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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2014년 11월 27일 15시 31분  조회:1187  추천:0  작성자: 최상운
 그래서 세월이 약이라 했던가
 


       인생을 살다보면 자기의 뜻대로 되지않는것이 있다. 하기에 사람들은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을 가끔 쓰는것 같다. 사람들은 때론 한치의  앞날도 내다 볼수 없지만 자기가 겪은 일을 거울로 삼아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는 알수 있다.  
    
        형님은 생전에 세월은 약이였다. 는 말을 늘 해왔다. 나는 젊었을 때는 이 말의 참뜻을 모르다가 나이를 먹고서야 형님의 왜서 그런말을했을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형님은 학자는 아니였지만 자신의 지나온  인생길을 더듬어 이런 지론을 내놓았을것이다. 

         형님은 내가 어렸을때 우상이였다. 젊었을때의 형님의 모습은 정말로 멋졌다. 허여멀쑥한 얼굴에 1.80메터의 헌치한 체격을 가졌는데 누가 보아도 그렇다 할 그런 미남자였다. 멎진 체격에 걸맞게  북경에서 사업하므로 더욱 인기를 끌었다. 그때 나는 형님이 있으므로 하여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랐다. 

        50-60년대초, 형님은 만민이 우러러보는 북경에서 사업하시였다. 당시, 어느 누구던지 북경으로 가자면 매우 힘들었다. 돈도 없고 갈수있는 여건도 없었다. 그런데 형님은 변강의 한 시골의 농민의 아들로 태여나 운수 좋게 북경에 살고있었다. 형님이 북경에 있으므로 나는 어깨가 으쓱했고 친구들은 모두 나를 부러워 하였다.

       형님은 1954년도 도문한어사범학교를다니였다. 그후  중국인민해방군에 입대하였다. 입대하여  석가장 철도병군관학교에 입학하였다. 

      1년후 학교측에서는 두가지를 선택하게 하였다. 계속 학교에 남아 학습할것인가? 아니면 철도병 축구운동원으로 되는가? 하는문제를 선택하게 하였다. 형님은 젊은 패기에 운동원으로 되는것을 선택하였다. 운동원 생활이 3년이 지나 제대되여 북경철로국에 배치를받았다. 형님은 그때까지 운수가 대통한 사람이라 할수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그렇게 잘 나가던 형님한테  액운이 닥쳐올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1957년에 터진 반우파 투쟁, 대약진 열풍, 3년 자연재해의 여파로 오는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1962년부터 중앙에서는 도시인구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하였다. 이 결정에 의하여 전국적으로 2000천만의 도시의 청년들을 동원하여 자원적으로 농촌으로 나가게끔  동원 했다. 그 당시 이런일이 자신에게 닦쳐오리라 형님은 예견못했다. 

        조직에서 농촌에 부모가 있거나 처 자식이 있는 사람은 무조건 농촌으로 가야 한다고 동원했다. 형님은 농촌으로 내려가는것을 내키지 않았지만 부모 형제가 농촌에 있으므로 할수없이 고향으로 가기로 자원신청했다. 형님이 갑작스례 집에 들어서자 온집식구는 깜짝 놀랐다. 동네사람들도 모두들 의아해 하였다. 혹 형님이 착오를 범하여 농촌으로 쫒겨 내려오지나 안냐 하는 의혹을 커지게 하했다. 
  형님은 집으로 돌아온후 몇일 두문불출하며 수심에 잠겨 있었다. 그처럼 좋은 북경에서, 훌륭한 조건을 같고있는 직장에서 사업하다가 시골 농촌으로 내려와 땅과 씨름하며 살아야 하겠으니 왜 그렇지 않겠는가. 평생 농민으로 될일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 하였을것이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님은 농촌에 마음을 두긴 하였지만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위하여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술은 형님의 마음을 풀어주지않았고 오히려 형님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 

        그때 다들 생기를 잃은 형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후 형님은 농촌으로 내려온 일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세월과 함께 잊고 살았다.  세월은 빨리도 흘러 그렇게 멋지던 형님도 늙은이로 변하였다. 형님이 환갑나이가 되자 갑자기 환갑을 세겠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조부님과 부친께서 환갑을 못 세고 세상을 떠나셨으므로 자신도 오래 못 산다는 우려가 드신 모양이였다. 그러나 형님의 명은 형님생각과 같이 그렇게 짭지 않았다. 형님은 70세까지 앉았다. 더 오래 앉을수 있었으련만 술에 대한 애착이 너무나도 심하여 더 오래 앉지 못하였다.
  
