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다 자기 자리가 있었다
1
닷새전에 주내 여러개 현시를 답사하면서 특산물재배농호들을 찾아 특산물재배상황을 료해하고 과학적재배기술을 전수하느라고 바삐 보냈었다. 그런데 하향한 사흘날에 회사대외무역부 장영일이 핸드폰으로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었다. 장영일과 나는 융합될수 없는 원한이 깊은 사람이여서 나는 장영일을 상대도 안한다. 한 회사에서 일하지만도 얼굴도 목소리도 그림자도 보고듣고싶지 않을 정도였다. 아마 장영일이도 그럴것이다. 허나 나는 결심내리고 꼭 장영일이 차지하고 있는 대외무역부부장자리를 탈환하려고 은근히 고심분투하고있었다. 그놈이 왜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온단 말인가? 나의 핸드폰에 장영일의 핸드폰번호가 들어왔다는 자체도 대단한 모욕처럼 느껴지였다. 나는 받는 즉시로 응대를 하지 않았을 뿐더러 장영일의 번호를 삭제해버렸다. 그런데 그날 오후 회사 최사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회사제1책임자의 전화이니 받을수 밖에 없었다. 솔직히 사람을 잘 볼줄 모르고 장영일을 손안의 구슬처럼 아끼고 사랑하고 중용해주고 있는 그가 내 눈에는 탐탁한 상급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맘속에서는 다 미워하는 존재였다. 허나 업무상에서는 그 사람의 령도밑에 있으니 듣는척이라도 해야 했다. 아니 들어야 했다. 듣지 않으면 회사내에서의 나의 위치가 저락되고 여러가지로 아니꼬운 눈길로 대해올것이니 그러면 나는 많은 정신적스트레스를 받게 될것이니말이다. 좋을리 없었다. 그 사람을 위하여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하여서도 들어야 했다. 전화를 받으니 아주 심각한 목소리였다. 장영일이 큰 사고를 쳤단다. 경제문제란다. 도무지 용서할수 없고 더는 중용할수 없단다. 그래서 장영일을 즉시 해임시키고 그 자리에 나를 대용하려고 하는데 본인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것이였다. 인사결정은 다음주 월요일에 할것이라고 하였다. 혼자만 먼저 알고있으라고 덧붙힌다.
장영일이 무슨 사고를 쳤단말인가? 세상에 바람이 새지 않는 벽이 없다. 회사내에서 발생한 일들이 한입건너 나와 가까운 동료들을 통해 핸드폰으로 나한테도 전해왔다. 장영일이 다년간 우호적인 합작관계로 잘 보내고 있던 한국 모특산물수입수출회사 영업원과 짜고들어 우리여기서 수출하는 특산물의 수출가격은 낮춰놓고 한국측 수입가격은 높여놓고 그 차액을 뜯어먹었다 한다. 떼돈이였다. 한국측 회사사장이 팩스로 최사장한테 두 회사의 합작관계를 종말짓는다고 선포해오면서 반영된 사실이였다. 장영일은 물론 당장 해임되였을 뿐만아니라 사사로이 챙긴돈을 몽땅 게우고 그 외에도 회사를 몰리고 한 짓거리와 경제문제들을 낱낱히 교대해야 하며 교대가 제대로 되지 못하는 날에는 법적기소도 가능할것으로 본인에게 통보하였단다.
나는 금요일오전까지 볼일을 다보고 오후에 돌아왔다. 회사에 들어서는 즉시로 최사장을 찾았다. 하향상황을 회보할겸 또 며칠전에 최사장이 나를 발탁시키겠다는 전화를 받고 나의 태도표시도 해야하니 말이다. 솔직히 하향상황회보보다 나의 문제가 더 급하였다. 최사장은 나를 보고 수고했다고 하는데 얼굴기색은 아주 근엄하였다. 나는 먼저 간단히 하향상황부터 회보하고 최사장의 눈치를 살피면서 내가 진작 하고 싶은 말을 하였다.
“며칠전에 전화로 전해준 말씀을 고심해보았습니다. 조직에서 믿어주고 채용해준다면 저는 장영일보다 더 열심히 일할것입니다. 장영일같은 짓거리는 내 인생에서 없을것입니다.”
그리고 최사장의 얼굴을 흘끔 뜯어보았다. 최사장의 얼굴근육은 굳어있었다.
“결정은 월요일에 하겠소.”
그리곤 말이 더 없었다. 나는 물러나왔다. 사실은 내가 얼마나 최사장의 입에서 나를 대외무역부부장자리에 않치겠으니 시름놓소라는 시원한 답을 듣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물러나와 퇴근하여 사우나에 가서 모욕하고 집에 들어섰다. 습관적으로 집을 비운 동안 집에 걸어온 전화들이 어떤 전화인가고 전화번호가 나타나는 전화기단추를 눌러보았다. 생전 걸어오지 않던 2828286전화번호가 련속 기록되여있었다. 114에 물어보니 장영일네 집전화였다. 내가 닷새전에 하향한 사흘날 저녁에 장영일이 걸어온 전화였다. 그러니 그날 장영일이 회사에서 해임된 날이였다. 그리고 이튿날에 핸드폰으로 나한테 전화를 걸어왔던것이다. 내가 출장간줄 모르고 우리집에 전화를 걸어왔다가 없으니 이튿날 회사사람들을 통해 내가 출장간것을 알고는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온것이였다. 나하고 앙숙인 그가 무슨 말을 하자고? 치떨리는 9년전 일이 다시 가슴을 허비면서 상기되였다.
