식같았다. 죄인같았다. 당장 엄마한테로 가보아야 했다. 엄마가 침대에 누워 앓고있는것 같았다. 그래서 안해보고 엄마한테 전화해 보라고 소리쳤다. 안해가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하자 둘째는 상서롭지 못한 느낌이 들어 마른 수건으로 머리며 몸이며를 대충 문지르고 안해가 받쳐주는 속벌부터 갈아입고 나들이 옷을 부랴부랴 주어입었다. 남편의 눈치를 잘 아는 안해도 급기야 옷을 주어 입었다. 둘다 그냥 자기들이 입던 자기옷을 입는데도 옷이 똑 마치 남이 입던 옷처럼 생소하게 느껴지였다. 마음이 불안하니 그 마음을 포장하는 몸둥이도 남의것 같고 그 우에 입어대는 옷도 아주 어설펐다. 남편은 같이 가려는 안해는 상관않고 문을 열고 나갔다. 안해는 뒤에서 따라 나오면서 같이가자요 하는데 쥉쥉 혼자서 자가용을 몰고 달아났다. 안해는 눈물이 핑 돌아서 택시를 불렀다.    4 할머니의 사유는 흐리멍텅해 지고있었다.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데 장춘길림대학가서 삼학년을 다니는 세째의 아들 금석이가 좋은 학습성적을 내고 자랑스럽게 전화를 걸어오는것 같은 환각에 빠지였다. 전화기는 바로 저 책상우에 있는데 그리로 갈수 없다. 전화소리가 나는것 같아서 자꾸 그리로 눈길이 갔다. 세째는 아때부터 밖에 나가 돌아다니기 좋아하고 모험을 즐기더니 결국  손자가 열두살나는 해에 돈벌이로 아프리카 남서부에 있는 앙골라로 갔었다. 1600키로메터 해안선에서 배타고 고기잡으며 돈버는 일이였다.  떠나는 날 제 아들 금석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아들아 난 돈벌고 넌 공부하고 우리둘이 내기하자 그리고는 훌쩍 떠나버렸다. 그렇게 떠나버린것이 지금까지 종무소식이였다. 함께 갔던 동료들은 다 돌아왔지만 세째만은 돌아오지 않았었다. 배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았다 한다. 전해 들은 소식에 의하면 선원들이 한주일 휴가를 맡고 앙골라 수도 루안다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젠 10년이 지났다. 손자는 대학3학년이다. 학년에서 학습성적이 으뜸이다. 매양 좋은 성적을 따낼때면 할머니며 큰 아버지며 작은 아버지며 고모며 사촌형님에게 전화로 알려온다. 자기가 성적내면 그렇게 좋아하는 혈육들이니 말이다. 그런데 오늘은 별로다. 자기보다 성적이 낮은 반애들도 부모들이 찾아와서 불러내가 고무하고 축하한다. 얼마나 불쑥 아버지가 나타났으면 하고 십년을 학수고대해왔던가? 그렇게 강의한 아버지가 소리없이 지구에서 사라질수 없었다. 이렇게 악쓰는 아들을 두고 말이다. 엄마는 기다리다가 결국 아들을 대학교에 붙혀놓고 한국으로 나가고 말았다. 떠나는 며누리의 손을 잡고 할머니는 눈물을 흘렸었다. 소식 없는 남편을 그냥 기다리지 말고 좋은 남자가 생기면 가라고 말이다. 남집 귀여운 딸을 며누리로 받아들여 손자 낳아주고 키워주고 대학보내면 자기할일을 다하였으니 인젠 자기인생을 살라고 부탁하였었다. 금석이는 엄마에 대하여 조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엄마인생을 존중하고 엄마의 선택을 존중하여 다른 아버지를 한다면 아버지라고 방법없어 부르겠지만 그 아버지의 신세는 지고싶지 않았다. 자기한테는 태양같은 할머니가 있다. 자애로운 큰 아버지와 큰 어머니가 있다. 아버지가 없는 시절 할머니의 집에서 자라면서 쩍 하면 달려간 곳이 또 큰 아버지네 집이였다. 물론 세살이상 형님이 있어 동무도 되고 해서 갔었지만 자기가면 그렇게 반가워하고 좋은 음식 챙겨주고 품에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잠재우고 소비돈도 꼭꼭 챙겨주며 아버지없는 설음을 깡그리 잊게 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아버지는 급이 제일 높았다. 그때 건설국 과장이였고 후에 국장이였으며 오늘은 시장이 되였다. 그래서 어데가서도 애들끼리 자랑할때면 둘째 아버지가 올라가는 급별에 따라 처음에는 과장이라고 했고 후에는 국장이라고 했고 오늘은 시장이라고 자랑하였었다. 자랑을 하면서도 마음은 석연치가 않았다. 둘째아버지는 친절하지 못하였다. 따뜻하지 못하였다. 자기가 가도 그저 왔나하고 한마디 하고는 서재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았었다.  둘째 아주머니는 찬바람이 부는 녀자였다. 키가 쭈욱 빠지고 예쁘장하게 생기였다. 얼굴화장과 옷치장에 무척 신경을 썼었다. 자기가 가서 상우에 내놓은 여러가지 과일을 보면 먼저 둘째아주머니의 눈치부터 살폈다. 어느 땐가 먹고싶은 복숭아가 있어서 한번에 다섯개를 먹어버렸더니 눈을 흘기면서 나머지를 치워버리였었다. 마치 배가고픈 거지가 자기집에 와서 음식을 축 낸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사촌누나는 그래도 자기를 아끼고 역세들이하면서 엄마와 대들기도 하였다. 학교갈 때면 집에 과일을 자기가 먹겠다고 하면서 가방안에 넣어가지고는 할머니네 집으로 달려와서 금석에게 주고가군 하였다. 차가운 부모와는 다른 누나였다. 꼭 자기가 커서 배로 보답해주고싶은 누나였다. 금석이한테 아무조건없이 자상하게 챙겨주는 고모가 있었다. 아빠없이 자라는 금석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고 주눅이 들가 봐 자기를 항상 제일 똑똑한 조카라면서 금석의 엄마가 일이있을 때면 학부형회의에도 적극 참가했었고 가족이 모인 곳이나 동료들이 모인 곳에서도 금석의 자랑을 늘여놓았었다. 어떤 때는 너무 자랑이 과하여서 얼굴이 째빨개질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고모가 자기 삶의 빈구석을 막아나섰기에 성격은 죽지 않고 하면 된다, 내가 누구보다 총명하다, 제일이다는 의식이 도도히 흐르면서 누구와도 뒤지지 않고 공부에 열심하여 중점대학에까지 붙을수 있었다.    금석이는 오늘 이상하게 아버지가 보고싶었다. 열두살 기억속에서 떠오르는   아버지는 잘 생겼었다. 후리후리한 키꼴, 억센 손길, 부리부리한 눈, 우뚝 솟은 코날, 자기가 아버지를 똑떼 담았다. 학년에서 고운 녀자애들은 자기를 둘러싸고 아양을 떨면서 가까이하려고 난시다. 그러나 그런 녀자애들이 싫어진다. 앞날이 창창하고 아직 더 솟아서 더 높은 곳에서 더 멋있는 녀자를 만나고 싶었다. 작은 아버지는 지금 시장이다. 자기는 절대로 작은 아버지를 초과해야 했다. 시장이 아니라 그 시장을 령도하는 더 높은 자리에 않고싶었다. 어릴때도 설명절에 할머니네 집에 모이면 큰 소리치는 사람은 작은 아버지였다. 맞장구를 치면서 너스레를 떠는 녀인은 작은 아주머니였다. 그래도 형제들은 나무라지 않았다. 자기가정에 시장이 있다는것으로만도 만족하고있었다. 그만한 자리에 올랐으면 당연히 우쭐렁거릴수도 있다고 포용하고있었다. 혈육의 포용력은 너그럽고 위대했다. 기말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따냈으니 반가워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어야 했다. 들인 노력이 결실을 땄기 때문이다. 큰 아버지는 한국가고 없다. 둘째아버지한테는 별로 알리고 싶지 않다. 고모한테는 알려야 했다. 할머니한테는 제일 먼저 알리고 말이다. 한국간 엄마한테는 그저 그렇다. 전화해오면 말해주고 안해오면 그만둘판이다. 엄마가 한국서 다른 남자와 사귀여 지낸다는 소식을 지난해 춘절에 할머니집으로 갔다가 들었었다. 그래 그렇치! 할머니, 큰 어머니, 고모한테 알리자. 장춘공업대학을 졸업하고 장춘신세기소프트웨어개발유한회사에서 일하는 형님한테도 알리고 청도복장회사에서 복장디자인으로 일하는 누나한테도 알리고 지금 고중3학년에 다니는 고모네 딸 은희한테도 알려서 공부를 더 잘하게 하구…그래야 했다.  숙소에 함께 있는 한족애들은 마음으로 자기를 존중하고 있지만 겉으로는 그렇게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학교에 있는 조선족애들처럼 몰려와서 밖으로 나가 술마시면서 흥분하지 않는다. 정말로 학교와서 한족애들의 깊은 심저의 진지함을 서서히 느끼였다. 무게가 있었다. 철학이 있었다. 조선족 애들처럼 거울처럼 반짝거리지 않았다. 좀 반응이 민하고 우둔해보이지만 진실성이 있고 믿음성이 있었다. 한번 알고속을 주면 친구로서 변함없이 함께 갈수 있는 위대한 민족이였다. 그래 할머니한테 전화를 하자. 내가 전화하면 할머니는 너무 기뻐 우리손자 제일이다고 칭찬해올것이고 큰아주머니한테 전화하면 잘했구나 금석아 어서 장춘에 있는 형님한테 일러서 맛나는 음식 사달라고 해라 할것이고 고모는 목소리가 갈리면서 한참동안 말을 못할것이였다. 고모는 자기를 생각할 때면 항상 종무소식인 세째오빠를 떠올린다. 형제간에도 둘이 제일 친했었다. 큰 오빠는 나이 차이가 있어 그랬고 둘째오빠는 함께 어울려서 놀기 싫어했고 네살우인 세째오빠만은 항상 자기손을 쥐고 자기 코를 닦아주고 맛있는것이 있으면 먼저 자기를 갖다주고 자기가 나가서 다른 애들한테 욕보고 울고들어오면 당장 달려나가 상대가 자기보다 힘꼴이 세던 약하던 다짜고짜로 싸우고 들어오군 하였었다. 대개는 이기고 들어왔다. 어떤 때는 되려 맞아서 코피흘리면서 들어올때도 있었다. 허나 절대로 울지 않았다. 정말로 자기를 제일 사랑하고 아끼고 귀여워한 오빠였다. 오빠가 앙골라로 떠나는 날저녁에도 세째오빠는 기차역에서 자기 안해와는 손을 쥐고 악수하였었지만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자기만은 꼭 품에 안고 등을 도닥여주었었다. 그 믿음과 사랑, 영원히 맘속에서 용용히 흐르고있었다. 그런 오빠가 절대로 잘못될리 없었다. 꼭 조카를 잘 키워 오빠의 뜨거운 사랑에 보답해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 없는 금석이가 정서저락이 있을가봐 얼마나 열힘을 쏟고 지켜왔는지  모른다. 금석이의 얼굴에 히죽히 웃음이 떠올랐다. 자기가 한 시가지에 있는 형님한테 전학년에서 기말시험일등맞았다고 전화하자 당장 학교를 찾아와 학교대문앞에서 자기 어깨를 툭치고는 와락 끌어안아준다. 이 자식, 둘째 삼촌을 초과할수 있어, 있구말구다. 그리고는 택시타고 근사한 식당으로 달려가서 축하파티를 연다. 동생자랑을 하느라고 항상 곁에는 말쑥한 한족녀자애와 남자친구들도 섞어있구말이다. 재밋었다. 금석이는 청도에 가 있는 사춘누나를 떠올렸다. 누나한테 알리면 겨울 방학엔 꼭 장춘에 있는 큰 오빠와 함께 자기한테 놀러오라고 할것이였다. 곁에 없어도 그립고 달려가고 안기고싶은 혈육들이였다.  금석이는 핸드폰에 기록된 할머니집 전화번호부터 눌렀다. 통하는데 받지 않는다. 세번이나 쳤는데도 받지 않는다. 왜 안받을가? 할머니는 혈압이 높았다. 할아버지와 함께 있을때는 몰라도 혼자 계시기에 혹시 아프지나 않는가는 생각이 더 든다. 큰 아버지는 한국가 있으니 전화걸수 없고 그래도 하루 일을 마치고 늦은 밤이면 자기한테 전화를 걸어오군 했었다. 큰 형님한테 옷견지들을 사서 부칠때면 자기한테도 사부치군 하였었다. 절대로 자기를 짝놓치 않았었다. 그럼 큰 아주머니네 집에 전화를 걸어야 했다. 번호를 누르니 신호가 통하는데 역시 받지 않는다. 다시 고모의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신호가 통하지 않는다고 록음된 녀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은 왜 이렇게 통하지 않을가? 다시 둘째아버지 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전화가 꺼져 있었다. 회의중이면 곧 꺼버리군 한다. 그럼 둘째 어머니한테다 걸수 밖에 없었다. 헌데 핸드폰이 전기가 다 나갔다고 표시된다. 땐량부주(电量不足)란다. 가슴이 침침해 왔다. 좋은 소식도 공감해야 좋은 소식이 된다. 마음이 싸늘히 식어가기 시작하였다. 맞은 켠 침대우에서 책을 보던 섬서성 한족애 쑈왕이 자기 핸드폰을 쓰라고 내밀었다. 고마웠다. 허나 됐다고 사양했다.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것 같았다. 제발 무사히 오래앉았으면 했다. 자기가 대학나오고 외국가서 공부하고 좋은 녀자와 만나 결혼하고 그때까지 앉았으면 했다.     창밖은 흐리터분했다. 5    할머니는 자꾸 문쪽에 귀를 기울였다. 매일 오는 막내 딸이 당장 들어오는것 같아서였다. 딸도 인젠 40살이다. 할머니의 그림자와 같이 할머니의 손발처럼 곁을 떠나지 않고 효성을 다해왔다. 모방직공장에서 십년을 일하다가 남편과 같이 로씨아로 돈벌러 나가면서 적을 버리였다. 완전히 개체로 되였다. 로씨아에 가서 3년간 있다가 혼자서 돌아왔다. 남편이 다른 녀자와 눈이맞아 어느날 장에 나가 옷견지들을 팔고 돌아오니 남편이 없다. 짐을 싸가지고 훌쩍 떠나버리였다. 딸랑 종이쪽지 한장 남겼다. 쪽지에는 미안하다. 중국으로 돌아가라. 딸애 키울돈은 벌어서 벌어서 부친다. 자기를 기다리지 말라고 하였다. 너무도 억울하여 쓰러지였다. 그렇게 돌아와서 형제들이 돈을 대주고 여기저기서 꾸어가지고 자그마한 음식점을 운영했다. 그 운영이 시간이 가니 흥성해졌다. 돈이 한창 잘 굴러오는 때에 전기사고로 불이 나면서 다 타버리였다. 그때 받은 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손해는 너무 컸다. 딸은 결국 몸져누웠다. 목이 몹시 마르고 맥이 빠지고 땀이 창창 흘러내리기에 병원에 가서 검사하니 혈탕이 29였다. 정상혈탕이 7아래인데 29는 너무 높았다. 그래서 병원에 주원하여 치료를 받았었지만 별로다. 매일 이도수(胰岛素)를 맞아야 했다. 공부하는 딸애의 뒤바라지를 해주어야 했다. 오빠들의 신세를 최대한도로 줄여야 했다. 그래서 힘에 합당한 일로 하루 손이 모자라는 두집을 선택하여 청소를 해주고있었다. 한달에 한집에서 5백원을 받는다. 두집이면 천원이다. 이미 몇번이나 자기집에서 할머니네 집에서 청소하는 집에서 혈당이 하나 아래에까지 내려가서 까무러친적이 있었다. 저혈당이 오면 전신에 식은 땀이 쫙 내뱉고 몸이 후둘후둘 떨리면서 두다리가 지탱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폴싹 물않게 된다. 다음 전신이 오그라들고 눈앞이 새까매나면서 쓰러진다. 그때 꼭 곁에 사람이 있어서 가방안의 사탕몇알을 입안에 물게 해야 한다. 정말로 곁에 사람이 없으면 그대로 쓰러져서 시간이 흘러 대뇌산소공급이 멎으면 뇌사사망에까지 이를수 있었다. 당뇨병환자들은 갑자기 저혈당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 지난해 춘절에 큰 오빠가 한국서 그래도 반가운 소식이라면서 전화를 걸어왔었다. 이제 십년이 지나면 이선(胰腺)도 이식할수 있다면서 자기 막내녀동생이 엄마만큼은 살아야 한다고 했다. 형제들이 돈벌어 인민페로 20만 30만원만 마련해놓으면 된다고 했다. 엄마 올해 나이 75섯살이다. 막내동생 나이 이자 40살이다. 아직 35년이 있다. 응당 살아야 했다. 살아서 조카들을 시집장가보내고 세째 오빠가 불쑥 나타날수 있는 날을 기다려야했다. 둘째 오빠는 일이 바빠서 자주 만날사이가 없지만 그래도 오빠여서 길가다가 자기보면 차를 세우고 앉게 한다. 앉으면 안호주머니에서 쥐이는 대로 돈을 헤지도 않고 꺼내주는데 두툼했다. 안가지겠다면 무섭게 눈을 부릅뜨기도 했다. 허나 이런 일은 절대로 둘째형님이 알아서는 안되였다. 그렇게 생긴 돈은 저금하였다가  금석이한테 썼었다. 인젠 원단도 지나고 곧 춘절이 다가온다. 금석이가 방학하여 돌아오면 싸주어야 할 옷견지들을 꼼꼼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혼자 있는 할머니한테도 건강식품을 사드리고싶었다. 자기가 아프면서도 남부터 생각했다. 악쓰고 하루 만보씩 걷고 두 집 청소를 하고 건강단련센터로 다니고 낮시간은 모자랐다. 한주일전에 신체검사를 해보니 지간(肌酐)과 뇨소단의 수치가 (尿素氮) 정상수치 20을 몇배초과하고있었다. 병원서는 당장 주원치료를 하라고 했다. 혈탕이 올라가고 저혈당으로 쓰러져서 십여번도 주원하였었다. 모든병은 오라면 종합증이 온다. 당뇨병은 눈이 멀지 않으면 발가락이 썪고 뇨독증이 오고 다른 기관이 잘못되고 그래서 조금만 치료에 소홀하면 명줄은 끊어질수도 있었다. 또  B초를 하니 담낭에 고기까지 씌운다고 한다. 고기가 다 씌우면 암이란다. 이거 도무지 접수하기 싫은 진단이였다. 병은 호전이 없고 이자 사십이다. 손가락을 꼽혀가며 세여보니 엄마나이처럼 살아갈 날은 아직도 한참인데 죽을 날이 급하게 앞당겨오고있었다. 죽고싶지 않는데 죽어야 한단 말인가? 매일과 같이 떠오르고 생각하는 문제였다. 자기가 죽으면 자기 딸 은희는 어쩌는가?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는 고아가 된다. 물론 큰 오빠 작은 오빠들이 있다지만 자식들에겐 그래도 부모가 있어야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니 그냥 아버지의 생전에 잘해주지 못한것 같아서 가슴이 아파온다. 엄마만은 오래오래 앉아야 했다. 자기가 아프면서도 엄마생각이다.    아침에 한집, 그리고 점심전에 건강센터에 달려가서 물리치료기로 점심까지 하고 그리고 집에가서 대충 요기하고 오후 두시가 넘어서 두번째 집으로 달려갔다.  두번째 집에는 치매로 앓는 할멈이 있었다. 세상 모르는 어린애처럼 아무 물건이나 다치고 널어놓군 하였다. 더우기 위생실에서 제자리에 뒤를 보지 않고 아무데나 배설하였다. 정말로 금방난 어린아기 같았다. 그래서 청소부를 고용한것이였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위생실변기옆에다가 가득 내쏘았다. 쿠린내가 물씬물씬 풍기였다. 통풍기를 켜놓고 청소하기 시작하였다. 쿠린내에 마악 속이 메슥하였다. 그래도 참고 거두었다. 한참이 나 걸리였다. 위생실안이 원래처럼 깨끗해지였다. 숱한 땀을 흘리였다. 속옷이 다 젖었다. 할멈을 불렀다. 아무래도 뒤를 보고 닦은것 같지 않아서였다. 할멈은 부르니 다가왔다. 팬티를 벗기니 과연 변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아래것을 다 벗기고 물로 씼어주었다. 그리고 주인이 내놓은 다른 속벌로 갈아 입혔다. 할멈은 고맙다는 인사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치매환자래도 감각이 좋은것만은 아는 모양이였다. 히죽히 웃으면서 객실로 나가 쏘파에 앉아 켜논 텔레비를 지켜본다. 인젠 더러워진 자기손을 씻고 로동복을 벋고 나들이 옷으로 갈아입으면 되였다. 다음 시장에 들려 머리에 좋다는 고등어도 싸고 피를 맑게하는 양배추도 싸고 빠알간 염지도 싸고 그래야 했다. 막내는 위생실에서 손을 씼으려고 했다. 헌데  갑자기 전신에 식은 땀이 쫘악 흘렀다. 눈앞도 새까매왔다. 온몸이 후둘거리면서 두다리에 맥이 쑥 빠지였다. 지탱하고 서 있을수 없었다. 저혈당이 온것이였다. 막내는 그 자리에 빈자루처럼 폴싹 물앉았다. 치매할머니보고 바로 그 옆에 놓여있는 자기가방안에서 사탕몇알만 가져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허나 그 생각도 순간이였다. 소리도 못치고 입을 꼭다물고 변기옆에 쓰러지였다. 5    한국서 큰 아들이 할머니한테 전화를 거니 받지 않는다. 그래서 안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빨리 가보라고 말이다. 먼저 도착한 큰 며누리가 자기한테 있는 문열쇠로 문열고 들어갔다. 시어머니는 침대에 누운채 눈을 꼭 감고있었다. 고혈압환자여서 흔들지 않았다. 조용히 귀가에 대고 어머니, 어머니하고 불러대도 반응이 없었다. 불길한 생각이 들어 책상빼랍을 열고 혈압약을 찾아 가루내여 입안에 넣어드렸다. 이때 누가 문을 두드리니 문을 열어주었다. 둘째 시동생이였다. 미국갔다더니 언제 왔는가고 물을 새도 없었다. 둘째 시동생은 침대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더니 아적에 엄마한테 매달리면서 엄마엄마 하던 모양대로 엄마를 부른다. 그러자 엄마는 과연 머리를 약간 탈았다. 몽롱한 가운데 아들의 소리를 알아들었던것이다. 둘째는 안경을 벗고 눈굽을 찍으면서 지레 전화를 건다. 익숙한 병원의사에게 속히 와 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문을 누군가 두드렸다. 열쇠없는 둘째며누리가 남편따라 도착한것이였다. 남편은 응대않고 형수님이 누군가고 문께로 다가가서 문을 열었다. 동서였다. 약물이 목을 넘어 가니 어멈은 좀 차도가 보이는지 바른 손을 약간 움직였다. 둘째가 엄마의 손을 잡았다. 엄마, 나 왔어. 형수님도 왔구. 의사도 불렀어. 곧 올거야. 자기안해가 왔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았다. 안해는 곁에 서서 꿔온 보리자루처럼 쑥스럽게 서서 쿨쩍거리기 시작하였다. 효도하지 못한 자기를 반성한다기보다 남편이 자기를 못마땅해하니 서러워서였다. 남편은 대뜸 고개를 돌려 쏘아본다. 엄마가 살아있는데 눈물은 웬 눈물이냐고 말이다. 아무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안해였다. 이때 전화가 울리였다. 큰 형수가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였다. 물어온다. 도대체 왜서 전화를 받지 않았는가고 말이다. 시어머니가 혈압이 올라 어지러워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였다고 대답했다. 어머니집에 둘째 시동생과 동서도 와 있다고 하였다. 그러니 인젠 엄마네 집에 가서 있으라고 남편은 명한다. 안해는 그러마하고 대답했다. 큰 형은 석고한 다리를 내려다보면서 애써 목소리를 점잖게 뽑았다. 전화를 놓차 눈물이 왈칵 솟아나왔다. 엄마는 큰 일은 없는가부다. 헌데 조카 금석이한테 전화를 했는데 왜 받지 않는지 또 걱정이 되였다.    할멈네 집 전화가 또 울렸다. 둘째 며누리가 받았다. 금석이였다. 왜 할머니네 집에 둘째 아주머니가 있는가고 한다. 왜 목소리가 낮고 젖어 있는가고 한다. 할머니한테 무슨 일이 없는가고 한다. 별일 없다고 했다. 별일없으면 다행이라고 했다. 자기가 기말시험에서 전학년 성적 으뜸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둘째 아주머니는 별로 반가워 하지 않는 사람이여서 말 못하였다. 곁에서 금석이가 전화를 걸어온 것을 알자 할머니는 전화기쪽으로 목을 돌린다. 둘째가 안해한테서 전화기를 넘겨 받았다. 다시 할머니가 어떤 가고 묻는다. 괜찮다고 하니 좀 안심을 놓는다. 학습은 어떤가고 하니 학년일등을 하였다고 했다. 그러자 잘했다. 그냥 그렇게 해야한다고 하면서 전화기를 놓았다. 할머니가 앓고있는데 조카일때문에 흥분할수 없었다. 금석이는 할말이 더 있는데 전화기가 놓이였다. 하여튼 둘째 아버지와  둘째 아주머니는 좀 딴 사람이였다. 할멈은 눈을 비스듬히 뜬다. 그리고 둘째 아들을 물끄럼히 바라본다. 둘째는 다시 다가갔다. 나직히 무슨 말을 한다. 조용히 입가에 귀를 갖다 대니 알릴듯 말듯하다. 언제 왔냐고 묻는다. 방송에서 들은 얘기를 짤막히 한다. 절대로 착오를 지지 말라고 말이다. 마치 자기네 집에 들어있는 돈가방을 알고 충고하는것 같았다. 순간 둘째의 얼굴은 졸지에 지지벌개났다. 자기가 마치 돈 받아먹고 판결받고 감옥가는 죄인같았다. 어머니의 충고는 사랑이였다. 자식에 대한 책임이였다. 돈은 죄를 낳치만 어머니는 끝까지 사랑을 낳고있었다. 둘째는 받은 돈을 국고에 바쳐야 함을 심심히 자각하였다. 할멈은 다시 눈동자를 돌린다. 누구를 찾고있었다. 막내딸이였다. 올때가 되였는데 오지 않으니 말이다. 큰 며누리가 눈치채고 올케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신호는 통하는데 대답이 없다. 밖에서 몇사람이 올라오는 발자욱소리가 어지럽게 났다. 구급의사들이 달려온것이다. 이윽고 문을 두드린다. 문을 열어주었다. 둘째 아들의 건강검진을 책임지고 있는 박사와 조수였다. 박사는 할머니의 눈이며 입술이며를 살펴보면서 동행한 조수에게 혈압기로 혈압을 먼저 재라고 한다. 그런데 할머니는 사절하였다. 나직히 뜨덤뜨덤 말하였다. 내 딸이 쓰러져 있는것 같다고 한다. 빨리 구해달라고 한다.    ……                       2010년 1월 5일 연길에서  
53    남산마을의 아이들 (3) 댓글:  조회:1019  추천:14  2011-01-04
[중편소설]                                    남산마을의 아이들  (3)  덕철의 아버지는 집에서 생긴 일을 애들에게 말할수 없었습니다.    “덕철이 어제밤엔 집에서 자지 않았슴까?”    “내가 좀 욕했더니 할머니 집으로 간다구 나가버렸는데 할머니 집에도 안가구…” 덕철이가 어딜 갔을가? 할머니 집에도 안갔다면 그래 마을 맨마지막 줄에 있는 쌍가매네 집으로 갔겠다. 학길이가 머리정수리 량쪽에 골팽이같은 가마둘이있대서 쌍가매라고 부르기도 하였습니다. 쌍가매네 집뒤는 바로 숲이 울창한 산이였습니다. 누가 와도 숲속에 사라지면 찾기 힘든 곳이였습니다. 학교안가는 쌍가매네 무리들은 그 숲속에서 모여 담배도 피우고 나쁜 짓거리도 꿈꾸군 하였습니다. 쌍가매는 힘꼴이 센 덕철이를 자기손에 넣고 령리한 인석이를 자기 참모로 삼고 꾀꼴새같은 미순이를 자기친구로 삼으려고 여러번 싱갱이를 썼습니다. 먹을것도 사주면서 말입니다. 허나 누구도 전처럼 응하지 않았댔습니다. 선생님께서 학길이는 학교로 오지 않고 나쁜 애들과 휩쓸려다니는 불량학생이기에 접촉하지 말래서였습니다. 그래도 아적부터 지내온 정이 있어서 그리 영밉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덕철이가 쌍가매네 집으로 갔을가? 며칠전에 덕철이가 인석이하고 쌍가매네 집에 전자유희기가 있다고 말한적 있었습니다. 분명 덕철이가 쌍가매네 집으로 갔다온것입니다. 그러지 않고 어떻게 학길이네 집에 전자유희기가 있다고 하겠습니까? 덕철이가 쌍가매와 놀게되면 놀음에 탐내고 학교로 오지 않을가봐 걱정이 앞섭니다. 절대로 그애와 놀게 해서는 안되였습니다.    “아마 쌍가매네 집에 있을겁니다. 같이 가보자요.”    덕철 아버지는 고마웠습니다. 허나 인석아버지의 눈치가 보였습니다. 자기애때문에 인석이를 고생시키는것 같아서 말입니다. 인석아버지는 함께가라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제가 인석이와 같이 가보고 인석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습니다.”    “네, 그래십쇼.”    인석이는 덕철아버지가 끌고 온 자전거뒤에 앉았습니다. 한참 지나서 쌍가매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날로 짧아가는 해는 남산넘어로 숨어버리고 남산이 커다란 어둠의 그림자로 마을을 덮헜습니다. 쌍가매네 집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니 문이 삐꺽 열리였습니다. 백발할머니가 내다보며 찾아온 사람들을 훑어봅니다. 오랜 당뇨병으로 종합증이 오면서 시력이 점점 못해가고있었습니다.    “학길할머니 덕철이가…”    물을것 없었습니다. 쌍가매와 덕철이가 텔레비를 마주하고 한창 신이나서 전자유희를 놀고있었습니다.    “이새끼, 애비속 태우면서 학교도 안가고 여기서 놀고있었어! ”    덕철이는 무서워서 데꺽 일어났습니다. 책가방을 다시 메고 아버지말에 순응해야 했습니다.    “다시 한번 집을 뛰쳐 나가봐라!”    아버지는 덕철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습니다. 덕철이는 엉덩이를 만지며서 불복하여 고개를 돌려 대듭니다.    “왜 참까?”    “차지 않구? 애만맸기는데 안차구 되니?”    “그럼 아버지는 누가 차야 함까?”    “내가 왜?”    “아버지두 애를 매끼잠까?”    “내가 무슨 애를?”    “어째 엄마가 붙혀보낸 돈을 다 썼슴까?”    아들놈도 어디서 들어 알고있었습니다.    “야, 임마ㅡ아버지공장에서 류동자금이 모자라서 먼저 선대해서 썼을 뿐이다.”    “그돈 찾을수 있슴까?”    “찾구말구!”    “아버지공장이 파산된다던데 어떻게 찾슴까?” 덕철이는 집에 걸려오는 전화를 방청하고 집에 찾아오는 공장종업원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공장이 당금 부도직전임을 알고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이모에게 전화를 걸어와 앞으로 덕철의 학습비용과 생활용돈은 남편에게 부치지 않고 이모에게 부쳐서 전달하게 하겠다고한 얘기도 이모를 통하여 알았습니다. 덕철아버지는 잠시 대꾸할수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대꾸없자 덕철이가 반격해옵니다.    “어째 말못함까? 이것두 엄마와 나를 애매끼는게 아님까?”    “이 자식, 말새많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네 속까지 태우게 할 아버지가 아니다!”    “아니긴, 또 있슴다.”    덕철이는 말하려다가 뒤에 인석이가 따라오니 말을 하지 않고 삼켜버립니다.    “또라니?...”    덕철아버지는 가슴이 켕겨오는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그 일을 어떻게 덕철의 맘속에서 풀어주어야 할 응어리였습니다. 풀지 못하면 부자간의 관계가 버성겨지고 그러면 아들은 아버지말을 잘 듣지 않을것이고 그러면 또 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수 없었습니다. 덕철이 아버지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왜 하필 자기 공장의 회계를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서 애에게 발각되여 곡해의 골이 생기고 깊어지게 하였는가고 말입니다. 두달 전이였습니다. 자기공장의 훌륭한 살림군이고 공장장인 자기한테 열심히 충성해오며 일해온 회계가 호주에 간 남편이 건축공지에서 뜯어낸 건축부자재를 청리하는 일을 하다가 우에서 떨어지는 철판에 머리와 가슴을 맞아 즉사하였다는 비보를 받고 까무러쳤댔습다. 쌍둥이 두 아들을 데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앞길이 캄캄해났습니다. 며칠째 음식을 전페하고 고민하다가 옥죄여오는 가슴을 열어보려고 남산으로 향하였답니다. 그때 길에서 회계원을 만난 한공장사람이 덕철의 아버지 한테 전화를 해왔답니다. 회계가 깊은 수심에 잠겨 초점없이 비틀거리면서 남산으로 가더라고 말입니다. 혹시 큰 타격에 나쁜 마음을 먹은건 아니냐는 불길한 생각에 덕철아버지는 뒤를 쫓았던것입니다. 남산밑에서 붙잡아 세우고 자기집으로 데리고갔던것입니다. 그런데 집에 들어가서 반시간도 안되여 아들놈이 나타났습니다. 그때부터 덕철이는 다른 눈길로 아버지를 상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덕철 아버지는 잠자코 걸었습니다. 뒤에 따라오는 인석이도 있고하니 깊은 말은 집에가서 덕철이와 둘이서만이 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덕철이가 한마디 합니다.    “아버진 당원이구 간부가 아님까. 아무튼 행동을 주의하시요!”    아들은 아버지를 걱정하고있었습니다.    “이 자식 무슨 헛소리를 해? 빨리 걷지 못할가!”    그런데 덕철이는 또 한마디를 합니다.    “아브지 내가 요즘 마음이 부산해서 집에 들지 않는다구 어데가서 나쁜짓은 안합니다. 자꾸 뒤를 쫓아와서 붙잡으려 하지 마십쇼.”    “야, 임마 별것이 나쁜짓인줄 아니? 집으로 안들어오고 지각조퇴하고? 학길이와 놀고?...”    “야ㅡ그건 심심해서 그랬슴다. 가슴이 답답한데 놀지 않고 뭘하겠슴까?”    “이 자식 오늘 말이 많구나. 빡빡 대꾸두 하구? 그만 주둥이를 다물지 못할까?”    덕철의 아버지는 뒤에서 덕철의 엉덩이를 툭 찼습니다. 그래도 엉덩이쪽에 살이많아서 덜 아프기 때문이였습니다.    “아가가ㅡ이렇게 때리니 어찌 같이 있겠슴까? 엄마가 전화오면 다 대주겠슴다.”    “대줘라 임마!”    덕철아버지는 그 말에 몹시 신경이 났습니다. 덕철이는 이번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또 엄마한테 본것을 다 말하고싶지도 않았습니다. 아버진 지켜야 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갈라지는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아버지어머니늘 지키는것이 자기를 지키는것이였습니다. 헌데 어머니는 벌써 리혼까지 제기해왔습니다. 정말로 어른들의 마음은 무슨 독깨비마음인지 알수가 없었습니다. 자기를 생각하고 같이 살아야 할것인데 그렇치 않고 둘이 티격태격합니다. 미워죽겠습니다. 골이 아파 죽겠습니다. 이래가지고 어떻게 마음 편히 공부할수 있겠습니까?    덕철네 집골목에 당도하였습니다. 인젠 덕철이와 인석이는 갈라져야 했습니다. 인석이는 한마디 해야 했습니다. 자기가 앞서서 찾아준 덕철이를 덕철아버지가 집에 들어가서 때릴가봐 걱적이 되여서 말입니다. 때리면 덕철이가 자기 때문에 아버지한테 붙잡혀서 맞아댔다고 승치질가봐서였습니다.    “덕철 아버지 집에가서 덕철이를 때리지 마십쇼.” 그때 덕철이는 인석이를 흘겨봅니다. 아새끼, 재수없이 알려줘가지구 이런 꼴을 당한다고 말입니다. 덕철아버지는 인석이를 집까지 데려다 주겠다던 약속을 지킬수 없습니다. 그새 덕철이가 또 도망할가봐서였습니다. 인석이도 그렇게 생각하고있었습니다.    “덕철아버지 난 감다. ” 인석이가 자기집으로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덕철아버지는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어린애가 어찌 어른의 근심까지 다 헤아리고있으니 말입니다. 지금 애들은 어린이 같지 않습니다. 어른들이 행동을 정말 주의해야 했습니다. 7    인석이가 불빛이 새여나오는 자기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아버지는 이미 밥과 채를 챙겨놓고 기다라고있었습니다.    “찾았니?”    “녜, 찾았슴다. 헌데 가네 집에 문제가 있는것 같슴다. 덕철이가 자꾸 아버지하고 대듬다. 집에가서 맞아대지 않겠는지 걱정임다.”    “때리면 안되지, 말로 해야지.”    “아버지도 내가 대들면 때리겠슴까?”    “왜 때려! 내 고운 아들을! 고와해도 다 못하겠는데?”    “야, 신난다. 울아버지 최고다!”    인석이는 아버지가 챙겨놓은 저녁밥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잠간새에 게눈감추듯 한사발의 이밥을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리고는 아버지가 펴준 자리에 누웠습니다. 아버지도 곤한지 인츰 불을 껐습니다. 불은 껐으나 잠은 쉽사리 오지 않았습니다.    미순이는 어제밤 혼자서 집에서 잤댔고 덕철이는 어제 집을 뛰쳐나갔으며 자기집은 오늘 도적이 들고 쌍가매는 인젠 학교를 전페하였습니다. 참, 한 동네에 있는 자기반 애들네 집이 점점 말이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학교 일 이학년때에는 그냥 우수학습소조로 당선되였는데 학길이가 완전히 잘못되면서 우수소조의 칭호는 다른 소조로 옮겨갔습니다. 인석의 마음은 그냥 착잡하기만 하였습니다.    미순의 아버지가 어제밤 마작노느라고 집에도 안들어와 미순이가 혼자서 겁기에 질려 잤을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핑돕니다. 엄마들이 빨리 돌아와야 문제가 해결될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덕철이는 쌍가매네 집에서 자기를 찾으러 온 아버지와 함께 걸으면서 아버지도 애를 매낀다고 아버지하고 엇섰구요. 어째서 어른이 애를 매낀다고 했는지 신기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니 덕철이가 아직 어려서 아버지를 나쁘게 착각하고 있는것일지도 모를 일이였습니다. 미순이 같아서는 그래도 성격좋은 미순의 아버지가 자기도 귀여워 하기에 무슨 일이 있으면 말해볼수 있었지만 덕철이네 일은 덕철엄마가 벌어서 부친 돈을 다 썼다고 하니 자기가 끼여들 일이 아니였습니다. 그리고 또 무슨 일이 있다면서 자기 앞이라 말을 하지 않던 덕철이, 그 또 있다는 일은 무슨일인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아무튼 근자에 와서 덕철이는 원래의 자기성격이 사라지고있었습니다. 말도 별로 안하고 식품상점에서 과자나 과일이랑 사며는 제몫도 안먹고 자기네것까지 채서 먹는 일도 없었습니다. 학교까지 무단결석하는것을 보면 거거 일이 아니였습니다.    곁에 누운 아버지도 잠들지 않고있었습니다. 배우에 올려놓은 인석의 다리를 조용히 밀어내립니다. 그리고는 일어나서 웃방에 들어가 되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한대 태웁니다. 어둠속에서 빨간 불이 타들어갑니다. 엄마가 한국갈때 아버지보고 술도 적게 마시고 담배도 적게 피우라고 당부하였습니다. 담배는 신체에 나쁜것입니다. 인석이는 아무래도 충고해야 했습니다.    “아브지 자지 않고 왜 담배 피움다?”    “응, 너 자지 않고 있었구나? 알았다. 안 피울게. 어서 자자.”    아버지는 타다남은 담배꽁초를 되창문으로 뒤마당에 내다 던졌습니다. 그리고는 인석의 곁에 와 다시 누웠습니다. 인석의 머리밑 베개를 잘 받추어주고 인석이를 자기품안으로 꼭 끌어안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든든한 품이였습니다. 엄마없으니 아버지 품이 엄마품 같았습니다. 의지가 되고 안정할수 있는 품이였습니다. 헌데 이 품이 덕철네 집에서는 깨지고있지 않습니까. 미순네 집에서도 어제밤 없었습니다. 쌍가매네는 없은지 꽤나 됩니다. 이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인석아, 인ㅡ석ㅡ아ㅡ?”    덕철이 목소리였습니다. 덕철이가 왜 밤중에 찾아왔을가? 인석이는 아버지품을 밀치고 전등스위치를 잡아당겨 불을 켜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내복바람의 덕철이가 덜덜 떨고있었습니다. 밖은 몹시 쌀쌀했습니다. 덕철의 얼굴은 귀썀을 맞았는지 한쪽이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왼쪽 입귀도 터져 피딱지가 묻어 있었습니다. 아까 쌍가매네 집에서 나오면서는 터지지 않았던 입귀였습니다. 분명 덕철이가 집에 가서 맞아댔던것입니다. “인석아, 니 바지와 옷을 빌려달라.”    “아니 니 집에 가서두 그냥 맞았댔구나? 어서 들어오라!” 집안에 인석의 아버지가 있으니 덕철이는 얼른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다 한 동아리라고 생각되여서입니다. 또 붙잡혀서 압송될가봐서였습니다.    “덕철아, 추운데 들어와.”    인석의 아버지가 말해서야 덕철이는 들어섰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이를 가마목 따뜻한 곳에 않치였 습니다.    “왜 집을 뛰쳐 나왔니?”    그러자 덕철이는 고개를 숙이고 쿨쩍입니다. 눈물에 코물까지 어지럽게 줄줄 흘러내립니다. 덕철아버지는 하얀 위생종이로 닦아줍니다. 덕철이는 답답한 자기집의 불상사를 하소연하고싶었습니다. 허나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이가 몹씨 가엾게 여겨졌습니다. 하여 이부자리를 하나 더 내리여 펴주었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어딜 가겠니? 우리집에서 인석이와 함께 자려무나.”    그리고는 자기이부자리를 들고 웃방으로 올라갔습니다. 인석이가 데꺽 일어나 정지방과 웃방사이의 미닫이 문을 드르륵 닫았습니다.    “자식 문은 왜 닫아?”    인석이는 대답않고 전등까지 끄고는 덕철이와 둘이서 이불을 머리우까지 푹 올리썼습니다. 애들도 어른과 말못하고 자기네 끼리 말하는 비밀이 있는것 같았습니다.    “너 아버지 집에가서 또 때렸구나? 내 잘못했다. 헌데 왜 대드니 가만있으면 매를 맞지 않겠는데?”    “지금 우리집이 망태기다. 엄마가 미국서 리혼하겠다고 전화를 걸어왔다.”    “리혼은 왜?”    “우리엄마가 붙혀 보낸 돈을 우리아버지가 다 써버렸대.”    “어디에 썼길래?”    “공장에 류동자금이 없어서 먼서 선대해서 썼다는데 어찌 알아.”    “아니 외국간 너 엄마가 돈을 다 썼는지 어떻게 알아?”    “그런것 같애. 내가 소비돈을 달라구해도 전같이 주지 않아. 말로는 버릇을 잘못키운다고 으름장을 놓아두 문제는 있는거야.”    인석이는 근자에 덕철이가 자기하고도 소비돈을 여러번 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울 아재도 가만히 날 찾아왔댔어. 내가 쓸 소비돈은 엄마가 울 아버지한테 붙히지 않고 자기한테로 붙혀서 날 갔다주기로 했다구 말이야.”    “그래서 집을 뛰쳐나갔니?”    “그리구 또 있어?”    “무스겐데?”    “에씨 말하기 싫어. 어쨌든 아버지와 같이 있기 싫고 빈집이 싫어 죽겠어.”    아무리 친구래도 아버지의 꺼림직한 허점을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이는 아까 피뜩 뒤에서 들은 “또 있다”는 그 일이 생각났습니다. 허나 캐고물을수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바로 또 있다는 일을 말하기 거북스러워 하고있었습니다.    “됐다. 그만 자자!”    헌데 덕철이가 다시 말을 뗍니다.    “얘, 절대로 니만 알고있어야 한다. 너하고도 말하려 안했는데 말안하고는 가슴이 답답해서 못견디겠어.” 또 있다는 일은 이런 일이였습니다. 두달전의 일이라고 합니다. 워낙 점심시간에 집으로 안가고 학교서 밥먹던 덕철이가 그날 오후에 있는 체육시간에 쓸 줄뛰기가지러 집으러 올라 갔댔답니다. 집에 도착하니 밖으로 잠그는 자물쇠가 열려져있었답니다. 집열쇠는 아버지와 둘한테만 있었으니 아버지가 온것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잡아 당겼답니다. 헌데 문은 안으로 잠궈져있어 열리지 않았답니다. 덕철이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아니면 도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면 문열것이고 도적이면 문을 열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하여 우선 먼저 문열라고 문을 주먹으로 탕탕 두드렸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문이 열리지 않았답니다. 하여 이번엔 소리쳤답니다. 우리집에 도적이 들었어요! 소릴 몇번 치지 않았는데 문이 벌컥 열렸답니다. 아 자식아, 소린 왜쳐! 아버지다! 문연 아버지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있었답니다. 덕철이는 무작정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답니다. 헌데 아버지가 앞을 막았답니다. 이상하여 빠끔히 열린 틈새로 들여다보니 녀자의 신발이 보였답니다. 아, 아버지가 다른 녀자를 집에 들여놓고 있었구나!    덕철이는 줄뛰기를 달라고 하고 아버지가 찾아주자 학교로 향했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가 미웠고 그 녀자가 누군지 궁금하였답니다. 황차 엄마도 미국서 리혼을 제기해오니 그 녀자와 상관되여 있는것 같기도 하여서 그 녀자를 죽이고싶었답니다. 엄마없이 애오라지 믿고 의지하고 따르는 아버지가 자기 아버지같지 않았답니다. 마치 자기가 밑도끝도 없는 사막광야에 던져진 기분이였답니다. 슬프고 억울하고 무섭고 성이나고 죽고싶어졌답니다. 그때부터 집들어가기 싫었답니다. 아버지 얼굴보기 싫었답니다. 그래서 집으로 안들어가면 아버지는 찾아오고 찾아오면 뛰고 붙잡히면 맞고 그랬답니다.    덕철이는 쿨쩍거렸습니다. 누구하고도 말한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인석이하고는 오늘 말했습니다. 남산의 애들중에서 인석이만은 믿을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석이는 듣고나서 같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랬구나.”    이런 일에는 어째야 하는지 인석이도 답을 찾을수 없었습니다. 해서 생각나는대로 오늘 자기 집에 도적이 든 얘기를 꺼냈습니다.    “덕철아 오늘 재수없이 우리집에 도적이 들었어. 울 엄마가 한국서 부쳐보낸 돈을 우리아버지가 나에게 시티폰을 사주었거던. 그저께 가저 싼거야. 600원짜린데.”    “어디다 두었길래?    “책상뽀베다 두었지.”    “파출소경찰들이 왔다갔니?”    “응 왔다갔어. 경찰들이 도적발자국을 사진도 찍고 그랬어. 헌데 말이다. 우리집 문앞에서 망보던 도적놈을 내가 돌멩이로 이마를 까부셨거던. 그 놈이 대가리가 상해서 표적이 있으니 붙잡힐거라도 하더라.”    “그랬니? 니 정말 용감하다. 헌데 그 놈이 어떻게 생겼대?”    “키가 나보다 골하나는 더 크더라. 중학생같으라더라. 집안에 한 놈이 또 있었는데 망보던 놈이 소리치니 뒤문으로 해서 도망갔어. 헌데 발자국신발호수가 37호더라. 그러니 우리또래 발자국이 아니겠니?”    “쪼꼬만것들이 벌써부터 집을 털어? 총살감이다!”    덕철이는 침묵하고 잠간 있다가 다시 화제를 돌렸습니다.    “인석아 오늘 왜 우리집 말을 너하고 하는지 알지? 네가 다시는 울아버지가 찾아와도 오늘처럼 앞잡이가 되여 날 찾으러 다니지 말라구 하는거다.”    “알았다. 그래두 학교공부는 해야되구 쌍가매하고는 놀지 말라. 걘 나쁜애야!”    “공부가 어디 머리속에 들어가니? 그리구 갈데없으면 쌍가매네 집에두 가야지? 그 새끼는 그래두 어디서 돈이 생기는지 우리한테 없는 놀음감들이 꽤나 있더라. 전자유희기도 있어. 말로는 자기친구것을 빌려왔다고했어.” 8    밤은 깊어갑니다. 점점 더 적막해집니다. 깊은 적막은 애들이 소리죽이고 하는 소리도 웃방에 있는 인석의 아버지 귀에 다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이때 밖에서 다급히 다가오는 인기척 소리가 났습니다. 다음 누군가 바로 인석이네 집문을 두드립니다.    “울 아버지다. 문을 열어주지 말라!”    덕철이는 자기감각으로 아버지발자국 소리를 알아맞추었습니다. 혈육은 정학한 신호감지가 있었습니다. 인석이는 웃방에 있는 아버지를 향해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버지 일어나지 말아요. 가만 있어요.”    아버지는 애들끼리 오가는 얘기를 다 들었는지라 잠자코 있었습니다. 문을 여러번 두드리던 덕철아버지는 문을 열지 않차 돌아갔습니다.    빈집에 돌아가서 식장문을 열고 흰술을 꺼내여 김치쪼각에다 한잔씩 쭈욱 마시기시작했습니다. 이 집이 무슨 집인지 집같지가 않았습니다. 사는게 멋이 없었습니다. 공장이 부채를 가득지고 파산되고있습니다. 