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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마’ 그리고 빨간 댕기 천막
2018년 04월 08일 21시 17분  조회:265  추천:0  작성자: 연이
7월 중순, 청도 작가협회에서 “서녕, 서안 문화탐방”을 조직하였다. 이 번 탐방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은 또한 이 한 여름의 무더위마저 삼켜버릴 것만 같이 부풀어 걷잡을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 탐방을 이렇게 기대하게 된 건 나만의 이유가 있었다. 작년 년말, 이홍철작가와 팬미팅을 가진적이 있다. 그 때 우리는 단편소설 “줘마”를 주제로 독서토론을 진행하였는데  “줘마”는 청해성 서녕지역에 있는 장족목장의 혼인풍속을 소재로 다룬 단편 소설이었으며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 줘마였다.
줘마는 무리대초원에 있는 꽤 부자 목장주의 딸이다. 줘마가 열여덟살 되는 어느날, 줘마 아버지는 천막 옆에 작은 천막 하나를 더 세워주고 그 위에 이쁜 빨간 댕기를 걸어놓고 줘마를 ‘분가’시켰다. 약초채집군과의 첫날 밤은 잠간 동안의 행복한 환상에 빠지게 하였고 은단검을 찬 사내와의 두 번째 밤은 줘마에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두려움, 그리고 수치감을 주었다. 이런 숙명에 머리 숙이고 살아야 하지만 머리가 검은 양 한마리가 우리 문을 열기도전에 우리를 뛰여넘어 저 멀리로 뛰여 자유를 만끽하는 것을 보고 줘마는 이런 무형의 올가미에 걸려 반항조차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났고 채바퀴 돌듯 같은 일정으로 하루해를 지우는 지겨운 목민생활이 신물나게 싫었으며 아직도 얼마나 더 많은 남자가 거쳐갈지 모를 정거장 같은 작은 천막이 두려웠다. 그러다 끝내 작은 천막을 불태우고 가출을 한다. 하지만 줘마가 눈을 떴을 때는 깡차진 병원에 있었다.
나는 줘마가 결국은 숙명을 받아 들였는지 아니면 다시 용감하게 넓은 초원을 탈출해 항상 그리워하던 도시로 진출해 약초채집군을 찾았는지 그리고 자기가 원하던 삶을 살았는지 그   후속편이 궁금했고 줘마와 같은 운명을 지닌 장족 여자아이들이 무척이나 궁금하였다. 나는 줘마의 후속편을 마음으로 여러 번 그려 보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여자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문명에 눈을 떴고 숙명을 믿지 않았으며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찾고 만들어갔다. 같은 시간의 축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줘마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여자들이 과연 있을까? 아직도 빨간 댕기를 묶어 놓은 작은 천막이 있을까? 아직도 약초채집군처럼 그 천막의 의미를 알고도 단지 하룻밤을 달래기 위해 서슴없이 들어가는 무책임한 ‘수컷’들이 있을까? 나 혼자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의문들을 품고 나는 이번 서녕행에 나름 큰 의미를 두었다.
서녕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줘마’의 작자 이홍철 선생님의댁에서 지방 특색이 진한 양고기와 해발 3000여미터 청정지역에서 자란 연어회를 맛보며 서녕여행 일정에 대해 상세하게 이야기를 하면서 간단한 휴식을 취하였다. 이튿날, 우리의 서녕탐방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탐방은 타얼쓰로부터 청해호, 그리고 차카염전이었다. 여행이 시작되면서 해발은 2천여미터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고산반응도 있을 만하지만 이홍철 선생님께서 미리 해주신 조언 덕분에 다들 큰 사고 없이 그나마 잘 적응하였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우리 탐방 일행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러 목적지의 아름다움이 기대되기도 하지만 나는 솔직히 가는 길에서 어떤 풍경을 만나게 될지가 더 설레고 궁금하였다.
