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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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사거리의 불빛-금희
2019년 07월 15일 10시 03분  조회:396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금희 

사거리의 불빛 
 
17년전의 어느 여름밤, 아버지는 괴이한 어둠들이 어슬렁거리고있는 사거리에서 종이돈을 태우는 녀자를 만났다. 할머니네 아빠트 뒤문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였는데 온 저녁 들이마신 소주와 맥주때문에 아버지의 오줌보는 터질듯 팽팽히 불어났다.
아버지는 차를 길가 낡은 가로등대 아래에 세워놓고 급히 그곁 담벽앞으로 달려갔다. 작고 볼품없는 초등학교의 오래된 벽돌담벽에는 아버지 같은 취객들이 질러놓은 오줌자국들이 군데군데 축축하니 번져있었다. 지린내 진동하는 그 음습한 곳에 마주서서 아버지는 허리춤을 끄르고 서둘러 자신의 “연장”을 꺼내놓았다. 순간, 그의 방광과 뇨도와 구불구불한 창자에까지 꽉 들어차있는것 같던 뜨거운 오줌이 마치 성문을 밀어젖히고 쓸어나온 노한 군중마냥 쏴아- 사정없이 뿜겨졌다. 세상에, 얼마나 시원했던지 몸은 물론 마음까지 날아갈듯 가뿐해졌는데 그 처치곤난한 구정물이 빠져나간 자리로는 어떤 종류의 순도 높은 행복감이 충만하게 차오르는것마저 뚜렷이 느낄수 있었다.
그것은 이제껏 살면서 맛보았던 다른 수많은 종류의 행복, 다정다감한 큰 딸과 약간 퍅하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애교스러운 작은 딸, 이제는 눈빛만 보내도 알아서 척척 챙겨주는 현숙한 안해와 가끔 있는 애된 녀자들과의 색다른 섹스, 점점 넓어져가는 인맥이며 영향력, 그에 따르는 상상해본적 없었던 부와 명예… 그 모든것들을 어렵사리 소유하고 누리면서 얻었던 행복과는 같지 않았다. 이 통쾌하면서도 직접적인 원초의 행복감이 밀려오자 다른것들은 전부 허접한 가짜였다는듯 흐물흐물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잊혀진 가운데 아버지는 심지어 혼돈의 우주속에 홀로 우뚝 서있는 진실한 자아를 소름 끼치도록 생생히 느꼈다고 했다.
시간이 바로 그런 찰나에서 멈춰버렸더면 얼마나 좋겠냐고, 아버지는 언젠가 내게 그날의 신비한 방뇨에 대해 떠들어댄적이 있었다. 키스도 사랑도 아니고, 성공과 명예, 평화나 희생… 이런 우아한것들은 관두고라도 하다못해 먹는 순간마저도 아닌 싸는 순간이라니? 아버지는 확실히 나의 경멸을 받아 마땅한 인간이였다. 정말이지 아버지가 배출한것이라면, 그가 먹고난 자리나 자고 깬 침대, 제니(珍妮)에게 뱉는 욕설이나 싸질러놓은 자식들까지 어느것 하나 지저분하지 않은것이 없었다.
아무튼, 그날 체내에 남은 마지막 한방울의 오줌까지 모두 짜보낸 뒤, 그토록 생생하게 차오르며 강력하게 자신을 붙들고있던 행복감이 갑자기 빛의 속도로 사라져버린것을 아버지는 알아버렸다. 무한한 우주속에 오직 하나뿐인 진실한 존재로 튼실하게 서있던 아버지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린내 나는 담벽앞의 추잡한 취객으로 돌아와있었다. 이게 무엇인가, 대체 이게 다 무엇이란 말인가. 한줄기 연기와도 같은 인생의 시말을 모두 깨달아버린듯한 허무감이 후줄근히 늘어진 “연장”을 집어넣고 줄레줄레 바지지퍼를 올리는 아버지를 엄습했다.
아버지는 얼떨떨한 정신으로 가로등대아래에 세워놓은 차를 지나친채 공허한 걸음으로 쿵쾅거리며 어두운 골목길의 굽이를 틀었다. 아빠트를 둘러싼 철창바자가 저만치 보였고 그 검은색의 바자와 아버지사이에 작은 교차로 같이 사거리 하나가 나있는 그곳에서 벌건 불길이 활활 밤을 태우고있었다. 긴 꼬챙이를 손에 쥐고 쭈그리고 앉아 불길속으로 연신 뭔가를 집어넣는 녀자의 실루엣이 날름거리는 불의 혀와 묵직하게 사방을 누르고있는 어둠의 그림자를 기괴하게 이어주고있었다. 아버지는 직감적으로 녀자가 태우고있는것이 누런 종이돈임을 알아차렸다. “귀신날”이 그쯤이라는것도 알고있었으므로 아버지에게 그것은 그리 희한한 장면도 아니였다.
할아버지, 곧 그의 아버지가 고향마을에서 조상들에게 제를 지낼 때 그 역시 무덤앞에 머리를 조아린 뒤 장에서 사온 종이돈과 종이원보(元宝) 같은것들을 함께 태웠었다. 아빠트로 이사 온 다음에는 고향에 내려가기가 수월치 않았고 그보다 정부의 권고대로 조상님의 관을 모두 화장해버린탓으로 그 밤의 녀자처럼 사거리에다 원을 긋고 종이돈을 태울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 증조모, 증조부… 요즘에는 다들 어찌 잘 지내시는감요? 저 리만창, 당신들의 손군이 용돈 좀 보내드리려 찾아왔구만유…” 사거리는 무덤앞과 달리 받는 주소가 애매해서 아버지는 조상들에게 돈을 태워드리기전 항상 거처없이 떠도는 고혼들을 달래기 위해 먼저 그들에게 약간의 “위로금”을 태워주었다. 용돈 챙겨줄 후손이 없는 그들은 한편 불쌍한 처지이기도 했고, 한편 조상님들의 용돈을 먼저 앗아갈 잠재적 위험군체이기도 했으니까.