종업원들 로임을 반년이나 주지 못하였습니다. 그 사람들의 원성이 대단합니다. 안해가 외국서 보내서 류동자금으로 사용한 돈 10만원도 바다에 던진 돌이였습니다. 안해는 미국서 리혼을 정식제출해 왔습니다. 공장에서 없어서는 안될 회계도 남편이 사망하고 공장이 더는 희망이 없으니 떠나기로 작심하였습니다. 아들애한테 회계를 집으로 데리고간 일이 들키여 애는 지금 머리가 삼검불같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날 차라리 애를 집에다 들여놓아 아무일 없는 현장을 보게했던것을 그랬습니다. 애는 점점 다른 생각에 빠져서 나오지 못하고있습니다. 부자간에 골이 깊어지고있습니다. 세상에 뜻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부도난 공장에서도 법인대표이니 모든 책임은 자기한테 있었습니다. 집에서 남편이고 아버지이니 또 피할수 없는 위치입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인생중년에 와서 일이 이렇게 골치아프게 한번에 집중되였습니다. 어떻게 할가요? 방도가 나지지 않습니다. 울컥 올라오는 맘같아서는 술을 콱 먹고 숨을 거두고 싶습니다. 허나 자기때문에 직장을 잃고 나앉아야 하는 종업원들을 생각하니 그럴수 없습니다. 아들을 생각하니 그럴수 없습니다. 안해야 리혼하겠다면 리혼해주면 그만입니다. 허나 자기를 따라 십여년간 일해온 종업원들과 자기 생명과도 같은 아들만은 버릴수 없습니다. 아들 덕철이는 자기가 일하고 살아가고 분투하는 삶의 근본이였습니다. 제발 아들만은 공부 잘 시켜 뜻대로 대학까지 보내야 했습니다. 자기능력으로 다시 다른 항목을 찾아 일어서면 됩니다. 설수 있습니다. 기업을 살구고 아들도 잘 키우고 다 미룰수 없는 자기가 떠메고 나가야 할 사명이였습니다.    쌍가매네 집에서 덕철이를 찾아낸 다음 집에 와서 때리지 말아야 하는데 그 자식이 자꾸 대들어서 참지 못하고 또 쥐여박았습니다. 맘속에 꽉 찬 스트레스를 불쌍한 아들놈에게 분풀이를 한것 같았습니다. 덕철이는 옷도 입지않고 도망했습니다. 자기도 어릴 때 아버지한테 맞아대고 여러번 도망친적이 있었습니다. 어디로 도망했는지 자기를 반가워 하지 않는 가시집은 가기도 싫고 그럼 아까 찾아갔던 쌍가매네 집, 거기도 또 가보았지만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석이네 집으로 갔을거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인석이는 품성이 좋은 애였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도 점잖은 분이였습니다. 인석이네 집에 갔다면 시름이 놓입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할게 아니겠습니까? 하여 찾아가니 문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깊은 밤중에 남의 집문을 그냥 두드릴수도 없었습니다. 그새 뚜껑열어놓은 한병 술이 반나마 사라졌습니다. 취기가 전신에 쭈욱 펴옵니다. 눈물이 저절로 주르륵 흘러내립니다.    “돈벌어 잘 살자구 했는데 왜 이리도 안되는지? 아들 놈까지 말안들으면 무슨 살멋이 있어…”    덕철의 아버지는 혼자서 커다란 어깨를 들썩이다가 그대로 구들에 쓰러지였습니다. 9    자정이 넘어서야 두애는 곤하여 김빠진 고무풍선처럼 축 늘어지였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덕철네 일이 남의 일같지 않았습니다. 어느 애비가 자기자식을 때려 집밖으로 쫓아내고 싶었겠습니까?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거라구 생각되였습니다. 하여 이튿날 새벽에 날이 푸름히 밝자 덕철네 집으로 다녀왔습니다. 덕철의 아버지는 옷을 입은채로 구들에서 자고있었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덕철인가고 일어나서 데꺽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가 들어서자 반갑고 슬프고 안스러워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른 아침에 웬 일로?”    인석의 아버지는 집안을 살펴보았습니다. 술내가 코를 찔렀습니다. 채색텔레비며 전기랭동기며 세탁기며 쏘파며 옷궤며 책상이며 그래도 갖추어 놓을것은 다 갖추어놓은 집이였습니다. 가마목에 밑굽이 거덜난 술병과 바닥난 김치그릇사라가 놓여 있었습니다. 아마 여러가지로 속이 상해서 술을 퍼그나 마셨나 봅니다.    “덕철이는 지금 우리집에서 자고있소. 애를 때리지 말았으면 좋겠소. 엄마없이 애비만 믿고 사는 애를 잘 보살펴야지 애들이 집나가면 길을 잘못들게 되오.”    인석의 아버지가 덕철의 아버지보다 두살 이상이였습니다.    “할말 없습니다. 그놈 통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애가 어제밤에 속옷바람으로 집을 나왔소. 오늘 아침은 우리집에서 먹이고 학교를 보낼생각이니 입을 옷과 바지, 그리고 책가방을 주오.”    “아, 이거 우리애때문에 욕보게 하는군요. 정말 미안합니다. 그럼 오늘 아침만 꼭 챙겨주십쇼.” 인석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두부 파는 한족아줌마한테서 두부 두모를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내 쌀을 일어 전기밥가마에 않치고 닭알 세개를 터치워 기름에 볶았습니다. 두부도 한모는 납작하게 썰어서 두부구이를 구이하고 한모는 정방형으로 썰어서 미역국에 넣었습니다.    “얘들아 일어나라. 학교갈 시간이 되였다.” 둘은 눈을 뜯으면서 일어났습니다. 덕철이는 자기 바지며 옷이며 가방이며가 눈에 보이자 깜짝 놀랐습니다.    “내 가방, 내 옷이 어떻게…우리아버지가 왔다 갔슴까?”    “아니다. 내가 아침에 너 집에 갔다왔다. 너 아버지를 리해하거라. 널 잃고 온밤 혼자서 술마시고…참 안됐더라. 그래도 아버진데 저녁엔 집으로 들어가야 한다.”    “싫어요. 아버진 또 때릴거예요.”    “때리면 우리집으로 오라! 오늘 우리집도 낮에 도적이 들어 무서워 죽겠다.” 인석이가 데꺽 끼여들었습니다.    “무슨 소릴 그렇게 하니? 그래 아버지도 널 때리래?”    “아님다. 잘못했슴다.”    인석이는 혀를 홀랑 내보냈습니다. 인석이는 도적이 든 집이 저으기 무서웠던것입니다. 동무가 하나 있으면 든든할거 같아서 해본 소리였습니다.    “어서 세수하고 밥먹어라.” 인석이와 덕철이는 세수하고 밥먹었습니다. 그리고 책가방을 메고 집문을 나섰습니다. 큰길에 나서니 출근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미순이가 아버지자전거뒤에 앉아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미순아ㅡ”    인석이가 불렀습니다. 그리고 달려갔습니다. 미순의 아버지는 인석이를 알아보고 멈춰섰습니다. 헌데 덕철이는 달치 않았습니다. 전같으면 먼저 부르고 지껄이면서 달려갈 애였습니다. “인석아, 자전거에 앉겠니? 내가 학교까지 실어다 주마.”    “싫어요. 우리 셋인데요.”    “아버지 나도 내리겠어요. 걸어가겠어요.” 미순이가 자전거뒤에서 홀짝 뛰여 내렸습니다. 미순의 아버지는 시무룩히 미소를 지었습니다.    “다신 마작 놀지 말아요!” 인석이는 또 한번 당부했습니다.    “그럼, 난 간다.”    “아빠 빠이빠이.”    미순이는 어정어정 걸어오는 덕철이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어제 무단결석했으니 말입니다.    “더덕아 왜 어제 학교안왔니?” 이때 인석이가 미순이를 툭 쳐놓았습니다. 묻지말라고 말입니다. 미순이는 인석이를 흘겨봅니다. 마치 넌 혼자 알고있었구나하는 핀잔의 눈길이였습니다.    “야, 난 학교가기 싫다.”    “안가면 어쩌니? 공부가 뒤떨어져서 시험에 낙제하면 망신이잖아.”    “글쎄 그런데 가기 싫은걸 어쩌니? 너네 둘이 배워서 날 배워주면 안되니?”    “안돼, 꼭 같이 가야 돼!”    미순이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인석이도 잡아 끌었습니다. 그래도 무게가는 덕철이를 어쩔수 없었습니다. 안가겠다고 가기싫다고 서서 뻗치는데 뿌리내린 나무같았습니다. 담박 상학시간이 다 되여옵니다. 미순이와 인석이는 비지땀을 흘립니다.    “덕철아, 니가 오늘 학교 안가면 앞으로 우리손에서 맛있는 과자랑 과일이랑 달란 말을 하지 말라!”    미순이가 발까지 통통 굴렀습니다. 덕철이는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네가 안가면 우리집에도 오지 말라!”    인석이가 한 말이 효력을 보았습니다. 당금은 인석이가 수요되였습니다. 집을 뛰쳐나가면 임시 거처할곳이 있어야 했습니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인석의 아버지도 좋아보였습니다. 자기 아버지도 인석의 아버지같은 사람이였으면 얼마나 좋겠는가고 생각되였습니다. 덕철이는 뚱기적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습니다.    “야, 시간이 다 됐다, 달차!”    셋은 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미순이가 얼마 못뛰고 숨차서 서버렸습니다.    “뛰기 바쁘지, 덕철아 미순의 책가방 네가 메라!”    덕철이가 미순의 등에서 책가방을 벗겨냈습니다. 셋은 또 뛰고 걷고하면서 학교복도에 들어섰습니다. 상과는 이미 시작되였습니다. 첫 시간은 반주임의 시간이였습니다. 셋이 문열고 들어서자 반주임은 매서운 표정을 짓습니다. 애들이 자기자리로 들어가려는데 호추알같은 목청이 터집니다.    “지각하고도 부끄럽지 않습니까? 문곁에 서시요!” 셋은 돌아서서 문섶에 섰습니다. 마치 붙잡힌 도적처럼 고개를 숙이고 말입니다.    “왜 지각했습니까?”    인석이와 미순이는 덕철이 때문에 지각하였다고 말할수 없었습니다.    “입이 붙었습니까?”    덕철이가 발로 바닥을 긁적이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자기때문에 지각한 인석이와 미순이를 욕먹게 할순 없었습니다.    “내가 학교가기 싫다고 하니 얘들이 날 교육하여 끌고 오느라고 늦었슴다.”    “아니, 학생이 학교오기 싫다니? 그게 학생의 입에서 나올수 있는 말입니까?” 선생님은 전반 학생들을 둘러보았습니다. 학생들의 반응을 듣자고말입니다.    “아닙니다!”    말이 빠른 학생 몇이 소리쳤습니다.    “왜서 학교오기 싫은데요?”    덕철이는 전반 학생들앞에서 말할수 없었습니다.    “인석이와 미순동무는 들어가시오!” 선생님은 덕철이만 세워놓으려 했습니다. 헌데 인석이와 미순이도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덕철이 혼자 세워놓고 들어갈수 없었습니다.    “인석동무, 미순동무, 선생님의 말이 들리지 않습니까?”    덕철이는 인석이와 미순이한테 턱짓을 하였습니다. 들어가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냥 서있으니 벌컥 성을 냅니다.    “내 잘못인데 왜 너네까지 벌 받아야 하니? 봐라, 안오겠다는데 기어코 끌고 오더니? 너네까지 욕먹지 않니?”    “욕먹어도 일없다. 벌받아도 일없다. 하루 서 있어도 일없다. 너와 같이 학교와야 마음이 편하다!”    미순이도 어성을 높혔습니다.    “선생님, 세워두겠으면 우리 셋을 다 세워두고 들여보내겠으면 우리셋을 다 들여보내주시요. 덕철이 혼자만 세워두면 우린 들어갈수 없슴다. 요즘 덕철이 몹시 힘듬다. 선생님!”    덕철이는 자기를 두둔하는 인석이와 미순이 때문에 속에서 울컥 더운것이 치솟았습니다. 자기때문에 인석이와 미순이를 더 욕보게 할순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몸을 홱 돌렸습니다. 문 열고 밖으로 뛰쳐 나갔습니다. 옷깃으로 눈물을 닦으면서 학교청사를 빠지였습니다.    “덕철아!”    “덕철학생!”    인석이, 미순이 반주임선생님이 복도에까지 쫓아나와 소리쳤으나 덕철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주임선생님은 몹시 노하였습니다. 들어가 자리에 앉은 인석이와 미순이를 한참동안 지켜봅니다    “덕철동무한테 무슨 일이 있습니까?”    “요즘 아버지한테 그냥 맞아댐다.”    “왜서요?”    다른 말은 할수가 없었습니다.    “모름다.”    그러자 반주임선생님은 쌀쌀한 어조로 말했습니다.    “모른다구요? 그럴수 있습니다. 허나 곧 알게 되겠지요. 요즘 들어 덕철동무의 표현이 그닥잖습니다.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머리가 산만하고 지각조퇴를 밥먹듯 합니다. 선생님은 덕철동무의 아버지하고도 자식교육에 신경써줄것을 전화로 부탁하였습니다. 덕철엄마를 빨리 돌아오래라고 통첩도 하였습니다. 부모의 보살핌이 적으면 탈선하기 쉽습니다. 덕철동무가 바로 그런 위험한 시기에 처해있습니다. 학길이 달래 그렇게 되였겠습니까? 허나 덕철이 때문에 오늘 상과를 그만둘순 없습니다.” 10    덕철이는 학교대문을 향해 쥉쥉 걸었습니다. 자기절로 눈물이 뚝뚝 굴러떨어졌습니다. 큰 대문은 이미 잠궈지고 작은 출입문만 열려져 있었습니다. 문을 지키는 40대장년이 작은 출입문 안쪽에 앉아 있었습니다. 쿨쩍이며 다가오는 덕철이를 빤히 쳐다봅니다. 덕철이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을 때 왜 우느냐고 왜 밖으로 나가느냐고 묻습니다. 덕철이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출입문을 쑥 빠지여 단숨에 큰길로 나왔습니다. 이젠 어딜 가지? 덕철이는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립니다. 시내에 있는 외할머니집으로 가면 같이 놀 친구가 없습니다. 자기집으로 올라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아버지는 점심이면 맛있는 음식을 사가지고 꼭꼭 집으로 올라옵니다. 자기와의 대화를 하려고 몹시 노력합니다. 그럴수록 아버지가 싫습니다. 어쨌든 목에 맨 붉은 넥타이와 등에 멘 책가방은 집에 갖다 벗어놓아야 했습니다. 그리고 어디든지 나가서 놀아야 했습니다. 덕철이는 곧추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책가방을 옷궤속에 벗어놓고 자기 옷으로 덮허놓았습니다. 넥타이도 옷호주머니에 마구 쑤셔넣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와서 벗겨져 있는 책가방을 발견할가봐서였습니다. 그리고 물독에서 찬물을 바가지로 떠서 꿀떠덕꿀떠덕 마셨습니다. 속이 좀 시원해왔습니다. 집안을 둘러보아도 심심풀이를 할만한것이 별로 없습니다. 전자유희를 놀고싶지만 아버지는 공부에 영향있다면서 한사코 거절하였습니다. 그러니 별로 놀것이 없습니다. 그림책이며 놀이감이며 다 보고 놀아본것들이였습니다. 자극이 없었습니다. 자기혼자 있는 집이 싫었습니다. 그래도 애들이 모여있는 곳이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래도 쌍가매네 집으로 가고팠습니다. 걔네는 구차합니다. 사회생활보조대상입니다. 한국간 쌍가매 엄마가 처음에는 벌어서 돈을 부쳐오더니 차차 뜸해집니다. 한국남자의 눈치가 보이는지 아니면 학길이가 자꾸 거짓말하여 돈을 부쳐보내라서 인젠 진절머리가 난 모양인지? 그런데 며칠전에 학길이가 길에서 자기를 만나 기어코 자기집에 가서 전자유희를 놀자고 하여 갔다가 둘이 재밋게 놀다 왔습니다.    (가자 가서 전번에 놀다만 전자유희를 놀자. 이번엔 꼭 학길이를 이겨야 해!)    덕철이는 문을 열고 나와서 다시 문을 잠근다음 곧추 쌍가매네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찬바람이 휙휙 불어옵니다. 몸이 오싹 떨립니다. 앗췌! 재채기가 나갑니다. 몸이 해나른해나고 두다리 맥이 빠집니다. 눈뿌리가 아파나고 목에 무엇이 걸린것 같습니다.    쌍가매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훌 잡아당겼습니다. 정지와 웃방에 쌍가매는 없었습니다. 백발할머니가 구들에 허리를 꼬부리고 누워있습니다.    “학길이 어데 갔슴까?”    “오, 학교갔다.”    학길이는 아침이면 꼭꼭 책가방을 메고 학교를 간다고 나갑니다. 할머니는 그것을 밑고있었습니다. 집에 없는걸로 보니 뒤산 숲속에서 다른 애들과 같이 장난할것이였습니다.    덕철이는 문을 닫고 마을을 에돌아 학길이네 뒤마당에 도착하였습니다. 가을 맞아 산의 나무잎들이 그루터기에 떨어져 수북이 쌓여가고있었습니다. 잎들이 떨어진 나무숲은 한결 썰렁해 보였습니다. 겨울이 다가오면 잎들은 떨어집니다. 덕철이는 산우를 살펴보았습니다. 산 중턱에 문화대혁명인지 뭔지 하는 혁명시기에 전쟁준비방지로 건설된 콩크리드 방공동이 있었습니다. 애들은 곧잘 거기서 모여놀곤 하였습니다. 아마 쌍가매도 거기서 다른 애들과 놀고 있을것이였습니다. 덕철이는 오불꼬불한 오솔길을 따라 씩씩거리며 산을 올랐습니다. 어쩐지 전보다 더 맥이 없습니다. 자기 통통한 몸체전체가 다 귀찮아집니다. 자기도 풀지못할 스트레스가 덕철이의 정신과 몸을 심하게 망가뜨리고있었습니다.    “이 새끼, 왜 치료비를 가져오지 않니?”    동굴어구에서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였습니다. 덕철이는 데꺽 목을 움추리고 납작 엎드렸습니다. 그리고 귀를 바짝 강구었습니다. 손으로 치고 발로차는 소리가 들리였습니다. 아가가 하면서 우는 소리도 들립니다. 맞고 있는 애가 바로 학길이였습니다. 소학생가운데서는 누구나 무서워 하는 애였지만 누군가에겐 또 죽게 맞아대고있었습니다.    “임마, 니 새끼 때문에 내가 골이 터지지 않았니? 이 새끼? 점심에 집이 비여있다고 해놓고 무슨 아새끼 불쑥 나타났니?”    인석이네 집문앞에서 망을 보다 인석의 돌멩이에 머리가 상한 놈이였습니다. 그러면 집안에 들어가서 들춘 애는 누구일가요? 학길이? 아니 학길이가 한반 애네 집까지 털었단 말입니까? 덕철이는 소름이 쫠 끼쳐왔습니다.    “임마, 다음엔 그런 실수가 절대 없어야 한다. 다음엔 누구네 집이니? 말해라!” 또 주먹질입니다. 발길집입니다.    “또 있…있…습…다. 덕, 덕…철이라는 애와 미…미…순…이란 앰다. 아가가…”    “걔네 집엔 뭐 있니?”    “덕, 덕…철…네 아버진 공장창장임다. 들추면 돈이 어디 있을검다.”    “미순이란 간나네 집엔?”    “걔네 집에두 외국간 가네 엄마가 부쳐보낸 돈이 있을검다. ”    “좋다. 먼저 너네집에 보관해둔 전자유희기와 그 인석이랑 아네 집에서 가져온 시티폰을 지금 당장 시내 쭝관춘 옆골목 입비뚠 한족아줌마한테 가서 돈으로 바꿔오라. 다음 오후에 두집을 턴다. 예전처럼 내가 망을 보고 네가 집안을 들춘다. 알았지?”    “녜, 알…았…슴…다!”    덕철이는 앞이 캄캄해 왔습니다. 학길네 집에 있는 전자유희기도 분명 도적질한것이였습니다. 제일 억울하고 분한것은 어찌 학길이가 자기송아지친구네 집까지 턴단 말입니까? 무슨 원쑤이길래 말입니다.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사람가죽을 쓰고 어찌 그런 짓을 할수 있단 말입니까? 멍해있을새 없습니다. 다음 순서는 자기와 미순이네 집이랍니다.    정말 사람마음을 알수 없었습니다. 덕철이는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미끌어져 내려왔습니다. 마을 있는데까지 내려와서는 정신없이 학교를 향해 뛰였습니다. 빨리 인석이와 미순이한테 알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11    덕철이가 헐레벌떡 학교대문앞에 당도하였습니다. 학교문앞에 있는 식품상점아줌마한테가 몇신가고 물으니 11시라고 합니다. 이제 반시간이 있습니다. 덕철이는 그 반시간을 일년맞잡이로 기다렸습니다. 끝내 점심시간을 알리는 하학종이 울렸습니다. 덕철이는 자기반으로 정신없이 뛰여갔습니다. 한반애들은 다시 나타난 덕철이를 보고 어안이 벙벙하여 고개를 기웃거렸습니다. 인차 인석이와 미순이를 찾아 한쪽으로 끌고 나와서 자초지종을 다 말했습니다. 인석이와 미순이는 너무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놀랐습니다. 그러니 학길이가 인석이네 집을 터는데 정보원이였고 참여자였습니다. 며칠전에 학길이가 다니지 않던 인석이네 집에도 놀러왔었고 덕철이네 집에도 미순이네 집에도 놀러왔었습니다. 그때 도적질할 물건을 다 살펴본거였습니다. 학길이는 인젠 완전한 아이도적이 되였습니다. 잡아야 했습니다. 꼭 붙잡아야 했습니다. 학길이도 붙잡고 그 뒤에 있는 두목도 붙잡아야 했습니다.    “덕철아, 정말이지?”    “정말이구말구?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니?”    “파출소에 알리자? 경찰아저씨들이 방법이 있을거다.”    셋은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파출소 경찰아저씨는 자상히 듣더니 확실한가고 다시 묻습니다. 덕철이는 눈이 똥그래서 정말이라고 자기가 직접 들었다고 확신적으로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자 경찰아저씨는 오후에 경찰을 파견하여 집안과 밖에 숨어있다가 앞뒤에서 협공하여 도적을 현장에서 붙잡는 작전을 개시하기로 하였습니다. 절대 비밀이였습니다. 아버지들 한테도 학교반주임선생님한테도 일르지 않았습니다. 세아이한테서 집열쇠만 가졌습니다. 그리고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도 아무일없는듯이 학교로 등교해있으라고 당부하였습니다.    오후 시간은 긴장히 흘렀습니다. 한시, 두시, 세시, 네시 다섯시 다 흘러가도 소식이 없습니다. 정보가 샜을가? 그럴수 없었습니다.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는 상황소식을 알려고 하학하자마자 파출소로 달려갔습니다. 도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하여 경찰아저씨들이 쌍가매네 집근처에 매복하여 쌍가매가 돌아오면 붙잡아서 그 선을 파헤치려고 했습니다. 헌데 쌍가매도 그날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한주일이 지났습니다. 손자학길이가 한 주일씩이나 집에 들어오지 않으니 학길할머니가 지팽이짚고 손자 찾아 덕철네 집부터 미순이네 집이며 인석이네 집이며 학교며를 찾아 헤맵니다. 학길이는 밉지만 학길의 할멈은 밉지 않았습니다. 불쌍하였습니다. 쌍가매가 아무리 나쁘더라고 할머니까지 나쁠순 없습니다. 학길이를 버리고 간 아버지, 어머니가 더 나쁜겁니다. 인석이, 미순이, 덕철이는 이 동네에서 커오면서 쌍가매할머니의 사랑도 많이 받아 왔었습니다. 자기네를 얼마나 귀여워 했고 사랑해주시던 분이였는데 말입니다. 셋은 학교에서 하학하면 맛있는 음식을 싸가지고 함께 쌍가매네 집으로 갔습니다. 할머니를 위로하면서 쌍가매동정을 살피기 위한 두가지 목적에서였습니다. 쌍가매가 도적질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후부턴 혼자서 상대하기가 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셋은 항상 동행하였습니다.    하루라는 시간단위는 너무도 짧았습니다. 허나 어김이 없습니다. 어김없이 해뜨고 해지고 밤이되고 달이 뜨고 별이 뜨고 하면서 낮과밤을 이어갔습니다.    남산은 태평성대로 자연의 흐름속에 고요합니다. 쌍가매 할머니는 손자가 나타나지 않아 가슴을 뜯으면서 더 폴싹했습니다. 허연 머리는 뭉치로 빠지고 눈확은 우멍하니 꺼져들고 입술은 부르터서 물방울이 지고 혈탕은 더 높아가고 앞은 더 보여오지 않았습니다. 이런대로 방치해두면 당뇨병종합증의 마지막 증세인 뇨독증이 와서 사망에까지 이를수 있었습니다. 할머니 몸안에서는 생명을 마감할 최후의 병이 바야흐로 만들어지고있었습니다.    아홉날째입니다. 오후 상과가 끝나자 인석이, 덕철이, 미순이 셋이 또 할머니가 잡술수 있는 과일과 식품을 사가지고 쌍가매네 집으로 갔습니다. 일이 있으면 항상 경찰아저씨들과의 련계를 할수 있도록 준비가 되였습니다. 인젠 학교반주임과 아버지들과도 약속이 된 상태였습니다.    쌍가매 할머니는 눈물도 말라버렸습니다. 속이 재가 되여 손자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손자가 날이 어둡자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두목의 압력과 강요하에 다른 곳에가서 도적질하고 인젠 꼬리가 들어나 경찰에 붙잡힐가봐 외지로 도망가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와 할머니를 보고 자기 옷들을 챙겨입고 사라지자고 나타났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덕철이와 미순이네 집을 털려던 계획을 학길이가 차마 더는 실행할수 없어서 무서워서 못하겠다고 우는 소릴하고 두목도 그곳에서 머리를 상했기에 차일피일 미루어왔던것입니다. 쌍가매는 불빛이 새여 나오는 창문틈으로 집안을 살피였습니다. 아뿔사, 집안에 착한 인석이, 꾀꼴새 미순이, 덕철이가 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다. 인석이가 사과배를 깍고있습니다. 미순이가 흩어진 할머니머리를 빗어드리고있습니다. 덕철이가 땀을 뚝뚝 흘리면서 자기집 구들을 닦고있습니다. 순간 학길이는 가슴이 꽉 메여 옵니다. 얼마나 허물없이 다정하게 친했던 송아지동무들입니까? 아적부터 남산을 오르내리고 서로 집을 드나들면서 미순이와 자기가 잔치하는 쌔감지며 숨박꼭질이며 씨름이며 먹을것이 있으면 서로부르고 나누어 먹던 바로 어제 일이 주마등처럼 눈앞에서 지나갑니다.    아빠엄마가 개좃같이 가버린후 할머니손에서 자라면서 의거할데 없는 마음 너무 허전하여 채울길 없어 공부가 집중되지 않고 학교가 싫어지고 학교안가는 쌉살개들과 휩슬리다가 지금 악독한 두목을 만나 점점 서슴없이 범죄를 갈겨대고있었습니다.    불빛이 새여나오는 집이 좋습니다. 못살아도 할머니와 같이 있는것이 좋습니다. 나쁜짓을 짓고 속이 콩알만해서 뛰고 또 뛰는 도주, 범죄, 체포, 감옥 그것이 무섭고 공포스럽습니다. 인석이 미순이 덕철이 셋이 앉아있는 모습속에 자기가 없는것이 너무나도 후회되였습니다. 인젠 저 속에 갈수없는 나쁜 일을 너무 많이 저질렀습니다. 학길이는 쿨쩍이였습니다. 나가는 소리를 어쩔수 없었습니다. 눈이 메고 귀가 가도 손자의 인기척만은 손금처럼 똑똑히 머리속에 기억하고 있는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는 뒤창문쪽으로 고개를 돌렸습니다. 청각이 좋은 미순이도 인츰 고개를 돌렸습니다.    “학길이다!”    할머니가 소리칩니다.    “학길이 뒤마당에 있슴다!” 미순이도 소리쳤습니다. 셋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래도 행동이 빠른 덕철이가 뒤문을 활 열었습니다. 학길이는 창문곁에 붙어섰다가 반사적으로 어둠속으로 피했습니다. 허나 땅바닥에 널린 돌을 빗딛고 쿵하고 넘어갔습니다. 덕철이가 뒤쫓아 쌍가매의 허리를 잡았습니다.    “학길아?”    “놔라!”    학길이는 몸을 비틀면서 팔굼치로 덕철이의 턱을 쳤습니다. 턱이 아파났습니다. 그래도 허리를 놓치 않았습니다. 이때 어둠속에서 다른 키큰 그림자가 언뜻 하더니 덕철이는 허망 뒤로 벌렁 넘어갔습니다. 그 놈의 발길에 가슴을 채웠던것입니다. 찰나 인석이가 뒤마당에 놓여있던 삽을 들어 키큰 놈을 후려 갈겼습니다. 바로 이마에 흰 붕대를 감은 놈이였습니다. 학길이를 자기집에 들여보내 들추게 하고 집문앞에서 망보다 자기 돌멩이에 이마가 부서진 놈이였습니다.    “어쿠ㅡ”    두목은 어딘가 되게 맞은것 같았습니다. 묘하게 인석이가 뿌린 돌에는 이마를 맞았고 내리친 삽에는 어깨를 맞았습니다. 두목은 악이나서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학길에게도 칼이 있었지만 뽑지 않았습니다. 덕철이는 다시 일어나 학길이의 팔을 잡았습니다. 두목이 덕철이의 가슴을 향해고 칼을 날렸습니다. 찰나 학길이가 덕철이를 밀치면서 두목을 등지였습니다. 덕철이가 칼에 다치여 상하게 할수 없었습니다. 그 바람에 칼은 덕철의 가슴에 가 박히지 않고 쌍가매 잔등에가 박히였습니다. 미순이는 집안에서 학길네 전화로 경찰에 알리고 세아버지들에게 알리고 달려나와 젖먹던 힘을 다하여 소리쳤습니다.    “도적이예요! 도적잡으세요!!!”    녀자의 무기는 소리치는것이였습니다. 샘물같이 아름답던 목소리가 밤하늘을 치째고 남산의 나무들이 진동하여 잎사귀를 떨어뜨릴 정도로 터져나왔습니다. 두목은 소리치는 미순이를 향해 표범처럼 덮쳐왔습니다. 칼날이 미순의 가슴복판을 향해 날아가는데 앞을 못보는 학길이 할머니가 “학길아 이게 웬 일이냐?” 하면서 무작정 정신없이 덮치여 대신 칼은 할머니의 왼쪽가슴을 치째고 지나갔습니다. 할머니는 그래도 계속 팔을 허우적거리면서 학길이를 찾습니다.    “학길아…”    “할머니!”    학길이는 덕철이를 밀치고 할머니를 부추켰습니다.    “할머니?...”    “학길아, 내 불쌍한것아. 도대체 어디갔다 왔어? 왜 이리 소란들이냐? 어서 집에 들어가자!” 이때 주위에서 어른들이 달려오는 발자국 소리가 어지럽게 울렸습니다.    “쌍가매야 빨리 뛰자! 붙잡히면 감옥이다.”    두목은 상황이 심상치 않차 36계 줄행랑이라고 무작정 산우로 기여올랐습니다. 학길이도 눈에 달이 올랐습니다. 할머니를 부추키는 자기의 손에 뜨거운것이 감지되고있었습니다. 피였습니다. 할머니가 칼에 찍혔습니다. 개같은 악독한 두목의 칼에 자기 할머니가 찍혔습니다. 자기가 애오라지 믿고 살아갈수 있는 할머니가 찍혔던것입니다. 순간 학길이는 캄캄한 하늘에 대고 사자처럼 표효하였습니다.    “아ㅡ아ㅡ아ㅡ”    너무도 어린것이 너무도 짧은 생애에 너무도 많이 닥친 불행때문에 하늘에 대고 땅에 대고 울부짓는 무서운 표효였습니다.    “저놈을 놓쳐서는 안된다!” 인석이는 도망치는 두목을 쫓으면서 소리쳤습니다. 학길이도 허리춤에서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덕철이가 어느새 두목의 한쪽 다리를 냉큼 잡고 번져졋습니다. 학길이가 또 다른 한쪽 다리를 잡고 번져졌습니다. 놈은 두발을 단말마적으로 버둥거리면서 몸을 탈았습니다. 학길이는 놈의 허리를 향해 찔렀습니다. 동시에 놈의 칼이 학길이의 목의 대동맥을 찔렀습니다. 찰나 인석이의 삽날이 놈의 손을 여지없이 갈기였습니다. 놈은 칼을 떨어뜨리였습니다. 세 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두목은 그자리에서 결박되였습니다. 모든것이 잠간 새였습니다. 허아 생사박투였습니다. 아버지들이 상한 할머니와 학길이를 구하기 위하여 120구급차를 불렀고 미순이가 련락한 파출소 경찰들이 경보기를 울리면서 들이닥치였습니다. 인석이는 학길이를 품에 안고 목에서 콸콸 쏟아져 나오는 상처구멍을 죽으라고 막았습니다. 할머니는 학길이의 팔을 잡고 락노하였습니다.    “학길아, 어이구 내 손자야…어데 갔다 왔나? 피가 나는구나?...널버리고 간 애비에미 벼락맞을거다.” 인석이가 아무리 눌러도 피는 손가락사이로 계속 흘러나오고있었습니다. 학길이는 숨이 더 가빠졌습니다. 피묻은 손으로 자기 호주머니에서 자기가 도적질하였던 인석의 시티폰을 꺼냈습니다. 인석의 손에 쥐여주었습니다. 두목이 돈으로 바꾸라는것을 꺼림직하여 자기가 쓰겠다고 남겨두었던것입니다. 인젠 원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했습니다.    “네 번호 그대로야. 내가 몇번 사용했어. 나, 나…쁜…애…야…”    “아, 아니다…이제부터 좋아질수 있다. 학교두 가구 중학교두 입학하구 소조공부두 하구…미순의 노래두 듣구…덕철의 무협동작두 보구…”    세 아이는 울었습니다. 그렇게 밉던 학길이가 너무너무 안되였습니다. 불쌍하였습니다. 빨리 구해야 했습니다. 세 아버지도 입술을 피나게 깨물었습니다.    학길이는 피를 다 흘렸습니다. 구름속에 잠긴 하늘의 어렴풋한 쪼각달은 너무너무 추워서 몸을 오싹 떨면서 영 구름속에 사라졌습니다. ...... 2009년 10월 28일 연길에서
52    남산마을의 아이들 (2) 댓글:  조회:1028  추천:13  2011-01-04
[중편소설]                                       남산마을의 아이들    아까 지각할때부터 미순의 수심에 잠긴 얼굴을 읽어왔던 음악선생님이십니다.    “들어가 앉으시요. 시간이 끝난 다음 선생님과 같이 병원으로 가보자요.” 선생님의 따뜻한 한마디가 미순이의 울음보를 왈 터치웠습니다. 미순이는 헉헉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자리에 들어와 앉아서도 머리를 책상우에 박고 동그란 어깨를 그냥 들썩거렸습니다.     음악선생님의 눈에도 이슬이 돌았습니다. 선생님을 바라보는 애들의 눈에도 이슬이 전염되였습니다. “무슨 일일가? 무슨 일이 미순이를 이렇게 슬프게 할가? 아침에 세수도 못하고? 눈물이 말라붙어서 학교로 오게 하고…?”    꼭 알고픈 일이였습니다. 인석이는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습니다. 5    음악시간이 끝나자 덕철이가 고개를 푹 숙이고 가방을 손에 쥐고 가방끈이 바닥에 끌리면서 들어섰습니다. 얼굴에는 장난기가 없었습니다. 몹시 수심에 잠긴 얼굴이였습니다.    두번째 시간은 반주임의 한어과 시간이였습니다. 상학종이 울리자 애들은 다 자기자리에 와 앉았습니다. 얼굴이 길죽하고 눈귀가 치쪄지고 한주일 건너 머리모양새를 바꾸는 멋진 머리 반주임이였습니다. 반주임은 애들 앞에서 노상 말합니다    “바꿔야 합니다. 동무들이 자꾸 바꿔라는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까? 바꿔야 새롭습니다. 바꿔야 새로운 자기를 창출할수 있습니다.”    알아듣지 못하는 고급스러운 말을 곧잘 하는 반주임이였습니다. 반주임의 일거수일투족이 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이 컸습니다. 특히 녀학생들은 반주임의 머리를 본따서 치장하는 일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러면 반주임선생님은 흥분하여 머리치장방법을 신나게 가르쳐줍니다. 허나 반응은 제각각이였습니다. 어떤 가장은 자기딸이 자꾸 머리치장에 신경쓰니 애가 벌써 사춘기에 들어서서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조숙하는가고 걱정되여 딸들을 책망하면 애들은 눈을 똑바로 뜨고 당당히 말하였습니다.    “우리 반주임선생님은 자꾸 변하는 머리치장을 해야 장차 사회에 나가서 잘 적응할수 있다고 하였슴다.” 들어보면 그럴듯도 하였습니다. 도대체 옳은지 그른지는 두고보아야 할 일이였습니다. 그래도 일부 학부형은 교장선생님한테 물의를 제기하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반주임선생을 불러 담화하였습니다.    “머리모양을 자주 바꿔서 녀학생들이 영향받는 다는데 옳은 처사인지 해석해보시요.”    “저는 학생들을 위하여 그럽니다. 제가 아적에 공부할 때 우리반 반주임선생님이 자주 머리모양을 바꿨습니다. 그때 시절엔 머리모양이 몇가지가 없었지만 자주 바꾸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 했더니 사회에 나와서 적응능력이 훨씬 뛰여났어요. 제가 맡아 필업시킨 애들이 사회에 나가서 여러가지 상황에 잘 적응하여 공작을 착실하게 수행하고있어요. 그애들이 절 불러놓고 그때 그 머리치장바꾸기가 자기네 사회적응능력을 크게 제고해주었다고 고마워들 하고있어요.”    교장선생님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되였으나 제창한다고도 태도표시는 하지 않았습니다. 반주임선생님이 강당중심에 섰습니다. 오늘은 유달리 머리가 빛났습니다. 머리발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질서있게 잘 빗겨지였습니다. 전번 주일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빗겨지었었습니다. 선생님은 예리한 눈길로 전반 학생들을 살펴봅니다. 인석의 앞에 덕철이 빈자리에 와 시선이 멎습니다.    “인석동무 덕철이는요?”    “모르겠습니다.”    “점심시간에 덕철네 집에 가서 알아보시요. 청가없이 자꾸 무단결석하면 안됩니다.” 반주임선생님은 하나도 거저 넘어가는 일이 없었습니다. 꼭 짚고 넘어갑니다. 오전 시간이 끝나자 인석이는 덕철네 집으로 향했습니다. 정서가 저락된 미순이도 이미 음악시간에 동학들앞에서 눈물을 보인지라 여러애들이 점심시간에 왜 울었나하면서 바투 물어오는것이 시끄러워서 인석이를 따라섰습니다.    “미순아, 너 집에 무슨 일이 있었지? 아버지한테 욕먹었니?”    “묻지마!”    “야ㅡ나하고만 말해? 니 안말하면 난 너네 아버지와 물어볼거야.”    미순이는 대꾸하지 않았습니다. 둘이 인석이네 집과 미순이네 집을 지나 덕철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집앞에 이어서 붙혀지은 집에 자물쇠가 달랑 잠궈져있었습니다. 인석이는 실망하면서 덕철네 집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드렸습니다    “문잠그고 어데갔어? 더덕이 같은게!”    덕철이 이름자 첫글자가 덕자이니 더덕이라고 별명지어 가끔 불러대기도 하였습니다. 둘은 다시 내려왔습니다.    “인석아 우리집에 들렸다 갈가?”    “아무래나.”    인석이는 미순이를 따라걸었습니다. 미순이네 집에 도착하자 문이 비스듬히 열려있었습니다. 집문을 열고 들어올 사람은 미순이와 아버지 둘뿐입니다. 혹시 도적이 들었나해서 미순이는 문앞에서 비켜섰습니다. “우리집 문이 열려있어?”    인석이가 앞에 나서면서 찬찬히 보았습니다. 분명 밖으로 약간 열려져 있었습니다.    “너네 아버지가 왔겠지므.”    “글쎄?”    경각성을 높혀야 했습니다. 요즘 이 동네에서 몇집이 털렸습니다. 혹시 도적이 아닐가고 생각하니 머리가 쮸뼛이 일어섰습니다. 허나 미순이 앞에서 겁기를 나타낼수 없었습니다. 인석이는 땅바닥을 살펴보았습니다. 부서진 벽돌장이 하나 보였습니다. 허리굽혀 두손에 붉은 벽돌장을 거머쥐였습니다. 그런데 문이 펄쩍 열립니다. 인석이는 반사적으로 벽돌장을 던졌습니다. 면바로 문여는 미순 아버지의 가슴에 가서 맞았습니다.    “이 자식 무슨 장난을 하는거야!”    “아, 도…도적인가고…”    미순의 아버지는 쨍해나는 가슴을 만지였습니다. 미순의 아버지는 성격이 활달한 분입니다. 길에서 인석이를 만나면 머리를 만져주면서 “임마 네가 영어공부도 한다면서? 혼자서 하지 말고 우리미순이도 가르쳐 줘!” 그리고는 소비돈도 쑥 꺼내주기도 하였답니다.    “얘, 너는 어째 그리 덤비니? 우리아버지도 알아못보니?”    미순이는 벽돌쪼박에 가슴을 맞은 아버지가 안되여서 인석이를 꼬집었습니다.    “괜찮다.”    미순 아버지는 그래도 애들의 장난이라고 생각되여 금방 미소를 띠웁니다. 미순아버지를 보았으니 인젠 왜서 미순이를 세수도 못하고 내보냈는가를 따져야 했습니다. 이때 인석이는 서점에서 본 “사람의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책제목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미순아버지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습니다. 미순아버지의 눈확이 쑥 꺼져 있었습니다. 어제밤에 잠을 제대로 잔것 같지 않았습니다.    “미순 아버지 잘자지 못했나요?”    미순이도 같은 생각으로 아버지얼굴을 쳐다보고있었습니다.    “어째 잘 자지 못한것 같니?”    미순아버지는 말하면서 얼굴이 뻘개 났습니다.    (옳구나,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구나? 무슨 부끄러운 짓을 했구나! 그래서 미순이 울었구나? 무슨 일을 했을가?)    인석의 머리속에 피끗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습니다. 미순의 아버지가 휴가일이면 자기집에 전화를 걸어와서 아버지를 찾군하였습니다. 마작을 놀자고 말입니다.    “미순 아버지 마작을 노느라고 잠도 못자지 않았슴까?”    “아니 네가 어떻게 그걸…”    미순아버지는 면바로 맞추고 있는 인석이가 놀라워서 그만 혀를 끌끌 찼습니다.    “아브지, 마작노느락고 어제밤에 집으로 안왔구나? 아브지 나빠!”    미순이가 아버지가슴을 쥐여박았습니다.    “오, 마작노느라고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구나! 그래서 미순이가 세수도 못하고…”    “미순아버지 나쁨다. 미순이가 아침에 세수도 못하고 학교로 가지 않슴까? 많이 울었슴다.”    미순아버지의 눈에도 미안한 눈물이 찰랑되였습니다. 미순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자책하고있었습니다.    “미순아, 다신 그런 일이 없다.”    엊저녁에 5원짜리를 놀아서 처음엔 잘 되여가다가 밤이 깊어지면서 패가 맞같지 않더니 이튿날 아침까지 천오백원을 잃었습니다.    “아버지 마작놀면서 도박에 눈이 어두워 가지구 날 마구 잃어먹었어. 그래 놀아. 나도 놀거야. 학교로 가지 않을거야!”    미순이는 앙탈을 부렸습니다. 인석이는 잘한다고 속으로 흐뭇해했습니다. 마작노는 습관은 나쁜 습관이니깐요. 아직 자기 아버지는 그런 습관이 없었습니다. 인석이는 앓던 속을 시원히 해소한것 같았습니다. 인젠 미순이와 미순이 아버지 둘이 잇게 해야했습니다.    “미순 아버지 또 한번 마작놀고 집들어안오면 우리는 미순아버지네 단위령도를 찾가서 고해바칠겁니다.”    “응 그래 알았다.”    인석이가 돌아섰습니다.    “얘, 우리집에 들어와서 좀 놀다 가려므나!”    “아니요. 나도 집으로 가보겠슴다.” 6    인석이는 뭔가를 해결했다는 성취감에서 걸음이 한결 가벼웠습니다. 저절로 짝짜궁을 뛰면서 발에 걸치는 대로 벽돌장이며 돌멩이며를 툭툭 찼습니다. 그러다 악 하면서 서 버렸습니다. 땅에 약간 박혀있던 뾰족한 돌을 찼던것입니다. 왼쪽 신발발가락 앞이 긁히웠습니다. 신발안 엄지와 식지 그리고 가운데 발가락이 쨍해 났습니다.    “아가가. 간나같은 돌멩이 새끼! 아니, 아니야! 돌멩이가 어찌 간나야? 돌멩이 새끼지. 아니 그러면 돌멩이도 아버지가 있을거 아니야. 엄마도 있구? 히히 그러면 할아버지 할머니도 있겠다야. 우쁘다. 내 어떻게 돼서 이런 생각하지? 돌멩이 과학가가 될려구? 모르지. 크크크…”    인석이는 아픈중에도 혼자서 씨벌거렸습니다. 인석의 발에 채운 돌멩이는 저만치 앞에 가서 길우에 놓여있었습니다. 하얀 돌이였습니다. 인석이는 허리굽혀 그 돌멩이를 주었습니다. 돌멩이가 한쪽은 밀가루만두처럼 둥글고 한쪽은 송곳처럼 뽀다사게 나왔습니다.    “재밋게 생겼구나. 한쪽은 엉치 같구 한쪽은 부랄같구!” 인석이는 돌멩이를 홱 뿌려치우려고 머리우로 들었다가 던지지 않고 내렸습니다. 별로 버리고 싶은 돌멩이가 아니였습니다. 집에 있는 군자란 화분통 곁에 놓고싶었습니다.    바로 앞에 자기집이 있었습니다. 인석이는 또 꺽꺼뛰기를 하면서 집 문앞으로 뛰여갔습니다. 인석이의 걸음이 멈춰지였습니다. 천천히 걷습니다. 자기집출입문앞에 이어 진 문앞에 자기보다 머리하나는 커보이는 낮모르는 남자애가 서서 두리번거리고 있었습니다. 저애가 왜 우리집문앞에 서있지? 인석이는 고개를 디뚝거리면서 자기집문앞에 당도하였습니다. 그 애도 인석이를 내려다 봅니다. 헌데 애의 시선이 이상하게 긴장되여 있었습니다. 인석이가 먼저 물었습니다.    “너 누구길래 우리집 문앞에 서 있니?”    그러자 그 애는 눈알을 부라립니다.    “서 있는데 어째?”    그리고는 주먹으로 인석의 가슴을 콱 칩니다. 인석이는 비칠 뒤걸음치면서 손에 쥐고 있던 돌멩이를 그 애 얼굴에 대고 확 뿌렸습니다. 돌멩이는 면바로 남자애의 이마에 가 맞았습니다. 뾰족한 쪽이 맞았습니다. 지레 피가 터지니 남자애는 “야, 사람이 왔다!”하고 소리치면서 돌따서서 정신없이 줄행랑을 놓았습니다.    “아, 도적이였구나!”    인석이는 후뚤 놀라면서 뒤로 비켜섰습니다. 그리고는 젖먹는 힘까지 내여 소리쳤습니다.    “도적이야! 우리집에 도적이 들었슴다!” 인석의 부름소리에 아래웃집 어른들이 달려 나왔습니다. 어른 한명이 인석이네 이어진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가서 본집 문을 열었습니다. 집안은 수라장이였습니다. 궤짝이며 책궤며 이불이며 다 끄집어 널어놓았습니다. 뒤문이 또 열려져 있었습니다. 집안에 있던 도적이 밖에서 망보던 애가 소리치니 뒤문으로 도망한것이였습니다.    “빨리 파출소에 알려야지. 그리고 빨리 아버지한테도 일러라.” 어른들이 대신 파출소에 알렸습니다. 인석이는 집전화로 아버지한테 알렸습니다. 이윽고 파출소에서 달려오고 인석의 아버지도 달려왔습니다. 도적현장을 사진찍고 발자국을 찍었습니다. 발자국이 37센치되는 아이의 작은 발자국이였습니다. 경찰아저씨가 무엇이 잃어졌는가를 확인하라고 하였습니다. 인석아버지는 웃방 책상서랍뒤쪽에 손을 넣더니 저축통장을 꺼냈습니다. 인석이는 어머니가 한국서 부쳐보낸 돈으로 아버지와 자기가 항상 련락될수 있도록 념려하여 사준지 이틀도 안되는 새 시티본이 걱정되여 책상빼랍을 열어보았습니다. 없습니다. 도적맞힌것이였습니다. 경찰아저씨는 인석에게 문앞에서 맞다들인 도적이 어떻게 생겼던가를 물었습니다. 인석이는 본대로 고해 올렸습니다. 특히 자기가 뿌린 돌멩이에 이마가 터졌다고 알려주었습니다.    “표적이 있으니 꼭 붙잡을수 있을거다. 용감하다. 잘했다. 꼬마 학생!”    정말로 자기가 발로차서 아픈 돌멩이가 도적을 시원히 요격했던것입니다. 아버지는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참으로 재수없는 일이였습니다. 시티본 하나를 잃었지만 인석이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을가고 생각하니 가슴이 미여지는것 같았습니다. 인석이는 그냥 가슴이 쿵당거렸습니다. 도적현장을 보고 그냥 서있을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장소를 피하는것이 낳았습니다.    “아브지, 나 시간됐어. 학교갈래!”    “그래, 가봐. 저녁에는 아버지가 학교 문앞에서 기다릴게.”    인석이는 자기를 아끼는 아버지의 마음을 고맙게 읽었습니다. 그래도 아버지였습니다. 마중오면 얼마나 좋은지 몰랐습니다. 일이학년때는 그냥 엄마가 마중왔댔습니다. 오후 해가 꼴깍 서천에 넘어갈 무렵 하학종이 울렸습니다. 학교대문밖으로 나오니 아버지가 와 있었습니다. 아니 미순의 아버지도 와 있었습니다. 아니 덕철이 아버지도 와 있었습니다.    “인석아 우리 덕철이 못봤니?”    “오늘 학교안왔어요?”    “얘가 어딜 갔나?...”    덕철의 아버지 얼굴은 새까매 있었습니다.    “덕철의 아버지도 엊저녁에 집에 없었슴까?”    “얘 무슨 소리하니? 그냥 있었다야.