9년전, 농학원특산물재배전업을 마친 나와 다른 대학 정치계전업을 마친 장영일이 함께 이 회사대외무역부 초빙시험에 참가하였다. 회사에서 대외무역부 업무원으로 한사람을 사회에서 공개초빙하는데 주안에서 28명이 자원해나섰다. 대외무역부는 사회적으로나 회사내에서나 누구나 욕심내는 좋은 부문이였다. 출국기회가 많고 상업장사 성공률이 높고 리윤창출도 많고 따라서 실제효익이 큰 부문이였다. 그래서 나도 이력서를 써가지고 인사부문에 신청하여 공개 시험에 참가하였었다. 공개시험에서 성적순위로 우로부터 10명을 남기고 아래사람들은 다 도태시켰다. 다음 남은 10명을 다시 두번째 업무시험에 참가시켜 2명을 남기였다. 장영일과 내가 남았다. 두 사람중 한 사람이 또 떨어져 나가야 했다. 헌데 바로 세번째 면담시험이 있기 전날 장영일이 나한테로 찾아왔다. 솔직히 특산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나를 이길것 같지 않다면서 경쟁에서 물러나겠다고 하였다. 그가 물러난다는것은 나한테 자리를 넘긴다는 말과 같았다. 나는 속으로 이거 잘 되였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앞에서 내색을 낼수 없었다. 그래서 제법 점잖게 둘이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까지 선의적인 경쟁을 하자고 권고하였다. 그러자 그는 자기가 물러나기로 한 일이니 시름놓고 술한잔이나 하자고 하였다. 하기야 그가 정말 경쟁에서 물러난다면 내가 머리를 싸쥐고 신고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그의 요구에 응하여 그가 선정한 음식점에 가서 그가 이런저런 명의로 권해오는 술을 거나하게 마셨다. 술은 마음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한잔두잔 술은 완전히 내속을 다 열어놓았다. 장영일이 물어오는 우리주특산의 분포정황부터 연구과제, 재배기지건립, 전문호기술, 수출국가와 령활한 가격인상과 할인, 현재 존재하는 문제와 개진방향 등 아는대로 물어오는 대로 다 털어주었다. 머저리였다.
그리고 나중에 나는 정치학을 전공한 그가 대외무역과는 거리가 있다면서 배운것을 써먹자면 그래도 정부계통으로 가는게 능력랑비가 아니라고 충고도 해주었었다. 그런데 이튿날 그가 여전히 면담시험장에 나타났다. 나는 멍해졌다. 얼떨떨해졌다.
“최사장이 아침에 전화와서 꼭 면담시험에 참가하라고 하는데야 별수 없잖습니까?.”
별로 쑥스러운 표현도 없었다. 아주 자연스럽고 태연하였다. 거짓말이였다. 자기가 대외무역부에 록취되자면 대외무역부에서 주로 당지특산물에 의거하여 국제시장을 열어가기 때문에 특산물을 잘 모르면 록취는 불가능했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궁리끝에 면담시험전날저녁에 날 찾아와 포기하겠다고 해놓고 술상까지 마련하여 내속을 다 파먹었던것이다. 정말로 통분한 일이였다. 장영일의 인격이 한없이 추하고 그가 날 얼리고 벌린 수작은 도무지 용서가 되지 않았다. 얼리워 속을 다 빼준 내가 정말로 바보스러웠다. 장영일이는 원래 총명하고 론리사유가 민첩하고 구술응변능력이 뛰여났다. 면담시험에서 자기의 우세를 아주 충분히 발휘하였다. 그의 우세가 곧 나의 약점이였다. 대학교정치학을 배운 그가 특산물에 대해서까지 조리있고 설득력있게 피력하고 구체조치까지 자상히 고해올리면서 민첩한 사유로 시험관의 낮색과 미소까지 읽으면서 아주 훌륭하게 답변하였다. 결국 장영일이 대외무역부 업무원으로 정식 초빙되고 나는 회사에 확실히 필요한 인재라면서 특산부업무원으로 채용되였다.
두 사람사이는 그때부터 깊은 옹이지였다. 나는 장영일이가 감히 면접시험을 하루 앞두고 경쟁적수인 바로 나한테 찾아와서 나의 속을 싹 뽑아간 용술에 분하고 억울하고 놀랐었다. 나는 나의 인격으로 절대는 그런 짓을 할수 없었기에 장영일을 기회주의 분자로 사기성질이 있는 품행이 나쁜 인간으로 취급하여 미워하고 거리를 멀리하였었다.
