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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2018년 04월 08일 22시 38분  조회:250  추천:0  작성자: 연이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권연이
 
어떤 지인 분이 딸 아이의 사진을 모멘트에 가득 올렸다. 숙녀의 티를 내면서 딸아이는 참 잘도 컸다. 그리고 딸아이의 사진 위에 지인분은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랑하는 내 딸아, 조금만 천천히 커다오.”
   짧은 글이지만 공감 백배 가는 그 말에 코끝이 찡하고 눈물이 시큰하였다.
   축복을 받으며 엄마라는 나를 찾아와 열달을 내 뱃속에서 같이학 죽을 고비를 겪으면서 낳은 내 아이, 응아응아 힘찬 울음소리로 마취의 심연 속에서 개워 주었던 내 아이, 내 품에 안기여 작은 입술로 젖을 처음 빨던 그 순간, 진정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무것도 아니었던 나를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슈퍼맘으로 만들어 준 딸아이, 세상에서 비교도 안되는 크고 소중한 선물을 안겨주지 않았던가! 매일 밤 품에 안고 자장가 불러주고 누구도 알아 듣지 못하는 옹알이를 시작하면서 엄마는 행복한 수다쟁이가 되어버렸고 아장아장 걸음마 뗄 때는 넘어져서 다칠까 가슴만 조이는 겁쟁이가 되어버렸지요. 병아리처럼 내 품에 품고 있던 딸아이를 유치원으로 보내던 첫날, 울먹울먹하는 너를 두고 돌아서 나오는 엄마의 발걸음은 천근만근 무거웠꼬 내 심장 한 쪽을 떼어버리고 나오는 것처럼 아렸지만 처음으로 하늘을 향해 나는 네가 약해질까봐 고사리 같은 손을 뿌리고 돌아서는 매정한 엄마가 되기도 했었다. 그리고는 진짜로 어린 아이처럼 흐느끼며 집으로 향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엄마에게 행복한 일상만 선물하던 너가 요즘은 낯선 느김이 들 때가 많아 졌다. 내 품에 안겨 애교만 부리던 딸아이는 내가 기대고 다닐 수 있을만큼 내 키를 훠씬 넘었고 같이 속살일 이야기거리도 점점 적어지면서 둘 사이를 막는 보이지 않는 뭔가가 생기는 것 같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하루가 멀다시피 둘의 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얼마나 예민한 지 엄마인 내가 말을 한마디 하려고 해도 먼저 딸아이의 눈치부터 살피게 된다. 말은 하고 싶은데 두 마디 못 건내고는 둘이 화가 나서 삐지는 게 십상이다. 애는 애대로 화나고 나는 또 나름 내대로 속이 상하다. 더 이상 엄마 붙들고 책 읽어달라 아이스크림 사달라 떼질도 안 쓰고 어디 산책이나 놀러 가자고 하면 엄마 혼자 가라는 말에 슬쩍 상처도 받기도 하며 엄마랑 데이트는 뒷전이지만 친구한테서 연락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은근히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하학 후 집에 돌아 와 숙제하는 거 같이 있어구젰다고 하지만 항상 얼굴 붉히며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혼내는 것으로 결말을 본다. 
   이렇게 내가 딸아이와 얼굴을 붉힐 때면 외할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이 있다.
   “애 뭐라 하지 말아. 너랑 어렸을 때 똑 같은데 뭐!”
   그럴 때면 언제나 “내가 언제 이랬어?”라고 반발하고 나선다. 그렇지만 커가는 딸아이의 모습이 나랑 분명 닮았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다. 나도 커가는 딸아이를 보면서 어릴 적 나랑 닮은 꼴이 많아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았거든. 세상 만사 나랑 관계없듯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하든 나는 내 할 일만 한다든가 엄마 잔소리에 순간 화가 나서 발을 쾅쾅 구른다든가 정리정돈 제대로 안된다든가 그리고 또 씻기 싫어하는 것 까지 정말로 닮은 데가 한 두 군데가 아닌 것 같았다.
   세월이 훨 지나 그 때 숙제 좀 참답게 하라는 엄마의 잔소리도, 방 좀 치우라고 몇 번을 얘기한 것도, 무엇이나 엄마가 다 널 위해서 하는거다라는 말도 어떤 심정이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내 심정이 바로 엄마의 심정이 아니었을까? 엄마도 그 땐 지금의 나처럼 이렇게 딸아이와 같이 성장통을 같이 하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하루하루 기운이 빠지는 엄마를 보니 더 측은해 보이기만 하였다. 내가 좀 더 잘했을걸… 그 미안한 마음이 시시때때로 튀어나와 평소 하지도 않던 수다도 떨어주고 엄마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배란다에 화분대도 만들어주고 꽃씨며 상추씨며 부지런히 사드리기도 했다.
   서로 얼굴도 모르고 기억도 안 나는 사람과 하루를 동행할 수 있는 것도 삼천겁의 인연이 필요한다는데 부모와 자식 사이는 오죽할까? 불교에서 하는 말이 이 생에 부모와 자식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일만겁의 인연이 쌓여야 이루어 질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맺은 부모와 자식의 인연, 부모가 자식을 키우고 그 자식이 언젠가 부모가 되면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하고 또 미안하기만 하다. 엄마가 되고 보니 내 자식만큼 소중한 것이 없으나 하루하루 힘빠지고 늙어 가는 부모님의 곁을 지켜 주는 것 또한 자식이 부모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 아니겠는가? 아주 오래 전 나랑 성장을 같이 하고 그 아픔을 같이 겪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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