51    남산마을의 아이들 (1) 댓글:  조회:1042  추천:14  2011-01-04
[중편소설]남산마을의 아이들                  1    상현달은 하루하루 둥글어가는데 자꾸 구름이 끼여 빛은 처절히 무색해가고있었습니다. K현 남산마을은 밋미스름한 산언덕경사도를 따라 산밑에 한줄에 열집씩 앞뒤 일정한 간격을 두어 지은지 십여년이 넘는 수백호되는 낮은 단층집마을입니다. 시가지건축혁명의 물결은 현성복판으로부터 밖으로 그 기세를 거창하게 연장하고 있습니다. 낮다란 남산마을 주택도 남산에서 영영 고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았았습니다. 이 마을 어린이들은 바로 산아래에 거처한 남산소학교로 다닙니다. 남산유치원때부터 남산소학교까지 어깨나란히 함께 한반에서 다니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인석이, 미순이, 덕철이, 학길이입니다. 얘들은 오늘 6학년 후학기를 다닙니다.    남산밑 맨 마지막 줄 안으로 첫집이 학길이네 집입니다. 학길이는 유치원때부터 소학교 2학년까지는 그냥 반장이였습니다. 애가 잘 생기고 총명하고 신체발육이 좋고 승벽심이 강해서 무엇이나 일등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애였습니다. 헌데 학길이 세살때 로씨아로 돈벌이 나갔던 아버지가 5년간 종무소식이 없다가 학길이 아버지와 함께 장사하러 떠났던 사람이 돌아와 전하는 소식이 학길이 아버지는 로씨아에서 살림을 차리고 아이까지 낳고 살고있다고 하였습니다.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학길의 어머니는 혼도하여 넘어지고 그때부터 일년을 고민하다가 결국 학길이를 그동안 집에서 모시던 시어머니에게 맡기고 한국으로 시집을 가는길을 선택하고 말았습니다. 두 부모가 없어지자 학길이는 정서가 저락되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지각조퇴를 일삼고 우울해지고 성격이 포악스러워지더니 학교를 포기한 문제아이들과 휩쓸리면서 불량학생으로 전락되였습니다.    학길이네 앞줄에 덕철이네 집이 있었습니다. 덕철이 아버지는 종업원이 30명되는 작은 비닐제품 제조공장책임자였습니다. 덕철이가 소학교 3학년되는 해에 엄마가 미국으로 갔습니다. 덕철이는 키는 별로 안 크나 통통하게 생기고 근육이 발달한 애였습니다. 달리기는 전 학년에서 으뜸이였습니다. 운동신경이 발달해서 그런지 좀처럼 진정하지 않고 자꾸 쏠라닥거리였습니다. 상학시간에도 자꾸 머리를 돌려 미순이보고 연필달라 고무달라 해서 지적을 받습니다. 그래도 제 장난은 다 하면서도 학습성적은 상위였습니다. 셋이 하학하여 집으로 갈때면 언제나 앞뒤로 뛰면서 향항영화 성룡의 동작들을 제법 비슷하게 모방하여 배를 끌어안고 웃습니다. 덕철이가 있으면 항상 즐겁습니다. 실은것이라면 먹새가 좋아서 학교로 오가는 길역에 자리잡은 식품가게들을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먹고싶은것이 있으면 인석이와 미순이를 끌고들어가서 사게 한다음 절반을 나누어 가지고도 제것을 벼락같이 먹어치우고는 인석의 손에 쥐여있는것이면 후딱 빼았아서 도망치며 먹어치우고 미순의것은 두손을 마주비벼대면서 공주님 은혜베푸세요합니다. 그러면 미순이는 밉지 않게 흘기다가 주고맙니다. 그래도 덕철이가 있어서 다른 반 까불이 애들한테 욕보지 않습니다.    덕철네 앞줄에 미순이네 집이 있습니다. 미순이는 살색이 희고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름다운 애입니다. 돈주고 살수없는 천성적으로 샘물처럼 맑은 목소리와 뛰여난 청각을 예술학교서 성악지도를 하는 큰 아버지가 발견하고 잘만 가르치면 장차 훌륭한 독창가수로 성장할수 있다고 점찍어서 벌써 유치원때 인민페로 1만2천원에 가는 중국이딸리아에서 련합하여 만들어낸 피아노를 사주고 가르침에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하여 여러번 시와 주의 독창콩클에서 노래 잘 불러 상까지 수상하고 텔레비와 방송에 소개도 되였습니다. 지속적인 성악교육은 투자가 들어가야 했습니다. 미순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상의한 끝에 그래도 로임이 담보되고 상금도 톡톡한 전업국에서 전기고장을 제거하는 일을 하는 미순의 아버지가 집에 남아 미순이를 관리하고 로임도 높지 못하고 기업경제효익도 수술한 어머니가 적을 그만두고 일본으로 나가서 돈벌기로 하였답니다.    미순이네 앞줄에 인석이네 집이 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법없이 살수 있는 착한 분이였습니다. 어디에서 일하면 업무에 연찬하고 착실하게 일하면서 떠날줄 모르는 사람이였습니다. 헌데 착한 사람에게 좋은 일자리 복이 있어야 할텐데 그렇게 일잘해도 일자리는 시장경제의 충격속에서 무너지기만 하였습니다. 벌써 일자리 세개를 바꿨지만 안되여 다시 취직해야 했습니다. 이번엔 안면있는 사람의 소개로 어느 인쇄공장창고보관원으로 들어갔습니다. 인석의 어머니는 재무학원을 필업한 회계실력으로 무역회사에서 부동산회사에서 봉사하면서 가정의 수입을 최대한 보장하기에 노력하였습니다. 좋은 부모밑에서 좋은 성격으로 자라난 인석이는 남을 따뜻하게 대할줄 알았고 꾀가 많았고 학습또한 잘해서 반의 학습위원으로 활약하고있었습니다. 헌데 남산마을도 이듬해에 파가이주에 든다고 합니다. 인석이네 집도 례외가 아닙니다. 살고있는 그 자리에 평방수가 더 너른 집을 가지자니 돈도 엄청 들것이였습니다. 하여 인석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상론한끝에 간염을 앓고있는 아버지가 남고 어머니가 한국행을 하기로 하고 일년전에 나갔습니다.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은 그렇게 인석이와 인석의 어머니, 인석의 아버지의 서글픈 밤이였습니다. 2    그 날은 하현달이 뜨고 구름에 가리워 유한된 자기 빛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한 쓸쓸한 초가을 밤이였습니다.    인석이는 엄마팔을 베고 밤자고 떠나가는 엄마품이 귀중해서 엄마젖가슴에 머리를 박고 인석엄마는 오만가지 근심에 눈을 못붙히였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떠나는 부인을 한 가슴에 꼭 끌어안고 마지막 밤을 보내고 싶었지만 인석이 녀석이 어머니를 독차지하니 별수 없었습니다. 초저녁부터 아무말없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여러날 째 시내돌이 하면서 사들인 물건을 짐속에 꿍져넣는것을 잠자코 보고만 있던 인석이가 접때처럼 엄마와 아버지사이에서 새처럼 재잘거리지 않고 새초롬해서 입다물고 엄마가 끓여준 마지막 저녁밥도 대강 챙기고는 엄마가 이부자리를 펴자 곧 엄마 품속을 파고 들었습니다. 엄마가 집을 떠나 먼데로 간다는것이 어지간한 충격이 아닌가 봅니다. 저녁에 근처에 있는 영어가정교사네 집으로 공부하러도 가지 않았습니다. 소학교 1학년때부터6학년까지 줄곧 해온 영어공부였습니다. 엄마는 그러는 인석이를 더 꼭 끌어안았습니다. 둘은 말로서가 아니라 모자간의 끈끈한 정으로 애절한 대화를 나누고있었습니다.    먼저 인석이의 걱정거리부터였습니다. 엄마가 없으면 집에 아버지와 둘이 남게 됩니다. 하루 세때 엄마가 해주던 김이 문문 서려오르는 이밥도, 잘게 썬 파아란 파이에 노란 닭알자위를 함께 반죽하여 기름에 지진 닭알구이도, 감자며 호박이며 두부며 생강이며 파이며를 넣어 불렁불렁 끓인 구수한 썩장도, 일요일이면 엄마의 손을 쥐고 백화점을 돌면서 욕심나는 옷이며 신발이며를 사던 쇼핑도, 엄마에게 떼질써 가지던 소비돈도, 학부형 회의도,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고 닝게르주사를 맞을 때 곁에서 지켜주던 엄마의 부드럽고 자애로운 모습도 기대할수 없게 됩니다. 아마 아버지가 다 대신하겠지요? 엄마가 한국 안가면 안되는지요?    안가면 어쩌니? 네 아버지 일자리도 마땅찮치 엄마로임도 생활지출용돈으로 끝나지? 이 집도 내년이면 허물고 층집으로 짓는다지, 새집을 사자면 돈, 새집을 장식하재도 돈, 눈에 보이는 좋은 가정기물을 꾸려놓채도 돈, 인석이가 명년이면 중학교로 들어가고 다음엔 고중, 그 다음엔 대학교, 다음엔 류학, 다 돈이 뒤받침해주어야 할것이니 그 돈을 지금부터 엄마가 외국가서 열심히 일해서 벌어야 할것이 아니니? 엄마는 우리인석이를 남들보다 더 잘먹이고 더 잘 키우고 더 멋있는 큰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습니다.    인석이는 엄마의 출국을 막을수 없었습니다. 허나 될수록 빨리 돌아왔으면 했습니다. 그래 오래있지 않고 3년, 5년이면 될거야. 아니야, 3년 너무 오라! 일년만 있고 돌아와! 졸라대는 인석이 앞에서 엄마는 할수없이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는 인석의 등을 도닥여주었습니다. 엄마가 없은 다음 아버지 말씀 잘듣고 선생님 말씀 잘듣고 밥 잘먹고 그냥 학습성적이 반에서 앞자리를 차지하고 앓치말고 싸우지 말고 나쁜 애들과 휩쓸리지 말고 학교서 하학하면 곧추 집으로 돌아오고 부탁할 사항이 너무너무 많습니다.    엄마는 팔베개로 인석의 머리밑에 받친 자기 손을 조용히 잡아오는 남편의 힘있는 정어린 욕구를 느꼈습니다. 인석이를 위하여 어른들 사이의 정감은 희생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어른은 그저 손을 꽉 잡고 느낌으로 대화하고있었습니다. 이것을 눈치챈 인석이가 일어나서 엄마뒤에 가 누우려 하니 엄마와 아버지는 인석이가 더 기특하여 도로 제 자리에 눞혔습니다. 인석엄마는 인석에게 다시 팔 베개를 베우고 마음으로 남편하고 대화하였었습니다.    인석아버지, 내가 없은 다음 몸을 잘 챙기고 인석이를 잘 보살펴야 해요. 우리 인석이 오가는 감기를 빼놓치 않고있잖아요. 사람들 말이 태아의 태반이 좋다고 하던데 그걸 얻어서 먹여보면 어떨까요? 당신 친구가 부유병원에 있잖아요. 꼭 건강한 태반을 얻어 먹여보세요. 지금 한창 공부 잘하는 인석이의 정서조절에 중시를 돌려야 해요. 내가 없는 빈자리를 당신이 꼭꼭 챙겨줘야 해요. 애가 지금 6학년이니 명년에 중학교에 들어가서 3년, 제가 고중들어갈때 오겠어요. 그때와서 시중들어 대학보내겠어요. 당신 집에서 수고해야 해요. 간이 좋찮으니 절대 술을 삼가하세요. 때시걱도 제때에 끓여자시고 말이예요. 대수 챙기다간 돈벌어 병치료에 다 처넣기 쉽상이예요. 그리고 당신부모도 잘 챙겨주세요. 당신은 둘째인데 형님이 있다고 부모에게 좀 등한하더라구요. 물론 설명절이면 우리친정집도 빼놓치 말구요. 어쩌겠어요. 내가 없으니 당신이 여러가지로 수고가 많아지게 되였어요. 그리고 당신은 잘난 남자이기에 녀자에게 매력이 있어요. 더구나 착한 품성때문에 착한 녀자가 따를수 있어요. 잠간 쓸데없는 생각을 반짝 해보았어요..    인석엄마와 아버지는 손을 꼭 잡았습니다. 큰 손안에 작은 손이 잡혀 애무를 받습니다. 인석아버지는 더 힘주어 잡았습니다.    여보 미안하오. 가정의 세대주인 내가 나가서 꽝꽝 벌어서 이 가정을 꾸려가야 하는데 몸이 불편하여 부득이 당신이 수고하게 되는구만. 애는 내가 꼭 책임지고 잘 키울테니 당신몸을 잘 챙겨야 해. 때시걱을 곯치말고 너무 힘들게 일하지 말고 아프면 쉬고 집 근심을 너무 하지 마오. 나도 술을 적게 먹고 공부잘하는 인석이만은 열심히 키워서 당신의 고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소. 그리고 할 얘기는 아니지만… 인석의 엄마가 너무 곱게 생겨서 외국서 다른 남자들의 눈길을 끌어 마음이 변하여 가정불화를 가져올가봐 저으기 걱정되오. 3    하현달이 제일 작아져서 손으로 잡아도 될만큼 되였을 때 엄마가 한국서 열한시 넘어 전화가 왔습니다. 남편과 잠간 말하고 다음 인석이와 대화하겠다고 합니다. 곤하게 자는 인석이를 깨우고 보니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아버지는 불안해합니다. 어떤 곳이기에 밤 늦게 전화오고 또 대화도 그렇게 간단히 잘 있었어요 하고는 인석이를 바꿔달랍니다. 결국 인석이를 깨우니 전화는 또 끊어지고말입니다. 식당에서 잠간 시간을 내서 하는 전화인지 아니면 밖으로 나가 걸어오는 전화인지 잠간새에 그렇게 생명처럼 귀중히 여기는 아들하고의 대화도 못하고 끊어집니다. 전화치는것도 자유롭지 못한것 같습니다. 벌써 이런적이 여러번입니다. 자본주의 한국은 이상하게 딴것 같았습니다. 중국에서 전화하면 이런 일이 없을것입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긴 숨을 몰아쉽니다. 할수 없습니다. 다음전화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창문이 밝아왔습니다. 어제처럼 밝아왔습니다. 어머니가 하던 일을 아버지가 하고있습니다. 부엌에 내려가 불을 때고 전기밥가마에 밥을 짓고 액체가스로 썩장을 끓이고 하여 밥상우에 엄마가 있을 때처럼 여러가지가 올랐습니다. 인석이는 음식그릇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어쩐지 다 생소해보였습니다. 마땅찮아 보였습니다.    “얘, 먹지 않고 뭐 보기만 하니?”    아버지가 재촉하자 수절을 들었습니다. 짚었습니다. 맛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한것보다 더 맛이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정말로 재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수절을 놓으면 아버지한테 꾸중을 듣습니다. 억지로 짚어서 입안에 넣었습니다. 정말로 모래알을 씹는 기분이였습니다. 엄마가 더 그리웠습니다. 아버지는 지켜봅니다.    “왜 맛없니?”    “아니 맛있슴다.”    “그런데 왜 잘 먹지 않니?”    “나도 모르겠슴다.”    아버지는 짐작하였습니다. 자기가 한것이 당연히 엄마가 한 음식보다 맛도 없겠지만 엄마가 인석의 곁에서 사라진것이 인석의 식욕을 다 빼았아 갔겠다고 말입니다. 한창 자라는 애들의 정서와 입맛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것 같았습니다. 벌써 간지도 일년이 되는데 애는 음식맛에서 더 엄마의 맛을 그리면서 엄마를 곡진히 그립니다.    “인석아, 엄마는 우리가정의 행복을 위하여 더 잘살아보려구 너를 공부시켜 큰 사람으로 키우려고 잠시 나갔을 뿐이다. 너네 반에도 엄마가 나간 집애들이 많찮니?” 그랬습니다. 남산의 네 아이들은 어쩌면 신통히 다 엄마가 출국하고 곁에 없었습니다. 학길이는 아버지까지 없습니다.    인석이는 대충 먹고 가방메고 문을 나섰습니다. 인석아버지가 문열고 소리칩니다. 밥을 잘 먹지 않고 학교가는 인석이가 측은하여 어제보다 소비돈을 십원 더 줍니다. 주는 돈이 싫치는 않습니다. 받아서 호주머니에 넣고는 학교로 향했습니다.    마을을 벗어나 큰 길에 들어서자 앞뒤 마을 가운데에 있는 큰길로는 몰린 물이 집중하여 흐르듯 학교가는 애들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어른들로 붐빕니다. 마침 앞에 어깨가 동그랗고 하늘색 치마를 입은 다리긴 미순이가 어제 모양대로 가방을 둘러메고 달싹달싹 걸어가고있었습니다. 인석이는 미순이와 슬그머니 장난질을 잘하여 왔습니다. 뒤로부터 다가가 책가방을 툭치면서 왁 소리치지 않으면 뒤에서 모기소리처럼 낮은 소리로 “미순아”라고 불러 미순이를 깜짝 놀라게도 하였습니다. 헌데 근년엔 그런 장난정서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저 미순이를 바싹 따라잡았습니다. 미순이와 어깨가 나란히 되는 사품에 미순이는 인석이를 알아채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순간 인석이는 어지러운 미순의 얼굴을 발견하였습니다. 미순의 눈초리에는 노오란 눈곱창이 붙어있고 눈아래에는 말라붙은 눈물자욱이 있고 지금도 눈은 젖어있었습니다. 아침에 세수도 못하고 학교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미순이가 운것이였습니다.    “너 왜 세수도 안하고 학교가니? 또 울었댔구나? 눈물자욱까지 어지럽게 나 있어.” 미순이는 걸음을 뚝 멈추었습니다.    “베기싫다!”    미순이는 그 자리에 폴싹 물앉았습니다. 녀자애들은 눈물이 헤펐습니다. 쿨쩍이였습니다. (얘가 어째이래니? 아침부터 아버지한테 욕먹었을가? 아니면 어떤 까불이 애들한테 놀림을 당했을가?) 미순의 아버지한테 욕먹었다면 자기로서도 어쩔수 없는 일이지만 다른 애들한테 욕보았다면 덕철이와 둘이서 걔들을 가만놓아두어서는 안되는 일이였습니다.    “미순아, 어나들이 지끌이대?”    미순이는 말이 없습니다. “얘, 오늘 첫시간이 음악시간이잖아. 니 그 얼굴로 애들앞에 나서서 노래배워줄수 있니?” 음악시간이면 음악선생님은 미순이를 앞에 내세워 박자치면서 노래를 배워주게 합니다. 너무 목소리가 꾀꼴새같아서 듣고 또 들어도 그냥 듣고픈 노래였습니다. 그런 미순이가 자기와 한 마을에 살고 바로 한반에서 바로 옆에 앉아서 공부합니다. 그래서인지 인석이는 미순이만 있으면 가슴이 열리고 활개가 쳐집니다. 그런데 미순이가 훌떡 일어납니다. 돌아서서 집방향으로 잉잉 걸어갑니다.    “얘, 어데 가려구?”    인석이는 드바삐 소리쳤습니다.    “내 눈에 눈꼽재가 있다메?”    “오, 세수할러 가자구? 어데가서 하려구?”    “집에 가서 하지므!”    (그럼 저리 하고 나올거지?)    입밖으로 나가는 말을 인석이는 뭉때여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미순이를 따라 걸었습니다. 미순이는 손등으로 눈굽을 또 훔칩니다. 무슨 단단한 사연이 있은것 같습니다. 미순이네 집 앞에 자기네 집이 있었습니다. 자기 집에가서 하면 시간을 절약할수 있습니다. 지각하면 선생님한테 욕먹습니다. “미순아, 우리집이 먼저 잖아. 우리집에 가서 세수하면 지각도 안한다.” 미순이는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소조공부를 하면서 자주 드나드는 집이였으니깐요. 미순이는 응하였습니다. 둘이 인석이네 집 문앞에 다달으니 인석아버지가 출근하려고 문열고 나왔습니다.    “아니, 학교 가지 않구 왜 돌아왔니?” 인석아버지는 가방메고 돌아오는 인석이와 미순이를 번갈아 봅니다. “아버지, 얘 세수도 못하고 학교가잖아요, 그래서 세수할러 왔습다.” “아니 학교가는 애가 세수도 안하구?”  아버지가 더 말하기 전에 인석이는 미순이 손을 잡아끌면서 집문을 열었습니다. 착하고 귀엽게 생긴 미순이가 왜 아침부터 세수도 못하고 학교로 갈가? 인석아버지도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브지, 아직 가지마. 미순이가 세수한 다음 우릴 자전거로 학교까지 실어다 줘!” 아들의 말이 명령이였습니다. 아버지는 밖에서 담배한대를 꺼내 물었습니다. 인석이는 따가운 가마덮개를 열고 비닐바가지로 더운물을 퍼서 세수소래에 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물독에서 찬물을 퍼서 더운 물에 맞춤하게 부었습니다. “따가운가 봐라?” 미순이는 하얗고 긴 손가락을 쫙 펴서 물에 찰랑 대여보더니 맞춤하다고 고개를 끄덕이였습니다. 인석이는 비누를 내려주었습니다. 미순이는 비누를 손바닥에 바른다음 다시 얼굴에 발랐습니다. 그리고 싹싹 문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석아버지의 입에 문 담배는 절반남아 타 들어갔습니다. 인석아버지는 미순이가 세수도 못하고 학교가게 된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있었습니다. 엊저녁에 미순이가 집에 돌아오니 아버지는 퇴근하지 않았습니다. 미순이는 종전대로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아버지는 시내안에 어느 공장에서 전기고장이나서 수리하고 갈테니 먼저 먹고 자라고 하였습니다. 미순이는 혼자서 먹을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대수 귤과 바나나를 먹고 숙제를 하다가 그 자리에 꼴깍 졸아 버렸습니다. 아침에 눈뜨니 집에 아버지가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지난밤에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것입니다. 혼자서 잤다고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지였습니다. 졸지에 무섭고 서러웠습니다. 눈물이 비오듯 흘러 내렸습니다. 아버지한테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는 통하는데 받지 않습니다. 미순의 유일한 혈육의 선이 하루밤 끊어져 있었던것입니다. 순간 미순이는 자기가 강역에 버려진 아이처럼 느껴졌습니다. 엄마없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데 아버지가 이런적이 없었습니다. 헌데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 두려웠습니다. 미웠습니다. 아버지가 용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지껏 아무리 급한 사연이 있어도 미순이를 혼자 집에다 방치한적 없었습니다. 아버지가 하루 밤 곁에 없은 공포는 미순이를 해쓱 질리게 하였습니다.    미순이가 세수를 다하자 인석이가 집에서 제일 깨끗한 수건을 넘겨 주었습니다. 미순이는 얼굴을 닦고 다시 머리를 정리하였습니다. 너무너무 꽃같은 아름다운 얼굴이였습니다. 몸매였습니다. 인석의 얼굴에는 부러운 미소가 피여올랐습니다. 마치 자기가 이처럼 아름다운 꽃을 키워낸듯하여 가슴이 뻐근하였습니다. “어때, 깨끗하지?” “와, 별같다, 달같다, 해 같다!” 둘은 문을 나섰습니다. 인석이는 미순이가 왜 울었는지 그냥 알고싶었습니다. 허나 물으면 또 울것 같아서 다음 적당한 기회에 물어보려고 하였습니다. 지금은 막 시간이 되여오니 학교로 빨리 가야 했습니다. 인석의 아버지는 앞에다 미순이를 않치고 뒤에다 인석이를 태우고 자전거베달을 씽씽 디뎠습니다. 4    다행이였습니다. 교실로 향하는 복도에 들어서니 상학시간을 알리는 벨소리가 따르릉 따르릉 울렸습니다. 앙골앙골한 양머리를 한 곱상스럽게 생긴 젊은 남자 음악선생은 교실문밖에서 대기하고있었습니다. 워낙 음악선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미순이가 할싹이며 뛰여오자 웬 일로 종소리와 같이 달려오는가고 고개를 디뚝거립니다. 그러면서도 보기좋은 미소는 빼놓치 않았습니다.    “오늘은 웬 일입니까? 바투 등교하면서?” 다른 때 같으면 미순이가 상긋 웃으면서 뭐라고 조잘댔을겁니다. 헌데 오늘은 미순이가 고개를 숙이였습니다. 인석이도 사실대로 말해줄수 없었습니다. 그저 드바삐 미순이 앞에서 문을 열고 미순이보고 먼저 들어가라고 비켜섰습니다. 미순이는 들어가자 인석이도 따라 들어 갔습니다. 음악선생님은 흥미있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자리에 앉아 음악교과서를 꺼내놓았습니다. 음악선생님도 들어섰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하냥 그러하듯이 편안한 미소를 지어올리면서 전반 학생들을 둘러봅니다. 인석이와 미순이는 앞자리가 이빠진것처럼 텅비여 있음을 눈치챘습니다. 덕철이가 아직 등교하지 않았던것입니다. 덕철이는 요즘 들어 이상하게 말수가 적고 움직임이 적고 그 어떤 고민에 빠진듯 멍해 있습니다. 지각조퇴도 늘고 학습성적도 쭐 내려갑니다. 음악시간이니 음치 덕철이를 잠간 소개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숭 보는거 아니였습니다. 유치원부터 소학교 6학년까지 다니면서 얼마나 많은 노래를 배웠겠습니까? 헌데 지금까지 아는 노래는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자라다.”는 노래 하나뿐입니다. 그 노래도 다 부르지 못하고 앞줄과 뒤줄만 그냥 반복하여 부릅니다. 박자도 그냥 틀립니다. 그래도 기분이 좋을 때면 제범 혼자서 흥얼거립니다. 정말로 어쩌면 노래를 그리도 못 부르는지? 미순이한테 그냥 뒤통수를 얻어맞기도 합니다.    덕철이는 음악시간을 싫어했습니다. 재미없어 안왔을가? 한번은 음악시간에 음악선생님이 덕철이를 보고 배운노래를 부르라고 했더니 덕철이는 할수없이 일어나서 자유의 강산을 불렀습니다. 배운노래를 부르라고 하는데 왜 왕청같은 노래를 부르는가고 책망하니 덕철이는 주먹같은 눈물을 뚤렁뚤렁 흘리면서 불렀습니다. 당연히 부른 노래는 선생님이 배워준 노래가 아니라 또 “자유의 강산”에서였습니다. 노래못하는 자기를 기어코 일어나서 배운노래를 부르라는 선생님의 강요에 자기의 설음을 가사내용에 담아 제절로 작사하여 불러 큰 폭소를 일으키였댔습니다.    “자유의 강산에서 우리 자라고/ 음악시간은 소름끼치네/ 못하는 노래 자꾸불러라/ 자유의 강산이 자유가 없네.”    그 후부터 음악선생은 덕철이를 노래하라고 시키지 않았습니다. 너무 못하기에 의식적으로 고쳐주려다가 손들어 투항하고 만것이였습니다. 허나 덕철이를 미워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귀엽게 생각하고있었습니다. 어떻게 해도 안되는 음치는 있으니깐요.    “오늘은 왜 안왔을가?”    인석이와 미순이는 덕철이가 없는 빈자리를 보면서 안타까워 합니다. 맨뒤의 학길의 자리는 벌써 반년동안 비여있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학교에서 전학하여 온 키큰 남자애가 앉고있었습니다. 앞자리가 비니 인석이와 미순이의 마음도 빈것같았습니다. 음악선생님은 음악강의를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도레미화 상식시간이였습니다. 도레미화 성음을 어떻게 내고 그 소리길이가 얼마며 몇 박자로 끊나는가를 조국송이란 노래에 맞추어 자상히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음악과 대표인 미순이보고 나와서 노래부르면서 지도하라고 하였습니다. 미순이는 접때처럼 일어났습니다. 허나 앞에 나서서 먼저 노래를 뽑아대는 목소리가 맥없고 떨려있었습니다. 혼자서 밤을 패고 무서웠습니다. 아침도 먹지 못한 미순이였습니다. 노래할 정서가 없습니다. 억지로 소리를 뽑고있었습니다.    “미순이 어디 아파?”    음악선생님은 미순의 목소리를 듣고 미순의 정서가 어느 도레미파에 속하는지 짐작하고있었습니다.                                                    (계속 )
50    병근 댓글:  조회:1199  추천:13  2011-01-04
[단편소설] 병근(病根)   서천가녁에 해가 꼴깍 넘어가자 대지엔 어둠의 땅거미가 꾸역꾸역 기여든다. 겨울 해는 짧았다. 퇴근 시간이 다 되여 왔다. 래일 구라파고찰을 떠나려고 비행기표까지 다 끊어놓은 상황인데 함께 모시고 동행하기로 약정되여 있는 왕서기가 아무리 전화를 쳐도 도무지 련락이 되지 않는다. 사무실에 쳐도 받지 않고 핸드폰을 쳐도 꺼버리였다. 점심전에도 통화를 하였었는데 말이다. 이튿날 함께 구라파고찰을 떠나기에 오후 퇴근 전에 전화통화를 하고 저녁에 같이 않기로 약정이 되여있었었다. 이번 구라파고찰도 다 김천이가 만들어놓은것이다. 왕서기는 일전도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다 김천이가 경비를 마련하였었다. 왕서기는 김천이를 기업에서 발견하고 공무원시험에 추천하여 합격되자 자기부하로 채용하여 오늘날 국장자리에까지 않게 한 은인이였다. 지금 껏 그 분에게 충성하여 오늘이 있었다면 앞으로도 그 분에게 충성하여 그냥 좋은 래일을 이뤄가야 했다. 김천이는 이미 전화통의 수자를 피아노치듯이 쳐댔으나 다 통화가 안되여 량미간을 찌프리였다. 느낌이 이상하였다. 평시에도 심장이 좋지 않아 심장약을 달고 다니였는데 혹 심장병이 도지여 어디에 쓰러져 있는것은 아닐까? 그래서 여러곳에 전화로 수소문해보아도 행방불명이다. 왕서기 비서며 기사며 안해며 하여튼 전화를 걸어 볼만한 곳은 다 걸어보았다. 모두다 마찬가지였다. 다 모르고있었다. 응당 알고 있어야 할 부문과 사람이 모르고있으니 이야말로 심상치 않았다. 이때 김천의 사무실문을 누가 조용히 두드린다. 노크소리와 그 절주를 들으니 자기에게 일관하게 충성해온 판공실 림주임이였다. 김천이는 들어오라고 나직히 대답하였다. 림주임은 아주 섬세한 사람이다. 자기처럼 문필이 출중하였다. 시키는 일은 물샐틈 없이 완성하였다. 이미 4년을 판공실주임질을 하여왔다. 림주임은 슬그머니 한급 더 진급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었고 그 욕망의 실현을 위하여 국의 제일임책임자인 자기한테 각별히 낚아들었다. 김천이나 림주임이나 둘다 꼭 같은 생각으로 부국장 오일룡이를 싫어하였다. 김천이가 싫어하는 원인은 오일룡이가 김천이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 하면서 뒤에서는 호박씨를 까기 때문이였다. 특히 자기가 출장을 갖다오면 꼭 몇가지씩 탐탁하지 않는 일들이 집에서 발생하기 때문이였다. 이런 일들은 다 림주임으로부터 들어 알게 되였다. 솔직히 가끔가다 오일룡이를 다른 데로 옮겨놓고 그 자리에 림주임을 않치고 싶은 생각이 불쑥 들군 하였었다. 림주임도 김천이의 이런 생각을 알고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충성을 아끼지 않았다. 림주임이 김천이와 가까워 질수록 오일룡이는 림주임을 더욱 미워했다. 슬그머니 림주임한테 이런저런 일을 시키고는 일을 잘했던 못했던 흠집을 잡아 꼬집어 댔었다. 사람을 꼬집는것이 아니라 문제를 꼬집었기에 림주임은 할 말이 없었으나 실은 김천이에게 붙어도는 자기를 미워서 하는 짓거리임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다. 자기를 미워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다. 림주임은 답답할 때면 박천에게 오일룡이 자기에에 해대는 짓거리를 고소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김천이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다독이다가는 오일룡이를 불러놓고 비평도 서슴치 않았다. “왜 자꾸 림주임을 꼬집소?” 그러면 오일룡이는 아주 태연스레 맞받았다. “방안을 작성하였는데 지도사상이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일깨워준것도 꼬집은것이라고 볼수 있습니까? 이것은 사업입니다.” 정말로 김천이로서도 속은 뻔하나 어쩔수 없는 일이였다. 아무튼 시간문제였다. 이 국에서 김천이가 있는 한 오일룡이는 갈아치워야 했다. 그 자리에 림주임을 올려놓고 말이다. 2 림주임은 박천의 책상앞으로 다가오더니 안호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서 김천의 책상앞에 놓았다. “적습니다. 길에서 쓰십쇼.” 김천이는 봉투를 내려다보았다. 돈봉투였다. 두께로 보아도 만원은 실히 되였다. 자기가 국외고찰을 떠날 때면 림주임은 어디서 얻어온 돈인지 그냥 많게 적게 인사를 올리였었다. 고맙기는 하였다. 다 자기를 잘 보아달라는 인사였다. 그래서 판공실부주임으로부터 주임까지 올려놓고 중용하고 있지 않는가? 허나 오늘 이 인사돈은 무게가 있었다. 요구가 높아보였다. “더 높이 써주십쇼!”였다. “이 사람 돈이 바쁘겠는데 또 이래? 이번에는 받을수 없소. 도로 넣소!” 림주임은 예전처럼 시물시물 웃으면서 물러나갔다. 김천이는 돈뭉테기를 헤여보았다. 만원이였다. 이미 출국고찰경비는 다 마련되여있었다. 이 돈은 비상저축통장에 저금시키면 된다. 김천이는 창문가에 다가섰다. 어둠이 완전이 덮어버렸다. 왕서기가 어디에 있을까? 마음은 점점 착잡해지였다. 벽시계를 쳐다보니 다섯시 반이 넘었다. 이때 문밖 복도로 누군가 급히 달려오는 소리가 어지럽게 들려왔다. 그 소리가 점점 자기 문께로 다가온다. 김천이는 왕서기 일과 련계시키면서 사무실 문을 지켜보았다. 아니나다를가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린다. 들어선 사람은 림주임이였다. 눈이 휘둥그래있다. “김, 김국장님...” “무슨 일이요?” “저, 저 왕서기가 검...검찰원에 감금되였답니다.” “무슨 소리?...”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아 불안하던 김천이는 림주임이 어디서 들어온 불길한 소리에 혈압이 치솟아 올랐다. 태양혈이 풀떡거렸다. “자네-어디서 들었어?” “방금 위, 위생실로 갔다가 곁 칸에 오일룡이 있었습니다. 누가 오일룡이 한테 걸어오는 전화를 제가 엿들었습니다.” 김천이는 뒤통수가 뻥해났다. 오일룡이? 오일룡이가 사달이였다. 오일룡이는 자기와 왕서기와의 돈둑한 관계에 은근히 신경을 써오던 사람이였다. 정말로 왕서기를 만나지 않았다면 오늘의 자기의 현실이 있을수 없었다. 왕서기는 십년전에 김천이가 대학을 마치고 기업에 분배되여 기업판공실에서 문서로 일하고 있을 때 기업으로 사업고찰을 내려왔다가 자기가 정리한 여러 가지 기업상황보고서와 기타 문건들을 보고 째인 문필에 마음이 동해 진일보로 물밑접촉을 해 본후 배양전도가 있는 청년이라고 점찍고 슬그머니 공무원시험에 추천하여 시험에 통과되자 직접 시정부인사부문과 련계하여 자기 부하로 임하였었다. 그 동안 왕서기는 김천이를 일반 과원으로부터 부과장, 정과장, 부국장, 다음 정국장으로 발탁시켜 주었다. 정부에 와서 국장자리에까지 않기까지 9년이 걸렸다. 이 9년은 김천이가 왕서기한테 충성해온 9년이였다. 하나의 충성스러운 왕서기의 녹쓸지 않는 기계부속품으로 녹쓸지 않고 달려온 9년이였다. 왕서기의 사적인 일에 더 열힘을 몰부어 온 9년이였다. 왕서기의 생일로부터 왕서기 안해의 생일, 딸의 생일에 이르기까지 물심으로 헌신하여 온 9년이였다. 인젠 왕서기의 가족과도 같은 성원이 되였다. 왕서기도 김천이를 발견하고 키워온것을 내심으로 만족하고 흐뭇해하였다. 믿음직하고 약삭바르고 례절있고 그냥 키워도 변치 않을 충신이였다. 왕서기와 김천의 관계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김천이보다 다섯 살 이상인 오일룡이가 그 중 하나였다. 배후에서 물어뜯는 사람이였다. 접때 조직부에서 년말 간부고찰을 왔을 때 아주 독 있는 화살을 쏘았었다. 김천이는 자격없는 국장이란다. 왕서기 한 사람에게 엎어져서 돈으로 자리를 얻은 사람이란다. 같은 방식으로 돈을 얻어먹고 부하들을 중용하였단다. 당간부배양원칙을 엄중히 위반한 혐의가 있으니 조직부에서 속히 조치를 강구하여 조사해야 한다고 엄중히 성명하였었다. 배후에서 이 갈리게 물고있는 오일룡이였다. 자기를 물고 말에서 끌어내리려는 심보는 고약하였다. 허나 그가 말한 일은 사실이 아닐수 없었다. 확실히 김천이는 그렇게 했었다. 처음에는 본의 아니게 했고 후에는 본의로 행하였었다. 집에 저금 통장도 몇 개가 있었다. 허나 관건적인 비상저금통장은 그 만히 알고있었다. 안해도 자식도 도적놈도 찾지 못하게 집안 구석에 치워두고있었다. 김천이의 가슴은 삽시에 쿵당쿵당 뛰였다. 누가 왕서기를 고해 올렸단 말인가? 오일룡인가? 오일룡이가 왕서기의 문제를 다 알기까지는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자기 문제를 알고 고자질한것처럼 왕서기의 문제를 알면 고자질 할 사람이지만 추측으로 왕서기를 고자질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필경 다른 사람일것이였다. 왕서기가 문제가 있다면 필시 자기와 류사한 문제일것이다. 지금 어디 이런 일이 한두사람인가? 받아먹자고 한 노릇이 아니였다. 일을 해주면 감사하다고 자연히 바치는 일이 아닌가? 그런 일이 자꾸 생기면서 바쳐 올린 돈이 늘어나서 나중에는 사달이 되는것이다. 틀린 일이지만 또 어쩔수 없는 일이 아닌가? 왕서기가 정말로 감금되였다면 검찰원에서 왕서기와 밀접한 사이로 있는 사람들을 불러서 조사할것이였다. 그러면 자기도 부름을 당할것이였다.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박천이의 등골로는 독사가 기여가는 듯한 공포가 엄습하였다. 이마에는 식은 땀이 송골송골 돋아났다. 3 림주임은 김천이 앞을 떠나지 않고 서 있었다. 김천이는 림주임이 자기 몰골을 보고있는 것이 싫었다. “잘못 들었을수도 있지 않소? 퇴근하시오!” 림주임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물러나갔다. 왕서기가 감금되였다면 장난이 아니였다. 자기도 집에 숨겨둔 비상저금통장을 속히 움직여야 했다. 래일 출국을 하는데 정말로 앞뒤가 막히는 사건이였다. 김천이는 사무실에서 간단히 챙길 물건만 챙기고는 문을 나섰다. 자기 사무실 다음에 오일룡의 사무실이였다. 오일룡의 사무실은 문이 빠끔히 열려져있었다. 그 틈새로 음악소리가 조용히 흘러나오고있었다. 남은 불안하여 죽겠는데 음악을 흠상하고있다니? 완전히 다른 사람, 다른 감정이였다. 자기네의 불안한 마음을 깨고소해하는것 같았다. 김천이는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 그리고는 층계를 두개씩 건너뛰며 급촉히 내리였다. 밖에 나오니 운전기사가 발동을 걸어놓고 대기하고있었다. 운전기사는 김천이의 사무실 전등이 꺼지자 이내 발동을 걸어놓고 추워오는 차안에 열기를 올리고있었다. 역시 령도에 대한 충성이였다. 봉사였다. 김천이는 자기가 살고있는 아빠트에 도착하여 승용차에서 내리기 앞서 삼층에 있는 자기집 창문을 살펴보았다.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안해도 중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도 아직 오지 않았다. 김천이는 차에서 내려 급히 층계를 두개씩 건너 올리 뛰였다. 문앞에 당도하여 다급히 열쇠를 꺼내들었다. 평시에는 그렇게 자물쇠구멍에 잘 맞아 들어가던 열쇠가 구멍어구에서 헛돌며 들어가지 않았다. 여러번 역새질해서야 문이 열렸다. 신발을 벗고 지레 서재칸으로 들어갔다. 전등을 켜고 책궤뒤쪽으로 손을 쑤욱 넣었다. 헌데 응당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편지봉투가 다쳐지지 않았다. 다섯손가락이 여러번 허우적거렸지만 아무것도 다쳐지지 않는다. 김천이의 얼굴로는 삽시에 콩알같은 땀방울이 뚝뚝 돋아났다. 안되였다. 부랴부랴 책궤안의 책을 땅바닥에 부리웠다. 다음 묵직한 서재를 움직였다. 그리고 서재와 벽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뒤구석엔 두터운 먼지 뿐이였다. (누...누가..저축통장을...) 이때 출입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기척을 들으니 안해였다. 안해는 조용히 들어서더니 김천이가 돌아온 기척을 알아차리고 지레 서재칸 문을 열었다. 안해는 깜짝 놀라서 눈이 커갔다. 질서있던 서재는 수색을 당한 수라장이였다. 책궤에 정연히 꽃혀있던 책들이 마구 땅바닥에 값없이 널려있다. 책궤는 비딱하니 움직여 있고 남편의 얼굴은 땀투성이다. 남편의 얼굴은 먼지 묻은 손으로 만져놓아 지저분했고 황황한 눈길은 이상하게 긴장해 있었다. 완전히 얼빠진 사람이였다. 그래도 안해는 안해였다. 왜 자기 남편이 이 모양인가고 함께 눈이 커갔다. “왜 이래요? 불시에?” 김천이는 더는 숨길수 없었다. 안해를 몰리고 이렇게 저렇게 굴러들어 온 깨끗하지 못한 돈을 모아둔 저축통장을 묻지 않을수 없었다. “이보, 이 책궤뒤에서 저축통장을 보지 못했소?” 안해는 눈이 똥그래났다. “저축통장이라니? 당신이 나 몰래 숨긴 저축통장이 또 있었나요?” 이상하게 새파래지는 안해의 얼굴을 보면서 김천이는 자기의 불안한 마음을 숨길수 없었다. “보았소, 못 보았소?!” “못 보았슴다. 당신이 나까지 몰리고 숨겨둔 통장을 내가 어찌 알수 있슴까? 헌데 그 통장 돈은 무슨 돈이길래 혼자서 숨겨두었슴까?” “묻지 마오!” 이때 출입문이 열리였다. 중학교삼학년생 아들 명준이가 들어왔다. 아들 명준이는 중학교에 들어서서 일이학년때까지만도 반에서 학습성적이 으뜸이였다. 헌데 삼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아이가 밤잠을 못자고 꿈속에서 자꾸 헛 소리를 치면서 아버지를 찾군 하였었다. 학교에 가서도 강의가 집중되지 않았다. 그러니 학습성적이 팍팍 떨어졌다. 반주임선생님도 놀랐다. 명준의 아버지나 어머니나 다 안절부절 못하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손안의 구슬같이 귀여운 아들이 아닌가? 공부 잘하여 일류대학에 붙어서 일류인재로 커가기를 바라는 부모였다. 김천이와 안해는 반주임 선생님이며 아들의 친구며를 찾아다니면서 그 원인을 애써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하였다. 너무 속이 타서 정신병원에 가서 의원을 보이니 의원은 아이가 깊은 근심에서 헤쳐나오지 못하고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혹시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이 누구네 집 여자애를 건드려놓고 수심에 잠겨 있는가하고 살펴도 보았지만 그 어떤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하도 애가 수척해가고 학습성적이 떨어지고 하니 박천의 안해는 점괘를 잘 본다는 로친을 찾았다. 점괘로친은 아이와 가정상황을 다 들은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이의 근심거리는 아버지로부터 온다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큰 근심에 쌓이고 있다면서 방토를 해야한다고 하였다. 김천의 안해는 또 멍해졌다. 아들 때문에 두 부부가 걱정이 태산같은데 느닷없이 아들은 아버지 때문에 큰 근심에 빠지고 있다니 이야말로 얼토당토 한 소리가 아닌가? 허나 이미 찾았으니 시키는 대로 방토를 할수 밖에 없었다. 점괘 로친이 시키는 대로 김천의 안해는 알아볼수 없는 글이 적혀 있는 누런 종이를 빨간색종이로 잘 싸서 남편의 머리맡 침대밑과 아들의 침대밑에 숨겨두었었다. 그래도 효과는 그새 그새였다. 아이는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다니였다. 일년전까지만해도 아주 근심없이 집에서 응석을 부리면서 명랑하기만 하던 명준이가 아니였던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였다. 풀수 없는 수수께끼였다. 명준이가 객실로 들어서기 바쁘게 박천이가 서재칸에서 객실로 우왕좌왕 달려나갔다. 명준이는 다급히 뛰여나온 아버지를 보고 무춤 뒤로 물러섰다. “명준아, 너 혹...혹시 아, 아버지 서재 칸 책궤 뒤쪽에서 저축통장을...” 명준의 하얀 얼굴은 졸지에 귀밑까지 빨갛게 상기되였다. 분명 자기가 저지른 일이였다. 목젖도 급기야 총망히 오르내리였다. 입안도 싹 말라들었다. 필경은 어린 아이였다. 담없는 아이였다. 명준이는 마른 목을 추기려고 애써 입안의 침을 빨았다. 보매 아들이 한 짓이 분명하였다. 사람의 얼굴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얼굴은 더더구나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백프로로 아들의 작간이였다. “이 도적 놈아! 어디서 그런 나쁜 버릇을 배웠나?” 김천이는 자기도 모르게 아들의 얼굴에 손이 짱 하고 올라갔다. 아들의 두 볼은 배구공이 되여 좌우로 휘청거렸다. 졸지에 입귀가 터졌다. 두 코구멍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엄마는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와락 남편을 밀치면서 아들을 품에 안는다. “말로 해요? 왜 때려요?” 헌데 아들은 피를 흘리면서도 울지 않았다. “이 놈아, 저축 통장을 어쨌니? 저축통장안의 돈을 어쨌니?” 김천이는 아들을 내려다보면서 또 손을 쳐 들었다. 안해가 아들을 안고 돌아섰다. 명준이는 입술을 감빨았다. 그러더니 엄마품에서 빠지면서 아버지 앞에 납작 무릎을 꿇고 앉았다. “말해라! 빨리 그 저축통장을 어쨌니?” 명준이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명준의 눈에서는 샘같은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리였다. 아버지를 쳐다보는 아이의 말똥한 눈에서는 안타까운 눈빛이 몸부림치고있었다. “어서 말해? 이 놈아...빨리!” 김천이는 달구쳤다. 그 저축통장, 그 돈만을 달구쳤다. “아버지, 그 돈은 나쁜 돈 임다. 남이 준 돈 임다.” “닥쳐, 이 놈아 네가 무엇을 안다고 허튼 소릴 해?” “암다. 다 보았슴다. 다 들었슴다.” 아들의 눈앞에서는 아버지 주위의 낮익은 사람이며 낮익지 않는 사람이며가 자기 집으로 찾아와서 아버지한테 뭔가를 건늬고는 “감사합니다”,     “부탁합니다.”,”수고하셨습니다”고 인사하고 떠난다음 아버지가 손님들이 두고간 봉투를 들고 서재칸으로 들어갔었다. 그래서 명준이는 은근히 주의하다가 하루 아버지가 없을 때 서재칸으로 들어가서 이구석저구석을 찾다가 책궤뒤쪽에서 편지봉투안에 들어있는 저축통장을 발견한것이였다. “그래 그 통장은 어쨌니?” 아들이 한 짓임이 분명하자 안해도 통장을 물었다. 이때 출입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 누가 집안이 수라장일 때 찾아왔단 말인가? 김천이와 안해도 문을 열어줄 궁리를 하지 않았다. 문 열어주지 않으면 문을 두드리다 갈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아들 명준이가 일어났다. 문께로 걸어갔다. 김천의 안해가 다급히 낮은 소리로 명준이를 불렀다. “명준아, 문을 열지 말아!” 명준이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문을 열었다. 낮선 성인 남자 둘이 들어섰다. “내가 아버지를 구하고저 데리고 온 사람들임다.” 앞에 선 사람이 공작증을 내놓았다. “기률검사위원회에서 왔습니다. 아버지를 구하려는 좋은 아들의 검거를 받고 왔습니다. 아들을 탓하지 말고 래일 아침에 기률검사위원회 제2검사실로 오십쇼. 저금통장의 돈 출처래원을 밝혀야겠습니다.” 두 남자는 말을 맺고 명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돌아서 나갔다. 김천이는 심장이 쿵 무너져 내리는것 같았다. 아무말도 나가지 않았다. 두다리가 사시나무 떨 듯 후두두 거렸다. 안해가 부축하여 객실 쏘파에 않치였다. 이게 또 무슨 일인가? 아들이 아버지를 검거하다니? 어디 이런 종자가 있단 말인가? 어디 할짓이 없어서 이런 일을 해낸단 말인가? 도대체 믿기 어려운 현실이였다. 김천이와 안해는 억이 막히고 기각 막히고 다 막히여서 넋이 빠져 있었다. 이때 아들 명준이가 아버지한테로 다가왔다. 여물지 않은 손을 들어 아버지 얼굴의 먼지 때를 닦아주었다. “아브지, 우리학교 2학년 3반 반주임도 학부형들한테서 돈을 받아서 반주임자리에서 쫓껴났슴다. <땐스>에서도 국가간부들이 돈을 얻어가지면 수쇠차고 감옥갑데다. 통장안의 돈이 늘어날수록 죄가 커짐다. 난 세번 가만히 꺼내서 보았슴다. 자꾸 늘어났슴다. 나는 무섭슴다. 아버지가 감옥에 가면 나는 어쩜다? 꿈에 여러번 아버지가 수쇠를 차고 감옥 가는 것을 보았슴다.” 김천이도 김천이 안해도 명준의 말에 목이 꺽 막히였다. 아무 말도 못하고 자기 아들인지 남의 아들인지 분간 못할 아들을 지켜보았다. 아들의 병근원은 일목료연해지였다.         2008년 7월 25일 연길에서
49    허기 댓글:  조회:998  추천:9  2011-01-04
