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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뚱뚱했어요?
2014년 07월 09일 06시 59분  조회:967  추천:0  작성자: suseonjae
 


지금처럼 뚱뚱했어요?
(눈물의 3단 찬합을 쓰신 분의 부인이야기입니다~)
 
 
 
 
 
 
1997년 IMF 한파가 몰아칠 때 불황이다, 감원이다 다 남의 일인 줄 알았다.
금융회사에 다니고 있어서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잘 나가던 회사가 금융회사 구조조정으로 퇴출되었다.
10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특별한 능력도 없던 나는 실업자 신세로 전락했다.  
 
퇴출된 회사의 정리 작업 중에 함께 일했던 분의 추천으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다.

함께 면접 본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입사를 포기 하는 바람에 내가 입사하게 되었다.

당시 팀장님은 나와 같이 면접 본 사람이 더 맘에 들어서인지
처음부터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셨다.

지원팀 직원이라고 해봐야 전체 10명 정도인 회사에서의 생활은
이렇게 불편하게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출근해 말 한마디 안하고 퇴근한 날이 많았다.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떠나 새로운 조직에 들어가
사교성이 뛰어난 것도, 음주가무에 능한 것도 아닌 내가
새로운 팀에 적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가 “○팀장님.” 하고 부르면 팀장님은 다른 사람은 그냥 “팀장님.” 하는데
은영 씨만 “○팀장님.”으로 부른다고 꾸중을 하시는 등
하는 일마다 꼬투리를 잡고 잔소리를 하셨다.

그 팀장님의 특징은 화를 낼 때
불편한 사람에게는 꼭 존댓말을 쓰시곤 하셔서
기분이 좋은지 아닌지는 존댓말 여부로 확인이 가능했다. 
 
팀장님과 하루도 그냥 지나가는 날이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하루하루의 연속이었다.

새로운 업무로 나를 채용했는데 새로운 일은 점점 더디게 진행됐고
팀장님과의 관계도 계속 악화되었다. 
 
어느 날 저녁 팀장님이 맘에 안 든다는 얘기만 계속하자
이제 그만 다니겠다고 큰소리치며 울면서
회사를 뛰쳐나오게 되는 일이 벌어졌다.

그 상황을 안 중간관리자인 대리가 저녁을 사주면서
“1년만 같이 일하자. 그 이후에 떠나도 되지 않겠느냐,
이렇게 그만두면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설득을 하기 시작했고
설득에 넘어간 난, 1년만 있자고 결심하고 다시 다니기 시작했는데
그 후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열심히 다니고 있다.^^ 


 
 
대리의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첫 출근 하던 날, 술을 얼마나 드셨는지
출근시간에 출근도 못해 지각했다고 엄청 혼나고 계셨다.

얼굴은 검은데다가 술 냄새 팍팍 풍기고
몸은 뚱뚱하고 약간 느끼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그날 이후 새로운 업무를 같이 시작하게 되었다.

전에는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일했는데
옆에 앉아서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업무를 많이 챙겨 주셨다. 
 
한 사람으로 인해 회사생활이 괴로울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경험했다.

밤늦게까지 야근을 해도 힘든 줄 모르고 열심히 일했다.

그때 그 시절의 대리님은 얼마 안 있어 다른 곳으로 이직했으나
그는 현재 내 남편이자 도반이 되었다.

무뚝뚝한 나를 대신해 약간의 애교로 나를 웃게도 해주고
내가 마음 아파 괴로울 때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고마운 남편이다. 
 
지금이야 이렇게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남편이 결혼 초에는 무던히도 속을 썩였다.

결혼하자마자 남편만 지점으로 발령 났는데
회사에서 영업하라고 압박을 하니
결국 일반적으로 증권사 영업사원들이 망하는 지름길로 가는
일임매매를 하였다.

파생상품이라는 것이 어렵다 보니
아줌마들이 스스로 투자 하지는 못하고
돈 불려 달라고 남편에게 맡긴 것이다.

남편 또한 실적에 쪼이다 보니 덥석 받았고….
그러면서 항변하길, 
“지점장님 이하 모든 영업직원들이 다 이렇게 영업해.
실적도 채우고 돈도 벌면 일석이조니 얼마나 좋아? 믿어봐!”
큰 소리 뻥뻥 치고…. 
 
이 장면을 보는 나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증권사 생활 10년 짬밥의 선배인 내가 보기에
남편은 순진한 생각을 가지고 절벽을 향해 가는 어린 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 경험이 많아 돈을 벌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마는
당시에는 남편 또한 파생금융상품 투자에 초보라
1년 동안 무려 1억씩 까먹었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 받으면서
두 달을 주기로 몇 천씩 대출을 받아
회사에서 정한 목표를 채우느라 힘써 계좌를 돌린 결과이다.
 
참다 참다 못해서 내가 한마디 하면
그날은 서로 한바탕하고 2~3일 냉전 기간을 거쳤다.

이후 잠잠하다가 또 대출 받아야 할 때쯤 되면 전쟁을 되풀이 하니
지금까지 결혼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바로 이 1년 동안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남편은 어떻게 하든지 그 상황을 타개하려고 무지하게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남편 왈,
“그때 시장에 대해서 공부한 것처럼 학교 다닐 때 공부했으면
아마 고시도 몇 번은 붙었을 거야~”
 
지금은 그 동안 진 빚은 다 갚고,
남편이 열심히 일한 덕분에 큰 집은 아니지만 빚 없이 집을 마련했다.

이직하고 회사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었을 때
내게 베푼 따뜻함에 이끌려 사랑을 느껴 결혼을 했다.

결혼 초엔 무던히도 애를 먹이더니만
2002년 가을부터 명상을 시작한 이후 서로 동일한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었다.

싸울 일도 줄어들고 어느덧 마음의 여유도 생기면서.
사람들은 지금도 가끔 나에게 묻는다.
 
"결혼 전에도 지금처럼 뚱뚱했어요?" 
"네, 지금보다는 약간 슬림했지만 기본체형은….” 
"그런데 어떻게 결혼했어요?"
그러면 나는 그냥 배시시 웃는다.

그들이 어떻게 알겠는가?
배불뚝이고 못 생겼지만 마음은 참 따뜻한 사람이라는 것을….
여보!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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