아버지는 또 할아버지에게서 배운대로 저승의 사자와 관리들에게 뇌물로 줄 돈을 따로 더 태웠다. 그래야 거기서 사는 조상님들이 좋은 곳으로 거처를 옮기거나 한층 편한 삶을 살수 있었다. 재산이 점점 불어남에 따라 태워드리는 종이돈의 두께도 점점 늘렸지만 아버지는 자신의 잘 나가는 인생이 저승에서 힘을 써주신 조상님들 덕이라고 확신하지는 않았다. 어쩌다 청명이나 추석을 건너뛰고 종이돈을 태우지 않았을 때 가족중 누가 몸이 아프면 허겁지겁 치성을 드리기도 했지만 그때뿐, 그가 매년 종이돈을 태우는 리유는 그렇게 해서 나쁠것이 없다는 신조와 가문의 어른들을 섬겨야 한다는 전통적인 “효심”외에 다른것은 없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굉장히 리기적인 사람이여서 거래하는 사업가들이나 정부인사들, 지어 친구들한테까지 거짓말을 밥먹듯 했지만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효심만은 각별했다. 아들을 낳고 후손을 번성시키는 목적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출생하는 후손들의 섬김으로 점점 기력을 잃어가는 년장자들이 편한 생을 살아가는것, 그것이 중국식의 가장 자연스러운 복지방법이며 한 가문이 소멸되지 않고 저승에서까지 영원히 흥왕할수 있는 비결이기도 하지 않는가.
저승에서까지… 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다. 사람에게 령혼이 있는지 없는지도 가름 나지 않은판에 그곳을 실재하는것처럼 론한다는건 오버였다. 설령 그런 곳이 실재한다더라도 용돈을 태워드려야 한다는것이나 그곳의 관리들에게 뢰물을 안겨야 한다는것 등의 설법이 아버지가 보기에도 그리 “공정”하지는 않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날, 활활 타오르는 불길앞에서 어떤 상념에 깊숙이 사로잡힌 녀자를 보는 순간 아버지는 여태 살면서 한번도 있어본적 없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평온하면서도 진지한 녀자의 표정은 무엇인가 확실히 느낄수 있는 존재들과 교감하는듯 보였는데 꾸미지 않은 경건함이 그속에서 흘러나와 보는 이로 하여금 숙연해지기까지 했었다. 녀자는 정말 아버지가 모르는 무언가에 대해 확신이 있었단 말인가. 허면 그 “확신”은 과연 보편적이 될만한것이였을가. 바람을 따라 춤추는 불꽃의 그림자가 녀자의 얼굴우에서 소리없이 뛰놀고있었다. 그 불꽃의 리듬에 맞추어 녀자 주위의 어둠들도 술렁거리며 함께 움직이는것 같았다.
아버지는 술기운을 물리치려고 머리를 세차게 털면서 계속하여 걸음을 앞으로 옮겨갔다. 좀 더 가까이 사거리에 이르렀을 때 아버지는 그제야 긴 꼬챙이를 쥔 녀자의 행동을 똑똑히 볼수 있었다. 당연히 종이돈을 태우고있으리라 생각했던 녀자는 되감기 버튼을 누른 영화장면처럼 오히려 불길속에서 끊임없이 종이돈을 꺼내고있었다. 검은 그슬음조차 없는 새 종이돈들을 말이다.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아버지는 자신의 눈을 믿을수가 없었고 그다음에는 오싹 소름이 끼쳤다. 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곧장 돌아섰다. 절대 뒤를 돌아보아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닥달하면서 아버지는 뻣뻣해진 다리를 질질 끌고갔다. 갓 오줌을 지른 담벽과 낡은 가로등대가 보이자 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문을 열고 재빨리 차안으로 기여들어갔다. 할머니네 아빠트로 올라가 침대에 쓰러진 뒤로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채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며칠이 지난뒤, 새벽잠에서 깨여난 아버지는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피우면서 그날밤의 일들을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이 본게 무엇이였던지, 혹은 시각이나 신경세포의 착란이였던지 알수가 없었다. 만약 망상이 아니라면 그 녀자는 무엇이였단 말인가. 정말 누군가 태워놓은 종이돈을 가져가고있던 야귀라도 된단 말인가, 아니면 그런 야귀를 가장한 다른 한 종류의 령적존재였단 말인가. 그것의 실체가 무엇이든 아버지는 본능적으로 그 시점에서 반드시 어떤 행동이든 취해야 한다는 긴박감을 느꼈다. 카텐을 들어 아직 밝지 않은 동녘을 향해 푸른 담배연기를 뿜어내다가 아버지는 드디여 새로운 계획 하나를 세웠다. 그 도시의 가장 크고 좋은 대학교에 가서 제일 머리 좋고 건강한 (가급적이면 예쁜) 녀학생 하나를 꼬시는것이였다. 아버지는 그 계획을 곧바로 시행했고, 가장 크고 좋은 대학은 아니지만 그래도 본과인 대학에서 사지 멀쩡하고 엉덩이가 펑퍼짐해보이는 녀학생 하나를 꼬시는데 성공했다. 그 멍청하고 허영심 많은 녀학생은 아버지의 비싼 차에 홀려서 몇개월 버티지도 못하고 큰 저항 없이 그의 오피스텔까지 따라갔는데 그렇게 하여 1년반쯤뒤 태여난 아이가 바로 나였다.
 
 
 
나는 전형적인 사생아였고 제니는 사람들이 말하는 그 내연녀였다. 큰어머니(아버지의 정실)는 좀처럼 상스런 욕설을 퍼붓지 않았지만 고모와 숙모는 화가 날 때 가끔 나를 “야생아이(野孩子)”, “덜돼먹은 자식”, “훔쳐서 낳은 놈(偷生的)”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는 속칭 “토호(土豪)” 리만창의 유일한 아들이자 리씨가문의 향불을 이을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주자였으며 동시에 가족중 가장 껄끄러운 존재였다.
어린 나의 무의식속 제일 밑바닥에 깔려있던것은 하얀 목도리를 길다랗게 드리운 제니의 희미한 모습이였다. 내가 그 모습을 기억한다고 하면 제니는 움찔 놀라며 “허튼소리”라고 빈정댔다. “니가 뭘 봤다고? 거짓말 말어. 넌 그때 겨우 여덟달이였는데. 잘 먹여서인지 애가 올돼서 걸음마도 꽤 탔다만, 그런걸 기억할리는 없어. 이 작은 사기군아, 넌 어쩜 입만 열면 그렇게 거짓말이 정말처럼 술술 나오니?” 몇번 제니에게 당하고나서 나는 나의 기억들이 진짜 나의것인지, 아니면 누구에게서 귀동냥으로 들었거나 또는 인터넷으로 본 일들을 적당히 버무려서 억지로 집어넣은것인지 분간할수 없게 되였다.
