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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서정
2014년 11월 28일 12시 52분  조회:2290  추천:1  작성자: 최상운
단풍잎 서정
 
    나는 모아산에 자주 간다. 모아산을 한바귀 흭 돌고나면 몸이 거뿐해지고 정신의 맑아지면서 새로운 기운을 얻는것 같기때문이다. 그러고나면 글을 쓰는데 훨씬 잘 떠오르는둣 했다. 
   지난가을 역시 나는 글을 쓰다말고 머리도 쉬울겸 모아산으로 향하였다. 차창으로 스쳐지나는 길가의 가로수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노오랗고 빨간것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모아산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니 황홀한 전경에 감탄이 절로 터져나왔다. 며칠전까지만 해도 푸르싱싱한 생명력을 자랑하던 나무잎들이 벌써 울굿불굿 단풍이 들고있었다. 한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듯하였다.
   사시장철 푸른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름을 안고 산중에 우뚝서있었고 그와 조화를 이루듯 자작나무는 빨간색으로, 이깔나무와 백양나무는 노란색으로,  키 작은 잡목을은 빨갛고 노란 색동저고리를 떨쳐입고 큰나무들 사이로 예뿐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등산객들을 반겨주고있었다.
    나는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천천히 산길을 따라 걸었다. 한걸음씩 옮겨디딜 때마다 발밑에서는 바스락바스락 가랑잎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나무잎들은 하나둘 가지를 떠나 땅우에 떨어졌다. 아직 고운 빛갈을 간직하고있는 나무잎들은 그렇게 조용히 땅우에 내려앉아 시들어가는 가랑잎으로 변해가고있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어제날을 뒤로 하고 생명을 한껏 불태우다가 소리없이 스러져가며 단풍잎은 조용히 땅을 찾아갔다. 그모습이 우리의 인생과 너무나도 닮아있어 나는 가슴 한구석으로 몰려오는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었다. 인생의 꽃피는 청춘시절도, 무성한 가지를 뻗으며 푸르름을 자랑하던 중년시절도 지났으니 나역시 곧 가지를 떠나게 될 단풍잎신세가 되지 않을가? 내젊음도 이제 가랑잎처럼 허무하게 스러져가지 않을가? 내가먹은 나이를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였다.
     나는 발밑에 떨어진 단풍잎 하나를 주어들었다. 그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고싶어 배낭에서 노트를 꺼내 갈피에 정히 끼워넣었다. 이제 어떤 잎은 누군가의 책갈피속에 끼워져 영원한 단풍잎으로 남게 되고 또 어떤 잎은 바람에 몸을 맡기며 여기저기 흩날리다가 산속 어딘가에서 쓸쓸히 썩어가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나무에게 있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제일가? 푸르름을 자랑하던 록음이 우거진 나날들일가? 아니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는 지금의 이 순간일가? 웬지 후자를 선택하고싶은 나의 속내를 감추고싶지 않다. 고스란히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면서 나이들면 드는대로, 눈가에 주름살이 생기면 생기는대로… 그러나 할 일이 남아있고 아직 해야 할 일도 많다. 그속에서 보람을 얻을줄 아는 늙은이에게 인생의 황혼기란 온 산을 뒤덮는 단풍의 화려함에 못지 않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걸오온 인생을 되돌아보니 사실 나 역시 별로 희한하게 살아오지는 못하였다. 젊은 시절 작가가 되려는 꿈을 품고있었지만 이러저러한 여건으로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마냥 그 꿈을 버리지않고 가슴속에 묻고 살아왔다. 나이 륙십이 넘어 한국땅을 밟게 되였는데 그속에서 나는 살아있는 우리의 민족문화와 전통들을 새삼스럽게 피부로 느끼게 되였다. 고국에서 새롭게 력사와 문화를 알아가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였고 그러던차에 연암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를 읽게 되였다. 오래동안 내안에서 잠자코 있던 꿈이, 그욕망이 다시 생기를 받아안은듯 힘차게 꿈틀거리기 시작하였다. 글을 쓰고싶었다. 고국의 문화를 내 나름대로의 관점에 따라 적어보고싶었다. 