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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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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잎 하나
2023년 10월 23일 13시 38분  조회:94  추천:0  작성자: 리광학
수필
단풍잎 하나
 
리광학
 
연변단풍수필회창립25주년을 맞아 이미 고인이 된 전임 비서장 최균선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을 담아 이 글을 쓴다.
내가 최균선선생님을 알게 된 계기는 아마도 2011년 수필대가 오태호선생수필문학연구토론회의 그때인 것 같다. 전에는 그저 신문이나 잡지에서 선생님의 문학작품을 통하여 접했을 뿐이다. 실제로 본 선생님은 후리후리한 키에 고수 머리에다 검은테 안경을 쓴 비교적 잘 생긴 미남형의 남자였다.
 그 후 2013년 10월, 나는 단풍수필회창립15주년기념 활동에 초대되여 다시 한 번 선생님을 뵐 수 있었다. 그 번 행사에도 선생님은 수필회 비서장의 신분으로 기념행사의 사회를 맡으셨다.
선생님은 비교적 밝은 표정으로 회의를 사회하였다. 긴장된 정서나 따분한 분위기와는 달리 타이밍에 맞추어 유머를 슬슬 던지는데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단풍수필회와의 잦은 인연으로 하여 나는 2016년에 단풍수필회 회원 자격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 하여 매월 한차례 조직하는 단풍수필회 활동에 참가 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통해 진일보로 선생님에 대하여 깊은 료해와 인식을 가지게 되였다.
뒤늦게야 알게 된 일이지만 선생님의 단풍수필회의 비서장직은 이순이라 불리우는 60대의 나이에 처음으로 가져보는 ‘장’자 벼슬이였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보아 알 수 있듯이 어릴 적 학교생활로부터 사회생활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사람이면 몇 번씩은 ‘장’자 벼슬을 가져본 경험이 있을 수 있다. 헌데 선생님의 경우는 달랐다. 살던 고향 마을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남의 얼굴을 보고도 웬만한 속내를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였건만 현실은 그냥 그걸 인정해 주지 않고 무시하며 마땅한 설자리마저 있을 수 없게 몰아갔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원인과 그에 상응한 결과가 따로 있는 법이다. 내가 단풍수필회 회원가입을 하고 몇 차례를 걸쳐 선생님과 술자리를 함께 하면서 선생님의 억울하고 서럽고 가슴쓰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선생님은 해방을 맞기 두 해 전 유서 깊은 일송정 아래 룡강촌의 최씨가문의 막내로 태여났다. 네살 때 토지개혁이 실시 되여 몰락세가의 천덕구러기로 동년, 소년시절을 흘러 보내며 잔뼈를 굳혔다. 그 후 사회라는 큰 마당으로 밀려왔었는데 가정출신이 남달랐던 원인으로 그 딱지가 어디를 가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를 괴롭혔다. 선생님의 말을 빈다면 출생의 불운으로 하여 ‘바람이 불면 바람부는 대로 불려가고 비가 오면 비에 젖어가며 누가 뭐라든 무조건 허리를 굽히고 세상이 하라는 대로 죽어 지냈다’
그랬다. 출생의 불운으로 첫사랑을 잃고 뒤늦게 겨우 대상자를 만나 결혼식을 치르던 날, 달콤한 동방화촉의 신혼의 밤을 행복의 도가니에 빠져도 모자랄 판에 조리돌립을 당하며 비판대에 올랐다.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하고 서러운 일인가? 어찌 그 뿐이랴! 사랑하는 첫 아들이 태여나 생의 축복이였으나 그들에게는 아니였다. 대에 대를 이은 출생의 불운은 방금 태여난 피떵이에게도 끈질기게 이어져 병 보일 자격마저 잃어버려 사흘 밤을 못 넘기고 요절의 비운을 면치 못했다. 그 세월 억울하고 고통스럽고 서러움을 당한 사람이 어찌 선생님 한분에 그치랴!
그때 그 서러움이 선생님의 잠재의식에 작용해 슬픔과 서러운 생의 바탕이 되고 민들레의 홀씨같이 떠다니며 지지리 뒤몰리다 ‘쥐구멍에도 볕들날’이 있었던가 선생님은 서른다섯을 다 먹고 행운의 등에 업혀 교단에 서게 되였다.