그러나 좀 더 컸을무렵에는 이런 기억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집 문밖에서 웅성거리고있었고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안방 침대에서 제니를 들어내가는 장면이였다. 누렇게 색이 바랜 이불아래에 무서운 표정으로 입을 앙다물고 누운 제니, 그녀의 입귀에 흐르던 거품까지 생각이 나는데 그것도 내가 상상해낸것이란 말인가. 제니의 말로는 그것은 내가 두돌쯤 되였을 때의 일이였고 이불색갈이 실제상황과 들어맞지 않는걸 보아 역시 신빙성이 없다고 했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긴 있었다는거네? 그럼 그때 이불은 무슨 색갈이였는데? 왜 그렇게 들려나갔는데?”하고 내가 바투 물었다. 제니는 눈을 부라리며 “이불은 무슨 개뿔 이불이냐고, 너그 바보같은 아버지의 코트였었지.” 하다가 또 이내 “아니, 그런 일은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고 되는대로 지껄였다.
대여섯살쯤 되였을무렵, 나는 제니가 아빠트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여내리겠다고 아버지를 협박하는 장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었다. 그제야 나는 나의 기억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비로소 똑똑히 알게 되였다. 아버지는 추잡하고 리기적이고 랭혹한 인간이였으며 제니는 멍청하고 탐욕스러운데다가 성가시고 귀찮은 녀자였다. 아버지는 대학생이였던 제니에게 분명히 말했었다. 아버지에게는 행복한 가정이 있으며 그의 안해와 자식들에게 어떤 고민거리나 불편을 끼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그에게 필요한것은 첩이나 소실이나 뭐 그따위 년들이랑 차린 딴 살림이 아니라 그저 아들녀석일뿐이라고. 고추 달린 애를 베기까지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고 그동안의 비용, 이를테면 밥을 먹고 쇼핑을 하고 혹 녀아가 임신되여 류산이 필요할시 들어갈 비용은 섭섭치 않게 쳐줄것이며 그렇게 해서 일이 성사만 되면 당장 아빠트 두채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원하는 아이를 낳은 다음에는 제니가 아버지 인생에서 깨끗이 사라져주어야 한다는 조건이 덧붙여있었다.
농촌마을 가난한 집 태생인 제니는 과부어미의 장녀였다. 본명은 호이아(胡二丫)였는데 아버지를 만나 제니로 고쳐불렀다. 제니는 죽어라 공부를 해서 현성의 고중에 진학했고 그다음에는 명문대학은 아니더라도 그리 녹녹치 않은 사범대학에 들어갔다. 머리가 남들보다 월등 좋은편도 아니고 남자들을 후릴만한 빼여난 외모를 가진것도 아니였다. 아버지의 차가 제니의 대학교 캠퍼스안에서 유유히 달리는것을 보고 그녀는 가슴이 뛰였다고 했다. 변변한 련애라는것도 해보지 못한 제니였지만 물고기처럼 매끄럽게 달리는 차를 보고 순간 그것과, 현실적으로 말해서 그것을 운전하는 사람이랑 자보고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아버지의 목표는 더 예쁘고 섹시한 녀학생들이였지만 미끼를 문 사람은 처녀라는것 외에 딱히 내놓을것이 없는, 아직도 촌티가 꾀죄죄하게 남아있는 제니뿐이였다. 좀 더 공을 들여 다른 녀학생들을 사냥해보았더라면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을지도 몰랐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시간이 아까웠다. 어차피 데리고 살 녀자도 아니고 건강한 아들만 낳아준다면 촌스런 외모쯤은 참아보자고 아버지는 생각했다. 유전이 되더라도 아들애니까 외모가 그리 중한것도 아니고,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매력적이지 않은 녀자이기에 정들 일도 없을테니까.
나를 낳고 산후조리가 끝나자 아버지는 제니가 묵고있던 오피스텔을 그녀의 이름으로 서류를 고친 뒤 약속대로 다른 한채의 아빠트도 사주었다. 나의 호적을 올려야 했으므로 부득불 큰어머니한테 나의 존재를 얘기하긴 했지만 차마 키워달라는 말은 못하고 아버지는 나를 할머니한테 맡길 심산이였다. 그 대목에서 제니는 젖이 너무 불어 아프다고, 젖 뗄 동안만 나랑 같이 있게 할수 없냐고 제안했다. 그쯤 아버지네 집안에서는 나의 출생때문에 사람마다 예민해져서 란리도 아니였었다. 큰어머니는 멍청한 제니처럼 “자살소동”따위는 일으키지 않았지만 머리를 싸맨채 안방에 틀어박혀 무언의 시위중이였고 이미 대학생이 된 리의란(李依然)과 고중 2학년생인 리아란(李亚然)은 충격을 금방 사그라뜨릴수 없어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선언했다. 워낙 성깔이 더럽고 충동적인 아란은 선언 후 스스로 학교를 중퇴하고 3개월간 가출까지 했다. 그게 다 나때문만은 아니라는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있다. 아란은 공부라면 질색이였고 핑게거리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지 못하는 상황이였는데 마침 어떤 불량배와 위험한 “련애놀이”에 빠져서 집을 나간것이였다.
할머니네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다. 풍을 살짝 맞은 할아버지의 건강이 옛날같지 않아서 할머니는 늘 마음 졸이며 나날을 보내고있었다. 그러니 당장 어느 누구에게 피덩이 같은 나를 맡길수 있었을가. 결국 아버지는 제니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제니의 배가 부르면서부터 오피스텔에 와있은 제니의 엄마는 며칠 걸러 한번씩 고기를 사오거나 용돈을 던져주고 가는 아버지를 어려운 사위 모시듯 깍듯이 대접해주었다. 자신보다 겨우 네살 아래인 아버지가 애젊은 제니랑 몸을 섞을 안방 침대를 그녀는 정성껏 정리해주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녀에게 아버지는 그저 제니의 남자이자 외손군인 나의 아빠였으니까. 그녀는 늘 아버지더러 들으라는듯 그의 앞에서 나를 안고 높은 소리로 “요놈의 작은 조상아(我的小祖宗啊)” 하고 불렀다. 그녀의 손에서 자라는 동안 나는 그 호칭을 귀에 못박히도록 들어서 한때는 내 이름이 “작은 조상(小祖宗)”인줄 알았다. 그녀는 제니가 한번, 또 한번의 자살소동을 거쳐 아버지와 나의 곁에 계속하여 남아있도록 조언하고 도와주었다.