그것이 발단으로 되여 나는 매일 바쁜 일상에서 짬을 내여 유적지를 답사하고 관련된 책들을 부지련히 일으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고래희를 넘긴 오늘날까지도 나는 여전히 주죽이 들지 않고 글을쓰고있다. 글농사란는 말이 있다. 정작 필을 들고 글농사를 지으려니 앞이 캄캄했다. 밭농사, 자식농사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참 그놈의 글농사에는 도통 자신이 생겨나질 않았다. 주변의 차거운 시선도 외면할수 없었다. “글을 써서 뭘 합니까? 누가 본다고?” 부질없는 일을 하지 말라며 입가진 사람들마다 너나없이 한마디씩 뚱겨주었다. 인네넷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서 외면당하는 종이책자들, 문학은 저리 가라 하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세태까지 더해지니 애초 하늘을 찌르던 자신감마저 사라질것 같은 위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글을 썼지만 나 스스로는 행복감에 흠뻑 도취돼있었다. 내가 쓴 글들은 고스란히 원고지우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있었다.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나는 15만자에 달하는 기행문의 초고를 완성하였다. 후에 나는 조선 려행을 하면서 조선기행을 썼다. 남북을 오가면서 쓴 글을 합하여 “코리아남북”이라는 책을 묶었다. 알찬 수학을 거둔 농부의기쁨을 만끽하듯 나도 그속에서보람을 얻었다. 늘그막에 욕심을 부리면 “로욕”이라고 한다. 선인들이 여생을 편히 살려면 욕심을 버리라고 충고했지만 웬일인지 나는 나이를 먹느면 먹을수록 욕심이 더욱 팽창했다.
     나는 “주책맞은”늘은이이다. 당당하게 지신에게 도전장을 내걸고 분투하고 있다.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도 탐복의 눈길을 보낸다. 세월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67세에 컴퓨터를 배웠고 68세에 자동차운전면허를 땄으며 69세 되는 해에는 책 두권을 출간하였고 중국민족에술가협회 회원으로 되였다. 그리고 70세에는 그처럼 꿈 꾸던 “연변작가협회”의 회원으로 되였다. 또한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자선단체의 일원이 되여 그선두에서 하루하루 알찬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젊은 시절보다 더 신나게 일하며 눈코 뜰 새없이 바쁘게 돌아친다.
    정오의 태양이 나무가지사이로 쏱아져내려와 눈이 부셨다. 나는 단풍잎을 끼워둔 노트를 다시 배난속에 조심히 넣어두고 산을 내릴 준비를 하였다. 해빛을 받아나나서인지 단풍잎들은 그 아름다움이 한결 더해졌다.
    강한 바람과 뜨거운 해빛을 이겨낸 나무잎은 이제 황혼을 불태우면서 생의 아름다움을 장식하고있다. 나무가지에 달려 오랜 생명력을 자랑하며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마지막 한장의 단풍잎으로 될것인지, 아니면 한장의 가랑잎으로 되여 바람에 휘말려갈것인지 나는 스스로에게 다짐을 받았다.
   문득 법률스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떨어지는 가랑잎의 모습을 보면서 흔히들 떨어지는 가랑잎은 쓸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과연 떨어지는 가랑잎이 쓸쓸한걸가요? 아닙니다. 바로 그걸 보는 내 마음이 쓸쓸한겁니다. 가랑잎을 보면서 찬란했던 내 젊음도 저 가랑잎처럼 스러져가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나이 들어가는 내 인생을 아쉬워하는겁니다.
    봄에 피는 꽃만 예뿔가요? 가을에 잘 물든 단풍잎도 무척곱고 예뿜니다. 봄에 봄꽃놀이를 가듯이 가을에는 단풍을 보기위해 단풍 놀이도 많이 가지요, 아무리 꽃이 예뻐도 떨어지면 누구 한 그것을 주어가지 않지만 가을에 잘 물든 단풍잎은 책속에 고이 꽃아서 보관도 합니다.” 누군가의 책속에 고이 간직될 아름다운 단풍잎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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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자경
날자:2015-04-04 10:51:06
사색적인 작품으로 문장 표현력이 아주 강하군요.
문장에서 노년의 티가 적고 생기발랄하고 능란하게
묘사한 수필로 많은 게시를 받았었요.
앞으로 더 좋은 수필을 올려줄것을 기대해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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