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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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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꽃지바다 왜 하필 해수욕장이라고 해요?
2016년 02월 20일 09시 24분  조회:1781  추천:0  작성자: 넉두리
 
참 예쁜 꽃지바다, 왜 하필 해수욕장이라고 해요?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100> 바다가 소금물 샤워장인가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영국 시인 존 메이스필드(1878~1967)의 시집 ‘Salt-Water Ballads’(소금물의 노래). 영문학사(史)에도 오른 이름이지만, 우리 소월 시집처럼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다. 그 소금물은 바다다. 멋없다고 씨익 웃고 그냥 지나칠 일 아니다. 그의 바다 향한 열병(熱病)의 시 ‘Sea Fever[씨 피버]'는 대박이었다. 첫머리만 외워도 ‘아!’하고 학창시절 그리울 분들 많으리.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아무래도 나는 다시 바다로 가야겠네,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우리에게 바다의 이름은 ‘바닷물 샤워장’의 이미지와 겹친다. 해수욕장이라는 이름 때문이다. 그 이름이 어떻게 생겨나, 지금껏 우리 아름다운 해변의 대표명칭으로 쓰이고 있는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바다 떠올릴 때마다 안타까웠다. 우리 말글 시리즈 2주년 100회 맞아 여러분께 예쁜 선물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선택한 주제, ‘바다의 제 이름’이다.
10년은 묵힌 생각, 답을 찾진 못했다. 다행히 어진 이들의 비슷한 마음, 여러 생각을 얻을 수 있었다. 따로 아름다운 이름 붙인 지자체도 있어 마음 설레기도 했다. 이런 지혜, 잘 모으면 더 좋은 결실 가능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의견 주시면 계속 연구할 터, 고견 사양하지 말고 가르쳐 주시기 바란다. 이 글은 이를테면 ‘중간발표’ 격이다.
 
해수욕장(海水浴場) 이름의 뜻은 ‘바닷물에 몸을 씻는 곳’이다. 목욕(沐浴)의 욕 자(字)다. 목욕을 사전은 ‘머리를 감으며 온몸을 씻는 일’이라 푼다. 좀 이상하지 않은가? 머리 감는 것을 왜 따로 설명했을까? 이유는 속뜻 때문이다. 목(沐)은 머리를 감는 것, 욕(浴)은 몸을 씻는 것이다. 둘 다 그 동작이나 비슷한 이미지의 그림에서 오래 전에 생겨났다.
 
시인이 열병을 앓았던 그 바다는 목욕탕이 아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바다도 그렇다. 목욕탕 욕조에서처럼 물 텀벙거리며 노는 좋은 뜻 아니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다가 여름에만 물장구치며 노는 데인가? 하긴 오래 전에는 맥주를 여름에만 얼음 채워(히야신가 뭔가 해서) 마시는 것으로 알았다. 바다가 세상 변화에 걸맞는 제 이름을 얻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불러 왔기 때문에 ‘해수욕장’ 낱말에 그 아름다운, 즐거운, 신비로운, 생명력 넘치는, 외로운, 화려한, 때로 광포(狂暴)한 바다의 여러 압도적인 이미지가 담겨 있으리라고 지레 생각해 온 것이다. 그러나 뜻 따지니 허망하지 않은가? 바닷물목욕탕이라, 해수탕? 저 바다가? 이제 묻어두어도 될 이름 아닌가, 아쉬우면 괄호에 넣어 새 이름과 함께 쓰던지.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새 이름은 그냥 ‘바다’다. 땅 이름 뒤에 붙이면 된다. 품도 덜 들고, 이미지도 간결하며, 날 것 그대로의 싱싱한 아름다움이 뚝뚝 묻어 떨어진다. 가마미바다 해운대바다 경포대바다 대천바다 몽돌바다 김녕성세기바다... 꽃지바닷가처럼 ‘바닷가’도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앞에 지명(地名) 붙으면 오히려 거추장스런 느낌 든다.
 
한자(漢字)라야 권위서고 ‘있어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해변(海邊) 해안(海岸)을 붙이면 된다. 해수욕장보다 부드럽다. 더 세련된 듯한 해빈(海濱)도 있다. 바닷가라는 비슷한 뜻이다. 청포대해변 남해해안 함덕해빈... 이호태우해변은 제주도 옛 이호해수욕장에 전통배 태우 뜻 합쳐 지자체가 붙인 멋진 이름, 박수 보내고 싶다. ‘이호태우바다’가 더 멋지지 않은가?
 
고유어로 즐거운 곳이라는 바다의 이미지를 덧붙이고 싶다면, ‘바다뜰’ 또는 ‘바다뜨락’은 어떨까? 하조대바다뜰 송정바다뜨락... 처음에야 좀 설은 듯 하겠지만 즐겨 부르면 좋은 이름 되는 법이다. 즐겁게 노는 모습은 ‘멱’ 또는 ‘미역’이란 낱말로 덧붙여도 좋을 것 같다.
 
육지가 바다 쪽으로 튀어나온 지형(地形)인 ‘곶(串)’의 곶지가 변해 ‘꽃지’로 탈바꿈했다고 한다. 충남 태안반도의 그 바다, 꽃 이름자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꽃지해수욕장보다는 꽃지해변 꽃지바다뜨락이 더 낫지 않을까. ‘꽃지바다’ 이름을 지도에서 볼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기쁠까. 이름(말)은 그 모습(본디)과 어울려야 좋다. 가치를 담아야 한다.
 
토/막/새/김
남북대화 초기, 평양에 간 방송사 카메라가 물었다. “해수욕 자주 가세요?” 기억 선명하진 않지만, 중년여성 그 겨레 “날마다 가디요.”라 했던가. 신문방송이 난리가 났다. 해수욕도 모르더라고. 또, 채소도 모르는지 채소를 ‘남새’라 하더라고 했다. 비웃는 것이었다. ‘바닷물 멱(미역)’이라 말하던 그 사람들, 요즘 연속극 보고 서울물 들어 다 ‘해수욕’ 안다. 남새는 고유어 표준말이다. 채소(菜蔬)라야 맞아? 기자들이 그랬다. 부끄러웠다. 아직 못 잊는다. 북한 다녀와 감옥살이도 했던 황석영은 1993년 책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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