[단편소설] 허     기        영철의 호주머니에 돈이 떨어졌다. 딸랑 일원짜리 몇개다. 일원은 돈이 아니였다.  인젠 엄마도 돈을 부쳐주지 않는다. 아버지한테서는 생활용돈밖에 가질수 없다. 돈이 없으면 영철이는 사지가 탁 풀린다. 눈에 초점없이 퀭해 잔다. 속이 텅빈것 같다. 너무 허전하여 맹물을 자꾸 마셔대도 그냥 밑빠진항아리처럼 다 새여 나가는것 같다. 돈을 어디서든 얻어야 했다. 돈은 자동차휘발유와 같았다. 휘발유가 없이 자동차가 달릴수 있을가? 돈이 없이 한순간도 숨을 쉴수 없었다. 학교공부를 못해도 일없다. 돈이 없으면 촌보도 걸을수 없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다. 돈에 중독이 깊어갔다. 인젠 여러해째였다. 돈허기가 명치끝을 처절히 허하게 만들었다. 영철이는 소학교6학년때 일본간 엄마보고 좀스럽게 이것저것 요구하였다. 햄버거를 사먹겠어요, 옷사겠어요, 책사겠어요, 배가고파요, 영화보겠어요였다. 하더니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학비요 반급비요 가장회의비용이요 운동대회비용이요 가정교사비용이요 하면서 굵기가 점점 실해갔고 중학교 3학년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컴퓨터를 사야합니다, 재수없이 남과 싸워서 상처를 잎히여 돈 안내면 구류시킨답니다 하면서 엄청난 사건을 조작하여 한번에 큰돈을 요구해 왔었다. 그렇게 거짓보고를 하여 엄마가 보내온 돈, 생겨난 돈을  다리부러진 노루들인 인호랑, 향란이랑, 영걸이랑, 애나랑과 같이 반쪽 부모없는 니집에서 내집에서  히히흐흐크크 놀아대면서 다 탕진해버렸다. 돈이 있으면 다 놀고 먹는데 써버려야 시원하였다. 절약이란 무슨 소리? 그들의 사전에는 철처히 소비만 있었다. 그 돈으로 책사서 공부하지 않았다. 부모중 한 사람이 출국하고 없다. 혹은 리혼하고 없다. 한창 목마르고 부러운 사랑이 말라간 마음들이 가물에 터진 논밭밑바닥처럼 처절히 금이 갔다. 온다는 엄마, 온다는 아버지, 언제면 올가? 정말 올가? 하루하루 기다려도 기다릴수 없이 기나긴 낮과 밤, 그러다가 결국 짱 리혼소리난다. 어린것은 슬프게 소리도 못내고 집구석에서 혼자서 쿨쩍이였다. 공부, 공부를 어떻게 해? 공불잘하라고, 어떻게 잘할수 있어? 날 위해 외국서 뼈빠지게 고생한다구? 다 듣기좋은 개살구야! 자기밖에 모르는 푸념이야, 그렇게 악착스레 돈벌어 어디에 쓰려구? 가족의 행복을 위하여 돈번다구? 나를 공부시켜 큰 사람 만들려구 고생한다구? 다 개코래라. 날 위한다면 왜 둘이서 결혼하여 날 만들어놓구 오늘 와선 리혼이야? 날 공부시켜 큰 사람시키겠으면 왜 돌아와 날 살펴주지 않는거야! 난 엄마가 보고싶어, 아버지가 보고싶어. 엄마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집이 부러워 죽겠단말이야! 그러면 공부도 정말 시름놓고 할수 있을것 같단 말이야! 이러구저러구 하여튼 몸뚱아리는 살아있고 입에다 먹을것은 넣어야겠고 몸에 다는 남들처럼 괜찮은 옷을 걸쳐야 하겠고  PC방에 가서 전자유희도 놀아야겠구 그림책도 보아야겠구 다 돈인데 인젠 어떤 리유로도 엄마를 더 얼릴수 없다. 엄마는 돈을 부치지 않는다. 아버지는 거지같다. 하루 소비돈 10원을 초과해주지 않는다. 에라 돈가는 물건 어디 있나? 그래 그림책 좋아하는 인호가 자꾸 보고싶어 하는 무협그림책 두개를 주고 몇원 달라자, 뽈차기를 좋아하는 영걸에게 뽈을 주고 십원 달라자, 향란이와 애나에겐 뭘 주고 돈을 달라고 할가? 에끼, 거지 같았다. 물건주고 돈을 홀려쓰려 하다니? 돈이 있을 땐 정말로 통쾌하게 팍팍 써댔었댔는데 오늘은 이게 뭐야? 정말로 똑 마치  겨울맞아 금방 얼어붙은 살얼음우를 빠질가봐 조심히 걸어가는 주눅이 든 기분이다.  돈이 있어서 맘대로 먹고놀고 할때는 세상 부러운것이 없었다. 돈쓰는 자기가 왕인가 싶었다. 학교공부는 똘까지래도 애들앞에서 턱을 쳐들고 쏠수 있을 때가 사람같았다. 영웅같았다. 반에서 공부잘하는 애들은 이럴줄 몰랐다. 그저 성적이 좋아서 반에서 선생님과 공부를 추구하는 애들 앞에 위신이 설 뿐이다. 걔들하고 돈쓰라고 해봐라. 공부못하는 애들한테는 돈을 쓰지도 않는다. 반주임선생님이나 과임선생님한테는 부모들이 나서서 뒤에서 살며시 돈을 찔러주고 연회석을 베풀고 한다. 옹졸했다. 오직 자기 자식만을 위해서 돈을 팔고쓰고 한다. 허나 자기는 그렇치 않았다. 외국간 엄마하고 거짓말을 한것은 틀린처사지만 그래도 그렇게 거짓말하여 부쳐보낸 돈을 혼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자기를 따르는 외기러기집 애들과 함께 먹고쓰고 하였다. 애들과 함께 써야 어깨가 올라가고 위품이 도도해지는것 같았다. 자기는 애들앞에서 돈을 뿌려야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돈이 수요되였고 꼭 돈을 얻어써야 했다. 이상하게 자기는 남이 사주는 음식은 맛이 없었다. 자기절로 자기돈으로 팍팍 쏴야 기분이 나고 음식도 맛이 있었다.  그 돈이 다 엄마한테서 온 돈이다. 엄마는 마치 자기를 위해 돈을 섬기는 기계같았다. 엄마한테 해댄 거짓말도 각양각색이였다. 거짓말도 학교가 있는것 같았다. 거짓말학교가 륙년제라면 영철이는 이미 거짓말학교 6학년생이 되였다. 엄마는 인젠 거짓말학교 6학년생을 밀어 줄 정력과 힘이 없었다. 집에 있는 남편한테 애관리를 어떻게 하느냐고 부쳐보낼 돈이 없다고 전화를 쾅 놓아버렸다.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두달째 련계할수 없다. 엄마는 아들에게 손을 들었다. 보낸 돈들이 아들의 학습에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돈에 대한 집착만 잔뜩 크게 하여 더 큰 돈을 자꾸 요구해오니 더는 거짓말학교 중학교에로까지 배양할수 없으니말이다. 엄마한테서 돈줄이 끊어지니 영철이는 아버지한테서 돈을 얻어내야 했다. 헌데 아버지는 돈주기보다 욕이 앞섰다. 정말로 몇십원도 허벼내기 힘들었다. 돈달라는 자기한테 퍼런 불을 켜고 밥사발이며 재털이며를 손에 쥐이는 대로 뿌리였다. 아버지에게는 정말로 돈이 없었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돈을 부치지 않은지도 꽤나 되였다. 아버지는 일터도 맞같지 않았다. 생활용돈으로 5백원넘어 나올뿐이다. 어데가서 돈을 얻는단 말인가? 허기는 가슴을 꽉 채웠다. 돈을 얻어 시원히 써버려야 살것 같았다. 영철의 눈에는 광이 없었다. 돈이 있으면 반짝이며 정신이 빛나는 눈이였으나 돈이 없으면 빛을 잃고 부옇고 머얼건 눈이 된다. 완전히 돈으로 뜨고 지는 눈이 되였다. 영철이는 초점없이 퀭한 눈으로 정해논 곳이 없이 이리궁싯 저리궁싯 하였다. 백원짜리가 눈앞에서 흩날리는 눈송이처럼 춤을 추었다. 손이 덥석 나가 쥐였다. 빈손이였다. 다시 퀭하니 땅바닥을 훑어보니 또 백원짜리가 널려져 있는것 같다. 손이 내려가 덥석 쥐였다. 종이 쪼박이였다. 생각하는 돈, 쓰고싶은 돈, 정신이 나게 할수 있는 돈, 숨이 나오게 할수 있는 돈, 그 돈은 그냥 쥐여지지 않았다. 영철이는 숨이 나오지 않아 울었다. 돈은 나오지 않치만 허기에 찬 눈물은 흘러나왔다. 그 눈물은 그렇게 펑펑 떨어지고 그렇게 우왕좌왕하였으며 그렇게 가련하고 서글펐다.       2009년 12월 15일 연길에서  
48    나의 꿈 댓글:  조회:1267  추천:5  2011-01-04
[단편소설] 나의 꿈    1 따르릉 오후 첫시간 상학종이 울렸다. 첫시간은 중학생글짓기작문써클 시간이다. 민수는 자기자리에 앉아 조선어문교과서와 습작필기책을 꺼내놓았다. 교실문이 열리면서 선생님이 들어섰다. 뒤따라 키가 전선주처럼 껑충하고 배까지 앞으로 툭 튀여져 나온 낮선 남자애가 따라들어섰다. 애들은 놀라서 눈이 커지고 입이 와하고 저절로 벌어졌다. 일본뚱보스모운동원을 방불케 했다. 애들이 술렁대자 남자애는 반을 한번 휙 쓸어보고는 덩실한 코를 꾹 누르면서 흑판쪽으로 고개를 돌리였다.  “왕청에서 우리반으로 전학해온 남용진학생입니다. 보다싶이 힘꼴이 센 학생입니다. 앞으로 우리반 바줄당기기에서 한몫할걸 같습니다. 품성이 좋고 학습열정도 좋다고 합니다. 우리모두 열렬한 박수로 새학생을 환영합시다.” 학생들이 일제히 박수갈채를 올리였다. 기계적이였다. 반주임은 시교육국국장이 학교교장한테 특히 부탁하여 받은 학생인지라 부탁받은 대로 공부잘하는 학생곁에 않혀야 했다. 남용진은 체구가 커서 앞에 않치면 뒤학생의 시력을 막아 공부에 영향있기에 뒤쪽에 않쳐야 했다. 그러면 그 곁에 반드시 앞으로 두번째 자리에 앉아있는 민수를 옮겨가야 했다. 민수는 반에서 학습위원이고 전학년의 최우등생이다. 아무데 않혀놓아도 공부에는 지장이 없는 애였다. 그리고 책임심이 강하여 남용진학생의 공부도 잘 도와줄것 같았다. 민수는 선생님의 요구대로 자리를 옮기였다. 애들은 자리정돈의 의미를 알고있었다.   “남용진 학생, 민수학생은 우리학교1학년에서 최우등생이예요. 공부에 도움이 많을거예요.” 그리고 민수한테로 시선을 옮기였다.  “민수학생 잘 도와줘요.” 민수는 머리를 끄덕이였다. 용진의 공부를 잘 도와주라는것은 용진이가 공부를 잘못한다는 얘기가 되기도 하고 용진이가 공부를 하려고 하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된다. 아무튼 선생님의 말씀이면 무조건 듣는 민수는 용진의 공부를 잘 도와주려고 작심하였다. 이윽고 반주임선생님은 작문습작써클제목 흑판중심에 크게 또박또박 써갔다. “나의 꿈”이였다. 제목을 보는 순간 민수의 코허리는 쭝해왔다. 자기를 공부시키려고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 어머니가 상기되였다. 아버지 어머니를 위한 꿈을 써야한다는 강한 충동이 전신에서 고패치였다. “의론문과 기서문 두가지문체중 한가지를 선택하여 쓰십쇼.” 아이들은 어떻게 쓸까고 고개들을 갸우뚱거리였다. 민수는 조용히 필을 잡고 습작필기책에 한자한자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쓰다가 눈물방울이 손등우에 똑똑 떨어졌다. 용진이는 제목만 써놓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 망서리였다. 도무지 써내려갈수 없었다. 할수없이 바쁘지 않게 써내려가는 민수를 힐끔 훔쳐보았다. 무엇을 쓰는지 민수는 한쪽팔로 막고쓰고있었다. 헌데 민수의 눈확이 붉어져있었다. 눈물까지 떨어진다. (작문을 쓰는데 눈물까지 흘려? 무엇을 쓰길래?...) 용진이는 궁금하였다. 보고싶었다. 따르릉 하학종이 울렸다. 용진이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였다.    “어때요? 바칠만 한가요?” “녜!” 시원히 대답하는 애들이 내뱉는 소리였다. 민수는 소리치지 않았다. “목소리가 약한것을 보니 잘쓰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럼 다음 주일 습작시간 전 까지 학습위원에게 바치세요.” “녜!” 아이들이 뽑는 소리는 높았다.  2 용진이가 온지도 벌써 한주일이 지났다. 용진이도 금방 전학해온 몸이라 시간이면 허리를 펴고 선생님의 강의에 집중하느라고 애썼다. 여러과당선생님들은 눈에 유표하게 쑥 들어오는 거인같은 새남학생에게 흥취가 가서 새학생의 지적상수가 어떤지 궁금하여 지명하여 묻군하였다. 그럴때면 용진이는 우물쭈물하면서 대답이 자꾸 외딴곳으로 갔다. 체대는 산처럼 커도 곁에 앉은 작은 민수보다 엄청 거리가있었다.  민수는 용진이의 학습기초가 아주 박약함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어떻게 용진이를 도와 공부를 따라잡게 해야할지 혼자서 궁리하고있었다. 학교시간외에 개별보도도 해주어야 했다. 개별보도는 아무래도 휴가일과 저녁시간밖에 없었다. 저녁시간에도 민수가 집에 가서 할일은 많았다. 그러니 학교에서 하학하여 지레 용진이네 집에 가서 한시간 정도개별보도를 해주어야 했다.   “용진아, 너네 집은 어느 모캐에 있니?” “우리집? 학교 바로 북쪽 <땐티러우(电梯楼)> 8층에 있다. 그런데 왜?” “이 며칠 니가 시간집중은 잘하는데 선생님이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못하더라. 아무래도 하학한후 너 집에 가서 개별보도를 해야겠다!” “공부?...하학한 다음에도 공부?...” “어째? 공부하기 싫니?” “글쎄?...” 용진이는 전학하면서 자기의 정체를 많이 숨기였다. 전학해가는 학생이라 용진의 반주임선생님도 좋은 감정을 써주었다. 제대로 쓰면 어느 학교서도 받자고 하지 않을것이니말이다. 사실 용진이는 왕청에서 소문있는 애꾼이였다. 책가방을 메고 학교갖다가는 힘약하고 공부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휘동하여가지고 담을 넘어 도망쳐서는 부모없는 집들을 돌면서 먹고마시고 패싸움하면서 사달만 치였다. 한번은 주먹으로 공부잘하는 다른 반 남자애의 눈통을 쳐놓아 동공이 엄중히 파렬되여 거의 실명에 이르게 하였다. 나이 어려 법적판결은 면했으나 대신 치료비를 엄청 지불했었다. 다 미국간 엄마가 돈을 부쳐해결하였다. 왕청서 용진에 대한 원성은 불같았다. 거기다 두면 더 큰일을 칠것이였다. 하여 전학을 행한것이였다. 용진의 아버지는 로무송출사기범으로 붙잡혀 판결받아 감옥가고 엄마는 감옥간 남편하고 리혼하고 미국으로 갔었다. 자기배로 낳은 살붙이는 애물이였다. 용진이의 전학학교가 결정되자 학교에서 아주 가까운 땐티러우 (电梯楼) 8층을 50만주고 샀다.  집안장식도 고급으로 멋지게 하였다. 가전기물들도 말짱 제일 값가는것들이였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용진이를 위해서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용진이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꼭 고중에 가고 다음 대학을 마치면 미국으로 류학까지 하게 할 잡도리였다. 용진이는 자기가 엄마덕에 살고있다는것을 알고있었다. 엄마없으면 자기는 촌보도 움직일수 없었다. 엄마는 자기에게 생활용돈을 부치는 외국은행이였다.  엄마는 용진이를 전학시키면서 아들로부터 각서를 받아냈다. 다신 사달을 치지 안고 열심히 학교다니고 공부를 잘하겠다고말이다. 하기 싫은 공부지만 해야 했다. 아직은 어렸다. 앞날이 있었다. 그러니 민수가 오후 하학하여 자기집에 와서 개별보도들 해주겠다는데 거역할 수  없었다. “아니, 아니다. 그렇게 하자! ” 용진이는 자기집에 가서 멋진 자기집을 보여주고싶었다. 민수도 어떤 곳에서 어떤 집에서 사는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너네 집은 어디 있니?” “철남에 있다.” “철남?...” 용진이는 연길에 와서 휴가일날 애들과 함께 뻐스타고 모아산으로 갔다오면서 철남이란 곳을 지나쳤었다. 시가지중심과는 거리가 먼 곳이였다.      그런곳에서 승학률이 높은 이 좋은 학교를 다니고 또 전학년에서 성적이 제일인 죄꼬만 민수가 희고하게 느껴졌다. (민수아버지, 어머니는 무슨 일을 할가? 민수가 공부잘하는걸 보면 낙제없이 교원일거야!) “민수야, 너네집도 가볼가?” “우리 집?...” 민수는 주춤하였다. 여지껏 자기집으로 별로 애들을 부르지 않았었다. 3 둘은 오후 하학하자 바로 학교담북쪽 승강기아빠트로 향하였다. 아빠트는 지난해에 완공되였는데 15층이였다. 일층승강기입구에서 단추를 누르자 승강기문이 열리였다. 둘은 승강기안에 들어가서 8층단추를 눌렀다. 8층에 도착하여 승강기에서 내려서 808호 수자번호가 문에 박혀있는 집문을 용진이가 허리춤에서 열쇠를 꺼내서 열었다. 들어서자 민수는 입이 벌려졌다. 너무 황홀했다. 객실은 호텔방같았다. 부채형 등이 천정가운데에 꽃혀있고 보지못한 쏘파며 커다란 평면 텔레비며 창문을 가리운 아름다운 카텐이며 어디를 보아도 다 멋진것들이였다. 민수가 희고하여 살피는 모습을 보면서 용진이는 어깨가 으쓱해지였다. “여기는 우리엄마침실이고, 저기는 주방이고 여기는 나의 침실이다.” 민수는 용진이를 따라 용진의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은 객실보다 좀 작았다.  허나 과부하로 물건들이 꽉 차 있었다. 텔레비부터 컴퓨터, 랭동기, 책장, 달리기 운동기구, 주먹치기가죽주머니, 옷장, 먹거리, 와 부유가 차서넘쳤다.  정말로 자기집에 비하면 궁궐이였다. 넓고 환하고 없는것이 없었다. 텔레비에서나 보아오던 돈많은 부자들이나 드는 집이였다. 자기네는 언제 이런 집에서 살아보겠는가 아득하기만 했다. 허나 꼭 공부를 잘하여 돈을 많이 벌어 이보다 더 좋은 집에서 아버지어머니를 모셔놓고 살고싶은 오기가 속에서 올리밀었다.  민수는 책궤를 유심히 살피였다. 책궤에는 말짱 만화그림책이였다. 책상우에 어지럽게 너부러져 있는 책들도 주먹치기로 싸우는 만화그림책들이였다. 교과서와 교과서보도자료는 하나도 없었다. 텔레비는 켜져있었다. 아침에 학교갈때 보다가 꺼버리지 않은것이였다. 전기랑비가 심했다. 민수는 텔레비스위치를 눌러꺼주었다.    컴퓨터앞에는 유희전자제품, 열린 옷장안엔 개달아매듯 옷들이 옷걸이끝에 대롱대롱 달려있고 그 아래에는 쓰레기처럼 여러가지 옷견지들이 마구 쌓여 있었다. 아직 배가 나올 시기가 아닌데 불룩 나온 배를 까라고 창문곁에 놓여있는 달리기운동기구의 손잡이에는 속적삼이 나무에 걸려있는 비닐주머니처럼 달랑 매달려 있었다. 그 옆에 공중에 걸려있는 가죽싸대는 별로 사용한것 같지 않았다. 보매 잘살고 물질문명이 풍성한 집이였다. 헌데 질서가 없었다. 산만하였다. 용진이가 이런 아이였다! 이런 아이는 공부를 잘하기가 힘들었다. 민수가 둘러보는 순간 용진이는 <땐빈썅(电冰箱)>문을 열었다. “뭘 먹고싶니?” 랭동기안은 먹이들로 꽉 찼다. 용진의 배가 나온것은 수없이 자꾸 먹기 때문이였다. 민수는 대답하지 않고 책상우의 어지러운 책들을 정리하여 책궤에 꽂아주었다.  “놔둬라. 보모가 치워준다.” 사람을 고용하고있었다. 용진이가 할수 있는 일은 용진자신이 해야했다. 남에게 자꾸 의거하려 든다면 주동이 될수 없었다. 주동이 못되면 피동이다. 피동은 언제나 주력선수가 될수 없었다. 반주임 선생님이 하던 말이 상기되였다.  “공부를 잘하는 비결은 시간집중입니다. 집중할수 없는 학생은 공부를 잘할수 없습니다. 집중못하는 학생은 꼭 집중못하는 객관적 원인이 있습니다.” 용진의 집중못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가? “용진아, 너네 정말 잘 산다. 이 큰 집에 이 많은 재산? 야 부럽다야!” “부럽다구? 나는 좋은 줄 모르겠다.” “너네 부모들이 무슨 일을 하기에 돈을 이렇게 많이 버니?” 이때 용진이는 민수의 또렸한 눈을 마주하지 않고 피했다. 사기혐의로 판결받고 감옥간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와 리혼하고 미국간 어머니, 이것도 자랑인가? 자기집의 허점을 민수에게 내비칠수 없었다. “지금 다 외국가서 벌지 않니? 그래서 돈이 있는거지므. 너네 집 부모들은 안나갔니?...야, 배고프다. 햄버거나 먹자!”  용진이는 랭동기에서 얇은 종이에 포장한 햄버거 두개를 꺼냈다. 민수의 입안에 서는 금시 군침이 자르르 돌았다. 정말 먹고싶은 햄버거였다. 여러번 벼르고 벼르다가 혹 사먹는 햄버거였다. 민수는 넘겨주는 햄버거를 사양않고 받았다. 한입 뚝 떼먹었다. 맛이 있었다. 두입, 세입…맛나게 다 먹었다. 용진이는 햄버거를 다 먹은 민수를 흐뭇이 지켜보았다. 자기 햄버거를 하나 다 먹었으니 인젠 자기말을 들을것 같았다.  “민수야, 오늘은 우리둘이 먼저 천당(天堂) 유희를 놀까?” “안된다. 먼저 숙제공부하자!” 숙제냐 유희냐의 대결이였다. “민수야, 학교가서 온 하루 공부했는데 집에 와서 머리를 쉬워야 하지 않겠니?” 용진이는 유희진공을 들이대였다. “넌 학교서 집중하는것 같은데 선생님이 물어보면 모르더라?” 민수도 물러서지 않았다. “글쎄다. 나도 모르겠다. 전탕 왕청같은 생각만 자꾸 든다.” “니 천당유희를 잘노니?” 공부하자던 민수가 느닷없이 유희를 잘 노는가고 물으니 용진이는 민수가 자기뜻에 따르려는 줄 알고 벙글써 웃으면서 낚아들었다. “잘 논다. 내 지금 퇀장이다. 나의 부하가 꽤나 된다.” “그래 맞다. 공부도 유희와 마찬가지이다. 집중하고 열심히 하면 영 재밋다.” 용진이는 그제야 민수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맹랑해서 어깨가 처지였다. 민수는 자기를 공부하라고 설복하고있었던것이다.  “용진아, 넌 앞으로 유희만 놀면서 살겠니?” “그래두 유희를 놀면서부터는 밖에 나가지 않구 싸움을 적게 했다야.” “그러면 너는 원래 싸움꾼이였니?” “응, 앞으로 누가 너를 업신여기면 내가 패줄께!” 용진이는 씽하니 가죽싸대주머니를 야하 하면서 몇번 들이쳤다. 무거운 싸대가 그네처럼 흔들거렸다. “용진아 맥빼지 말라. 난 네가 공부하고 싶어했으면 좋겠다. 나와 같이 고중도 가고 대학도 같이가고 말이다.” “대학? 쭝쫜이라도 갔으면 좋겠다.” “용진아, 네가 공부할 결심만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도와주겠다. 그렇치 않으면 아예 오지도 않겠다. ” “뭐라니? 네가 내곁에 앉아서 나의 공부를 돕기로 했잖니? 네가 안오면?...야, 민수야 그러면 나는 정말로 망태기가 된다.” 용진이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정말 구할수없는 애로 되고는 싶지 않았다. 이제 그렇게 되면 유일한 엄마마저 자기를 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았었다.  그런데 공부는 솔직히 이미 많이 늦춘 상황이였다. 지금부터 공부를 하여도 따라갈지 걱정이 태산이였다. 그러나 포기할순 없었다. 공부하고싶은 마음은 그래도 있었다.  “민수야, 넌 어떻게 돼서 공부를 그렇게 잘하니? 나보다 작고 약하고 머리도 더 작은데?...믿어지지가 않는다. 나도 너처럼 선생님의 자식으로 태여났으면 얼마나 좋겠니?” 민수는 어이없어 웃었다. 용진이는 자기 부모들을 교원이라고 믿고있었다. 교원이던 아니던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허나 한가지만은 확신이 갔다. 아버지어머니는 강의한 의력으로 누구한테 손을 내밀지 않고 자기두손으로 벌이를 하면서 자기를 열심히 공부시키고있었다. 정말로 자기인생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훌륭한 부모였다. “그래 맞다. 우리부모들은 나한텐 참 좋은 분이시고 나의 인생을 열어주는 선생이시다!” “봐라, 그러기에 공부를 잘하지! 우리아버지엄마도 선생이였으면 나도 공부를 영 잘했을거다.” “됐다. 인젠 공부하자!” 민수는 책가방을 풀었다. 용진이는 응하는 수밖에 없었다. 용진이는 작문이 걱정이였다. 래일이면 습작시간이다. 아직도 첫머리도 못떼고 있었다.  “민수야, 래일이면 작문을 바치는 날이잖니?” “그래 작문을 아직도 못썼니?” “못썼다. ㅋㅋㅋ…니걸 보면 안되니?” 민수는 아직은 보여줄수 없었다. 자기집의 사실을 썼기에 아직은 아니였다. 자기 작문을 보여줄수 없지만 작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는 알려주어야 했다. “그래 그럼 작문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마. 선생님께서는 나의 꿈이란 제목으로 의론문이나 기서문으로 쓰라고 하였잖니? 니 경우 의론문은 힘들것 같으니 기서문으로 써라. 기서문에서는 7곱가지 인소를 고려해야 한다. 사건이 발생하는 시간, 지점, 등장인물, 사건전개과정, 사건전후원인과 결과이다. 이 7곱가지 인소를 잘 고려하면서 나의 꿈이란 글을 통해 어떤 사상을 말해야 한다.” “야, 복잡하다. 7곱가지? 무스레 그리 많니? 너무 많다. 또 무슨 사상이니? 사상이라는게 뭐니? 모르겠다.” “내 말 잘 들어봐라. 아주 간단하다. 오늘 우리둘이 너집에 와서 공부하지 않니?” “응” “바로 오늘 오후 하학한후 너집에 왔잖니? 오늘 하학한후가 시간이지 않니. 지점은 너 집이구, 등장인물은 너와 나구. 왜 왔니? 나는 공부개별보도하려구 왔구 너는 개별보도를 받으려구 하구. 그런데 방금 네가 유희부터 놀자구 했잖니? 나는 공부부터 하자구하구. 이것이 모순이 아니니? 이야기가 전개되는것이 아니니? 결국 지금 네가 작문공부를 하는데 응하고 말았잖니. 그래서 작문을 써내면 결말이 된다. 그렇게 순서적으로 쓰면 기서문이야. 그런데 중요한것은 이런 사실과 이야기를 통하여 무엇을 말하자는가 하는것이야!” “그것이 무엇인데?” “생각해봐라. 네가 전자유희를 놀고싶은 유혹으로부터 탈출하여 작문을 써냈다고 할때 너는 자기를 전승한거야. 너를 공부못하게 하는 다른 유혹을 까부신거야. 좋은 습관은 나쁜습관을 까부셔야만이 얻을수 있다. 이것이 네가 말하자는 주장이 아니겠니? 그것이 곧 주제고 사상이야!” “뭔가 알려오는듯 한데 아직도 모르겠다.” “한번에 다 알면야 공부해 뭘하니?” 이때 민수의 아래배가 아파났다. 기름진 햄버거를 먹은것이 탈이난것이다. 민수는  위생실로 쫑드르르 달려갔다. 이때 용진이는 수를 썼다. 잽싸게 민수의 가방을 들추었다. 습작필기책을 꺼내고 “나의 꿈” 이란 작문을 뿍 찢어내서 자기 침대베개밑에 숨기였다. 민수는 위생실에서 나왔다. 위생실도 화려하였다. 기분이 좋았다. 헌데 나와보니  이상하게 용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있었다. “너 열이나는구나! 어디 아프지 않니?” “아니다. 난 원래 실해서 열이 세다. 뜨문뜨문 얼굴이 잘 뻘개진다.” 용진이는 부자연스럽게 에둘러댔다. 민수는 더 묻지 않았다. 책가방안에 내놓은 책들을 차곡차곡 집어넣고 어깨에 가방을 걸쳐멨다. “래일 만나자!” 4 민수를 문밖까지 바래고 부랴부랴 돌아들어온 용진이는 얼른 침대우베개밑에서  민수작문종이를 꺼내들었다.  “……나의 아버지는 눈먼 소경입니다. 나의 어머니는 걸을수 없는 앉음뱅이입니다.” (이게 뭐야? 민수아버지는 눈소경이구 엄마는 앉음뱅이라니?!) 여지껏 공부잘하는 민수부모가 교원일거라고 추축해왔던 용진이였다. 용진의 눈은 대뜸 화등잔처럼 커지였다. “아버지는 앞을 못보지만 귀는 밝습니다. 어머니는 두다리를 쓰지 못하지만 열심히 일하고있습니다. 아버지는 맹인안마원에서 안마사로 일하시고 어머니는 집에서 손마선질로 복장가공을 합니다. 그래서 번돈으로 나를 공부시킵니다.” 용진이는 이상하게 속이 알짝지근해지였다. “아버지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나는 앞을 볼수 있습니다. 어머니는 걸을수 없지만 나는 걷고뛸수도 있습니다. 나는 아버지어머니가 사랑으로 만들어낸 장애없는 정상인입니다. 아버지어머니에게 정말로 감사합니다. 매양 아침마다 아버지의 손을 잡고 아버지가 일하는 안마원으로 모시고 가려고 할때면 아버지는 나의 학교시간이 늦어질가봐 한사코 사양합니다. 매양 걷지못하는 어머니의 발이 되여 어머니가 할수 없는 잔일들을 내가 거들어 줄때면 어머니는 학습시간을 점한다고 안타까워 합니다.” 용진이는 어쩐지 가슴한가운데가 쭝해나면서 코가 시큰둥해났다. 팔다리가 성하고 오장륙부가 건전한 자기 부모들이 추구한 저속적인 결과때문에 얼굴이 홧홧 달아올랐다. 돈욕심이 굴뚝같아 사람장사하다가 사기협잡죄로 감옥간 아버지, 아버지가 협잡한 돈을 같이 탕진하고 감옥간 아버지를 배신하여 리혼하고 미국간 엄마가 증오스러웠다. “아버지는 매일저녁 나의 교과서를 들고 그날 배운 과목을 검사합니다. 앞을 못보는 아버지이지만 나의 교과서를 들고 검사합니다. 한번은 앞못보는 아버지가 교과서를 들고있는것이 우스워서 제대로 암송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바로 눈치채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평생 교과서를 들고 공부를 못해보았다. 허나 나의 아들이 교과서를 들고 공부할수 있어 행복하다. 나는 마음으로 나의 아들교과서를 읽는다. 내가 소경이라고 딴수작을 부리면 네가 바로 눈뜬 소경이 되고만다. 어머니는 하루나절 피곤한 복장가공일을 마치고도 저녁에 나의 침실의 불이 꺼질때까지 지켜줍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나의 낮공부를 비춰주는 태양이고 나의 밤공부를 비춰주는 달빛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소경이 아닙니다. 나의 어머니는 앉음뱅이가 아닙니다. 그들은 내가 커가는 생명의 젖줄기입니다. 내가 의거하는 믿음직한 산입니다. 이런 젖줄기가 있기에, 이런 산이 있기에 나는 세상 부럼없이 열심히 학교다니고 성적을 높이고 높혀서 학년의 최우등이 될수 있었습니다.” 용진이의 눈에서는 종내 주먹같은 눈물방울이 뚤렁 떨어졌다. 불구인 민수의 아버지와 어머니! 불구자가 아닌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판이한 두 가정의 판이한 두아들!  자기부모는 불구자민수부모보다 못하였다. 용진에게는 바로 민수부모같은 부모가 가장 절실히 수요되였다. 자격없는 부모였다. 이 몇해간 방황하며 몸과 마음의 안식처를 찾지 못해 헤매여온  현실은 팔다리성한 부모가 만들어준것이였다. “나는 행복합니다. 내 곁에 내 사랑 부모가 있어서 행복합니다. 내 사랑 부모가 내 곁에 있어서 든든합니다. 나는 꼭 백배천배로 노력할것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또 잘하여 장차 유명한 의사가 되여 꼭 아버지에게는 눈을 의식해주고 어머니의 두다리를 곧게 펴들이겠습니다. 아버지가 눈뜨고 어머니와 나의 모습을 보게 하겠습니다. 어머니가 아버지와 함께 행복의 산책을 하게 하겠습니다. 이것이 나의 꿈입니다. 애써 공부하고 또 하고 최우등이 되고 또 되는 꿈입니다.” 용진이의 어깨는 몹시 드놀았다. 민수의 훌륭한 불구자 부모님, 민수의 애타는 노력, 민수의 착한 마음으로 형성된 올곧은 꿈,  그 꿈에 싸대같이 딴딴하던 마음이 녹아들었다. 입술이 떨리고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용진에게는 아직 꿈이 없었다. 학교가 싫어지고 배우기가 싫어진 용진이였다. 사랑이 빈가슴에, 매일과 같이 불안과 공포로 살벌하게 살아온 마음에 무슨 꿈이 이루어지랴! 꿈싹은 이미 요절되여버렸다. 민수의 작문은, 민수의 꿈은 용진의 메마른 꿈의 토양에 한줄기 생명수를 관개하였다. “나의 꿈은 무엇인가?...감옥간 아버지가 새사람이 되게, 미국간 엄마가 돌아와서 가정을 회복하게,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민수처럼 착한 아이가 되고 좋은 성적을 내서 자기를 아끼는 부모님의 본래의 마음을 살려 다시 행복한 가정을 일구는것이 아니겠는가?” 몽롱하나마 떠오르는 생각이였다. 싹트는 꿈별이였다.        2010년 5월 2일 연길에서    
47    위대한 약속 댓글:  조회:772  추천:7  2011-01-04
[단편소설] 위대한 약속           1                   동지섣달 하늘땅이 꽁꽁 어는 어느날 오후 S시 모중학교 2학년 2반 교실안은 짧은 겨울해의 어둠을 몰아내느라고 환한 네온등이 켜져 있고 강당에는 반주임선생님이 근엄한 기색으로 서서 전반 학생들을 찬찬히 살펴보고있었다. 매일 반주임선생님과 접촉하는 학생들이라 선생님의 얼굴근육표정이 약간 움직여도 선생님 의 몸과 련계된 신경세포처럼 반응이 민첩하였다. 오늘 따라 선생님의 표정은 한여름날 벼락치기 직전의 무서운 하늘의 소나기구름모습이였다. “학생동무들 래일저녁에 학부형회의를 하겠습니다. 기말시험성적을 통보하겠습니다. 3학년으로 올라가는 관건적인 시기의 학습성적이므로 반드시 부모님들을 통지하여 참가하게 해야 합니다. 우리반에는 출국한 가장들이 많습니다. 그러기에 아버지가 있는 학생은 아버지를, 어머니가 있는 학생은 어머니를, 아버지 어머니가 없는 학생은  학생을 책임질수 있는 삼촌이나 고모,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통지하여 참가시켜야 하겠습니다. 특히 시험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꼭 부모님들을 참가시켜야 합니다. 자기의 기말시험성적이 나쁘다고 부모님한테 욕먹을가봐 통지하지 않거나 힘없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참가하게 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습니다. 알았습니까?” “녜!”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목소리를 뽑았다. 허나 뒤로 세번째줄에 앉은 영민이의 목소리는 모기소리만했다. 영민이는 이번 자기기말시험성적이 아주 나쁘다는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있었기때문이였다. 아버지를 참석시키면 낙제없이 학부형회의가 끝나서 집으로 돌아오자바람으로 자기를 집안한쪽구석에 세워두고 문초를 들이댈것이였다. 그러니 아버지를 오게해서는 안되였다. 아버지에게 문초를 당하기가 싫었다. 할머니를 참가시켜야 했다. 할머니는 그래도 아버지보다는 퍽 낳았다. 공부를 잘하라고 차근차근 교육하지 아버지처럼 손찌검은 없었다. “영민학생, 아버지를 통지하여 참가시킬수 있죠?” 영민이는 고개를 숙이였다. “자신없으면 내가 직접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겠어요.” 뛸수 없었다. 반주임선생님은 이런 조치를 강구하는데 아주 능숙한 분이셨다. 울며겨자먹기로 아버지를 통지하겠다고 대답하였다. “녜!” “좋아요. 영민학생, 그리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철네 집에 들러봐주세요. 이틀이나 등교하지 않았어요. 꼭 통지하여 학철의 아버지가 참가하도록 하세요..” 학철이 아버지라는 소리에 영민이는 일어섰다. 학철의 아버지는 오랜 간염환자였는데 요새 갑자기 피를 토하면서 간폭팔이 와서 병원에서 구급중이였다. “학철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했슴다.” “그러면 집에 누가 있어요.” “학철할머니가 있을겜다.” “그럼 먼저 할머니라도 참가하라고 하세요. 다음 내가 학철아버지를 찾겠어요..” “녜.” 2 영민이는 장막이 덮혀 어두워진 큰 길로 터벅터벅 걸었다. 래일저녁 학부형회의에 아버지가 참가하고 돌아온다음 자기를 닦아세울것을 생각하니 전신이 으시시 떨리였다. 아버지의 주먹이 무서웠다. 엄마가 일본으로 출국가고 점점 느는것이 술이였다. 엄마는 생활비만 붙이였다. 아버지와 엄마는 전화로 다툼이 심했다. 때론 리혼소리까지 막 터져 나왔다. 아버지가 엄마몰래 어떤 녀자와 접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서 알수 없는 사실을 여기서 누가 전화로 고해올린것이였다. 아버지는 그 녀자와 두어달 거래하다가 영민이한테 들키였다. 아버지가 그 녀자를 자기가 학교로 간후에 집으로 데리고 들어왔다가 운동복바꿔입으러 집으로 돌아온 영민에게 발각되였던것이다. 그날 저녁 영민이는 울면서 아버지한테 대들었었다. 아버지가 나쁘다고, 엄마가 외국서 돈버느라고 고생하는데 아버지가 어찌 다른 녀자를 집에까지 데리고 들어올수 있느냐고 엉엉 울면서 난리를 벌리였다. 영민의 아버지는 우는 아들을 한참이나 그런게 아니라고 달래보다가 나중엔 영민이를 가슴에 꼭 끌어않았다. 그리고는 그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았었다. 대신 느는것이 술과 담배였다. 그 독한 술을 입안에 쏟아넣고 마시면 정신이 붕 떠서 속탄 일들을 있는 모양인지? 그 매캐한 담배연기를 쑤욱 빨아 입안에서부터 코구멍으로 순환시키면 마음이 개운해지는지 모를 일이였다.  영민이는 자기집과 얼마떨어져 있지 않는 학철에 아빠트단지에 닿았다. 습관적으로 시선이 가는대로 4층에 있는 학철네 집 창문을 쳐다보았다. 불이켜져 있었다. 집에 사람이 있는것이였다. 영민이는 할싹거리면서 4층에 올라 학철네 집 초인종을 눌렀다. 어떤 낮모를 녀인이 문을 열고 내다본다. “학철이 있슴다?” 영민이는 물어보면서 집안출입문안쪽바닥에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있는것이 보이였다. 집안에서도 사람들이 말하는 소리가 두런두런 들려왔다.  “오, 학철이를 찾소?” 녀인은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학—철—아!” 학철이는 소리를 듣고 문께로 걸어나왔다. 영민이를 알아보자 얼른 신발을 신고 나왔다. 그리고는 문을 도로 닫았다. 학철의 눈은 부석부석하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학철아, 집에 무슨 일이 있니?…” 학철이는 대답대신 바른 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우리 아버지가 어제 간폭팔로 죽, 죽었다.” 학철의 아버지가 죽었다는 소리에 영민이 뒤골이 몽둥이에 맞은듯 뻥해났다.  자기가 놀러오면 노상 술내를 확 풍기면서도 사람좋게 지껄여댔었다. “영민이 왔구나, 우리학철의 딱친구! 임마, 와서 장난쓰지 말고 공부를 해라! 나 아적부터 공부를 하지 않았더니 커서 옳바른 직업하나 얻지 못하고 류랑자처럼 떠돌이만 하다보니 앙깐이란것도 결국 다라나고 말았다. 엄마없는 학철이를 생각하면 가슴이 터진다. 너네는 꼭 공부를 잘해서 좋은 직업얻어야 좋은 녀자 만나서 잘살수 있지. 알아들었나…흐흐흐…” 어지간히 아픈속을 그냥 술로서 뭉때던 학철의 아버지였었다. 이때 문이 삐꺽 열리였다. 머리가 다 희고 얼굴이 주름투성이인 학철의 할머니가 기색없이 내다본다. 자기손자가 누구하고 말하는가고 걱정되여 문을 연것이였다. 학철의 친구인 영민이를 발견하자 반기면서 나왔다. “영민이구나!” “녜, 학철할머니!” “무슨 일이 있니?” “학철할머니, 래일 학부형회의를 한담다. 꼭 어른이 참가해야 한담다.” 할머니는 후유하고 긴 숨을 내쉬였다. “알았다. 나밖에 없으니…” 학철엄마는 학철이 소학교 2학년때 학철아버지와 리혼하였다. 학철할머니는 영민이의 손과 학철의 손을 꼭 잡아쥐였다. “영민아, 학철아버지가 남긴 마지막 유언은 학철이를 꼭 공부 잘시켜달라는것이였다. ” 두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였다. 3 영민이는 집으로 돌아왔다. 어쩐지 학철이가 불쌍해보였다. 이제 학철이가 어떻게 공부하고 살아갈가 저으기 걱정되였다. 아버지없고 엄마없고 늙은 할머니손에서 말이다. 학철할머니도 늙었으니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이였다. 부지중 자기는 절대로 그렇게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같이 일어났다. 학철의 아버지도 학철엄마와 리혼한후 신체건강이 더 나빠지기 시작하였다. 하는 일이 뜻대로 되지 않고 느는것은 술뿐이였다. 술은 독약이였다. 건강을 해치는 독약이였다. 지금 자기 아버지도 그러고 있었다. 아직은 엄마와 리혼까지는 하지 않았으나 이미전에 한 녀자와 만났다가 자기가 울어대니 거래는 끊었으나 술과담배를 밥먹듯하였다. 술이란 여러가지로 답답한 어른들의 전용물인가본다. 하많은 고민을 그 놈으로 해결하려 하니 말이다. 매일과 같이 들이닥치는 와자자한 속을 그 놈으로 지져대니 결국 망가지는것은 신체이다. 학철아버지는 그렇게 살다가 일찍 갔었다. 영민의 아버지도 그 줄에서서 가고있었다. 아주 왜왜 하였다. 아버지를 구해야 했다. 이 가정을 지켜야 했다. 아버지, 어머니 둘다 잃을수 없었다. 영민이는 집에와서 아버지께 학부형회의를 한다고 통지하였다. 영민아버지는 기색없이 머리를 숙이고 말하는 아들을 지켜보면서 십중팔구는 이번에도 성적이 나쁠것이라고 판단되였다. 허나 어쩌겠는가? 새끼이니 성적이 좋던 나쁘던 갈수밖에!  이튿날 영민아버지는 학부형회의에 갔다. 영민이는 자기침실에서 오만가지 궁리를 하고있었다. 이제 아버지가 학부형회의에 참가하여 기말시험성적을 통보받은 후 돌아와서 자기를 족쳐댈 일을 생각하니 몸이 오싹 떨리였다. 전에는 이럴 때면 할머니네 집으로 피하였었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피하고도 싶어지지 않았다. 어떤 문초가 시작되더라도 달게 받고싶어지였다. 성적이 나쁜것은 자기문제만이 아니였다.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이 되였다.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 돈벌러 갔으면 더 화목해야지 왜 자꾸 티격태격 싸우면서 어린 자기에게 쓸데없는 근심과 걱정을 보태는가고 말이다. 자기를 공부못하게 한 장본인은 자기보다도 이 집의 아버지어머니라고 생각되였다. 아버지가 자기를 하나하나 따지듯이 자기도 맞더라도 하나하나 따지고 싶었다. 아버지는 제시간에 돌아오지 않았다. 성적나쁜소식을 접하고 기분이 잡치여 오다 어디 작은 음식점에 들리여 술을 마실것으로 추측되였다. 전에도 그랬으니 말이다. 아버지는 술을 마시면 광기가 더 발작하였다. 학철네 아버지도 결국 그 술을 마시다가 저승사자가 되였다. 영민이는 창문께로 다가갔다. 아버지가 무서웠으나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였다. 자기 삶의 든든한 언덕이였다. 학철 아버지의 사망은 십분 새삼스럽게 아버지의 존재의 가치를 가슴속깊게 뿌리내리게 하였다. 영민이는 집아래 가로등불빛이 보이는 곳을 유심히 살피였다. 드문드문 사람들이 오갔다. 반시간이나 내려다보았는데도 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여 아버지핸드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통하는데 받지 않는다. 여러번쳐도 다 헛수고였다. 영민의 마음은 점점 초조하고 불안해났다. 이 엄동의 추운밤에 아버지가 어디서 술을 마시고 있단말인가? 지난해 여름 비가 오는 어느 저녁 아버지는 어데가서 술을 폭 마시고 집으로 오다가 진창길에 쓰러져서 흙범벅이 되여 가지고 골목구석에 쓰러져서 곯아떨어졌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걸치여 넘어지면서 사람임을 발견하고 110에 제보하여 발견하였으나 감기로 톡톡한 대가를 냈었다. 그래서 영민이가 아버지보고 일후 술을 마신다음에는 꼭꼭 택시를 타고 집으로 와야한다고 신신당부하였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예감이 좋치 않았다. 기분나쁜 아버지가 어데서 술을 마실것은 하나같이 뻔한 일이였다. 문제는 다음이였다. 술마신 다음이 문제였다. 어느 골목길에 쓰러지면 얼어죽을수도 있었다. 학철아버지는 술마시고 일찍 저세상으로 가고 자기 아버지는 술마시고 엄동에…뒤일은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공포스러웠다. 영민이는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었다. 집안에서 그저 기다릴수가 없었다. 전에 자기가 늦게 오면 아버지가 길가에까지 나가서 기다리던것처럼 말이다. 영민이는 층계를 내려 밖으로 나왔다. 해 뜬 낮이 떵떵 얼어터지는데 해진 밤은 얼굴이 바늘로 뼈속까지 쏙쏙 찌르는듯 아파났다. 영민이는 사방을 살피면서 큰길역까지 나갔다. 택시들만이 오가고있었다. 심한 추위가 사람들을 집안에 가두어넣었다. 영민이는 학교쪽에서 달려오는 택시를 유심히 살피였다. 다가와서는 멈추지 않고 그냥 휙 지나쳐버리였다. 영민이는 추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이까지 떡떡 짓쫗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도 집으로 돌아들어갈 생각은 없었다. 얼른거리는 사람이면 다 유심히 살피였다. 그렇게 가다보니 학철네 집 아빠트까지 갔다. 학철할머니도 학부형회의에 갔기에 무슨 소식이라도 들을수 있을것 같았다. 그래서 층계를 올라 학철네 집문앞에 당도하여 문을 두드리였다. 문이 열리였다. 영민이는 얼른 들어갔다. 영민이를 알아본 할머니는 객실쏘파에서 엉기엉기 일어났다. “영민아, 너와 학철이가 나란히 붙어 앉아서 공부는 안하고 뭘했니? 너 둘의 학습성적이 꼴찌다. ” 영민이는 무참하여 고개를 숙이였다. 어떻게 해석할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말없이 고개를 숙이고 잠자코 서있는 영민이를 보면서 마음이 측은해지였다. “이 밤에 왜 왔니?” “아버지를 찾으려구요.” “오늘 학부형회의때 반주임선생님이 자기자식이 앉은 자리에 앉으라고 해서 너의 아버지와 함께 앉았네라. 그리구 학부형회의가 끝나서 학부형가장위원회분들이 남았네라.” “우리아버진 학부형위원회위원도 아님다.” “그래 맞지. 너 아버지가 학교대문밖에서 날 택시에 모셔주었네라. 그럼 어디로 갔을가?” “울 아버지가 어데가서 술 마실검다.” “그 습관 나쁘다. 학철의 아버지도 그래다가 잘못되였느니라. 오늘은 너의 학습성적이 나쁘니 속이 타서 술을 더할텐데 어쩌니? 어데가서 찾지? 이 추운 밤에…” 영민이는 더 있을수 없었다. 전같으면 학철네 집에서 자고가도 되지만 오늘은 아니였다. 영민이는 신발을 신었다. “어데가서 찾으려구?” “찾아 봐야지요.” “할머니 내 같이 찾겠어요.” 학철이도 따라 나섰다. “그래 찾거라. 너 아버지를 잃고 네 친구의 아버지까지 잃으면 안되지. 그리구 무슨 일이 있으면 얼른 전화를 하거라. 알겠니!” “녜!” 4 둘은 나왔다. 학교부근 음식점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없었다. 둘은 집으로 가는 길로 걸으면서 사위를 살폈다. 그렇게 영민이네 아빠트단지로 되돌아왔다. 영민이네 집은 2단원 6층이였다. 꼭대기였다. 꼭대기에는 불이 없었다. “영민아, 너네 집에 불이 없다!” 아버지가 아직도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것이였다. 영민이는 호하고 긴 한숨을 내쉬였다. 학철이까지 찾아나섰는데 다시 밖으로 나돌아다닌다는것은 석연치 않았다. 학철에게 미안하였다. 제발 아버지가 탈없기만을 빌었다. 부지중 배에서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제야 저녁밥을 먹지 않았다는것을 자각하였다. 심성이 불안하면 때시걱도 귀찮아지는 법이다. “학철아, 오늘 우리집에서 자면안되니?” 영민이는 거의 청구에 가까운 어조로 나직이 미안해하면서 물었다. 학철이도 영민이를 동무하고싶었다. 집에는 아버지사망으로 모여든 친척들이 방을 채우고있었다. 영민이 아버지를 찾아 나선것을 허락한 할머니이기에 할머니한테 전화하면 될일이였다. 지금 영민이가 아버지를 찾지못해 안타까워 하는 때 친구로서 함께 있어주는것이 응당한 처사라고 생각되였다. 또 둘은 평시에도 이렇게 자주 오갔었다.  “그래자. 올라가서 할머니한테 전화할게!” “고맙다. 학철아!” 둘은 일층 층계안전문을 열었다. 층계마다 감응전등이 설치되여 있어 약간이라도 인기척이 나면 천정불이 반응하여 켜진다. 둘이 1층, 2층…6층에 올랐다. “아버지!” 영민이 아버지가 폭 취해서 자기집출입문 앞에 마구 꿇어앉아 있었다. 두다리사이에 고개를 깊숙히 파묻고말이다. 손에는 종이가 쥐여져있었다. 시험지였다. “아버지!” 영민이는 다시 불렀다. 그제야 아버지는 고개를 천천히 든다. 술내가 확 풍겼다. 역겨웠다. 그래도 영민이는 아버지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아버지, 아…버…지…” “영…영민이냐? 어데…어데 갔다 이제 오냐?” “아버지 찾으러 나가서 사처로 돌아다녔슴다. 학철이도 함께 말임다.” “아새끼, 공부를 미꿍기로 하느냐? 이게 뭐야!” 아버지는 끝내 소리치고말았다. 손에 쥐여있던 시험지가 영민이의 얼굴에 홱 뿌려졌다. 영민이는 당할 일을 미리 짐작하고있었다. 그래서 너무 놀라지는 않고 그저 뒤로 한발 물러섰다. 영민이가 반응하지 않차 영민아버지는 피발이 선 눈으로  영민이를 쏘아보았다. “이렇게 공부하고 고…고…중도 못가. 그…그…러면 대학은 더구나 어림없어. 그래 어린 나이에 학교 그만두고 나와서 뭘 어찌겠다는거야? 네…엄마가 어째 일본 갔는 줄 아니? 아…아…버지가 왜 널 지키고 있는 줄아니? 이…이…자식아! 이 멍청아! 이 돌대가리야!” 아버지는 줄포쏘듯 욕사발을 퍼부어댔다. 그래도 영민이는 그냥 말을 않고 서있었다. 자기가 말할 기회를 찾고있었다. 자기가 꼭 해야 할말을 생각하고있었다. 영민이가 점도록 말이없고 전처럼 도망도 치지 않차 영민의 아버지는 되려 괴이쩍어 났다.   “이 눔아, 왜 대답않고 나무목데기처럼 서있니?”  영민이는 이때라고 입을 열었다.  “아버지, 학철의 아버지가 사망하였슴다.”  “학철의 아버지가 사망하다니? 이게 무슨 소리야?...”   전에는 학부형회의 때마다 학철이와 영민이가 나란히 한 책상에 않듯이 학철아버지와 함께 나란히 앉아서 아들들 일때문에 걱정하다가 돌아나와 음식점에 들려서 맥주도 마시면서 나름대로 외기러기들의 답답한 회포를 풀군 하였었다. 인상에도 학철아버지는 맘씨 착하고 인정이 후더웠다. 함께 술마시면서 보니 술풍은 좀 안스러웠다. 술이 량을 초과하면 인생을 탓하고 자꾸 눈물을 흘려댔었다. 그리곤 자꾸 술을 더 요구하여 마셨다. 자기보다 술에 의탁을 더 하는 아픔이 있는 사람같았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학철의 할머니가 왔었다. 왜 젊은 아들은 안왔는가고 물으니 할머니는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눈에서 주르륵 물을 흘려내리시였다. 괜히 할머니를 아프게 한다고 생각하여 더 묻지 않았다. 가능하게 학철아버지가 술주정을 부려서 할머니를 아프게 했나보다고 짐작하고 입을 다물어버렸다. 학부형회의가 끝나서는 학철할머니를 택시로 모셔주기까지 하였다. 그런데 학철아버지가 죽다니? 믿어지지가 않았다. 전신에 오싹 소름이 끼치였다. 영민아버지는 손으로 바닥을 짚으면서 일어나려고 하였다. 영민이와 학철이가 얼른 다가와서 량쪽에서 부추키였다. 영민이가 집문을 열쇠로 여는 사품에 아버지는 혼자소리로 울먹이였다.  “죽다니? 죽…다…니? 에익 복도 없는 친구? 학철이는 어쩌구?...”   아버지는 쏘파에 앉아서도 손등으로 덩실한 코등을 꾹꾹 눌렀다. 영민이를 욕할 일보다 학철아버지의 사망때문에 울고있었다.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뒤에서 들어오던 학철이가 학철아버지가 출입문밖에서 활 뿌린 낙제점수시험지를 주어들고 들어와 영민에게 주었다. 영민이는 시험지를 쥐고 아버지 앞에 무릎꿇고 앉았다. 학철아버지사망때문에 슬퍼서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고있던 아버지가 고개를 들었다. 영민이가 자기를 피해 침실에 가 있으려니 했는데 바로 자기앞에 무릅꿇고 있었다. 또 뜻밖이였다. “이 자식이 오늘은 웬 일이냐?” “낙제점수를 맞았으니 아버지 맘대로 욕하고 때리시요. 벌받겠슴다.” 아버지는 정말로 욕하고 때리고싶었지만 정작 무릎꿇고  앉아서 욕하고 때리라는 아들을 욕할수도 없었고 때릴수는 더구나 없었다. 헌데 아들이 오늘따라 왜 이리 헴이든것처럼 처사하는지 궁금하였다. “영민아, 네 오늘 어째 이래니?” “난 학철이처럼 아버지를 잃을수 없어서 그램다. 아버지가 낙제맞은 나를 욕하고 때려서라도 아버지 속이 후련해진다면 달갑게 맞겠슴다.”  처음 듣는 말이다. 영민의 아버지는 영민의 뒤에 서 있는 학철이를 지켜보았다. 학철이는 아버지가 없는 아이로 되였다. 들어알지만 엄마를 모르고 살아온지도 오륙년이 되는 아이다. 학철에겐 인젠 고작 할머니 한분밖에 없다. 그 년로한 할머니가 언제 사망하면 학철이는 고아가 된다. 자기 아들 영민이가 행하는 행동의 본심을 터득하였다. 영민이는 학철이처럼 아버지를 잃치 않기 위해 모지름을 쓰기 시작하였다. 순간 뜨거운것이 목구멍까치 치달아 올랐다. 영민의 아버지는 무릅꿇고 있는 아들한테로 두손을 쫘악 펼치였다. 영민이는 무릎걸음으로 아버지한테로 다가갔다. 영민의 아버지는 학철이한테도 손을 내밀었다. 학철이도 어줍게 다가갔다. 영민의 아버지는 두 애를 품에 않고 억억 넉두리를 하였다. 두아이가 불쌍했다. 아버지로서의 책임이 무거웠다. 5 집 전화벨이 따르릉 울리였다. 영민이가 일어났다. 학철할머니가 걱정되여 전화를 걸어온것이였다. 학철이가 전화를 넘겨받고 저녁에 자고간다고 말씀올렸다. 전화기를 놓차 또 전화가 울린다. 누굴가? 십중팔구는 일본간 영민의 엄마일것이였다. 영민이가 다시 전화기를 들었다. 아니라다를가 엄마였다. “어디다 전화를 치길래 일이 오랍니까?”  어머니였다. 첫마디부터 영민이를 영민의 아버지인가고 걸고들었다. “나, 영민임다.” “오, 영민이구나. 그래 이번 기말시험은 중간고시때처럼 잘 쳤니?” “못쳤슴다. 낙제과목이 세개나 됨다. 반에서 꼴찜다.” “영민아, 너…너 무슨 소리하는거야? 전번 중간고시는 반에서 일등이라고 하지 않았니?” “거짓말임다. 외국가서 고생하는 엄마마음을 기쁘게 해주느라고 거짓말을 했슴다.” “뭐라니? 얘가? 야, 아버지를 바꿔!” “바꿀수 없슴다. 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못하니 너무 상심하여 술마시고 울고있슴다.” “너네, 너네 도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고있는지 모르겠다. 애비 아들이!” “어머니, 난 이제부턴 어머니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겠슴다. 그리구 할말이 있슴다.” “뭔데?” “엄마가 일본간지 5년철임다. 돌아오십쇼. 내 학습성적은 엄마가 간다음부터 내리막질을 했슴다.” “야, 니 무슨 소리하니? 엄마가 돈 많이 벌어 널 대학공부시키자고 나와서 숱한 고생을 하는데!” “엄마와 아버지가 자꾸 전화로 싸우는 일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저는 마음이 부산하여 공부할수 없슴다. 잡생각만 가뜩 늘어나고 과당시간에는 도무지 집중할수 없슴다.” “야, 안되겠다. 아버지를 당장 바꿔라!” “안 바꿈다. 오늘 또 아버지와 캐고들어 싸우려구 그램가! 아버지는 지금 내가 공부를 못하고 엄마가 자꾸 아웅다웅하니 술만 마시고 담배만 태우면서 자기몸을 망치고 있슴다.” “그게 어디 내 문제니? 등신같은 나그내 제몸관리 하나 잘못하는것이 너를 어찌 잘 관리하겠니?” “듣기 싶슴다. 어머니! 아버지를 모욕하지 마시요. 어머니도 한가짐다. 돈돈하면서 한가짐다. 이제부터 한달어간에 돌아오지 않으면 난 공부를 영 그만두겠슴다!” 영민이는 전화기를 탕 놓았다. 공부를 그만두겠다니? 영민의 아버지도 놀라서 고개를 돌리였다. 학철이도 멍해서 쳐다보았다. “영민아, 거…거 무슨 소리야?” “아버지, 놀라지 마시요! 난 어머니를 돌아오게 하겠슴다. 우리 원래가정을 찾고 싶슴다. 엄마가 정말로 나때문에 고생한다면 꼭 돌아올검다. 그래서 아버지도 술과 담배를 끊고 나도 공부를 잘하고 말임다.” 영민의 아버지는 영민이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영민이가 공부못한 원인은 영민에게만 있지 않았다. 자기네 부부가 있을 때는 영민이가 반에서 일등이였었다. 영민의 엄마가 비여있는 동안 영민이는 얼마나 엄마를 그리워했고 엄마의 빈자리가 하루속히 메워지기를 오매불말 갈망하여왔던가? 자기네 부부가 전화로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은 그대로 영민에게 큰 그림자로 드리워 애의 마음을 쑥밭으로 만들어놓은것이였다. 자기또한 고민속에서 허덕이면서 술과 담배로 다른 속을 뭉때이며 신체를 파멸의 변두리로 몰아가고있었다. 정말로 아들에게 미안한 일이였다. 안해에게 미안한 일이였다. 아버지없는 학철이를 보니 자기도 아버지없는 영민이를 지금 만들어가고있었다. “아버지, 약속합시다.” “무슨 약속?” “아버지 내가 공부를 잘하겠슴다. 그런데 아버지도 약속해야 할 일이 있슴다.” “뭔데?” “술을 마시지 말고 담배도 끊으십쇼!” “그, 정말 될까?”  “안된다면 저도 안됨다. 된다면 저도 됨다!” 영민이는 격한 소리로 부르짖었다. 영민이는 아버지와 약속을 요구하고있었다. 약속을 바라고있었다. 자기도 공부잘하고 아버지도 구할수 있는 생명의 약속을 애타게 부르짖고있었다. 순간 영민의 아버지는 이상하게 자기아들앞에서 자기가 못할짓을 하여 발각되였을 때처럼 부자연스럽고 몸둘바를 몰랐다. 영민이는 인젠 세상모르는 아이가 아니였다. 영민이가 낙제점수를 맞은것은 바로 자기부부때문이였다. 자기부부는 영민이를 낙제점수를 맞게한 장본인이였다. 낙제아버지였다. 낙제 돈 어머니였다. 자식하나낳고 그애의 뒤바라지를 열심히 하면서 아들이 잘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즐겁게 살아가는것이 소원이였었다. 헌데 그 소원이 지금은 깨지고있었다. 무너지고 있었다. 구할수 없는 아주 사활적인 벼랑끝에서 마악 넘어가고있었다. 바로 이 점을 지금 아들이 알고 엄마와 아버지를 깨우치고 있는것이였다. 어린 아들로만 보아온 영민이가 말이다. “영민아!...아…아…버지가 네 말대로 하마!...꼭!” 영민이는 아버지품에 와락 안기였다. “아버지, 학철이도 함께!” “그래, 학철이도 함께!” 셋은 한덩어리가 되였다. 위대한 약속이 시작된것이다.    2008년 8월 8일 연길에서