허나 가려고 했던 곳이니 포기는 안되였다. 장영일이 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 자리는 원래 나의것이였다. 그러니 더 포기할수가 없었다. 나는 회사에 출근하면서도 대외무역부로 가고싶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정치학을 전공한 장영일이가 주로 우리지방특산물로 국내외수출시장을 열어가는 자리에서 언제까지 버틸것인가를 계산해보면서 그 자리와 그를 물리치기 위하여 특산부업무전공에 박차를 가하였다. 대학때 배운 특산물배육기술과 우리지구특산물분포지대상황, 기후조건, 토질조건 등 자연환경조건과 품종자원을 주밀히 현지답사하여 귀중한 자료를 손금보듯 장악하고 특산물배육에 흥취가 있고 재배경험이 있는 농호들을 묶어 특산물배육기지를 건립하고 기술을 전수하여 질높은 특산물을 재배해냈다. 하여 우리회사 국내외특산물수출임무완성에 확고한 물질적상품래원을 마련하였다. 헌데 장영일은 바로 이런 질좋은 특산물을 국내외에 수출하면서 특산물구입성본가격과 수출판매 값 차이에서 상대의 돈주머니를 정확히 저울질하면서 침착히 응부하여 회사의 대외무역부경제효익을 크게 높이였다. 돈잘 버는 사람이 왕이였다. 최사장은 그런 장영일을 크게 칭찬하고 정신적고무와 물질적 장려를 아끼지 않았다. 장영일을 두해만에 대외무역부 부부장으로, 이듬해에는 부장으로 승급시키였고 큰 집도 주고 차도 고급승용차로 장비해주었다. 그러니 장영일은 뒤가 나가는 줄을 모르고 뛰였다. 더구나 안하무인이였다. 나는 그저 특산물수출자원을 잘 보장해준 값으로 년말이면 선진공작자로 상장을 수여받고 상금을 수여받으면 고작이였다. 그런데 장영일은 인젠 대외무역부부장자리에서 회사 부사장 자리를 넘보는 야망이 싹트고있었다. 그러면 그 다음은 회사 제1책임자 자리를 넘보게 되는것이다. 올라갈수록 더 올라가고픈것이 자리의 속성이였다.
장영일은 장영일대로 자기발전의 스케줄을 완벽히 짜고 있었고 나는 나대로 나의 실력키우기에 신경을 썼다. 아무튼 대외무역부는 나의 뜻과 야망을 실현하는데서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였다.
최사장은 자기생각을 자기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였다. 장영일을 확실히 믿어주고 밀어주면서 잘 중용해주었다. 장영일은 또 충성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최사장이 연설할 때면 사업필기책을 꺼내놓고 제일 많이 적어갔고 최사장이 회사문을 나갈 때면 먼저가서 문을 열어주고 술상에서 옷을 벗을 때면 먼저 벋는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어주고 최사장이 화장실로 들어갈 때면 미리 준비한 고급위생종이를 꺼내주며 최사장이 술이 힘들어 할때는 대신 마셔주면서 말이다. 최사장은 국내외 수출무역장소와 상인들을 만날때에는 꼭꼭 장영일을 데리고 직접 출몰하였다. 다 회사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다른 유관인원들은 제쳐놓고 장영일과 최사장 단둘이 꼭꼭 동행하였다. 하여 사람들은 차차 둘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였고 장사내속에 검은 교역도 있을것이라는 추측도 하기 시작하였다. 아무튼 잘 나가는 장영일은 최사장이 물러날 때 회사경영권을 그한테 넘길것이라는 예측도 사실적으로 차츰차츰 궃혀져 가고있었다. 정말 그렇게 된다면 나는 재수없이 그냥 장영일의 밑에서 일해야 할 운명인것 같았다. 나의 특산물덕에 그냥 경제지표를 완성하고 최사장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지름길만 걷는 장영일을 날이갈수록 나는 아니꼽게 보았었다. 이런 나의 내속을 총명한 장영일이가 모를리 없었다. 장영일은 업무접촉외엔 나하고 만나기를 꺼려 하였다. 효과적으로 피하고있었다.
2
장영일의 해임은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그 자신은 자기불찰로 해임당하였지만 나에게는 그 자리를 바라볼수 있는 천재일후의 기회이기도 하였다. 게다가 최사장이 핸드폰으로 전화까지 걸어와 써줄의향까지 내비쳤으니 더구나 신심이 있었다. 그런데도 마음은 평온할수 없다. 그 자리가 확실해지기전까진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 그래서 온밤 이리궁굴 저리궁굴 하다가 밤잠을 설치였다. 결론적으로는 앉아서 나를 그 자리에 않친다고 할때까지 기다리는것은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는 어리석은 생각이기에 주동적으로 더 바싹 진공하여야 한다는것이였다. 돈을 싫어하지 않는 최사장에게 돈으로 다가가야 했다. 불러서 연회를 차리고 음식과 술로 대접하는 일은 힘이 없고 따라서 효과없는 처사였다. 헌데 돈을 들인다면 받겠는가가 걱정되였다. 나는 여지껏 이런 일을 못해보았다. 주면 얼마를 주면 마땅할가? 회사에서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당원렴정건설회의때마다 최사장은 절대 사업의 편의로 검은 돈을 주어서도 받아서도 안된다고 강조해 왔었다. 당연히 사람들 앞에서는 렴정건설을 말해와야 할 책임자가 아닌가?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를수 있는것이다. 두루 소문을 들어보고 장영일을 아끼고 밀어주고 장영일이 그렇게 충성해온것을 보면 금전관계를 피할수 없는것이였다. 믿는 사람한테서 돈을 받는것은 안전한것이다. 믿고 써주면 받은 돈만큼 아니 더 값있게 써주는것이 되니 돈준 사람도 의견이 있을수 없다. 그러기에 최사장이 나를 믿을수 있는 사람으로 보는가가 문제였다. 또 정말 나를 써줄생각이면 받을수도 있는것이다. 돈을 받으면 모든 일이 명백해진다. 우선 만원을 갖다주자.
