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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최동일 아동소설집-민이의 산

울 바 자
2010년 03월 11일 07시 56분  조회:1319  추천:0  작성자: 동녘해







울 바 자


홍철이는 두손으로 턱을 고이고 울바자가름대에 기대여 서서 울바자너머에 있는 초가집을 바라보았다. 네벽이 동쪽으로 기울어져 헐망한감을 주기는 하나 곱게 칠한 흰벽과 산뜻하게 이은 이영은 어딘가 정갈한 인상을 주는 농가였다.
농가의 마당 한복판에는 늙은 살구나무 한그루가 서있었다. 그 나무우에서 한 소년이 살구를 따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윽토록 그 소년을 바라보던 홍철이는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였던지 높지 않은 소리로 불렀다.
“영수야~”
“오, 홍철이구나!>.
영수는 살구나무에서 내려와 바자쯤으로 살구를 내밀며 말했다.
“홍철아, 살구를 먹어라. 영~ 잘 익었다.”
홍철이도 살구를 받으며 말했다.
“그래, 정말 잘 익었구나, 노오란게.”
“며칠전까지만 해도 요쪽이 파란색을 좀 띠였던게 어느새 이렇게 익었다... 얘, 홍철아, 너네 집에 또 친척이 왔지?”
갑자기 들이대는 영수의 당돌한 물음에 홍철이는 마뜩치 않은 기색을 하며 머리를 끄덕였다.
“응, 외국에서 큰아버지가 오셨다. 비행기를 타고 왔다더라.”
“정말? 야~, 비행기를 타면 굉장히 좋겠지?”
영수는 호기심이 동해서 물었다.
이때 울바자너머에서 “홍철아!”하는 날카로운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홍철이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라 머리를 돌렸다. 홍철의 아버지가 홍철이를 향해 걸어오고있었다.
“아버지!”
홍철의 대답에 앞서 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빨리 집에 들어가거라. 큰아버지께서 네가 그림 그리는걸 보겠다는구나.”
“네? 또 그림을 그리라구요? 방금 피아노를 치고 나왔는데.”
“참, 내가 뭐라고 하던? 놀음에만 탐하지 말구 빨리 재간을 익히라구.”
“저 영수하구 좀 더 놀면 안 돼요? 아버지.”
“뭐? 놀겠다구? 이 자식이…”
아버지는 홍철이를 향해 버럭 성을 냈다. 그러자 홍철이는 뾰로통해서 아버지를 흘겨보며 손에 쥔 살구를 만지작거렸다. 살구를 발견한 아버지가 홍철이의 손에서 살구를 마구 빼앗아 울바자너머로 던져버리며 소리쳤다.
“그까짓 살구가 다 뭐야. 집에 쵸콜레트가 가득한데.”
아버지의 성난 목소리와 함께 노오랗게 잘 익은 살구는 영수의 발밑에 떨어졌다.
“아버지, 아버지는 참!”
홍철이는 아버지에 대한 고까운 생각이 욱 치밀었다. 또 영수에게는 얼마나 미안한지 몰랐다.
그날, 해가 서산에 기울어진 황혼무렵.
홍철이는 다시 울바자를 사이두고 영수와 만났다. 둘은 울바자사이로 재미나게 손놀음도 하면서 소곤소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수야, 아까는 참 안됐어.”
“안되긴, 너네 아버지의 성미가 원래 그런데 뭐!”
“영수야, 너한테만 하는 애긴데, 난 정말 울 아버지가 무섭단다.”
“아버진데두 무섭다구?”
“쳇,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를 이렇게 못살게 구니…”
“얘, 못살게 굴다니? 너의 아버진 널 너무 커하는것 같던데…”
“건 네가 몰라서 하는 말이야, 맨날 나보구 피아노를 치라지, 그림을 그리라지, 또 말끝마다 큰아버지, 큰아버지 하는게 딱 질색이다 난.”
“그래도 너네 팔각기와집은 큰아버지가 딸라를 보내서 지은것이라며?”
“ 흥, 그래서 울아버지는 큰아버지에게 잘못 보일가봐 쩔쩔 맨단다.”
