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창작마당
련재 고향과 멀리 떨어져
2013년8월14일 04시51분    조회:6339    추천:0    작성자: 해돋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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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오르오.”
     어느새 말을 탄 목민들이 다다랐다. 운전사는 목민의 뒤에 닁큼 올라탔다. 기마에 숙맥인 그들 셋은 목민의 도움을 받으며 말에 올랐다. 말은 질풍같이 앞으로 달렸다. 난생 처음으로 말을 타는 그들 셋은 너무나 긴장하고 무서워  목민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김영근은  앞사람의 허리를 으스러지에 끌어안은채 눈을 꼭 감았다. 얼음 속에 빠진듯 온몸이 공포감으로 꽁공 얼어드는것 같았다. 목민은 닫는 말에 채찍질하며 기승스레 달렸다. (괜히 이거야, 소를 사러왔다가 불에 타서 죽지 않겠는가?...)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치며 안해와 아이들의 얼굴이  번갈아 떠올랐다. 그는 숨을 딱 죽이고 이빨을 악물었다  천군만마가 달리고 하늘이 당장 무너져내리는 환각이 들었다. 말이 얼마를 달렸는지 갑자기 휘청거리더니 앞으로 폭 꼬꾸라졌다. 그 바람에 김영근은 앞의 목민을 안은채 말에서 떨어졌다. 풀밭이였기에  둘은 별로 상한 데가 없었다. 목민은 허리를  대충 주물더니 말에 닁큼 뛰여올라 감영근이를 당기여 말에 올렸다. 그제야 김영근은 그 목민이 녀자임을 알아 보았다. 김영근은 갑자기 모닥불 벼락을 맞은듯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러나 말이 달리니 그는 본능적으로  녀목민의 실팍한 허리를 엉겹결에 꼭 끌어안았다. 이윽고 말은 또 다시 질풍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공포감, 긴장감은 김영근이 방금 느꼈던 부끄러운 감을 해빛아래 안개마냥 일소해버렸다. 
(공연히 소장사를 하다가 불에 타 죽겠다.) 앞의 건장한 목민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박창식의 머리 속에 번개 치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의  온몸은 땀벌창이 되였다. 최용길이도 눈을 꼭 감은채 앞의 목민의 허리를 꼴 끌어안고 있었다. (내들 씨베; 이러다가 죽겠다.) 불행과 죽음의 마귀가 그의 가슴을 엄습하고 있었다.(괜히 왔구나…) 사처에서 사람들의 울짖음 소리, 털에  불이 달린 소뗴, 말떼, 당나귀떼, 양떼들이 미친듯이 달려오고 있었다. 털과 고기가 타는 비릿한 냄새가 봄바람을 타고 풍겨왔다. 초원은 마치 대지진이 폭발한듯  대혼란에 빠졌다. 
  “부요파,부요파…(무서워말아요.)”
  목민은 뒤사람의 어깨가 떨리는것을 육감으로 느끼며 위안했다. 그들은 무려   세시간이나 달려  안전지대에 이르렀다. 김영근이네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뿜으며 말에서 내렸다.
“감사, 감사합니다!”
김영근은 녀목민에게 허리를 깊숙히 굽히며 련해련송 감사를 드렸다.
“감사야 무슨, 난 동무 덕분에 포옹을 잘 받았는데요, 호..호… “
녀목민은 롱조로 말하고서 소탈하게 웃었다. 
 “핫, 하..하…하…”
  “허, 허…허..허…”
  “훗, 후..후…후…’
 김영근이네 일행은 그  녀목민의 쾌활한 웃음을 따라 통쾌하게 웃었다. 재난을 겪고 난뒤의 호탕한 웃음소리는 살풍경이 짙은 황야에 울려퍼졌다. 순간이나마 통쾌하게 웃으니 긴장감과 공포감이 가뭇없이 구중천에 날려가 버렸다. 역경속에서 솟아난사람들의 웃음은 엄동을 녹이는 양광마냥  위력이 거대한 것이 다 그들은 한참동안 한담을 나누다가  각자가 자기 처소에 돌아갔다; 
    “그래,군대 말 같은 몽골 녀자를 안아 보니 감각이 어떻던가요?”
  박창식은  얼굴에 우습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허..허..죽는 눔이 불알 나가는 줄 모른다구,  그  란통에 무슨 놈의 감각이요? 세계  1등 미녀를 안아도   감자 마대를 안은거나  한가질게요.”
   “허...허...허...”
   폭소가 터졌다. 
 이튿날, 라지오 방송에서 어제 발생한 특대화재에 대해 보도했다. 소  3천마리, 말 2천마리,당나귀  천마리, 양 2천 마리가  불 타 죽었던 것이다. 
“와?!...’
김영근이네 셋은 서로 마주 보며 입에 닭알을 물었다. 
“어이쿠, 숱한 생명이 그저…”
김영근은 탄식했다. 
“후유…그게며는 돈이 대단하겠는데…”
최용길은 얼굴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혹시  채 타버리지 않은  먹을 만한 게 없을까?”
마치 콜롬보스가 신대륙을 발견한듯 갑자기 박창식의 눈알에서 쾌활한 빛이 반짝이였다. 
“어허,그게  옳은 소리군.”
최용길은 호응하며 군침을 꿀꺽 삼켰다. 
“음? 음, 혹시 화선에서 완강히 살아 남은 ‘부상병’도 있지 않을까?”
김영근은 유머적으로  중얼거렸다. 
“글쎄…오늘은 좀 쉴겸  ‘이삭’이나 주으러 갈까?”
최용길은  둘을 보며  상론조로 물었다.       
 “훗, 후…후…이삭 주으러?  묘한 말이네, 가자구요”
박창식은 대뜸 찬성해나섰다.
“가기오.”
김영근의 짙은 눈썹이 날개를 펼쳤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려인숙(목민들의 집)을 나와  어제 사용하던 짚차 운전사를 찾아갔다. 마침 운전사가 집에 있었다. 내 몽골 자치구를 비롯한 서북 지역과 동북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살고 있는 몽골족은 유목 생활에 편리한  이동식 가옥에 살고 있었다.  지붕 우에는 두꺼운 자작나무 껍질을 입히고 그 우에는 흰 천을 덮은 후 털실로 바깥쪽을 동여맨다. 몽골족의 이동식 가옥은 중국 대륙의 서북 지역과 동북 지방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다른 소수 민족에까지 보급되어 유목 시 이동에 편리한 이동가옥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양가죽으로 만든 둥근 이동가옥은 구식난로처럼 굴뚝 우로 연기를 내뿜는다. 
“어제 갔던 곳으로? 그래 무섭지 않소?”
 운전사는 흐릿한 표정을  지으며 석쉼한 어조로 물었다.
“무섭기는요? 개코 무섭겠나요?”
박창은 며칠 동안 면도질하지 않아 더부룩해진 구레나룻을 쓱 만지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허, 어제는 간이 콩알만해지더니 오늘은 표범의 염통를 먹었나?”
운전사는 비웃는듯  두툼한 입술을 실룩거렸다.
“헛, 이 나그네 이게….”
최용길은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 
“조급해말고 내 말 들어보게, 우리 초원에서는 들불이 일어난후 사흘까지는 초원으로 가지 않는 습관이 있다네..”
운전사는  석쉼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서요?”
박창식은 성급하게 물었다. 
“그건 후불이 두려워 그러오.”
운전사는 해석조로 말했다. 
“후불이라니요?”
최용길은 호기심을 품고 물었다.
“채 죽지 않은 불씨가 있어서 후에 일어나는 들불을 말하는거요.”
성격이 우락부락한 운전사였으나 인내성 있게 설명해주었다. 
“예? 그런가요?”
그를 셋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보구려. 또  겁이 드는걸, 핫…하…하….”
운전사는  소탈하게 웃었다. 그들 셋도 덩달아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런 날에는 술이나 마시는게 좋지요. 놀랐던 가슴도 달랠겸….”
운전사는 손시늉을 해가며 말했디.
 “음, 도깨비 장물이 좋지”
최용길의 입술에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우리 집에서 마십세.”
운전사는 우선우선한 어조로 말했다. 
“예? 그럼 내 나가서 술을 사오지요.”
최용길은 우쭐 일어섰다. 
“앉아 있소, 우리 집에 다 있으니?
운전사는 최용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그들이 한담으로 소일거리를 하는 사이에 운전사의 마누라는 술상을 챙겨놓았다. 안주는 보기만해도 군침이 스르르 도는 삶은 양다리였고 술은 우유로 빚은 술이였다.
“듣자니 조선족 친구들 주량이 세다고 하던데 오늘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셔봅세”
운전사는 고뿌에 술을 붓고서 시원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는 먼저 자기가 한 모금  마시고서 셋에게 권했다. 몽골족친구들은 우리 조선족들과 달리 손님을 청해놓고 자기가 먼저 한 모금 마시는 것으로 술의 순결함을 표시하는 것이였다. 얼핏 보기에는 례절에 어긋나는 것 같아도 사기와 강탈이 살판을 치고, 가짜 상품,저질 상품이 도처에서 범람하고 있는 혼탁한 세월에 좋은 음주습관이라고 할수 있다. 몽골족들은 중국에서 같은 소수민족에 속하고, 또 술과 춤 노래를 애호하는 동등한 기호로 인하여  우리조선족들과 친구로 사귀기를 무척 즐겼다.  
“소를 사러 왔길래 이렇게 몽골족 친구를 사귀게 되였구만”
김영근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 사람은 돌아다녀야 하오.”
최용길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조선족친구들은 주량이 쎄서 좋아요”
운전사는 술 한 고뿌를 다 마시고 말했다. 