나는 이튿날 아침 부잇한 눈을 비벼뜨고 일어났다. 나의 안해는 재작년에 일본으로 류학을 가고없었다. 결혼 7년이지만 애도 없다. 안해가 란소발기부족으로 임신이 되지 않는다. 안해없는 집에서 돈을 어떻게 쓰고는 다 내가 혼자 할일이였다. 우선 변부터 보고 다음 세수를 해야 했다. 나는 매일 아침마다 그러는대로 먼저 텔레비를 켜고 소리를 높여놓았다. 그러면 위생실에서 변을 보면서도 아침 중앙뉴스소식을 들을수 있으니말이다.
변기우에 앉았다. 녀자아나운서의 똑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우유생산업체에서 우유식품속에 멜라민을 넣어 젖먹는 어린아이가 먹고 신장공능이 상실되여 죽었다고한다. 공업용화학품을 사람이 먹는 식품에 넣었다니 그것도 갓 태여난 어린아기들이 먹는 식품에 말이다. 이게 어디 사람이 할 짓인가? 용서할수 없는 특대영아상해사건이였다.
방금 들은 소식에 분개하여 배에 힘을 주었다. 원래 배속에 곱이 없고 물만 차 있는 모양인지 로페물이 기관총 쏘듯 뚜뚜뚜뚜 시원히 몽땅 나가버렸다. 사회의 더러운 현상은 바로 이렇게 시원히 배출시켜 버렸으면 했다. 이때 이상하게 아침마다 변비때문에 무척 고생하는 최사장이 상기되였다. 배변도 방정히 못하는 그 고통 오죽하랴! 저도 몰래 마음이 측은해지였다.
최사장은 심한 변비로 나이 50을 갓 넘겼는데도 얼굴이며 손등에 로인반점같은 검은 버섯이 꽤나 많이 돋아나있었다. 내가 특산을 연구하니 변비에 용한 특산이 있는가고 물어본적이 있어 잘 가꾼 질좋은 무얼(검정귀버섯)도 갖다들였고 그외에도 여러가지 비방을 탐문하여 알려주기도 하였었다. 허나 내가 올린 비방은 장영일이 고해올린 충성의 비방에 밀려나고 말았다. 사람은 믿는 사람의 말이 더 귀에 드는 법이다. 최사장의 변비는 이상하게 잘 낮지 않았다. 약을 쓸때는 효전이 있는것 같았으나 약을 정지하면 그새 장상이였다.
변비란 대장의 아래부분에서 로페물의 통과가 늦어져서 수분이 적은 딱딱해진 대변이 항문으로 배출되기 힘든 생리학적 병리현상이다. 최사장이 어떻게 이 병에 걸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미 만성변비를 넘어선 상황이였다. 상복부팽만감, 트림, 멀미, 역류, 복부불쾌감이 생기던것이 어제 일 같았는데 지금은 두통, 현훈, 식욕감퇴, 구강 내 악취 등 전신증상이 생기고있었다. 장안에 변이 오래동안 차있으면 변자체가 가지고있는 독성이 전신에 퍼지고 대장암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변비치료는 평상시의 규칙적인 배변습관을 회복유지하는것이 중요하다. 수분함유량과 섬유질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여 수분섭취량을 많이 늘리고 약물복용보다는 신체활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복근운동을 하는것이 좋다고 의사는 늘 말했지만 이상하게 귀에 들지 않았다. 최사장은 망가지는 자기건강에 생각을 두어 옳바른 대책을 강구하는것보다 다른 일에 신경쓰고 몰입하고 있는것 같았다. 다른 일에 정신이 빠지면 응당 적시적으로 수정해야 할 사업적, 신체적 건강도 홀시하게 되고 시기를 늦추어 큰 실수를 보게 되는 법이다.
최사장은 물보다 딴딴한것을 좋아하였다. 물은 새여서 몸밖으로 나가니 가둘수 없어서 싫은 모양이였다.
나를 써주겠다고 하니 이런 걱정이 생기는가? 참 나도 우스웠다. 사람은 다 리기적인것 같았다. 전에 없었던 동정의 마음이 생기니말이다.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니 말이다.
3
나는 촉급한 심정으로 세수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책궤구석에 숨겨둔 저축통장을 꺼내 호주머니에 넣고 텔레비를 끄고 총망히 집을 나섰다. 저축소에 들려 돈을 찾아가지고 택시를 잡아탔다.