여덟달이 되여서 내가 젖을 떼자 아버지는 다시 제니에게 그만 사라져달라고 부탁했다. 일이 이렇게 된바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가장 먼저 아버지를 받아주었던것이였다. 며느리 눈치보기가 좀 그랬을뿐 그들에게는 사실 나의 존재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할아버지는 전보다 더 “향불 이을 사람”이 필요해졌는데 지병으로 자궁을 들어낸 큰어머니한테 그것을 바랄수는 없었다. 큰어머니가 머리를 싸매고 앓으면서도 나를 내치지 못한것 또한 그런 연유에서였다. 오랜 공산당원의 딸이였고 본인 또한 철저한 무신론교육을 받아온 공무원이였지만 전날 그렇게 자상했던 시아버지의 소원앞에서는 그녀 역시 마음을 모질게 먹을수가 없었다. 곧 목숨이 끊어질 로인네가 붙잡고싶은 유일한 구원의 동아줄이라는데 그것을 어떻게 막을수가 있으랴. “그랴, 우리 리씨가문이 너한테 큰 빚을 졌다 셈치자. 그래도 어떡하겄니? 우리 가문의 향불을 이어줄 하나뿐인 피줄인데. 나 저승에 가서도 너 위해 복을 빌련다. 넌 우리 가문의 은인이나 다름없어.” 드라마 대사 같은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자 큰어머니는 침묵했다. 가문의 생존, 종족의 번식은 아메리카합중국의 독립선언문에서와 같이 그 누구에게도 양도할수 없는 권리가 아니던가.
큰어머니마저 아버지를 받아주자 고모와 삼촌과 아버지의 딸들도 더 이상 아버지를 배척하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항상 아버지의 돈이 필요했으니까. 웬만한 친지들도 이제 제니와 나에 대해서 모두 알고있었고 한동안 쉬쉬거리더니 곧 어느정도 조용해졌다. 그들은 내가 없었던 평온하고 질서 있는 생활보다는 내가 있음으로 “토호” 리만창을 비난하고 씹을수 있게 된 삶을 더 재미있어하는것 같았다.
이제 아버지에게는 더 이상 제니를 곁에 둘 리유가 없었다. 겉보기보다 제니의 성욕은 대단해서 그 점이 좀 아쉬웠지만 말이다. 애가 젖을 뗐고, 그래서 젖이 붇지 않아 아프지도 않을것이니 조용히 다른 곳으로 가 직장을 다니든지 젊은 남자를 사귀든지 하라고 아버지는 권했다. 제니는 며칠 밤을 침대에 머리를 틀어박고 울어대더니 그날 오후, 아버지가 들리겠다고 말한 시간에 좀 못미쳐 하얀 비단천을 카텐 고리에 높게 매달았다. 최초의 자살시도는 그녀의 엄마가 가르쳐준것이 아니였다. 그녀의 엄마는 장보러 나가서 곁에 없었고 돌아온 다음 딸이 벌인 행각을 보고 혼이 나갈듯 통곡하면서 아버지를 붙잡고 란리쳤기때문이였다.
어찌됐든 그 사건을 통해 그녀들은 한가지 중요한 교훈을 배울수 있었다. 사람의 마음은 필경 고기덩어리로 만들어졌다는것, 아무리 랭혹한 인간이래도 죽음을 무릅쓰고 “떼”를 부린다면 차마 못들은척하지는 못한다는것을 말이다. 한동안 즘즉하던 아버지가 다시 떠나라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제니는 곧 행동에 들어갔다. 약을 먹기도 하고 팔을 긋기도 하고 아빠트옥상우에 올라가기도 했다. 옥상우에 올라갔을 때에는 시의 소방차마저 불려와서 제니는 난생처음 “도시석간신문(城市晚报)”에 핫뉴스의 주인공으로 실렸었다. 일이 이쯤 되자 이제는 아버지가 문제가 아니라 제니가 모든 가족의 “공공의 적”으로 되였다. 모든 가족의 미움을 일제히 받으므로 제니는 가족들을 오랜만에 끈끈히 단합시켰다.
그 바보같은 녀자는 리씨가문에서 자신이 그런 역할을 맡고있다는것도 깨닫지 못한채 계속하여 불쾌한 종양처럼 그 집에 붙어살았다. 유아기의 나는 고모네와 삼촌네와 할머니, 그리고 큰어머니네 집과 고모의 딸네 집까지 전전긍긍 돌아다니며 얼마동안씩 키워졌는데 한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수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제니의 성화에 못이겨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군 했다. 하지만 제니는 자상하거나 친절하거나 가슴깊이 새끼를 사랑하는 엄마가 돼주지 못했다. 학교에서 돌아와보면 그녀는 늘 술에 절어있었고 때로는 혼자 노래방 기계를 켜놓은채 꽥꽥거리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었다. 내가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따스한 밥을 지어놓거나 정성들여 만두따위를 빚어주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우리 집 현관에는 늘 여러 식당의 전단지들이 널려있었고 배고프면 밥솥을 열어보는 대신 휴대폰부터 찾는게 상책으로 되였다.
캔맥주와 음료수와 말라비틀어진 과일 몇알씩만 들어있는 랭장고, 라면국물이 말라붙은 싱크대, 계절의 구분 없이 쌓이고 걸려있는 옷가지들, 며칠에 한번씩 무져지는 쇼핑백들, 휴지뭉치와 빈 맥주캔이 굴러다니는 거실, 이상한 향수냄새가 진동하는 안방의 거대한 침대. 제니의 집은 평소에 대충 이런 모양새였다. 제니의 엄마는 이제 농촌 집으로 돌아가서 명절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올라왔고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두번, 혹은 두주일에 한번 정도로 들려주었다. 제니는 다른 젊은 남자와의 새로운 생활을 꿈꾸지 않았으며 자존심 있는 녀자로서의 떳떳한 삶도 동경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버지에게서 받아 물쓰듯 하는 용돈이 아까워서 더 이상 아버지를 떠나 살고싶어하지 않았다. 큰어머니의 명분을 탐내지도, 사랑타령을 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이랑 다른 모양의 삶을 시작하는것이 귀찮으니 그저 아버지와 그 상태만큼의 관계만 줄곧 유지하고싶어했다.
 
 
 
나는 그런 분위기속에서 하루하루 자라났다. 나는 가족들이 한편 나를 받아주려 애쓰면서 한편 경계와 경멸을 멈추지 못하는 태도를 진저리나도록 보아왔다. 어느 집에 가나 나는 사실상의 “잡종”, “비정상인간”, “그들과는 다른 위험한 족속”, “천덕꾸러기”였다. 그들은 나를 더러운 벌레 취급하면서도 또 어딘가 나를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내가 동년배의 아이들보다 훨씬 큰 몸집으로 자라는것과 저들이 감당할수 없을 정도로 조숙하는것을 보고 더욱 나를 싫어했다.  