                                  


              (30)
  “예, 주량이  쎈 사람도 있구, 약한 사람도 있구….”
김영근은 진국으로 말했다.
“예,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은 지고 가라면 못 가도 마시고 가라면 간대요.”
박창식은 어디서 얻어 들은 소리를 했다. 
“맞아, 맞아 어느 한번 난 잔치집에 갔댔는데,  글쎄 술을 다 마시고 찰떡을  하나  꿀꺽 삼키니 배속에서 철렁..하고 소리 나더군”
  최용길의 말에 김영근이와 박창식은 통쾌하게 웃었다. 운전사는 웬 영문인지 몰라서 눈이 휘둥그래졌다. 박창식은 례절을 지켜 통역을 했다. 
“핫, 하…하…”
운전사도 상쾌하게 웃었다. 그는 주량이 매우 컸다. 석량쯤 되는 고뿌에 부은 술을 단 모금에 마셔버리군했다. 셋은 조금씩 술을 마시며 경이로운 눈길로 운전사의 배포유한 거동을 보았다.
“허, 주량이 대단한데요, 대단한데요.”
박창식은 엄지손가락을 내여들고 찬탄했다. 
“그저 이렇지요 뭐…”
운전사는 개의치 않아했다. 몽골족들은 어릴 대부터 말 타기를 배웠고 들판에서 사냥하여 우등불을 피워놓고  사냠물을 구워 먹는 습관이 있었기에  주량이 무척 컸다. 운전사는 술이 서너순배 도니 자랑삼아 몽골족들의 특장을 말했다.
“우리는 어릴적부러 말 타기를 배웠고 커서는 술 마시는걸 배웠소, 주은래 총리의 생전에 배주원은 우리 몽골족이였는데  주량이 열여섯근이였다오.”
“예? 배주원이라니...?”
최용길은 얼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음, 그건 주총리에게  권하는 술을 대신하여 마시는 직업이오.”
운사는 해석조로 말했다. 
“야! 그거야  멋진 직업인데…”
최용길은 부러운 어조로 말했다. 
“허…허… 생각이 있소?”
운전사는 롱조로 묻고서 말을 이었다. 
“배주원은  그저 주량만 크면 되는 것도 아니요, 문화수준이 따라 가야하고 용모가  보기 좋아야 하오.”
“음? 그렇군요.”
최용길은 머리를 주억거렸다.
“자, 또 한 잔 합세.”
운전사는 시원한 목소리로 술을 권했다. 그들은 한담을 나누며 한참 술을 마셨다. 
“우리 주흥도 돋굴겸 노래를 부르는게 어떻소?”  
운전사는 눈에 쾌활한 빛을 띠우며  제의했다. 
“어,  그게 좋소.”
셋은  찬성했다.
“그럼 실례지만,내가 먼저 한 곡조 넘기지…”
운전사는 주저없이 입을 열어 노래를 불렀다.
“하늘에는 걷히지 않는 노을이 없고/ 땅에는 영원한 시간이 없다네. /영원함이 없는 세월, /우리는 아름다운 세월을 아껴야 한다네./ 우리의 희망 나래치게 하고 /우리 두 손으로 꿈을 찾아야 하리。" 몽골족 노래 ‘하늘의 바람’이였다. 이 노래는 은은한 선률과 철리적인 노래말로 사람들에게 보귀한 시간을 아끼고 자신의 소중한 꿈을 찾으라고 한다. 운전사의 웅글진 노래소리는 셋의 가슴을 즐겁게 울려주었고 아울러 사색을 불러일으키게 했다. “래일타령”을 잘 부르는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훌륭한 노래였다. 아무리  소털 같은 시간이라고 해도 금싸락처럼 아껴야하는 것이다  
“자, 또 마시지요.”
노래를 마무리 지은 운전사는 시원스러운 목소리로 술을 권했다. 
“야! 명창이오, 명창!”
김영근은 엄지손가락을 뽑아들엇다. 
“와! 선수구만, 선수!...”
최용길이와 박창식은 두 손을 들며 탄성을 올렸다. 
“무슨, 그저 그렇지요.”
운전사는 개의치 않아했다. 
“누가 한 곡조 뽑으라요.”
운전사의 제의였다. 
“그럼, 내가 자갈밭에 개가죽을 끄스는  소리라도 내지”
김영근은 롱조로 말하고서 웅글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남산에 저 푸른 소나무가/ 눈서리에 파묻혀서/ 천신만고 괴롬받다가/ 양춘을 다시 만나/ 소생할줄을 동무야 알겠느냐?”
노래가 끝나니 박창식이가 그 가사 대의를 통역했다. 
“타이빵라!(아주 잘 해요.”
운전사는  절찬을 쏟았다.  
“당신 무스게 있어요.”
박창식이도 엄지손가락을 뽑아 들었다. 
“허…허….’짧은 바지를 너무 춰주면 뭐이 보안다.’는데…”
김영근은 오히려 쑥스러워했다.  그들은 사흘 후에 초원으로 ‘이삭’ 주으려 가기로 약속하고 자기 처소로 돌아왔디.
“어, 잘 먹었다. 여기는 아가씨들이 없는가?”
박창식은 얼굴에 우습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핫,하…하…와누르  러시아인줄로 아오?”
최용길은 악의 없이 야유했다.
‘훗, 후…..후….”
박창식이도 따라 웃었다.  
“으흠, ‘견물 생심’라고 그런 말을 들으니 썰썰한데…”
김영근이가 둥그스름한 얼굴에 느슨한  미소를 띠였다.
“그럼 어떻게 예산해본다?”
최용길의  눈알에는 쾌활한 빛이 반짝이였다. 
“하..하…말이 그렇지, 외지에 나와서 주의해야지.”
김영근은 자못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그건 그런데,  사람은 과학적으로 살아야지요, 음…”
박창식은 갑자기 정중한 기색을 지었다.
“과학적이라니?...”
최용길의 어조에는 호기심이 깃들어있었다.
 “내 오늘 생리강좌를 한다?...”
박창식은 일부러 배포유한 표정을 지었다.   
“음, 사람들은 배 고플때 밥을 먹어야하는 것처럼 이성지간에도 서로 냄새를 맡고 적당한 섹스를 해야만이 정력이 충만될수 있지요.”
“어허, 당신도 맨 자시는 아니오.”
최용길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했다.
“요런 상식이야 쑈이쓰(작은 일)지뭐”
박창식은 개의치 않아했다. 한담 속에서 시간이 흘렀다. 
   사흘 후, 그들은 짚차에 앉아 화재가 발생했던 초원에 이르렀다. 시꺼멓게 변해버린 초원은 황페하지 그지 없어 말그대로  살풍경이였다.그들은 짚차에서 내려 걸으며  샅샅히 실폈다; 마치 농촌에서 벼가을을 한다음 이삭줏기에 나선 농민들마냥  이곳 저곳을 눈빗질하며 걸었다.(화재로 소와 양떼  말떼, 나귀떼,모두 8천마리  타 죽었으니 큰 손실이야…) 김영근의 가슴을  충격하는 생각이였다. 
“오늘 썰썰한데, 한 마리 주어야 되겠는데…”
박창식은 뒤짐을 지고 스적스적 걸으며  중얼거렸다.
“그라,진짜 양고기뀀을 맛 보아야지”
최용길이가 맞장구를 쳤다. 갑자기 김영근이가 재빠른 걸음로 어느 웅덩이앞에 이르렀다. 깊숙한 웅덩이안에서 무엇인가 꿈지럭거리고 있었다. 찬찬히  살펴보니 털이 절반쯤 터버린 어린양이였다. 
“어이…여기로 오우”
김영근은 소리쳐 그들 둘을 불렀다. 둘은   재빨리 뛰여왔다. 그들이 가까이 오니 김영근은 웅덩이에 조심스레 내려가서 봄추위에; 오돌오돌 떨고 있는 어린 양을 보듬어 안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추위에 떨면서  가냘프게 울어댔다. 
“자, 어서 받소”
김영근은  어린 양을 머리우로 높이 추켜 들었다. 우에 있던 최용길이가 두 손을 내밀어 어린 양을  받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겁기 어린 노란 눈알을 대록거리며  애처롭게 울었다.
  “자, 손을…”
   김영근은 웅덩이안에서 손을 내밀었다. 박창식이가 두손을 내밀어 김영근의 손을 덥석 잡아 올리 끌었다. 언덕에 올라온 김영근은 어린 양을 조심스레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눈앞에는 방불히 소름이 오싹 끼치는 참경이 나타나는 듯했다. 수만개의 독사의 혀마냥 흉용팽배하는 불길 속에서 허둥지둥 뛰여다니다가 무참히 쓰러지는 소떼들, 말뗴들, 양떼들… 그 속에서 요행 살아남은 한 마리의 어린 양…8천여마리의 시체속에서의 유일한 숨결, 보귀한 생령, 오,  강한 생명력의 화신! 이것이 그래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장군이오, 영옹!...”
김영근은 숙연한 심정으로 어린양을  머리우로 추켜올렸다. 
“영웅이라니? 킬…킬…”
최용길은  두 눈이 휘둥그래졌다. 
 “후유…그저 웃을 일이 아니오.’
김영근의  비장한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커다란 눈에 맑은 것이 핑 돌았다. 
“영웅?...”
박창식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어린 양을 쳐다 보았다. 
“어디 먹을만한 게 없을까?...”
최용길은 입을 쩝쩝 다시며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였다. 

                             


               (31)
   “글쎄 말이오.”
    박창식이도 중얼거리며 이곳 저곳을 살피였다.
“얏따, 이  친구들 모두 게결년에 태여났는가? 그저 먹을  궁리…”
김영근은 양을 조심스레 어루쓸며 롱조로 말했다.
“훗, 후… 후…수염이 석자라도 먹어야 살지요.”
박창식이도 반죽 좋게 넘겼다.
“당신네들  참…그럼   찾아보기오.”
김영근은 막무가내라는듯  어린 양을  품에 안고 그들과 함께 두루  초원을 돌아다녔다. 홯페한 초원에 싸늘한  초봄바람이 불었다. 
“매애애…”
 어린 양은 춥고 굶주림에 가냘프게 울어댔다. 김영근은 어린양의 머리를 싹싹 쓰다듬어 주었다.
“오래 돌아다녀도 그저 이렇쇼, 돌아가기오.”
운전사는 심드렁하게 말햐며 애꿎은 담배만 뻑뻑  피워댔다.
“하긴 그렇구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먹을 만한게 없구만…’
박창식은 맥 없이 두손을 벌려 보이였다. 
“그럼, 쌰발(퇴근)하지’
김영근은 순풍에 돛을 달듯이 손을 홱 저었다.
“그라, 오늘은 김 로반의 지사를  따르지”
최용길이와 박창식은 롱조로 말하며 짚차에 올랐다. 짚차는 황페한  초원을 달렸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재난에서 벗어난 행운을 고하듯 갸냘프게 울어댔다. 하늘의 도움이 아니고는 도저히 벗어날수 없었던 대화재 속에서 어린 양은 어떻게 목숨을 보존했을까? 강함이 약함을 이기고 악이 선을 억압하는 혼탁한 세월에  용하게도 살아 남은 생명! 그것을 어찌 일개 보잘것 없는 짐승 어린 양의 목숨이라고만 하랴?  돌덩이도 녹여버리는 흉용팽배하는 불길 속에서 요행 살아 남은 어린 양, 평상시에는  너무나도  평범한 가축이지만 지금은  참대곰 보다 더 귀중한 존재라고 말해도 과언은 아닌상 싶었다. 짚차는 가냘픈 생명의 재생과 여러 사람들의 상념을 싣고 려인숙에 도착했다. 
“허, 오늘은 우리 식구 하나 더 불었구나.”
김영근은  어린 양을 안고 내리며 희죽히 웃었다. 최용길이와 박창식은 서로 마주 보며 눈을 슴벅거렸다. 김영근은 어린 양을 조심스레 양 우리에 내려 놓고 꼴을 걸탐스레 먹는 것을 한참 지켜 동안 보았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천신만고를 겪은 뒤에 비로소 안정을  찾은 자신의 운명을 알고나 있는듯  안도의 울음을 가녀리게 울었다. 
   
