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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률을 뛰여넘은 사랑
2014년 08월 07일 12시 39분  조회:2882  추천:15  작성자: 김혁


[김혁 독서칼럼 9]


계률을 뛰여넘은 사랑

장애령의 단편소설 “색계”

일전 메가톤급 소식 하나가 영화팬들의 신심을 강타했다. 중국의 톱스타 탕유가 함께 영화작업을 했던 한국영화감독과 결혼한다는 소식이였다. 중국의 최대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은 즉각 탕유의 결혼 소식을 메인에 걸었고 여기에 누리군들이 단 댓글만도 무려20만 개가 넘는등 이들의 결혼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다.

탕유라는 톱스타를 세상에 알린 작품은 바로 “색계”였다. 한 화려한 용모의 녀배우의 신변잡기에 대해 수천수만의 팬들이 열광하고있지만 또 다른한 출중한 재기(才气)의 녀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있다. 바로 “색계”의 원저자 장애령(张爱玲)이다.

 “색계”는 1930~40년대 상해에서 작품활동을 했던, 중국의 현대문학사에서 “필적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여난 재주를 지닌 녀자(旷世才女)”로 불리는 장애령의 단편소설이다.

장애령

항일전쟁시기, 대학가에서 항일연극에 투신했던 왕가지(王佳芝)는 애국적 열정에 불타는 청년 광유민(邝裕民)이 주도하는 항일단체에 가입한다. 광유민에 호감을 느낀 왕가지는 그가 주도한 상해의 친일파의 주요인물 “역선생 (易先生)” 암살계획에 동참한다.그녀의 임무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역선생의 마누라에게 접근하여 신뢰를 쌓은후 역선생에게 다가가는것이다. 몸을 던져 역선생의 마음을 얻은 왕가지는 연기가 아닌 실제 사랑을 느끼게 되며 곧 비극적인 운명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사랑때문에 시대와 력사라는 보다 큰 무대로 뛰여든 주인공은 처음에는 욕망의 기운을 전해오는 강력한 상대를 와해시키기 위해, 나중에는 그러한 자신을 주체할수없어 신들린 연기에 매달린다.

  “색계”는 상해에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라고 한다. 이 소설은 장애령 스스로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였다고한다. 1950년대에 초고가 완성되였으나 30년가까이 탁마를 거쳐 1978년에 “망연기(惘然记)”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였다.

작가로서 명성을 쌓았지만 작가 장애령의 삶은 불행했다.
그녀는 좋은 집안에서 태여났다. 그의 조모는 바로 청나라 말기 양무운동을 주도한 리홍장의 딸이였다. 그러나 두살때 어머니의 유럽류학을 시작으로 부모의 리혼, 계모와 불화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38년에 런던대에 1등으로 합격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발발로 류학을 포기하고 향항대에 입학했는데 그마저도 1941년 일본군이 향항을 점령하자 공부를 중단하고 상해로 돌아와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 향로(第一香炉)”,”경성지련(傾城之恋)”, “붉은 장미와 흰 장미(红玫瑰与白玫瑰)”등 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내 큰 명성을 얻었다. 당시 그녀의 나이가 불과 20대 초반이였다. 당시의 상해는 근대적인 서양문물과 전근대적인 봉건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작가인 그녀에게 풍부한 작품의 소재를 제공했다. “색계” 역시 상해라는 지역적 특징이 작품 전체를 통해 확연히 드러난다.

24세 때에 괴뢰정부의 관리였던 매국노 호란성(胡兰成)과 신분을 알면서도 그와 결혼을 하면서 많은 비판적인 논란에 휩쓸리기도 했다. 그후 남편에게 다른 녀자가 있음을 알고 1년 6개월 만에 리혼했다. 1940년대에는 상해의 천재작가로 평가받았지만 1945년 항전에서 승리한후 친일파 남편때문에 만인의 지탄을 받았다. 문학활동뿐만 아니라 사생활까지 공론화돼 비난받기가 일쑤였다.

1955년 미국으로 갔고 뉴욕에서 30살 년상인 미국 작가 페르디난드 레이어와 두번째 결혼을 했다.미국에서의 생활도 순탄치만은 않아서 그녀는 지독한 가난과 고독과 싸우게 되며 남편의 딸과 불화로 고통을 겪었다. 생계를 위해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결혼 11년 만에 남편과 사별하고 이후 줄곧 혼자서 쓸쓸한 황혼을 보냈다.  1995년 9월 미국 LA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금은 가장 뛰여난 중국현대녀류작가로 추앙받고있지만 "문학은 정치를 위해 복무해야 한다"는 무산계급의 투쟁문학이 주류를 이루던 한때 장애령의 귀족적이고 사치스런 사랑과 가족에 대한 작품들은 그다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970년대 대만과 향항에서부터 일기 시작한 이른바 “장애령 열풍”은 개혁개방이후에야 비로서 중국문단에서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대부분 력사와 관습과 남권이 우세한 사회에서 비극적인 선택을 해야 했던 중국 녀인들의 질곡에 대해 그리고 있다. 이는 좌의 질곡에서 벗어나 개인의 문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자극과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것이다. '장애령 열풍'은 문학적 력량이 담보된 조건 하에서 중국사회가 확대된 문화적 포용력을 준비하고 다양성으로 나아가는 지점에 위치한다고도 리해할수 있다. 모든 것을 정치적인 기준으로 재단하는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개인의 사소하지만 절박한 일상의 문제들에 대해서도 소중한 가치를 인정하게 되였다는 점이다.