“정말?”
“그래, 영수야! 너도 아버지가 그렇게 싫고 무섭니?”
“아니, 울아버진 날 크게 관계치 않아. 그저 착한 사람이 되라고만 한단다.”
“넌 참 좋겠구나. 난 정말 이 울바자를 없애버리구 마음대로 너네 집에 놀러 다니고싶다.”
홍철의 눈에서는 정말 그 어떤 기대가 간절하게 내비쳐지고있었다. 그러는 홍철이를 바라보며 영수가 입을 열었다.
“그게 될가? 올봄에 울바자를 다시 세울 때 너네 아버지가 그러던데 가을에 벽돌담장을 쌓겠다더라.”
“참, 아래웃집끼리 마음대로 다니지도 못하구…”
“히히히히, 울아버지가 그러시던데 이 울바자는 너네 아버지가 세운 <3.8선>이란다.”
“뭐? <3.8선>?!”
홍철이는 “3.8선”이라는 이 한마디를 속으로 몇번이고 되뇌여보았다.
“3.8선”이란 무엇일가?
홍철이는 생각하면 할수록 아버지가 야속스러웠다. 그럴수록 잊어버리고만싶은 3년전의 그 밤이 새삼스럽게 머리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홍철이가 열살나던 해의 봄이였다.
술래잡기를 놀고 돌아오던 홍철이는 집뒤에서 영수네 아버지가 무엇인가를 가리키며 아버지에게 말하는것을 보았다.
“홍동무, 이게 무슨짓이요?”
“정동무, 사정 좀 봐주오. 정말 방법이 없어서 하는짓이요. 후~ 녀편네가 앓아누운지 일주일이나 되오.”
홍철의 아버지가 애원에 차서 말하고있었다.
“그렇다고 촌에 하나밖에 없는 국수칸의 발동기를 훔치면 어쩌오?”
“내 이걸 팔아서 절반을 정동무에게 주겠소. 사정 좀 봐주오.”
홍철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며 영수 아버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영수 아버지는 조금도 양보 할 태세가 아니였다.
“홍동무, 못살아도 량심만은 깨끗해야 할게 아니오? 애들이 이 일을 알면 어쩌자구 그러오?”
“정동무, 제발 비오.”
“안되오. 당장 돌려가지 않으면 난 치보위원을 찾아가겠소.”
홍철이는 더 보고만 있을수 없었다.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담? 참!>.
홍철이는 한달음에 아버지앞으로 뛰여갔다.
“아버지! 아버지…”
“아! 홍철아…”
홍철이를 발견한 아버지는 몸둘바를 몰라하다가 영수 아버지를 쏘아보며 이사이로 내쏘았다.
“흥, 두고보기오. 누가 더 잘 되는가?”
영수 아버지가 말을 내지 않아서였는지 그 일은 소문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밤이 홍철이에게 준 타격은 너무도 컸다. 헌데 마음의 상처가 낫기도 전에 홍철의 아버지는 싸리나무를 엮어 울바자를 세우려 했다.
“아버지, 바자는 왜 세워요? 세우지 말자요. 전 울바자가 싫어요.”
울바자를 세우던 날 홍철이는 아버지의 옷섶을 붓잡고 말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너무도 매정하게 내 쏘았다.
“참견말고 저리 비켜!”
아버지는 홍철이를 윽박지르며 마구 집으로 떠밀었다. 하지만 홍철이는 악을 쓰며 소리쳤다.
“아버지, 울바자를 세우면 어떻게 영수네 집에 놀러가요?”
“그놈의 집엔 왜 간다는거냐? 다시는 그 집에 발길도 돌리지말어.”
“아버지!”
“썩 들어가 못해?”
아버지는 천둥같이 소리지르며 엮어놓은 바자를 세웠다.
그해 가을,
40년전에 헤여졌던 큰아버지를 찾은 홍철이 아버지는 큰 아버지의 도움을 받게 되였다. 해외에서 큰 회사를 경영한다는 큰아버지께서 홍철이네 집에 많은 딸라를 보내왔던것이다. 홍철이네는 그 돈으로 팔각기와집을 덩실하게 지었고 홍철이를 위해 피아노까지 샀다.