    며칠 후 그들은 소를 여나문 마리 사서 싣고 이튿날 떠나려고 했다. 저녁무렵에 수소 한 마리가 자동차에서 뛰여내려  저만큼 도망가고 있었다. 
   “아이구...저걸 어쩌나?...”
    그들 셋은 발을 동동 굴렀다. 
    “서라, 서!...”
    최용길이와 박창식은 고함을 지르며 소를 허둥지둥 쫓아갔다.김영근이도 몇 발자국 뒤쫓아 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한참 궁리를 굴렸다. (맹목적으로  소를 붙잡아올수 있을까?...) 불헌듯, 그의 할아버지가  생전에 들려주던  이야기가 그의 머리속에 번개마냥 떠올랐다. (수소는 암소를 따르네라...그렇지 암소를 끌고 가자.. ) 김영근은 헤덤비며 뛰여가는  둘을 불러 왔다.
   “왜, 무슨 좋은 수가 있소?”
    “이번에사 ‘미인계’는 아니겠지요?”
  박창식은 그 란통에도 롱담을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자, 우리가 산 소들은 모두 수소뿐이니, 마을에 사람들에게서 암소 한 마리를 빌려오우.”
 김영근은 박창식을 보며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어허, 이번엔 ‘미축계’구만...’
   박창식은 롱조로 말하고서  한참만에 마을 사람들에게서 암소 한 마리를 빌려왔다.김영근은 그 암소고삐를 받아쥐고  수소를 뒤쫓아갔다. 참 ‘령단묘방’이였다. 암소의 울음소리를 듣던 수소는  걸음을 뚝 멈추는 것이였다. 
   “야!  김 로반이 무스게 있네..”
   박창식은 탄성을 질렀다. 이윽고 돌아온 수소는 고스란히 차에 올랐다. 
 
    이튿날,그들은 귀로에 올랐다.김영근은 어린양을 보듬어 안아 운전실에 실었다. 
   “에익, 이잘난걸 실어선 무얼해요?” 
   박창식은  이마살을 찡그렸다.
   “정말.. 자리가 비좁은데?...’
  최용길이도  귀찮아했다. 
    “이것도 생명인데...”
     김영근의 기색은 아주 숭엄했다. 
     
   그들 셋은 륜번으로 운전실에 앉았다. 한 명이 운전실에 앉을 때 두 명은 적재함에 섰다. 소를 실은 자동차가 도중에서 자꾸 고장 났기에 원래의 운행 계획보다 전진이 아주 더디였다. 
    한참 달리던 자동차는 어느 무인지경에서  또 고장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준비한 식료품이 떨어졌다. 식당도 소매점도 없는 도로에서 그들은 식품을 구할길이 없었다. 
“내들 씨베, 일이 안 되는군,  차는 개뿔 같이 자꾸 고장이 나니….”
최용길은 짜증을 팍팍 부리였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마치  최용길의  불평에 화답이라도 하는듯이 애처롭게  울어댔다. 이때 박창식의 두 눈은 갑자기 반짝 빛났다. 
“우리 오늘 로천 양고뀀 추렴을 해볼까?”
박창식은 어린 양을 호시탐탐 노려보다가 김광식에게 물었다.
 “엉, 그건 무슨 소리오?”
  김영근은 짐짓 모르쇠를  댔다.
“배 고파 죽겠는데  언제 무스거 고려할새 있소? 이거나 잡아 먹자요.”
박창식은 어린 양을 턱짓했다.
“아니, 한 끼 굶더니 벌써 정신이  돌았소?”
김영근은 머리를 저었다.
“량반도 굶으면  도적질한다는데, 뭐 볼게 있소? 이잘난걸 갖고 가  무얼하오?  돈 몇푼도 안 되겠는데, 아싸리(아예) 잡아 먹기오.”
최용길은 호응해 나섰다.
“엉, 당신도?...’
김영근은 입을 딱 벌렸다.
“아니, 사람이 굶구사 뭐 볼게 있나요?”
박창식은 몽골에서 산 칼을 괴춤에서 쓱 뽑아들더니 김영근이가  안고 있는 어린 양을 향해 다가 들었다.
“매애….매애…”
어린 양은 마치 자신의 신변에 불행이 강림함을 알기나 하듯이 애처롭게 울어댔다.
“당신, 정신이  있소?..”
김영근은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박창식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아니 그래, 사람 보다 양새끼 더 중하나요?”
박창식은  김영근의 서리발 치는  눈길에 약간 주눅이 들며 타협조로 물었다.
“후유…이게 어떻게 살아난 것이라구…”
김영근은 한숨을 길게 뿜으며 양을 꼭안고 몸을 옹송그렸다.
“에참, 선비 같은 당신…”
박창식은  중얼거리며 내키지 않은대로단도를 괴춤에 도로 꽂았다.
‘내들 씨베, 배 고파 죽겠는데 뭐 볼게 있소?  하구 보지 보다 먹구 보지 좋다구,잡아 먹구 보기오.”
박창식이가 즘즉해지니 이번엔 최용길이가 설쳐댔다.”
“그리 배 고프면  옛소, 차라리 이걸 썩 베여 굽어 먹소.”
김영근은 자기의  실팍한 팔을 쑥  내밀었다.
“엉? 당신 이게 정신이 있소?”
 최용길은 두 눈이 데꾼해졌다.
“누가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소. 그래, 불바다에서 요행  목숨을 건진 요것이 불쌍하지도 않소? ”
김영근의 어조에는 눈물이 슴배여 있었다.
“후유…아무리 짐승이 불쌍하다고 해서 사람 보다 더 중하겠소?”
최용길의 음성에도 눈물이 어리여 있었다.   
  “부르릉….”
 그들이 설전하는 사이에 차는 수리되였다. 운전사는 핸들을 부여잡고 속력을 내여 달렸다. 
“매애애…..”
어린 양은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화답이라도 하는듯  명랑한 목소리로 울어댔다. 한참 달리는데 앞에서 웬 사람들이 나타나머 손에  쥔 거무스레한 것을 마구 휘두르며  차를 세우라고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운전사는 긴장된 눈길로 옆에 앉은 김영근을 보았다. 김영근의  솔밭 눈썹은 쭝긋거렸다. 그는 이빨사이로 말을 뱉았다. 
“속력을 내시오!”
“저,그러다가 사고라도 치면은?....”
운전사의  우유부단한 음성이였다. 더 상론할 여지가 없었다. 김영근은 왼손으로  운전사의 악세레다를 밟고  있는 발등을 꾹 눌렀다. 자동차는 사납게 달려갔다. 

                          

            (32)


 앞을 막아섰던 강도들은 썰물마냥 밀려갔다
  “땅!..땅!...”
  뒤 늦게야 어지러운 총소리가 울렸다. 운전사의 이마에서는  콩알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았다. 김영근은 뒤를 피끗 돌아보며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적재함에 서 있는 최용길이와 박창식이도 땀을 쭈욱 흘렸다. 
 
   박혜순이와  임명옥은 박창식의 외삼촌인  양문식이가  꾸리는 음식점에서 일하게 되였다. 한국인들이 많이 드나드는 식당이기에 한국 음식을 만들 줄 알아야했다. 이제까지 연변 음식 밖에 할 줄 모르는 그들이기에 소학생마냥 료리책을 사서 한국료리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낮에는 채소 사들이기, 밥 짓기, 설거지, 청소 등 일로 팽이마냥 뱅뱅 돌아치다가도 밤이 되면 피로를  무릅쓰고  쏟아지는 졸음과 싸우며 료리책을 보군했다. 비록 몸이 고달팠지만  생존을 위해서  업무수준을 제고시켜야했다. 그녀들은 딱딱한 료리상식을  머리속에 그리며 암송을 내군했다. 몇 번 보니 알듯한데 료리책대로  실천하자면 눈앞이 캄캄해지군했다.
“벌써 골이 이리도 둔해졌담?  소학교 때에는 암송내는 선수였는데…”
박혜순은 자기의 머리를 톡톡 다독이며  중얼거렸다.
“호…호…왕금년에 이밥을 먹던 소리를 하네, 그땐 새파란 계집애이고 지금은 시들어버린 앙까인데..”
임명옥은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하긴 그렇소, 그땐 생생한 숫처녀였고 지금은 깔리우고 뭉개운  앙까이니깐, 기억력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소?”
박혜순이도 롱조로 동감을  표시했다. 그날 저녁도 그녀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한국 료리책을 펼쳐놓고  열심히 보았다.
   갈비찜 만들기 
각종 비타민과 함께 여러 가지 무기질이 들어 있어 혈액 중의 유해 물질을 제거하는 작용이 있는 양파를 넉넉히 넣음으로 지방이 많은 갈비찜과 잘 어울리는 갈비찜을 준비한다. 
재료 
갈비600g  간장3큰술  설탕1큰술  다진 마늘1큰술  다진 파2큰술 
청주2큰술  깨소금1큰술  참기름1작은술  후추가루 
양파1/2개  당근1/3개  밤5개  물2컵 

   “허, 이걸 들여다 보니 군침이 스르르 도는구만”
임명옥이가 군침을 꼴깍 삼켰다.
“하…하…하...남자들이  변소간애 써 붙힌  ‘녀’자만 보아도 ‘그게’ 살아난다더니…”
박혜순은 걸직한 롱담을 던졌다. .
출처 : 동영상으로 배우는 요리 강좌, 요리 동영상 :: 레시피 비디오 :: Rimi.kr - 갈비찜만드는법 - /?document_srl=417156&mid=recipe_video&r=e
 “호….호….그게라니?”
임명옥은 짐짓 모르쇠를 댔다.
“수풀 속의 고사포…”
박혜순은 우습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젠 그 맛을 본지도 옛날 같은데…’
임명옥은  그 어떤  아름다운 회상에 잠겨드는듯 두 눈을 쪼프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앙까이 이게 엉뚱한 궁리를 하네.”
박혜순은 오른쪽 식지로 임명희의 코끝을 살짝 건드렸다.
“엉뚱한 궁리? 응당한 궁리지...”
임명옥은 아주 정색을 지었다. 그들은 두루  료리책도  보며 한담을 하다가 잠자리에 누웠다. (남편은 언제 돌아올까?  일이 잘 되여가는지?...)그녀들은 저마끔  상념에 잠기어 궁싯거렸다. 
“우리 둘 중 만약 한 사람이  남자라며는 어떻게 되였을까?...”
이리뒤척 저리뒤척거리던 임명옥은 갑자기 옆에 누워 있는 박혜순의 옆구리를 살짝 건드리며 물었다.
“그건 또 무슨 왕청 같은 소리오?”
박헤순은 두 눈이 데꾼해졌다.
“또, 또 능청스러우냐 하네, 저는 그래 나그네(남편) 생각이 안 나오?”
임명옥은 이번엔  직방배기로 물었다.
“호…호…호…”
박혜순은  쾌활하게 웃으며 임명옥의 어깨를 통통 쳤다. 그들은 한참 롱담을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꿈나라로 스르르 미끌어들어갔다. 
   어느 때나 되였는지  둥글소 같은 사나이가  임명옥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그녀는 기다렸다는듯이 그 사나이에게 얼싸  안겼다. 그 사나이의 거쿨진 손은 그녀의 풍만한 유방을 슬슬 주물렀다. 그녀는 야릇한 쾌감을 느끼며 기지개를 쭈욱- 켰다. 이윽고 그 사나이의 두툼한 손은   그녀의 무성한 삼각지대로 내려간다…..박혜순은 꿈나라에서 헤매며 한국료리를 만드는 연습을 한다. 그녀는  딸기를  씼고 또  파를 다듬는다. 헛 그런데  파 뿌리에서 무슨 물이 이리도 많이 나오는가? 
“으음…으음…음…”
갑자기 울리는 신음소리에 박혜순은  화들짝 놀라며 깨여났다. 깨고 보니 그녀는 임명옥의 몸우에 엎드려있던 것이다.
“에그머니…”
박혜순은 임명희의 몸에서 황급히 내렸다. 임명옥은 홱 돌아 누우며 박혜순이를 와락 끌어안았다. 즐거운 여운이 아직도 흥건한 숨결을 가쁘게 뿜으며 박혜순의 풍만한 몸을 으스러지게 안았다, 박혜순은  좀 징글스러운 감을 느끼며  임명옥이를 물리치려고 두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밀었다. 그러나 임명옥은 여전히  박혜순이를 꽉 끌어 안은채 놓지 않았다. 이윽고 박혜순이도 야릇한  감을  느끼며 어떤 몽롱한 환각이 떠올랐다. 남편의 살뜰한 애무,억센 힘이  련상되며  온 몸이 점차 달아올랐다.