46    비오는 날 댓글:  조회:949  추천:7  2011-01-04
 [단편소설] 비오는 날                                    1 동천이 무겁다. 련며칠 낮게 드리운 침침한 구름덩이가 구질구질 비를 그냥 쏟는다. S현 남산밑의 흙길은 질척질척하다. 노랗고 빨간 비닐비막이 비옷을 등에멘 책가방까지 덮허 쓴 남자애와 녀자애가 진창길에 들어섰다. 비옷은 책가방을 덮다나니 앞단추는 채우지 못하였다. 남자애는 바지가랭이를 무릎밑까지 걷어 올렸고 녀자애의 치마깃은 무릎에서 춤추었다. 노랗고 빠알간 비닐비옷은 녀자애가 어느 노는 날 엄마와 함께 현성중심에 있는 시장으로 쇼핑갔다가 녀자애가 졸라서 남자애의것까지 산것이였다. 그러니 발목넘는 노란 장화와 빠알간 장화는 남자애가 졸라서 아버지가  산것이였다.  S현 남산밑 맨마지막 언덕우 단층집 한줄 동쪽 끝집과 서쪽 끝집사이의 두아이는 유치원부터 소학교까지 한반에 다니였다. 끔찍한 소꿉친구였다. 길우에 옴폭 패인 발자욱자리엔 물이 흥건이 고여있다. 그 우로 깡종깡종 자그마한 발자욱 네개가 서로 엇박자를 치면서 새로운 발자욱을 만들어간다. 갑자기 두개의 발자욱이 성급하다. 물이 많이 고인 자욱의 물고를 발로 콱 디뎌 터치운다. 장난이다. 흙물이 옆으로 튕긴다. “야, 좀 살랑살랑 걸어라.  흙물이 튄다.” “히히, 너도 나처럼 해라!” “싫다!” 남자애는 물이 고여있는 자욱의 아래쪽 흙을 발로 디디면 고였던 물이 아래로 쪽 흘러가는 모양이 퍼그나 재미있었다. 또 한번 콱 딛는다. 장난질에 녀자애의 말이 귀에 들지 않았다. 그 물이 튕겨서 녀자애의 치마자락을 어지럽히는것을 깜쪽같이 잊고말이다. “봐라. 내 치마에 흙물이 묻었다.” 녀자애는 울상이다. 이름이 리나였다. 남자애는 준호였다. 준호는 그제야 장난을 멈추고 리나의 치마자락을 힐끗 훔쳐보았다. 리나의 선좋은 하얀 다리와 치마깃에 검은 흙탕물이 묻어있었다. 자기의 장화안에도 물이 튕겨들어가서 신발안이 물로 찐찐하였다.  준호는 머리뒤를 긁적이였다. 리나에게 물을 튕겨서 미안해서였다. 본의가 아니였다. 준호는 눈알을 뙤록거리더니 데꺽 허리를 굽힌다. 자기 옷소매로 리나의 다리에 묻은 흙물을 닦아준다. “야, 일없다. 그러면 니 옷이 쓰게 되니?” “일없다. 씼으면 되지므..” “또 선생님한테 욕먹겠다. 어지럽다고!” 준호는 리나의 다리에 묻은 물을 닦기에 여념이 없다. 여러가지를 생각할 나이가 아니였다. 또 생각하고도 싶지 않았다. 산아래 학교로 오갈때면 꼭꼭 서로 기다려서 나란히 오가는 꼬마친구라는것만을 소중히 여기고있었다. 준호엄마는 돈벌러 간다면서 외국간지도 어렴풋하다. 다섯살때 갔으니 인젠 삼년에 난다. 지난해 어느 날인가 갑자기 밤중에 전화가 걸려와 아버지를 놀래우더니 아버지가 그때부터 <씹할년!>이라고 욕해대면서 자주 술을 마시고  곧잘 취하였다. 아버지를 믿고 살아가는 준호는 커다란 아버지의 어깨가 축 처지고 눈에 생기가 없고 입에서 술내가 확확 풍길때면 냉큼 눈물이 돌면서 코구멍에서 물이 쪼르륵 흘러내리군 하였다. “아빠, 술 마시지 마. 엄마가 어쨌길래?” 그럴 때면 아빠는 준호를 널다란 가슴에 꼭 끌어않고 깊은 숨을 몰아쉬며 준호의 어꺠를 다독여준다. 준호도 아빠의 목을 꼭 끌어않는다. “준호야, 넌 아빠의 심장과 같아. 근심말아. 아빠는 우리준호곁을 떠나지 않는다.” “엄마소식 있어?” 아빠는 인츰 말치 않는다. 어린 준호에게 말할수 없었다. 엄마가 아빠와 리혼하겠다고 제기해왔고 자기가 이미 리혼수속을 다 마친 일을 말이다. 어디에 혼이 나갔는지 남편과 자식까지 다 포기하고 새 삶을 살겠다는 안해에게 비굴하게 빌고싶지 않아서였다. 응해주고만것이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그저 그렇게 되였었다. “엄마는 오래오래 돈많이 벌어 네가 청년이 될 때 온단다.” 거짓말을 할수밖에 없었다. 어린 준호도 육감적으로 아빠가 자기를 달래기 위해 하는 소리라는것을 알아 들었다. 2     준호는 리나다리의 흙탕물을 다 닦고 리나가 괜찮다고 닦지 말라는데도 기어코 치마깃에 묻은 흙물을 닦아갔다. 잘 벗겨지지 않았다. 그러니 준호는 흙물자리에 침을 뱉았다. 그러면 닦아 질것 같았다. 리나가 치마깃을 쥔 준호의 손을 톡 쳤다.  “야, 더럽게 침은 왜 뱉아!”      “그럼 어쩌니, 벗겨지지 않는데? 흙물로 벗겨래? 그래도 내 춤이 더 깨끗하지.”      리나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했다. 학교교실에 들어가서 애들로부터 “너네 남산흙길에서 사는 애들은 그냥 흙물이구나”하는 소리를 듣기 싫었다. 아니꼽게 흘기는 선생님 눈길도 싫고말이다. 정말로 언제면 자기네 집도 허물구어 층집을 지을가? 그러면 깨끗하고 곧바른 콩크리트길도 생겨날텐데 말이다. 아래 단층집까지 허물어 버렸으니 그런 날도 멀지 않았다. 비오는 날이 제일 싫었다. 여지껏 제일 재미있고 신나게 보아온 일이 어른키 넘는 커다란 바퀴가 달린 차가 커다란 입을 쫙 벌리고 드르렁드르렁 낡은 단층집을 한입에 밀어 허물어 뜨리고 또 와그르르 담아서 트럭에 심던 모습이였다. 사람들이 살던 집이 졸지에 망가지고 그 잔여품들이 모조리 트럭에 실려 나가더니 또 이발이 드센 굴착기가 와서 땅을 파헤친다. 세상은 있던것이 없어지고 새것이 일어서는 세상이였다. 낡은 집이 무너지고 새집이 일어선다. 있던 아빠가 로씨아로 갔단다. 리나의 돐생일을 쇠고 말이다. 리나는 여덟살을 먹도록 아빠의 얼굴을 보지 못하였다. 올봄 5월 어느 비오는 날이였다. 리나가 학교갔다 집에 들어서니 어떤 낮모를 머리색갈 빠알간 녀자가 구들에 앉아있었다. 집안엔 짙은 향수내가 꽉 찼다. 로씨아향수였다. 엄마는 창문을 향해 서서 비오는 밖을 내다보면서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말이다. 들어선 리나를 보고 머리빨간 녀자가 낮은 소리로 물었다. “네가 리나이니?” 리나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곱게두 생겼구나?” 그리곤 구들로 올라오는 리나의 손을 잡아당기며 자기품에 꼭 않아주었다. 어머니 젖무덤보다 퍼그나 큰 품이였다. 이윽고 빨간 머리 아줌마는 일어났다. “마음 크게 먹고 재가하라이.” 머리빨간 녀자는 리나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왔었다. 자기는 이미 로씨아에서 다른 녀자와 만나 가정을 일구고 아이까지 낳아 살고있으니 자기를 기다리지 말고 재가하여 살라는것이였다. 리나를 잘 키워달라면서 3천딸라를 보내왔다. 돈벌러 보낸 남편이 그대로 가버리였다. 애오라지 언제면 돌아오겠는가고 애면글면 7년을 기다려 왔건만 딸 리나가 여덟살을 먹고 학교붙어서 날아온 소식은 숨막히는  소식이였다.  3    리나와 준호는 학교교실에 들어섰다. 아이들의 눈길이 곱지 않았다. 장난꾸러기 남자애 몇몇이 리나의 얼룩이 간 치마와 장화안에 물이 차서 부룩부룩 소리나는 준호의 신발을 보면서 히죽거린다. “얼룩치마 흙치마,  장화도 물장화!” “둘이 또 욕먹겠다. 하하하” “우리반 위생점수가 또 깍낀다!” “이래가지구 학교로 오니? 선생님이 들어오기 전에 빨리 나가라!” 코구멍밑에 코딱지가 붙은 실팍한 애가 리나를 나가라구 콱 밀었다. 리나는 허망 뒤로 벌렁 넘어갔다. 다음 준호를 콱 민다. 준호는 넘어가지 않았지만 뒤로 몇걸음 밀리웠다. 자기를 민것은 그래도 참을수 있지만 리나를 밀어 넘어뜨린것은 도저히 참을수 없었다. 학교를 함께 오가는 친구, 집에가서 공부배워주는 친구, 아빠없어 불쌍한 친구, 엄마없어 외로울 때면 서로서로 재잘대며 외로움을 달래는 친구, 둘의 맘속엔 눈동자같이 소중한 친구였다. 누가 리나를 욕보게 한다면 작은 주먹이 쥐여쥐고 작은 발이 달음박질친다. 준호는 발끈 주먹을 쥐였다. 아이들은 선손을 써서 상대의 급소를 찌르면 이기는것이다. 준호는 잽싸게 뚱보의  코등을 후려갈겼다. 대번에 코피가 터지였다. 뚱보는 뚝뚝 떨어지는 코피를 보자 와하고 울음보를 터치웠다. 어린아이들은 담이 약했다. 피를 보면 운다. 이때 반주임 선생님이 들어섰다. 울상이 되여 초췌해서 서있는 리나, 눈에 파란 불을 켜고 주먹쥐고 서있는 준호, 코밑이 뻘건 피투성이가 되여 울고있는 뚱보, 소란스러운 애들의 눈길…선생님은 졸지에 심성이 앵돌아졌다. “이게 뭡니까. 아침부터!” 그리곤 피흘리는 뚱보애를 붙들고 위생소로 향했다. 처치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알게된 선생님은 뚱보를 데리고 반으로 돌아왔다. 반의 간부애들이 반주임앞으로 다가가서 미주알고주알 뇌까렸다. 본대로 입을 재잘거렸다. 뚱보애는 성난 황소처럼 씩씩거리면서 코구멍에 하얀 솜을 막고 앉아 준호의 뒤통수만 노려본다. 힘으로는 준호가 상대가 아니였다. (보자, 하학할때?) 뚱보애는 현정부 어느 부자집아들이였다. 선생님도 명심하는 집의 애였다. 그렇다고 아빠없는 리나나 엄마없는 준호를 멸시하는 선생님은 아니였다. 선생님은 교실강단우에 올라섰다. 출석을 불렀다. 다 부른 후 조용히 말을 뗐다. “우리반은 몇학년 몇반입니까?” “일학년 2반!” 학생들은 가슴을 펴고 두손을 뒤에 갖다붙이고 이구동성으로 소리를 뽑았다. “학생이 몇입니까?” “45명!” “우리는 어째야 합니까?” “학습을 잘하여 나날이 향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단결해야합니다.” “싸우면 됩니까?” “안됩니다!” “놀려주면 됩니까?” “안됩니다!” “깨끗하지 못하면 됩니까?” “안됩니다.” “옳습니다. 오늘 첫시간은 조선어문작문시간입니다. 오늘 아침 우리반에서 나타난 현상을 가지고 5백자좌우의 작문을 짓겠습니다. 작문제목은 자기절로 답니다.” 아이들은 작문짓기에 여념이 없었다. 글짓기에 파악이 없는 애들은 연필만 매만지면서 자꾸 옆의 애들의 글을 훔쳐보았다. 리나와 준호도 제목을 달고 써내려갔다. 신통히도 둘의 제목은 같았다.  <비오는 날>이였다. 두애는 아침에 뚱보와 맞붙은 일보다 자기맘속의 아픔을 써나갔다. 리나의 글은 이랬다. 비올 때면 엄마의 눈물이 떠오른단다. 엄마의 눈물은 아버지를 잃은 눈물이란다. 준호의 글은 이랬다. 비올 때면 아버지의 취한 모습 떠오른단다. 아버지가 취함은 엄마의 배신에서 온것이란다. 둘의 마지막 소원은 엄마, 아버지가 다시 맘씨착한 아버지와 엄마를 만나서 흙길이 없는 아빠트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것이였다. 선생님은 애들이 쓴 작문을 읽으면서 많은 상념에 잠기였다. 심각한 문제였다. 아픈 호소였다. 리나와 준호의 글이 아빠엄마없는 애들마음을 절박히 대표하고있었었다. 이 반에도 이런 애들이 다수였다. 리나의 엄마와 준호 아버지, 얼마나 착하고 법없이도 살아갈 사람들인가? 학교활동때마다 그들은 정성을 다 쏟았다. 남들처럼 잘 살지 못하여 돈을 확확 쥐여뿌리지 못했고 차를 척척 내지 못하였지만 학교구석구석에는 두분의 손길이 력력히 찍혀있었다. 궂은일 마른일 마지막까지 제일 어지럽고 힘든 일에는 두분의 손길이 남아있고 닿아있었다. 학급대청소때마다 마지막으로 물걸레를 놓는 사람이 리나의 엄마였다. 마지막으로 못을 뽑고 그 자리를 알리지 않게 마무리를 하는 사람은 준호의 아버지였다. 착한 사람들이 두 아이를 위해서 결합했으면 했다. 허나 이것은 그저 머리에서 스쳐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였다. 선생님이 감히 나서서 어째볼 일이 아니였다. 4    오후 사절까지 다 보고 학교에서 애들이 우루루 몰려나왔다. 하늘은 그냥 음침하고 비는 그냥 구질거린다. 학교대문앞에는 애들 마중을 나온 우산을 쳐든 어른들로 붐비였다. 자가용 승용차들도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온 어른들도 있고 맨 몸에 우산을 들고 서있는 어른들도 있었다. 각양각색이다. 리나와 준호는 나란히 학교대문을 빠져나왔다. 손에 들고 있던 비옷을 머리우로 훌쩍 넘겨 책가방을 덮었다. 둘다 마중 온 어른이 없었다. 리나의 엄마는 식당에서 일하다나니 저녁늦게야 퇴근한다. 준호 아버지는 요즘 일자리가 맞갖지 않아 대중없다. 콩크리트길은 학교대문까지였다. 리나와 준호는 승용차에 오르는 애들을 부러워 자꾸 훔쳐보면서 또다시 진 창길에 들어서야 했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후닥닥 덮치는 소리가 났다. 준호가 어쩔새 없이 허망 진흙탕에가 너부러졌다. 아침에 준호주먹에 코피가 터진 뚱보가 뒤로부터 준호의 허리를 발로 걷어 찼던것이다. 준호는 흙탕물을 뒤집어 썼다. 얼굴이며 옷이며 바지며가 말짱 흙탕물이였다. 이때 리나가 아츠럽게 소리질렀다. “왜 이래…” “이 새끼, 내 코피터지게 한 봉창이다.” 이때 녀인 하나가 얼른 준호를 일쿼세운다. 그리고 준호에게 발길을 날린 뚱보애를 쏘아본다. “왜 애를 발로 차니?” 리나엄마였다. “엄마!” 리나는 엄마의 품에 머리를 박았다. 오늘 몸이 아파 먼저 퇴근하면서 리나의 마중을 오느라고 허름한 자전거의 베달을 애써 디뎠는데도 십여분 늦었었다.  “집에 애를 잘 교육해요. 아침에 우리애를 때려서 코피가 터지게 했어요..” 뚱보애의 뒤에 나타난 환한 화장을 한 실팍한 녀자의 짙은 립스틱이 어지럽게 광분했다. 학교활동때마다 와서 돈으로 으시대던 녀편네였다. 반급가장주임이였다. 못사는 민초들을 우습게 여기는 녀인이였다. 리나의 엄마가 준호의 엄마인가고 착각하고 드센입을 진동하는것이였다. 리나엄마는 대꾸하지 않았다. 잘났다고 잘산다고 떠들어대는 녀인하고 못살고 한쪽이 없는 자기가 맞서 싸울 상대가 아니였다. 준호를 빨리 데리고 집으로 가서 옷을 빨아주는것이 자기가 할일이였다. 이때 준호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 안해없이 준호를 데리고 살아가는 남자의 가긍한 점도 눈물이 났다. 입술이 뻘겋고 돼지같이 실팍한 녀인은 자기 뚱보애를 차에 싣고 검은 연기를 표표히 날리면서 시야에서 사라졌다. 리나엄마는 입술을 피나게 꼭 깨물었다. 리나와 준호도 증오의 눈길을 멈추지 않고 이윽토록 쏘아보았다. 검은 하이야에 앉은 검은 사람들을! “가자.” 리나엄마는 준호얼굴의 흙탕물을 손수건을 꺼내여 닦아주고는 아이들이 진길로 걷게 하기 싫어서 자전거 앞에 리나를 않치고 뒤에 준호를 않치였다. 진길은 혼자서도 자전거를 타기가 힘들었다. 두 애를 않치고 밀고올라가는 녀인의 팔엔 힘이 실리고 얼굴 옆의 태양혈엔 쥐가 팔딱거렸다. 하늘도 마음이 아팠는지 비줄기를 가는 비로 바꾸었다. 녀인의 얼굴로는 비방울과 땀방울이 하나로 뭉치면서 주르륵 굴러떨어졌다. 리나가 고개를 돌려 엄마를 쳐다보았다. 힘겨워하는 엄마가 불쌍했다. 이때 준호아버지가 있으면 좋을것 같았다. 힘센 준호아버지는 자주 자기를 안아 빙빙 비행기를 태웠었다. 그때면 준호는 곁에서 좋다고 박수치며 각설이 춤을 추었었다. 준호아버지는 키가 크고 어깨가 쩍 벌어지고 맘이 후더운 분이시다. 자기를 얼마나 고와하는지 맛있는 사탕이 하나만 있으면 준호를 안주더래도 자기한테 주었었다. 유치원다닐 때도 비가와서 길이 질면 준호를 걷게 하고 자기를 유치원에서부터 집까지 업어다주었었다. 리나는 한손으로 엄마얼굴의 물을 닦아드렸다. “엄마, 바쁘지? 내 내릴가?” “안 바뻐, 리나를 위하는것이 엄마의 행복인데 뭐?” “엄마 이때 준호아버지가 불쑥 나타났으면 좋겠다.” “괜찮아. 나도 힘이 있는데 뭐.” “그래도 준호아버지만 못하지.” 리나는 목을 뒤로 돌리면서 준호를 쳐다보았다. “안 그래, 준호?” 준호는 뚱보한테 채워 엎허진 생각으로 리나의 말이 들지 않았다. 리나는 다시 엄마를 쳐다본다. “엄마, 우리 준호네와 함께 살면 안돼. 준호는 엄마가 없잖아? 나는 아버지가 없구?” 엄마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귀밑이 발갛게 상기되였다. 준호의 눈앞에는 친 엄마같은 리나엄마의 살뜰한 사랑모습이 떠올랐다. 정말로 고마운 리나의 엄마였다. 맛나는 음식이 있으면 언제나 리나를 통해 자기를 불러서 먹이군 하였었다. 옷이 어지러워지면 소리없이 불러서 빨아주기도 하였다. 감기에 걸리면 이마를 짚어보고 약방에가서 약을 사다먹이고 닝게르주사까지 맞쳐주군 하였다. 자기한테도 이런 엄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가? 행복할가? 준호는 리나엄마의 팔을 꼭 붙잡았다. 준호의 눈에서 종내 눈물이 방울방울 굴러떨어졌다. 코구멍이 벌름거리면서 헉헉거리기 시작하였다. 리나엄마는 밀던 자전거를 멈추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손길마냥 준호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었다. 그러는 녀인의 눈에도 이슬이 가릉가릉 차갔다. 불쌍한 애들이였다. 불쌍한 어른들이였다. 돈이 뭔지 도대체 누굴 위해 사는지? 나가는지? 나간 다음엔 변하는것이 마음이였다. 외국은 어떻길래? 외국은 도깨비같았다. 그때 길역식품상점에서 혼자서 배갈을 마시면서 여러가지로 답답한 마음을 달래던 준호아버지가 창문밖을 내다보다가 벌컥 일어섰다. 한 줄에 사는 맨 웃집 리나엄마가 자기의 자전거에 리나와 준호를 앞뒤에 않치고 힘겹게 진창길을 오르고있지 않는가? 자기보다 더 착한 녀인이였다. 자기네 준호를 안팎으로 얼마나 사랑해주는지 눈물이 나도록 고마운 녀자였다. 출퇴근길에 자기와 눈이 마주치면 언제나 조용히 눈길을 피하는 녀자였다. 말수적은 녀자가 하루는 술에 취해 만나자 한마디 한다. “몸 망쳐요.” 어느 날인가 하루밤 준호가 자기 가슴팍을 파고들며 잠고대 같은 소릴 한다. “아빠, 난 리나 엄마 좋아. 아빤 리나 엄마 안 좋아?” 그랬다. 참말로 좋았다. 자기아이를 극진히 사랑하는 녀자, 이런녀자만치 좋은 녀자가 이 세상 또 어디에 있으랴, 애를 난 에미도 애를 버리고 랭대하고 가버리는 세월에 말이다. 리나 또한 얼마나 귀여운가? 자기도 리나엄마가 준호를 고와하듯 리나를 고와했다. 준호아버지의 커다란 눈에는 뜨거운것이 차갔다. 준호아버지는 남은 술을 땅바닥에 홱 쏟아버리고 결산하고 문열고 나갔다. 자전거핸들을 쥔 리나엄마의 손우에 뒤로부터 힘있고 커다란 손이 덮씌운다. 리나엄마가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데 사내의 후끈한 체취가 풍기며 술냄새도 훈훈하다. “미안합니다. 이제부터 제가 끌지요.” 사내의 힘은 드셌다. 녀자의 마음은 후더워났다. 애들의 마음은 행복했다. 진길로 자전거바퀴가 깊숙히 패이면서 패인곳으로 물이 모여 곧게 아래로 흐른다. 사내의 커다란 발자욱안에 녀인의 작은 발자욱이 파묻긴다. 두애의 맘속엔 비가 멎었다. 칠색무지개가 일어섰다. 지꿎게 내리던 비가 멎었다. 하늘이 건뜩 들리고 푸른 하늘에서 창연한 해살이 쏟아져내렸다.   2008년 10월 3일  
45    모아산 댓글:  조회:1046  추천:5  2011-01-04
[단편소설] 모 아 산 손룡호 1 여름 삼복철 어느 일요일아침이다. 일요일휴가일이면 꼭꼭 모아산을 오르는 소망의 아버지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식사를 마치자 산행옷을 갈아입고있었다. 소망이는 밥상에 앉아서 아버지가 정성들여 챙겨놓은 밥과 반찬을 짚지 않고  옷갈아  입는 아버지를 물끄러미 지켜보았다. 아버지는 왜 산을 좋아할가? 산에 뭐가 있길래? 모아산엔 범도 승냥이도 없을거야. 올라가는 사람들이 북적거릴거구? 산이 어떻게 좋길래 산으로 가? 나도 한번 따라가고싶은데? 아버진 꼭 공부하라고 으름장을 놓을거야. 어떻게 하지? 오늘만은 꼭 아버지를 따라 모아산을 가고픈데? 소망의 아버지는 옷을 다 갈아입자 밥상에 앉아있는 소망이에게로 고개를 돌리였다. 순간 밥은 먹지 않고 정서없이 자기의 거동만 지켜보는 아들이 안스러워 아들에게로 다가갔다. “소망아, 아버지가 모아산으로 올라갔다 내려올 때까지 수학문제를 꼭 풀어내야 한다. 이번 일학년 하학기 시험에서 상학기처럼 꼭 수학일등을 해야지?” 소망이는 대답을 않고 그저 긴 숨을 몰아쉬였다. “한숨은 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나두 아버지와 함께 오늘 모아산으로 올라가고픔다.” 그러자 소망아버지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자식, 아이들은 산으로 안가. 산으로 오르는데 얼마나 힘이 드는데? 놀 생각말고 열심히 공부해.” “아브지, 우리반 어문선생님이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반영한 작문을 쓰라고했슴다. 나는 아버지가 좋아하는 산을 쓰고십슴다.” 소망아버지는 잠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조선어문선생이 정말로 그렇게 작문을 쓰라고 했다면 응당 아들을 데리고 산으로 가보는것이 바람직한 처사였다. 산이 어떤지 모르고 어찌 산을 쓸수 있으랴? 헌데 이  자식이 엊저녁엔 말이 없다가 아침에 불쑥 말하니 마치 놀기위해 꾸며내는 핑계인것 같았다. 워낙 한창 장난이 심한 시절이 아닌가? 그런 아들을 용케도 단단히 달구쳐서 그래도 반에서 학습성적 일등을 만들어 놓았었다. 소망이는 이 정도의 거짓말을 깜찍하게 곧잘 꾸며낼줄 아는 애였다. “정말이니?” “정말임다. 우리반 문준이와 물어보겠슴까? ” 소망이는 밥상에서 발딱 일어나더니 잉그르르 객실 한쪽 쏘파옆 낮은 상우에 놓여있는 전화기로 달려갔다. 실은 어제 하학하여 집으로 돌아오면서 문준이와 둘은 산을 가려고 의사소통을 하였었다. 소망이가 전화하면 조선어문선생이 자연을 반영한 작문을 쓰라구 했다고 말해달라고 약속이 되였던것이다. 따르릉 문준이네집 전화벨소리가 울리였다. 문준이는 언녕 대기하고있던 참이라 데꺽 전화기를 들었다. 소망의 아버지는 아들의 말을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았다. 허나 그 자신이 산행을 하면서 인간은 자연의 족속이고 자연속의 많은 식솔중의 하나로서 자연에 의지하여 생존하기에 자연을 파괴하여서는 안된다는 도리를 언녕 아들에게 전수해주고 싶었던 차라 더 묻지 않고  승낙하였다. “됐다. 그럼 같이 가자!” “문준이도 데리고 감다.” “물론이지!” 소망은 기뻤다. 흥분했다. 애들은 어른이 자기네들의 의사에 호응하여 주면 여간만 기뻐하지 않는다. 산이란 짐승들이 출몰하는 곳이고 온갖 새들이 우짖고  수풀이 우거진 곳으로서 언녕부터 호기심이 동한 미지의 세계였다. 무섭기도 하나 아버지와 같이 가면 안전할거라고 믿어지여 전화로 문준이보고 빨리 옷을 입고 마당으로 나오라고 독촉하였다. 그리고는 자기도 부랴부랴 옷을 주어입었다. 산으로 간다니 이렇게 좋아하는 소망이를 보면서 소망아버지는 빙그레 웃었다. 자기는 원체 산골에서 태여나 산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지만 시가지에서 태여난 아들은 확실히 산을 모르고있었다. 워낙 모르는 곳일수록 더 신비한 곳이였다. 알면 신비가 사라진다. 2 토요일이나 모아산으로 향하는 43선 소형뻐스선로정착역에는 사람들이 꽤나 서있었다. 십분에 한번씩 오가는 뻐스가 왔다. 차안은 벌써 설자리없이 사람들로 빼곡했다. 셋이 차에 비비며 올랐다. 차안의 사람들은 거개가 모아산으로 가는 사람들이였다. 남녀로소였다. 모두가 공기좋고 산책하기 좋은 모아산으로 건강단련을 가는것이였다. 소망이와 문준이는 키가 작아 어른 들속에서 고개를 쳐들고 사위가 막혀서 끙끙 거린다. 소망아버지는 두애를 창문쪽으로 끄집어 냈다. 막혔던 인벽이 열리고 밖이 환히 보이는 창문곁에 서자 안도의 숨이 활 나왔다. 사방이 막히면 시야가 막히고 숨이 막히는 법이다. 차안은 이미 시루안에 콩나물서듯 사람들로 꽉 차있는데도 뻐스는 그냥 정착역마다 멈춰세우고 오를 사람을 꽉 박아싣는다. 그때마다 사람들 속에서 불평이 터졌다. “그만 실어! 설자리도 없는데 왜 자꾸 실어?” 그래도 차장은 그런 소리에는 응대도 않는다. 차장이 노리는것은 사람이 꽉차서 비비고지지고볶아대면서 아우성치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하나가 돈일원이라는것이였다. 하나를 실으면 돈일원을 싣는것이였다. 하루나절 그 돈을 실으려고 동쪽끝에서 남쪽끝 모아산까지 굶은 땅나귀처럼 게걸스레 오가고있었다. “아버지, 이 차가 터지겠슴다.” “참아라. 그냥 이렇다. 민속촌에서 내린다.” 뻐스는 들춤질하면서 모아산기슭을 허벌허벌 기여올라 종내 민속촌대문앞에서 정거하였다. 문을 열자 막혔던 보뚝이 터지듯 차안의 사람들이 왈 내리였다. 졸지에 답답했던 가슴이 활 열리였다. 소망이와 문준이는 내리자 마자 갖기운 우리에서 들로 풀려난 말새끼처럼 풍덩풍덩 뛰였다. 소망아버지는 그런 아이들과 지껄이지 않고 계획한 대로 수림속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오래동안 다니여서 풀없이 단단히 다져진 흙길로 방금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줄느런히 늘어섰다. 소망이와 문준이는 소망아버지를 가운데 놓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장난걸음을 쳐댔다. 산은 우로 미연히 경사도가 있었다. 올리막이였다. 둘은 조금 헐떡이다가 더는 뛰놀지 못하고 소망아버지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따랐다. 소망이와 문준이는 길역에 한메터 정도넘게 들어선 락엽송나무의 꼭대기를 쳐다보았다. 나무는 일매지게 곧고 잎사귀는 넙적하지 않았다. 파랗고 빗살같았다. “아버지, 이 나무는 무슨 나뭄다?” “락엽송이라고 한다.” “락엽송이라는것은 또 무슨 말임다?” “무슨 말이겠니? 나무 이름이지!” “이름이라는것은 암다. 그 이름이 무슨 뜻인가 하는 검다.” 이번엔 문준이가 바투 묻는다. 소망아버지는 허구프게 웃었다. 오늘 정말 얘들이 물어보는 말에 다 대답하자면 자기지식으로는 모자랄것 같았다. 허나 어째서나 아는것처럼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찮으면 애들을 실망시킬수 있었다. “락엽송(落叶松), 락하한다는 락자에 잎이라는 잎자에 소나무종류에 속한다는 송자인데…나무잎이 땅에 떨어지는 꼳꼳한 나무라는 뜻이겠다.” 그러자 두애는 키득거렸다. 문준이가 나무를 아츠랗게 올려다보면서 히죽거린다. “나무가 꼳꼳한게 소망아버지처럼 김다.” “임마, 너네 아버지처럼 약하지는 않구? 저 꼭대기를 봐라?” 락엽송꼭대기는 약할수 밖에 없다. 애들은 긴것과 약한것을 가지고 애비들과 대비하며 신이나서 종알대였다. 소망아버지도 끼여들었다. “야, 너네도 이 나무처럼 곧고 길게 자라고 싶지 않니?” 애들이 대답하려고 하는 찰나 애들의 앞에 나타난 밑둥이 톱날에 쑥덕 베여 없어진 나무에 시선이 멈추어졌다. “아버지 이 나무를 누가 베갔슴다?” 그리고 애들의 눈에 련속 나타난 밑둥베인 나무들이 나타났다. “하나 둘, 여기도 있다. 저기도 있다. 셋 넷…” “어째 베감다?” 아이들이 아파하는 마음을 헤아려 좋은 말로 아물구게 하여야했다. “나무가 크면 베여다가 건축자재로 사용한다.” “우리도 크면 베여다가 건축자재로 사용함까?” 소망이가 보동보동한 얼굴에 약간 웃음기를 띠고 아버지를 쳐다본다. “자식, 너는 사람이다. 어찌 나무와 비기겠니?” “우리반 반주임선생님은 우리들도 소나무처럼 억세게 자라라고 합데다. 어째 소나무가 보이지 않슴까?” “그게 다 비유해서 하는 말이다.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이 죽지 않는다. 아무리 추워도 잎이 파랗게 살아서 온겨울을 난다. ” “소나무잎안에서 불을 때잼다.” 문준이가 키득거린다. 애들의 상상은 소망아버지의 어린시절보다 직설적이고 유모적이였다. “그래 소나무잎안에는 추위를 쫓아버리는 뜨거운 불이 있다.” 그러자 두애는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어댔다. “야, 나무잎안에 어찌 불이 있을수 있슴다. 소망아버지 거짓말을 함다. 어른이 아이들한테 거짓말을 하면 나쁨다.” “임마, 우리아버지도 롱담한다. 롱담은 거짓말이 아니다. 아새끼?” 소망이는 아버지역세를 드느라고 턱을 치켜들었다. 좀 걸으니 앞에 과연 소나무군체가 나타났다. 나무아래쪽이 락엽송보다 실팍했다. 허나 락엽송보다는 미끈하지 않았다. 소망이는 밑부분이 자기만치 실한 나무한테로 쫑드르르 달려갔다. 문준이도 달려갔다. 둘은 제각기 두 소나무를 두팔을 벌려서 얼싸끌어 않았다. “야, 실하다. 이게 뭐야?” “아갸갸, 가시…” 소나무를 끌어안았다가 가시가 손에 박히고 송진이 옷에 묻었다. 소망이는 데꺽 구원을 요청하면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버지는 허허 하면서 너털웃음을 치고있었다. “잘했다. 소나무를 안았기에 송진이 묻엇고 손바닥에 가시도 꼽히지 않았니. 세상일이란 그저 보는것만으로는 그 속을 알수없다.  들어가보아야 알게된다.”  “아버지 옷에 묻은 이게 무엄다? 소나무엿이 아님다?” “그게 바로 송진이라는거다. 소나무껍질이 벗겨진 곳에서 분비되는 액체이다. 구두약, 비누, 살충제, 인쇄잉크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  “나무껍질이 벗겨진 곳에서 흘러나오니까 나무의 핌다.” 소망이가 또 아버지를 쳐다본다. “그래 그렇게 말해도 틀리지는 않는것 같다. 나무에서 흐르는 액체는 사람의 피와 같으니깐!” “소망아버지 그런데 소나무껍질은 누가 벗겼슴다?” 소망아버지는 인츰 대답하지 않았다. 나무를 해치는것은 다 사람이니말이다. “나는 암다. 아까 락엽송나무 밑을 썩둑벤것도 사람이구 소나무껍질을 벗기는 것도 사람임다. 삼림을 파괴하는 나…쁜….사…람!” “그래 그런 나쁜 사람들이 가끔 있다. 너네는 절대로 그런 나쁜사람이 되여서는 안된다.” “안됨다.” “안될검다!” 아이들은 아픈 나무를 걱정하면서 확실하게 대답하였다. 아이들의 심령은 여리였다. 그래서 아픔에 대한 공포가 어른들보다 더 컸었다. 3  “아버지 맥이 없슴다.”  “좀 쉬면 안됨다?” 소망이는 맥이 없다고 하고 문준이는 좀 쉬잔다. 삼복염천에 어찌 안그러랴. 두 애는 벌써 땀벌창이 되여 얼굴이 땀에 젖어있고 입은 옷은 땀으로 잔등에 착 붙어있었다. “그래 쉬자!” 소망아버지도 걸음을 멈추었다. 이때 문준이가 길역 풀숲에 털썩 주저앉으려고 하였다. 바로 앉으려는 곳에 허리띠만한 삼각형모양의 머리를 가진 작은 독사가 죄꼬만 운동개구리를 입안에 넣고 삼키느라고 까딱 움직이지 않고있었다. 소망아버지는 잽싸게 문준이의 허리를 잡아 챘다. 문준이는 홱 한고패 돌면서 소망아버지의 품에와 안기였다. 문준이는 웬 영문인가고 소망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령리한 소망이는 데꺽 문준이가 앉으려고 한 자리를 내려다 보았다. “뱀, 아버지…뱀!” 소망이도 소망아버지곁에와 착 붙어섰다. “옳다. 뱀이다. 독사다. 개구리를 먹고있다.” 두애는 아주 유심히 지켜보고있었다. 동물세계에서 보긴 했지만 자기눈으로는 처음보는 장면이였다. 뱀은 먹이를 먹을 때 곁에 사람이 와도 움직이지 않았다. 삼키우는 작은 개구리가 불쌍했다. 구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뱀을 잡으려고도 않는다. “아버지 왜 개구리를 잡아먹는 뱀을 가만놓아두어요?” “이게다 뱀과 개구리의 생존본능이고 생존환경이다. 동물세계에서는 힘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잡아먹으면서 살아간다. 여기에 개구리와 쥐같은 작은 동물이 있기에 뱀이 서식한다.” “그럼 뱀은 어떤 동물이 잡아 먹슴다?” 문준이가 물었다. 모아산엔 뱀을 잡아먹을 만한 동물이 없었다.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이였다. 뱀을 죽이는 동물은 있었다. 그것은 사람이였다. “아버지 뱀이 왜 달아나지 않슴다?” 소망이는 움직이지 않는 뱀을 보면서 다그쳐 물었다. “먹이를 먹느라고 그랜다.” “흐흐흐, 그러니 엄마는 밥먹을 때 나를 욕하지 말라구 하지.” “옳다. 소망아, 우리 할머니도 그렇게 말하더라.” 두애는 어떤 큰 도리를 터득한것 같았다. “됐다. 가자!” “소망아버지, 뱀이 하루 개구락지를 몇마리나 먹슴다?” “사람도 하루 세끼밥을 먹으니까 뱀도 세마리는 먹을거다.” “야, 뱀이 사람과 비슷한 점이 영 많슴다 예!” 이때 나무가 듬성한 곳에서 노래가락이 터져나오고 사람들이 춤추는 모습이 안겨왔다. 애들은 그곳을 지켜보면서 가까이 다가가고 그냥 지켜보면서 걸었다. 어는 단위에서 오신 사람들이였다. 늙은이도 있고 젊은 남녀도 있었다. 서서 춤추고 앉아서 구경하는 자리에는 풀들이 뭉개여 쓰러져 있었고 마시고 버려진 술병들이  지저분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은 어느 단위 사람임까?” “내가 어찌 알겠니?” “저 사람들 술먹고 잘놈다 예?” “휴식일이니 산에와서 노는거지.” “다 논다음 술병이라메 치움다?” “치울거다.” “저 발에 짓밣히고 엉치에 눌리워 쓰러진 풀들은 살아남다?” “뿌리가 살아있기에 다시 살아날것이다.” 그때 바로 앞 길섶에 버려진 비닐주머니며 술병이며 하얀 위생종이며가 지저분히 널려있었다. “아버지, 이 봐요. 치우지 않았잖아요?” “저 사람들이 어지럽힌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주어서 쓰레기통에 넣차!” 소망아버지는 애들앞에서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보기의 영향력은 항상 중요하고 큰것이니말이다. 만약 이 쓰레기를 보고 그저 지나친다면 애들도 커서 산을 어지럽히고 지나치는 어른으로 자랄것이니말이다. 두애는 버려진 비닐구럭에 쓰레기를 주어담았다. 선생님께서는 절대로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했다. 수림속에 어지럽게 널려진 쓰레기를 보노라니 그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들이 미워났다. 애들은 수림속의 어지럽혀진 현장을 보고 안타까워하였다 애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놀음판의 어른들도 부끄러운지 비닐구럭에 자기네들이 버린 쓰레기를 주어담기 시작하였다. “소망아버지 정말 좋은 사람임다. 등산할때 그냥 이램가?” 그냥 이래지는 않았었다. 허나 오늘만은 애들앞에서 그러는체 할뿐이였다. 소망아버지의 얼굴은 대뜸 붉어졌다. “야, 임마, 우리 아버지는 등산할때마다 그냥 비닐구럭을 가지고 다닌다. 산에서 쓰레기를 줏느라고 말이다.” 어느새 소망이는 보지도 못한 아버지의 행위를 제법 자기가 본것처럼 두둔하여 꾸며말하였다. 소망아버지는 얼굴이 더 붉어지고 입이 벌려젔다. 애들이 어디 애들인가? 피는 무서웠다. 자기 아들 소망이는 자기동무앞에서 자기아버지를 치하하느라고 제법 거짓말까지 신통히 꾸며대고있지 않는가? 어느새 셋의 비닐구럭이 배가 불룩해졌다.  “이제 앞으로 좀 걸어가면 다리가 있는데 그 앞에 쓰레기통이 있다.” 셋은 다리어구지에 닿았다. 정말 나무통으로 만든 물통같은 쓰레기통이 있었다.  쓰레기는 통안에 버려졌다. 그리고 셋은 그냥 올리막길을 올랐다. 온몸이 땀투성이가 되였다. 소망이와 문준이는 장단지가 몽둥이에 맞은것처럼 뻗뻗해났다. 그래도 둘은 워낙 승벽심이 강한 애들인지라 뒤지지 않겠다고 얼굴이 빨갛게 상기되면서도 소망아버지의 뒤를 따랐다. 종내 지난해에 모아산 바로 아래기슭에서부터 모아산 꼭대기까지 참대나무로 만들어 놓은 계단식 나무층계가 나타났다. 사람들이 많이 오르고있었다. “아버지, 이 층계가 어디까지 있슴까?” “꼮대기까지 이어졌다.” “야, 그러면 돈이 많이 들었겠슴다.” “그래, 많이 들었을게다.” “이렇게 하니 좋슴다. 뱀에게 물릴수도 없구.” 두애는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속에서 자주 고개를 쳐들면서 곁을 지나치는 사람들을 살피였다. 산에서 이리 많은 사람구경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모아산은 산이 아니라 사람들로 득실대는 사람산같았다. 셋은 모아산 정상에 수건해놓은 관람대꼭대기에 올라갔다. 숨이 턱에 닿았다. 그래도 정상에 올랐다. 더워도 정상에서는 가벼운 바람이 아래보다 더 강하게 감지되였다. 사면이 확 보여온다. “소망아, 문준아, 연길시가 보이지. 우리가 사는 집이 보이지. 저기 허옇게 길게 보이는 곳이 연길비행장이고 그 다음 저 산이 삼봉동채석장이고 그 아래가 만무사과배과원이다. 저 아래 푸른 벌은 룡정동성벌이다.” 높은 곳은 정말로 좋았다. 사방을 다 볼수 있어 좋았다. 아래서 볼수 없는 것들을 다 볼수 있어서 좋았다. 허나 높은 곳에 오르기란 힘들었다. 숱한 땀을 흘리였다. 오르고보니 기분이 하늘처럼 부웅 뜬다. “아버지, 모아산의 높이가 얼마나 됨까?” “해발이 512메터이다.” “와, 512메터! 우리키 몇백개를 합친것과 같다야…” 문준이가 입을 벌린다. “장백산은 해발이 얼마임다?”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았다. 아들 소망이가 다그쳐 물어왔다. “야, 그건 우리가 자연상식시간에 배웠잖니? 이천…륙백얼마더라?” “2691메터다!” 소망아버지는 한해 겨울이면 한번씩 장백산등산을 하기에 장백산의 높이를 준확하게 기억하고있었다. 아버지가 맞추자 소망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봐라, 우리아버지는 겨울이면 장백산꼭대기로 한번씩 올라갔다온다.” “그럼 히말라야산의 주봉인 주무라마봉의 높이는 기억함까?” 문준이가 바투 들이댔다. “거긴 올라갔다 못와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산이기에 상식적으로 알고있다.  팔천팔백얼마일거다.” “아버지, 어디 얼마일거다라는 대답이 있슴다. 8844.43 메터!” 두아이가 약속이나 한듯이 소리높이 웨치였다.  “그래맞다!” 아이들은 모아산에서부터 장백산, 세계의 지붕인 희말라야산까지 상상의 나래를 펴가고있었다. “아버지, 정말 산우에 또 산이 있슴다…예?” 그렇다. 산우에 산이 있고 뛰는 놈우에 나는 놈이 있으니 너네는 공부를 잘해서 나는 놈이 돼야한다.” 이때 파아란 하늘에서 은빛 려객기가 천천히 좌회전을 하면서 착륙하려고 시도하고있었다. “아버지 저, 비행기!” “비행기안의 사람들이 우리를 봄다?” “보구말구. 움직이는 한점으로 보일거다. ” 두 애는 점점 낮게 내리는 비행기를 살펴본다. 그리고 다시 관람대를 에돌면서 사위를 다 구경한다. 오래도록 구경한다. 그리고 다가온다. “아버지, 아버지는 산아래가 좋슴까? 산 꼭대기가 좋슴까?” 소망이는 아버지를 빤히 쳐다보았다. 소망아버지는 얼른 대답하지 않고 소망이를 내려다 보았다. “너는?” “나는 산꼭대기가 좋은데 너무 맥이 듬다.” “나두!” 문준이도 동감하였다. “소망아, 문준아, 우리는 산아래에서부터 산꼭대기로 올라오지 않았니?” “예!” “산은 아래가 있기에 우가 있는거란다. 나무가 땅에 뿌리박고 천천히 자라서 실하고 키큰 나무가 되듯이 말이다. 사람도 애기로 태여나서 유치원, 소학교, 중학교, 고중, 대학 그리고 어른이 되여 장가드는것처럼 말이다. 작은것이 커가는 과정이 산아래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과정과 같은거다.” 두애는 어른의 말뜻이 알려오는것 같았다. 자기들도 이제 점차 커서 아버지처럼 어른이 될거라고 말이다. 크려면 땀을 흘려야 하고 땀을 흘려야 큰 사람으로 될수 있다고 말이다. 모아산은 두 애에게 큰 사람으로 커야 한다는 새꿈을 모아서 심어주었다.             2007년 8월 8일 연길에서         
44    빈집의 공포 댓글:  조회:1063  추천:8  2011-01-04
[단편소설] 빈집의 공포       동지가 가까워 온다. 밤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지구는 해와 제일 먼곳에 와 있다. 오후 네시가 지나자 땅거미는 바다에서 이는 해일마냥 삽시간에 시가지를 까막나라로 삼키려든다. 어둠은 명령이였다. 연남소학교에서는 소학생들이 어둠속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여러가지로 걱정거리를 더하기에 학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하여 오후 네시반전에 하학종을 울린다. 교실문이 터지며 아이들이 와그르르 텨져나온다. 학교대문밖에는 마중 온 어른들이 목을 빼들고 자기자식을 찾느라고 눈에 불을 켜고있다.     소학교1학년 2반 상철이는 자기 또래애들과 함께 책가방을 메고 대문밖을 강종강종 걸어 나왔다. 엄마는 출국하고 없고 아버지는 아직 퇴근하지 않아서 마중 온 어른이 없었다. 홀로 탈탈 거리면서 밋미스름히 언덕진 올리막길에 들어섰다. 어둠속에서 앞뒤에서 나는 인기척은 그대로 조심해야 할 상대였다. 뒤에서 누군가 바싹 따라오면서 씩씩거리는 거친 숨소리가 들리였다. 상철이는 얼른 고개를 돌려보았다. 키가 기린같이 껑충크고 모자 앞 채양을 눈 아래까지 푹 눌러쓴 이상한 사람이였다. 상철이는 덴겁하여 두주먹을 쥐고 종달음을 쳤다. 숨이 턱에 닿게 할싹거리며 자기집주택구마당에 닿아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뒤를 살피였다. 어둠속에서 무엇이 따라오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4층자기집창문을 쳐다보니 불이 켜져있지 않았다. 아버지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것이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이 반가웠다. 반대로 불이 꺼져 있는 집이 싫었다. 불이 켜져있으면 아빠가 와 있다는 신호였고 불이 꺼져 있으면 아빠가 없다는 신호였다. 부모없이는 못사는 나이였다. 여덟살이였다. 엄마가 비여있는 집의 썰렁한 그림자를 아프게 감수해가는 어린 나이였다. 아빠라도 항상 제때에 마중오길 바라는 상철이였다. 허나 아빠는 일터에서 요직에 종사하는 핵심일군이여서 출장이 잦았고 퇴근시간은 항상 미지수였다. 더우기 낮이 짧고 밤이 긴 한겨울에 불이 꺼져 있는 집으로 자기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는것이 눈물이 찔끔나도록 싫었다. 어떤 때는 집근처에까지 같다가 자기집 4층창문에 불빛이 없으면 지레 돌따서서 택시를 잡아타고 시중심에 있는 고모네 집으로 가기도 하였었다.     허나 오늘은 울며겨자먹기로 집으로 올라가야했다. 방금 전에 뒤따라오던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이 뒤에 나타나서 자기집을 알기전에 올라가야하니말이다. 상철이는 할할거리면서 4층까지 올라서 집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하는 첫일이 여러개방의 전등불을 켜는 일이였다. 주방이며 객실이며 아버지와 자기침실이며 화장실의 전등불까지 다 켜놓았다. 집안의 칸칸에 어느 한곳이라도 어두운 곳이 없어야 시름이 놓이였다. 어린아이들에겐 어둠자체가 공포였다. 어두워서 어둠속에 무엇이 웅크리고 숨어있는것 같아 아쓸했다. 겁기가 많은 시절이였다. 푸르른 하늘에 해살이 넘치는 밝은 날을 우러르는 동심이였다. 집안에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 아빠엄마 가까운 혈육들이 꽉 차있기를 바랬다. 집안에 사람이 많으면 즐거우니 말이다. 그러면 외로움을 모르고 응석을 부리면서 재미나게 살것 같았다. 헌데 바라는것들이 이빠진 늙은이 이빨처럼 많이 빠져있는 집이였다. 그 빠져있는것들을 보충해야 했다. 칸칸의 전등불을 다 켜가는 그 마음이 바로 빠져있는 식솔들을 다문 얼마라도 복구하려는 동심의 절절한 표현이였다. 상철이는 객실의 텔레비를 틀어놓았다. 텔레비에서 사람들이 말하고 움직이는것이 마치 집안에 사람이 욱실거리는 느낌을 주는것 같아서였다. 상철이는 텔레비죤과 마주한 차상우에 책가방을 풀고 숙제공부책을 펼쳐놓았다. 물론 학교에서 하던 공부계속이지만 집에 와서도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흉내라도 내야 뒤늦게 들어 선 아버지는 흡족히 웃어줄것이니말이다. 상철이는 책을 펼쳐놓고 공부에는 열중하지 않고 자꾸 무선단거리텔레비조절기로 자기가 보고싶은 절목을 찾고있었다. 끝내 “미로수탕코야” 동화편이 방송되였다. 재미있고 렵기적인 화면에 상철이는 자기가 혼자라는것도 말끔히 잊고 혼자서 깔깔 웃어대였다. 그러면서도 전화가 울리지 않나 시선을 전화기에 가담가담 주기도 하였고 밖에서 아버지의 귀익은 발자국소리가 나지 않나 귀를 강구기도 하였다.     래일은 자기의 만 8덟살 생일날이다. 오늘저녁엔 아버지가 꼭 자기마음에 드는 흡족한 생일선물을 사가지고 들어올것이였다. 좋은 생각은 더 박절히 아버지를 기다리게 하였고 그러니 시간은 더 굼뜨게 흘러갔다. 상철이의 귀는 밝았다. 뭔가를 기다릴때의 귀는 평시보다 더 밝아지는가부다. 문밖층계에서 사람이 올라오는 소리가 저벅저벅 난다. 아버지의 발자국소리는 아니였다. 그 소리가 자기집문앞에 와서 덜컥 멈춘다. 누굴가? 방금전에 뒤를 따라오던 그 이상한 남자가 아닐가? 이어 문을 열려고 열쇠구멍에 열쇠를 꼽고 싱갱이질한다. 이 집 문을 여는 열쇠는 아버지와 자기 둘 한테밖에 없다. 누굴가? 아버지와 반주임선생님은 항상 자기들한테 일깨워주었다. 어떤 사람이 와서 어떤 리유로 문을 열어달라고해도 열어주지 말라고 말이다. 일전에 어느 소학교학생이 휴가일에 집에 혼자 있는데 물세받으러 왔다면서 문을 열라고 해서 열어주었다가 낮선 사람에게 목을 졸리고 집은 겁탈당한 겁탈살인사건이 발생하였었다. 상철이는 덴겁하였다. 얼른 주방에가서 잽사게 식칼을 거머쥐고 문섶에 와 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찌를 판이였다. 어떤 놈인지? 왜서 자기집문을 열려고 싱갱이질 하는지 등골이 오싹 떨리고 머리가 쮸뼛이 일어섰다. 왼쪽 가슴속안의 심장은 가슴밖에 뛰쳐나와 북을 치는것 같았다. 목안이 바짝 말라들고 태양혈에서 퍼런 쥐가 풀떠떡 뛰였다. 상철이는 리지를 잃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들어서는 놈에게 칼질하려고 궁리했었지만 저절로 목이 빠지게 먼저 나가는 소리를 어쩔수 없었다.     “누구야? 누-구-야!!!”    상철이의 새된 소리는 문틈새로 밖에까지 새여나갔다. 문열던 기척이 뚝 멈추었다. 즘즘해졌다. 문열던 사람이 웃층계로 올라가는 기척소리가 들려왔다. 자기집에서 멀어지니 안도의 숨을 길게 내쉬였다. 실은 웃집 나그네가 술에 폭 취해 상철네 집을 자기집으로 착각하고 문열려고 하였던것이다. 허나 상철이는 이런 사연을 알수가 없었다. 모르기에 공포였다. 상철이는 식칼을 들고 다시 객실 쏘파에 와 털썩 주저 앉았다. 식칼을 차상우에 놓고 말이다. 무서웠다. 상철이는 힘빠진 몸을 돌려 수화기를 들고 아버지핸드폰번호를 눌렀다.     “아브지, 빨리와. 이자 방금 어떤 놈이 우리집문을 열려고했어!”     “어떤 놈이?”     “몰라!”     “알았다. 겁먹지 말아. 아버지가 주에서 온 손님안배하구 곧 갈게!”     상철의 눈에는 서러움의 눈물이 핑 돌아갔다. 아버지는 바쁜 사람이였다. 금방 올게하고 언제 올지 파악이 없었다. 허나 이튿날은 자기 생일이니 꼭 좋은 생일선물을 사가지고 오늘만은 금방올것이라고 믿었다. 곁에 엄마가 있다면 아버지를 찾지 않아도 되였다. 돈벌겠다고 외국간 엄마도 오늘 저녁엔 전화를 걸어올것이였다. 생일선물은 벌써 열흘전에 소포로 보내왔었다.     이때 갑자기 불이 꺼졌다. 집안의 모든 불이 다 꺼졌다. 정전이였다. 혼자서 무서워죽겠는데 전등불까지 꺼지다니 정말 재수없고 너무 섭섭하였다. 불빛이 없는 집은 그대로 무덤속같이 숨막히는 공포였다. 상철이는 창문가로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건너편 층집에도 말짱 까막나라였다. 어떤 집 창문으로 초불이 켜져가며 맥없는 불빛이 아물아물 새여나오고있었다. 초불은 객실책상서랍 맨아래 빼랍안에 있었다. 상철이는 다가가서 빼랍을 열고 손더듬으로 꽁다리초와 라이타를 찾아냈다. 그리곤 불을 달았다. 초불은 상철의 손에서 아지랑이처럼 아물거렸다. 집안을 환히 밣히기에는 부족한 광이였다. 공부도 할수 없었다. 상철이는 초불을 초불이 타서 흘리는 눈물로 차상우에 바로 고정시키였다. 꽁다리 초불은 불쌍하였다. 얼마를 탈것 같지가 않았다. 초불도 상철이를 위하여 어둠을 환히 밣혀주지 못하는것이 안스러운지 초불심지끝이 빨갛게 타없어지면서 등이 내려않는다. 그 사품에 초불에 비낀 그림자가 앞벽에 나타났다. 나무처럼 곧게 서있는 검은 그림자속에서 머리가 삼검불같은 사람대가리가 나왔다들어갔다한다. 옷궤한변과 책상우에 놓여있는 장식용꽃이 초불에 비치면서 나타내는 그림자였다. 그래도 상철이는 흠칫 몸을 떨었다. 다시 수화기를 들고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팅댄>임다. 초를 사가지고 옴다.”     초불은 상철의 눈앞에서 거의 타들어가고있었다. 상철이는 어깨가 축 쳐졌다. 조그만 가슴이 싹 꺼져들어가는 한숨이 새여나왔다. 이 초불이 다 타들어가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가야했다. 안전한 곳은 자기 침실도 객실도 아니였다. 그래도 힘센 아버지가 주무시는 침실이였다. 어른이 주무시는 침실에서 자면 안전감이 더 해지니말이다. 그래서 상철이는 노상 아버지가 늦게 올때면 아버지침실에 들어가 꼴깍 곯아떨어지군 하였었다. 상철이는 일어섰다. 붕 소리가 난다. 소리나는 쪽은 창문밖이였다. 바람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였다. 4층집 창문으로 누가 기여올라올수는 없는데 말이다. 어둠속에서 나는 자그마한 소리도 다 자기한테로 접근하는 흉수의 기척같았다. 이상하게 갖가지 잦은 소리들이 다 들려온다. 웃층에서 똑딱똑딱 거리고 아래층에서 무엇을 긁어대는 소리가 끄드덕거리고 창문틈새로 가담가담 잉하고 소리가 난다. 불시에 문밖층계에서 탕탕탕 거리며 누군가 층계를 마구 건너올리뛰며 올라오는 소리가 울렸다. 저놈은 또 어떤 놈인가? 그 소리가 바로 자기집문앞에 와서 덜컥 멈춘다. 초불도 마지막 빛을 아물거리고 꺼져버렸다. 상철의 맘속 불도 함께 꺼졌다. 귀는 밖의 소리에 주시하고 마음은 빨리 아버지침실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달리였다. 문밖에서 열린 소리는 옆집문이 열렸다닫기는 소리로 끝났다. 옆집 키큰 한족 형님이였다. 오토바이에 허리를 치워 누워서 꼼짝못하는 아버지가 정전이 되자 머리맡에 놓여있는 전화로 아들한테 초를 사가지고 오라고 전화를 한것이였다. 다른 집은 나름대로 자기 생활양상이 달랐다. 벽을 하나 사이둔 집이지만 이웃지간에 알수없는 벽이 더 두터웠다. 상철이는 일어섰다. 아버지침실로 향하였다. 어두워서 금방 앞에 놓여있는 차상끝을 무릎정갱이로 박았다. 차상우에 놓여있던 교과서와 필기책이 객실바닥에 떨어졌다. 바른쪽 무릎정갱이가 몹시 아파나서 눈물이 찔끔 흘러나왔다. 상철이는 선채로 무릎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렸다. 자기도 모르게 서럽게 흘러나오는 눈물이 상철의 두 볼을 적시였다. 허나 자기가 눈물을 흘리고있다는것을 상철이 자신은 감각못하고있었다. 애오라지 어둠속에서 두손으로 앞을 허우적거릴뿐이였다.     종내 아버지침실로 들어가서 문을 안으로 걷어잠구고 아버지의 크고 두툼한 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 썼다.    상철이 아버지는 얼근히 취한 취기에도 상철의 생일선물이 든 배가 큰 비닐구럭을 들고 택시를 잡아타고 집근처에와 내리였다. 초불이 가물거리며 빛이 새여나오는 슈퍼에 들려 초 몇개를 사가지고 층계를 올랐다. 4층에 도착하여 집문을 열고 들어서는 사품에 습관대로 벽에 고정된 전기스위치를 눌렀다. 전기가 그냥 오지 않았다. 상철이 아버지는 신발을 벗고 어슴프레한 창문의 빛으로 대강 짐작으로 객실쏘파앞에 당도하여 아들에게 줄 생일선물을 객실쏘파앞에 놓여있는 차상우에 올려놓았다. 비닐구럭안에는 축구공하나와 축구화가 있었다. 아들이 축구에 애착이 있어 생일선물로 축구공과 축구신을 사달라고 해서였다. 그리고 상철이가 먹기좋아하는 햄버거도 사왔다. 다음 라이터를 탁 켜서 초에 불을 달고는 초불을 들고 상철의 침실로 향했다.     “상철아, 아버지 왔다.”     허나 응대가 없었다. 상철의 침실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아들은 없었다. 상철의 아버지는 다시 자기침실로 향하였다. 문을 미니 열리지 않았다. 침실문이 안으로 잠궈져 있었다. 아들이 무서울 때면 꼭 자기침실에서 문을 안으로 닫아걸고 자는 습관이 있었다. 상철의 아버지는 문을 조용히 노크하며 상철이를 불렀다. “상철아, 아버지 왔다. 문 열어! 생일선물도 사오고 햄버거도 사왔다. 어서 문열어!” 허나 상철이는 여전히 응대가 없다. 이미 곯아떨어져있었다. 저녁을 먹지 않아 촐촐한 배는 어른이 없고 전기가 가버린 어둠의 공포에 정신력이 무너지고 작은 육신이 탈진상태에 빠지면서 쓰러지듯 곯아떨어진것이였다.     상철이 아버지는 더 문을 노크하지 않고 돌아섰다. 이미 단잠에 빠져든 아들을 깨우고싶지 않아서였다. 일단 잠에 들기만 하면 깨여나기 힘들어 하는 아들이니말이다. 상철의 아버지는 쏘파에와 긴 허리를 붙이고 비드슴히 누웠다. 무섭다고 전화를 걸어온 아들에게는 주에서 온 손님을 잘 안배하고 곧 돌아간다고 했지만 실은 두달전에 친구의 생일파티에서 만난 섹시한 녀자에게 반하여 오던 중 그녀가 통지해온 그녀생일파티에 참석하였던것이다. 파티가 노래방으로 이어갈때 사랑노래 몇곡 부르고 아들걱정때문에 그녀에게 피뜩 말하고 카운터에 노래방 값을 치르고난후 부랴부랴 택시타고 집으로 달려왔던것이다. 저녁식사비용도 자기가 치렸었다. 한 녀자를 추구하는 남자로서 그녀의 생일축하파티에서 성의를 보여야했기때문이였다. 곁에 안해없는 5년이 남자를 더 못참게 만들었다.     술기운이 피면서 머리가 핑해돌며 눈이 천근처럼 무거워지기 시작하였다. 쏘파에 누운채로 잠들어버릴 작정이였다. 이때 핸드폰이 음악을 울리기 시작하였다. 아마 그녀가 쳐왔으리라.     “당신이 없으니 분위기가 식어가요. 아이를 잘 안치하고 다시 나올수 없나요? 당신이 사라진 파티는 파티가 아니라 파괴예요.”     그녀는 상심섞인 소리를 내뱉고는 전화를 끊었다. 어째야 하는가? 부르는 그녀는 놓치기 싫다. 아들은 자고있다.     (아들아, 그럼 오늘 밤만 그냥 자고있어. 오늘 밤 함께 못한 시간을 아버지가 배로 보상해줄께. 미안하다, 아들아!)     상철의 아버지는 다시 일어나나갔다. 상철이는 이불속에서 땀을 흘리고있었다. 불꺼진 집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어 자기침실을 돌아보고 자기가 잠들어 있는 아버지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아버지가 아니였다. 아까 열쇠로 문을 열려던 그 모자채양을 눈아래로 푹 내려다 쓴 이상한 괴한이였다. 아버지침실문이 삐꺽거린다. 침실문은 철문이 아니였다. 나무문이였다. 집 출입문은 철문인데도 열렸는데 나무문이야 어디 문인가? 상철이는 일어나서 침대로 문을 막고 두발로 벽을 밀면서 두손으로 침대를 문쪽으로 악쓰고 밀었다. 그래도 소용없다. 문이 밀리면서 침대도 밀린다. 자기의 두 팔이 뒤로 밀린다. 밀리면 안된다. 상철이는 젖먹던 힘까지 다 하여 아버지, 어머니를 불러댄다. 눈에서는 눈물이, 코에서는 코물이, 입에서는 침물이 흘러나온다. 나중에 그 흘러나오던 물들이 다 시꺼먼 피로 변해버린다. 다음 목안이 좁아쥐며 숨쉬기가 바빠난다. 괴한이 방에 들어와서 자기의 목을 조이고있었다. 상철이는 단말마적으로 최후의 몸부림을 쳤다. 아버지의 두툼한 이불을 발로 차서 침대아래로 내려뜨리고 벌커덕 일어나 앉았다. 사위가 조용하다. 아무도 없다. 그저 어둠뿐이다. 전신은 괴한과 싸우면서 흘러나온 공포의 땀에 흥건히 젖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두 코구멍에서 물이 흘러 입안에 들어온다. 뜨겁고 찝질하다. 코물인가고 손으로 닦았는데도 멈추지 않고 그냥 흘러내린다. 상철이는 종이를 찾으려고 했다. 정전이 아닌가? 그래도 혹시 전기수리가 돼서 전기가 오지 않을가 해서 벽스위치를 눌렀다. 과연 불이 켜졌다. 이게 뭔가? 두 코구멍에서 뻘건 피가 흘러나왔다. 앞가슴과 아버지의 이불을 어지럽게 적시고있었다. 피를 보자 상철이는 혼비백산했다. 목터지게 불렀다.    “아-버-지…”    “어-머-니…”    …… 2008년 11월 12일 연길에서  
