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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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외로운 미나의 소망(김동진)
2008년 09월 04일 09시 37분  조회:1011  추천:64  작성자: 김동진
외로운 미나의 소망


김동진



그 애의 이름은 미나, 정확히 말하면 xx소학교 4학년에 다니는 한미나이다. 내가 미나를 알게 된것은 지난 겨울방학때였다. 미나의 할머니가 과외작문지도교원을 물색하던중에 나를 찾아와 억지로 맡겨버린것이다. 

미나는 깜찍하게 생긴데다 총명하였고 또 글짓기에 꽤나 흥취가 있어보였다. 그 애는 내가 제목을 주고 요구를 제기할 때면 두눈을 깜빡거리며 귀담아들었다. 그렇게 쓴 작문 “저금통”이 《중국조선족소년보》에 실렸다. 신문을 받은 날 미나는 곧추 우리 집으로 달려와 “선생님, 저의 글이 소년보에 실렸습니다.”라고 하면서 퐁퐁 뛰는것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나는 미나의 새로 쓴 작문 “나의 동생”을 보고 흠칫 놀랐다. 진실한 이야기를 재치있게 써낸것이다.

“나에게는 귀여운 동생이 하나 있다. 그 애는 머루알처럼 까만 눈에 양머리다. 코는 오똑하고 입은 앵두같다. 그리고 키는 거의 나만큼 크다. 

나의 동생의 이름은 한미영이다. 그것은 나의 이름을 본따서 내가 지어준것이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공부를 한 다음 동생 미영이를 안고 논다. 엄마가 한국에서 사보낸 꽃리봉도 매주고 나의 옷중에서 색갈이 제일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혀주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논다. 미영이는 우리 집에서 둘도 없는 나의 친구이다. 그래서 나는 밤에 잘 때도 미영이를 꼭 끌어안고 잔다.

그런데 나의 동생 미영이는 말할줄 모른다. 그것은  미영이가 정말동생이 아니라 지난 설에 장춘에 있는 이모가 선물로 사다준 인형아기이기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노래도 같이 부르고 춤도 같이 추는 정말동생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고 생각한다. 그런 동생이 있는 애들이 정말 부럽다. 나에게 만약 그런 동생이 있다면 나는 내가 먹지 못해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사탕과 과자를 사줄것이다.

나에게는 언제 그런 동생이 있을것인가?”

알고보니 미나도 아빠엄마가 리혼한후 엄마가 한국에 돈벌러 가고 할머니 손에서 자라는 외로우면서도 천진한 소녀였다. 

민심을 천심이라고 하고 천심중에도 제일 깨끗한것을 동심이라고 한다. 아이들의 눈은 속이지 못한다. 보면 본대로 들으면 들은대로 느끼면 느낀대로 거짓을 모르는것이 아이들이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미나의 고독과 소망이 동시대의 처지가 같은또래들의 동질적인 고독과 소망임을 절감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조선족생활권내에 계획생육과 함께 “핵가족”이라는 젊은 세대들의 신식가정구조가 주입되면서 한집에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 하나 이렇게 셋이서 사는것이 가장 리상적이라는 관념이 수립되였다. 그리하여 외동아들, 외동딸을 둔 집들이 부쩍 늘어났다. 그런데 이런 외자식들이 “황제”와 “공주”로 어느 정도 호황을 누리기도 하겠지만 그것마저 신통치 않게 리혼이요 출국이요 하는 바람에 눈 깜짝할 사이에 많은 아이들이 “미운 새끼오리”가 아니면 “외톨병아리”로 되고마는것이 요즘 현실풍경이다.

우리의 미나 역시 그런 상처를 입고 공부하는 결손가정의 딸이였다. 할머니의 품에서 외롭게 자라는 미나는 이모가 사준 인형을 동생이라고 한다. 동생이 있는 아이들이 부러운 나머지 인형아기에게 미영이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애지중지한다는 이야기를 어찌 단순하게 철부지의 작문으로만 볼수 있을것인가?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경제시대의 사유에 눈이 떠서 너무나 타산이 밝고 또 너무나 리기적이다. 그들은 정책이 허용함에도 “동생을 사주려 하지 않는다.” 자식 하나 더 낳으면 그만큼 더 고생한다는것이 그들의 절대적인 론리이다. 그들은 성인이지만 아이들의 고독과 소망을 리해할수 있는 지성을 상실하고있다.

우리의 아이들은 아빠엄마가 있고 형제자매가 있는 그런 가족환경을 원하고있다. 딱히 인구감소와 페교현상을 둘러싼 민족공동체의 미래에 관한 우환의식이 아니더라도 미나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너무나 정당하고 절박한것이다. 사실은 이렇듯 불보듯한데도 우리의 젊은 부모들 대부분이 그냥 저들의 좋은 생각만 하고있으니 이 어찌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연변문학>> 2008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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