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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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수상록 76) 그럭저럭 살다의 묘미
2018년 04월 18일 08시 57분  조회:304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그럭저럭 살다”의 묘미
 
                                                       진 언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나 지기가 “그래 어떻게 보내고있소?”라는 문안하면 “허. 그럭저럭 살고있네”라고 대답하기가 보통이다. 그럭저럭 살아간다는 말에는 부정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우선 추상적가치가 부재한바 끝까지 해내지 않고 또 대수로이 여기지 않기에 맺고끊는 멋이 없이 대충대충 넘어간다.
    글자, 혹은 한개 단어는 단순개념일수 있으나 어떤 글자, 단어는 그 민족의 문화, 집체의식을 담고있다. 음역해서 우리 말로 쓰이는 혼돈(混沌)에 깃든 혼합의미는 미묘하다. 강물이 흐르면서 수많은 지류가 흘러들어 류량이 부단히 커지고 또한 혼탁해지듯이 여러사람이 뒤섞여지니“혼(混)”이 생기지 않을수 없는것이다.
    이시점에서 “혼”자를 중국의 민초들이 쓸 때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그리하 여“混饭吃,混日子”라는데 확실히 한갈래 삶의 길이라고도 하겠고 일종 생활방식이라고도 하겠다. 이에 상응되는“그럭저럭”은 일종의 처세술로 되기도 한다. 말하자면 흑백을 뒤섞어놓고 무슨 일에 부딪치며 애매모호 하게 말하거나 대강대강 창졸 하게 엮어댄다. 이런 심성이 굳어지면 기괴한 판단표준과 행위준칙으로 삼기도 한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는 속담을 기준삼고 물이 흐린김에 고기를 더듬어 잡으려는 이런 심리관성으로 하여 시시비비를 가르려하지 않고 비정한 현상에도“쓸데없이 참견말라”는 좌우명대로 마냥 구경군이 된다. 이런 심리자세를 가지다 보니 사람들이 오래동안 가치방향을 잃어버렸던것이다.
    반대로 긍정적인 의미에서“혼”은 타락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예측불가의 생활속에 수시로 막무가내한 일들이 발생하고 그만큼 파란만장한 인생려정이니 어찌보면 번거로운 인생살이에서 지어먹은 해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하여 “혼”이 중국사람들의 처세철학에 한가지 규범이 되였는지 모른다.
    하기사 인생이 뭐 별거인가? 저무는 인생길에서 만단회포를 한마디로 개괄한다면 참으로 “그럭저럭 사는 인생”이라 하겠다. 욕망의 벽도 다 무너지고 가는 시간, 가는 순서도 다 헝클어진 고래희 고개턱에서 돌이켜보니 둥근 지구촌에서 두리뭉실 살자해도 이리저리 부딪치며 상처나고 아물고 또 래일에 웃으니 세상사란 요지경같다. 지어먹은 마음같이 되지 않는 인생인것을 악착스레 살았던들 남은게 무엇인가?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인생지침서들이 많더라. 혹자는 가르치되, 목표를 세우고 자신감을 갖고 환경에 익숙한것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니 거기에 행동할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인생의 가장 큰 고통은 라태와 무료함이니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생활에 충실해야 한다고, 난관이라도 헤쳐나간다면 인생이라는 이 어렵고 복잡한 마당에서 반드시 최종승자가 될것이니 행동이 바로 생활에 충실하고 무료함으로부터 벗어나는 량책이라고,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하지 말고 세상을 헛되게 살았음을 한탄하라고, 다 일리가 있지만 기실 그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무엇을 가르쳐줄수 없
다. 말대로라면 인생학교 우등생이 되련만 그게 어디 마음먹은대로 되는 일인가?
    각자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고 그래서 힘이 되는 조언들은 서로 모순되기도 하여 유의무의하게 어기며 살게 되는걸 어쩌란 말인가? 그래서 나름대로 다르게 정의해 볼수도 있다. 인생의 동의어인즉 사랑이니 광의적의미에서의 사랑을 깨닫고 사랑을 했다면 지성인이라 할것이니 단 한사람에게서라도 사랑을 받고 살았다면 사람답게 산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현시대 가장 절실히 필요되는것이 성실일진대 시종 성실하게 살았다면 이 사회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였다는것을 말해주지 않는가?
