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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이 사탕 사랑
2018년 04월 08일 22시 41분  조회:328  추천:0  작성자: 연이
꿈틀이 사탕 사랑
권연이
 
유달리 피곤했던 6월말의 어느 하루, 기말 시험을 앞두고 담임인 나도, 아이들도 시험 공부 준비에 많이 지쳐있었다.
점심 먹고 얼마 놀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교실로 들어와서 학습지를 완성해야 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완성해야 할 학습지는 한 장 두 장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한참이나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들은 드디어 하나 둘씩 책상에 엎드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큰 소리로 집중을 시켰지만 피곤 앞에서 아이들은 어쩌할 방법이 없었다. 연필 쥔채로 책상에 쓰러져 코를 다랑다랑 골기 시작한 아이도 있고, 엎드려 입을 ‘하’벌리고 새록새록 잠이 든 아이도 있었다. 차마 깨우지 못하였다. 목소리를 죽인체 “쉿! 다들 엎드려서 좀 자요.”라고 얘기하면서 몸짓으로 책상에 엎드리라고 하였다. 나머지 애들도 잠에 취해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5분도 되지 않아 교실은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들려오는 건 다랑다랑 코 고는 소리와 새록새록 숨쉬는 소리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나도 아이들과 잠간 자 버렸나보다. 어렴풋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손등이 간질간질해 났다. 손등을 긁어면서 잠에서 깨어난 나는 ‘악~’하고 소리치며 자리에서 후다닥 일어났다. 내 손등을 간지럽혔던 물건의 느낌이 너무 이상했던 것이다. 말랑말랑, 뭉클뭉클, 지렁이를 만진 느낌이었다. 아이들은 내 모습을 보고 깔깔 좋아한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고 화가 머리까지 올라왔다.
“누구야?”하고 나는 큰 소리로 물었다.
내 돌발 행동에 아이들은 깔깔 웃다가 삽시에 얼굴이 굳어졌다. 교실은 순간 한 겨울이 되어버렸다. 한참의 고요함 끝에 교실 끝쪽에서 나지막하게 소리가 들려왔다.
“제거예요. 선생님 드시라구요.”
반장 목소리였다. 항상 씩씩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기는 처음인거 같았다. 나도 미안한 마음에 화를 가라앉히고 다시 조용하게 물었다.
“뭡니까? 무슨 장난을 친거예요?”
“꿈틀이에요. 왕꿈틀이.”
“그게 뭡니까? 학교에 장난감 같은 거 들고 와도 되나요?” 나는 반장이 장난감을 들과 와서 일부러 나를 놀래켰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히 한 번 혼내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장난감 아니에요. 사탕이에요. 선생님 드시라고 드린거예요.” 반장은 좀 놀랜 목소리로 울먹울먹하며 대답하였다.
“사탕이라구요?” 나는 나에게 버러져 책상 한 구석에 붙어 있는 정체불명의 무언가를 다시 한 번 보았다. 분명 지렁이같이 길다랗고 불그스럼한 물건이었다.
“이게 사탕이라고?” 나는 의심적어 다시 한 번 물었다.
“네, 사탕 맞아요. 선생님, 드셔보세요.” 아이들이 일구동성으로 대답하였다.
사탕이라고 말하는 그 물건은 보기만 해도 지렁이처럼 징그러웠다. 하지만 아이들 앞에서 화낸 것도 미안하고 지렁이를 무서워하는 걸 티내면 선생님인 내 면목도 구겨질 것 같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한 번 쥐어보았다. 역시나 멀렁멀렁, 느낌이 좋지 않았다. 그런 눈치를 채였는지 반장이 막 뛰어나와선 꿈틀이를 자기 손에 받아 쥐었다. 나는 안도의 한 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갑자기 반장이 “선생님 드셔보세요. 이거 딸기맛이에요.”라면서 그 손을 내 입가에 가져다 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당황한 나머지 얼굴까지 빨개진 나였지만 선생님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 억지로 태연한 모습을 보이면서 입가에까지 온 꿈틀이를 한 입 물었다. 입에 들어간 꿈틀이는 사실 딸기 맛 젤리 사탕이었다. 하지만 절반 남은 꿈틀이를 보니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은 꼬물만치도 없었다.
“음, 사탕이구나, 미안해, 반장, 선생님은 장난감 가지고 온 줄 알고 너무 놀라 소리쳤던거야. 이 사탕 맛은 괜찮네. ”
나는 애써 태연한 척하면서 나머지 절반 꿈틀이를 입에 넣었다. 그제야 아이들도 다시 얼굴이 환해졌다.  
이튿날, 아침 자습시간이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한 아이가 수줍게 웃으며 다가오더니 “선생님, 드세요.”라면서 두 손으로 무언가를 건내주었다. 받아 쥔 순간, 난 알았다. 왕꿈틀이구나! 나는 태연한 척하며 왕꿈틀이를 손등에 착 올려놓고 “오늘 꿈틀이는 무슨 맛일까?”라고 물었다.
아이들은 내가 정말 왕꿈틀이 사탕을 좋아하는 줄로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한테서 콜라맛 왕꿈틀이, 오렌지 맛 왕꿈틀이, 사과맛 왕꿈틀이 등등 종류 별로 다 선물 받아 ‘울며 겨자 먹기’로 먹어보았다.
솔직히 나는 왕꿈틀이가 싫었다. 하지만 왕꿈틀이는 아이들이 나에 대한 사랑이다. 좀 징그러운 왕꿈틀이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 나에게 시원한 콜라가 되었고  새콤한 오렌지가 되었으며 달달한 사과가 되었다.
지금 왕꿈틀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거리가 되었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스트레스가 산처럼 밀려올 때, 왕꿈틀이 하나 손등에 올려놓고 장난하다가 먹어버린다. 그러면 힘들었던 모든 것이 사라진다.
왕꿈틀이는 아이들이 나에게 준 행복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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