43    조폭아이 댓글:  조회:782  추천:7  2011-01-04
[단편소설] 조폭 아이 리  휘 1 해가 긴 삼복여름입니다. 중학교2학년에 다니는 순길이는 교실안에서 초조히 창밖만 내다봅니다.   빨리 하학하여 약방에 들려 수민제약을 사가야 합니다. 기중기차를 운전하는 아버지는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고 기중기차 네바퀴밑받침판을 소홀히 하여 중량이 무거운 짐을 들어올리다가 기중기차가 평형을 잃으면서 한쪽으로 쏠리는 통에 차가 번져지며 어깨와 머리를 다쳤습니다. 병원에가서 CT를하니 어깨뼈가 골절되고 머리안에 피가 떨어져 대수술을 하였습니다. 순길이 아버지가 병원서 두달 누워있다가 채 치료도 되지 않았는데 침대에 그냥 누워있는것이 답답하다면서 기어코 집으로 나가겠다고 하여 의사선생님이 집에 나가더라도 문진치료는 계속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내놓고 동의를 얻은 후에야 출원을 허했습니다. 아버지가 집에 나온지 벌써 달포가 됩니다. 아버지는 엄마를 미국보내느라고 25만원을 꾸어대고 엄마가 미국가고 없는 동안 집의 모든 일이 다 아버지의 몫이였습니다. 순길이의 아버지이자 어머니였고 선생님이자 형님이였습니다. 안해가 없어서야 안해의 귀중한 존재를 절실히 느끼면서 안해가 미국가서 빚을 다 갚고 돈을 벌어 빨리 왔으면 했습니다. 사고치기전날 밤에도 미국서 엄마가 걸어온 전화를 받으면서 순길이 일 때문에 다투었습니다. 순길이가 지난번 기말시험성적이 반에서 뒤로 밀리였으니말입니다. 엄마는 아버지보고 저녁이면 일찍 퇴근하고 애가 먹기 좋아하는 음식을 잘 챙겨먹이고 애곁을 항상 지켜주라고 하였습니다. 말속에 빗대여 하는 뜻이 숨겨있었습니다. 지난 일요일저녁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는데 아버지가 집에 없었던것입니다. 불시에 일이 생겨 차를 몰고나가서 밤작업을 하다나니 제시간에 집에 돌아와 엄마의 전화를 받지 못하였던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해도 엄마는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보선목이니 뒤집어보이겠습니까? 아버지는 억울하고 밸이 탈려 대화중에 수화기를 탕 메치였습니다. 그리고는 온밤 씩씩 거리면서 눈을 붙이지 못하다가 이튿날 사고를 친것입니다. 밤잠을 설치고 마음이 부산하면 일에 집중할수 없는것입니다. 공부나 공장일이나 다 집중이 중요한것입니다. 순길이는 엄마가 있을 때까지는 응석도 부리면서 엄마품에서 아버지품으로 왔다갔다하며 세상 자유롭고 즐거운 나날속에 공부도 잘했고 성격도 활달하고 품성도 좋아서 학교에서나 동네에서나 환영받는 아이로 손꼽히였습니다. 허나 지금은 얼굴에 웃음이 없고 까만 두 눈동자는 항상 무엇에 쫓끼는 듯 불안하고 때론 멍해있었습니다. 빨리 하학하여 아버지 약을 사가야 하는데? 못사거나 늦으면 또 아버지한테서 무엇이 날아올지 걱정이 되였습니다. 오후 사절자습시간입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자습을 시켜놓고 앞에 앉아서 비과를 합니다. 2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를 기다릴수록 시간은 앉은 자리에서 꾸물거렸습니다.          선생님만 없어도 훌 나가버릴수 있으련만 그러면 또 선생님이 미국간 엄마가 선생님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오면 순길의 상황을 곧이곧대로 엄마에게 통보합니다. 순길이는 엄마의 잔소리가 듣기 싫었지만 또 정말로 공부를 잘못하여 애꾼이 되면 엄마가 돈도 부치지 않고 돌아오지 않을가봐 저으기 걱정되였습니다. 순길이는  엄마를 잃을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을 잘듣고 공부도 잘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공부가 잘 되지 않습니다. 도무지 집중할수 없습니다. 아버지도 그런것 같았습니다. 사고나기전에도 말입니다. 물론 머리속에 지식이 부족하여 순길의 공부를 배워줄수는 없겠지만 순길이를 공부하라 해놓고 곁에 앉아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순길이 보기에도 얼떨해보였습니다. 그래서 순길이는 아버지 속을 알고 싶어 아버지 무슨 생각하는가고 물으면 아버지는 무슨 생각하기는 자식, 네 공부나 하라고 퉁을 주군 하였습니다. 순길이는 밤이면 아버지와 함께 한 침대에서 잡니다. 아버지가 곁에 있어야 잠을 잘 잘수 있습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길이는 아버지배우에 꼭 자기 두 다리를 올려놓고 잠자기를 즐겼습니다. 아버지는 그것이 불편하였지만 순길이가 시시각각 아버지가 자기와 한 자리에 함께 있다는것을 확인해야 시름놓고 잘 잔다는것을 아는지라 가만내버려두었습니다. 순길이가 그렇게 자다가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면 아버지는 쉬지않고 눈만 머룩거리면서 천정만 쳐다볼 때가 많았습니다. 아버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헤아려 보지도 않고 순길이는 또 그 모양대로 잠에 곯아 떨어집니다. 아버지가 사고를 친후부턴 그렇게 할수 없습니다. 어깨에 붕대감은 아버지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아버지간호를 잘 하련만 자기는 공부도 해야 하고 병원도 다녀야 하고 뭐가 뭔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일이 생기고보니 엄마가 더 그리워지고 엄마손이 더 수요되였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출국한 엄마가 속을 태울가봐 사고소식을 말 말라고 하였습니다. 헌데 집에 여러번 전화를 걸어온 엄마는 아버지가 그냥 없자 자꾸 나쁜 생각이 들어서 웬 영문인가고 할머니네 집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처음엔 별일 없다고 하다가 순길의 엄마가 너무 집요하게 바투 물어오니 솔직히 순길의 아버지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중이고 순길이도 놀라서 말이 아니니 당장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돈이 뭔데 남편이 상해서 손이 필요한데 당장 돌아오라고 말입니다. 엄마는 할머니앞에서는 돌아가겠다거나 못가겠다거나를 내비치지 않았습니다. 허나 며칠 지나서 순길이하고 단독대화를 할때 순길이가 울면서 아버지가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해있는데 빨리 오라고 하자 쿨쩍거리면서 순길에게 돌아갈수 없는 리유를 늘여놓았습니다. “내 왜 돌아가고 싶지 않겠니? 널 공부시켜 대학보내고 네가 큰 사람이 되는것을 보려고 외롭게 이국땅에 와서 모든 아픔과 외로움을 이기고 돈벌고 있다. 아버지까지 사고를 쳤으니 치료해야 할게 아니야? 치료하자면 또 돈이 들것이 아니니?  그 돈을  누가 벌겠니?…” 어머니의 말씀에는 일리가 있었습니다. 허나 순길이는 그런 도리보다는 아버지곁에, 자기곁에, 이 집에 엄마가 있어야 한다는 절절감만이 가슴을 꽉 채우고있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의 말씀을 다 듣지 못하고 전화를 콱 놓아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엄마전화를 받다가 수화기를 홱 메치는것을 보았댔습니다. 그래서 메치는것은 아니였습니다. 그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리고도 성차지 않아  객실문을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쥐여박았습니다. 발로찬 곳은 우묵히 꺼져들어 갔고 주먹으로 친곳도 약간 꺼져들어갔습니다. 손이 아파났습니다. 다시 전화벨이 울려도 받지 않았습니다. 밤자고 이튿날이면 자기가 왜 수화기를 메쳤는지 엄마한테 미안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허나 자기가 왜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또 하고 싶었는지는 정말 자기로서도 파악할수 없었습니다. 엄마는 전화를 쳐와도 받지 않으니 아버지치료비를 부쳐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벌지 않으면 누가 아버지병을 치료해주는가고 덧붙이였습니다. 엄마가 있을때 하냥 시무룩히 웃으면서 자애롭기만 하던 아버지가 엄마가 외국간후 그 웃음이 가뭇없이 사라졌고 사고를 당한 후에는 진한 근심이 얼굴에 깊이 쌓여 신경질이 직상선하였습니다. 그 신경질을 받아 당하는 당사자는 순길이와 순길의 할머니였습니다. 순길이는 학교가도 시간집중이 되지 않고 한시간, 두시간 배울것을 배우지 않으니 선생님이 강의하는 자연과학지식은 갈수록 풀수없는 수수께끼가 되여버렸습니다. 학습에 재미를 잃었습니다. 재미없는것은 배우기 싫은 법입니다. 공부잘하는 애들은 시간집중을 잘하고 모를문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물어봐서 제때에 알고넘어가는데 순길이는 물어볼것도 없었습니다. 모르는것이 너무 많으니 어느것부터 물어보아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버지는 앓고 엄마는 곁에 없고 공부는 하기싫고 시험을 치면 말등이고  공부잘하는 애를 고와하고 못하는 애를 미워하는 선생님들의 미운 눈길을 독차지하고 공부잘하는 애들로부터 비양을 당하고 정말로 어찌했으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집에 나온 아버지는 상처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여 전에는 태우지도 않던 담배를 태우고 술도 자주 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머리안이 아프고 골절된 어깨동통이 나고 그래서 순길이가 아버지의 손발을 대신하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할머니가 와서 열심히 돕지만 그래도 순길이 할 자질구레한 일은 끝이 없었습니다.   순길이는 바로 아버지의 팔과 다리였습니다. 그러니 꼭 아버지곁에 있어야 했습니다. 아버지는 순길이보고 오늘 공부하고 돌아올때 약방에 들려서 수민제 약을 사오라고 하였습니다. 엄마가 떠난후에 자주 밤잠을 설치면서 수면부족을 해오다가 머리까지 다치고나니 통 잠을 잘수 없어서였습니다. 순길이는 하학하면 집동네 약방에 들려서 수민제를 사 가지고 가야했습니다.  3 끝내 하학종이 울렸습니다. 반주임 선생님은 금요일 오후 다섯시에 중간고시시험을 맞을 준비로 학생들의 학습을 가정과 학교에서 함께 잘 틀어쥐기 위하여 학부형회의를 한다고하였습니다. 순길이는 일어났습니다. 갑갑한 찜질방에서 밖으로 나오는 기분이였습니다. 순길이는 교실문을 나오면서 문을 발로 탁 찼습니다. 애들이 왜 그러는가고 돌아보았습니다. 순길이도 자기가 어망간에 한 행동인데 이상하게 왜 교실문을 걷어차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문을 걷어차서 선생님이 불러들여 한바탕 된 욕을 하고 보냈습니다. 욕을 먹으면 어쩐지 속이 꼬이고 다른 무엇에다 승풀이를 해야 했습니다. 전에 없던 습관이였습니다. 집에서 아버지욕이 늘어날수록 아버지앞에서는 꼼짝 못하고 아버지가 없는데서는 아무것이나 치고박고해야 했습니다. 순길이는 학교운동장을 꿰질러 학교대문앞에 이르렀습니다. 대문량쪽에 달려있는 철대문을 보자 왈 달려나가면서 학교대문을 한쪽으로 활 밀었습니다. 그러자 철대문이 밀렸다가 다시 튕겨나오면서 바로 그때 문을 경과하던 녀자애들을 밀치여 넘어가게 하였습니다. 순길이는 힝하니 앞으로 달아나며 깨고소해 하였습니다.  종내 집동네 약방에 다달았습니다. 자기집에 와서 아버지한테 닝게르점적주사를 놓아주는 싹싹하고 곱쌀한 아재를 찾았습니다. 이 아재앞에서만은 순길이는 원래의 착한 애로 돌아갑니다. 아재는 순길이를 무척 귀여워했습니다. 엄마있을 때에도  약방에 자주드나들면서 많은 신세를 지였습니다. 아재는 병에 맞게 약을 골라주었고 허망 돈을 팔게 하지 않았으며 순길네 집에 누가 앓으면 집에와서 닝게르점적주사도 놓아주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의 치료까지 거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재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니 오늘 집에 일이 있어 나오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래일와서 사려고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아버지는 문열리는 소리와 함께 순길이가 들어오자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순길이를 쏘아보았습니다.  아버지침대 머리맡에 술병과 새비볶음이  놓여있었습니다. “아버지 또 술마셨어? 술마시면 상처치료에 나쁘다고 했잖아, 의사선생님이! “ 그러자 아버지는 버럭 소릴 쳤습니다. “그래 수민제약은 사왔나?” “그 아재가 오늘 없어서 못 사왔슴다. 래일 사오겠슴다.” “밥통같은 자식, 그 아재 없으면 내가 죽어야 되나? 당장가서 사와! 약방이 어디 그집뿐이니?” 아버지는 곁에 있던 담배재털이를 들어 순길이한테 냅다 뿌렸습니다. 바로 순길의 어깨를 스치면서 객실문에가 맞았습니다. 어깨가 끊어지는듯 아파났습니다. 할머니가 소릴 듣고 주방에서 달려 나왔습니다. “얘야, 애한테 무얼 뿌렸니?” 할머니는 순길의 어깨를 만져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들한테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습니다. “네 보자보자하니 정말 말이 아니구나? 애 한테 뿌릴거면 나 한테 뿌려랴! 아무리 상한 환자라고 공부하는 애한테 막 해대면 애가 어찌 살겠니? 네가 자꾸 그러면 이 에미도 같이 못 있겠다.” 할머니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충혈된 눈에도 눈물이 글썽하였습니다. 아버지도 그러기 싶어서 그런것이 아니였습니다. 자꾸 그런 행동이 나갔습니다. 병적이였습니다. 순길이는 눈물을 휙 닦으면서 돌따서서 신발을 싣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어깨가 몹시 아파나고 속이 와자자 해났습니다. 주먹으로 닥치는대로 마스고 패고 했으면 속이 시원할것 같았습니다. 마침 앞으로 한 반에 다니는 길남이가 슈퍼마케에서 시원한 얼음과자를 사들고 먹으면서 마주 걸어 왔습니다. 길남이도 반에서 공부를 못하기는 순길이보다 다를바 없었습니다. 키가 순길이보다 주먹하나는 커서 힘자랑으로 우쭐대는 학생이였습니다. 드문드문 순길이 머리를 쿡쿡 쥐여박기도 하였습니다. “순길아, 어델가니?” “어델가던 무슨 상관이야?” “아새끼 물어보는데 텁기는?” “턻으면 어째? ” 순길이는 종래로 길남이 하고 이런 어투로 대든적 없었습니다. 오늘은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길남이를 맞받았습니다. 길남이는 멍해있더니 다시 정신이 들었는지 주먹을 쥐고 순길의 머리를 쥐여박으려 하였습니다. 순간, 길남이보다도 순길이의 손이 먼저 올라가 길남이의 코등을 갈겼습니다. 길남이는 손에 쥐고 있던 얼음과자를 떨구면서 코를 막 싸쥐였습니다. 코피가 흘렀습니다. 애들은 먼저 손쓰는 애가 우세입니다. 피를 보면 웁니다. 4 이튿날 학부형회의에는 할머니가 갔습니다. 손자의 성적이 형편없는것을 보고 부끄러워 집에 와서 가만히 손자를 타일렀습니다. 엄마가 너 때문에 외국가서 힘들게 돈벌고 있고 아버지는 집에 누워있으니 부모의 근심을 덜어주려면 공부를 잘하는 길밖에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공부를 잘하면 할머니가 장려돈을 주겠다면서 호주머니에서 20원을 꺼내 쥐여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자상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조폭하였습니다. 엄마는 지구촌 멀고 먼 미국에 있었습니다. 순길이는 어렸습니다.  할머니는 아버지를 돕다가 끝내 몸져 누웠습니다. 워낙 혈압이 높았습니다. 고혈압이 200이고 저혈압이 130이였습니다. 병원에 입원하였습니다. 그런데 혈압이 정상수치로 그냥 내려가지 않습니다. 할머니는 병원서 아침에 잠자리에서 끙 하며 일어나 않다가 쓰러지셨습니다. 대면적 뇌출혈로 사망하였습니다. 할머니가 사망하니 순길이는 더 의거할 사람이 없었습니다. 집으로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아버지한테 욕먹고 맞고 싶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부모가 리혼하거나 없는 애들과 함께 어른이 없는 집들에 가서 뭉쳐 놀았습니다.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밤이 되면PC방도 가고 그러다가 마지못해 집으로 오면 아버지는 눈이 화등잔이 되여 씩씩거리다가도 용케도 욕을 거두고 순길이를 침실에 가서 자라고 합니다. 욕하면 아들이 또 달아나고 집으로 들어오지 않을것이니 말입니다. 아들이 달아나면 아버지속이 아팠기때문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순길이는 하학하여 집동네로 들어오는 길목길에서 또 길남이와 마주쳤습니다. 길남이는 순길이한테 맞은것이 은근히 속에서 내려가지 않았습니다.  보복하려고 시도하던 중 다른 학교 애들 둘을 불러가지고 순길이의 앞을 막았습니다. 혈전이 벌어졌습니다. 순길이는 삽시간에 모둥개 매를 맞았습니다. 머리가 터지고 코피가 터지고 배가 아프고 온 몸이 성한데 없이 맞았습니다. 그런데 어떤 녀자의 새된 소리가 울리더니 애들이 뿔뿔히 도망갔습니다. 순길이는 정신잃고 쓰러지였습니다. 정신차리고보니 약방이였습니다. 자기곁에 집동네 약방아재가 자기 손을 꼭 쥐고 앉아 있었습니다. 순길이는 아재가 엄마 같았습니다. 정말로 부러운 엄마 같았습니다. 아니, 곁에 없는 엄마보다 더 낳은 엄마 같았습니다. 순길의 눈에서는 더운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습니다. 줄 끊어진 구슬처럼 그냥 흘러 내렸습니다. 약방아재도 순길이의 눈물을 닦아주면서 눈확이 축축히 젖어갔습니다. (아재, 나의 곁에 있어 줄수 없어. 아재만 있으면 난 공부도 잘하고 싸우지도 않고 좋은 학생 될수 있을것 같은데…) 순길이는 혼자서 입속으로 중얼거렸습니다. ……               2009년 3월 15일 연길에서
42    빈자리 댓글:  조회:1047  추천:7  2011-01-04
[단편소설] 빈 자리            손룡호 1    해가 떴다. 유민이는 학교가고 없다. 아버지도 출근했다. 해가 뜨면 둘은 자기갈곳으로 가고 해가지면 둘은 한집에 모인다. 아버지는 그래도 유민이가 공부잘해서 대학가서 큰 사람되기를 바래서 엄마는 출국하고 자기는 유민의 곁을 지킨다고 한다. 매일과 같이 출근한다. 어디로 출근하는지 휴식날이 없다. 유민이가 공부에 필요한 돈은 엄마가 다 부쳐온다. 아버지한테서는 소비돈을 챙긴다. 소비돈도 때론 군소리없이 주다가도 때론 이 자식 돈 때묻나 하면서 며칠씩 주지 않을 때도 있다. 주면 반갑고 주지 않으면 슬프다. 아직은 미성년이고 부모의 손에서 자라야 하고 엄마없이 아버지와 함께 있는 어린몸이라 아버지는 유민이를 좌우지 하는 이 가정의 실력자였다. 유민이는 실력자를 믿었다. 좋을때나 마뜩잖을 때나 아버지였다. 시험을 잘 치면 벙글써 웃으면서 데리고 나가서 몸에 맞는 옷이며 신이며를 사주고 맛나는 음식도 먹이고 소비돈도 푼푼히 준다. 시험성적이 내려가면 눈을 부릅뜨며 돌짝같은 손으로 볼을 벼락같이 짱 내리친다. 그런 아버지가 좋고 나쁘고 밉고 무섭기도 했다. 애오라지 노력하여 공부잘하여 칭찬받고 새옷사고 맛나는 음식먹고 소비돈도 푼푼히 갖고싶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올라 공부가 잘 안된다. 소학교때보다 달랐다. 바빴다. 시간집중이 잘 안되고 알아듣지 못하고 리해하기 바쁜 문제들이 많았다. 공부잘하는 애들은 뭐 가정교사를 두고있단다. 유민이도 가정교사를 모시고싶었다. 그래서 아버지하고 말했더니 아버지는 도리머리를 젖는다. 학교에 과임선생들이 다 있는데 무슨 놈의 가정교사인가고 말이다.    유민이는 그렇게 잘 안되는 공부를 나름대로 하고있고 유민의 아버지는 유민이를 위하여 열심히 휴식날이 없이 그냥 출퇴근한다. 2    해가 또 떴다. 또 둘다 나가고없다. 집은 텅비였다. 유민의 침실이다. 돈천원주고 사놓은 유민의 침대우에 간밤에 덮던 이불이 마구 뭉개져있고 밑에 깔고자는 침대보가 유민이가 잠자면서 이리궁굴 저리궁굴 보채는 통에 밀리여서 침대아래로 축 처져있다. 침대 맞은켠에 책궤와 책상이 붙어있는 책장이 서있다. 책상우에는 교과서며 참고서적이며 필기책이며 인쇄한 시험지며 원자필이며 연필이며 고무며 코풀고 과일먹고 입닦고 손닦은 하얀 위생종이며 사탕포장종이며 귤껍질이며 <커러>통이며가 지저분히 널려있다. 책상바른쪽 아래 각진 모서리에 비닐로된 쓰레기통이 있다. 쓰레기통 밖에도  흘린 쪼각들이 지저분하다. 보매 걸상에 앉아서 과일이나 음료를 먹다가 버린 쓰레기였다.  바로 던진 놈은 통안에 들어가고 헛던진 놈은 밖에 떨어진 것이다. 침실안 구석진 곳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먼지들이 쌓여서 눈으로 볼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미경으로 보면 먼지속에서 구뎅이처럼 꾸물거릴 오만가지 균들이 보이련만. 사람의 눈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질을 다 못보기에 행운이다. 다 본다면 어찌살가? 못보기에 산다.    유민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위생실로 갔을 것이였다. 위생실문 가운데가 우묵이 꺼져 들어갔다. 주먹에 맞은 것이다. 무슨 일로 그랬는지 유민이가 학교갔다와서 울분을 토한 흔적이였다. 위생실안 변기덮개는 중간이 끊어져 앞부분이 없다. 그런데도 사용하고있었다. 변기구녘바닥 하얀 사기판우에 까만 똥흔적이 몇개 붙어 있다. 구녘안 둘레 수도물이 새여나오는 곳에는 철이 녹쓴것처럼 짙은 갈색때가 빙둘러 끼여있다. 유민이는 뒤일 보고 일어서서 거울을 마주하고 치솔질하고 얼굴을 씼었을 것이였다. 거울 아래쪽과 거울 아래쪽에 고정한 치솔고뿌며 비누며를 놓아두는 유리판에는 치솔하며 튕긴 치분물과 세수하며 튕긴 비누물들이 말라서 회색을 띠며 지저분하게 묻어있다. 이 거울을 유민이 혼자서만 사용하지 않는다. 위생실바닥에 커다란 비닐대야안에는 유민이와 유민의 아버지가 신던 양말들이 수두룩히 물속에 잠겨있다. 잠겨있은 시간이 한주일도 넘었다. 물씬물씬 역겨운 냄새가 풍겼다. 대야밖에 유민이가 신다 버린 양말 한쪽이 놓여있고 다른 양말한쪽은 대야안의 퀴퀴한 물에 반이 잠기고 반은 대야밖으로 흘러나와 죽은 강아지의 혀처럼 축 처져있다. 어제저녁에 벗어서 던진 양말이였다.    유민이는 세수하고 치솔질하고 아버지가 챙겨놓은 밥상에 앉았을 것이였다. 주방칸의 높직한 밥상이다. 걸상두개가 밥상곁에 되는대로 놓여있다. 밥상우에 몇술 안먹은 밥그릇 하나, 기름에 튀긴 닭알구이그릇, 두부와 감자를 썰어놓고 끓인 토장국토기그릇, 그리고 뻐얼건 고추가 묻어있는 배추김치그릇이 놓여있다. 밥은 몇술을 뜨지 않았는데 기름에 튀긴 노오란 닭알채는 변두리의 타서 딴딴한 귀떼기만 남아있고 장국은 몇술 들었는지 줄어든 흔적이 알리지 않는다. 김치도 그랬다. 그러니 유민이는 먹고싶은 닭알구이만을 축내고 쌀알은 별로 다치지 않은 것이다. 유민이는 기름에 볶은 것을 좋아하는 편이였다. 한창 자라느라 영양이 수요되는 나이에 이렇게 편식하고있었다. 유민이는 밥먹고 옷궤에서 옷을 골라입고 학교로 갔다. 유민의 옷궤안 웃쪽에 량옆으로 원형 늄대로 고정한 옷걸이에는 유민의 어머니가 한국서 부쳐보낸 여러가지 칼라옷들이 걸려있었다. 걸려있는 옷과 걸려있지 않고 아래에 마구 쌓여져 있는 옷은 반반이였다. 아래에 쌓여져 있는 옷 맨 아래쪽 어두운 곳에 피묻은 와이셔츠에리가 조금 나와 있었다. 누구와 싸웠는지 아니면 맞아서 피를 흘렸는지 아버지가 볼가봐 옷무지속에 감추어 두었었다. 유민이는 워낙은 활발했다. 장난도 잘 썼고 애들속에서도 우쭐하였었다. 헌데 엄마가 유민이가 4학년후학기에 출국한후 이상하게 말수가 적어지고 활발한 성격이 죽더니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고 슬픈 그늘이 늘어갔다. 유민의 아버지는 아직도 이 에리에 피묻은 와이셔츠를 발견하지 못하고있었다.    학교유민의 반은 텅비여있었다. 체육시간을 보느라고 운동장에 다 나가 있었다. 소학교때는 그래도 키가 커서 반에서 맨 뒤줄두번째 줄에 앉았었는데 중학교로 들어서면서 별로 키가 크지 않아 지금은 앞으로 두번째 줄에와 앉는다. 유민의 책상우에는 원자필로 써놓은 좁쌀알같은 글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어떤 것은 유민이가 쓴 것이고 어떤 것은 다른 애들이 이 책상을 사용하면서 써놓은 것이였다. 솔직히 이 책상이 어디 유민이 하나만 사용했으랴? 많은 아이들이 사용했을 것이다. 책상우에 써놓은 이미 닦아서 없어진 락서글들을 모아놓으면 책몇권은 나올 것이였다. 유민의 책상우에 수학공식과 물리공식이 적혀있었다. 유민이가 써놓은 것이 아니였다. 유민이는 곁에 앉아있는 녀자애의 얼굴을 만년필로 잘 그렸다. 장난기도 좀 있었지만 곱상스러운 녀자애의 얼굴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였다. 또 만년필은 지우기가 수월하니 말이다.  곁에 앉아있는 녀자애는 말수적은 유민이가 오후 자습시간이면 책상우에 두팔을 꺽고 얼굴을 두팔사이에 파묻고 만년필로 무얼 그리기에 슬그머니 들여다보다가 신통히도 자기를 그리니까 허리를 꼬집었다. 그러니 유민이는 입귀를 실룩거리면서 손바닥에 침을 뱉아 닦아버렸다.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닦고했다. 그러는 사이에 그 자리에 침으로 닦아도 유민이와 곁에 앉은 녀자애만이 발견할수 있는 녀자애의 얼굴모양흔적이 남아 있었다. 3     해가 서천에서 뉘엿뉘엿 기울어간다. 학교에서는 하학종이 울렸다. 학교대문으로 우루루 학생들이 쏟아져 나간다. 다 집으로 간다. 저녁어둠의 땅거미가 느리게 시가지를 덮어간다. 길역의 가로등은 다 켜졌다. 집집마다 등불이 환하다. 하루낮을 갈라졌던 식구들이 다 한데 모이는 집이였다.  유민이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유민이네 집안엔 매캐한 기름볶은 냄새가 꽉차 있었다. 주방칸의 냄새를 밖으로 뽑아내는 선풍기가 고장난지 며칠 되였다. 객실에는 담배까지 덮치여 더 고리타분하다. 유민의 아버지는 유민의 저녁먹거리를 해놓고 기다리다가 유민이가 오지 않차 밥상우에 밥과 료리, 수절까지 놓고 나갔다. 유민이를 찾으러 나갔을가? 그때 유민이는 한반에 다니는 힘센 남자애와 둘이 PC방에 들렸다가 미성년자는 출입금지라면서 불시에 들이닥친 문화관리부문검사일군들에게 쫓겨나오고 말았다. 듣자니 PC방 주인도 규정위반으로 몇천원벌금을 한단다. 둘은 PC방에서 나와서 양고기구이점으로 갔다. 둘이서 맥주두병하고 양고기각각 50개씩 배불리 먹고 일어섰다. 카운터 아가씨가 결산하라고 하자 힘센 남자애가 유민에게 고개를 돌렸다. 유민이보고 결산하라는 것이였다. 유민의 호주머니에는 십오원밖에 없었다. 값이 얼마인가고 물으니 모두 115원이라고 했다. 유민이는 다시 힘센 남자애쪽으로 시선을 돌리였다. 그애는 벌써 나가고 없었다. 115원을 먹고 하비 15원을 내놓을수 없었다. 그래도 울며겨자먹기로 유민이는 십오원을 꺼내였다. 카운터 아가씨는 안된다면서 관리원남자청년을 불렀다. 키가 크고 무섭게 생긴 남자청년은 자초지종을 다 들은후 눈을 부릅떴다. 돈도 없으면서 왜 들어와 먹는가고 했다. 돈을 내놓치 못하면 내보낼수 없다고 했다. 그러니 유민이는 자기와 같이 자기 아버지한테 가서 돈을 달라고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니 청년은 카운터의 전화로 아버지한테 전화하여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하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니 유민이는 도리머리를 저었다. 그러면 자기가 아버지한테 맞아댄다고 말이다. 그러자 청년은 그럼 파출소에 끌고 가겠다고 위협하였다. 파출소로는 갈수 없었다. 유민이는 눈물을 흘리였다. 청년은 유민이를 안스럽게 지켜보며 이렇게저렇게 유도해보다가 유민의 책가방을 벗으라고 하고 책가방안을 들추었다. 거기에는 유민의 교과서와 필기책들이 들어 있었다. 필기책에는 학교와 반 유민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아이는 뛸수 없는 애였다. 허나 115원에 해당하는 물건이 있어야 했다. 청년이 유민이가 입은 옷을 보니 새옷이였다. 유민이한테서 한국서 엄마가 붙여보낸 옷이란 것을 확인하자 옷과 책가방을 카운트에 맡기고 가서 돈을 가져오면 돌려준다고 했다. 유민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문밖으로 나오자 마자 잘 퍼먹고 바람처럼 훌 사라진 힘센 남자애가 미워났다. 돈도 없으면서 왜 양고기구이를 먹자고 하였는가? PC방 값도 자기가 치렀다. 그 것은 값이 몇원밖에 안되여서 무난했지만 양고기구이는 달랐다. 4    유민이는 먼저 집에 왔다. 불이꺼져 있었다. 불켜고 아버지한테 전화를 걸었다. 왜 아직도 안오는가고 달구쳤다. 아버지는 자기가 하는 일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면서 먼저 밥먹고 숙제공부하고 자라고 하였다. 아버지가 정말로 자기를 위하여 집에 와서 때시걱을 다 해놓고 또 나가서 돈버는가고 가슴이 쭝해왔다. 아무래도 돈은 할머니한테 가서 달라고 해야 할 것 같았다. 할머니 집은 공원 한끝에 있었다. 택시를 타자고 해도 십원은 주어야 했다. 별수 없었다. 유민이는 집앞 슈퍼마케에 가서 십원을 꾸었다. 택시타고 할머니네 집에 갔다. 아버지가 출장가고 없어서 할머니네 집에 왔다고 했다. 학교에서 책값을 150원을 내라고 한다고 졸랐다. 할머니는 혀를 끌끌 차며 아들을 욕했다. 출장갈 때면 아들한테 돈을 푼푼히 남겨놓고 갈 것이지 하면서 말이다. 할머니 손에서 150원을 챙긴 유민이는 그 자리로 돌아져 나왔다. 택시타고 양고기구이점에 들려 돈을 물고 옷과 책가방을 찾아 입고메고 터벅터벅 밤거리를 걸었다. 하늘에는 별들이 떠서 총총거렸다. 별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냥 그 자리에서 반짝일뿐이였다. 허나 자기는 움직이고있었다. 움직여야 했다. 별처럼 움직이지 않는 안전한 집에 가서 자야했다. 차들의 헤드라인이 붐비는 큰길에서 남쪽으로 꺽어들어 작은 골목길에 들어섰다. 차들도 뜸해지고 인적도 드물었다. 큰길과 작은 길은 달랐다. 가담가담 서 있는 가로등불빛은 몹시 서운했다. 유민이는 이상하게 등골이 오싹 떨리였다. 어두운 밤길에 혹시 나쁜 애들이 골목에서 덮쳐나올가봐서였다. 아니나다를가 앞에서 불쑥 두 남자애가 나타나서 길을 막았다. 하나는 자기만하고 다른 하나는 자기보다 주먹하나는 더 컸다. 주먹 큰 애가 덥석 달리여 유민의 멱살을 잡고 어두운 골목쪽으로 끌었다. 키가 작은 애는 뒤에서 자기 엉덩이를 발로 차댔다. 결국 유민이는 어두운 골목에서 호주머니며 책가방이며를 다 털리웠다. 할머니한테서 가진 150원을 물고 나머지 거스름 돈을 몽땅 빼았기였다. 더 이상 돈이 나오지 않차 키큰 애와 작은 애는 귀속말로 뭐라고 수군거리더니 다시 유민이를 잡고 골목안으로 끌었다. 돈을 빼았았으면 됐지 왜 또 끌고 어두운 곳으로 들어간단 말인가? 유민이는 더는 끌려갈수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사람살리요 소리치면서 얼굴을 돌리여 어깨를 잡은 키큰 남자애의 손을 꽉 물어놓고 앞에 서있는 키작은 애의 사타쿠니를 발로 걷어차고 냅다뛰였다. 정신없이 뛰였다. 작은 몸체가 들말처럼 뛰였다. 손이 물린 애도 기를 쓰고 쫓았다. 자기의 긴 다리를 믿고 쫓았다. 손이 물린 봉창을 단단히 하자고 쫓았다. 길가에서 오가던 사람들도 웬 일인가고 걸음을 멈추고 지켜본다. 유민이는 얼마를 뛰였는지 더 뛸수 없었다. 숨이 턱에 닿아 할싹거리였다. 뒤에서는 쫓아오는 애의 숨소리가 귀전에 와 닿을 지경이다. 붙잡히면 안된다. 나쁜 애들한테 붙잡히면 죽게 맞는다. 그리고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제발 붙잡히지 말아야 했다. 눈앞에 그를 살려줄 곳이 있나하여 살피였다. 과연 하나 나타났다. 가도로인활동소였다. 문이 열려있고 등불이 환하게 새여나오고있었다. 안에 어른들의 모습이 보여왔다. 유민이는 다른 것을 고려할 사이가 없었다. 뒤의 다리긴 애는 벌써 유민의 등뒤에 와 긴손을 뻗는다. 유민이는 냉큼 로인활동소로 폴짝 뛰여들었다. 어른들이 상을 세개나 벌리고 한상에 네사람씩 마주 앉아 마작을 놀고있었다. 유민의 시야에 마작을 놀고 있는 아버지가 들어왔다. 앗, 아버지가 밤낮없이 출근한다고 하더니 여기서 마작을 놀고 있었구나! 휴가일도 없이 애오라지 유민이를 위하여 돈을 번다고 해서 무슨 일을 해서 돈버는가고 하니 씽긋 웃으면서 아이들은 몰라도 된다고 하더니 바로 마작을 놀고있었던 것이였다. 유민이 뒤따라  키큰 남자애가 뛰여들었다. 마작놀던 어른들은 불쑥 뛰여든 두애의 놀라운 시선을 지켜보면서 눈을 덩둘하게 떠갔다. 유민이가 뒤따라 들어온 남자애에게 뒤로부터 발길에 채우자 유민의 아버지는 표범처럼 날래게 일어나며 자기 아들을 쫓아온 사내애놈의 면상을 주먹으로 들이박았다. 아이들의 얼굴은 어른주먹의 상대가 못되였다. 키큰 애는 허망 뒤로 넘어가며 코피를 쏟았다. 그런데 안쪽에서 마작을 놀던 한 남정도 벌떡 일어섰다. 다짜고짜로 유민의 아버지뒤에서 유민의 아버지의 허리를 냅다 찼다. 유민의 아버지는 허망 앞으고 꼰지였다. 어떤 놈인가고 돌아서니 밤낮 한상에서 마작을 놀던 마작 친구였다. 아무 원한도 없는 마작 친구였다. 네 놈은 왜 달리냐며 주먹을 쳐드는데  마작 놀던 어른들이 일어서며 붙잡고 말리였다. 유민이 아버지는 울고있는 아들한테로 다가가서 눈물을 닦아주고 방금 뒤에서 유민아버지의 허리를 차던 어른은 키큰 애한테로 다가가서 호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서 코피를 닦아준다. 두 아이는 두 어른의 아들이였다. 하나는 이미 집을 뛰쳐나갔고 다른 하나는 뛰쳐나간 아이의 겁탈을 당하고있었다. 어른들은 마작을 놀고있었다. …… 2009년 8월 18일  
41    마지막 작문 댓글:  조회:936  추천:9  2011-01-04
[단편소설] 마지막 작문                    1     토요일 저녁이다. 중학교1학년에 다니는 성주는 온하루 자기또래애들과 장난하고 저녁에 밥먹자마자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할수없이 자기침실안의 책상에 마주 앉았다. 조선어문 교과서와 중학생작문습작지도책을 펼쳐놓고 억지로 들여다 보았다. 아버지가 작문성적이 낮다고 기어코 작문 하나를 지으라 하니말이다. 성주는 입이 뿌죽이 나와서 어떤 작문을 지으라는 가고 아버지한테 물으니 아버지는 벌컥 소리친다.     “이 자식아 제목을 알면 아버지가 가르쳐주지?”     “아버지도 모르면서 날 어떻게 지으라고 그램가? 생각안나는데!”     “잔소리 말고 오늘 저녁에 꼭 하나 지어!”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안나는거 어찜까?”     “임마 엊저녁 학부형회의에서 너의 작문성적이 20점이더라! 에익 망신스러워서? 원 쯔쯔…”     아버지는 혀를 끌끌차더니 다시 식지에 힘주어 성주의 머리를 꾹꾹 누른다.     “넌 누굴 닮았길래 작문하나 짖지 못하니?”     “아버지 아들이 아님까? 아버지를 닮았지므-뭐?”     “뭐라니?”     아버지는 주먹을 들어 아프지 않게 때리려다가 들었던 손을 거둔다. 확실히 자기도 학교때 작문짓기에는 빵점이였으니 말이다. 할말이 없는 아버지는 힝하니 돌아서 나갔다. 성주는 입귀를 삐쭉거렸다.     “봐라, 아버지두 짓지 못하면서.”     골치아픈 작문짓기를 강요하는 아버지를 물리치고나니 다른 잡생각이 몰몰 연기처럼 기여 들어온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엄마가 전화걸어오는 날이다. 한국간지 5년철을 잡지만 엄마는 꼭꼭 토요일이면 전화를 걸어왔다. 성주가 앓치나 않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키는 얼마나 컸는지 아버지가 아들을 잘 관심하고나 있는지? 꼬치꼬치 미주알고 캐묻는다. 성주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려 벽시계를 쳐다보았다. 밤 아홉시반이였다. 엄마는 한국서 일을 마치면 중국시간 열시, 한국시간 열한시에 꼭 전화를 걸어온다. 아직은 반시간이 남았다. 성주는 고개를 기웃거리면서 다른 일에 정신을 팔려고 한다. 불쑥 아침에 학교갈 때 한반 철웅이가 울던 일이 떠올랐다. 왜우냐고 물으니 아버지 엄마가 리혼을 한단다. 철웅의 아버지는 일본가고 엄마는 집에서 철웅이를 키우고 있는데 일본간 아버지로부터 리혼을 제기해왔단다. 성주는 철웅이가 불쌍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리혼하면 철웅이는 누구와 같이 살아야 하는데? 일본간 아버지가 없으니 아무래도 엄마와 같이 있어야 했다. 그러면 엄마는 또 다른 남자를 만날테고 그러면 이붓아버지가 생긴다. 이붓 아버지가 철웅이를 고와할가? 생각할수록 철웅이가 가엾었다. 성주의 발달하지 못한 납작한 가슴이 쑥 안으로 우멍하니 꺼져들어 갔다. 페속의 숨을 다 몰아 내쉬였다.     “성주야, 앉아서 무슨 똥궁리를 하니?”     성주는 성주한테서 말꼭지를 떼우고 봉창하러 들어 온 아버지를 흘끔 쳐다보았다.     “똥궁리를 안함다. 우리반 철웅이 아버지 어머니가 리혼한대서 가슴이 아픔다.”     “옳다. 그, 그걸 써라!”     “아픈걸 써라.”     “생각해도 아픈데 그걸 쓰면 더 아픔다.”     “자식 무슨 답변질이야?”     그래도 성주는 한마디를 더 했다.     “아버지도 텔레비만 보지 말고 작문하나 씀다.”     “자식, 내어디 공부하는 학생이니?”     “그러니까 어른 작문을 쓰면 안됨다. 나도 배우게서리.”     “닥쳐, 말대답하는 수평이면 글도 잘 쓰겠다. 아무튼 오늘 저녁에 작문 하나 쓰면 상금 십원준다.”     상금이라는 말에 성주는 귀가 토끼귀처럼 쭈욱 일어섰다.     “십원, 적슴다.”     “그럼 얼마면 되냐?”     “래일은 일요일인데 적어도 50원?”     아버지는 잠간 망서린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연다.     “좋다. 네가 써낸 글이 작문같으면 준다. 같지 않으면 일전도 없다.”     성주는 대답않고 연필을 만지작거렸다. 생각밖으로 상금을 주면서까지 작문을 쓰라는 아버지가 일변 고맙고 작문을 잘쓰지 못하는 자기가 억울하였다. 무얼 쓸가? 아버지말대로 철웅이를 쓸가? 쓰자고 하니 첫 시작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뗐으면 좋을지 몰랐다. 그저 이렇게 저렇게 써놓고는 또 고무지우개로 메꿔갔다. 이러는 와중에 따르릉 전화벨이 울리였다. 시간을 보니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였다. 아버지도 기다리는 전화였다.     “야, 나요..”     “성주는?”     “성주는 제칸에서 작문을 쓰느라고 야단이요.”     “거 정말 잘하네요. 당신이나 나나 다 작문쓸줄도 모르는데 걘 작문을 쓰고있네요. 귀여워요.”     “아들 바꿔줄가?”     “놔 둬요. 이틀후면 돌아가겠는데요.”     “뭐 돌아온다구?”     “한화값이 떨어지구 몸도 말째여서 인젠 돌아가야겠어요.”     “정말이지?”     “아니 돌아간다는데 왜 그리 놀래요? 그 새 어디 녀자라도 친했나요?”     “미친소리! 당신을 기다리느라고 눈이 아홉이 되고 두다리가 하나로 붙어버렸소!”     “알았어요. 이틀후에 연길공항에 마중 나와요. 짐이 무거우니깐!”     그때 벌써 엄마가 걸어온 전화를 받으려고 아버지곁에 와 서있던 성주가 아버지손에서 전화기를 뺐아들었다.     “엄마, 정말 돌아와?”     “성주야, 엄만 래일모레 연길공항에 도착한단다. 표를 끊었다.”     순간 성주는 코등이 찡해왔다. 엄마가 돌아온단다. 손꼽아기다리던 엄마가 말이다.     “엄마 만세!”     성주의 눈에는 종내 뜨거운 이슬이 돌았다. 2     엄마가 온단다. 래일모레면 온단다. 성주는 도무지 잠을 이룰수 없었다. 작문을 쓸수 없었고 눈을 붙힐수 없었다. 눈앞에는 우선 엄마가 한국으로 떠날 때 기차역전에서 헉헉 우는 자기를 품에 안고 같이 흐느끼던 모습이 떠올랐다.     “성주, 내 아들 울지마. 엄마가서 두해만 있고 온다. 새집 살 돈만 벌고 온다. 우리 성주 그 동안 앓치말고 공부잘하고 아버지 말 잘듣고 엄마 올땐 키도 아빠만치 커야 한다. 알았지?” 성주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였었다. 그렇게 나간 엄마가 두해가 아니라 어언 5년이나 된다. 성주가 인젠 중학교일학년이였다. 엄마없는 5년은 쓸쓸한 5년이였다. 음식맛을 앗아간 5년이였다. 아버지는 엄마대신 엄마질 하느라고 최선을 다하였다. 아침 저녁이면 성주가 즐겨 먹는 닭알튀김이며 두부구이며 콩나물국을 볶고 지지고 끓이였다. 하루가 아니라 그냥 볶고 지지고 끓이였다. 아무리 맛나는 것이래도 그냥 먹으면 맛이 없는 법이다. 엄마가 있으면 매일 자기의 입맛을 세심히 관찰하고 맛나는 것으로 음식조절을 해주련만 아버지는 그렇치 못하였다. 정성껏 해논 음식을 먹지 않으면 짜증을 부리였다. 왜 안먹어? 차마 성의껏 음식을 챙겨놓은 아버지앞에서 맛 없다고 말할수 없고 그렇다고 억지로 먹을수 없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고개를 돌리면서 궁리하다가 돈을 준다. 네 맛나는 것으로 나가서 사먹어라. 그러면 기분이 홀가분해진다. 맛나는 것이 거리에 얼마라고? 혼자서 먹는 것이 아니라 한 동네 철웅이랑 희나랑 같이 사먹으면 그렇게도 신난다. 나중에 그것도 싫어진다. 무얼 먹으면 맛있을가? 맛나는 음식을 찾고 먹기가 힘들었다.     엄마가 없는 집은 천정에 구멍이 펑 뚫려 비가 새는 집과 같았다. 마음의 안정을 찾을수 없었다. 집에 생기가 없고 마음이 울적하고 항상 외롭고 고독하였다. 학교가고오고 그를 마중하는 것은 아버지 혼자뿐이였다. 아버지도 출근하신다. 일터에 일이 있어 혹 늦게 올때도 있다. 빈집에 홀로 들어오는 기분은 억망이다. 기분이 잡치면 밥도 맛이없다. 공부도 들지 않는다. 책가방을 팽개치고 텔레비를 켜놓는다. 조용한 집이 으쓸하고 공포이니말이다. 밖이 어두워오고 문밖층계로 오르내리는 발자욱소리는 마치 나쁜 놈이 자기 혼자 집에 있는걸 알고 다가오는 소리같았다. 그래서 록음기 음악을 더 높혀놓는다. 집안에 사람이 있음을 밖에 알리는 신호였다. 자기한테 다가오는 나쁜 놈을 쫓는 신호였다. 더우기 아플 때 엄마생각 더 난다. 병원서 링게르주사를 맞으면서 다른 집 엄마들이 자식과 함께 있는 모습 죽어지게 부럽다. 