현대 인류사회의 정상질서를 위반하며 태여나 하늘의 노여움을 샀기때문이였던지 나는 확실히 가증스러운데가 있었다. 눈도 깜빡이지 않고 똑바로 어른들을 쳐다보며 거짓말을 주워댔고 나보다 몸집이 작은 또래애들을 선생님 몰래 괴롭히기를 즐겨했다. 나는 또 어른들이 넘겨짚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약아서 그들지간의 리해관계를 손금 보듯 빤히 꿰고있었다. 얼키고 설킨 그들의 관계사이에 자주 끼여들어 참견을 함으로 나는 모든 사람에게서 미움을 받았다. 거기까지는 그래도 아직 어렸을적 얘기여서 “장난 좀 심한 아이”나 “불건강한 가족분위기의 피해자” 정도로 봐줄수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나서 나는 번데기로부터 탈피한 나방마냥 자신의 본색을 겉잡을수 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련 며칠 장마비가 쏟아진 뒤의 후덥지근한 여름밤이였다. 내가 태여나던 해부터 중풍에 걸려 운신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 할아버지는 8년가까이 혹 좀 나아진듯 보이기도 하고 혹 많이 못해진듯 보이기도 하면서 가까스로 버텨오다가 드디여 마지막 기력을 모으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소변을 받아내며 가족들도 알아보지 못한것이 벌써 반년째, 식구들은 할아버지의 생명에 대해 더 이상 희망을 가지지 않았고 다만 조금이라도 더 평안하고 쉽게 이 생에서의 삶을 마치기를 바랐다.
련 네댓새를 드시지도 못하고 혼미상태에 빠져있다는 말을 듣고 가족들이 모두 할머니네 집으로 모였다. 누렇게 뜬 할아버지의 얼굴은 튀여나온 광대뼈때문에 더욱 음침하고 무섭게 보였다. 도우미 아줌마가 정기적으로 몸을 닦아주어서 냄새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소리를 듣자 예상밖으로 할아버지는 혼미상태에서 깨여나 다시 죽을 드시고 대변을 보았다. 이틀이 지나서는 입귀로 침을 질질 흘리면서도 대충 자식들의 얼굴마저 알아보는것 같았다. 할아버지의 회생에 식구들은 얼마간 실망하며 바쁜 일정을 핑게 대고 하나 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도 큰어머니도 제니도 일상에 복귀하였고 넓은 아빠트에는 할머니와 도우미 아줌마와 내가 남아있었다. 그쯤 제니의 술버릇이 장난이 아니여서 나는 제니를 따라 돌아가지 않았다. 어차피 여름방학이였고 밤에는 아버지가 돌아와 같이 잘것이였다. 아래층 북향방 침대에 누워계신 할아버지에게 죽을 드시게 한 뒤 다들 각자 방으로 돌아가 누운 자정이였다.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여 복도로 걸어나왔다. 아버지는 아직 돌아온 기척이 없었고 나는 목이 말라 주방쪽을 향해 걸어갔다. 할아버지의 방문은 비스듬히 열려있었는데 그앞으로 지나치려니 끄응 끙 신음소리가 약하게 들렸다.
나는 문을 밀고 그의 방안으로 들어가서 조도가 낮은 벽걸이 등을 켰다. 이불을 가슴우까지 젖힌 할아버지는 마른 갈고리 같은 손을 들어 앞으로 뻗은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혹시 나처럼 목이 마른게 아닐가싶어서 침대머리 작은 탁자우에 놓아둔 잔에 물을 따라주었지만 그것이 아니였던지 반응이 없었다. 그는 마치 자신의 유일한 손자를 알아본것처럼 입귀를 푸들푸들 끌어올리며 우, 우, 짧은 소리를 냈다. 그의 눈빛이 전에없이 반짝이고있어서 나는 잔을 놓고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다음, 내 아물아물한 기억속에서 오래동안 말을 할수 없었던 할아버지가 그랬다. “얘야, 나 지금 곧 죽을려나 보구나. 너 무섭지 않니?” 어두운 불빛아래에서 나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이렇게 분명하게 말씀하시다니, 꼭 꿈을 꾸고있는것만 같았다.
나는 머리를 저었다. 무서워하고있는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할아버지라는것을 나는 느낄수 있었다.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그의 눈은 꺼져가는 그속의 빛을 살려보려고 안깐힘을 쓰고있었다.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어. 내가 정말 사라지는건 아니겠지?” 나는 아무 대답도 할수 없어서 묵묵히 그를 내려다보았다. 할아버지는 그나마 나의 버팀목이였었고 나라는 존재를 받아주기로 한 첫번째 인간이였다.
이윽고 마지막숨을 톺는건지 할아버지의 숨이 가팔라지기 시작했다. 내 손을 잡은 그의 손에도 어느새 불쾌한 느낌의 힘이 들어가있었다. 나는 그만 내 손을 빼내고싶었다. 그대로 있다가는 그가 가는 저승길에 나도 함께 딸려 들어갈것 같았다. 당황하는 나를 보고 할아버지는 고통스레 일그러진 얼굴로 큭큭 웃었다. “그래, 니가 살아있는 한 나는 사라지지 않아. 너의 몸속에 내 피도 흐르고있을테니까.” 여덟살짜리 손자의 눈앞에서 턱을 뚝 떨구어버린 할아버지의 얼굴은 더없이 추악했다. 자신의 삶과는 물론 죽음조차와도 싸워 이겨서 어떤 형식으로든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비장함을 나는 그때 보았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와서 할아버지의 방에 들릴 때까지 그 침대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 위대한 인간의 후손으로서 더 이상 나는 자신의 출생이 지저분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제니와 큰어머니와 및 모든 가족들과 세상사람들, 무릇 인간의 본능을 위한 그들의 우습강스럽고도 추접스런 행위를 전부 용서할수 있을것 같았다. 빠끔히 열려진 창문너머 까만 쇠살창사이로 습하고 더운 밤바람이 불어들어왔다. 할아버지의 혼을 데리러 온 저승의 포졸들이 그 밤바람속에 숨어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그것들이 내 얼굴을 가벼이 스치자 나는 어쩔수없이 한모금 들이마셨다. 그제야 뭔가 갑자기 머리속이 정리되면서 인간의 삶이라는것을 확실하게 깨달아버린 느낌이 들었다. 새벽이 가까워 돌아온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온 집안에 알리며 법석을 떨을 때, 나는 웃층에 있는 창고에 들어가서 보따리들속에 웅크리고 누운채 혼자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
그뒤로부터 나는 아버지가 보내는대로 다른 가족들의 집에서 수개월씩 머무는 대신 스스로 가고싶은 집을 선택하여 며칠 혹은 몇주일을 머물렀다. 나는 그들의 집에서 더는 눈치를 보지 않았으며 팬티바람으로 거실과 다른 방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밤중이라도 허전하면 스스럼없이 랭장고를 열어 요구르트와 과일 따위를 꺼내먹었다. 나는 허우대뿐인 삼촌과 천성적으로 약골인 고모부의 “개인금고” 위치를 추적하여 때때로 그들의 비상금을 꺼내 용돈으로 썼고 가끔 로처녀가 다 된 리아란이 자신의 방에서 남자친구와 즐기고있는줄을 알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불쑥 쳐들어갔다. 남은 식구들중 나를 가장 안스럽게 여기는 할머니네 집에는 들리는 회수를 줄였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주제에 아직도 아버지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늘어진 제니의 집과 여전히 품위 있고 우아한 큰어머니네 집을 번갈아 들락거렸다. 제니의 집에는 내가 가지고싶은것이 별로 없었지만 큰어머니네 집에는 탐나는것이 많았기때문이였다. 아버지의 명품 가방, 지갑과 혁띠에서부터 아란의 최신형 핸드폰, 빽과 구두, 그리고 여러가지 공예품들과 서화, 지어 큰어머니의 속옷까지 내게 필요하든 그렇지 않든, 내가 쓸수 있든 그렇지 못하든 상관하지 않고 챙길수 있는만큼 챙겨넣었다.
