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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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소리(윤청남)
2007년 11월 23일 14시 14분  조회:886  추천:72  작성자: 윤청남
피리소리


윤청남


손끝에 의해 다듬어진 피리는

대나무숲을 못잊어하다

세월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바람은

바람의 속을 운다

삭아 고은 물빛 입김

사람의 하늘 씻어낸 내음

바람은 바람으로 숲을 넘어 돌아오고

대는 대로 대밭에 멀쩡히 다시 돌아와 섰지만

그날의 그 노래만은 이미 한송이 구름에서 휘발되고

지워지지도 않는 옛노래가락이 노을속을

속빈 달구지 구으는 소리만 대신한다

마디 물러난 대속에 드는 창백한 하늘

고운 커피향이 푸른 잎의 속을 판다

여름 한낮 풀잎 딛고 돌아와 뙤창문을 마주했던

순한 누이의 덧이 같은 우뢰소리

꽃은 무난히 곱지만

자는 바람에 마른 잎은

잠들지 못한다



<<연변문학>> 200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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