   칠정륙욕을 구비한 정상적 인간은  하루 세끼 밥을 먹어야 하듯이 기혼 남녀는 모두 적당한 성생활이 수요되는것이다. 남자들은 술좌석이나  다른 장소에서 무랍없이 성애에 대해 말하지만  녀성들은 일반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성애 대해 말하기를 쑥스러워하는 편이다,
  타향실이에 나선 수많은 남녀들은 고향을 떠나서 당하는 설음이 많은 것이다. 부모 형제 자식이 그립고, 음식이 자기의 구미에 맞지 않아 극복하며 먹어야 하는 괴로움, 로동의 강도가 심하고 로동 시간이  너무 길어 체력이 감당하기 어려움, 지방 관념으로 인한 인격 차별시 등등이다. 이러한  괴로움은 그래도 남과  스스럼없이 말을 하고 안위를 받을 수  있지만 불타오르는 정욕에 대해서는 말하기도 어색하고 또 도와줄수도 없는 일인것이다. 
이튿날 그들은 흐리터분한 정신으로 출근했다.  박혜순은 종전대로 행주치마를 두르고 일손을 부지런히 놀렸다, 파를 말끔히 씻어서 칼로 송당송당 썰어가던중 아뿔사, 실수로 손가락을 살짝 베였다.
“아잇…”
박혜순은 가녀린 신음소리를 내며 베인 왼쪽 식지를 감싸쥐였다.
“어마나?!...”
옆에서 갈치를 다듬고 있던 임명옥은 화들짝 놀라며  미리 준비해둔  반창고를 그녀의 손가락에 붙혀주었다,
“나그내(남편) 생각했지?”
임명옥은  롱조로 물었다,
“아이구, 늙은게 무슨…”
박혜순의 귀밑은 마가을 꽈리빛이 되였다. 말은 이렇게  했으나 남편의 둥그런 얼굴이 눈앞에 번쩍 나타나는듯 했다. (그이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그이도 나를 생각하고 있을까…..)
“후유….”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뿜었다. (돈 벌이 때문에 아이들과 떨어져 살아야하고, 또 이렇게 남편과도  떨어져 살아야하니, 무슨 멋이람…돈, 돈이 도대체 뭐길래? 개도 안 먹는 돈 때문에….  )

   점심 무렵, 보스 양문식은 박혜순에게 분부했다.
“오늘 점심 한국 사장님 한분이 식사하러 오는데 그분은  나이 든직한  녀성과  식사하고 싶다는구만, 그래서 박혜순씨가 동무해 주오.”
“네? 제가요? 저는 한국 말도  잘 모르는데…”
박혜순은 갑자기 긴장해졌다.
“괜찮소,그저 술이나 붓고, 음...그러면 되는거지, 허…허…”
양문식은 홀가분하게 말하고 스적스적 걸어나갔다.
“후유….면목도 모르는 남자와 밥을 먹으라구?….”
박혜순은 탄식조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옆에서 일하고 있는 임명옥의 머리에 이런 생각이 피끗 떠올랐다. (혜순이는 오늘 생활개선을 하게 되였구나) 박혜순은  어떤 핑게를 대여서라도 낯선 손님을 배동하여 식사하는 난처한 국면을 모면하고 싶어졌다. 그녀는 이리저리 생각을 굴렸다, (갑자기 배가 아파서 밥을 먹을 수 없다고 핑게를 댈까, 골이 아파서 술을 마실 수 없다고  할까?...)그녀가  한참 생각에 골똘하고 있을 때 양문식은  총망히 걸어와서 분부했다.
“벌써 왔구만,빨리 옷을 갈아 입고  1호 딴잴(단간방)에 가오.”

            (33)


  “저, 로반…”
    박혜순은 혀끝까지 나온 말을 삼켜버버리고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옷을 갈아  입으러 갱의실에 들어갔다. 임명옥은  은근히 부럽고 가벼운 질투가 반죽된 눈길로 박혜순의 뒤모습을 바라보았다. 박혜순은 푸주간에 들어가는 황소걸음으로 갱의실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 입고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1호 단간방에 들어갔다.
    “네, 이렇게 오시니 감사합니다.”
  얼굴이 환하고  풍채 름름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대범하고 친절히개 인사를 하니 박혜순의 불안스럽던 마음은 저으기 개운해졌다.
“예, 안녕하세요?”
박혜순은 아미를 약간 숙이며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서 식탁 앞에 앉았다, 이윽고  새우 볶음, 오징어 랭채 등 푸짐한 안주와 청도 맥주가 식탁에 올랐다.
“저,아줌마의 구미에 맞겠는지요?”
그 멋쟁이 한국인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물었다.
“저, 저는 가리는 음식이 쪼꼼도 없습니다, 다 좋아합니다. 예,예…”
멋쟁이가 너무나 공손히 물으니 박혜순은 오히려 송구스러운 감을 느꼈다. 멋쟁이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맥주병을 쥐더니  박혜순의 컵에 부으려고 서둘렀다.
“아니, 아니, 제가 붓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박혜순은 황급히 일어나서 맥주병을 빼앗으려고 손을 내밀었다. 
‘허..허…녀사님이 우선권이  있지요.”
멋쟁이는 소탈하게 웃으며  먼저 박혜순의 컵에 맥주를 부었다, 박혜순은 두손으로 공손히 컵을 받쳐들고  불안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자기의 컵에 맥주가 거의 차니 조심스레 맥주병을 받아  멋쟁이의 컵에 천천히 부었다. 멋젱이의 눈길은 걸탐스럽게 박혜순의 하야말끔한 얼굴을 어루쓸었다. 
“아줌마는  처녀 시절에  무척 예뻤겠는데요, 지금도 환한 모습인걸 보니…”
멋쟁이는  맥주 한 모금을 시원히 마시고서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아니, 제가 무슨…”
박혜순의 얼굴은 불그스름졌다.
“수집어하는 모습이 더욱 아름답네, 허…허…허…”
멋쟁이는  통쾌하게 웃었다. 
“아잇 참…”
박혜순은 아미를 숙인채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자, 이건 관람용이 아니지요, 어서 드세요, 어서…”
멋쟁이는 우선우선한 목소리로  음식을 권했다.
“예, 예 먹습니다.’
박혜순은  새우 하나  집으며  머리를 끄덕이였다. (이 장면을  만약 남편이 본다면 어쩔가?…) 그녀의 머리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갈마들었다, 그녀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스러워졌다. 멋쟁이의 거슴츠레한 눈길은 박혜영의  풍만한  유방에 집요하게  머물러있다가 아래로 스르르 미끌어져 내려갔다. 
“아줌마,저녁에 시간이 있어요?”
멋쟁이는  능글능글 웃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미안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박혜순은  칼로 무우를 베듯이 썩뚝  잘라 말했다. 
“어느 신사와  먼저 약속이 있나요?”
멋쟁이는  우습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친척이 왔습니다.”
박혜순은  조용히 대답을 했다.
“친척이라니? 나와 함께  있는게 아니 좋아?”
멋쟁이는  슬며시 일어나더니 박혜순의 옆에 다가와서  너부죽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었다.  그녀는 몸을 오싹 떨며 송충이나 떨어버리듯이 그의 손을 떨어뜨렸다.
“저, 실례지만 제가 화장실에 가겠습니다.”
박혜순은   일어나서 화장실로 향해 총총 걸어갔다. 

  “음, 빨리 갔다 와!”
   몸이 달아오른  멋쟁이는 손을 홱 저었다, 박혜순은  화장실로 가는척하다가  보스 양문식이를 찾아가서 청가를 맡으려고 했다.
“로반님, 저, 저는 불세로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  보려고 하는데 되겠습니까?”
“음? 오늘 손님은 돈이  많은 창커(단골손님)돼서 웬간하면  좀  페이커(손님 배동)를 해주오.”
양문식은  약간 긴장된 어조로 말했다.
“저, 정말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겠습니다.”
박혜순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래 우리 식당형편을 아니 돌보겠소?”
양문식은 버럭 성을 냈다.
“후유…그 손님이 너무 별랗게 행동하니  난, 난…”
박혜순은 얼결에 진솔하개 말했다,
“왜 그리 고정하오?  이 기회에  팁이라도 받으면 얼마나 좋소,”
양문식은 느긋한 미소를  지으머 권면했다. 박혜순은  난처한 기색을 지으며 머뭇거리다가  내키지 않은 걸음으로  1호 단간바방에 들어가서 멋쟁이와 마주 앉았다. 멋쟁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우쭐 일어났다. 
“아이유, 녀사님을 기다리는게 삼년 맞잡이네요. 저, 또 한 잔…”
멋쟁이는 박혜순의 컵에 맥주를 부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자, 우리의 분위기를 돋굴겸 아줌마 노래 한 수 부르시지요.’
“저, 저는 노래 잘 못 부릅니다.”
박혜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괜찮아요, 그저 성의 있으면 되지요, 허…허….”
멋쟁이는  박혜순에게  기대에 찬 눈길을 주었다. 박혜순은 잠간 생각을 굴리더니 목청을 가다듬어 노래를 불렀다. 
노란 샤쯔 입은  말 없는 그 사람이/ 어짠지 나는 좋아, 어쩐지 맘에 들어
미남은 아니지만 씩씩한 그 생김새 어쩐지 나는 좋아, 어짠지  맘에 들어
“하…하….아주 고수인데요…..”
멋쟁이는 호탕하게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박혜순은 멋쟁이의 과찬에 오히려 송구러운 감을 느꼈다. 
“그럼 내가 답례로  자작 노래를 부르지요.”
멋쟁이는 허여멀쑥한 얼굴에 능청스러운 미소를  짓더니 웅글진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대통로 복판은 넓을수록 좋고/ 아가씨의 조개는 좁을수록 좋아
큰아기 수놓이바늘은 가는 것이 좋고  남자의 고사포는 굵은 것이 좋아”
멋쟁이는 노래를 다 부르고서  박혜순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박혜순은 머리를 약간 수그리고 수집은 미소를 지었다.
“아줌마, 웃는 모습이 랑랑 18세 처녀 같네요…”
술이 거나하게 된  멋쟁이는 거슴츠레한  눈으로  박혜순의 풍만한 가슴을 뚫어지게 보며 스적스적 다가왔다. 박혜순은 긴징감을 느끼며 몸을 옹송그렸다.
“허..허…무서워 말어, 고운 아가씨….”
멋쟁이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박혜순을  슬며시  끌어안았다.
“아잇, 왜 이럼까?...”
박혜순은 화들짝 놀라며 구렁이처럼 감겨드는 멋쟁이를  뿌리치고 밖으로 달려나갔다. 멋쟁이는 아쉬운 눈길로 박혜순의 뒤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거치른 목소리로  복무원을 불러들이였다.
“양문식이를 불러와!”
멋쟁이는 복무원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예, 잠간만…”
복무원은 바람결마냥 달려나갔다, 이윽고 양문식이가 1호  단간방에 조심스레 들어섰다. 멋쟁이는 한참 담배를 피우며 양문식이를 쏘아 보가다 버럭 소리 질렀다. 
“이게  뭔가? 술을 마시다가 달아나버리다니…”
“예, 예 사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숑합니다.”
양문식은  허리를 굽실거렸다. 
“에익 믿고  찾아왔더니 이 꼴이람?..”
멋쟁이는  한참 불평을 부렸다.
“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 점심은 제가  한 턱 낸셈 치지요”
양문식은 돈 많은 단골 손님을 빼앗길가봐 선심을 쓰는척했다. 
“거 값이야 제대로 지불해야지, 그러나 이젠 다른 곳을 선택할 수밖에 없네”
멋쟁이는 랭담하게 말하고 휭하니 가버렸다. 양문식은 멋쟁이의  뒤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뿜었다. (돈 잘 쓰고 놀기 좋아하는 저 자식덕에  수입을 꽤 올렸는데, 이제 발길을  딱 끊으면 큰 일인데…)양문식의 머리에 지꿎게 갉마드는 불길한 징조였다. 그는 싸근덕거리며 박혜순을 찾아 주방에 갔다.
“아주머니, 아무리 그래도 우리 식당에 온 손님을  무정하게 대하는 법이 어디 있소?”
양문식의 음성은 격하게 울렸다. 주방에서 야채를 다듬고 있던 박혜순은 아직도 불쾌한 기분이 가셔지지 않았다. 그녀는  상기된 얼굴로  랭담하게 말했다,
“점잖지 못한 손님을  누가  접대하겠습니까?”
“엉? 이  아주머니 이게 와누르(완전히) 외향이군, 남자들이 술을 마시면 그
렇지, 그래 점잖은 사람만 접대하겠소? 돈만 내면 다 접대하는게 식당이지”
양문식의 어조는 여전히 날카로웠다.