아무도 그런 나의 행각을 반가워할리 없었다. “저놈이 해빛을 보지 못하고 태여나더니 과연 음험하게 사는구나.” 하고 그들은 나에게 손가락질했다. 소학교 5학년에 벌써 나이보다 훨씬 빨리 자라 건장한 청년의 모습이 된 나에게 그들은 예전처럼 함부로 하지는 못했다. 내가 들렸다 하면 그 집에서는 귀중품들과 챙겨가기 쉬운 물건들을 단단히 감춰두느라 많은 신경을 썼다. 어느 한번 삼촌네 집에서 모태(아버지한테 뇌물로 들어왔던것)를 포장상자채로 챙겨넣다가 숙모에게 딱 걸린적이 있었다. “너 지금 뭐하는거야? 술이 먹고싶은거니? 아니면 팔아서 돈 쓰려고 그러는거니?”하고 숙모가 물어서 “그냥 가지고싶어서요.”라고 대답했다. 숙모는 어이가 없다는듯 코웃음을 치며 눈을 둥그렇게 흡떴다. “얘, 그건 네것이 아니잖아. 아무리 친척지간이라 해도 우리 집 물건이 어떻게 몽땅 네 물건으로 될수 있겠니? 이건 상식 아니야?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기가 갖고싶다고 해서 그것들을 모두 가져서는 안된다는 상식.” 그래서 내가 말했다. “왜요? 왜 가지고싶은걸 가지면 안되는데요?” 숙모는 얼굴이 빨개지며 나한테 삿대질을 했다. “이놈으 자식, 말하는거 좀 봐라. 너 일부러 그러는거지? 어렸을 때 너한테 좀 듣기 싫은 말했다고 지금 나 엿먹이려는거지?” 숙모는 삼촌한테 나를 가리키며 “리씨집안의 끔찍한 망종”이라고 욕했다. 삼촌이 내 눈치를 보며 끙끙 갑자르고있는 틈을 타서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자기가 가지고싶은것을 모두 가져서는 안된다.”는게 상식이였던가? 내 경험으로 미루어본바에 의하면 “가져서는 안되”는게 아니라 “가질수 없는것”이 아니였던가? 제니나 아버지, 고모와 삼촌, 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큰어머니까지, 모두들 득과 실의 총량에 견주어보아 본인의 능력 한계내에서 가질수 있는것을 차지하며 살아가고있지 않는가. 물질이나 명예가 아니라면 하다못해 량심의 평안이라도 얻어가고싶어하니까. 어쩌면 우리는 정말 리처드(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학 진화생물학자, 저서《리기적인 유전자》)의 말처럼 태생적으로 “리기적인 유전자”의 조종을 받아 살아가는 생체기계였을지도 모른다. 도덕이란 군체와 개인의 공생을 위한 더 령리한 전술일지도 모르고. 그러니 모든 사람들의 본능에 따른 목적은 그저 살아남는것과 더 잘 더 오래 살고자 하는것이 아니겠는가.
더 잘, 더 오래 살고자 하는 게임에서 제니는 세상이 돌아가는 룰을 제대로 읽어내지도 못하고 불쑥 끼여든 서투른 삐에로였다. 그녀는 다른 승자들의 흉내를 내보았지만 내공이 부족했던탓에 의도했던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해버렸다. 고모와 숙모는 물론 이제는 어엿한 성인이 된 리의란과 아란까지 제니를 무시하고 경멸했다. 십수년을 같이 부대끼며 살아왔으면 고운 정이 없더라도 미운 정은 들었을법한데도 제니는 아버지를 제외한 가족중 어느 누구도 자기편으로 만들지 못했다. 춘절이나 추석, 또는 집안에서 큰 일이 있을 때면 어쩌다 가족들 모임에 얼굴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아무도 반가워하거나 체면상으로라도 수다를 떨어주지 않았다. 제니의 비천하면서도 초라한 처지를 지켜보면서 나는 좀 더 능숙해져야 하겠다는 필요를 느꼈다.
그 점에 있어서 가장 좋은 모델은 큰어머니였다. 하는 짓마다 못남뿐이라고 나를 악평하는 제니나, 대놓고 나를 비난하며 내 버릇을 아버지한테 고자질하는 다른 가족들과 달리 큰어머니는 대개 비교적중립의 발언으로 아버지의 노를 눅잦혔다. “여보, 화내지 마. 그 애 립장에서는 충분히 그럴수 있어. 아직 애가 작잖아. 좀 더 크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그 애도 알 날이 있을거요. 누구보다 령리한 애라는걸 당신도 알잖소.” 아버지는 그렇게 말해주는 큰어머니에게 항상 고마워했다. 아버지는 내가 큰어머니의 염색체를 물려받지 못한것을 진심으로 애석해했다. 큰어머니는 리씨가문의 명실공한 맏며느리자 실세였고 고모와 삼촌은 물론 할머니의 존경마저 차지하고있었다. 속생각이야 어떻든지 그녀는 내게도 제니보다 훨씬 친절해서 그녀가 몸소 빚어준 따끈한 물만두를 먹고있을 때면 나도 몰래 자신이 정말로 그녀의 아이가 된것 같은 착각에 빠지군 했다. 아버지와 그녀가 안방이나 거실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는 순간이면 나도 몰래 그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앉아 여느 집 애들처럼 응석이라도 부려보고싶은 충동을 느낀적도 있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더라도 예전처럼 아란의 유치한 질투를 받지 않겠지만 의란의 9살배기 딸아이가 오는 날이면 온전히 그 아이의것이 되여버린다. 큰어머니를 보면서 나는 그 소망 역시 스스로의 환상에 불과하다는것을 깨달았다.