그러나 울바자는 싸리나무로부터 널판자로 바뀌여졌었다.
아, 과연 “3.8선”이란 무엇일가?
홍철이는 속으로 윽별렀다.
(이제 크면 꼭 울바자를 뽑아버리고 말거야.)
홍철이가 이런 생각을 굴리고 있을 때 영수가 홍철이에게 말했다.
“홍철아, 시시한 말은 하지말구 우리 살구나 맛나게 먹자.”
말을 마친 영수는 원숭이마냥 잽싸게 살구나무에 오르기 시작했다.
홍철이는 바자 이쪽에서 노오랗게 익은 살구를 바라보며 입가에 맑은 웃음을 피워 올렸다.
“얘, 홍철아, 보이니? 어느 쪽게 잘 익었니?”
“저쪽에, 그래, 저쪽에 잘 익은것들이 많구나.”
“어느쪽?”
“저쪽, 야, 한가지에 많이도 열렸네.”
“그래? 그럼 가지채로 뚝 꺾어서 줄게. 그래, 와 잘 익었다.”
영수가 살구를 따려고 앞으로 몸을 쏟으며 힘껐 손을 뻗었다.
“앗!”
영수가 새된소리를 지르며 살구나무에서 떨어져내렸다.
홍철이도 놀라 소리 질렀다.
“영수야, 영수야! 아프니? 괜찮아? 영수야~”
울바자 이쪽에 선 홍철이는 어쩔바를 몰라 맴돌이를 쳤다. 영수는 발목을 부여잡고 마구 땅에서 뒹굴었다.
“영수가 떨어졌어요. 영수가 나무에서 떨어졌어요.”
홍철이는 안깐힘을 다해 집쪽을 향하여 소리쳤다.
그 소리에 영수의 아버지가 집에서 뛰여나왔다. 그러자 홍철이도 결심을 내린듯 울바자가름대를 딛고 올라섰다. 울바자를 넘어가려는 생각에서였다.
“홍철아.”
집에서 나오던 홍철의 아버지가 깜짝 놀라며 홍철이를 향해 소리쳤다.
“아버지, 영수가 발목을 상했어요.”
“그런데는? 저절로 떨어진걸 가지구 넌 왜 그 야단이냐?”
홍철의 아버지는 영수네를 들으라는듯 높은 소리로 말했다.
“아버진 너무해요!>.
홍철이는 아버지가 너무도 야속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홍철의 말을 듣지 못한듯 또 다시 불호령을 내렸다.
“어서 바자에서 내리지 못해?”
아버지의 호령은 예리한 비수로되여 홍철이의 가슴을 찌르는것 같았다.
(이 울바자가 무엇이길래 이웃집에도 맘대로 못가게 할가? 이 울바자를 없애지 않고서는 영원히 이웃집을 다닐수 없을것이다. 그래, 뽑아버리는거야. 울바자를 없애버리는거야!)
여기까지 생각한 홍철이는 바자에서 뛰여내려 울바자가름대를 잡아챘다.
“아니, 너?!”
“비켜요. 저…저 오늘 이 울바자를 없애버리겠어요!”
홍철이는 아버지를 향해 목청껐 소리쳤다.
“너… 너, 미쳤구나. 이 자식아!”
아버지는 홍철이의 멱살을 틀어잡았다. 하지만 홍철이는 기를 쓰고 아버지의 손에서 벗어나 다시 울바자곁으로 뛰여가서 가름대를 당기며 소리쳤다.
“전 울바자가 싫어요. 싫다구요.”
“뭐뭐뭐…”
아버지는 선자리에서 발을 쾅쾅 구르며 홍철이에게 손가락질을 해댔다. 하지만 홍철이는 홍철이대로 죽어라고 가름대를 당기며 애원에 차서 소리쳤다.
“아버지, 없애요. 울바자를 없애요. 바자없이 살던 때가 얼마나 좋았어요. 그때처럼 살아요. 네? 우리 그때 처럼 살아요.”
소년의 해맑은 목소리는 온 시골마을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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