교단에 서면서부터 선생님은 꽤나 전전하며 꽃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영성촌소학교에서 두만강기슭의 명동촌소학교로 갔고 거기서 다시 도문시교육학원으로, 또 다시 연변사법학원 으로 돌고 돌았다.
어렵게 핀 꽃은 더 귀하고 소중한 법이다. 선생님은 어렵사리 차려진 교육사업이라는 기회를 소중히 여겨 자기의 소명을 다했고 그에 따른 괄목할만한 성과들을 이루었다. 다망한 일상 사업과 복잡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 본과 과정을 전부 마쳤고 지상에 400여편의 문학작품과 교육론문을 발표했으며 수준 높은 3권의 문학저서도 펴냈다. 지금에 와 다시 선생님의 문학작품들을 읽어보면 작품마다 인간의 생의 본능과 철리가 다분하고 작품마다 지식인의 냄새가 찐하게 느껴온다. 또 작품마다 평시에 많은 책을 읽고 갈고 닦은 흔적들이 력력히 보여진다. 진정 자신의 피타는 노력과 끈질긴 의지력으로 지식의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
선생님은 단풍수필회의 비서장직을 맡고도 각별히 본직을 아끼고 사랑을 몰부었다. 매번 협회활동을 진행하기 전에 꼭 메모지에 활동사항들을 하나하나 적어두어 차질이 없도록 하였다. 1년에 한 번씩 연변인민출판사의 출간으로 된 ‘단풍수필회 회원작품집’의 원고들은 우선 협회가 지정한 편집원의 손을 거쳐 원고가 모집되고 편집된 다음 출판사로 보내지게 된다. 선생님은 몇 년간 작품집의 편집을 맡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원만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일부 회원들이 컴퓨터에 서툴어 볼편으로 쓴 원고들을 보내오면 시끄러움을 마다하고 자신이 직접 타자원이 되여 원고들을 정리하여 회원 개개인에게 만족을 주었다. 편집을 하며 컴퓨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견주염이 도져 아픔을 덜기 위해 아파트 1층 창고에 철봉대를 설치하고 턱걸이 운동을 해가며 편집일을 견지하였다.
2017년 협회의 회장기바뀜을 거쳐 젊은 홍천룡선생이 회장직을 맡았다. 선생님은 년장자의 립장임에도 언제나 자세를 낮추고 늘 후임 회장을 잘 받들어 협회의 리익과 발전에 기여하였으며 이를 통해 또 회원들에게 솔직하고 진실한 참다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해 5월의 어느 활동일이라고 기억된다. 그날 선생님은 몸이 말째여 몹씨 불편해하셨다. 우리는 이젠 선생님이 년세가 지긋하니 어련히 그럴 수도 있겠거니 하고 별다르게 여기지 않았다. 그 후 선생님이 매년 맡아 하시던 협회의 년검(年检) 엄무를 나에게로 넘기면서 선생님의 불편한 몸의 ‘비밀’을 알게 되였다. 선생님이 넘겨준 수필회년검에 관한 서류들을 받아 가지고 집에 돌아와 이것저것 체크하는 과정에 우연하게 가방에서 선생님이 연변병원에서 병을 치료하며 남긴 의료보험 결산서와 병지를 발견하였다. 그제서야 선생님께서 장기간 ‘방광암’이라는 불치의 병으로 시달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하늘도 야속하지 어쩌다 뒤늦게나마 인생의 귀틀집에 해가 들어 사회의 양지에서 기강을 펼쳐나가며 자신 넘치게 자신의 존재가치를 펼쳐나가는 판에 이런 날벼락이 떨어지다니!
불치의 병은 수시로 야금야금 선생님의 육체를 괴롭혔다. 하지만 선생님은 전혀 병에 대하여 티를 내지 않고 협회의 모든 활동에 참가하여 자기가 맡은 수필회 비서장의 역활에만 열중했다. 