 
많은 변화와 고민을 거친끝에 중학생이 된 나는 식구들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가급적이면 피하는 삶의 방식을 택했다. 눈에 띄우는대로, 특히 아버지나 큰어머니의 물건에 손을 대는 짓을 삼갔으며 학교에서도 될수록이면 말썽을 일으키지 않았다. 가족들은 전보다 조용해진 내 겉모습에 “어렸을 때 그리 말썽을 부리더니 이제 철이 드나봐?”라고 미심쩍게 바라보았다.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과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고 나는 마음과 머리를 비웠다. 별반 힘들이지 않고도 성적은 중등에 들수 있었지만 늘 불량스러운 친구들속에서 하루하루를 무뇌의 인간처럼 되는대로 보냈다. 그 애들중에는 부모 몰래 오토바이를 사서 밤거리를 달리는 아이, 한반 친구들이나 선생님 지갑까지 슬쩍하길 잘하는 아이, 걸핏하면 무리를 지어 싸움을 하는 아이, 그리고 벌써 여러명의 녀학생들을 건드려놓아 임신시킨 아이들도 있었다. 나 역시 그 애들 친구로서 그 모든 짓거리들에 함께 참여했다.
주로 휴일날을 리용하여 나는 그들과 어울려 도시의 유흥가를 굶주린 늑대무리처럼 누비고 다녔다. 호프집에서 폭탄주를 마시고 KTV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이트에서 미친듯이 춤을 추거나 볼살이 얼얼하도록 찬바람 맞으며 오토바이를 달려보았다. 친구들이 하는대로 상대를 바꿔가며 때론 술기운을 힘입어 기상천외한 자세로 섹스를 해보기도 했다. 그 시절, 나는 인간이 경험할수 있는 수많은 종류의 쾌락에 도전해보았다. 어차피 인간이란 본능을 위한 더 령리한 생물이라면 젊고 건강하고 돈이 있을 때에 누릴수 있는것들을 모두 누려야 수지가 맞지 않는가.
례년보다 기온이 훨 낮아진 늦가을의 어느 토요일, 아침부터 하늘이 찌뿌둥해서 점심시간이 가까워오기까지 늦잠을 자고있는데 친구녀석들이 전화를 걸어왔었다. “니가 언제 휴일날 집에서 복습을 했다고 그래? 시험을 잘보지 못하면 네 아버지 돈 내고 고중 가면 되잖아.” 몸살기운이 좀 남아있어서 요란하게 놀고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녀석들이 내가 없으면 안된다고 하도 졸라대는통에 그 날도 응낙하고말았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입고 거실을 질러 현관으로 향하는 나를 큰어머니가 만류했다. 날도 춥고 오후에 아버지가 일찍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간만에 저녁을 같이했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말했다. 나는 알겠다고, 저녁을 먹기전까지는 들어오겠노라고 그녀와 약속을 했다.
종전처럼 녀석들과 술집으로 몰려가서 술을 퍼먹고 흥청거렸지만 몸살때문인지 술맛도 없고 흥도 나지 않았다. KTV에서는 녀석들이 소개시켜준 다른 학교의 녀자애랑 붙안고 노래를 부르다가 별생각 없이 지하방에 들어갔고 일이 끝나자 시간을 확인하며 방을 나섰다. 온종일 흐렸던 하늘에서 그해의 첫눈격으로 가는 눈발이 점점이 흩날렸고 까만 아스팔트길바닥은 눈석임물로 젖어 미끄러웠다. 큰어머니네 집부근에 사는 친구녀석이 오토바이에 나를 태워달렸다. 느닷없이 내린 눈때문에 차가 막히자 친구놈은 길가 가게앞의 주차장들을 요리조리 비집고 들어가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우리 도시에서 건설된지 가장 오래된 립체교까지 와서 어둡고 한산한 다리밑을 지나는데 예상치 못한 피로감이 갑자기 온몸을 엄습했다.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지, 왜 이렇게 사는건지 모든게 귀찮다는 생각이 갈마들었다. 열이 오르면서 고막이 얼얼해나서인지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장면은 음소거 버튼을 누른 침묵의 티비화면 같았고 낡고 네모난 돌기둥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무표정의 행인들은 마치 령혼을 빼앗긴 허깨비 같았다. 여직껏 살면서 사람들이 그렇게 보이기는 처음이였다. 그다음 순간, 다리를 거의 지나쳐 한창 대로의 일차선에 합류하고있는 우리의 오토바이를 왼쪽으로부터 무리하게 끼여든 중형화물차가 그대로 박아버렸다. 눈깜짝할새에 친구녀석은 화물차 바퀴아래에 깔렸고 나는 길가 가로수와 돌덩이가 있는 비탈길로 뿌리웠다. 나는 얇은 종이 인형처럼 붕 떠서 날아갔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그렇게 많은 위험한 짓을 벌였음에도 그런 사고쯤 당하지 않고 살아온것 이 오히려 신기했다.
병원침대에서 정신을 차려 눈을 뜬 나는 의사를 붙잡고 다급히 상황을 묻는 아버지의 뒤잔등을 보았다. “…네? 의사선생님, 얘가 사내구실을 못할수도 있다고요?…” 내 얼굴에는 겹겹이 붕대가 싸였고 눈꺼풀외의 다른 곳은 아직 움직일수 없어서 마치 다른 사람의 육체안에서 세상을 내다보는것 같았다. 초록색 수술가운을 입은 의사와 그곁의 간호사와 그들을 둘러싼 여러명의 사람들속에 아버지가 서있었다. 구부정한 뒤잔등에 희슥한 머리카락의 아버지는 17년전 낡은 학교의 벽돌담벽아래에서 기운차게 오줌을 지르던 그 사내가 아니였다. “그럴수는 없습니다. 이 아이가 어떤 아이라구요, 내가 어떻게 만든 아인데… 선생님, 그게 아니라, 이 아이는 우리 집 대를 이을 유일한 아이랍니다…” 아버지는 “토호” 리만창답지 않게 덜덜 떨면서 횡설수설했다.
