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룡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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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농사 하나 둘 셋
2008년 04월 26일 10시 43분  조회:3337  추천:153  작성자: 강룡운

[수필]

자식농사 하나 둘 셋

강룡운 전 연변일보사 사장
 



하나

지난 청명에 부모님산소에 가 성묘하고 돌아온지 며칠 안되였는데 연길시 장백로 길 량켠에 벌써 화사한 복사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컴퓨터에서 묵은 일기장을 열어보았더니 작년에는 4월 20일에 개화, 그러니까 올해는 작년보다 열흘이나 앞당긴 셈이였다. 고대 그리스의 한 철학가는 사람은 똑같은 강물에 두번 들어설수 없다는 수수꺼끼 같은 천고의 명언으로 사물의 끊임없는 변화야말로 깨뜨릴수 없는 만고의 철칙임을 설파한바 있다. 세월도 흐르는 강물처럼 해마다 지나간 세월을 똑 같이  복사해 내는게 아니였다. 금년 개화기가 작년보다 열흘이나 앞당겼으니 말이다.

활짝핀 환한 웃음으로 오고가는 행인들에게 정다운 미소를 선사하는 복숭아꽃을 바라보고있노라면 저도모르게 너무나 귀에 익은 옛노래가 가슴속에서 메아리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바로 이거였다. 먼옛날부터 우리네 조상들은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가   피여나는 산촌마을에 모여살면서 꽃피는 봄이 오면 밭을 갈고 씨뿌리면서 한해 농사를 시작했고 농사를 지어 의식주의 모든 걱정거리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면서 우로는 부모님 모시고 아래로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대를 이어 세세손손 민족의 혈맥을 이어왔던것이다.

자급자족의 농경사회에서 농사는 천하지대본이라 농사보다 더 큰 일이 따로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자식을 낳아 키우는 일을 농사에 비유하면서 자식농사란 낱말을 곧잘 사용해왔던것이다.

청명에 부모님 산소에 다녀오면서도 자식농사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리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정말 자식농사를 잘 하셨어요. 자식 셋에 대학생 둘…그래도 제사밥을 차려주는 자식은 당신 하나밖에 없지만서도…"

안해의 이 말에 그 어떤 미묘한 뉘앙스가 깔려있었지만 그래도 내 귀에는 그냥 듣기 좋은 칭찬의 소리로  들려왔다. 안해의 말처럼 나의 부모님은 평생 어렵게 살면서도 두 아들을 모두 대학생으로 키워내신 존경스러운 분들이였다. 형님은 일찍 대학을 졸업하고 북경에 배치받아 거기서 근 50년을 살다보니 부모님산소를 두세번밖에 찾아오지 못하였고 녀동생은 출가외인이라 부모님 생전에 두분을 모신것도 나와 안해의 몫이였고 세상을 뜨신후에는 지금까지 20여년간 청명과 추석이면 꼭꼭 성묘하러 다니면서 가토하고 벌초하는것도 역시 자연스레 우리의 몫이 되였다. 옛날사람들은 자식이 불효하면 너의 집에 가서는 제사밥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하겠다고 한바탕 야단을 쳤다고 하는데 옛사람들의 표준으로 말하면 해마다 꼬박꼬박 성묘하러 다니는  둘째 아들놈이 있음으로해서 나의 부모님의 자식농사는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수 있으리라.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고 하지 않는가.

 

로씨아의 대문호 고리끼가 말했듯이 모든 비유는 다 일정한 제한성이 있기마련이다.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사와 자녀양육을 뜻하는 자식농사란 이 두가지 일은 비슷한 일면이 있으면서도 엄연히 다른 점이 더 많다.

농사는 농절기를 잘 맞춰 좋은 종자를 골라서 되도록이면 밑거름을 많이 주고 제때에 파종하고 제때에 기음매고 후치질해주어 충족한 일광과 충분한 수분만  보장해주면 무럭무럭 잘 자랄수있므로 만풍년을 기약할수 있는것이다. 그러나 자식농사는 이런 밭농사나 벼농사와는 달리 그저 잘 먹이고 잘 입혀서 건실하게  잘 키우는것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인간이란 이 생명체는 다른 동식물과는 많이 다르다. 사람도 일종의 동물이긴 하지만 사회적동물이기때문에 자식을 낳아서 그저 몸뚱아리만 멀쩡하게 키워서는  잘 키웠다고 말할수 없는것이다. 모택동의 말을 빈다면 지덕체가 겸비하고 전면발전한 인간만이 나라와 인민에게 유익한 인간으로 될수 있다는것이다. 그래서 자식농사가 그 어떤 다른 농사보다 엄청 힘들다는것이고 세상에서 제일 부모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바로  자식농사라는 말도 있는것이다.

자식농사가 얼마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였으면 천군만마를 통솔하여 외래침략자와 800만 국민당군대를 물리치고 새중국을 일떠세운 중국력사상 절세의 민족영웅 모택동주석도 전쟁에서 잃은 둘째동생 모택민렬사의 아들 모원신을 수양해 키우면서 어찌하여 그애를 자신의 뜻대로 잘 키울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였겠는가!

내가 대학을 다니던 1964년 여름이였다. 어느날 우리는 모택동주석께서 당시 할빈군사공정학원 원장직을 겸임하고있던 라서경(罗瑞卿)총참모장을 불러 그때 그 학교에서 공부하고있는 모원신에 대한 교육문제를 놓고 두분이 나눈 담화록을 내부문건으로 전달받고 학습한적이 있었다.

