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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시에 대하여
2015년 06월 12일 21시 39분  조회:3495  추천:0  작성자: 죽림
민중시와 민중적 상상력

한국 현대시에서 최대의 쟁점이 되었던 시의 현실참여 문제는 산업화시대에 들어서면서 시적 대상과 시적 인식의 범주를 정립하기 위한 노력으로 확대된다. 시의 현실참여를 강조하면서도 시적 서정성의 획득에 더욱 관심을 기울였으며, 언어적 순수에 집착하면서도 일상적 경험에 대한 접근에 주력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시인 자신이 경험적 진실성에 대한 추구 작업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산업화시대의 시단에서는 민중지향적인 시적 작업이 두드러진 경향으로 자리잡는다. 민중시는 사회적 상황이 정치문화의 폐쇄성과 급격한 산업화의 물결에 의해 혼돈을 거듭하고 있는 여러 가지 특징을 드러낸다. 현실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시를 통하여 표출되기도 하였고, 소외된 민중의 삶의 모습이 시를 통해 그려지기도 한다. 시인 자신이 현실에 대해 지니고 있는 도덕적 열정이 진취적인 시정신과 과격한 언어로 묶여져서, 때로는 지나치게 이념적인 색채를 드러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경우도 적지 않다. 민중시의 시적 가능성은 신경림, 이성부, 조태일, 최하림, 정희성 등의 실천적인 활동을 통해 확립되고 고은의 시적 변모와 김지하의 풍자와 비판을 통해 더욱 활발하게 확대된다. 
김지하는 산업화시대 군사정권에 의해 자행된 부정과 부패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풍자한 장시 「오적」(1970)을 발표한 후 첫 시집 「황토」(1970)를 간행함으로써 새로운 민중시의 중심 영역에 자리하게 된다. 「오적」으로 인해 시인 자신은 군사정권에 의한 탄압의 표적이 되었지만, 이 작품은 전통적인 운문양식인 가사, 타령, 판소리사설 등을 대담하게 변용함으로써 새로운 풍자적 장시의 가능성을 열어놓게 된다. 이 작품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은 재벌, 국회위원, 고급관료, 장성 등이다. 김지하는 한국사회의 상류층이 보여주고 있는 도덕적 불감증과 부정부패, 호화사치 등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으며, 정치적인 폭력에 의해 탄압을 받으면서도 이러한 시적 자세를 굽히지 않는다. 
김지하의 문학이 사회윤리적 가치기준에서가 아니라 문학성의 의미에서 다시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그가 오랜 동안의 투옥생활을 겪으면서 적은 시들을 중심으로 묶어낸 시집 「타는 목마름으로」(1982)의 출간과 때를 같이 한다. 이 시집의 시들은 비판과 저항의 의지가 보다 깊이 내면화되면서 정서의 응축을 통한 시적 긴장을 잘 살려내고 있다. 특히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체념에 떨어지지 않고, 깨어 있는 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힘쓰는 시인의 처절한 투쟁이 잘 나타나 있다. 

저 청청한 하늘 
저 흰구름 저 눈부신 산맥 
왜 날 울리나 날으는 새여 
묶인 이 가슴 

밤새워 물어뜯어도 
닿지 않는 밑바닥 마지막 살의 그리움이여 
피만 흐르네 
더운 여름날의 썩은 피 

땅을 기는 육신이 너를 우러러 
낮이면 낮 그여 한번은 
울 줄 아는 이 서러운 눈도 아예 
시뻘건 몸뚱어리 몸부림 함께 
함께 답새라 
아 끝없이 새하얀 사슬소리여 새여 
죽어 너 되는 날의 아득함이여 