           (34)

  “난 밥을 하러 들어온 녀자지 술 동무로 들어 온 것은 아닙니다.”
박혜순은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무엇이 어찌고 어째?  그래, 술 동무를 좀 해주면 못 쓰오? 한 자리에 들자구 해도 들어야지, 그게 뭐 다스오? 그 낡은게  그리  비싸오? 앙까이라는게...”
양문식의 입에서는 ‘구렁이’가 쏟아져 나왔다.
“와누르 아다모끼(무리함)임다, 한 자리에 들라구? 정신이 있슴까?”
박혜순의 격분한 목소리였다.”
“아주머니 아직 형세를 따르지 못하는 산골 농촌 앙까이구만, 됐소,됐소, 래일부터 나오지 마오.”
양문식은 손을 홱 저으며 드디여 사직령을  내렸다. (고집이 세구나, 지금은 일자리 찾기 바쁜데…)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임명옥의 머리에 피끗 떠오르는 생각이였다 
“아이유,제 어찌자구 이러오? 여기서 나가면 어디 가서 일자리를 찾겠소? 고집 부리지 말구 빨리 로반을 찾아 빌고 드오.”
임명옥은  눈물이 핑 도는 눈으로 박혜순을  보며 권면했다. 
“후유….이미 로반의 눈에 났는데 되겠소?  
박혜순의 눈에도 물기가  함초롬히 어렸다. 임명옥은 한참 고개를 수굿하고  생각을 굴리더니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한번 가서 잘 못했다고 빌어보오, 같은 조선족끼리 웃는 낮에 침을 뱉겠소?”
“글쎄, 후유….”
박혜순은 별로 자신이 없었으나 임명옥의  간절한 권면을 거절하기가  면구스러워  불안스러운  심정을 달래며  양문식의 방문을 노크했다.
“들어오시오.’
양문식의 석쉼한 목소라가 울리자 박혜순은  그의 방에 조용히 들어섰다. 
“저, 양로반님, 제가 잘 못 했으니  한 번 용서해주시겠습니까?”
“용서해달리구? 음,그럼 표현을 봐야지”
양문식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박혜순의 풍만한 가슴을 흘끔 보았다. 그는  담배를 두어 모금 피우더니 느릿한 어조로 물었다.
“나그내와  떨어진지 인젠 열흘 되니 남자 생각이 나지?”
“아잇 참…”
박혜순의 얼굴은 마가을 꽈리빛이 되고 말았다.
“허…허…언녕 ‘고기’맛을 본 앙깐들이 무스게 부끄러워서, 이럴 때는 숫처녀 같네.”
양문식은 소탈하게 웃으며 롱조로 말했다. (희망이 좀 있는것 같구나, 마음을 돌렸는가? 좀 더 빌고 들까?…) 박혜순의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이였다.
“오늘 저녁  열시 쯤에 여기로 오겠소?”
양문식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열시 쯤에?...”
박혜순은 머리를 기웃거렸다. (이제 마음이 해시시해지는데 거절하면 또 사직령을 내리겠지,온다는 것도 그렇고, 음…) 박혜순이 우유부단해 하며 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양문식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숙소에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오, 나그내가  없어 궁금하겠는데…”
“저, 예…”
박혜순은 무얼 말할가고 머뭇거리다가 그만 두고 맥 없는 걸음으로 주방에 돌아갔다. 
“어떻게 됐소?”
임명옥은 무우를 썰던  식칼을 놓으며 물었다.
“후유….”
박혜순은  대답 대신 바줄에 걸린 세수 수건이 날리도록 한숨을  길게 뿜었다. 양문식의 능글능글한 미소가 어린 얼굴이 눈앞에  떠오르며  구역질이 욱 치미는 감을 느껐다.
“아무리  빌고 들어도 안 됩데?”
임명옥은 근심 어린 어조로 물었다.
“양”
박혜순은 모기 소리마냥 가녀리게 대답하고 일손을 잡았다. (어찔까, 한 번 눈을 질끈 감고  그의 요구를 들어줄까? 그런데 한 번이  있으면 두 번,  세 번…더 있겠는데…)이런 생각이 드니  그녀는 산길을 걷다가 뱀을 본듯 소름이 오싹 끼쳤다. (그런데 여기서  나가면 어디 가서 일자리를  찾는단 말인가? 면목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데…) 박혜순은 착잡한 생각에 잠겨  일을 하다가 퇴근 시간이 되니  흐리터분한 정신으로 숙소에 돌아왔다. (나그내는 언제 돌아오겠는지?... 로반의 요구를 거절하면 일자리를 떼우고 말것이 아닌가?...) 그녀는 시간이 가는 것이 매우 두려워났다. 그녀는 얼결에 벽시계를 올려다 봤다. 벌써 밤 여덟시였다. (내가 만약 양 로반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이 눈치를 알아차린 임명옥이가 자기 나그내에게 말하지 않을까? 그러면 말이 헤픈 용길이가 나의 나그내에게 말할것이다...) 박혜순이가 한창 고민을 하고 있으니  임명옥은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무얼 그리 속 태우오? 죽어봐 죽겠소?  사람은  결단성이  있어야지”
“후유…”
박혜순은 길게 한숨을 뿜더니 스적스적 걸어 나갔다. 그녀는 박씨 같은 웃이빨로  딸기빛 아래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그 어떤 비장한 결심이  가슴 속에세 굴뚝마냥 일어서고  있었다. 
“어딜 가오?”
임명옥은 근심조로 물었다.
“양, 내 좀 바람을 쏘이고 오겠소.”
박혜순은 무거운 어조로 대답하고 밖에 나섰다. 푸주간에 들어가는 황소 걸음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박혜순의 눈앞에는  양문식의 음충맞은 눈길과 남편 김영근의 예리한 눈길이 교차되여  스쳐지났다. 그녀는 처녀시절  자신의 예쁜 얼굴로 인해 항상 자호감을 느꼈고  추녀들을 멸시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갑자기  추녀들이 부러워났다. 그럼, 꽃은 아름답기에  수시로 사람들의 손에  꺾기울 위험이 있지만  향기 없는 풀은  사럼들의 주의를 끌지 못하기에  제나름대로 편안히 살아갈수  있는 것이다. (만약 양문식의 요구를 거절한다면 여기서 쫓기울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니 어디 가서 인차 일자리를 찾는단 말인가?…) 박혜순은 태산 같은 근심에 짓눌려 저벅저벅 걸었다. 양문식의 방과 점차 가까워질 수록 박혜순의 심정은 더욱 긴장해졌고 불안스러워졌다. 그는 갑자기 걸음을  뚝 멈추었다. 긴 한숨을 뿜고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숱한 별무리들이  수만쌍의 눈동자로  변하여 자기를 멸시하고 질책하는 것같았다. 그 속에서 유난히  빛나는 한쌍의 눈동자기 있었다. 그녀는 불현듯 가슴미 섬뜩해났고 울렁거림을 느꼈다. (어찔까,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그래 양문식이가 없으면 내가 살아갈 수 없단 말인가? 그런데 나그내는 언제 돌아오겠는지?...돈 많은 사람들은  따거다( 처음으로 나온 핸드폰) 가 있어 서로 련락을 잘 하더구만, 우리는 언제?  그이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 박혜순은 갑자기 남편이 .사뭇차게 그리워났다. 남편의 애무가 그리워  밤이 지루함을 느낀적이 여러번  있은 그녀였지만  이날 처럼 이렇게 남편을 그리워 보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상  싶다. 
  박혜순이 한참 서성거리며 망설이고 있을 떄  웬 청년이 지나가며 신문 한장을 주는 것이였다. 그녀가 가로등불에 비추어 보니  광고신문이였다. 깨알 같은 글씨 속에서  유독 구인 구직란이 눈확에 확 안겨들었다. 찰나, 그녀의 눈은 새별 마냥 빛났다. 강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리라할까, 그녀는 보배라도 얻은듯  광고신문을 안고 부랴부랴  숙소로 달려갔다. 
“어디 갔다가 오우?”
총망한 걸음으로 숙소에 들어서는 박혜순을 보며 임명옥은 호기심을 품고 물었다. 
  “양…양”
   박혜순은 외마디 대답을 하며 급급히 광고신문을 펼쳐 들었다. 그녀의 눈길은  참빗질 하듯이 구인란을 샅샅이 훑었다. 한참 훑어보던 그녀의 눈길은 반짝 빛났다. “김삿갓 식당에서  주방 아줌마를 찾음”이라는 광고문이 그녀의 눈확에 확 날아들었다. 
“후유…인젠 살았구나!”
박혜순은 안도의 한숨을 뿜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이 구명환을 발견한듯 그녀는 얼굴에 보름달 같은 환한 미소를 띠우며  공용전화를 걸러 달려나갔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며 광고신문에 실린 전화번호대로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웬 녀인이 전화를 받았다. 아줌마를 수요하니 닷새 후에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것이였다. 
  “예, 감사합니다.” 
  박혜순은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송수회기를 놓은 그녀는 전화비를 치르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워이, 챈너?(여보시오, 돈은요)”
전화청의  한족 주인이 석쉼한 목소리로 불렀다.       
“뚜이부치, 뚜이부치(미안해요, 미안해요.)”
박혜순은  사과하며 다급히 전화비를 지불하고 숙소로 향해 걸었다. (닷새 후에 면접을 본다? 그럼,닷새는 어디에 가서 있는단 말인가?  양로반과 사정하여 볼까, 그도 인간인게 될 수 있을 걸…)
 