    이 모든것에 이신작칙 하였다면 과시 훌륭한 사람이라 할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무릇 개변이란 불가능함을 알고 있기에 될수록이면 시끄러움을 회피하고 되여가는 대로 그럭저럭 살아가는것이 준칙이 됨으로써 공공리익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자기 리익에 준하는 처세를 강구한다.  행복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진행되고 있는 감수에 머물고 있다는것을 알면 괴로움도 한걸음 물러서는 법이다. 
잘났으면 잘난대로 살고 못났으면 못난대로 살아가기 마련인 인생이라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살고, 배고프면 배고픈대로 살고,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살면서 마음이 편하면 만사대길이요 자신에, 가정에, 사회앞에서 책임을 내세워서 그럭저럭 버텨내며 살아왔다면 과시 제잘난 멋에 살아온 인생이 아니던가?
    바람직한 일은커녕 바라는 일도 하지 못하고 좋은 일은 고사하고 좋아하는 일도 맘대로 못하고 하고싶은 일이야 없었으랴만 마냥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살아온 인생, 결국 사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게 되는법인가, 심각했던, 가벼웠던, 목적의식적이였던, 자각했던, 몰자각했던 살아지는대로 살아온 인생이다. 고생도 그 한때, 슬픔도 그 한순간, 성공의 희열도 그 한때뿐, 인생이 고달파 못살것같았지만도, 번한 날이 없을것 같았지만도 그럭저럭 살아왔으니 그런 인생일지라도 사는게 좋았던듯싶다.
    유감이 많아서 한많은 이 세상인가? 어느날 갑자기 나는 “나 먼저 가오. 잘있소” 라는 영별도 할새없이 훌쩍 떠날적에 돈도 명예도 사랑도 미움도 가져갈것 하나 없고 동행자도 없으니 떵떵거리며 살아도, 안빈락도로 살아도 결국은 그럭저럭 살수밖에 없는 목숨이 인생인데 탐욕이 탐욕을 마중하고 추구가 추구를 뒤쫓느라 아득바득하니 목숨이 열개라도 당해내지 못할것이다.
    자초에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던 엽전의 의미는“밖으로는 둥글게(圓), 안으로는 반듯하게(方)”처신하라는 뜻이였단다. 자신감을 갖고 안으로는 반듯하게 (方) 사는 것은 인생의 기본원칙이라 하고 밖으로는 둥글게(圓) 사는것을 세상을 이끌어가는 기술이라 한다. 달리말하면 눈에 보이기에 보이는만큼 보는 세상, 극히 일부분으로서의 세상을 세상의 전부로 인식하면서 살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족인게다.
    그렇게 사는것이 지극히 물질적인 의식이라도, 확실히 보이는것 같은 저급적인 가치를 기준삼고 근근히 동물적인 본능으로 서식하는것이라해도 인생은 인생이렸다. 고기빵에 고기가 많으면 그만이지 빚은 맵시에 있지 않는것이다. 저 유명한 헤겔씨도 합리적인것은 진실하며 진실한것은 합리적이라고 말했거늘,
    변화무상한 세상이요 인생일사 피일시 차일시로 그럭저럭으로 엮어진다. 그래서 순리대로 살라고 한다. 그럭저럭 살아오고 살아가는 초민백성이라도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여서 도와주고 도움을 받으면서 잘 어울려 산 인생이였다면 사람냄새를 풍기는 인생을 산것이고 먼저 남을 생각하는 착한 마음으로 흉금이 넉넉하였다면 가난해도 부유한 사람으로 산 인생이 된다.
    금의 가치는 오래동안 색갈이 변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생의 진미는 오늘보다 래일이 더 낫고 이달보다 다음 달이 더 가치가 있을것이라 믿어야 삶의 진미를 맛볼수 있다. 믿기거나 안믿기거나 우리 모두가 명기해야 할 금언이 있다. 스스로 부풀린 욕망에 짓눌려 헐씨근거리지 말고 당신의 마음 눈을 밝히시라.
    아름다운 풍경을 보지 못한것은 끝까지 가보지 못했기때문이지 세상에 풍물이 없기때문이 아니다. 아름다우면 정채롭다고 찬탄하고 좌절당했다면 경험이라 생각하라. 골이 깊고 아늑한 곳에 초목이 우거지고  물이 고여 깊은 곳에 고기들이 모여 드나니 그냥 리해득실에 초조함을 태우지 말고 순리를 따르면 그럭저럭 사는 삶이라도 무위도식하며 허송세월한 삶은 안되리라.
 

                                           2015년 6월 15일        (2018년 7월 6일 연변일보에 발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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