서녕을 떠나 서쪽으로 한참 달렸더니 기복을 이루는 높은 산들이 눈에 띄이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길은 해발 3000미터가 넘는 고산지역이었다. 달리는 버스 차창밖으로 보이는 꾸불꿀불한 길의 끝은 하늘과 닿아 마치 하늘로 통하는 하늘길 같았다. 해발 3000미터가 넘는 이 곳에 초록의 잔디이불을 덮고 있는 고산 언덕에는 구름송이 같은 양때들, 시커먼 야크들이 여유를 부리며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우리가 살던 도시에서의 긴장감과 다급함을 손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파란 하늘, 초록의 언덕, 하얀 양떼, 까만 야크, 너무 간단하고 분명한 색갈들이 또 다른 한 세상을 만들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허이마허에서 차카호 염전으로 가는 길에서 우리는 다시 ‘줘마’에 대한 토론을 벌리였다. 그러다 문득 ‘줘마’다!라는 소리에 다들 창밖으로 눈을 돌렸다. 달리는 도로 옆 언덕에 큰 천막과 아주 정교한 작은 천막이 눈에 띄였던 것이다. ‘줘마’는 이미 우리에게 장족 여자아이를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우리 일행은 차를 잠간 세우고 ‘줘마’의 집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천막을 찾아 어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누었다. 천막의 주인은 우리에게 쑤유차와 야크젖으로 만든 요쿠르트 그리고 짬바까지 내주셨다.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 우리는 이 작은 천막의 주인여자는 이미 두 살짜리 아이가 하나 있었으며 지금도 평생을 같이 할 운명의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어린 여자가 아버지도 없는 아이를 데리고 이 넓은 초원에서 언제 나타날지도 모를 남정네를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혹 대도시로 나가 도시생활을 해 볼 생각은 없냐고 물었더니 어린 여자아이는 숙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은 초원이 그냥 좋다고 한다. 이 ‘줘마’는 이홍철작가의 ‘줘마’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였다. 모든 ‘줘마’가 다 초원을 탈출하고 싶어한다는 생각을 한 나에게는 다소 충격이었다.
다시 버스에 몸을 싣고 목적지로 달리는 내내 차창밖으로 띄염띄염 보이는 ‘줘마’의 천막에 시선을 빼았기였다. 큰 천막 옆 몇미터를 사이 두고 세워진 천막, 그 작은 천막 속에서는 아직 수많은 ‘줘마’들이 전통에 이은 삶을 살아가고 있겠지요.
그렇다면 ‘줘마’들은 과연 행복할까? 저 작은 천막 속에서 전통대로 어디서 나타날지도 모를 남편을 마냥 기다리며 숙명대로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할까? 아니면 이홍철작가 필하의 ‘줘마’처럼 숙명에 반항을 하고 자기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일까?
인류 문명은 예나 지금이나 채바퀴처럼 앞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인류 문명 또한 인류가 머문 환경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 문화가 점점 이 곳으로 침투해오면서 이 곳 사람들 역시 새로운 문화에 눈을 뜨며  전통과 새로운 것이 서로 부딪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이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며 행복에 대한 이해도 서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큰 용기를 가지고 초원 탈출 시도를 한 ‘줘마’에게 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비록 첫 탈출은 실패로 끝을 맺었지만 이미 ‘줘마’는 자아에 눈을 떴으며 자신이 무엇을 간절하게 원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만족과 행복은 정비례 관계라고 생각한다. 현실에 대한 만족도가 높으면 행복지수도 올라 갈 것이고 반대로 현실에 대한 불만이 클 수록 행복지수 역시 떨어질 것이다. ‘줘마’는 자신의 행복을 남한테 기대하였던데로부터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대로 용감하게 실제행동으로 옮겼으니 앞으로도 숙명이라고 생각했던 그 운명과 싸우는 투지는 점점 왕성해질 것이며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반면 여행길에서 만난 ‘줘마’처럼 현실에 적응을 하고 전통을 이어가면서 그 삶의 자체를 행복으로 생각하는 ‘줘마’도 있었다. 탈출을 시도한 ‘줘마’가 전부가 아니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런 ‘줘마’를 만든 장족의 혼속에 대해 뒤떨어지고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고 ‘줘마’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건방진 생각을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줘마’천막에 대한 토론은 여행길의 지루함을 달래주었으며 탐방일행 모두가 이런 이색적인 문화에 대해 더 넓은 마음으로 포옹할 수 있게 하였다. 과연 우리가 말하는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내가 스스로 느끼는 느낌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는 느낌일까? 내 눈에 불쌍하게만 보였던 ‘줘마’가 과연 자신을 불쌍하게 생각했을까?
여행길에서 만난 ‘줘마’를 보면서 나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행복은 오로지 나만이 느낄 수 있고 나만이 감히 말할 수 있는 느낌이다. 행복은 제3의 누군가가 판단할 자격이 없으며 행복은 오직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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