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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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차이
2014년 11월 28일 16시 53분  조회:1399  추천:1  작성자: 최상운
 세대차이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처남이 입이 마르도록 내 손자에 대한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지현 그 녀석이 글쎄 할아버지가 돌아 오면 컴퓨터를 사달라 하겠다오. 참 기특한 녀석이지. 유치원에서도 인기가 짱이라네! 아마도 제 할애비를 닮은 모양이구먼!”
 
손자녀석이 나를 닮았다하니 흐뭇해 난다. 나의 장점이라야 하얀피부에 선생티가 좀 나는것 뿐인데 아마 손자녀석이 이런 나의 외모를 꼭 빼닮은 모양이다. 포동포동한 새하얀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동자,어디를 보나 귀엽다는 말이 제일로 합당할 외모를 가진 손자녀석이다. 하여 유치원에서도 인기가 요즘말로하면 짱일뿐만 아니라 시장에 데라고 가도 매장아주머니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한다. 그런 녀석이 부러울때가 있다. 좋은 세월에 태여난 녀석처럼 나도 가끔은 지금의 내가 동년이였으면하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해본다. 돌이켜보면 나의 동년은 그야말로 막심한 가난의 시절이였다.
  
농민의 자식으로 태여나 농촌에서 수십년 살아오며 가난의 쓴맛을 맛 볼대로 보아온 나다. 대약진과 인민공사화 시기를 겪으면서 집체식당의 콩깨묵밥이나 멀건 죽도 배불리 먹지 못하였고 대식품으로 겨우 배를 채울 때가 많았다. 그리고 풍년과 흉년의 기쁨과 실망을 모두 겪어 보았다. 또한 옷도 제대로 지어입지 못하고 형들이 입던 옷을 물려입곤했다. 어쩌다 신 할컬레가 생기면 그것도 아까워 맨발로 다니다보니 돌에 채워 발톱이 몇번이나 빠졌는지 모른다.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오싹해나게 소름끼치는, 현시대 젊은이들이 상상도 못하는 당시의 가난한 세월이였다. 설령 그 세월의 이야기를 손자녀석에게 들려준다고 해도 녀석은 전혀 리해하지 못할것이다. 내가 자라온 세월이 손자녀석이 자라는 현재와는 너무도 차이가나니 말이다. 결국 세대차이가 우리 둘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담이되여 나의 말이라면 손자녀석은 피씩 웃기만 한다.
  
처남의 말대로라면 손자녀석이 나를 보면 컴푸터를 사달라고 졸라대기 마련이다. 내가 자랄때는 라지오 한대도 장만하기 힘들었는데 손자녀석은 컴퓨터를 졸라댄다. 이제 겨우 다섯살인 손자녀석은 컴퓨터가 우리의 학습과 생활 그리고 공작과 과학연구에 쓰이는 필수품임을 모르고 있다. 단 컴푸터를 한개 장난감으로 생각할 뿐이다. 장난감을 갖고싶어하는 순수한 동심이 손자녀석더러 컴푸터를 욕심내게 만드는것이 틀림없다.
 
참 좋은 세월이다. 내가 자랄때는 변변한 장난감도 없었는데 어린녀석은 장난감으로 몇백원도 아닌 몇천원에 달하는 컴퓨터를 손꼽는다. 그럼 그런 손자녀석에게 컴퓨터를 사주는것이 옳은가? 아니면 그냥 거절하는것이 옳은가? 손자녀석은 아직 가난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먹고 싶은 것이면 못 먹어 본것이 없고 갖고 싶은 것이면 못 가져본것이 없으니 지금까지는 가난이 손자녀석과 인연을 맺을 틈새가 없었던 것이다. 가난의 쓴맛도 보아야 부유의 달콤함도 안다고하지 않는가! 하지만 손자녀석이 가난을 전혀 모르고 이대로 자라게 되면 행복속에 살아도 그 행복을 알수 있을까?
 
손자에게 가지고 싶은것을 못가지는 “고통”을 겪어보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만 손자녀석이 어른이 되여서도 아껴먹고 아껴쓰는 좋은 습관을 가질것이 아닌가! 하여 손자녀석이 나를 보고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댄다고 한들 세상물정을 알 나이가 되면 사줄지 모르지만 당분간은 사주지 않을것이다. 대신 소자녀석이 컴퓨터를 사달라고 졸라댄다면 녀석이 듣던 말던 내가 자라던 시절의 가난을 이야기 해주련다.
  
자신의 동년과 반세기나 차이를 둔 이 할아버지의 동년을 손자녀석은 상상할수도 없을것이다. 그런 손자더러 무턱대고 내가 자라온 세월을 리해하라고 한다면  억지인것 같다. 하여 녀석에게 가
끔은 내가 자라온 세월을 말해주기는 하겠지만 녀석더러 그 세월을 무조건 리해하라고는 하지 않겠다. 되려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손자녀석의 생활을 내가 리해하고 손자녀석의 시대를 따라야 했다.
      
그래서 시대감이 넘치는 할아버지이고 싶을때가 더러있다.
    나와 손자의 세대차이는 반세기도 넘는다. 그 반세기 동안 내가 상상해오던 것들이 더는 상상이 아닌 현실로 된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럼 이제 또 반세기로 지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나와 손자가 상상하는것들이 또 다시 현실로 되지 않을까?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것도 많으니 세월에 쌓여지는 담도 높아가기 마련이다.
  
세대차이, 그것으로 손자녀석과 나 사이의 높아만 가는 담을 허무는 일에 내가 앞장서야 겠다. 그럼 손자녀석도 언젠가는 그 담을 허물려고 할것이 아닌가! 하여 나는 오늘도 손자녀석에게 뒤질세라 칠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컴퓨터 공부를 한다. 세월에 쌓여진 담이여서 완전히 허물어질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애써 그담을 허물어 손자녀석과 무릎 맞대고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울수있는 그날의 도래를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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