나도 전엔 저랬는데? 울 엄마도 언제 돌아와서 내곁에 있어줄가? 그러면 눈물이 핑 돈다. 전에 엄마가 자기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옷이며 신이며를 사줄때 자기는 이것저것 고르면서 맘에 드는걸로 사달라고 응석을 부리였었다. 마음에 안드는걸로 사주면 왕왕 울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엄마의 젖가슴이 그립다. 잘 때면 엄마와 아버지 가운데에 끼여들어 아버지와 엄마의 다리우에 두 다리를 제각기 올려놓고 자다가도 곯아떨어질 때면 꼭 엄마쪽으로 돌아누워 엄마의 젖가슴을 쥐고 잠들었다. 엄마가 없는 집은 때가 끼여 어지럽다. 아버지가 세탁기에다 자기옷을 빨아주어도 새것같지 않다. 양말은 그냥 벗어서 대야안에 한주일 처박혔다가 넘어날 때 씼는다. 엄마있으면 그때 그때 싹싹 씻어서 신게 하련만?... 엄마가 온단다. 엄마없는 구멍으로 차게 들어오던 바람구멍은 인젠 메워질 것이였다. 래일모레다. 24시간이 두개가 지나면 엄마가 눈앞에 정말 나타난다. 잠들수 없었다. 엄마가 오면 엄마와 함께 잘거야! 성주는 엄마온다니 반가워 하는 아버지마음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5년간 비여있은 엄마의 자리에 엄마가 넘쳐나게 하고싶었다. 3     래일모레가 바로 눈앞에 당도했다. 아버지와 성주는 연길공항대합실에 들어섰다. 성주는 탑승객들이 나오는 출입구에서 사람들 속을 비집고 맨 앞으로 나가서 엄마가 나타나는가고 목을 빼들고 끼웃거리였다. 사람들 하나둘 나온다. 벌써 알아보고 사람들속에서 환성이 터진다. 자기 어머니가 아닌데도 성주는 그때면 눈물이 핑핑 돌았다. 성주는 오직 엄마만을 살피였다. 과연 엄마가 나타났다. 밀차에 짐을 키높이 싣고 자기를 향해 걸어온다.     “엄마다, 엄마! 아버지 엄마가 보인다!”     성주는 소리쳤다. 흥분하였다. 아버지도 성주 뒤에서 코가 시큰둥해나며 기다려오던 안해가 종내 나타나니 눈을 슴벅인다. 엄마도 마중나온 사람들속에서 찾는다. 아들과 남편을! 5년내에 엄마키를 넘어선 몰라보게 변한 아들을 인츰 발견못한다. 가까이에 와서야 자기를 부르는 성주를 발견하고 밀던 짐차를 놓고 무작정 성주한테로 달려온다.     “성주이니? 내 아들 성주 맞지?” 엄마는 두손을 벌려 성주를 끓어않는다. 엄마가 한국갈때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성주는 엄마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엉엉거렸지만 인제는 아니였다. 커서 성주가 제자식 같지 않았다.     “우리성주 컸구나? 머리하나는 컸어.” 엄마는 애면글면 그리웠던 정을 다 쏟아낸다. 곁에 서있던 사람들도 같이 눈굽을 찍는다. 엄마가 왔다. 울엄마가 끝내 왔다. 성주는 아버지와 함께 엄마를 모시고 엄마가 벌어서 보낸 돈으로 산 자기집으로 향하였다. 엄만 집안 구석구석을 깐깐히 살펴본다. 구석구석의 물건하나 빠뜨리지 않고 시선촬영을 한다. 어지러웠다. 질서가 없다. 촌스럽다. 주방실의 그릇들에는 때가 끼여 누르께하다. 녀자없는 집의 숫놈굴이였다. 서울의 윤택이 흐르고 깔끔한 주방이 아니였다. 옷궤며 책장이며 쏘파며 다 낡은식이다. 색상도 맘에 안든다. 돈주고 살바엔 좋은 색상으로 질좋은 것으로 사라고 신신당부하였는데도 말이다. 옷궤안의 옷들은 거개가 자기가 사보낸 옷들인데도 새것같지 않았다. 위생실안은 더 말째다. 누르끼레한 경대, 뒤일보는 앉음대 다 그렇게 색바래고 어지럽고 냄새가 퀴퀴했다. 숨막히였다. 사람사는 집같지 않았다. 이런 집에서 아들과 남편이 살아왔다. 이런 집에서 아들과 남편이 자기를 맞이한다. 꼭 자기가 벌어서 부친 돈으로 마련한 집인데 이렇게 통 정이 들지 않는다. 바꿔야 했다. 다 바꿔야 했다. 와서 이튿날부터 창문이며 출입문이며를 활활 열어놓고 통풍시켰다. 눈에 들지 않는 그릇이며 옷이며를 눅은 값으로 쟁쟁이들에게 처리해버리였다. 아들과 남편도 바꿀수 있으면 바꾸었으련만 그것은 절대로 할수 없는 일이였다. 그러는데 좋이 달포가 지났다. 확실하게 바꾸었다. 새집같이 바꿔놓았다. 그런데도 미진하다. 그냥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남편보고 말해서 아들을 데리고 사우나에 가서 뿍뿍 묵은 때를 깨끗이 밀어치웠는데도 몸에서는 그냥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사랑하는 아들은 그런대로 별일 없지만 남편은 아무래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때는 밀어 없앴지만 사유방식은 밀어 바꿀수 없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꼬락서니가 눈이 감기였다. 정말로 촌스럽고 매너가 없었다. 처녀총각때는 서로 맘에 들어 만나고 결혼까지 하였는데 이런 사람과 살아왔다는 것이 경황실색할 것 같았다. 아침밥을 챙겨놓고 마주 앉아 밥먹는 모습 볼 때면 굶은 거지같았다. 남편과 며칠 한자리에 들었다가 맞갖지 않아 아들을 위로한다는 핑게로 성주의 침실에 와서 아들손 쥐고 잤었다. 자기가 열달잉태하여 난 아들은 그래도 자기의 피줄이여서 인츰 정이갔다. 성주가 잘 때면 입귀로 침을 흘려도 밉지 않다. 남편이 코를 골며 입귀로 침을 흘리는 모습은 똑 마치 쿨쿨 자는 돼지같아서 오싹 몸서리쳐왔다. 집이 숨막히는데 거리로 나가면 눈이 감겼다. 한국은 맑고 깨끗하고 질서가 있고 서비스가 좋았다. 감기에 걸려 병원가느라고 선로작은 뻐스를 탔는데 사람을 꽁꽁 박아싣고 우왕좌왕 하면서 손님들을 들볶는다. 마치 미친 정신병자같다. 차에서 내려서 두덜거리면서 욕하고 병원에 들어서니 긴 줄을 서야 했다. 의사를 보이기 전에 낮색이 하얀 곱상스러운 호사가 병지에 자기의 이름이며 나이며 주소며를 쓰라해서 쓰자니 어떤 것은 안써도 될 것 같아서 물어보니 병지에 적혀있는대로 다 쓰라고 딱 잡아뗀다. 한국서는 볼수 없는 랭랭한 얼굴이였다. 사회봉사의식이 한참 떨어져도 모질게 떨어졌다. 돌아와서 시간은 짧지만 도처에서 받은 인상은 너무도 말째였다. 사람이 이런데서 어떻게 살아?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디가서 풀데 없다. 집에 가면 또 눈이 감기는 남편이다. 5년전과 5년후 자기 감정에 완전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에 눈이 맞는 남자가 없었다. 가서부터 올때까지 애오라지 돈벌어 고향에 돌아와 남편과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볼 생각만 하였었다. 그런데 왜 이런가? 마음이 도무지 붙지 않았다. 정말 시간이 지나면 어떨지? 성주 엄마는 이렇게 생각하며 속에서 올리미는 불만을 삭이려고 애썼으나 그러면 그럴수록 가슴이 더 갑갑해났다. 내쏘지 않고는 병에 걸릴 것 같았다. 남편에게 모든 스트레스 불덩지가 집중되여 떨어지기 시작하였다. 4     성주는 엄마가 돌아오면 집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었다. 엄마가 하루 삼때 자기 입에 맛는 음식을 해줄 것이고 옷을 깨끗이 빨아줄 것이며 집안을 알뜰히 청소하고 휴가일이면 자기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쇼핑도 갈것이고 학부형회의에도 갈것이라고말이다. 아버지도 입이 벙글써 벌려져서 항상 웃음이 차 넘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헌데 엄마가 과연 돌아와서 반달이 지났지만 이상하게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집안은 말끔히 청소되고 버릴 것은 다 버리고 새 것으로 바꿔놓았지만 엄마와 아버지의 얼굴에는 웃음보다 근심이 더 어려 있었다. 매번 전화가 오면 집이 그립다더니만 그 그리운 집에 돌아와서 기뻐 할 대신 찬기운만 가득 차서 돌아가고 있었다. 엄마가 눈떠 아침밥을 지으면서부터 하루 짜증은 시작된다. “에그 에그 밥먹는 입이 혼자니 좋기만 하더니?” 엄마는 한국서 혼자있으면서 다른 입까지 챙길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준비된 밥상에 세식구가 마주 앉으면 맛난 음식냄새를 오랜만에 맏고 안해가 해주는 음식을 게걸스레 짚어대는 아버지를 흉 본다.     “좀 천천히 먹어요. 음식이 어디 달아나요?” 그리고는 아버지를 흘겨본다. 처음엔 아버지는 안해의 핀잔을 귀밖으로 흘리면서 자실 것은 다 자시더니 하루는 저가락을 활 놓는다.     “밥먹는데 무슨 말이 그리 많소? 넨장 밥맛이 다 떨어진다.” 아버지는 힝하니 일어나서 옷을 주어입고 나가버렸다. 그러면 엄마는 뒤에다 대고 소리친다     “제 밥 안먹으면 자기가 손해지? 누가 손해야.” 이럴 때 성수도 저가락을 놓는다. 엄마 없는 나날 아버지가 자기를 위해서 애써 매일 세때를 챙겨주며 때론 자기가 맛이 없어 남긴 음식만을 자시던 모습이 불쌍하게 떠올라서였다.     “엄마, 밥먹을 때 좀 말 안하면 안돼요?”     수저를 놓으면서 엄마를 아니꼽게 쳐다보는 성주를 엄마는 또 이상하게 바라본다.     “넌 어째 아버지 역성만 들려고 하니?” 성주는 엄마가 아버지를 싫어한다고 느껴졌다. 밤이면 아버지와 자지 않고 자기방에 와서 자기손을 꼭 쥐고 잔다. 처음엔 그 것이 세상없이 좋았지만 점점 엄마가 아버지가 싫어서 하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는 반갑지 않았다. 그래서 성주는 엄마를 타일렀다. “엄마, 나 인젠 어린아이가 아니야. 중학생이잖나? 엄마하고 아버지는 부부간이잖아. 아버지와 같이 자. 나 혼자 잘수 있어. ”     그렇게 엄마를 내 보낸후 아침에 일어나 보면 때론 엄마가 쏘파에서 자고 때론 아버지가 쏘파에서 자고 있었다. 성주는 아버지어머니의 이런 모습을 보기 싫었다. 무슨 일로 이러는지  알수 없었고 그래서 더 불안해났다. 보통 자기반 애들로부터 전해 들은 말로는 부부간이 갈라져 있은 사이 아버지들은 다른 녀자와 친해서 어쩌고 저쩌고 해서 가정리혼이 생긴다고 했었다. 성주는 아버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절대로 그런 아버지가 아니였다. 낮이면 자기는 학교가고 아버지는 인쇄업소로 출근해서 기계를 돌린다. 퇴근해서는 집에 일찍 돌아와서 저녁을 챙겨주었고 밤이면 자기와 함께 잤었다. 자기는 아버지 배우에 두다리를 올려놓고 잠들면서 말이다. 아버지는 휴가일이래도 언제 혼자서 나가서 놀아대지를 않았다. 아버지주위에서 녀자의 목소리가 들린적 없다. 집에 다른 그 어떤 이상한 녀자가 전화를 걸어온적도 없었다. 아버지는 자기를 손안의 구슬처럼 아끼면서 키우고 일편단심 엄마만을 기다려 왔었다. 헌데 엄마는 아버지를 싫어한다. 인젠 아버지도 얼굴색이 근엄해진다. 서로간에 서서히 팽팽한 기운이 돈다. 아버지가 없을 때 엄마는 쩍하면 “못살아, 못살아-미치겠어!”라고 한다. 못산다니 그럼 리혼이 아닌가? 미친다니 어쨌길래 미친단 말인가? 성주는 한국서 가정부녀들이 짜증날 때 수월히 해대는 이 말을 말 의미대로 듣고 심각하게 느껴가고 있었다. 성주는 정말로 아버지 어머니가 못살아서 갈라지는 결과를 보고싶지 않았다. 엄마없는 5년, 어디 집이 집 같았는가? 두마리의 숫놈이 함께 덩이지여 윤택없는 나날을 보내오지 않았던가? 엄마는 왜 아버지를 싫어하는가? 성주는 엄마보고 물었다.     “엄마, 왜 자꾸 아버지를 욕해? 못살겠다니 그럼 어쩌자는거야?” “자식, 너 아버지 하는 행실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보아라. 손톱에 때가 끼여있지, 와이셔츠목깃이 어지럽지, 발에서 냄새가 나지? 잠잘때면 코를 골지, 수염을 깍지 않치? 일하고 왔으면 좀 모욕이나 할 것이지? 그냥 퀴퀴하게 냄새가 나지, 옷을 벗어서 아무데나 버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하고 상론할 것이지 상론도 하지 않고 무슨 놈의 잔치요 생일이요 환갑이요 천원이 좀 넘는 로임에서 부제를 하다나면 집에 들어오는 로임은 이삼백원, 이 돈으로 채소사고 쌀사고 널 공부시킬수 있어? 어림도 없어. 그러니 내가 미치지 않겠니? 그 돈 벌자면 또 나가야 돼!”     “또 나간다구? 그럼 난 공부안할거야!”     “이 자식 널 위해 나가는데 왜서 공부안해? 아버지는 미워도 넌 내 살붙이야! 널 위해선 엄마, 목숨까지 바칠수 있어.”     “목숨까지 바칠수 있다면 내 요구 들어줘.”     “뭔데?” “아버지를 사랑해줘. 난 아버지가 너무 좋기만 해. 아버진 엄마만을 눈뿌리 빠지게 기다려왔잖아.”     “그건 알아.”     “그럼 됐지? 왜 자꾸 못산다고 그래, 미치긴 뭘 미친다고 그래!”     “에구에구 너도 마찬가지구나? 아버지손에서 자라니 당연히 아버지편을 들지? 숱한 고생하며 돈벌어온 내 마음 누가 알아주겠니? 쯧쯧 정말 내 슬프다.”     “아버지하고 나 알아주고 있잖아?”     “알아주면 내 이러겠니?” 그러고는 엄마는 서럽게 훌쩍거린다. 성주도 마음이 아파난다. 엄마곁에 다가가서 엄마의 눈물을 닦아준다. 아버지하고도 좀 말해서 엄마 마음을 잘 맞추어 주라고 일깨워주어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히 들었다. 나날히 말수가 적어가는 아버지, 요즘엔 저녁에 어디가서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온다. 전에 없던 습관이였다. 전에는 자기때문에 꼭꼭 일찍 퇴근하여오지 않았던가? 기다리던 안해가 왔으니 더구나 일찍 돌아와야 하지 않는가? 그렇게 목마르게 기다리던 안해가 돌아와서 느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다툼이였다. 안해가 왜 그러는지 통 리해가 가지 않았다. 안해가 힘들게 벌어서 부친 돈을 일전도 탕진하지 않았고 어디 다른 녀자와 만나서 술 한잔 나눈적도 없었다. 일편단심 안해와 아들만을 위해서 5년을 철석같이 지켰었다. 그런데 왜 안해는 자기를 사랑할 대신 자꾸 허물만 잡고 늘어지는가? 억울했다. 집으로 일찍 들어가서 안해의 눈총을 맞기 싫었고 잔소리도 듣기 싫었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고 기업소에서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술마시기 시작한 것이다. 인젠 안해가 돌아와서 저녁에 동료들과 술마실기회가 생겼다면서 말이다. 그리곤 집에 들어오면 지지 누르고 있었던 노한 감정이 보뚝 터진 저수지물처럼 와 터져 나온다.     “당신, 혼자서 돈 벌었다고 우쭐거리지 말아! 그 돈벌기 위해 나 하고 성주 다 대가를 냈어. 그 돈을 지키기 위해서 대가를 냈단 말이야. 내 어디 그 돈을 망탕썼나? 어디가서 네 녀자를 친했나? 지켜주니 지켜준 줄 모르고 왜서 매일 꼬집기만 해? 당신 혹시 한국에 애인있는거 아니야?” 그러면 엄마도 가만 있지 않는다. 발딱 일어나서 아버지턱 밑에까지 와서 눈알을 구부려댄다.     “말이면 다 하는 줄 알아. 내가 뼈빠지게 일하면서 피와 눈물로 모은 돈이 다 누굴 위해선데? 당신과 아들을 위해서 난 다 바쳤어. 이 집부터 집안의 모든 기물이며 당신이 입고있는 속벌까지 다 내 피땀이야, 피땀! 그런데 무슨 애인이 있는가고?...보자보자하니 당신 진짜 나쁜 놈이야, 미친놈이란 말이야, 미친놈이 아이를 데리고 있었으니 작문하나 쓸줄 모르는 바보아이로 키웠지? 당신 정말로 아버지, 남편자격 없어!”     “뭘, 자격없다구?...그래 자격없다. 미친놈이다!” 아버지는 달리는 엄마의 볼짝을 철썩 때렸다. 엄마는 허망 넘어갔다. 맞고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후닥닥 달긴다. 또 철썩이다. 넘어갔다. 힘으로는 상대가 안되였다     “개코같은 한국에 갔다오면 다 이래?”     “못살아, 못살아…래일 당장 리혼이다, 리혼!” 성주는 보고 있을수 없었다. 아버지 엄마는 왜 이래? 이래자고 한국가고 돌아왔는가? 이런 사이에서 자기는 어째야 하는지? 말려도 어른들을 설복할수 없었다. 말로도 힘으로도 안되였다.     그저 성주의 눈에서는 불똥이 튕기고 귀에서는 쾅쾅 대포소리가 터졌다. 천지가 빙그르르 돌아갔다. 머리안이 빠개지는 것 같았다. 성주는 불시에 전신을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었다. 집안이 터지게 소리쳤다.     “싸-우-지 말-아-요!!!”     그리고는 자기침실에 들어가서 문을 잠궈버렸다. 아버지와 엄마는 계속이였다. 엄마는 달기지 않았지만 입으로는 할소리 못할소리 다 하였다. 아버지도 가담가담 집이 무너지는 된 소리를 줴치였다. 밤은 길었다. 둘은 서로 욕하다가 기진해 제각기 너부러졌다. 아버지는 쏘파에 쓰러졌고 엄마는 자기침실에 들어가서 엎어졌다. 성주 아버지가 술기운이 빠지면서 제 정신이 들었다. 소변이 마려워서 끙 하고 일어났다. 위생실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마음이 아들한테로 갔다. 성주침실문을 밀었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성주가 자기네가 싸우던 모습을 보고 보기 싫어서 문잠구고 잔다고 생각하였다. 미안했다. 생명같은 아들한테 미안했다. 잠 더 자라고 그만 두었다. 성주아버지가 다시 쏘파에 와 누웠다. 그새 성주엄마도 비실비실 일어나서 위생실로 향했다. 위생실에 들어서기 전에 남편과 꼭 같은 마음에서 성주침실문을 밀었다. 열리지 않는다. 미안했다. 잠 더 자라고 그만 두었다. 성주아버지가 어설픈 잠속에서 헤매는데 밖에서 무엇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쿵 하고 낮게 들린다. 새벽어둠이 서서히 걷히고 창밖이 푸름히 밝아왔다. 느닷없이 밖에서 어떤 할멈의 새된 소리가 울려펴졌다.     “이게 뉘집 애요, 층집에서 떨어졌소.. 사람 살리오! ” 성주아버지는 발따닥 일어났다. 정신없이 성주침실문을 밀었다. 잠궈져있으니 힘주어 밀었다. 문안 열쇠가 망가지면서 문이 열리였다. 성주가 없었다. 창문이 열려있었다. 이때 성주엄마도 벌써 성주침실문어귀에 와서 침실안을 눈이 휘둥그래서 살펴본다.     “성주야!”     아버지는 뒤에 서 있는 안해를 콱 밀치고 문을 열고 층계를 팡팡 뛰여 내렸다. 성주엄마는 잠옷바람에 허겁지겁 층계란간을 잡고 내려가다가 몇번이나 구불었다. 성주책상우의 작문필기책에는 눈물로 얼룩진 작문이 씌여있었다. 작문제목은 “싸우지 말아요”였다. 작문으로 된 마지막 유서였다.     “아버지 어머니, 싸우지 말아요. 제발 싸우지 말아요. 전 왜 싸우는지 통 모르겠어요. 엄마가 한국갈 때 우리집의 행복을 위해 간다구 했잖아요. 외국가서 몇해 돈벌어서 새집을 사고 날 고중이며 대학이며 보내여 큰 사람되게 하겠다고 돈벌라간다고 했잖아요. 엄마가 번 돈으로 새집을 샀고 엄마가 돌아와서 집안을 멋있게 장식했잖아요. 우리집 행복이 바로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무슨 싸움을 자꾸 해요. 외국서 그렇게 고향이 그립다면서 울고불고하더니 돌아와서 왜서 불쌍한 아버지와 걸고들고 그래요. 이제 내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데 전 열심히 공부하려고 하는데 엄마 아빠가 밤낮 찡당대면서 싸우니 공부가 머리에 도무지 들지 않아요. 학교가서 정신집중을 할수 없어요. 도대체 싸워서 날 공부못하게 하자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가요. 아버지, 5년간 날 키우시느라고 아빠엄마질 다한 고생하신 아버지, 아버지는 그렇게 목마르게 엄마만 오면 우리집엔 행복이 꽉 찬다고 했잖아요. 그렇게 기다려오던 엄마가 오니 왜 싸우나 말이예요? 엄마가 돌아오고 아버지가 기다리고 결국 무엇때문에 돌아왔고 무엇때문에 기다려왔어요? 싸우려고 그랬어요? 싸우면 무엇이 얻어지는데요? 전 통 모르겠어요. 눈뿌리가 마악 아파나고 가슴이 콩당거리면서 심장이 밖으로 튀여나올 것 같아요. 귀에서는 윙윙 소리가 나고 가슴에 무엇이 차가는지 도무지 숨이 안나와요. 난 이런 집이 싫어요. 숨막혀서 죽을 지경이예요. 싸움이 없는 조용히 숨을 쉴수 있는 그런 세상에 가서 살고싶어요. 아빠 엄마, 행복하세요! 부디 싸우지 말고 내 못산 시간까지 보태여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사세요. 아들 성주올림”   2009년 8월 8일 연길에서  
40    pc방 소년들 댓글:  조회:680  추천:4  2011-01-04
[단편소설] PC방 소년들                     1 오후 이절 시간입니다. 모 중학교 1학년 4반에서는 중간시험복습공부를 하고있었습니다. 키가 작고 약하여 맨 앞자리에 앉은 광선이는 고개를 돌려 비여있는 중간 줄 창문옆자리 춘식자리를 힐끔거렸습니다. 춘식이는 한 동네 한 아빠트단지에서 살고있었습니다. 학교갈때거나 하학할때거나 그냥 함께 가고오는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요새는 오전엔 학교오고 점심이면 홀로 사라집니다. 그리고는 오후엔 결석하고말입니다. 반에서 학습성적이 일등인 그가 왜 결석하는지 선생님도 춘식이도 다른 애들도 궁금하였습니다. 선생님이 춘식이가 왜 결석하는지 광선이보고 알아오라고 해서가 아니라 한동네에서 사는 친구로서 자연히 더 이상하여 알고팠습니다. 그래서 어제 하학하는 길에 춘식이네 집에 들렸댔습니다. 집에 춘식이는 없었습니다. 춘식엄마는 한달전에 돈벌러 일본으로 갔습니다. 종이제조공장에서 책임자로 있는 춘식아버지는 종이원료구입때문에 전국을 돌아다니르라 집에 붙어 있을 새가 없습니다. 춘식이가 어디 갔는가고 물으니 춘식의 할머니는 대답하였습니다. \"우리 춘식이가 학교서 중간시험복습공부를 한다더라?\" 학교서는 중간시험복습을 조직하고있었습니다. 그런데 춘식이는 할머니한테 중간시험복습을 한다고 해놓구는 학교에도 등교하지 않았습니다. (어데 갔을까?) 광선이는 이마살을 찌프렸습니다. 사흘전 아침에 둘이 함께 학교를 가는 길에 광선이가 춘식이를 보고 왜 어제 점심에 사라져 오후엔 학교에 등교안했는가고 물으니 춘식이는 입이 벌어지면서 히쭉 웃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오전공부는 꼭 해야 하구 오후는 자습시간이니까 괜찮아. 너도 나의 학습성적이 반에서 그냥 일등인걸 알잖아.” 춘식이는 배포유해서 턱을 쳐들었습니다. 공부를 잘못하는 광선이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야, 내가 오후면 뭘 하는지 알고싶지?” “알고 싶다. 공부 잘하는 애들일수록 학교에 붙어있는 시간이 오란데? 넌 이상하다.” “맞다. 난 꼭 대학교에 갈거야. 중국에서 제일 큰 군대대학에 갈거야. 현대화한 군사무기로 세계평화를 파괴하는 침략자들을 이 지구에서 모조리 소멸해 버릴거야. 너도 나같이 군대대학에 안갈래?” “싫어, 난 싸우는게 싫어.” “에익 바보야, 넌 남자가 아니야. 그래 그럼 넌 위생학교나 가서 호사질이나 하면 되겠다.” “호사도 싫어, 난 차를 설계하는 공정사가 될거야.” “그래 그것도 좋지.” 허나 춘식이는 광선이가 알고싶은 일에는 대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광선이는 또 한번 바투 물었습니다. “야, 오후에 결석하고 넌 도대체 어디가서 뭘하는거야?” “그렇게 알고싶니? 절대 비밀인데? 선생님이 알면 큰 일난다. 너 비밀을 지킬수 있어?” \"있다. 있구말구.\" \"그래 그럼 며칠후 내가 널 부를게. 함께 가보자꾸나!\" 2 인자하게 생긴 녀성 반주임선생님이 광선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춘식이네 집에 가보았어요?” “네” “집에 무슨 일이 있나요?” “춘식이 엄마는 한달전에 일본가구 춘식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집에 없구 그저 그래요.” “그저 그렇다니? 춘식이를 못봤어요?” “녜.” 선생님의 하얀 얼굴엔 졸지에 그늘이 지였습니다. 선생님은 깊은 근심에 잠기였습니다. 혼자서 창문가에 다가가서 밖을 내다봅니다. 그러더니 다시 광선에게로 돌아섭니다. \"광선학생, 오늘 하학하여 춘식이네 집으로 함께 갑시다.\" 광선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학하여 광선이는 선생님을 모시고 춘식이네 집에 도착하였습니다. 춘식의 할머니는 선생님이 왔다고 반가와서 손을 잡습니다. 선생님은 춘식이네 집안을 빙 둘러 보았습니다. 춘식이의 침실과 책상우의 책들에 더 주의하여 살폈습니다. 할머니는 춘식의 엄마가 일본가고 집에 없어서 애관리가 잘 안되니 선생님께서 잘 관심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춘식이가 총명하고 역빠른 애라면서 중학교에 금방 올라와 다른것에 정신을 빼앗기지 않고 공부에만 열중하면 좋은 학생으로 자라 장차 큰일을 할수 있는 감이라고 춘식의 귀중함을 중언부언 하였습니다. 할머니는 자기손에서 커온 손자의 총명함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소학교때도 그냥 반에서 학습일등이였고 반장이였으니깐요. 허나 광선이는 그렇치 못했습니다. 학습도 중축이였고 힘도 없어서 애들의 기시를 당했습니다. 그럴때면 춘식이가 역세들이를 해주었고 종종 자기집에서 광선이 집에서 공부를 지도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은 집안을 둘러보고 할머니의 말씀을 들은후 나직하나 의미심장하게 할머니에게 말했습니다. \"중학교 일학년은 애들이 생리적으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흔히 심리가 모순적이고 흔들리는 시기예요. 춘식의 엄마는 출국하고 아버지는 집에 붙어있을 새가 없고 할머니 혼자서는 애관리가 제대로 될것 같지 않아요. 춘식이가 벌써 나흘 째나 오후면 결석하고있어요. 나쁜 애들과 휩쓸리지 않으면 다른 어떤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는것이 틀림없어요.\" 선생님은 춘식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고안하면서 춘식네 집을 나섰습니다. 광선이는 사라지는 선생님의 등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기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3 “광선아!” 갑자기 등뒤에서 춘식이가 광선이를 불렀습니다. “광선아, 왜 선생님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왔어?\" \"네가 오후면 결석하니 선생님이 온거 아니겠니?\" \"임마, 그래도 그렇치, 네가 우리집을 알려줄건 뭐니?\" \"선생님이 너네집에 와보겠다는데 내가 어찌라구?\" \"얘, 됐다. 그래 우리 할머니하고 무슨 말을 했니?\" \"네가 다른 어떤 일에 정신이 팔려있다구 하더라.\" \"선생님이 총명하다. 그래 팔려있지. 영 재밋는 일인데\" \"그게 무슨 일이야? 나도 알면 안되니?\" \"알고싶니?\" \"응!\" \"그럼 돈을 꿔주어. 니 그리마에 돈이 있지? 내 며칠후에 우리엄마가 돈부쳐오면 갚으마.\" 광선이는 호주머니안의 십원돈이 생각났습니다. “십원있는데 나도 써야 한다.” “그럼 오원만 꿔달라.” 춘식이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어쩐지 광선이는 오원을 꿔주기 싫었습니다. 령리한 춘식이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면서 잠시 망서리다가 다시 해해해 웃었습니다. “광선아. 돈꿔주면 내가 즐기는 비밀을 알케 줄게! 가자 내같이 지금 가자. 가보면 데꺽 알게 될거야.” 광선이는 그 비밀을 진짜로 알고싶었습니다. 호기심이 부쩍 동해 따랐습니다. 춘식이는 광선이를 데리고 새날 PC방이라고 써놓은 집으로 들어섰습니다. 광선이는 사위를 둘러보았습니다. PC방안은 주로 20대 청년들이였습니다. 자기 또래들도 혹간 보였습니다. 담배연기가 자욱하였습니다. 곱쌀하게 생긴 녀주인이 춘식이를 알아보고 반색하였습니다. “얘야, 요샌 문화국에서 검사가 심하단다. 너희들은 미성년이기에 들여놓으면 우리가 벌금을 당하는데 어찔까?” “요즘 그냥 놀았잖아요?\" \"얘야, 정말 몇시간만 놀거지?” 춘식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돈에 눈이 어두운 녀주인은 남자복무원을 불렀습니다. 어제 자리에 않치라고 말입니다. 남자복무원은 춘식이와 광선이를 맨 끝자리로 안내하였습니다. 그 끝자리 바로 뒤에 뒤문이 있었습니다. 일단 검사가 들이닥치면 뒤문으로 애들을 뺴돌릴수 있었습니다. 둘 앞의 컴퓨터화면이 탁 켜졌습니다. 춘식이는 보라는듯 신나게 유희절목을 찾았습니다. 현란한 화면에 대포가 나타나고 기관총이 나타나고 권총이 나타났습니다. 적들이 산 넘어에서 개미처럼 기여옵니다. 춘식이는 대포를 쏘아댑니다. 적들이 여러명씩 허망 공중에 뿌리우면서 피흘리면서 쓰러집니다. 그새에 앞으로 죽지않은 적들이 돌격해왔습니다. 춘식이는 기관총으로 뚜뚜뚜 갈겨댑니다. 적들이 무리로 죽어갑니다. 승리했습니다. 그러자 화면이 다시 바뀌더니 더 큰 전역이 펼쳐집니다. 더 많은 적들이 땅크, 비행기까지 동원해가지고 진격해오고있습니다. 춘식이는 긴장히 대포와 기관총을 엇갈아 쏘아대면서 적들을 물리칩니다. 또 승전하였습니다. 춘식이의 얼굴엔 승리의 희열이 넘칩니다. 광선이도 곁에서 보면서 어느새 흥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학교때 명절날이거나 일요일이면 사춘형님네 집에가서 놀아대던 간단한 유희가 아니였습니다. 화면이 채색이고 실제전쟁마당과 비슷하였습니다. 총에 맞은 적들은 그 자리에서 피터지며 비명소리치며 쓸어집니다. 자극적이고 긴장하고 흥미있었습니다. 승리한 춘식이의 얼굴에는 흥분의 희열이 넘쳤습니다. 진짜로 전쟁마당에서 싸우는 기분이였습니다. 춘식이는 자기곁에 앉아서 골똘이 들여다보고있는 광선이를 보면서 히죽이 웃었습니다. “어때, 재밋지?” \"응, 재밋다!\" \"공부보다 더 재밋어!\" “그럼 너도 해봐.” 광선의 컴퓨터 화면에도 전쟁화면이 나타났습니다. 방금 보아온 그 개미같은 적들이 사처에서 총을 쏘면서 달려듭니다. 광선이도 서투른 동작으로 놈들을 향해 대포를 쏘고 무차별 기관총 소사를 뚜뚜두 해댔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놀았는지 배가 고팠습니다. 컴퓨터에 나타나는 시간을 들여다보니 밤 아홉시가 넘었습니다. 네 시간을 놀아댄것이였습니다. “춘식아. 배가고프지 않니? 인젠 집으로 가자.” 광선이는 자기를 찾고있을 아버지가 걱정되여 일어나자고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무서웠습니다. 엄마는 북경 어느 회사회계원으로 높은 로임으로 초대되였습니다. 떠난지가 일년이 넘었습니다. “가겠으면 가라. 그런데 돈을 내것까지 물고 가라.” 광선이는 속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러마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녀주인마담한테로 다가갔습니다. 녀주인은 가고 없고 대신 남자복무원이 돈을 받고 있었습니다. “얼마임까?” “한시간에 일원이다. 네것만 물겠니?” “아니, 쟤것도 물겠슴다.” “둘이 네시간을 놀았으니 8원이다.” 광선이는 십원을 내놓았습니다. 여자복무원은 나머지거스름 돈 2원을 돌려주려고 하였습니다. “싫어요. 쟤가 더 놀겠대요. 다 논다음것까지 결산해요.” 4 광선이가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가 눈을 부릅떴습니다. 어데갔다 놀다가 밤늦게 들어오는가고 말입니다. 전에 없었던 일이니 말입니다. 광선이는 춘식이네 집에가서 공부를 하다왔다고 거짓 말을 하였습니다. 아버지는 춘식이가 광선이보다 공부도 잘하고 여지껏 소학교때부터 반장이였으니 심히 믿고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따지지 않고 식어있는 채를 덮혀주었습니다. 광선이는 배가 고파 밥을 게눈감추듯 먹어치웠습니다. 그리고는 자기침실에 들어가서 침대우에 팍 쓸어지였습니다. 자려고 눈을 감아도 눈앞에는 개미같은 적들이 총을 들고 그냥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대포를 쏘고 기관총을 갈겨댔습니다. 적들이 무리로 죽어갑니다. 통쾌했습니다. 놀고싶었습니다. 광선이는 펄쩍 일어나 앉았습니다. 춘식이는 그때까지도 PC방에 있을것이였습니다. 광선이는 슬그머니 일어났습니다. 객실에서 텔레비를 보고있을 아버지의 자취를 귀를 강구어 엿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코고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아버지는 저녁에 어디가서 술을 마신것입니다. 술을 마신다음 아버지는 객실에서 텔레비를 보다가 그 대로 쓸어지면 아침까지 일어못납니다. 광선이는 아버지의 습관을 잘알고 있습니다. 이제 나가서 몇시간 놀다가 와도 아버지는 그냥 자고 있을것이였습니다. 문제는 돈을 가지고 나가야 했습니다. 아까 들어와 보니 아버지가 마주하고 있는 차상우에 십원자리 몇개가 놓여있었습니다. 그거면 족했습니다. 허나 아버지한테 들켜서는 안되는것입니다. 광선이는 살그머니 객실문을 열었습니다. 광선이는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차상으로 다가갔습니다. 답삭 십원짜리 두장을 낚시군이 고기를 낚아올리듯 챙겨쥐였습니다. 그리고는 콩당거리는 가슴을 누르면서 객실을 나와 객실문을 소리안나게 살며시 닫았습니다. 신발을 신고 출입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자기가 마치 슬기로운 정찰병같았습니다. 바로 그길로 또 다시 새날 PC방으로 달려갔습니다. 춘식이는 다시 불쑥 나타난 광선이를 보고 입을 벌렸습니다. \"왜 또 왔어?\" “재미서서” 근데 자기가 앉았던 자리에 같은 학년에서 싸움군으로 소문난 쌉살개 영식이가 앉아있었습니다. 얼굴에도 여러곳에 맞아서 숭터가 험상궂게 나 있는 애였습니다. 쌉살개는 세살때 엄마가 돈벌러 한국으로 나가서 여러해 있다가 오지 않고 아버지와 리혼을 제기하여 갈라지고 그사이 아버지는 분하여 술만 처마시다가 간경화복수로 사망하였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집에서 자랐습니다. 그 할머니가 또 쌉살개가 소학교를 마칠 때 사망하였습니다. 쌉살개는 믿고 있을 거처가 없었습니다. 고모며 삼촌이며 기타 친척집을 떠돌았습니다. 부모없는 애를 자기친자식처럼 생각해주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몇달 몇번은 불쌍해서 받아주고 밥도 해주고 옷도 싸주고 소비돈도 주었지만 오래갈수 없었습니다. 영식이는 눈치가 빨랐습니다. 누가 자기를 미워하고 고와하는가를 곧잘 판단하였습니다. 허나 소비돈이 떨어져 달라고 하면 짜증을 부리는 고모며 삼촌앞에서 더는 달라고 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교대문밖에서 하학하는 힘약한 애들을 기다렸다가 호주머니를 들추었습니다. 친척집의 돈도 훔쳤습니다. 인젠 학교며 친척이며가 다 미워하는 애로 전락되였습니다. 돈이 있어야 생활할수 있기에 싸우고 빼았기로 나날을 보냈습니다. 남의 것을 빼았고 빼았긴 애들이 어른을 데리고 와서 붙잡고 두들겨패고 맞고 부시고 때리고 하는 나날에 영식이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였고 제 힘이 모자라니 자기와 같은 부랑배애들과 무리지어 진짜 쌉살개처럼 살판쳤습니다. 파출소에도 분주히 들어갔다가 미성년이여서 풀려 나왔고 학교반주임이며 교장한테 불리워가서 된욕을 치렸지만 결국 학교를 퇴학하고말았습니다. 광선이도 쌉살개한테 몇 번 붙잡혀 돈을 빼앗기고 맞는 욕을 보았댔습니다. 쌉살개를 보자 광선이는 더럭 겁이 났습니다. 광선의 이런 속을 춘식이가 잘알고 있었습니다. “이 새끼는 어째 왔니” 쌉살개가 눈을 디룩거렸습니다. \"광선아, 놀라지 말라, 영식이는 인젠 우리 편이다.\" 영식이가 어떻게 춘식의 편이 되였는지 피뜩 생각났습니다. 달포전에 춘식이와 광선이가 학교에서 하학하여 대문을 빠져 나오는데 낮모를 애들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때 영식이가 나타나서 그애들을 쫓아 버렸습니다. 둘이 한편이 된것은 아마 그때부터인것 같았습니다. 영식이는 나쁜 앤데 그와 공부잘하는 춘식이가 놀며는 좋은 일 없을것 같았습니다. “야, 영식아 광선이는 내 한 모캐 친구다.” 쌉살개는 그런가고 광선이를 힐끗 쳐다보고는 손에 쥐고 있던 담배를 길게 들이빨았습니다. 광선이는 자리가 없어서 그 자리에 좀 서있었습니다. 한겻이 지나서 앞자리에 앉았던 청년남녀가 일어섰습니다. 광선이는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컴퓨터가 켜지고 유희가 시작되였습니다. 몇시까지 놀았는지 배가고파났습니다. 신라면까지 세그릇 요구하여 셋이서 먹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놀았습니다. 허리가 아파나고 눈이 천근처럼 무거웠습니다. 셋은 그 자리에 고개를 떨어뜨렸습니다. 복무원이 와서 흔들어 깨워서야 눈을 떴습니다. “야, 너네 학교를 안가니?” 끌리여 일어나서 돈을 물자니 신라면 세그릇에 15원, 셋이 온밤 논 유희값이 한 사람이 8원씩 24원이였습니다. 춘식이 호주머니에는 돈이 없었습니다. 엊저녁에 자기보고 돈꿔달라고 해서 함께 PC방에 들어와서 나가지 않았으니깐 돈이 있을수 없었습니다. 쌉살개는 돈이 있는듯 했으나 광선이를 내라고 눈알을 부라리였습니다. 모두 39원이였습니다. 광선의 호주머니에는 20원이 있었습니다. “나 한텐 20원 밖에 없다.” 그러자 복무원 청년이 광선의 머리를 툭 쳤습니다. “돈도 없이 왜 PC방에 와. 너네 한텐 돈이 없나?” 복무원은 춘식이와 쌉살개를 돌아보았습니다. 춘식이는 없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고 쌉살개는 원체 낼 궁리도 없이 씁슬해서 복무원을 지켜보고있었습니다. 복무원 청년은 집에다 전화를 걸어 부모들이 돈을 가지고 오게하라고 하였습니다. 셋은 응하지 않았습니다. “왜 안걸겠니?” 복무원이 버럭 소리치자 쌉살개가 광선의 등을 쿡 찔렀습니다. “집에 전화를 하면 맞아 댐다.” 사태를 관찰하던 춘식이가 그래도 머리가 돌았습니다. “형님, 얘를 내보내여 집에 가서 돈을 가져오게 하구 그새 우리여기있으면 되잼까? 우릴 인질로 붙잡고 있으란 말임다.” 남자복무원은 그 방법이 비슷할것 같아서 수긍하였습니다. 이때 광선이네보다 머리하나는 더 커보이는 기린같은 학생이 주먹으로 쌉살개의 뒤통수를 짱 때렸습니다. “죄꼬만 것들이 돈도 없이 PC방을 드나들어.” 한 학교 3학년생이였습니다. 셋은 잘알고 있었습니다. 역시 불한당이였습니다. 쌉살개 영식이는 머리뒤를 감싸쥐면서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며칠전에 PC방에서 자기보고 담배를 섬기라는 것을 주지 않았다고 앙심을 품고 해대는 짓거리였습니다. 쌉살개는 맞고는 가만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여지껏 부모가 리혼하고 사랑받지 못하면서 몸둘곳 마음둘곳 없이 정처없이 이집저집 떠돌면서 숱한 기시의 눈길을 받아오면서 맘속에는 그런 인간들에 대한 보복심리로 골똑 차 있었습니다. 쌉살개의 작으나 퍼런빛이 뿜끼는 독살스러운 눈은 지레 벌겋게 충혈되였습니다. “개새끼!” “임마 뭐라니?” 기린이 돌아서면서 길다란 다리를 날렸습니다. 쌉살개는 가슴을 채우고 뒤로 벌렁 넘어갔습니다. “임마 다시 여기에 나타나면 각을 뽑아버리겠다.” 쌉살개가 맞아 너부러지자 복무원은 꺽다리 중학생의 팔을 잡으면서 밖으로 밀었습니다. \"어린 애들이니 그만둬라. 다시 못오게 할테니깐!\" 기린이 나가버리자 복무원은 세 아이에게 버럭 소리질렀습니다. \"이십원만 내구 썩 꺼져라. 돈없이 와가지구 매까지 맞고 수지가 맞나?\" 셋은 쫓껴 나왔습니다. 기린이 앞에 있는지라 걸음을 빨리 할수 없었습니다. 천천히 기린의 뒤를 따르면서 기린이 앞골목에서 방향을 꺽으면 반대편으로 달아날 타산이였습니다. 그러니 기린은 더 늘쩡거리면서 걸었습니다. 머리방에 가서 머리에 약을 쳐서 고슴도치 머리를 했습니다. 입은 옷과 바지 구두는 다 명품이였습니다. 돈이 있어 보였습니다. 기린이는 한참 걷다가 서버립니다. 벽을 마주하고 바지춤을 풉니다. 오줌을 찔찔 갈깁니다. 쌉살개는 주먹을 쥐였습니다. “춘식아. 광선아. 저 새끼를 엎어버리고 돈을 뺐짜!” 그러자 춘식이와 광선이는 무슨 소린가고 눈이 휘둥그래서 쌉살개를 쳐다봅니다. 키골로나 힘으로나 다 자기네가 상대할 대상이 아니였습니다. “춘식아. 니 먼저 저 새끼 앞으로 가서 사람들이 오는가구 앞에서 망보구 광선이는 내 뒤에서 사람이 오는가구 지켜보아라.” 춘식이는 시키는 대로 기린이 오줌누는 사이에 기린의 뒤로하여 피하면서 지나쳤습니다. 광선이는 뒤에 떨어졌습니다. 쌉살개는 어느새에 주위땅바닥을 살피더니 벽돌장을 주어들었습니다. 아침 다섯시 경이여서 골목길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습니다. 쌉살개는 중학생이 소피를 다 보고 바지를 추어입는 찰나에 잰걸음으로 뒤에 다가가더니 꺽다리의 뒷머리통을 향하여 벽돌장으로 날렸습니다. 꺽다리는 어쿠 소리도 못치고 그 자리에 푹 꺼꾸러졌습니다. 쌉살개는 신속히 기린의 호주머니를 들췄습니다. 기린이는 뒤골이 깨지여 피를 흘리면서 전신을 몇번 푸들푸들 떨었습니다. 세아이는 정신없이 뛰였습니다. 할딱거리면서 사람없는 곳에 도착하여서야 안도의 숨을 몰아쉬였습니다. 춘식이와 광선이는 심장이 몹시 두근거리였습니다. 그 꺽다리가 다시 어느 골목에 나타나서 자기네를 혼내줄가봐 무서웠습니다. 쌉살개는 그런것은 아랑곳도 하지 않고 들춰낸 돈을 헤였습니다. 백사십오원이였습니다. “아새끼 돈도 많이 가지고 다니지 않으면서 쎈네 하기는? 아무튼 이 돈이면 며칠은 PC방에서 놀만하겠다.” 5 춘식이는 그날 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광선이가 집에 들어서니 아버지가 일어나 있었습니다. 아침밥을 해놓고 밥먹으라고 소리치니 대답이 없어서 아들의 침실문을 열었습니다. 아들이 없었습니다. “이 자식이 어델 갔어?” 아버지는 성이 상투밑까지 치밀었습니다. 그런 아들이 들어서자 아버지는 참을수 없었습니다. \"밤에 또 어딜 나갔다 왔어?\" \"춘식이네 집에가서 자고 왔슴다.\" \"춘식이는 왜 널 밤에 또 부른거야?\" \"혼자니까 심심해서 불렀슴다.\" \"자식 없던 버릇이 생기는구나. 다신 밤에 다른 집에 가서 못잔다. 알았니?\" \"녜, 알았슴다.\" \"어서 밥먹고 학교가.\" 아버지는 그때까지도 차상우에 십원짜리 두개가 없어진것을 발견하지 못하였습니다. 광선이는 부랴부랴 아버지가 챙겨준 밥을 먹고 책가방 메고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에 당도하여 책가방을 책상안에 넣고 교과서를 꺼내놓았습니다. 머리안이 뗑 하였습니다. 피흘리면서 쓰러져 있는 길다란 기린이 자꾸 눈앞에 떠올랐습니다. 귀에서 왕왕 소리가 나고 눈이 천근처럼 처졌습니다. 광선이는 끝내 더 지탱하지 못하고 책상우에 머리를 푹 박고 졸았습니다. 얼마를 졸았는지 반주임선생님이 광선이를 흔들어 깨웠습니다. 광선이는 입귀에 침을 게지지 흘리면서 눈을 떴습니다. \"광선 학생 엊저녁에 무슨 짓을 하고 이리도 졸고 있어요. 나가자요. 누가 찾아왔어요.\" \"네, 누가 찾아왔다구요?\" 광선이의 머리는 대번에 쮸뼜이 일어섰습니다. 그 기린이가 애들을 휘동해가지고 자기네를 찾아 뚜들겨주려 왔다고 생각되였습니다. \"선생님, 싫어요. 난 안나가요.\" \"광선 학생, 왜 그래요. 왜 그렇게 놀라요.\" \"싫어요. 안 나가요.\" \"광선학생, 경찰이 왔어요.\" \"경찰, 경찰들이 왜…왜…왔어요?...\" 광선이는 선생님을 따라 교실을 나갔습니다. 교도주임사무실에 도착하니 경찰아저씨 둘이 와 있었습니다. 기가 죽어서 머리숙이고 들어서는 광선이를 보면서 경찰아저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니가 어제 밤을 새날 PC방에서 보냈지?” 광선이는 나직히 녜하고 대답하였습니다. “다 알고 왔다. 니하고 춘식이, 영식이 셋이서 말이다.” 경찰아저씨들은 교도주임하고 반주임선생하고 시선을 맞추고는 일어섰습니다. “가자, 공안국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겠다.” “나는 안 때렸어요. 그저 뒤에서 망밖에 보지 않았어요.\" 광선이는 지레 후둘먹고 떨었습니다. \"광선학생, 꼭 사실대로 교대해서 관대처리를 받아야 합니다.\" 반주임선생님은 광선의 등뒤에서 갈린 소리로 부르짓었습니다. 광선이가 공안국 조사실에 들어서니 춘식이와 쌉살개도 이미 와 있었습니다. 쌉살개는 자기가 벽돌장으로 깐것이 아니라 광선이가 쳤다고 발뻄을 하고있었습니다. 춘식이는 잘알고있었습니다. 담약한 광선이가 그런 짓거리를 할수 없었고 자기가 확실히 영식이가 벽돌장으로 기린의 뒤통수를 치는것을 보았으니 말입니다. 허나 영식의 앞이라 보복이 두려워서 자기는 앞에 있었기에 보지 못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광선이는 억울하여 지레 눈무을 비물처럼 흘려댔습니다. 자기가 본대로 쌉살개가 벽돌장으로 중학생의 뒤통수를 쳤다고 하였습니다. 본대로 상세히 다 말했습니다. 경찰아저씨들은 세 아이의 말을 들으면서 눈치를 보다가 춘식이와 쌉살개를 각기 다른 칸으로 옮겨놓고 심문하였습니다. 애들은 오래동안 뻗칠수 없었습니다. 춘식이는 광선이가 한짓이 아니라고 증명하였고 쌉살개도 PC방안에서 기린이가 자기가슴을 발로 찼기에 보복하려고 벽돌장으로 뒤통수를 깠다고 승인하였습니다. 기린이는 벽돌장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피가 안으로 떨어지면서 병원서 구급치료를 받았으나 숨지고 말았습니다. 고의상해과실살인죄였습니다. 세 아이는 얼굴이 눈물범벅이였습니다. “난 사실대로 다 말했습니다. 내가 뒤에서 망본것밖에 없슴다. 벽돌장으로 친것은 쌉살개가 한 짓임다. 학교가서 공부하겠슴다. 날 놓아줌다.” “난 그저 앞에서 사람들이 오는가고 망 밖에 보지 않았슴다. 놓아 줍소. 중간고시에서 반에서 일등해야 함다. 우리 할머니가 집에서 기다림다.” “그럼 어쩜까? 감옥감다? 그럼 유희를 다 놀았슴다.” …… 2009년 4월 24일  
39    순남이는 울고있다 댓글:  조회:961  추천:7  2011-01-04