모주석은 그 담화록에서 모원신과 같은 렬사의 자녀도 혁명적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옳바른 혁명적세계관을 확립하지 못하면 앞으로 꼭 훌륭한 후계자가 된다고 장담할수 없다고 하시면서 그애가 장차 우파만 되지 않아도 천만다행이라고까지 말씀하시였던것이다. 그때 우리는 모주석의 말씀을 듣고 잘 리해할수 없었는데 그후의 력사는 모주석께서 하신 걱정이 결코 기우가 아니였음을 립증해주었던것이다.                               

문화대혁명이 터지자 바로 이 모원신이 자신의 특수한 신분을 리용하여 연변에 기여들어와 주덕해를 타도하고 당의 민족정책을 말살하며 림표, 강청등 반혁명집단의 악당이 되여 이름하여 “동북의 태상황”이라는 자리에까지 기여오르지 않았던가?

자식농사에 있어서도 중국 신민주주의혁명에서처럼 “최저강령”과 “최고강령”이 있는것이다. 그 “최저강령”은 자식을 낳았으면 아들이든 딸이든 절대로 나라와 인민에게 해만 끼치는 그런 애물단지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것이고 그 “최고강령”은 자기의 자식을 나라와 인민에게 유익한 인간으로 잘 키워야한다는것이다.

  중국 신문화운동의 기수였던 로신선생도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 특이한 유언 하나를 남기시였다. 그는 자신의 신변에서 맴돌며 좌익문학을 한답시고 빈말만 늘여놓기 좋아하는 그런 “문학가”들이 가증스러워 그때까지 아직 어린애였던 아들 주해영(周海婴)에게 장차 커서 성인이 되거들랑 제발 빈말만 하기 좋아하는  그따위 “문학가”는 되지 말라고 간곡히 당부하였던것이다.


 

지금 우리 옆집에는 십대 소녀가 홀로 살고있다. 엄마, 아빠는 모두 한국에 돈벌러나가고 그들이 돈을 벌어다가 사놓은 아파트에서 그애 혼자 밥을 해먹으며 학교에 다닌다. 어떤 날에는 제때에 깨워주는 어른이 곁에 없어 늦잠을 잤는지 오전 아홉시가 넘어서야 택시를 잡아타고 학교로 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운다.

구체적인 집계는 보지 못했지만 학교에 가보면 아직도 엄마, 아빠곁에서 한참 응석을 부려야 할 어린 나이에 엄마, 아빠와 멀리 떨어져 외롭게 살고있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살고있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다고 한다.

어린 자식을 고향에 남겨놓고 돈벌러 떠나간 사람들은 거의 다 한결같이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 아이들이 멀지 않아 대학에 가게되면 그들의 공부뒤바라지를 잘 해주기 위해서 막무가내로 애들을 떼여놓고 돈벌러나간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부모가 곁에서 지켜주지 못하는 어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에 굶주리다가못해 나쁜 친구를 사귀게 되고  이렇게 저렇게 저도모르는 사이에 탈선하거나 범죄에 길에 들어서게 되여 대학에 가기도 전에 감방으로 가는 사례가 비일비재라고 한다. 부모가 곁에 없는 아이들 가운데는 공부엔 전혀 관심이 없고 밤과 낮이 따로 없이 컴퓨터게임에 빠져들어 학업은 아예 포기한채 방황하는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사춘기의 예민한 시기에 미디어를 통해 너무 때이르게 포르노를 접하게 되여 범죄의 길에 들어선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그애들의 엄마, 아빠가 이제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왔다고한들 그애들의 앞날에 그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부모와 떨어져있는 아이들만 불행한게 아니다. 부모가 곁에 있어도 불행한 아이들이 있다. 일자무식인 문맹은 아니지만 신문 한장, 책 한페지도 들여다보기 싫어하는 그런 위인들이 자기는 학교문을 나선후 평생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면서도 아이들 보고는 공부를 잘 하라고 마구잡이로 닥달을 한다고 해서 어느 애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겠는가? 애비 에미는 웃방에서 손님들과 마작판을 벌려놓고 밤잠도 자지 않으며 도박을 놀면서 어처구니없이 아이들은 텔레비도 보지 말고 공부에만 집중하라고 윽박지른다고 해서 어느 애가 그 말을 고스란히 들어주겠는가?

밭에서 자라는 곡식도 해볕과 수분만 충족하면 잘 자라는게 아니다. 반드시 농부의 땀방울을 먹어야 제대로 잘 자란다. 기음을 매서 잡초를 뽑아주어야 하고 후치질해서 송토도 하고 배토도 해주어야 잘 자란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피자나 햄버거를 맘대로 먹을수 있다거나 용돈을 물쓰듯이 맘대로 쓸수 있다고 해서 다 행복하게  잘 자라는게 아니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사랑을 먹어야 잘 자랄수 있고 엄마, 아빠를 인생의 첫번째 스승으로 간주하고 그들의 가르침을 잘 따라주어야 비로소 올곧게 잘 자랄수 있는것이다.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도 가정교육을 떠나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다. 요컨대 자식농사의 진정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는게 아닐가?

(2008년 4월 15일) 

주: 2008년 4월 25일 연변일보 B2 해란강 제1315기에 1/2삭제본으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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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1 ]

1   작성자 : 김범송
날자:2008-04-27 21:51:27
동감입니다. 실감나고 사색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글이군요. 자식교육에 있어서 학교교육이나 사회교육도 중요하지만, 부모의 가정교육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기보다는 요즘 우리사회에서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효행이 걱정스럽습니다. 선생님의 지극한 효심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불민한 후대들이 본받아야 할 바 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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