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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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인네트워크" 례찬
2014년 04월 26일 13시 07분  조회:2137  추천:3  작성자: 강룡운
수필
로인네트워크례찬

강룡운

 
나는 날마다 적어도 세번씩은 컴퓨터앞에 앉는다.

이른 아침 날이 밝아 기상을 하게 되면 난 맨먼저 버릇처럼 컴퓨터부터 켜놓고 세수하고 양치질을 하면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그리고는 하루밤새 텅 비여있던 속을 달래기 위해 광천수 한컵을 손에 들고 느긋이 컴퓨터에 마주 앉아 이메일 도착을 알리는 귀맛 좋은 신호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북경 모교에 계시는 서영섭은사님께서 매일아침 제자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이 어김없이 이 시간이면  도착하기때문이다.

2년전, 우리 대학교 한학급 동창생들은 대학 입학 50돐에 즈음하여 동창문집 《추억의 메아리(岁月如歌)》를 출판해가지고 북경 모교에 찾아가 동창모임을 가진적이 있었다. “문화대혁명”이란 미명하에 이 땅에 휘몰아쳤던 그 사나운 회오리바람을 타고 사처로 흩날려가는 추풍락엽마냥 산지사방에 흩어졌던 우리 동창생들은 고희의 나이가 되여서야 비로소 오랜 세월의 격조끝에 락엽귀근의 심정으로 다시 모교로 찾아갔던것이다. 옛날 우리를 가르치던 년세가 많은 은사님들은 륙속 세상을 뜨시였고 젊은 나이에 교단에 올라 우리를 가르쳐주시던 은사님은 어언 팔순을 바라보는 로옹이 되여 우리들을 맞아주었다. 오매에도 그리던 은사님과의 재회는 뒤이어 “로인네트워크”로 이어질줄을 우리는 그때 미처 생각지도 못했었다.

동창문집의 출판을 기획하던 나날에 컴퓨터를 먼저 익힌 우리 몇몇 동창생들은  컴맹의 모자를 벗어던지지 못해 아직 이메일주소마저 갖추지 못한 다른 동창생들에게 이메일주소를 만들어주고 동창문집 출판기획을 통보하는 통지문을 발송하면서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기어코 통지문만은 읽어보라고 전화련락을 하게 된것이 동창생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첫 시발점이 되였다. 그것을 계기로 적잖은 동창생들은 고희의 언덕을 톺아오르는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뒤늦게나마 컴퓨터를 배우게 되였고 나중에는 저마다 서로 뒤질세라 자기가 직접 타자한 원고들을 이메일로 보내와 드디여 동창문집을 편집하여 출판하게 되였다.

모교에서의 동창모임은 동창문집의 출판으로 말미암아 그저 모여서 회포를 나누고 먹고 마시며 한껏 즐기는 차원을 넘어 한결 색다른 품위를 보이게 되였으며 일찍 모교를 떠났던 우리 오랜 졸업생들은 동창문집이란 이 소중한 선물을 통해 모교와 은사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할수 있었다.

동창모임이나 은사님과의 재회도 잠간, 감격적인 만남의 희열를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우리들은 또다시 각자 저마다의 삶의 터전으로 돌아와야 하였고 사랑하는 모교와 존경하는 은사님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누지 않으면 안되였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동창생들은 며칠후에 뜻밖에도 서영섭은사님께서 보내온 이메일을 받게 되였다. 동창생통신록을 보시고 제자들의 이메일주소를 확인하게 된 은사님은 2012년 8월 28일부터 제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은사님은 8월31일 나에게 보낸 답장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요즘은 62년급 졸업생들에게 도합 280통의 메일을 전송하면서 즐거이 보내오. 세월은 덧없이 흘러갔어도 한때 맺은 사제지정은 변함이 없어 줄것 없는 나로서는 모아 두었던 남의 좋은 글이라도 전송해드리니 늘그막 삶의 바탕을 가꾸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오.”

그때로부터 은사님께서는 팔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시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제자들에게 이메일을 발송하신다. 은사님이 전송해오는 이메일중엔 “혼자만 보고 지나가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수많은 정보들이 포함되여 있었는데 세계견문, 명승고적, 인생철학, 건강정보, 명언묶음, 좋은 글중에서 선택한 미문 등등 그 내용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만큼이나 다채롭고 다양했다. 은사님께서는 하루 평균 3통이상의 이메일, 지금까지 무려 2100여통이 넘는 이메일을 전송해 보내셨는데 그 속에는 엄청난 수량의 갖가지 정보들이 담겨져있었다.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면 우선 컴퓨터가 있어야 하고 컴퓨터를 다룰줄 알아야 하고 인터넷을 리용할줄 알아야 한다. 우리 학급의 적잖은 동창생들은 동창문집 편집을 계기로  컴퓨터를 배우게 되였고 인터넷을 통해 원고를 주고받으며 동창생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매일과 같이 이어지는 은사님의 이메일 접수를 계기로 동창생네트워크가 어느덧 사제간의 네트워크로 업그레이드된 셈이였다. 나는 내나름대로 우리 동창생네트워크나 사제간의 이 네트워크를 “로인네트워크”라고 부르고싶다.