[단편소설] 순남이는 울고있다   오후 이절이 끝났을 때 S중학교 2학년 6반 반주임선생님이 교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술렁이던 교실안은 삽시간에 물뿌린듯 조용해지였다. 반주임선생님은 교단에 올라서서 전반을 휙 쓸어보았다. 전과는 다른 시선이였다. 피곤해하는것 같기도 했고 노해서 불똥을 한바탕 퍼부어댈것 같기도 했다. 선생님과 접촉이 잦은 반 간부애들은 촉각을 곤두세웠고 전반 학생들은 서리발치는 선생님의 시선에 몸을 오싹 조이고있었다.  선생님은 맨 뒤쪽에 텅 비여있는 걸상 세 개를 점도록 쏘아본다. 비여있는 자리의 세 학생의 얼굴이 불안스럽게 눈앞에서 빙빙 돌아갔다. 원래는 앞이 아니면 가운데 좌석에 않던 애들이였는데 학습에 열중하지 않고 성적이 팍팍 떨어져서 공부하려는 애들과 자리를 바꿔않치였다. 김국이, 윤룡이, 리민이였다. 김국이는 눈이 실눈처럼 작아서 애들은 올빼미라고 불렀다. 올빼미는 실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아래턱을 흔들어댄다. (선생님, 왜 봅니까? 공부안한다고?...아버지가 뒤문치기로 돈까지 팔면서 날 영어반에 넣어주었슴다. 공부하라고 말임다. 나도 공부하고 싶었슴다. 한때는 앞자리에도 앉았댔슴다. 허나 자꾸 싸우는 아버지 엄마 때문에 도무지 공부에 열중할수 없슴다. 인젠 아버지와 엄마는 갈라졌슴다. 아버지가 나의 형을 가지고 엄마가 날 가졌슴다. 요즘 엄마는 밤낮 신경질만 씀다. 한국남자와 위장결혼수속을 끝마쳤슴다. 나도 공부를 잘해서 선생님의 총애를 받고싶지만 인젠 될것 같지 않슴다. 엄마는 오라지 않아 한국갈거구 나의 학습성적은 점점 내리막질이여서 학교가서 사람대접 받지 못함다. 선생님은 그저 공부, 공부하면서 욕만 하지? 선생님께선 날 위해 욕한다는것을 나도 암다.   ) 윤룡이, 애들은 그 애가 키가 노새처럼 껑충하다고 노새라고 불렀다. 노새는 선생을 훌쩍 뜯어보면서 투레질을 한다. (선생님, 난 지금 공부보다 4반 여자애한테 정신을 빼앗겼슴다. 걔도 나처럼 공부하기 싫어함다. 그런데 걔네 집은 되게 잘 삼다. 시내안에 술집이 있고 북대골안에 별장이 있슴다.  난 걔와 사귀여 즐겁슴다.  잘 얻어먹구 잘 쓰고 있슴다. 가만보니 엄마아빠가 준 잘 생긴 얼굴과 체격이 여자애들에겐 매력이 있는것 같슴다.) 리욱이, 눈우에 칼에 찍힌 흉터가 있고 싸울 때엔 물불을 모르고 닥치는 대로 쥐고패고하기에  몽둥이라고 불렀다. 몽둥이는 무섭게 선생을 노려본다. (어째 봄두? 날 공부하라구? 우리집으로 와 봅소. 아버지는 삼년째 일자리 잃고 밤낮 술을 밥먹듯 하더니 인젠 완전히 알콜중독이 됐수꾸마. 엄만 나를 공부시키겠다고 악쓰고 도라지를 팔아대지만 정신병같은 아버지는 그냥 못살게만 굽구마. 그래서 엄마는 도무지 지탱할수 없어 집을 나갔수구마. 그러니 아버지는 매일 눈이 멍해서 술을 달라고 하구마. 돈은 주지 않으면서 술을 사오라고하니 내가 도적이 돼야 하구마. 난 도적이 싫수구마. 할수없이 집에 물건을 내다 팔았수구마. 인젠 다 팔고 먼지밖에 없수구마. 이제 팔려면 나를 팔아 아버지의 술을 마련해야 하구마. 정말 숨이 막히구마. 어디라도 당장 달아나고 십수구마.  어찌하면 좋수구마? 부득이 달포 전부터 애들의 호주머니를 털기시작했수구마. 지금 애들은 그래도 돈을 얼마씩 가지고다니구마. 또 어떤 애들은 맞아댈가봐 무서워서 달라고 하면 데꺽 주구마. 우리 반의 김국이, 윤룡이, 다 내 손아래 졸개이구마. 나는 반에서 학교에서 애들이 벌벌 떠는 “짱”이되였수구마. 요지간엔 양같은 순남이를 잘 꼬셔 먹수구마. 걔 엄마가 한국서 벌어보낸 돈을 잘 홀려내구마.) 선생님은 갈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국이, 윤룡이, 리욱이는 용서할수 없습니다!” 선생님은 의미심장하게 낮으나 견결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누가 세동무의 행적을 압니까?” 아이들은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지 않았다. “왜 대답이 없습니까? 그리 무섭습니까?” “반장동무 말해보시오.” 반장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일어섰다.  “모...르...겠...습...니...다.” 반주임선생님은 책상을 탁 쳤다. “야네, 어째 싹 죽이 됐재?...그 깟애들이 그리 무섭습니까?...” 반주임은 다시 키꼴이 큰 체육위원에게로 머리를 돌리였다. “동호, 동호도, 모르오?” “첫 시간이 끝, 끝난후 나갔슴다.” 선생님은 건 침을 꼴깍 삼키고는 두손으로 교단우의 교탁량쪽을 잡았다. “학생동무들, 똑똑히 들으시오. 우리반은 1학년때 전 학교에서 모범반급이였습니다. 아니 제가 맡는 반은 언제나 전학년에서 코치였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학습성적이 첫 자리, 승학률이 첫 자리, 그리고 기타기률, 위생, 체육등 어디서나 다 앞자리를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중학교입학시험에서 성적이 좋은 동무들로 골라서 우리반을 무었습니다. 동무들은 <잰즈>반의 학생들입니다. 헌데 이번 중간시험에서 우리반의 학습성적이 3반보다 떨어졌습니다. 처음 있는 일입니다. 원인은 바로 조퇴한 저 3명 동무가 거의 백지를 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여러동무가 점수가 형편없습니다. 평균점수가 떨어진것이지요. 지각, 조퇴, 련애, 무리지어 싸움질합니다. 우리반에서 저 세동무에게 맞아 상첩입은 동무가 한둘이 아닙니다. 방금전에도 학교변소뒤켠에서 변소보러가던 3반 남학생들이 호주머니를 털렸습니다. 용서할수 없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반주임회의에서 우리반을 이름찍어 비판했습니다. 절보고 학생들을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반주임 자리를 내라고하였습니다. 상황이 아주 심각합니다. 세동무를 그냥 우리반에 둘수 없습니다. 이런 동무들과 휩쓸려다니면서 공부하기 싫어하는 동무들도 우리반에 둘수 없습니다. 학습이 따라가지 못하는 동무들은 선택할 때가 되었습니다. 따라가지 못하면서 영어반에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일어반에 가게 되면 그래도 성적이 우수한 학생으로 지목받을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저녁 학부형회의를 하기로 결정지었습니다. 누구나 꼭 부모님들을 저녁 6섯시까지 반급으로 등교시켜야 하겠습니다. 조퇴한 세 동무는 반장동무가 책임지고 통지하시오. 만약 부모님께서 참석하지 않는 경우엔 무조건 다른 반으로 전이시킨다고 통지하여 주십쇼. ” 반주임선생님은 여기서 말을 맺고 학생들을 둘러보다가 앞으로 네 번째 줄에 앉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졸고있는 남자애한테로 시선을 돌리였다. “순남동무.” 대답이 없다. “순남동무!” 선생님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래도 응대가 없다. 낯색이 닭알노란자위처럼 노오란 순남이가 입귀로 타액을 게지지 흘러내리고있었다. 곁에 앉은 녀자애가 순남의 허리를 콕콕 찔렀다. 그러니 순남이는 뼈없는 모두부처럼 모양없이 흐물거린다. 애들은 키득거리였다. 선생님은 교단에서 내려 순남이 책상앞에 와 섰다. 간밤에 컴방에서 밤을 팼다는 소식을 접한 선생이였다. 선생님의 마음은 몹시 아파났다. 1학년까지만도 품질이 좋고 학습을 잘해서 학습위원까지 맡아 하던 애였으니말이다. 아버지는 자그마한 기업을 경영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보내고 어머니는 한국으로 나간지 삼년에 난다. 그러니 정확히 순남이 소학교 6학년 초반때에 열두살난 아들을 두고 나간것이였다. 가까운 사이는 아니였지만 동창생이라 만나면 무람없이 굴었었다. 그러던차 순남이 어머니가 선생님을 찾아왔다. 중학교는 이 학교가 질이 제일 좋으니 우리 순남이가 소학교를 필업하면 이 학교로 보내야겠다고 말이다. 순남이는 전주 소학교수학경색대회에서 2등까지 한 애였다. 욕심이 났다. 시안의 학교에서는 구역별로 학생을 모집하고있었다. 호구를 자기학교구역으로 고쳐야 받을수 있었다. 알려주니 예산대로 학교구역안에 있는 순남의 삼촌집에 호구를 옮겨놓고 소학교를 마치자 자기반에 받았다. 선생은 순남이를 몹시 총애하였다. 순남이를  학습위원을 시켰다. 순남이는 실수없이 책임을 훌륭히 완수해 나갔었다. 헌데 2학년에 들어서면서 순남이 한테서 이상한 조짐이 보이였다. 없던 지각조퇴가 생기고 시간집중이 안되고 자꾸 무슨 근심에 파묻긴듯 멍해 있었다. 선생님은 여러번 순남이를 불러 영문을 물었지만 순남이는 그저 고개만 저을뿐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이번에 선생은 몹시 놀랐었다. 순남이 학습성적이 전반에서 마지막 네 번째였다. 순남이는 공부를 안한것이였다. 선생님은 마음이 몹시 상하였다. 이 애가 왜 이렇게 된단 말인가? 아버지도 착한 분이시고 어머니는 동창생으로서 출국하면서 자기 아들을 선생님한테 신신당부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두 주일에 한번씩 전화를 걸어온다. 인편에 선생이 좋아하는 옷견지라던가 설명절이면 딸라도 몇장씩 보내온다. “순남 동무!” 선생님은 조용히 책상을 두드리였다. 순남이는 곁에 온 선생을 의식하고 흠칫 머리를 쳐들었다. 지난밤에 김국이, 윤룡이, 리욱이가 어느새 누구한테서 쥐여들었는지 자기 아버지가 출장간것을 알고 자기네 집에 와서 놀자고 하여 싫은것도 주먹이 무서워서 응하였었다. 낯모를 여자애들까지 불러놓고 초저녁부터 자정이 넘을 때까지 먹고마시고 하였다. 모두가 되는대로 쓰러지자 순남이는 그릇들을 거두고는 자기도 기진하여 침실에 들어가서 옷입은 채로 너부러졌다.  오전에 선생님이 직접 순남이네 집으로 찾아왔었다. 누가 문을 두드리기에 무거운 눈을 비비고 일어나서 문을 여니 반주임선생님이였다. 순남이는 놀라서 엉거주춤하고 선생님은 찬 눈길로 순남이를 쏘아보면서 집안으로 들어섰다. 자기 반애들이 여기저기에 늘어져서 세상을 모른다. 여자애 하나가 끼여 있었다. 한심했다. 선생님은 큰 소리를 쳤었다. “다들 일어나지 못하겠습니까?” 느닷없이 집을 째기는 소리에 애들은 눈을 떴다. 앞에 서있는 선생님을 발견하고는 어기어기 일어나 앉았다. 선생님은 목이 꽉 메였다. 자기반 학생이 넷이나 있었다. 이런 아이들을 책임진 반주임선생님이라는것이 모골이 송연해지였다. 선생님은 아무말도 않고 돌아나왔다. 문밖에서  순남에게 어떤 상황인가를 물어알고는 학교로 향했다.     “지금 우리반은 몇몇 학생동무들 때문에 심각한 위기에 처했습니다. 착하고 공부잘하던 순남동무도 그 동무들의 주먹이 무서워 순응하며 결석까지 하고있습니다. 순남어머니는 출국하면서 순남동무를 저에게 신신부탁하였습니다. 그런데 순남동무는 지난해까지만도 학습성적이 앞을 다투었는데 지금은 마지막 네 번째입니다. 전 정말 실망합니다. 동무들은 자라나는 학생들입니다. 동무들의 앞날이 밝기를 바래서 공부를 틀어쥐고 그래서 고중가고 대학가고 장차 한몫하는 큰 인재가 되기를 위하여 반주임사업을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오늘 아침에 내가 목격한 장면은 너무도 못볼장면이였습니다. 그 속에 순남이가 있었습니다. 순남이 눈에는 금시 눈물이 콱 모이였다. 학습에 애착이 없는 그가 아니였다. 여태껏 시험성적이 누구보다 뒤지다면 집에 가서 잠을 못자던 애였다. 공부를 하고싶고 또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어째선지 그 공부가 잘되여 주지 않는다. 엄마가 출국한지도 어언 삼년, 매일과 같이 학교갔다 하학하여 집으로 가면 집은 텅빈 무덤같았다. 아버지는 기업을 꾸린답시고 언제 제때에 들어올 때가 없었다.  아버지는 그저 돈으로 행사하였다. 돈을 주면서 저녁에 집 근처의 간이식당에서 밥을 사먹으라고 했다. 식당음식은 처음엔 좋았지만 자꾸 먹다보니 그저 그랬다. 자꾸 엄마가 해주던 밥이 생각났고 엄마가 그리워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올때가 자주 있었다. 가끔씩 엄마가 걸어오는 전화에  울음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그러면 엄마는 가슴이 찢어지여 함께 흐느끼면서 아들을 타일렀다.  “울지 말아! 엄마가 외국서 너 때문에 피곤한 몸을 이겨내면서 악쓰고 돈벌고있지않니? 우리 아들을 좋은 대학으로 보내고 싶어서말이다.” 엄마는 다음 남편을 찾았다. 아들의 곁이 비여있는 현실에 강력한 항의를 하였다. 기업소만 생각하지 말고 아들곁에 있어달라고 하였다. 돈은 자기가 벌테니 아들곁을 떠나지 말라고 간청하였다. 아버지도 자기자식 때문에 속을 썩이고 있었다. 돈을 지불하면서 가정교사를 모셔왔었다. 그런데도 그 공부는 안된다. 재미가 없다. 지긋지긋하다.  도대체 공부해서 어쩌자는건지 앞이 내다보이지 않았다. 허무하고 모든것이 귀찮았다. 학습성적이 떨어져 아버지한테 한바탕 욕먹고 매를 맞기도 하였다. 언제나  바쁜 아버지였다. 엄마가 그리워나면서 아버지가 미워지기도 하였다. 아버지는 그저 돈을 주는 기계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순남이는 작은 기업소를 책임지고 운영해가는 아버지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고있었다. 60여명이 있는 기업소의 생존의 명줄을 아버지가 장악하고있었다. 아버지는 매일과 같이 바쁘다. 동분서주다. 이런저런 많고도 많은 일에 응부해야했다. 술을 마시고 싶어 마시는것이 아니였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자연히 뒤에 따르는것이 연회파티였다. 연회석에 술이 안오르는 상이 없다. 그래서 귀가가 늦어지고 술냄새를 풍기면서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 들어 온 다음에도 아직 일이 채 끝나지 않았는지 여러사람이 전화를 걸어오면 술이 바쁘다고 떼질을 쓰다가고 한사코 나오라는 요청에 또 나가기도 한다. 어떤 때는 여자도 전화를 걸어온다. 여자가 왜 밤에 전화를 걸어온단 말인가? 순남이는 싫었다. 여자가 더 싫었다. 성인들 세상과 그 심리를 아직 알기에는 이른 존재인 순남이는 나름대로 눈에 불을 켰다. 남자가 전화오는것은 그런대로 괜찮았으나 여자가 어쩌다 전화와도 와뜰 놀랐다. 엄마가 한국가서 숱한 고생하는데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접촉하면 큰 일이기 때문이였다. 자기반의 여러애들 집 부모들도 그렇게 갈라지지 않았는가? 절대로 자기아버지와 엄마는 갈라져선 안되였다. 할수없이 순남이는 엄마가 전화오면 자기도 공부잘하고 아버지도 사업을 잘한다고 거짓말을 해대였다. 그러면 엄마는 한시름 놓고 순남이한테 좋은 옷견지들을 싸서 부쳐보내였다. 좋은 옷을 입고 돈을 쓸대로 썼었다. 그래도 내내 허전하고 생활은 생기가 없었다. 요새 올빼미, 노새, 몽둥이가 바짝 조여왔다. 길을 막고 돈을 내라는가 하면 네 엄마가 한국가서 돈 잘버는데 공부해서 무얼하는가고 지껄이기도 하였다. 가끔은 자기네가 메고온 책가방을 메게하고 순남의 옷을 벗어서 자기네가 입고 다니기도 하였다. 그 애들에게 빼앗기면 영 찾을수 없다. 인젠 순남이 집이 비면 집까지 쳐들어 온다. 순남이는 정신적으로 고통이 컸다. 학교구 집이구 다 때려치고 싶었다.  “순남동무...” 선생님은 순남이가 불쌍하고 안타까워 순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머님께서 저에게 전화가 오면 동무에 대한 희망과 리상으로 벅차 있습니다. 자기혼자몸을 탕진하더라고 동무의 좋은 앞날을 열어놓겠다고 합니다. 인젠 나쁜 애들과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공부에 전념해야 합니다. 아버지한테 전화를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참석할것입니다.” 아버지는 출장갔는데 저녁에 어떻게 참석한단 말인가? 선생님은 벌써 핸드폰으로 순남아버지한테 순남이가 처해 있는 어지러운 환경의 심각성을 고해올렸었다. 순남아버지는 와뜰 놀라 타현에서 집으로 돌아오고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오면 순남이를 때릴것이였다. 그 큰 돌짝같은 손으로 말이다. “앗!” 순남이는 벌컥 일어났다. “앉으시오.” 선생님이 순남의 어깨를 가볍게 눌렀다. “우리아버지한테 죽게 맞슴다.” 순남이는 히스테리적으로 울고불고하더니 별안간 책가방을 둘러메고 선생님을 밀치고 후닥닥 교실문을 나갔다. “순남동무!” 선생님은 뛰여나가는 순남이를 따를수 없었다. 순남이는 층계를 내려 곧추 학교뒤쪽으로 달아났다. 담우의 벽돌장이 여러장 무너진 곳에 이르러 달음을 멈추었다. 숨이차서 할싹거렸지만 눈에서는 저도모르게 서러운 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순남이는 책가방을 어깨에 걸치고 아이들이 너무 담을 뛰여넘으면서 담중간에 옴폭 패인 곳을 딛고 몸을 우로 솟구쳐 담우에 몸을 훌쩍 올리고 넘어가려다가 멈추었다. 담건너에 올빼미, 노새, 몽둥이가 서로 담배맞불을 붙이고있었다. 건너갈수 없고 마주할수 없는 <쌉쌀개>들이였다. 무서워 등골이 오싹 떨려왔다. 허나 이미 늦었다. 걔들에게 발각된 이상 피해도 래일 또 어느구석에서 문초를 당해야 할지 몰랐다. “임마, 너도 공부하기 싫나? 건너오지 않고 뭘 봐?” 순남이는 할수없이 담을 넘었다. “선생님이 뭘하던?” 제대로 말해주어야 했다. “오늘 저녁에 학부형회의를 한단다. 학부형들이 안오면 일어반으로 보낸단다.” “일어반? 거기 더 좋찮아?” 올빼미는 자기네와 휩쓸리는 애들이 더 많은 일어반이 더 재미있을것 같았다. “일어가 뭐 헐은 줄알어?” 노새도 담담히 한마디했다 “아새끼들이 별로 공부를 할것처럼 말한다. 야, 우리신세에 무슨 영어고 일어고 개나발이야! 인젠 공부는 우리와 상관없다. 돈이나 얻어서 매일 먹고마시며 재밋게 놀면그만이다.” 몽둥이가 버럭 소리쳤다. 몽둥이 말이면 다른 애들은 더 응대하지 않았다. 자기들의 두목이고 힘이있으니 지고들었다. 몽둥이는 순남이를 뜯어보았다. “넌, 공부하고 싶니?” 순남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너 우리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건 아니지?” 올빼미가 이어 물었다. 순남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공부를 하고싶으면 해라. 그저 우리말만 잘 들으면 된다. 돈을 내라면 돈을 내고 집이 비면 우리가 가서 지켜주고...” “그렇게 할수 있니?” 노새도 끼여든다. 순남이는 고개를 끄덕이였다. “그럼 됐다. 오늘 책가방안엔 뭘 넣고 왔니?” 요사한 올빼미가 생뚱같은 소릴 한다. 책가방안에는 책밖에 없다. 다른것은 없었다. 올빼미가 겁탈하는것이였다. “돌아서!” 순남이는 돌아섰다. 그러자 올빼미는 책가방쟈크를 드르륵 열었다. 안에는 교과서와 필기책, 그리고 필통이 있었다. 올빼미는 그것들을 마구 꺼내서 땅바닥에 널어놓았다. 삽시간에 책가방안의 책들과 필통안의 연필이며 고무며 자대며가 땅바닥에 지저분히 널리웠다. “여기서 매일 공부를 콱 해라!” 올빼미는 발로 교과서와 필기책들을 걷어찼다. 눈에는 눈물이 글썽하면서 말이다. 자기가 하고싶어도 할수 없는 공부, 그 공부를 순남이가 하겠다니 부러움절반, 질투절반, 할수없는 공부에 대한 반발심이 히스테리로 발작하고있었다. 노내나 몽둥이나 같은 심정이였다. 하고싶지만 어쩌다가 할수 없는 처지에 빠지였다. 이때 담장넘어에서 선생님과 애들이 찾아오는 소리가 울려왔다. “야, 선생님이 찾아온다. 어서 뛰자!” 올빼미, 노새, 몽둥이는 다람쥐처럼 도망쳤다. 순남이는 그제야 헉헉거리면서 책들을 주섬주섬 주어갔다. 눈물과 코물이 한데 이어져서 길게 줄이 되어 떨어진다. 손등과 책우에 떨어진다. 애통한 설음이 힘없이 입안에서 터져나온다. “개...새...끼...” “엄...마...” “아...버...지...” “선...생...님...” ......                     2003년 6월 6일
38    추천사 (11.22~11.29 ) 댓글:  조회:729  추천:23  2010-11-22
추 천 사   마냥 락천적인 모습의 “사람좋은” 손룡호씨가 작품집 “위대한 약속”을 펴냈다.   근년래 격변기 흔들리고있는 조선족 공동체와 그 속에서  어른들의 진통을 더불어 겪으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실존적 고민과 성장통에 대한 화두가 그의 작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런 작품으로 작자는 온 사회의 중시와 손길을 절절히 요청하고있다. 금주의 문인으로 추천한다.   문학닷컴 편집부
37    손룡호 소설집 “위대한 약속” 출간 댓글:  조회:609  추천:27  2010-11-22
손룡호의 작품집 “위대한 약속”이 연변인민출판사의 의해 출간되였다.   작품집은 저자가 근년래 창작한 청소년교양 관련 소설 16편을 선별해 묶었다. “메아리치는 부름소리”, “피의 호소”, “열다섯 소설의 비애”, “길 잃은 아이들” 등 제목부터 시사해 주다싶이 격변기 흔들리고있는 조선족 공동체와 그 속에서  어른들의 진통을 더불어 겪으면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실존적 고민과 성장통을 그려보이고있다. 리얼리즘에 충실한 무거운 소재와 다각적이면서 강렬한 메시지로 우리주위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어디에서든 흔히 볼수있는 이런 아이들을 작품의 “화자”로 삼아 절절한 호소로 온 사회의 중시와 손길을 요청하고있다.   저자 손룡호는 1955년 장춘에서 출생, 연변대학 통신학부를 나왔으며 도문시 장안향에 하향했고 연변신화인쇄공장 로동자, 공회주석등 다양한 리력을 거쳐 현재 연변신문출판국 출판물시장관리처 처장직을 맡고있다.  1982년부터 문학창작에 정진. 소설 “친구의 유언”, “피의 호소”등 수십편을 창작발표했으며 연변일보 “해란강” 문학상. 한국계몽아동문학 “동심컵”문학상, 연변문학 “윤동주문학상”.등상을 수상했다. 소설집 “아름다운 리별” 출판. “하늘과 땅사이”등 다부를 펴냈다.   김혁 기자  김혁 문학블로그:http://blog.naver.com/khk6699   “종합신문” 2010년 11월 15일   
36    엄마 아빠 난...가... 댓글:  조회:864  추천:14  2010-10-20
[단편소설] 엄마 아빠 난…가   아버지 저는 갑니다. 가고싶지 않은 길이지만 내 머리로는 더 이상 다른 길을 선택할수 없습니다. 목을 맬 끈을 나무에 매놓고 시가지를 내려다보면서 내가 죽은 다음 통곡할 아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집에서 죽자고 했다가 아들이 죽은 집을 들어오지 못할 아버지를 생각하고 산으로 장소를 바꾸었습니다. 전에 아버지와 같이 늘 오르던 북산소나무밑입니다. 아버지가 저를 찾을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되여 이 자리를 선택하였습니다. 열두살때 일이 상기됩니다. 어머니가 금방 한국가고 나서 제가 엄마가 언제 돌아오는가고 물으니 아버지는 절 데리고 이 소나무밑에서 내키가 이 소나무허리를 넘을 때 돌아온다고 하였습니다. 내 키는 인젠 이 소나무허리를 훨씬 넘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안옵니다. 아버지는 어머니곁에 다른 남자가 있는가고 노상 시름을 못놓습니다. 지난해에 어머님이 일하시는 회사의 한국사장의 마음을 알고 진짜로 사장님이 어머니에게 딴 생각을 하고있는가고 무척 신경을 썼었습니다. 초중을 마치고 고중공부는 한국에 와서 하도록 얘기가 다 됐다면서 저의 얼굴을 만져주고 소비돈을 줄때 저는 기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도 밤에 저의 손을 꼭 잡고 한국에 와서 공부할 생각이 없는가고 물었을 때 저는 어머니가 미워났고 아버지가 불쌍하였습니다. 제가 소학교 5학년때 어머니가 한국나가서 인젠 몇해입니까? 그땐 난 정말 싫었습니다. 내가 졸업해서 정말 한국으로 나간다면 집에는 아버지 혼자뿐입니다. 그럼 아버지만이 고독한 사람이 되고마는것이 아닙니까? 아들까지 데려간 어머니는 영 아버지를 잊고 한국사람이 될것입니다. 그럼 우리 가정은 어떻게 됩니까? 아빠는 한국나가 고생하는 엄마때문에 노상 가슴아파하고 같이 있을 때 살뜰히 대해주지 못한것을 내내 후회하셨습니다. 제 보기데도 그랬습니다. 전 아빠와 엄마가 노상 싸우는 속에서 자랐습니다. 별거 아닌 일을 가지고 시시콜콜 캐다가 성미급한 아버지가 꽝 소리치며 더구나 펄펄 달려드는 어머니였기에 결국엔 상이 번져지고 주먹이 날아오르고 힘 약한 어머니가 손해보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였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정말로 아버지를 미워했습니다. 아빠는 엄마가 한국간 이듬해에 공장설비과과장으로 승급하였습니다. 공장에서 골간으로 뛰다나니 저녁마다 제 시간에 들어올수 없었습니다. 저는 늘 부모없는 빈집에 제일 먼저 들어서는 주인이였습니다. 다른 애들은 집에 들어서면 아빠엄마가 아니면 할아버지, 할머니라도 반기여 적적함이 적었지만 저는 다 돌아가신 할아버지, 할머니를 불러올수도 없고 외롭게 빈집에서 아버지만을 기다려야 했고 혼자있는 외로움을 몰아내기 위해서 학급이나 동네에서 마음이 통하는 또래애들을 불러들여 전자유희도 놀고 먹고마시기도 하고 하여튼 생각나는대로 행동하였습니다. 모여노는 애들은 거개가 저와 처신이 비슷한 집 애들이였습니다. 한쪽 사랑을 잃지 않으면 두쪽 사랑을 잃은 애들이였고 어른들의 단속을 받을수 없는 떠돌이 아이들이였습니다. 그러니 목적없이 되는대로 하루하루를 허송하는 애들이라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학습성적이 형편없고 학교에서는 문제아이로 지목받는 애들이였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것이라면 어떻게 공부를 잘하겠는가가 아니고 어떻게 하면 옷을 멋있게 입고 고운 녀자애들을 꼬시여 친구로 사귀고 즐겁게 놀아대겠는가 하는것이였습니다. 아버지가 신경을 써서 시험직전이면 영어, 수학 선생님을 단독으로 모셔놓고 돈을 팔아가면서 공부시켜도 학습성적은 별로 호전이 없었지요. 그래서 아버지께서는 학부형회의에 갔다올 때마다. 어깨가 처지고 눈에서는 불을 뚝뚝 떨구면서 밸을 참지 못하고 제 얼굴에 주먹을 날리니 전 무서워서 달아났고 후에는 학부형회의를 할 때마다 아버지한테 알리지 않으니 선생님한테 미움받는 학생으로 될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서 모자라는 부모의 따뜻한 사랑, 학교에서 당하는 랭대, 문제아이들은 서로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척하다가 어디에 모여서 담배를 피우고 딴 궁리를 하는것이였습니다. 우리 손에 맞아댄 애들이 얼마며 우리때문에 공포에 휩싸여 학교로 다니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우리무리에 들어와서 문제아이로 전락된 아이가 얼마였겠습니까? 저의 친구 경산이를 기억하시지요. 그 웃기를 좋아하는 “팡즈 (뚱보)” 말입니다. 그저께 겨울방학, 몹시 음침한 날에 불때는 동쪽 촌마을 돼지코네 집에서 “싸개”, “호박이”, “명태”, “콩새”, “개코”랑 같이 그 동네 과부네 집의 닭두마리를 도적질하여 잡아놓고 밤늦게까지 술퍼마시고 곤든데 만드레 쓰러진것이 부엌아궁이에서 솔솔 빠져나오는 가스중독으로 저 세상사람이 되고말았습니다. 이틀만에 경산이 아버지가 절 찾아와서 경산이를 찾기에 찾아나섰다가 죽은 다섯구의 시체를 발견한것입니다. 워낙 그때 저도 죽을것이였는데 학교갔다가 경산이하고 슬그머니 담을 뛰여넘다가 발목을 몹시 접질러 걷지 못하였기에 그 액운을 피할수 있었던것입니다. 저의 녀자친구 향화도 저와 같이 있었기에 죽음을 면했습니다. 제가 발목을 접지르지 않았다면 저와 저만을 졸졸 따라다니는 향화도 무조건 죽어버렸을 겁니다. 애들의 죽음은 저를 몹시 놀라게 하였습니다. 사람은 정말 죽는구나하고 전신이 짜릿하게 느끼게 되였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조용히 집에 꿍져있다가 심심하니 또 살아있는 문제아이들이 전화오고 삐삐오고하면서 다시 모여앉았습니다. 문제아이들이 모여서는 사달만 칩니다. 나보다 돈이 없는 퉁사발은 나 호주머니에서 백원을 훔쳐갔고 잰내비는 녀자친구를 임신시켜 놓고 어쩔바를 모르다가 녀자오빠친구들한테 물매를 맞아 척추뼈가 부러졌고 나는 향화를 데리고 밤에 전자유희청에 갔다가 향화하고 걸고드는 나 또래 녀석을과 주먹싸움을 벌렸다가 얼굴이 장마당이 되고 어깨가 칼에 찤혀 집에 쓰러져있었습니다. 련이어, 일어나는 불상사들, 정말로 우리들의 머리속은 텅빈 물퉁재였고 우리들의 눈에는 나아갈 앞길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살기가 무서웠습니다. 나는 원래 이 세상에 태여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고 혼자서 저주하였습니다. 그래도 엄마는 그냥 전화를 해왔습니다. 아버지는 엄마가 속을 태운다고 나한테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여쭈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전화 올때마다 나를 위해 돈번다고 어록처럼 웨쳤지만 이 아들이 커가며 엄마가 곁에 없어 잃고있는 사랑때문에 혼자서 눈물을 흘리고 잠을 설치고 공부에 열중하지 않고 잡생각만 골똑차서 스트레스만 뿍뿍 늘어가는것을 생각이나 하셨습니까? 엄마가 날 위해 번다는 돈이 나에겐 위로가 아니되였고 엄마가 보내는 소비돈이 내 머리를 맑게 해주지 못했고 엄마가 한 주일마다 걸어오는 전화가 내 마음을 안정시켜주지 못했스며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돈은 쓸수록 더 쓰고싶었습니다. 마시고 먹고 춤추고 섹스하며 아무리 지랄스레 놀아봤자 놀 때뿐이고 이튿날이면 가슴속이 또 여전히 허해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이 속을 든든하게 편안하게 안정시킬수 있는지 도저히 답이 없었습니다. 엄마가 보낸 돈을 다 쓰고 아버지가 준 소비돈을 다 쓰고 돈이 떨어지면 굶주린 이리떼마냥 마음이 와자자해고 신경질이 나며 눈이 벌겋게 달아오르는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몰래 엄마한테 전화쳐서 돈을 달랬습니다. 거짓말리유를 잔뜩 늘여놓으면서 말입니다. 엄마도 쩍하면 돈을 달라는 이 아들이 미워나 욕사발을 퍼붓다가고 엄마의 피덩이여서인지 부치군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엄마도 밤낮 돈돈 하는 아들이 미워서 아버지께 전화를 걸어 왜 아들에게 소비돈을 안주는가고 걸구 들었지요, 내막을 알게 된 아버지는 저를 않혀놓고 여지없이 따졌습니다. 저는 솔직히 엄마한테 거짓말전화를 하여 아버지몰래 부쳐온 돈을 써버린 일을 이실직고하였습니다. 그때로부터 아버지는 저하고 약속하였습니다. 다시 엄마한테 전화해서 돈을 구걸하는 날이면 넌 돈만 달라는 아들이기에 돈버는 엄마곁으로 보내주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엄마하고 돈달라는 말을 못했습니다. 용돈이 줄어드니 정말 눈앞이 팽팽 돌면서 막 어지러워났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없는 기회에 사진기며 핸드폰이며를 내다 팔아 그 돈으로 밖에서 먹고놀다가 돈이 떨어지면 할수없이 집으로 들어오군 하였습니다. 하루라도 집에 안들어오면 찾아헤매는 아버지가 불쌍하였지만 그렇게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하는것이 틀린다는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나가는 행동을 자제할수 없었습니다. 중학을 마치고 고중에 붙지 못했습니다. 엄마가 계획했던 한국공부도 여러가지 여건의 불성숙으로 실현할수 없었습니다. 사실 된대도 갈 생각이 없었습니다. 여기서도 공부안한것이 경쟁이 심한 한국에 가서 따라도 못갈것이니 말입니다. 아버지는 내 흥취에 따라 나를 영어전문학교에 보냈습니다. 영어는 배우고싶은데 다른 과목은 재미가 없어 영어시간만 열심히 집중하고는 다른 과목시간이면 일본만화그림책을 보지 않으면 다른 애들을 지껄이여 과당시간을 파괴하는 애군으로 되였습니다. 경고를 여러번 받다가 기중시험을 쳤는데 컴퓨터 영어과목이 90점을 맞고 다른 과목은 다 락제였습니다. 교장선생님은 날 불러놓고 학교는 공부하는 곳이니까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을 그냥 둘수 없다고 하면서 나머지 학비를 되돌려 줄테니 퇴학하든지 다른 학교로 가든지 하라고 권고하였습니다. 난 덜컥 겁이 났습니다. 아버지가 알면 어쩝니까? 아버진 또 주먹을 날릴거구요. 궁리끝에 돌려주는 학비를 가지고 청도로 가기로 작심하였습니다. 청도 어느 한국기업에서 일한다는 친구 고슴도치를 찾아서 말입니다. 남은 학비는 일천이백원이였습니다. 나는 집에가서 가방안에 옷견지들을 집어넣고 나와 향화를 만나서 아버지께 남기는 쪽지를 향화에게 맡기면서 내가 떠난 다음 아버지께 전해달라고 부탁하고는 밤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렬차는 어둠속으로 질주했습니다. 여태껏 나는 갈길없은 현실에서 그 어떤 길을 찾아 헤맨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지금은 열심히 공부하는것이 장차 삶의 옳바른 길을 찾아가는것이라고 자꾸 알려주었었지만 나는 그 공부가 딱 싫어서 이 모양이 된것 같습니다. 나의 앞길은 어디에? 언제면 마음편하고 훤한 하늘 밑에서 살겠는지? 두 부모를 두고도 저는 고아처럼 느껴졌습니다. 나는 서러워 울었습니다. 앞길이 무서워 흐느꼈습니다. 청도에 도착하였습니다. 고슴도치는 마중을 나왔습니다. 머리를 빡빡 깍은 중대가리와 같이 나왔습니다. 택시에 앉아 도착한 곳이 어느 나이트클럽지하숙사였습니다. 방이 여러개 있었는데 고슴도치와 다른 중대가리가 첫 어구지방에서 자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있는 방에는 조선말을 하는 조선족나이트클럽아가씨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고슴도치의 소개로 그가 한국회사에서 일하는것이 아니라 나이트클럽에서 전문 조선족아가씨를 감독하는 일을 한다는것을 알았습니다. 한족들은 조선말을 알아못들으니 말을 알아듣는 감독원을 필요로 설치한것이였습니다. 로임은 먹고자고를 빼놓고 천원이였습니다. 만약에 일을 그만두고 가려는 아가씨를 제때에 고발하여 붙잡아두면 오백원상금을 주고 달아나면 로임이 없을것은 물론이고 물매까지 맞아야 했습니다. 며칠 있으면서 보니까 고슴도치의 등과 다리에는 맞아서 멍이 든 곳이 여러곳이였습니다. 고슴도치는 나와 함께 자면서 자꾸 헛소리를 쳐댔습니다. 엄마를 불렀고 아버지를 불렀으며 나보고 달아나라고 하였습니다. 나보다 더 령리한 고슴도치가 이 모양이 되였으니 나의 앞날은 더구나 소름이 끼쳤습니다. 나는 곁에 누워있는 중대가리때문에 고슴도치를 흔들어 깨울수 없었습니다. 중대가리는 또 고슴도치와 우리를 감독하는 감독원이였습니다. 바깥출입도 못하고 두 주일을 묵던 어느날 고슴도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웬 영문인지 몰라서 불안해 있는데 층계로부터 어지러운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중대가리 사오명이 다짜고짜 제가 들어있는 방의 문을 벌컥 열고는 저의 머리를 움켜쥐고 고슴도치가 어디 갔는가고 바로 대라고 하였습니다. 난 모른다고 나도 기다리는 중이라고 변변치 못한 중국어로 몇마디 하였는데 눈에서 불일 번쩍하고 앞이가 끊어지는것 같더니 숨이 못나와 배를 안고 깜박 쓰러졌습니다. 깜쪽새에 괴한 여럿의 손발에 잔약한 체구가 죽사발이 되고만것입니다. 눈을 떴을 때는 흑룡강성에서 왔다는 조선족아가씨가 내가 흘린 코피를 닦아주고있었습니다. 너도 부모없는 고아겠구나 하면서 불쌍하다고 하였습니다. 나는 연변에서 돈벌러 여리고 왔다고 겨우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아가씨는 눈에 눈물을 담고 자기네는 모든것을 다 잃은 몸이라 할수없이 오직 생존을 위하여 부득불 몸팔면서 여기에서 뻐치고 있으나 나처럼 한창 공부를 하고 부모의 사랑을 받으면서 응석을 부릴 나이에 어떤 경악한 일이 있었기에 여기로 달려와 이 모양이 되고있는가고 흐느꼈습니다. 중대가리가 또 다가왔습니다. 아가씨한테 무어라고 욕하니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새벽이 되였을가 내가 뒤가 마려워서 겨우 일어나 화장실에 가 앉았습니다. 아무렇게나 손에 쥐이는 대로 들고 나온 종이한장을 펼쳐보니 거기엔 고슴도치가 남긴 글쪽지가 있었습니다. “도마도야, 미안하다. 내가 여길 빠지길 위해서 누가 가만히 알려주는대로 연길에 전화를 걸어 사람을 물색하던 중 네가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벌겠다니 일이 이렇게 되였다. 사실 난 나를 대신할 애를 찾던 중에 말이다. 미안하다. 친구를 잘못사귀여 널 범의 굴에 끌어들여서? 가불간 경거망동하지 말고 곱싹곱싹 시키는대로 일을 잘하다가 신임을 얻은 다음 기회를 엿봐서 몰래 뛰쳐나와야 한다. 붙잡히면 그땐 끝이다. 뼈다귀도 못 찾는다. 나도 나가서 방법을 연구해보마. 절대로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 널 두고 떠나는 내 개보다 못하다. 부디 무사하기 바란다.” 순간 저는 숨이 꺽 막히였습니다. 인젠 죽었구나 하는 생각에 사유마저 멎은듯 싶었습니다. 불시에 누군가 화장실문을 쾅쾅 차기에 일어나 문을 여니 중대가리가 나를 쏘아보는것이였습니다. 무슨 똥을 이리도 오래누는가고 말입니다. 내가 바삐 뒤구멍을 씃고 일어나니 자기가 얼른 들어가는것이였습니다. 숨막히는 밤, 죽고싶지 않은 나어린 령혼, 아빠에게 물매를 맞더라도 눌러있는 쪽이 더 행복한 아빠의 품, 천번만번 후회했습니다. 천번만번 고슴도치를 저주했습니다. 어찌, 어찌 이럴수 있단 말입니까? 동무끼리, 동무끼리 말입니다. 끝내는 소스라쳐 놀랐습니다. 모든것이 다 나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돈벌러 간 엄마에게도 저주가 갔습니다. 절 더 엄하게 단속하지 못한 아빠에게도 저주가 갔습니다. 살자면 빠져야 하고 빠지자면 죽을수도 있었습니다. 어째야 하는지 도무지 궁리가 돌지 않아 쓰러져서 고향 떠난 죄책감과 지금 한창 날 찾고 있을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으로 아버지, 아버지 하면서 헉헉 흐느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불시에 어지러운 발자국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팍 열리면서 괴한 셋이 뭔가를 들어서 내곁 침대우에 훌 던지고 나가버리는것이였습니다. 나는 대뜸 짐작하였습니다. 고슴도치였습니다. 나는 아픈 몸을 겨우 운신하여 침대에서 내려 고슴도치한테로 다가갔습니다. 고슴도치는 숨소리가 간간했고 손에는 뭔가 찐득찐득한것이 묻어났습니다. “고슴도치야! 고슴도치…개같은 놈, 제 살겠다고 날 여기에 두고 혼자 달아나? 응? 어디로 달아나? 응? 빌어먹을 새끼! 개새끼!...봐라, 어디로 뛰지도 못하면서…임마 니 때문에 나만 죽게 맞았다. 이곳이 어디야? 어디 돈을 버는 한국회사야? 응? 미친새끼? 거짓말쟁이! 제목숨도 제가 건사하기 바쁜 깡패굴이지. 그래 제 빠지겠다고 날 그 머나먼 연변에서 여기로 불러들여?...썩어저라. 아새끼! 달아도 못나면서…” 나는 고슴도치에 대한 사무친 저주와 한치 앞길도 헤아릴수 없는 이름할수 없는 공포로 사시나무 떨듯 와들와들 떨면서 고슴도치곁에 쓰러져서 넉두리를 하였습니다. 허나 고슴도치는 응대가 전혀 없었습니다. 몸을 가누지도 못했습니다. 숨소리는 점점 더 가늘어졌습니다. 나는 손으로 고슴도치의 목과 가슴을 다쳐보았습니다. 다 찐득찐득한거이였습니다. 흘린 피였습니다. 이때 고슴도치는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사지가 푸들푸들 뛰였습니다. 으으으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고슴도치야, 고슴도치야!...” 고슴도치는 푸드덕 거리다가 조용해졌습니다. 졸지에 죽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순간 나는 혼비백산했습니다. 얼이 나갔습니다. 무슨 소릴 쳤는지 문이 벌컥 열리고 손전등이 켜지더니 괴한 여럿이 날 나의 침대에 밀어쓰러뜨리고 고슴도치를 둘러 쌌습니다. 또 뭐라고 수군덕거리더니 고슴도치의 네각을 들고 나갔습니다. 좀 있더니 저를 감독하던 중대가리가 들어왔습니다. “니 둬우 칸라? 니 예 메이밍아! (니 다 보았지? 너도 죽을줄 알아!)” 중대가리는 일변 말하며 일변 날 건뜩 들어안았습니다. 그리고는 문열고 어디인지 알지 못할 캄캄한 창고같은 곳에 갖다 내려놓았습니다. “니 베뚱! 이뚱 니 쮸 메이 밍라!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면 죽는다!)” 중대가리는 긴장히 자물쇠를 놓고 사라졌습니다. 얼마를 있었는지 자물쇠를 여는 소리가 났습니다. 문이 열리자 손전등불빛이 환히 비쳤습니다. 중대가리, 흑룡강아가씨와 경복입은 사람들이 서 있었습니다. “깐진 타이치라이. 쑹 이 왠! (빨리 들어라. 병원으로 보내야겠다!)” 중대가리가 들어와서 날 건뜩 안아 들었습니다. “니 더 쥬라. 징차 라일라! (니 살게 되였다. 경찰이 왔다!)” “가자, 우리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자! 다신 함부로 나오지 말구!” 흑룡강아가씨가 내 손을 잡았습니다. …… 나는 고슴도치의 골회함을 안고 헉헉 흐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아빠 엄마…사랑합니다.” 난…가겠습니다. ……     2004년 2월 6일
35    가짜지페 댓글:  조회:790  추천:13  2010-10-20
[단편소설] 가짜 지페                  1 낮이 제일 짧고 밤이 제일 긴 동지가 며칠후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천기의 규칙을 아직 잘 모릅니다. 오후 네시반이 되니 학교창문밖은 벌써 땅거미가 짙게 내리였습니다. 매일 학교가서 오후 하학할 때에는 집으로 간다는데서 애들은 퍼그나 즐거워합니다. 집에는 천륜을 맺은 아버지, 어머니가 있으니말입니다.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집은 세상에서 제일 따뜻하고 자유스럽고 행복한 곳입니다. 그래서 애들은 집을 사랑합니다. 헌데 명일이는 집으로 가기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돈벌러 일본으로 간지가 두해째입니다. 엄마는 시가지중심에 거처한 한식점에서 밤아홉시가 넘어서야 퇴근합니다. 명일이가 갈 집은  집으로 가는 같은 방향에 있는 작은 고모네 집입니다. 작은 고모네는 명일의 아버지 형제 사남매중 제일 잘 사는 집입니다. 작은 고모부가 부동산을 하여 돈을 몇천만원 벌었답니다. 집도 단독주택입니다. 이층집인데 사용면적만 해도 300평은 넘는답니다. 대단히 큰 집입니다. 명일네 남산밑의 25평되는 단층 낡은 집은 비교도 안됩니다. 그런데 그 큰 집에 식솔은 고모네 부부와 아들 선우까지 셋입니다. 집을 건사하느라고 보모 둘을 고용하고있습니다. 집에는 없는것이 없습니다. 일층 차고에는 백만원을 넘도는 독일제 벤츠승용차까지 들어있습니다. 명일네 집에 있는것도 다 있지만 다 명일네 집것보다 크고 좋고 비싼 것이였습니다. 없는것도 많았습니다. 텔레비만 보아도 명일네 텔레비는 19촌짜리 채색테레비고 작은 고모네 텔레비는 두께가 한뽐도 안되는 한국삼성대형평면 텔레비죤입니다. 명일이 보다 두살 어린 명년에 소학교에 입학하는 선우한테 2만원짜리 피아노를 갖춰  주었습니다. 한주일에 예술학교 선생이 세번 와서 강의하고 갑니다. 그외에도 참, 없는것이 없어서 부러웠습니다. 먹는 음식도 먹고 남아돌았습니다. 명일이가 엄마가 하루 주는 5원돈을 가지고 사먹을수 없는 먹거리를 선우네 집에가면 선우와 함께 먹을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명일이는 비좁은 자기집으로 가기 싫었습니다. 볼게 없는 집으로 가기 싫었습니다. 볼게 많고 먹을게 많고 가지고 놀게 많고 뛰놀 공간이 큰 작은 고모네 집으로 가길 좋아하였습니다. 작은 고모네는 뭘해서 이렇게 돈을 많이 벌어 잘 살수 있을까? 우리아버지도 일본간지 두해니까 이제 더 오래있으면 작은 고모네처럼 잘살수 있을거야. 그렇게 종종 타일러오는 어머니였습니다. 그런데 오늘따라 더구나 작은 고모네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엊저녁에 작은고모부한테서 처음으로 백원돈을 가졌으니 말입니다. 2 역시 어제 오후 네시반이 지나 작은 고모네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작은 고모네 집대문앞에 당도하여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작은 고모는 없고 집안청소와 때시걱을 맡아하는 인상좋은 나이 든 보모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명일이 왔구나.” 그러자 집안 객실에서 남동생이 소리가 터집니다. “형님 왔어, 빨리 와서 이걸 <땐스>에다 이어줘.” 객실텔레비 바로 앞 바닥에 네모난 판에 선이 이어져 있는 전자유희기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엉, 유희기구나? 네거니?” “응, 엄마가 사줬어. 피아노치고 심심할때만 놀라구 했어.” “그래.” 명일이는 이미 자기친구네 집에서 전자유희기를 가지고 장난하였기에 선을 잇는 방법을 알고있었습니다. 선을 잇고 둘은 유희를 놀기 시작하였습니다. “명일아, 조금만 놀고 그만두어야 한다. 피아노안치고 전자유희에 달라붙어 있으면 선우아버지가 욕을 한다. ” 주방에서 객실에서 나는 전자유희기 소리를 듣고 집안 상황에 대해서 손금보듯 하고있는 맘씨착한 보모가 달려나와 일깨워주었습니다. 다시 또 말을 하려다가   하지 않았습니다. 보모가 하고싶은 말은 명일이가 와서 전자유희기를 텔레비에 이어놓고 선우와 놀아대면 꼭 선우아버지가 선우가 피아노공부는 하지않고 장난에 정신이 팔린다면서 크게 성을 낼것이나 선우아버지는 항상 무슨 일이 그리 많은지 저녁늦게야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러니 습관으로 미루어보아도 애들이 자기가 밥상을 챙겨놓을때까지 놀면 무탈하기 때문이였습니다. 솔직히 전자유희기는 재미가 있어서 애들의 정신을 쏙 빼가는것입니다. 명일의 어머니도 명일이가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사주지 않았습니다. 어린 명일이도 약간은 걱정이 되였습니다. 애들이 집에서 재밋게 놀아대는 전자유희를 학교반주임도 공부에 지장이 있다고 놀지 말라고 말했으니 말입니다. 어린 동생 선우는 재미를 들이면 자제능력이 없습니다. 그냥 놀자고 할것이였습니다. 오늘 작은 고모한테 발각되면 그래도 작은고모는 명일이를 무척 고와하기에 별문제없지만 작은 고모부는 눈치가 보이였습니다. 자기가 선우와 장난치며 집을 어지럽혀놓거나 선우가 즐겨먹는 음식을 같이 먹으면 말은 안해도 흘겨보군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다른 건 몰라도 누가 자기를 미워하고 고와하는가는 제일 민감하게 눈치챕니다. 3 범을 무서워 하면 범이 온다고 아뿔사 이게 뭡니까? 명일이와 선우가 한창 전자유희에 몰입하고 있을 때 선우아버지가 불쑥 들어섰습니다. 선우아버지는 집에 들어설 때 선우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과 숙련되지는 않았지만 울려져 나오는 피아노소리를 들으면 기뻐하였습니다. 헌데 피아노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선우 아버지 낮살이 대번에 찌프러졌습니다. 문소리에 놀란것은 보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자식만 오면 기분잡치는 일이 생기더라. 도움없는 자식!) “왜 피아노를 치지 않아?” 선우아버지는 다짜고짜로 텔레비죤을 껐습니다. 그제야 아빠가 들어선것을 안 선우는 텔레비죤을 끄는 아버지한테 어리광을 부리면서 항의하였습니다. “켜, 텔레비를 켜! 켜지 않으면 피아노를 안칠래?” 허나 명일이는 고개를 목안으로 자라처럼 쏙 들여갔습니다.  “야, 명일아 너는 선우 형님이 아니니. 동생을 잘 이끌어야 할 대신에 같이 놀아대면 어찌니? 이렇게 할거면 인젠 우리집으로 오지 말라!” 명일이는 고개를 숙이였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며 옷깃만 매만지였습니다. 정말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습니다. “이 앙깐은 정말로 애를 옳바르게 키울줄 모른다니까? 애가 사달라는것이면 다 사주는가?” 작은고모부는 작은고모까지 욕해댔습니다. 선우는 눈물을 흘리면서 울어댔고 작은 고모부는 객실에서 자기 침실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명일이는 더 있을 멋이 없었습니다. 슬그머니 쏘파우에 있는 책가방을 쥐여들고 객실을 나와 출입문앞에 있는 여러신발에서 자기신발을 찾아신었습니다. “얘 어디 가려구 그래. 엄마도 늦게 오는데 빈집에 가서 뭘하려구? 가겠으면 밥먹구 가라.” 보모가 타일르는 소리를 작은 고모부가 들었습니다. “명일아, 선우 피아노공보를 시키자니 별수 없구나. 너는 그래도 학교공부를 다하고 돌아왔잖아. 우리 선우는 지금 피아노공부를 해야 할때다. 그래 소비돈이 없지?” 호주머니에는 엄마가 아침에 준 5원에서 사탕과 필기책을 사고 일원오십전이 남아 있었습니다. 작은 고모부는 시원스레 백원짜리 지페 한장을 꺼냈습니다. 여지껐 명일이는 엄마한테서 백원짜리돈을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잘사는 돈많은 작은고모부가 통이 컸습니다. 백원짜리지페 한장이였습니다. 명일이는 백원짜리를 덥석 쥐고 싶었습니다. 백원짜리만 있으면 세상이 삽시에 환해지는것 같았습니다. 백원짜리만 있으면 빈집에 물건이 꽉 차가고 집이 비좁아 보이지 않을것 같았습니다. 백원, 일년에 춘절때마다 할머니에게 세배하고 한번씩 받는 엄청난 큰 돈이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명일이는 두손을 옷깃에 싹싹 문대고 공손히 손을 내밀어 백원짜리지페를 받아쥐였습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걸음이 가벼워졌습니다. 저절로 뜀질이 나왔습니다. 백원으로 무엇을 살까? 무엇을 먹을까? 얼마를 쓸까? 얼마를 남길까? 엄마한테는 말 말자. 그래서 엄마가 주는 돈까지 보태면 내 호주머니에 돈이 그냥 있을거다. 명일네 집은 남산밑에 있는 단층집이였습니다. 그 아래 단층집들은 모두 허물어서 새주택을 지어놓았습니다. 명일네가 들어있는 집이 시가지주택건설방안에 들었다고 합니다. 명년봄이면 집을 허물고 높다란 주택을 짓는다고 합니다. 집을 허물고 잠시 다른 집으로 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명일네는 집이 큰 작은 고모네 집으로 가 있어야 할것입니다. 명일이가 가고싶은 집이기도 하구요. 오늘저녁 작은고모부가 백원짜리를 헌헌히 주지 않았습니까? 명일이는 기뻐서 눈이 깔려 얼어붙은 길에서 뜀질을 하였습니다. 몇번이나 미끌어져 넘어졌습니다. 그래도 손에 백원돈을 쥐고있으니 무서운것이 없었고 아프지도 않았습니다. 명일이는 뛰면서 그냥 이돈으로 무엇을 살가고 궁리만 하였습니다. 명일네 집동네 불빛이 보여왔습니다. 그곳에 올라가면 슈퍼마케(超市)가 없습니다. 슈퍼마케는 바로 명일네 집 아래동네에 있었습니다. 슈퍼마케의 불빛은 명일이를 보고 놀리기라도 하는듯 명멸하였습니다. “너 집은 언덕우에 있잖아. 네가 좋아하는 맛나는 먹거리들이 우리상점에 가득하거던. 네손에 백원짜리가 쥐여져 있으니 오늘은 좀 푸짐히 사가지고 올라가. 뭘 꾸물거려? 돈이 생겼을 때 써야지.” 명일이의 목젖은 꿀꺽 방아를 찧었습니다. 손안에 접쳐서 쥐고있는 돈은 자꾸 손안에서 해방되려 하였습니다. “지금 사야 할가? 래일 사야 할가? 살것이 너무 많은데? 아니 이 돈은 선우아버지가 주었으니 우선 선우가 좋아하는 걸 사야지.” 뒤늦게야 선우동생을 떠올린 자기가 부끄러워 났습니다. 돈도 선우아버지가 주었고 하니말입니다. 귀밑이 확 뜨거워났습니다. “옳아, 선우가 좋아하는 쵸코리과자를 사자!” 명일이는 상점에 들어갔습니다. 과자매대에서 하나하나 관찰하면서 선우가 좋아하는 쵸코리과자를 찾았습니다. “하나 살가? 아니 나도 먹어야지? 그럼 두개사자.” 명일이는 두개를 들고 슈퍼마케 아줌마한테 가서 백원을 내놓았습니다. 슈퍼마케 아줌마는 이 동네 사람들을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백원짜리를 훌 내놓는 명일이를 눈이 덩둘해서 지켜보았습니다. 더 묻지는 않았지만 여지껏 명일의 손에서 이 큰 돈이 나온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줌마는 돈을 받아 쥐자 또 눈이 휘둥그래졌습니다. 손안에 쥐운 돈이 이상하였습니다. 얇고 맥이 없었습니다. 아줌마는 결산매대아래쪽 책상빼람을 훌 열더니 거기서 작은 손전지같은것을 꺼내서 탁 켰습니다. 거기서 격광빛같은 파란 빛이 직선으로 새여나왔습니다. 그 직선이 백원짜리 지페우를 헤염치였습니다. “이 돈은 가짜야!” “네?” 명일이는 납득이 되지 않아 얼굴이 찡그러지였습니다. 작은 고모부가 자기한테 가짜 돈을 줄수는 없었습니다. 어른이 어떻게 그런짓을 한단말입니까? 절대로 그럴수 없었습니다. “아님다. 우리작은 고모부가 이자 방금 준 검다.” “명일아, 이 돈을 누가 주었는지 네 말을 믿고 안믿고를 떠나서 이 돈은 확실히 가짜 돈이다.” “그럼 어쩜까?” 아줌마는 명일의 안스러운 눈을 내려다 보더니 입을 열었습니다. “손에 쥔 쵸코리는 갔다 먹어라. 래일 돈을 가져오면 된다. 그리고 이 돈은 가짜이니 쓸수 없다.” 명일이의 눈에는 졸지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가짜돈으로 진짜 물건을 살수 없었습니다. 작은 고모부가 자기에게 가짜돈을 주었습니다. 어른이 아이에게 가짜 돈을 주었습니다. 진짜와 가짜를 잘 식별할줄 모르는 아이라고 없이 여겨서 말입니다. 명일이는 가짜가 아니였습니다. 진짜로 고맙게 받았습니다. 그래서 가슴이 터지고 눈물이 새삼스레 흘러 내렸습니다. 세상에 가짜돈 가지구 진짜마음을 살수 없었습니다. 명일이는 아줌마한테서 가짜 돈을 받아서 쭉쭉 찢어버렸습니다.             2009년 3월 13일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