최사장이 들고 있는 아빠트는 시가지에서도 친환경적인 아늑한 곳이였다. 수림이 있고 공기 좋고 물이 흐르는 곳이였다. 몇해전에 지은 질좋은 고급스런 아빠트였다.
나는 택시에 앉아 가면서 자꾸 떠오르는 생각을 반복하였다. 최사장이 왜 나를 대외무역부부장자리에 중용해줄 생각을 하였을가? 나의 좋은 사업실적, 나의 인품, 나의 전업, 일에 몰입하는 근면한 사업태도, 그리고 또…에익, 나절로… 자기한테 좋은 평가를 하지말고 행동하여 결과를 본다음 보자. 세상사람들이 제절로 자기를 나쁘다는 사람이 있을가?
최사장이 들어있는 고급스런 아빠트단지대문밖에서 택시는 멈추었다. 나는 택시값을 치르고 차에서 내리였다. 과연 들은바와 같이 꽤나 좋은 곳이였다. 아빠트단지안 중심은 광장이였다. 광장중심에 물을 뿜어대는 원형 조각상이 있었다. 조각상 둘레에는 푸른 잔디를 깔았고 옮겨다놓은 미츨하게 생긴 소나무가 빙둘러 넉넉한 거리로 심어져있었다. 그런데 소나무 몇그루가 한창 잎이 퍼래야 하는 계절에 시누렇게 죽어있었다. 지난 가을에 옮겨다 놓은 소나무였다. 가망이 없었다. 토질이 맞지 않았다. 죽어 꺼칠한 소나무가지에 참새 몇마리가 앉아서 죄꼬만 머리를 좌우로 아래우로 움직여대면서 재잘재잘 울고있었다. 나무가 죽으니 슬퍼서 우는 걸가? 참새의 의식과 심리를 나는 알수 없었다. 그저 참새는 높은 곳에 날아올라 땅을 살피여 먹이를 찾는 생존본능이 있는것은 알고있었다. 먹이는 하늘공간에 없다. 땅에 있었다. 우리회사대외무역부도 먹이가 많은 곳이였다. 그래서 장영일이와 내가 접어들어 장영일이 파렴치한 술법으로 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했었다. 워낙 좋은 자리는 넘보는 사람이 많은 법이다. 좋은 자리란 또 위험한 자리이기도 하다. 리익이 집중되는 곳이니 마음을 먹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니 말이다. 오늘 장영일이 그자리에서 돈을 뜯어먹고 넘어가지 않았는가?
참새는 그냥 재잘재잘 울어댔다. 죽은 소나무가 가엾었다. 자라던 곳에서 그냥 자라게 할것이지 왜 옮겨다가 죽게 한단 말인가? 참새도 소나무가 죽어간다고 슬퍼서 울가? 그렇다면 인간과 같이 정이 있는 동물이 아니겠는가?
나는 보이는 대로 생각해보고있었다. 허나 세상은 눈에 보이는것이 전부가 아니였다. 참새가 뭔가? 내 일이 더 급했다.
나는 쉽게 최사장아빠트단지 아래 출입문앞에 이르렀다. 최사장집은 3호, 3단원, 301호였다. 최사장핸드폰번호 마지막 5섯자리수가 바로 집주택건물번호였다. 33301호였다. 두사람이 서로 의지하기보다 세사람이 삼각형을 이루어 의지하면 어느 쪽으로도 넘어가지 않는다고 3을 골랐고 그 3자가 또 세개이니 끄떡없을것이고 그래야 곧게 1자로 인생이 무너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살아갈수 있다는 뜻에서였다. 장영일이 신경써서 돈까지 팔아 점괘를 보이면서 알선해준 방토의 뜻이 깃들어 있는 수자였다. 나는 1층 층계출입문 웃쪽에 설치된 최사장 집번호 301 초인종단추를 눌렀다.
“누구세요?”
최사장댁이였다.
“녜, 저 한 회사에 있는 사람입니다.”
최사장부인은 나에게 인상이 별로 없다. 최사장 생일날이면 회사중층령도들과 회사에서 오래있은 나이 지숙한 분들 몇이 요청을 받고 가서 축하해주면서 만났을 뿐이다. 나는 어느 장소에서나 별로 말수가 적다. 언변이 없는것은 아니지만 공개장소에서 그렇게 활발하지 못하였다. 그러니 인상이 별로 남지 않았다.
“누구라구요?”
“성택이라고 부릅니다.”
“누가 왔어?”
최사장이 묻는 소리였다.
“당신단위 사람같군요. 성 뭐라고 하는데요?”
“없다고 해, 똥도 채못누었는데 아침부터 무슨 손님이야!”