 1년 사이에 우리들의 이 “로인네트워크”는 은사님의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사제간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짐으로써 우리들의 만년 생활을 2년전보다 훨씬 더 풍요롭고 윤택하게 만들어가고있다. “로인네트워크”를 통한 우리들의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은 각자 소유의 지식과 정보의 공유이다. 우리 동창생들도 은사님의 본을 배워 각자가 독서를 통해, 혹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얻어낸 지식이나 정보들을 혼자만 보고 넘어가기엔 너무나 아쉽다싶으면 이메일을 통해 “로인네트워크” 성원들에게 다 전송해준다. 그리하여 우리는 날마다 몇통의 이메일을 주고받게 되였고 더불어 자기집 서재의 책들보다도 더 많은 책들을 볼수 있게 되였고 자기가 자주 드나드는 사이트이외에도 수많은 사이트의 정보들을 접수하게 되였다. 덕분에 우리는 인생만년에 들어섰어도 오히려 대학을 다닐 때보다도 더많은 지식과 정보를 향유할수 있게 되였다. 이렇다 보니 지금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는 생활은 아예 상상할수도 없을 정도로 되였다.

컴퓨터와 인터넷은 젊은이들이나 직장인들만의 전용물이 아니다. 직장을 떠나 한가로이 여생을 보내는 우리 늙은이들도 일사천리로 발전해가는 정보화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시대와 더불어 전진하자면 컴퓨터도 배우고 인터넷도 리용할줄 알아야 한다. 나는 나의 동창생들과 더불어 은사님을 모시고 “로인네트워크”를 구축해가지고 만년을 보내게 된것을 더 없는 행운으로 생각한다.

 “로인네트워크”는 우리들 만년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은사님과 동창생들이 보내오는 많은 지식과 정보는 우리의 생활습관까지 개변시켜주었으며  보다 원숙하고 건강한 인생만년을 보내도록 큰 도움을 주고있다. 은사님이나 동창생들이 보내오는 이메일은 내가 먼저 읽고나면 나의 마누라도 날마다 그 내용들을 하나하나 체크하고 명심해서 읽어본다. 왜나 하면 나의 마누라도 “로인네트워크”의 수혜자의 한 사람이기때문이다.  

2년전에 불치의 병이란 진단을 받고 북경병원에 가서 방사성치료와 화학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나의 마누라는 작년 여름에 또다시 입원하게 되였다. 그때 의사들은 이 병은 이미 방사성치료와 화학치료의 후유증까지 한데 겹치여 이젠 현대의학의 수단으로는  자기네들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퇴원시킬 때는 약 한알도 처방해주지 않았다. 그때 마침 하늘의 뜻이라고나 할가. 북경에 계시는 은사님께서 보내온 이메일속에는 밀방이 하나 있었다. 한 사형수가 형장으로 나가기 사흘전에야 세상에 공개했다는, 중화포럼(中华论坛)에서 퍼왔다는 이 밀방을 받아안은 나의 마누라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더러 약방에 가서 이 약을 지어오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이 중약을 몇달 련속 복용하였더니 현대의학으로는 별수 없다던 마누라의 병세는 거짓말처럼 큰효험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나의 마누라는 북경에 계시는 교수님을 생명의 은인처럼 생각하면서 날마다 은사님께서 보내시는 이메일을 명심해서 깐깐히 읽어보고 마음에 와닿는 내용이 있으면 어서 빨리 아이들한테도 보내주라고 졸라댄다.

북경 은사님께서 보내오는 이메일외에도 동창생들한테서 보내오는 이메일도 적지 않다. 동창생들도 저마다 자기네들의 네트워크에서 주고받는 정보들중에서 서로 공유하고싶은 정보들을 보내준다. 나는 그중에서 내나름대로 일부 정보들을 선택하여 나의 네트워크에 속하는 옛 동창생, 옛 동사자, 한 고향친구, 심지어 연길에서 함께 탁구를 치던 “탁구친구”들한테까지도 전송해준다.

그러면 그네들도 좋은 정보를 보내주어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네들 네트워크에서 공유하고있는 유용한 정보를 보내줌으로써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면서 서로 만나보지도 못한 숱한 이름 모를 네트즌들의 신세를 톡톡히 보게 되였다.

이렇게 동창생네트워크가 사제간의 네트워크로 이어지고 사제간의 네트워크가 또 다른 한고향친구네트워크, 옛동사자네트워크, 옛친구네트워크로 이어지는 양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하나의 모습으로 되였다. 우리 겨레의 말과 글을 매개로 이어지는 이와 같은 크고 작은 네트워크가 이어지고 또 이어지게 되면 우리 민족이 이 세상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아가고있는 새로운 생존방식인 민족네트워크가 이루어지게 될것이다. 

만약 우리들 저마다가 북경에 계시는 은사님처럼 자신의 소유하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남들과 함께 나누면서 베풀며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간다면 우리의 정신적문화생활은 훨씬 더 풍요롭고 다채로워질것이다.

그러면 그 언젠가 이 세상에서의 소풍을 마치고 저 세상으로 떠나갈 때면 나도 이렇게 말할수 있으리라. “인간세상은 존경하는 은사님과 사랑하는  동창생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그리고 일면지교도 없는 수많은 고마운 네트즌들이 있었기에 그 동네는 그야말로 살맛나는 세상이였다”고 말이다.
 
(2014-04-09 무석에서)
[2014년 4월 18일 연변일보 해란강 제156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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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비련
날자:2014-04-26 17:30:56

여러가지로 억울한 삶을 살기도 한 강룡운 전임 연변일보 사장님께서
살맛나는 세상이라 말씀하심이 심히 감동을 전해줍니다...
좋은 수필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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