제니는 사람들한테 가리워 울음소리만 들렸다. “아이고오, 이게 무슨 일이란가요? 수술 잘 끝났다면서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테니까 선생님, 다시한번 잘 좀 봐주세요…” 제니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또다시 어이어이 흐느꼈다. 그녀의 울음소리를 좇아 시선을 움직이다가 나는 큰어머니의 얼굴을 찾아내였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평소의 침착한 모습 그대로였다. “사내구실”이라는 말에 그녀의 얼굴우로 드디여 평안의 빛이 한줄기 스쳐지났다. 버겁고도 오래된 짐, 어느 곳에도 부려놓을수가 없어서 마냥 지고만 있던 짐을 끝내 처치할수 있게 된듯한 얼굴이였다. 나는 본능적으로 그날 오후, 벌써 얼굴조차 아리송하니 잊어버린 녀자애의 몸속에 뿌려넣은 나의 분신, 나의 정자들을 떠올렸다. 긴 꼬리를 꼼지락거리면서 그것들은 아직 잘 헤염치고있을가. 나는 곧 다시 정신을 잃었다.
파렬된 장기들과 신경회로들이 치열하게 복구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환영속에서 오줌을 지르고있는 거대한 아버지를 만났다. 그는 천지를 나눈 반고(盘古)라도 된것처럼 거인이였는데 혼돈의 우주속에 외롭게 서서 벌써 수억년동안 오줌을 지르고있었다.“뭐하고있는거예요? 아버지.”하고 내가 물었다. 아버지는 그 자세 그대로 서서 내게 대답했다. “내가 살아있는지 확인하는중이야. 나는 이렇게 쌀 때만이 내가 살아있다는걸 느낄수 있거든.” 아버지는 자신이 언제부터 거기에 서있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이미 그렇게 된 이상 계속 살아가고싶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싸지른 오줌줄기를 마시고 땅에서는 수많은 도시의 건물들과 고가도로와 차들과 공장과 기계… 그리고 예술품들이 생겨나고있었다. 그것들은 자꾸자꾸 쌓이더니 아버지보다도 더 높게 우주의 경계끝을 향해 위태로이 올라갔다. 드디여 우주가 찢어지며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든 모든것이 무너지고 흩어지고 산산히 조각이 나고있었다…
 
 
 
하마트면 “사내구실”을 못할번했던 사람은 내가 아니라 한쪽 소태를 절단당한 친구녀석이였다. 머리가죽이 한손가락남짓 터지고 목뼈와 늑골이 부러진 나는 다행히 위험한 부위를 다치지 않아서 끈질긴 잡초처럼 푸릇하게 되살아났다. 그러나 내가 퇴원한 뒤로 아버지가 심장질환으로 다시 입원하는통에 우리 집안은 더 큰 비상에 걸렸다. 아버지가 중환자실에서 나오기 바쁘게 제니는 령감탱이를 붙들고 유언장 얘기를 꺼냄으로 온 가족들의 질타를 받았으며 유난히 성깔 센 리아란의 귀쌈도 된통 얻어맞았다. “지금이 어느때라고 아픈 사람앞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냐? 망할년, 겨우 내연녀 주제에 어디 감히 유산까지 넘 봐? 이 십수년동안 너 먹여주고 내치지 않은것만 해도 감지덕지해야 할판에… 분수도 모르는 얼떨한 년!” 제니는 자기보다 다섯살 아래인 아란한테 볼따귀가 벌겋게 부어나도록 얻어맞고는 분해서 나한테 달려와 엉엉 울었다. “아들, 나한텐 너밖에 없다. 너그 아버지 돌아가고나면 저년들이 나를 어떻게 할지 뻔하지 않냐? 그니까 넌 나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아버지는 퇴원했지만 원기가 크게 상했다. 여태 아버지의 뒤를 봐주고 큰 힘이 되여준 정부의 어느 어른이 비리사건에 말려들어 심사를 받게 되자 그의 부동산개발 사업체도 위태롭게 되였다. 자칫하다간 벌금은 물론 여생을 감옥에서 지낼수도 있다고 누군가 귀띔해주어서 아버지는 그 나이에 국외로 도피해야 하나 고민하고있었다. 가세는 완전히 기울어진 셈이였다. 복은 쌍으로 들어오고 화는 혼자 다니지 않는다는 말이 이 시점의 우리 집안에 적격이였다. 큰어머니는 단위에 진단서를 내고 집에 들어앉았다. 그녀 역시 여러가지 걱정거리때문에 수개월사이에 폭삭 늙어버렸다. 하얀 머리가 많이 생겼는데도 좀처럼 염색할 기분이 없어 했다. 그해 봄이 오기전 리아란이 큰어머니의 성화에 못이겨 평범한 직장인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고 오월달에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큰어머니는 아버지보다 더 슬퍼하는것 같았다. “어머이, 어머이 이제 아버님 만나셨는가요? 우리 애아빠, 일 좀 잘 풀리게 해달라고 힘 좀 써보시지요… 아버님, 저승에서도 저를 위해 복을 빌겠다고 하셨잖아요, 제 로년을 평안하게만 보낼수 있게 지켜주셔요…” 큰어머니는 할머니를 위해 많은 종이돈을 태우셨으며 그후에도 신기 있는 녀자를 찾아 아버지를 위해 치성을 드렸다. 큰어머니는 생전에 그런 일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해의 추석, 인적이 드문 교외의 어느 사거리에서 원을 그려놓고 종이돈을 태우며 큰어머니는 내게 그랬다. “이젠 정말 너밖에 없구나, 이 가문이 살아남을지, 우리 늙은이들이 편히 눈감을수 있을지는 너 하기에 달린거다…” 누런 종이돈은 활활 잘도 타올랐다. 뜨거운 불길우로 연기를 따라 까만 재가 날아올랐다. 고요한 어둠을 등진채 앉아있는 큰어머니의 얼굴은 어른거리는 불빛에 비춰져 처음 보는 사람의것마냥 낯설었다. 모든것이 그토록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수가 없었다. 나는 저주받은 시지프도 아니고 바벨땅의 니므롯도 아니였다. 나는 심지어 자신이 어떤 욕망의 환영이 아니라 실체로 살아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모든것은 그저 한편의 길고긴 피영극(皮影戏)일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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