   이튿날, 박혜순은 일루의 희망을 품고 양문식에게 숙소에 닷새만 있게 해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35)


   “그건 안 되오, 또 다른 아줌마를 받아야 되겠소.’
양문식은  칼로 무우를 베듯이  썩뚝 잘랐다. 
“제 침대에서 둘이  자도 안 됩니까?”
이번엔 임명옥가 통사정을 했다. 
“둘이 한  침대에서? 그래, 동성 련애를 하겠소? 어서 나가오!”
양문식은 랭소를 지었다. 박혜순의 고운 눈에는  맑은 이슬이 고이였다. 임명옥의 눈도 축축해졌다.박혜순은 려관비를 내며 면접일을 기다려야 할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어파남을 느꼈다. (눈을 질끈 감고 로반의 요구를 들어주었더라면  이런 쓸데 없는 근심을 하지  않아도 되겠는데, 그러나  한번 그의 요구를 들어주면 두 번, 세 번, 그다음엔 한정이 없을 것이 아닌가? 그러면…) 착잡한 생각에 잠겼던  박혜순은 박씨 같은 이빨로 딸기빛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주섬주섬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어찌 려관에 가서 공돈을 팔겠소? 좀 역게 놀아야지…”
임명옥은 측은한 눈길로 박혜순을 보며 한숨 섞인 어조로 말했다.
“아무리 역게 놀아도 남자들이 눈독을  들이면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바쁠거요.”
박혜순은 잽쌘 솜씨로 짐을 꾸리며 개탄조로 말했다. 그녀는  짐을 꾸려놓은 다음  택시를 불러왔다. 임명옥은  그녀를 도와 택시에 짐을 실어주고 서운한 어조로 말했다.
“같이 있으니 서로 어선이 되여서 좋던데, 이렇게 불세루  가니 참  섭섭하오, 너무 근심마오ㅡ 두루 일이 풀리겠지”
“글쎄 말이오, 후유…”
박혜순의  눈에 물기가 함초롬히 어렸다. 땅 설고 물  선 고장  청도에서  서로 의지하며 지내던 그녀들이 아니였던가? 다른 사람들은 벼락부자의 꿈을 안고  고향을 떠나  도시로, 외국으로 간다지만 그녀들은 공장의 파산으로  햐여  생활을 유자할 수 없어 정든 고향을 떠난것이 아니였던가?  박혜순은 택시에 앉아 거리를 돌며 제일 싸구려 려관을 찾았다. 한 곳에 이르니  하루 숙박비를 20원씩하는 려관이 있었다. 박헤순은 그 려관에 짐을 풀어놓았다. 
 
   닷새후, 박혜순은   전자 회사에 취직되여 밥 짓는  일을 하게 되였다.  비록  생소한 회사이지만  일손을 잡게 되니   잡념은 해빛 아래  안개마냥  서서히 사라져갔다. 

    김영근이네 일행은  소를 실은 차를 호위하여  청도에 이르렀다. 그들은 서로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뿜었다. 이튿날  식당 주인은 여러 곳에 련락하여 소를 팔게 되였다. 김영근은  어린 양을  안고 눈물이 글썽하여 잔등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다. 어린양은  석별의 시각을 예감한듯이  올롱한 눈길로  김영근을  올려다 보며  “매-애…:”하고 애처롭게 울어댔다. 
“우리가 만약 교외에  자리 잡고  있다면  이 양을 키워도 되겠는데…”
김영근은  물기 고인 눈을 슴벅거리며 중얼거렸다. 
“허..허…한족들이나  키울 양을 가지고 그러오?  날래 ‘시집’ 보내오.”
최용길은  대수로워하지 않았다. 
“후유……”
김영근은 진한 한숨을 뿜고서  실망에 가까운 눈길로  최용길을 보며 무슨 말을 할듯  두터운 입술을 싱룩거리다가 그만 두었다. 

   반년후, 식당 주인은  김영근이네를 보며 맥없이 말했다. 
“이젠 경기가 좋지 못하여 문을  닫게 되였소, 저 인력거를 마음에 드는 사람이 가지오, 밥벌이는 될 거요.” 

    김영근이  궁리하다가   운반 작업을 하려고 했다.   최용길이  펄쩍 뛰였다, 
:” 양?!  그런 일이야  똥되눔(한족)들이나 할 일이지, 술이나 마시며 보기오”
김영근은 버럭 성을 내였다, 
“또, 술소리오?! 먄날 먹는 술”  
  
    이튿날 최용길이와  임명옥은  다른 회사를 찾아  떠났고, 김영근은   인력거로  운반작업을 시작했다.  코피를 흘리며 고생 막심했다. 한달 후 김영근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물건을 싣는 운반차를 손님을 싣는 인력차로 개작하여 작업을 진행헀다. 
  
     이른 아침, 김영근은 멋지게 장식한 인력삼륜차를  몰고  백화상점 앞에 도착했다. 이윽고  중년 남성이 인력삼륜차에 앉았다. 김영근은 기분 좋게  인력삼륜차 페달을 밟았다. 인력삼륜차는  슬슬 달렸다. 그 손님은  감개무량한 어조로  말했다. 
“꿩을 잡는 게 매 라고 지금은  돈을 잘 버는 게 영웅이요, 총통의 돈이나 기생년들의  돈이나  물건을 살 때는 다 한가지요.”
 “예, 그렇지요.”
김영근은 례절성걱으로 대답하며 억척스레  페달을 밟았다. 목적지에 도달하니 그 손님은   50원짜리 지폐  한장을 꺼내여 주며 대범한 어조로 말했다. 
“거.스름 돈은 그만 두오.”
“아니, 이걸 어떻게?......”
김영근은 매우 면구스러워했다. 손님을 한번 실으면  35원씩받 는 것이  그떄의 삯전이였다, 김영근은 감사의  빛이 어린  눈길로  그  손님의 뒤모습을 한참동안 눈바램했다. 
어느 날 밤 김영근이 종전대로 삼륜차를  몰고  골목길에 대기하고  있었다. 갑자기 한 쳥년이 야료섞인 목소리로 불렀다.
“어이- 당나귀…”
김영근의 얼굴은 모닥불을  들쓴듯 화끈거렸다. (사람을 업신여겨도 분수가 있어야지…)
“어이…당나귀 이리 와!”
그 청년는 짜증이 묻은  어조로 또 소리 질렀다. 김영근은 가슴속에서 방치 같은 것이 욱 치밀어 오르는 것같았다. 그는 기분 같아서는 당장 날아가서  그 자식의  입을 막 막아 쳐 주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가까스로 참았다. 그 청년은  씨근덕거리며 달려와서 욕을 퍼 부었다. 
“귀구멍에  개좆을 틀어막았어?...”
너무도 격분한 김영근의 얼굴색은  서리빛이 되였다.  그는 솔밭눈섭을 쭝긋하며  그 청년을 날카롭게  쏘아 보았다. .  
“보긴 뭘 봐?!” 제길할..
그 청년은 화약을 먹은 사람마냥 우락부락하며  삼륜차에 성큼 올랐다. 김영근은 울분으로 들먹거리는 가슴을  가까스로 달래며  페달을 밟았다. 
“빨리, 빨리…’
그 청년은 재촉이 불같았다.. 김영근은 심상치 않은 예감을  느끼며  억척스레 페달을 밟았다. 그 청년은 챙챙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댔다, 
“군마…초원을 달리는 군마야….”
김영근은 모욕감을 느끼며  속도를 늦추었다.
“빨리, 빨리 늦으면 돈 안줘”
그 청년은  수시로 ‘명령’을 내렸다. 
“후유…”
김영근은 긴 한숨과 더불어  가슴 속에서 이글이글 타번지는 불길을  다소나마 뿜어버렸다. 올리막길을 오를 떄 갑자기 김영근의 코에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이윽고  땀방울과 피방울이 겨끔내기로 떨어졌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그  청년은  말을 세우듯이 ‘위…’하고 소리 질렀다. 김영근은  솟구치는  ‘불길’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브라이크를 밟았다,  그 청년은  삼륜차에서 내리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총망히 걸어가는 것이였다. 
“아니, 돈은요?”
.김영근은  울분을 삭이며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돈? 이것을 알아?”
그 청년은 서리발 번뜩이는 단도를 꺼내여 휙 저어 보이였다. 김영근은 쓴웃음을 지으며  먼 하늘를 바라보았다.  밝은 달은  흰구름속에서 나와 서서히 검은  구름 속으로 미끌어 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바다의 비릿한 냄새와  소금기를 실은 밤바람 선들선들 불어왔다. 김영근은 두 팔을 한껏 벌리며 심호흡을  몇 번 하고서 다음 손님을 대기했다.  저 쪽에서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갑자기 발동이 꺼지며 서버렸다. 
“어이..당나귀… 이리 와!”
오토바이 임자는 김영근을 향해 손을 저으며 명령을 내렸다,  김영근은  짐짓 못 들은척 미동도 없었다. 
“제길할….’
그는 욕설을 퍼부으며 씽하니 달려와서 김영근의  귀뺨을 후려쳤다.  김영근은 몸을 슬쩍 낮추었다, 그는 제풀에  앞으로 비틀거리며 하마터면 넘어질번 했다. 
  “제길할…”
  그 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발길로  김영근의 정갱이를 걷어찼다. 김영근은  슬쩍 피했다.
“워 차오니 마”
그 자는 쌍욕을 퍼부으며 또 달려들었다, 김영근은   벼락같은 소리를 지르며 그  자의 복부에 강타를 안겼다,  그 자는  제자리에 폭 꼬꾸라졌다,  김영근은 쓴 미소를 지으며   삼륜차를 몰고 어둠 속을 헤치며  골목길에 들어섰다,       

  날씨가 따스한 어느날 김영근이와 박혜순은 바다가에 이르러 모래밭을 천천히  걷고 있다. 광활한 사막을 걷는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어날 정도로 고운 모래들이 파도의 물결 무늬를 새긴채 펼쳐져 있었다. 김영근은 신발을 벗어든채 맨발로 보드랍고 하얀  모래의  감촉을 느껴보았다,  어릴 떄 운동장에서 손을 파묻어 두꺼비집을 만들군 하던  그런 굵은 모래가 아니다. 더  이상 분해될 수 없을 정도의 미세한  모래는  그의 발이 내디딜 때마다 감싸안는듯 했다, 

 
                 (36)

   그들은 바다에 들어섰다. 해지는 바다우로 구름바람이 이따금  불어왔다, 바람도 아닌 것이 구름도  아닌 것이  푸른 바다우로 굴러다녔다,  물속으로 김영근은 고개를 깊숙이 담그었다,  그는 물속에서 자기의  노란색  수영복을  감상했다.  순간, 수영 건장들의 모습이  그의 머리 속에 얼핏 떠올랐다. 그는 가쁜 숨을 내쉬며  물속에서 나왔다.  안해가 그를  향해 물 묻은 손을 젓고  있었다,  김영근이도  벙글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구름 바람이  바다물우를 솜처럼 굴러갔다. 
 김영근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갈치이기도 하고 물결이기도 하다.. 그들 부부는 그렇게  바람과 구름을,  물과 바람을 타면서  상쾌하게  놀았다.  난생 처음으로  소금과  고기 비릿내 그윽히 풍기는 바다에서 놀았다. .
  뉘엿뉘였 저문 바다는 짙은 보라빛을 띤다. 김영근이와  박혜순은  해가 바다속으로  꼴깍    잠기는 모양을 오래동안  지켜보다가  모래밭쪽으로 헤염쳐나왔다. .    