낮이 밝을수록 침침해가는 
넋 속의 저 짧은 
여위어가는 저 짧은 볕발을 스쳐 
떠나가는 새 

청청한 하늘 끝 
푸르른 저 산맥 너머 떠나가는 새 
왜 날 울리나 
덧없는 가없는 저 눈부신 구름 
아아 묶인 이 가슴
―「새」 

김지하의 시적 감수성은 언어의 절제에서 그 빛을 발휘한다. 풍자는 상황성이 제거될 경우 자칫 웃음으로 전락될 우려가 있지만, 정서적 긴장과 서정성에 바탕을 둔 시적 감흥은 언제나 상황성을 넘어서는 것이다. 김지하의 옥중시에는 상반되는 두 가지의 이미지들이 대조를 이룬다. 밝은 것과 어두운 것, 높은 것과 낮은 것, 움직이는 것과 움직이지 못하는 것 등이 미묘한 충돌과 긴장을 불러일으키면서 시에 배치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삶과 죽음, 영원과 순간, 의지와 굴욕, 선과 악 등의 가치를 내포한다. 이러한 이미지의 대립과 그 내포된 의미의 갈등은 시적 자아의 내면적 고통과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시적 자아의 형상에서 확인되는 비극적 정황에도 불구하고, 김지하의 시들은 그 비극성을 넘어서는 의지를 잃지 않고 있다. 그는 확신할 수 없는 미래를 노래하지 않으며, 죽음을 앞에 두고서도 싸우고 견뎌야 할 현실이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김지하가 「대설 남」(1985)에서 그의 문학적 양식에 대한 실험을 다시 시작한 것은 담시 「오적」의 경우와 유사한 점이 없지 않다. 그는 천박해진 산문의 언어와 감상에 빠진 시의 언어를 거부하고 서정양식과 서사양식 사이의 긴장을 지탱할 수 있는 새로운 담론의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새로운 도전은 그 낯선 형태로 인하여 크게 주목되지 못하였지만, 일종의 제도와 관습으로 고정되어 버린 문학양식의 틀을 허물어 버림으로써, 그 제도와 관습을 통해서만 인정되어 온 문학적 양식의 보수성에 대한 반발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김지하의 시 창작은 시집 「애린」(1987), 「검은 산 하얀 방」(1987), 「별밭을 우러르며」(1989) 등으로 이어진다. 시집 「애린」에 수록된 시들은 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보다 본질적인 인간의 조건으로서 사랑의 문제를 내세운다. 시집 「별밭을 우러르며」의 경우에도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보다는 개인적인 내면의 독백과 자연에 대한 동화 등 서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김지하가 새로운 시적 주제로 내세우고 있는 생명에 대한 외경과 환경에 대한 관심 등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임을 알 수 있다.
신경림의 시적 출발은 급속한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된 농민들의 삶의 현장을 노래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그의 첫 시집 「농무」(1973)에 수록된 시들을 보면 숙명적으로 땅에 기대어 살 수밖에 없는 농민들의 가난과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농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우러나오는 소리를 그대로 담아 놓고 있다. 그는 농촌을 하나의 풍물적인 자연으로 다루거나 전원적인 것으로 그리는 것을 반대한다. 투박하고 거칠지만, 진실미가 바로 소박함에서 솟아나기도 하는 삶의 현장으로서의 농촌이 그가 즐겨 다루는 시적 대상이다. 

징이 울린다 막이 내렸다
오동나무에 전등이 매어달린 가설무대
구경꾼이 돌아가고 난 텅빈 운동장
우리는 분이 얼룩진 얼굴로
학교 앞 소줏집에 몰려 술을 마신다
답답하고 고달프게 사는 것이 원통하다
꽹과리를 앞장세워 장거리로 나서면
따라붙어 악을 쓰는 건 쪼무래기들뿐
처녀애들은 기름집 담벽에 붙어서서
철없이 킬킬대는구나
보름달은 밝아 어떤 녀석은
꺽정이처럼 울부짖고 또 어떤 녀석은
서림이처럼 해해대지만 이까짓
산구석에 처박혀 발버둥친들 무엇하랴
비료값도 안나오는 농사 따위야
아예 여편네에게나 맡겨두고
쇠전을 거쳐 도수장 앞에 와 돌 때
우리는 점점 신명이 난다
한 다리를 들고 날나리를 불꺼나
고갯짓을 하고 어깨를 흔들꺼나