        왜서 그렇게 술을 좋아 하셨던지? 지금도 형님생각을하면 안타갑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되고 많이 마시면 독이된다. 형님은 술을 많이 마시면 독이된다는것을 알면서도 술을 공제 못하고 일단 마시기만 하면 취했다. 
  
        형제라도 집살림이 달라 형제가 다같이 모일 때가 많지않았다. 설명절이나 군일이 있을때에는 형제들과 일과 친척들이 장손인 형님네 집에 모여들었다. 어쩌다 만나는 형제들과 친척들 모임이면 형님은 기분이 좋다면서 술을 취하도록 마셨다. 술에 취하면 같이 늙어가는 동생들도 어린아이 취급을하는 형님을 보면 어처구니 없어 웃기만 했다. 형제들과 자식들이 형님에게 술을 적게 마시라고 권고하면 들는척 하다가도 몇일이 지나면 또 술에 취하였다. 어떤때에는 한잔을 마시고도 취한척 하기도 했다. 술 버릇을 못 고치는 형님을 보면서 어떻게 할 방도가 떠오르지않았다. 술김에 사촌에게 집을사준다는 말이 있듯이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마음이 올졸한 사람이 없는것 같다. 비록 술때문에 형제간에 기분이 상할때가 있었지만 한없이 마음이 너그러운 형님이 있으므로 우리형제는 형님을 주축으로 화목하게 보냈다.

        형님은 로년에 촌로인회 회장을 맏은후 더 자주 술을 마셨다. 술은 형님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해쳤다. 형님은 만년에 알콜중독으로 기력이 쇠퇴하고 기억력이 소실되였으며 사유가 민첩하지 못하고 고집만 세졌다. 

         내가 한국에 있을때 형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여건이 허락치 않아 형님의 장례식에 참가못했다. 형님을 떠나 보내고보니 그간 형님에게 섭섭했던 일은 다 잊어지고 형님에대한 좋은일만 떠올랐다. 내가 초급중학교를 다닐때 일이다. 어느날 운동원이였던 형님이 집으로 놀려왔다. 형님은 자신이 소중히 간직하여온 새하얀 운동화를 나에게 선물했다. 선물을 받고서 나는 얼마나 기뻤던지 몰랐다. 그 당시 내 또래들은 새 신을 신고 다니기 어려웠다. 나는 형님이준 운동화를 보배처럼 소중히 여겼다. 평상시에는 신지않다가 요긴할 때 신고 나서면 내 운치를 돋구어 주었다.  또 한번은 형님은 부모님들이 모르게 가만히 나에게 용돈 5원을 주었다. 그 당시 5원이면 옷 한켠지 살수있는 큰 돈이였다. 사실 그 돈은 형님이 내가 학습용품을 사는데 쓰라고 준 돈이였지만 나는 그 돈을 소설책을 사고 영화를 보는데 써버렸다. 그외에도 형님이 나에게 베푼 사랑이야기는 많고도 많다.  
    
       오늘 새삼스럽게 세월이 약이라는 형님의 말을 되새겨 보게 된다. 정말 세월은 약인것 같다. 누구의 말도 잘 안듯던 형님도 자기 스스로 정신수양을 하여 과거의 아푼상처를 털어버리고 새 삶을 선택했다. 형님은 비록 당원은 아니였지만 집체때에 여러해 생산대장사업을 맏고 열심히 일하시였다. 형님은 생산대장을 맡아하면서 사원들을 이끌어 농사도 잘 짓고 부업을 잘하여 룡정현에서 부유하기로 소문난 생산대로 만들었다. 하여 형님은 사원들의 지지와 정부의 심임을 받아 룡정시 인민대표로 당선되기도 했다. 
  
        형님은 위업을 못 쌓았지만 소중한 추억으로 많이  남겼다.
 지금도 우리집 사진 앨범에는 형님이 청년시절에 찍은 사진들이 보관되여있다. 사진을 보면 젊었을때의 형님의 멋진 모습이 력력히 보인다. 운동장에서 찍은 씩씩한 모습, 군관학교 시절에 찍은 사관생 사진. 전국 각지를 돌면서 찍은 사진들이 있으며 룡정시인민대표로 되여 대표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다. 다른 사진보다 인민대표로되여 찍은 사진이 유표하게 나의 시선을 끌고 있다. 그 사진에는 북경에서 농촌으로 내려온후 실망하여 술에 취해있던 형님이 세월과 더불어 모든시련을 이겨내고 농촌에 안착하고 열심히 사업하신 형님의 모습의 오래오래 남아있다.    



청년생활 2014년제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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