2018년 단풍수필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이하게 되였다. 기념행사를 맞아 협회의 이런저런 준비사업들은 거이다 회장과 비서장을 주축으로 진행되였다. 기념행사를 위한 주제모임도 잦았고 자료수집도 많았으며 여기저기 초청해야 할 곳도 많았다. 하지만 협회 상하 회원들이 똘똘 뭉치니 순리롭게 준비사업들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단풍수필회 창립20주년 기념행사의 그날, 선생님은 정중하게 검은색 의상을 차려입고 자신있게 수필회 기념행사의 사회를 맡아 전반 회의 의제들을 매끄럽게 진행하여 회의 참가자들의 절찬과 긍정을 받았다.
2018년 11월 16일 단풍수필회 회원 최상운선생님의 작품집 출간의식이 또 한성호텔에서 거행되였다. 이번 행사에도 선생님께서는 지난번 행사 때처럼 산뜻한 검은색 의상을 차려입고 출간의식 사회를 맡으셨다. 이날 따라 선생님께서 입으셨던 검은색 의상은 선생님께 너무 잘 어울리시는 것 같았다.
사실 선생님께서는 평시에도 검은색 의상을 즐겨 입으셨다. 늘 머리에는 검은색 중절모에 검은테 안경을 걸고 검은색 의상에 검은색 넥타이를 매고 검은색 구두를 신고 다니셨고 뜨거운 삼복철일지라도 환하고 밝은 옷들은 별로 입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왜 검은색을 즐겼을가? 궁금하던차 컴퓨터 검색을 해보고서야 다소 근사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은 자신을 지키고 싶을 때 검은색 옷을 입는다고 한다. 검은색이 모든 색을 흡수, 차단하는 강한 색이므로 검은색 옷을 입은 사람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단다. 거이 반평생을 남의 눈치를 봐가며 기죽은 삶을 살았던 선생님이였으니 그럴만도 하겠구나 하고 어느 정도 수긍이 갔다.
최상운선생님의 작품집 출간의식이 끝나고 이듬해 어느 날인가 사모님께서 불시에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서 치료를 거쳐 조금 호전되자 북산가사회구역양로원에 기거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수필협회 회장단 성원들이 회원들의 위문금을 모아가지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회장단성원 일행이 양로원 직원의 안내에 따라 양로원에 들어서는 순간 대번에 숨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양로원은 비교적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내외 분들은 침대 하나를 놓은 작은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침대에는 무의식 상태가 다된 사모님이 누워 점적주사를 맞고 있었고 선생님은 방모서리에 달랑 걸상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계셨다. 최상운선생님의 작품출간의식 행사 후 처음으로 선생님을 만났다. 헌데 선생님은 하얀 짧은 머리에 살이 쏙 빠져 원 모습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왜소한 늙은이로 변해있었다. 그 제날 카리스마로 넘쳤던 선생님의 멋찐 모습은 조금도 찾아 볼 수 없었다. 하긴 자신이 불치의 병으로 치료를 받으며 다른 사람의 시중을 들어야 할 처지에 있으니 이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헌데 이번 병문안 길에 또 하나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게 되여 내내 가슴이 쓰려났다. 병상에 누워계시는 사모님이 여지껏 농촌호구로 되여 있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란다. 맙시사!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음지가 있다니, 그것도 다른 곳이 아닌 당당한 대학교 부교수직함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 가족에서 말이다. 참, 이런건 누구의 탓이라고 나무람 해야 옳은가…
단풍수필회 회장단에서 양로원으로 다녀 온지 얼마 안되여 사모님은 저 세상으로 갔다. 또 얼마나 지났을가 선생님도 사모님을 만나러 하늘나라로 총망히 떠나셨다. 운명의 신은 너무 불공평했다. 선생님께서 살아 생전에 억울함과 서러움으로 긴 시간을 고생했다면 후생에는 마음껏 여유로움과 복을 누려야 하지 않겠는가.
단풍잎 하나가 모진 비바람과 역경을 이겨내며 몸부림을 치다 끝내 나무위에서 바닥으로 떨어진다. 단풍잎은 무엇이 그리 아쉬운지 한들거리며 겨우 겨우 땅에 가 닿는다. 이제 다시 봄이 오가며 세월이 바뀌면 떨어진 단풍잎은 순수한 밑거름으로 변해 나무의 생장에 한몫을 할 것이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단풍잎들에서 우리는 그리운 선생님의 얼굴을 찾아 볼 수 있을른지 아리숭한 상념에 잡겨본다.
 
2023년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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