최사장이 위생실에서 신경질적으로 호통치는 소리가 최사장부인이 들고있는 전화기로 1층나발에까지 전달되였다. 최사장부인은 남편의 명령에 복종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똥구멍이 멘다고 또 떠들어 댈테니말이다. 정말로 찾아온것도 기회가 아닌가 싶었다. 힘든 변을 볼때에 찾아왔으니 당연히 성깔을 부릴수 밖에! 나는 기다렸다가 변을 다 본 다음에 들어가려고 작정하였다. 나발을 통해 들어간 나의 목소리가 최사장한테 정확히 전달되였을가도 걱정되였다. 내가 성택임을 똑똑히 모르고 제똥누기 힘들어서 일체 손님을 들여놓치 않는다고 좋게 나자신을 위안해보았다. 그런데도 왼쪽 가슴이 답답해왔다. 왼쪽 안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만원돈이 천근무게처럼 심장을 누르고있었다. 나는 후 하고 긴숨을 내쉬였다. 최사장이 똥이 나가지 않는다고 내가 그냥 똥자리에서 앉은 석동이 될순 없었다. 나는 한식경이나 기다렸다가 다시 벨을 눌렀다. 역시 최사장댁이 받았다. 나는 내가 최사장회사 김성택이라고 나발가까이에 대고 정확히 여쭈었다. 그러자 최사장댁은 대답도 없이 초인종을 지레 꺼버리였다.
나는 뻥뻥해났다. 졸지에 등뒤가 오싹 떨렸다. 나를 들여놓치 않는것은 결국 나를 대외무역부 부장자리에 세우지 않겠다는 말과 같았다. 왜서일가? 똥 눌때 왔다고서일가? 아니면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단 말인가? 하기야 그 자리를 넘보는 자들이 어디 한둘인가? 어쨌든 두번 초인종을 눌러 내가 김성택임을 정확히 전달하여 문이 열리지 않는것만은 사실이였다. 그럼 나는 가망이 없단 말이다.
이때 내가 서 있는 쪽으로 검은 색 오디 하이야 한대가 스르르 미끌어져 와서 멈춰섰다. 차에서 한 녀인이 내리였다. 그가 직접 몰고 온 하이야였다. 녀인은 실팍하였다.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고있었다. 아래우에 하늘색의 값가는 팔짜른 적삼과 치마를 받쳐입었다. 실팍한 몸이면 좀 헌헌하게 입으면 풍채가 좋아 이미지도 여유있게 보이련만 옷과 치마를 몸에 딱 맞게 입으니 둔중한 몸의 둔팍한 몸매를 과시하려는것 같아서 마땅치가 않았다. 내 눈에는 옷차림새와 몸매가 어울리지 않았다. 허나 그녀자는 그 맵시가 맞다고 곱다고 좋은 인상을 준다고 생각하고있을것이였다. 아무튼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달랐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일수 없다. 그녀는 장방형모양의 각난 얼굴에 분칠은 더 도도하게 하였다. 얼굴면적이 3분의2를 넘는 령토가 하얀 밀가루처럼 분이 넘쳐나게 묻어있었다. 눈섭은 상현달이요 입술은 뚝뚝 떨어지는 선지피였다. 목과 목아래 허연 살을 꽤 많이 내놓은 곳에는 실하고 실팍한 금목걸이가 걸려있고 손에는 배가 불룩한 악어가방이 들려있었다. 돈자랑인지 금자랑인지 모두 충만하다는 배포같았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회사 최사장을 찾아온 녀자였다. 시간기억을 잘하고있는것이 나의 또하나의 장점이였다. 그때 복도에서 나와 만나 최사장사무실을 묻기에 알려주었었다. 바로 그녀인이 그 화장에 그 복장을 하고있었다. 다른것이라면 손에든 가방이 변했다. 특수한 사람은 기억에서 잋혀지지 않는 법이다. 녀인은 실한 몸을 기우뚱 거리면서 내가 서있는 출입문쪽으로 다가온다. 바로 내가 서있는 출입문앞에 당도하여 좋은 시력으로 301단추를 누른다.
“누구세요?”
최사장부인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방금 전화한 사람이예요.”
“그래요.”
두말없이 문이 철컥 열리였다. 녀인은 어디서 본 기억이 나는지 나를 힐긋 쳐다보고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기회라고 따라 들어가려다가 멈춰 서버렸다. 들어갈수 없었다. 나에게 열려지지 않은 문으론 들어갈수 없었다. 나의 얼굴과 자존은 두발을 묶어두었던것이다.
방금 들어간 녀인이 무슨 일때문에 최사장을 찾는지 궁금해났다. 나처럼 꼭 긴요한 일이 있으리라. 무슨 일일가? 혹시 같은 자리를 넘보는 녀인일가? 그렇다면 나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그녀에게 문을 열어주었으니 나는 밀려난것이다. 나의 안쪽 호주머니에는 돈만원이 들어있고 그녀인의 악어가죽가방에는 무엇이 배불룩이 들어있을가? 돈일가? 돈이면 몇만원 들어있을가? 돈으로 해도 나는 그녀인과 대비할수 없는것 같았다.
나는 열리지 않는 문을 맹랑하게 지켜보았다. 잘 안풀리는 사람에게는 한숨이 많은 법이다. 또 후 하고 한숨이 나갔다. 답답한 가슴은 숨으로 자동조절하는 기능을 가지고있었다.