장애령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상해가 서구적 근대문명과 전통적인 봉건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지점이었다면 현대 중국의 대도시들은 기존의 사회주의적 가치와 개혁 개방 이후 물 밀들이 들이닥친 자본주의적인 상업문명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이었다. 그 가치관의 혼란속에서 방황하는 중국인들에게 섬세한 필치로 감수성을 자극하며 인간내면의 문제를 다룬 장애령의 작품은 커다란 매력이 아닐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 "색계" 포스터​




장애령의 소설은 영화화된 작품이 적지 않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센세이션을 일으킨 쪽과 완성도가 높은 쪽으로 뽑으라면 중국인으로서 오스카상을 연거번거 수상한 명감독 리안의 “색계”일것이다.

소설은 단편소설로서 단숨에 읽을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짧지만 영화”색, 계”는 무려 2시간 반이 넘는 긴 편폭으로 원작의 정수를 세세하게 재해석해냈다.

리안 감독은 어느 인터뷰에서 “색.계”의 원작 소설을 읽으며 녀주인공이 다른 정체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그가 생각하는 영화적인 철학과 동일하다는 생각에 흥미를 느끼고 작품을 스크린에 올릴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상 이 작품을 히트시킨것은 바로 영화에서 나오는 파격적인 정사씬때문이다. 리안은 영화에서 제목처럼 지독히도 리안스러운 색을 관객들에게 뿌렸다. 영화는 파격적이였으나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하염없이 지독하여 보는 이의 리성을 혼미하게 만들었다.영화는 상영이 되자 곧 사회의 물의를 일으켰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색계”를 그저 19금 영화로만 생각했고 평단에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언쟁이 높았다.

수위를 넘는 정사씬은 혹여 영화를 멜로나, 에로수준으로 가볍게 생각한 이들에게는 흥미거리로 되겠지만 사실 영화가 보여주고자하는것은 상업효과를 노린 싸구려 멜로물이 아니였다. 영화에서의 정사씬은 가혹한 시대가 만들어준 성적 긴장감으로 대단히 폭력적인 퍼포먼스의 느낌을 전하하면서 인물의 심리에 단단히 밀착되여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행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정사씬으로 하여 원작이 전하고저 하는 메세지를 더 그윽하게, 농밀하게 담아낼수 있었다.

그리고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는 이 영화때문에 이변이 일어났다. 한 감독이 2년 간격으로 같은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것이다.  2005년 “브로크백 마운틴”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이후 2007년 “색, 계”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촬영상 2개 부문을 석권한것이였다. 여태껏 리안만이 이루어낸 기록이였다.

막상 소설에서는 정사씬이 전혀 없다. 작품은 표면적으로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시대의 굴곡에서 녀성의 시각으로 시대상이나 삶의 욕망등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암살 대상을, 자기의 적을 사랑하게 된 녀자. 결국 그를 죽음에서 탈출 시키지만 정작 그녀 자신은 비뚠 사랑에서 탈출하지 못하고마는 녀자,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연기하던 캐릭터에 자아가 녹아들며 욕망과 책무가 역전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다른 정체성을 빌려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가혹한 시대와 맞물리며 그녀 스스로를 비극 속에 몰아넣은 것이다. 여기서 “색(色)”은 “계(戒)”를 넘어설수 있지만 다음순으로 “계(戒)”를 넘는다는것은 곧 존재의 파멸을 의미한다. 그 제목이 보여주듯이 소설은 경계를 넘어선 사랑과 그 파국을 그려냈다. 사랑에 대한 관념과 금지된 사랑에 대해 한번쯤 생각할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였다.
 

“길림신문” 2014년 8월 6일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영화 "색계" 삽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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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 2 ]

2   작성자 : 鄭仁甲
날자:2014-08-12 14:09:52
영화 <색계>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그의 주제는 좋다: 색은 계를 넘어설 수 있으며 인간은 많은 경우 이렇게 계를 넘어서지만, 그러나 계를 넘은 색은 그 결과가 비참하다. 그러나 본 영화는 상업적 효과를 위해 섹스의 장면을 너무 노골적으로 많이 표출하였다. 이렇게 많이 표출하지 않고도 영화의 주제를 나타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러므로 <색계>와 주역 탕유는는 영화계의 많은 지탄도 받았다.
1   작성자 : 마지막 렬차
날자:2014-08-07 15:09:30
이리 멋진 글을...정말 멋집니다. 늘 기대합니다. 조글로 찾는 이유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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