 일년 후, 김영근은 안해를 데리고 천진에 이르렀다. 김영근은  회사에 출근했고 박혜순은  “천운각”이라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료리점에서  주방 보조 일하게 되였다.  
     6개월이 지난 여름의 어느 날 저녁, 료리점의  보스(한국인 중년 남자)가 박혜순의  침실에 찾아왔다.  
“아줌마, 일이 힘들지요? 처녀 시절엔 너무  예뻤겠는데요.”
보스는 얼굴에  야릇한  미소를 게바르며  박혜순의 손을 슬그머니 잡는 것이었다, 
“어마나?! 사장님  왜 어럽니까?”
박혜순은  화들짝 놀랐다, 
“헤…헤…  정직한체 하지 말고  자, 우리 화끈한  사랑을 나누자구요.”
보스는 갑자기 거칠은 숨을 몰아쉬며  그를 끌어안으려고 서둘렀다  박혜순은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나며 보스를  두 손으로 힘껏 밀어버렸다, 휘청거러며  벽구석에 기대인  보스는 그의  완숙한  미모를 걸탐스레  보며  미련을 품고 말했다. 
“아줌마, 내가 매월 봉급을  500원씩 더 줄테니  우리 애인으로 지내자요.’
“안됩니다. 저에게는  남편과  오붓한 가정이 있습니다. “
박혜순은  칼로 무우를 베듯이  썩둑 잘라 말했다,  그후  그 보스가  계속 집적거리니  박혜순은  단연히  사직하고서  ‘진미향’ 식당에  취직했다. “천운각’에서 이미 기초를 닦은 박혜순이였기에 주방의  일을 잽쌘 솜씨로 할수 있었다, 그가  “천운각”에서  사직하고  ‘진미향’으로 오게된 원인을 뒤늦게야  알게된 동료 아줌마는   핀잔조로 말했다, 
    “아이구, 아주머니는 너무 고정하오. 지금 녀자들은 돈이 많은 남자들에게 붙지 못해서 설설 헤매는데,  난  아주머니처럼 곱게 생겼으면  매일 남자들을 친해서 숱한 돈을  빨아내겠소. 그게 뭐 다스오?   다 우려 먹은 김치독인데 뭐...”
“그런 으쓸한 소리를 하지도 마오,  아무리 개방 세월이라해도 녀자들은 제몸을 잘  간수해야지”
박혜순은 되알지게 쏘아부치고서  박씨 같은 웃이빨로 앵두빛 입술을 깨물었다, 
   
   일년이 지나서  김영근이네는 음식점을  꾸렸다.  여름의  어느 날, 랭면을  여섯 그릇 산  한족 쳥년 셋이서  랭면 다섯 그릇을 다 먹은 후 랭면 한 그릇을 들고  박혜순을  찾았다. 
“로반이  이게 뭐요?  파리가 있길래 우리는 랭면 값을 물 수 없소.”
“예?! 파리가……”
박혜순은  깜짝 놀라며  량면그릇을 세심히 살펴 보았다. 그의 예리한 눈길은 파리의 변함없는 모양에 머물렀다, 순간, 그의  머리속에서 의혹의  예감이 번개마냥 떠올랐다. (죽은 파리 몸뚱아라가 흐드러지지 않은걸 보니 필시 일부러 잡아 넣은 거야) 그는 ‘확진’을 내리고서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   
“만약 우리의 차실로  파리가 국수 사발에 들어갔으면  이미 몸뚱아리가 퍼지여 형편 없겠는데  이걸 봐요  생생한데요.”
“엉? 아니, 그래 우리가  파리를 잡아 넣었단 말이요?”
도적이 제발이  저리다고 그들은 오히려 펄쩍  뛰였다 
“그럼요, 우리의 차실은 절대 아니지요.”   
박혜순은 결단성 있게 대답했다. 
“엉, 제길할…”
한 청년이 손찌검을 하려고 씨근덕거렸다, 그때 김영근은  볼일  있어 시내로 갔기에 약삭빠른  박혜순은  얼른 밖에 나가서  부근의 파출소 민경을  불러왔다  민경은  랭면그릇에 놓인 파리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판결”을 내렸다, 
“이건 식당의 차실이 아니고 누가 일부러 잡아 넣은 것입니다.”
“예? 엉…..”
청년들의 얼굴은 삽시에  돼지간빛이  되고 말았다.    
  “이번만  용서해주겠으니  후엔 정신 차려요.”
  박혜순은  다음의 영업을  고려하여 짐짓 부드럽게 말했다.  그들은 머리를 조아리며 비슬비슬 물러갓다, 그후 그들은  이 음식점의  단골손님이 되였고 많은 식객들을 데리고 왔다,  어떤 청년들은  술을  마시고서  값을 치르기  아까워서 두패로 나뉘여 싸움을 하는척 했다,  
  어느 날  네명의  쳥년들이 술을  마시고서  ‘희극’을 놀며 돈을 내지 않으려고 떼질을 쓸때 박혜순은  ‘독은 독으로 쳐야 된다.’고 생각하며 한 청년의  귀뺨을 불이 번쩍나게 후려갈기고서  으름장을 놓았다, 
  “뼈다귀 성한게 원쑤 같으냐? 죽겠으면 덤벼라.”
 외유내강한  박혜순의 성격을 뒤늦게나마  알게된 그들은 깜짝 놀라며 값을 고스란히 치렀다.
 
   봄의  어느 날, 박혜순은 너무 피곤하여  마당에 기혼하여  쓰러졌다. 의사는 그더러 며칠 동안  휴식하라고 권했다, 그는 이틀 휴식하고서  또 다시  ‘화선’에 뛰여들었다, 그는 영업을 하는 한편  관계망을  리용하여  구직하려는 사람들에게 직업을  소개해주었다.   

  가을의  어느 날, 복장회사에서  사직당한 오정옥은 남의 주선으로  구직하려고 박혜순을  찾아왔다. 그는 일시 적합한  일자리가  없으니 그더러 며칠 기다리라고 했다, 그후 오정옥은 사흘이 멀다하게  박혜순을 찾아  와서 아무 일자리나 찾아달리 간청했다. 
   “흑...흑....언니...”
   한참  동안  앉아 있던 오정옥은  불현듯  흐느끼기  신작했다.
   “어마나?!  무슨  일이 생겼소?”
   박혜순은 가슴이 섬찍해났다. 
  “호....”
 오정옥은   눈물이 가랑가랑 맺힌 눈으로  박혜순을 이윽토록 응시했다.  그 모습은  방금 비를 맞아  물방울이 오르르한  련꽃 같았다.  박혜순은 갑자기 야릇한 감수를 느꼈다.  (참 매력이 있어, 남자들을 끌기 안성맞춤하네...이런걸 두고  웃는 서시 보다  슬픔에 잠긴 서시가 더 예쁘다고 했는가 보네’’’  ) 박혜순의 머리에는 남편에게서 들은 이야기가 피끗  떠올랐던 것이다.
  “호...제 남편은 한국에서 다른 녀자와  집을 잡고 산대요....”
  “양?!  ...이렇게 고운 각시를 두고, 남자들이란 참...”
  박혜순은  눈물이 그렁한 눈길로  오정옥을  보며  위생지를 건니였다. 
  “너무 속태우지 마오. 살길이 열리겠지, 그러니 사람은 자기 힘으로 살아가야하오.”
   “전 언니를 믿어요, 직업을  빨리 찾아야 되겠는데요.”
  오정옥은  머리를 푹 수그리고  눈물에 젖은 어조로  말했다. 
한참  머리를 갸웃하고  생각을  굴리던  박혜순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나에게  채 팔지 못한 옷이 좀 있소, 정옥이 대리 판매하고 우리 리윤을  나누면 안 되겠소?”
   “예?  정말인가요?”
    오정옥의 애수에 잠겼던 얼굴에 해당화 같은 미소가 활짝 피여났다. 
   “양,  적치던 상품도 처리하고 또 정옥의   림시 직업이 되는거요.”
  박혜순은  웅숭 깊은  생각으로  말했다. 
  “아잇  좋아라! 진짜 내 언니야!...”
   오정옥은 오래간만에 어머니를 만난 소녀마냥 환성을 올렸다.
  박혜순은 합동서를 쓰고  오정옥의 신분증을  복제하여 접수하고 그에게 9천원어치의 옷을 주었다. 
   “친 언니면 이보다 더 관심하겠나요? 전 꼭  실수 없이  잘 팔아 돈을  가져 오겠어요.”
  오정옥은 물기 함초롬히 고인 눈으로  박혜순을 응시하  감격을 토로했다. 
   “그럼  너무 조급해 말고 그저 림시 직업으로 생각하며 해 보오,  다 살길을 찾아  외지에  나온 우리들인데...”
   박혜순의 어조에은 동정이 함뿍 스며 있었다.      
   
이튿날 부터 오정옥은  시내를 돌아다니며 옷을 팔기  시작했다. (이젠 생활비를  마련하게 됐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좀 고달퍼도 즐거웠다.  옷을 다섯개를 판 후 문득 오정옥의 머리에 떠오르는  ‘기발’한 생각이 있었다. 