이때 택시가 근처에서 부르릉 멈춰서는 소리가 났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들어간 녀인이 세워놓은 검은색하이야 뒤에 택시가 멈춰섰다. 택시뒤문이 열리면서 로인한분이 내리였다. 겨우 몸을 챙기면서 말이다. 택시가 떠나자 로인은 내쪽으로 걸어왔다. 풍을 맞았는지 오른 쪽 팔과 다리를 잘 쓰지 못하였다. 모자를 쓰지 않은 머리발은 빗질을 하지 않아 어수선히 날려있었다. 로인은 바로 내가 서있는 출입문 앞에 와서 멈춰섰다.
“301을 눌러주겠수?”
로인은 눈이 가서 수자를 알아보지 못하고있었다. 301이면 최사장집이였다. 로인 눈의 흰자위에는 피가 충혈되여있었다. 나는 301호를 눌러주었다.
“누구세요?”
역시 최사장댁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나 영일의 아…아버지우다.”
로인의 목소리는 격하게 떨리였다.
“없어요!”
이번에는 밖에 온 사람이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지레 없다고 한다. 로인은 귀가 갔는지 말을 잘 알아듣지 못했다. 문이 열리지 않차 로인은 다짜고짜로 주먹을 쥐고 초인종단추를 쾅쾅 쳐댔다. 그러니 여러집의 초인종단추가 한꺼번에 눌리웠다. 그러자 순식간에 나발에서 조선말로 한족말로 “누구야” “세이야” 소리가 흘러나오면서 또 어느집에서는 무심중 초인종단추를 눌러 문이 열리였다. 영일의 아버지가 왜서 최사장을 찾아 왔을까? 영일이를 면직시킨 최사장과 한판 시비를 해볼판으로 온 로인같았다. 로인은 출입문을 밖으로 당기였다. 나는 저도모르게 걸음걸이가 불편한 장영일 아버지를 부추키였다. 로인은 퍼러뎅뎅한 눈으로 자기를 부추키는 나를 피뜩 돌아보며 똑똑치 못한 발음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나는 최사장을 찾아온 김에 방금 그녀도 들어갔고 나와 로인은 문전박대를 받고나니 여러가지로 마음의 탕개가 꼬이면서 지레 로인을 부추키여 층계를 오르기 시작하였다.
301집문앞에 당도하였다. 로인은 주저하지 않았다. 방금 아래에서 하던 대로 301문을 쾅쾅 두드려댔다. 출입문 변두리웃쪽에는 밖의 사람얼굴을 다시 환히 내다 볼수 있는 화면초인종이 설치되여 있었다. 로인은 그런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문만 탕탕 두드려댔다. 허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로인은 침을 튕기면서 욕설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이눔아, 문열지 못할까?...내 아들이 네놈이 시키는 대로 밤낮없이 뛰였다…네놈이 더 해먹었지, 내 아들이 더 해먹었는 줄 아느냐? 면직당하면 같이 면직당해야지. 감옥가면 같이가구…이 놈아 왜 하필 내 아들이 네먼저 당해야 하느냐? 이 눔아…나와 같이 검찰원에 가자! 가서 결판 짓자! 이 놈아, 문 열어…열란 말이다!”
로인의 얼굴은 지지리 붉어지고있었고 태양혈에서는 굵은 피줄이 막 일어서 갔다.
“문열어라 이 눔아!...”
로인은 주먹으로 치다가 왼발까지 들어서 문을 찼다. 나는 로인이 이러다가 쓰러지기나 할가봐 걱정되였다. 집안에서는 얼굴이 보이는 화면에 모여서서 밖의 로인과 그 로인을 부추키고 있는 나를 번갈아보며 판국을 흥정할것이였다. 아무튼 일이 이렇게 된바에야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로인의 목소리는 더 격해갔다. 복도에서 떠들어대니 최사장 맞은 켠에 있는 집에서 웬 사람들이 소란을 피우는가고 문을 열었다. 한족집이였다. 20살을 넘어보이는 청년과 그 청년의 어머닌듯한 중년부인이 눈이 휘둥그래서 내다본다.
“이 눔아--문…문…문을 열어…”
로인은 말끝을 못맺고 어어 하더니 몸을 가누지 못한다. 나는 얼른 로인을 부추키였다. 로인은 눈알이 꼿꼿해 나고 사지가 뻗뻗해지면서 지각을 잃어갔다. 원체 키가 크고 뼈가 굵은 로인의 몸은 무거웠다. 아무래도 심장마비가 아니면 뇌출혈이 온것 같았다. 나 혼자서 로인을 부추키기에는 힘이 들었다. 더구나 문을 열지 않는 최사장에 대한 분노가 터지기 시작하였다. 사람을 골라 문여는 집, 졸렬하게 느껴졌다. 더럽게 느껴졌다. 이런집으로 돈가지고 찾아온 내가 역겨워났다.
“로인이 쓰러졌는데 문열지 않고 뭘 합니까!”
나도 소리가 나갔다. 그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할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서 시의원구급중심 112에 전화를 걸었다.