―「농무」 

농촌의 현실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자 하는 신경림의 노력은 시집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등으로 이어진다. 신경림의 시에서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농촌의 모습과 농민들의 삶은 그것을 그려내고 있는 언어의 일상성과 그 진솔함으로 인하여 실감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시적 자아는 대상과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시적 대상이 되고 있는 농촌의 한복판에 서 있다. 신경림이 그의 시적 작업에서 가장 힘들인 것은 현대시와 민요정신의 결합이다. 물론 이러한 시도는 기왕의 한국 현대시에서 볼 수 있는 민요적 정조나 율격의 재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민요 속에 살아 있는 집단적인 민중의 삶과 그 의지를 더욱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형성되고 있는 실감의 정서를 더욱 귀하게 여기고 있다. 신경림의 장시 「남한강」(1987)은 민중적 서정성을 민요의 정신 속에서 찾고 있는 그의 노력의 결산에 해당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체험과 현장감각을 바탕으로 민중의 삶을 총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신경림은 지금은 오히려 제대로 쓰지 않아 낯선 말이 되어버린 고유한 낱말들을 찾아내어 다듬어 쓰기도 한다. 그러므로, 시의 언어는 그 폭이 상당히 넓다.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는 민요의 형태도 전체적인 시적 구조에서 결코 이질적인 요소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민요는 그 가락이 살아나고 있기 때문에, 단조롭게 이어지기 쉬운 장시의 형태 속에서 집단적인 역사체험이나 민중적인 정서를 충동적으로 환기시키고 있다. 

고은의 초기 시들은 시집 「피안감성」(1960), 「해변의 운문집」(1964) 등에 실려 있는데, 대체로 삶에 대한 허무의식이 그 정서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시적 언어도 지나치게 탐미적이고 감상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시 세계는 1970년대 중반에 발간된 시집 「문의마을에 가서」(1974) 이후 시집 「입산」(1977), 「새벽길」(1978) 등을 통해 새롭게 변모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시는 시적 자아에 대한 자기혐오나 허무의식을 떨쳐버리고 역사와 현실 앞에 자기 의지를 내세우기 시작한다. 고은의 시적 변모는 자의식의 그림자를 완전히 벗어버린 후 시적 자아의 확립을 재확인하는 일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자기 인식에 기초하여 현실을 보고 역사와 대면하기 시작하면서 발표한 시들은 불의의 현실에 대한 격렬한 투쟁의지를 노래한 것들이다. 그는 폭력의 정치에 온몸으로 저항하면서도 참담한 현실을 절망하지 않는다. 그의 시에는 신념과 의지가 살아 움직인다. 이 무렵에 발표된 시 「나 자신을 위하여」, 「조국의 별」 등을 보면, 역사에 대한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투쟁이 필요하던 시대에 고은의 시는 그 자체를 이루고 있는 언어 하나하나가 모두 그의 시의 한 제목처럼 날카로운 ‘화살’이 되어 현실의 과녁을 향해 던져지고 있다. 그러므로 고은은 군사정권에 저항하면서 몇 차례 투옥되는 곤욕을 치루면서 그 절망의 시대를 극복한다. 그리고 그의 시세계는 보다 폭넓고 깊은 역사의식을 포괄할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지니게 된다. 그의 연작시 「만인보」와 장시 「백두산」은 민중적 상상력의 시 성과에 해당된다. 「만인보」는 그 규모의 방대성과 시적 정신의 포괄성에서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다. 민족의 삶의 모습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채롭게 엮어가고 있는 이 시에서 연작성의 효과는 그 반복과 중첩의 묘미에서 찾아진다. 이 작품은 시적 테마의 확대와 심화를 위해 서정시의 형식을 연작의 기법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인간과 그 삶의 현실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 얼마나 폭이 넓고 깊은 것인가를 잘 보여준다. 이 연작시에서 시인은 서정의 세계가 포괄할 수 있는 삶의 모든 가능성을 그려내고, 자신이 그려내는 모든 것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표시한다. 그러므로 민중의 다양한 삶과 그 총체적인 인식을 시적 테마로 다루고 있는 「만인보」야말로 삶의 언어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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