          (37)

(이옷이 몽땅 내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그라,  날자)  견물생심이라고  박혜순의 앞에서 한  감격의 말을  구중천에 날려보낸  오정옥은  옷을 갖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쉽게 변하는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태여날 때부터 강도가  없고  기생이 없는것 처럼  사람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사기군으로 전락될수도 있는 것이다.   
     “후유…사람을 함부로 믿은 내가  어리석었지,  하도 불쌍해 보이니...”
박혜순은  터지는 가슴을 치며  어금이를 사려물었다. 
  ‘원쑤는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박혜순은   상점 앞에서  오정옥을 만났다,. 
“언니, 제 죽을 죄를 졌으니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
박혜순에게 붙잡히운  오정옥은 무릎을 꿀며 애원했다. 
“아무리 살기 바빠도 돈벌이를 량심 있게 해야 하오.”
 박혜순은  그를 준절히 꾸짖으며 자기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알고 보니  그는 아직도 직업이 없이 요행수만 보고 사는  형편이였다. 
   “두 산은 만날 수 없어도  산 사람은  아무 때나 만나는 법이요, 사람이 있으면 돈은 벌기 마련이요. 먼저  출근하오.” 
  그는  오정옥에게  직업을 소개해 주었다 
   “언니!...흑..흑...이 못난 것을 이렇게....”
   오정옥은 박혜순의  두 손을 꼭  부여잡고 참회의 눈물을 줄줄 흘렸다. 
   “제가 언니의 본전을 꼭 돌려드리겠어요.”
  오정옥은 신분증을  박혜순에게 두 손으로 공손히 드렸다.  
   “돈이란  없다가도 있게 되오, 양,  일 잘 하며 열심히  살아가오’
  박혜순은  기분 같아서는    오정옥의 귀뺨이라도 불이 번쩍 나게 쳐주고 싶었지만  진흙땅에 남포질을 하고 싶지 않았다. 
   
    후에 김영근이네는 아파트를 샀고 장식까지 했다. 자기 돈으로 궁전같은 집을 마련한 기쁨은 더 말할것 없었다.이사하기 전날 김영근은  안해와 아들과 함께 집안을 청소하였다. 김영근이 유리를 닦자 두 아들도 창문턱에 올라서서 유리를 닦았다. 그러자 박혜순은 제지시켰다.
   “어서 내려와. 위험해” 
   그런데 아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튕겨 나올줄이야. 
“어머니, 우리보다 아버지를 보호해야 합니다. 아버진 우리 집의 돈나무이니 말임다. 아버지가 상하면 어떻게 다시 돈벌러 외국에 감까? ”
그 말을 들은 김영근은 너무도 서러워 눈물이 울컥 나왔다. 그는 불이 나케 화장실에 들어서 수도꼭지를 틀어놓고 한동안 울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서 힘들게 돈을 벌던 일이 자꾸 떠올랐던것이다. 그렇게도 위험하고 힘들었지만 자식들을 생각만 하면 피로가 가셨고 희망으로 가슴이 부풀어 올랐던것이다.자식들에게 남보다 못지 않은 생활 환경을 마련해주려고 몇년간이나 애써 벌었다.자식들이 그처럼 보고 싶었도 꾹 참으며 보낸 그 지긋지긋하던 세월… 그런데 자식들이 부모의 이런 마음을 전혀 몰라주는것이 너무나 안타까웠고 서러웠다. 
     저녁에 김영근은 착잡한  마음으로 조용히 일기책을 펼치고 적어내려갔다.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고 그 누가 말했던가?  바보처럼, 아니야  그것은 거짓말, 향수를 달래려고 술이 취해, 타향은 싫어 고향이 좋아. 자신의 삶을 누군가가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오직 스스로 살아갈 뿐이다. 
   여기까지 쓰고 나니 불현듯  즉흥적으로 시 한수 떠올랐다. 그는  감흥의 물결에  잠기며 필을 달렸다. 
     바다에서  샘물이 그리워 

휘넓은 바다에
배들이 수없이  오가는데
아쉬워라 
내가 알만한 배 한 척도  없구나

파도 치는  바다에 
수많은 고기떼 뛰놀아도 
아쉬워라
내 먹어 본  물고기 한 마리도 없구나

코 큰  사나이 ,  금발 머리 아가씨
흰색 얼굴. 검은색 얼굴, 많고 많건만 
아쉬워라
내 알만한 얼굴 하나도 없구나

끝없이 밀려 가고 밀려 오는  인파에 
내 몸  푹  잠그고 걷지만 
왜서  내 마음, 내 마음은 
사막의 모래알로 되는지?       

바다속에서  헤염치는 나
샘물이 그립구나
오, 그리워라, 사람들 속에서    
참 사람이 그리워

내 고향의 개구쟁이 친구들아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뽈개지' '똥돌이' '쌍가매' '울보'....
 셀레이는   사람 바다속에서  너희들이 그립구나
                 


    봄의 어느 날, 최용길이네 부부,  김승호, 한송걸,  한봉철,  박창식, 오정옥은  김영근이네  식당 부근의 회사에 취직하여 근무하게 되였다. 
   어느날 그들은 공원에서  오락모임을 열었다. 
    손에 손을 잡고 돌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서로 서로 마음을 하나로 합치고  있었다. 서로 다투었던 일, 서로 질시했던 일,  서로 미워했던 일들을 용서하고 리해하며  앞으로 화목하고 다정하게 둥글둥글  살아가자고 말없는 속에서 다짐하는 것이였다. 그럴 때 부르는 아리랑은 슬프거나 구성진 가락이 아니였다. 아리랑은 때와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가락을 달리해 부를수 있는 신통한 노래였고, 장소와 사연에 따라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제각기 가사를 엮어가면서 새록새록 신명을  돋우어나갈 수 있는  가상한 노래였다. 그리고 차례로 돌아가며 가사를 얶어낼 때면  돈이  많고 적고, 인물이  멋 있고  밉거나  아무런 차등도 차별도 없었다. 
  고향 떠나 돈벌이도 고생 많네
  개도 안 먹는 그 돈, 그 돈벌이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리랑이  났네. 흐흥흥…..
아리랑 흥 어어 흥흥 아리랑이 났네
아스팔트 길은  넓어야 좋고
아가씨의 ‘조개’는 좁아야 좋고

이 엉뚱하게  튀여나온  가사에  모두가 와아-하고  웃음보를 터뜨렸다.  그리고 모두의 어깨춤에는 더  신명이 올랐다. 한봉철은  자기의  ‘걸작’이  친구들의 홍소를 불러일으키니 기분이 백열화되였다.;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리랑이  났네
아리랑 흥흥 아리랑이 났네 흥흥
새각시  수바늘은 가는 것이  좋고
신랑의 자재는 굵은 것이  좋다. 

“어허 얼씨구..’
“저허, 절씨구..”
“좋다, 좋지….”
제꺽 이어진 화답에  기분이  좋아서 왁자하고 요란스러웠다, 최용길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 모두의 얼굴에는  번들번들 땀이 내배였고, 동그라미를 빙글빙글 돌리고 있는 몸짓들에는 신이 내린듯한 신명이 들려 있었다. 

 아리아리랑 아리아리랑  아리랑이 났네 흥흥
아리랑 흥흥 아리랑이 났네 흥흥
심산속의  딱따구리는  생나무를 잘  뚫어도 
앞집의 멍텅구리는  뚤려진 구멍도 못 꿰네
“핫, 하…하…”
“호, 호…호…”
오정옥의  즉흥 창작이였다,
   세월은 류수같아  어느덧 2008년 가울에 접어 들었다. 시누런 락엽이 한잎 또  한잎 떨어졌다. (오늘은 일하기도 싫은데  어다 가서  술이나 포근히 마시고  아기씨나 데리고 놀면  어떨까?...) 어느  토요일 최용길은  출근 길에  오르며 잡념에 잠겼다,  그는 퇴근 길에  복권  판매부에 들려  장난 삼아 한 장을 샀다.    
   일주일 후 최용길은  복권 판매부에 들려 당첨 여부를 알아보았다.  어허, 이게  웬 호떡이냐?  

            (38)

   그는 난생 처음으로 복권이 당첨 되여   100만원을  받았다,   최용길은  가슴이 막 터지는 것 같은  기쁨에   누구 정신으로 집에 들어섰는지 몰랐다.
 “여보, 당, 당신 ...  내  걸렸소, 걸렸다니깐…”
  최용길은 집에 들어서며 신을 벗을 념도 하지 않고  안해를 보며  꼬리 대가리 없이 말했다. 
“예? 걸리다니  무슨 소림까?”
 주방에서  채소를 썰고  있던  임명옥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당신  왜 그리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오? 복권에 걸려  100만원이 차려졌단 말이오, 100만원이나…핫, 하…하….하…”
최용길은  마치 온 세상의 재부를 다 독차지한듯  집이 떠나기게 웃었다.
“예?!  그게 정말임까?...’
임명옥은 식칼을 쥔채  입을 딱 벌렸다. 
“허…허…허…장말이 아니고, 내 언제 거짓말을 합데? “
최용길은  주방에  성큼 들어서며  안해를 와락 끌어안았다, 임명옥은 가슴 터지는 것 같은  기쁨으로 숨결이 거칠어졌다. 
“음, 음..당신 참 대단함다.  영웅임다, 영웅.  오늘 밤  쪽쪽 빨아줄게….음..음….”
  이튿날 최용길은 사직을 하고  식당을 세맡으려고 거리를 돌아다녔다. 반날 돌아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식당을 찾지 못했다.  점심 때가 되니 그는 식당에 들어가서  소주를 마시고서  알딸딸한  정신으로 집에 돌아갔다.
“낮에 일이  어떻게 됐슴까?”
저녁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온 임명옥은  금방 잠을 깨어 눈이 부석부석한  최용길에게 물었다, 
“맞갖지 않아서  못 얻었소,  소털 같은 날에 뭐  바쁠게 있소?  래일 또 찾아보지”
최용길의  심드렁한  대답이였다,  .
    김승호, 한송걸은  최용길을 ‘형님, 형님…’하면서  바싹 따랐다. 최용길은 늘 오정옥이와 밤을  새웠다.
  임명옥은 가난하게 살던 그때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때는 남편이 외박하는 일이 없었던 것이다.   임명옥은 늘 박혜순을 찾아 와서  하소연했다,
  “후유….벌써  일주일째 들어오지 않았소,  복권에 당첨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마른 속을 태우지 않아도 되겠는데…”
임명옥의  그늘진 얼굴에는 눈물이 흥건했다,
“너무 속을 태우지 마오ㅡ 그러다가 병에 걸리겠소.”
박헤순의 눈에도 물기가  어리었다.
“그래  이 집에서는 영업이 잘 되오?”
임명옥은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양, 두루 삐쳐내오.”
“돈이   없어도 근심이요, 있어도 근심이요, 후유…’
임명옥은  진한 한숨을 뿜었다, 
  최용길은  영업을 할  계획을 구중천에 날려 보내고  매일 주색과  도박에  빠져 허송세월을 보냈다, 반년후 빈털털이가 된 그는  술에 만취되여  길가에 누워 있었다, 김영근은 채소를 사러  삼륜차를  몰고 시장으로 가던중 이 정경을 발견했다. 그는 인차 차를 세우고  내려서  눈물이 그윽한 눈으로 한참동안 최용길을 내려다 보았다,  행인들이 지나가며  던지는 눈길이  모두 총알이 되여 자기의 가슴을  뚫는것 같았다.
    (이 친구가 한때는  하늘이 낮다고  큰 소리를 탕탕 치던  ‘백만장자’ 였던가?...돈이 도대체 뭐길래?....) 김영근은 무거운 한숨을 길게 뿜으며 허리를 구부려  최용길을 안아  삼륜차에 실었다.      


허경수 许京洙
천진시   진남구  북갑구 공업원 룡인 전자회사
天津市津南区北闸口工业园龙仁电子厂
邮编;300350
핸드폰; 135-1618-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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