최사장집 맞은켠의 문열고 내다보던 한족청년이 끌개신을 신고 나와서 로인을 나의 등에 엎히였다. 내가 로인을 업고 3층을 간신히 내리는데 밖에서 앵앵 하는 경보소리가 귀청을 깨면서 들려왔다. 방금 전화를 했는데 벌써 왔단 말인가? 한족청년이 일층복도출입문을 열자 검찰원집법복장을 한 사나이 셋이 불쑥 들어섰다. 그들은 내곁을 지나 우로 달음질쳐 올라갔다. 나는 로인을 업고 빨리 걸을수도 없어서 잠간 머밋거리였다. 문열라는 소리는 바로 301최사장집 문앞에서 울리였다.
일이 생긴것이였다. 나는 로인을 업고 문밖으로 나왔다. 한족청년이 곁에서 그냥 부추켜주었다. 근처에서 앵앵 소리가 들려온다. 구급차가 당도하고있었다. 최사장은 검찰원집법일군들에 의하여 두손에 수쇠를 채운채 얼굴이 새까매서 나타났다. 똥색갈보다 더 검어보였다. 최사장은 나의 등에 업힌 로인을 피뜩 흘기고는 다시 나에게 시선을 쌀쌀하게 준다. 아침에 똥이 안나가더니 결국 이런 똥대접을 보자구 그랬구나 하는것 같았다. 나에 대한 서운함이 꽉 찬 시선이였다. 어찌보면 처량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실팍한 녀인이 뒤따라 허둥대면서 나타났다. 자기승용차 앞에서 최사장이 검찰원차에 실리는것을 대강 보고 얼른 차안에 쏙 들어가버리였다. 그 뒤로는 최사장의 안해가 울상이 되여 머리가 삼검불이 되여 나와서 발을 동동구르며 어쩔바를 모른다. 구급차가 당도하였다. 나는 로인을 구급차에 실었다. 차에 앉아서 장영일네 집에 전화를 걸었다. 기억력만은 뛰여난 나였다. 우리집 전화기에 수록된 장영일네 집전화번호를 눌렀다.
“장영일을 찾습니다.”
“없-어-요…”
전화받는 사람은 녀자였다. 목소리가 몹시 처지고 갈리였다. 보매 장영일의 안해였다.
“장영일 아버님께서 최사장집을 찾아왔다가 문앞에서 졸도하였습니다. 지금 구급차를 불러 시병원으로 가는 길이니 병원으로 곧추 오시요. 꼭 장영일한테 일러야 합니다!”
“남-편은 갈수 없어요…”
“무슨 소리?...어데 갔습니까?”
장영일의 안해는 대답을 하지 않고 훌 수화기를 놓아버렸다. 장영일이 어떻게 되였단 말인가? 안해가 울고 장영일 아버지가 최사장을 찾아와서 윽윽하는것을 보면 꼭 최사장이 장영일을 해임시킨 후에 또 다른 일이 발생한것임이 틀림없었다. 자살이라도 하였단 말인가? 얼핏 떠오르는 불길한 생각이였지만 나는 인츰 부인해버리였다. 장영일같이 자사자리가 많고 술법이 많은 사람이 자기목숨끝는 일을 할 사람이 아니였다. 나의 머리는 장영일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 내가 대외무역부 부장자리가 좋아서 9년전에 접어들었고 장영일한테 속히워 경쟁방안을 토설하여 그가 가지고 자리를 궃히게 한후 시종 그 자리를 가지겠다고 지금껏 노려오지 않았던가? 장영일도 결국 그 돈에 매혹되여 벌칙하고 넘어갔다. 오늘 최사장도 대개 그 꼴이다. 그러면 그 자리를 욕심내고 바라온 나 역시 어떻게 될가? 나는 그 산에 올라도 보지 못하고 등이 섬뜩해지였다. 옷안주머니안의 만원짜리 뭉치돈이 작탄처럼 담방 터지려고 심지에 불이달리는것 같았다. 그 자리가 나의 적성과 능력에 맞는 자린지 고려해보아야 했다. 내가 욕심나는 자리라고 하여 다 나의 자릴수 없으니말이다. 장영일과 최사장이 다 넘어가지 않는가?
생각은 죄없이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 좌충우돌하고 현실은 그대로 눈앞에서 펼쳐지였다. 검찰원에서 최사장을 억류해갔다. 그러니 해임당한 장영일이 먼저 검찰원으로 가서 다 불어먹은것일가? 붙잡혀 간것일가? 자수한것일가? 아무튼 내 생각하는 일들이 전부는 맡지 않아도 또 부인될수 없는 현실임은 틀림없었다.
120구급차는 다시 앵앵 경적을 뽑는다. 차들이 빠지자면 맨 뒤에 오는 구급차부터 나가야 했다. 다음 검찰원승용차, 그 다음 그 녀가 몰고온 승용차였다. 그래야 길이 열린다. 자리를 차지한 차가 사라져야 다른 차가 들어설수 있었다. 구급차는 자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생명을 구하는것이 언제나 첫자리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특수였다. 위급한 생명은 시간을 다툰다. 양보할수 없는 자리였다.
장영일이 왜 나한테 핸드폰을 걸어왔을가? 우리집에도 전화를 걸어오면서 말이다. 지금 장영일이는 어디에 있고 또 무엇을 하고있을가?
…… 2009년 11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