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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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야지와 두루미
2013년 11월 01일 14시 05분  조회:509  추천:0  작성자: 전춘식
 
 
호듯호듯 머리우에 해살도 한결 가까워진 새봄입니다. 우리에 갇혀있던 꿀꿀이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같이 바람조차 훈훈하여 좋은 날 어데론가 무작정 떠나고싶어진것입니다.

풀쩍풀쩍 몇번인가 몸을 우로 솟구치니 우리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기분은 고무공이 되여 통통 튀여오르기만 합니다. 방향마저 없이 이쪽으로 저쪽으로 발가는대로 한사코 내뛰기만 합니다. 연한 풀들은 어서 맛보라고 꼬드기고 꽃나비들도 코앞에서 하롱이며 재롱을 떱니다. 배불리 먹고 구경도 신들리게 하고나니 갑작스레 갈증이 납니다. 물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야 합니다.

들판을 지나 밭머리를 에돌아 조금 더 가니 어데선가 처절썩철썩 물소리가 들려옵니다. 물소리를 따라가니 곧바로 강물이 흐르는 곳입니다.

"꿀꺽꿀꺽. 어, 시원해!"

몇모금 마시고나니 한결 정신이 납니다.

"얘, 넌 누구지? 난 왜 한번도 널 본 기억이 없을가?"

어데선가 들려오는 맑진 목소리입니다. 꿀꿀이는 사위를 두리번거립니다.

"오호호, 너 내가 안보이니? 네 곁에 날고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환해집니다. 온몸은 하이얀 눈빛이고 다리가 유난히 껑충한데 겨드랑이에는 키짝만한 커다란 날개를 가진 친구입니다. 자기를 마주하고 사뿐 내렸는데 서먹서먹해하지도 자기를 무서워하는 눈빚도 없이 제법 알은체 해옵니다.

"어, 난 '꿀꿀이'라 불러. 우린 초면이지? 그치?"

"호호호, 이름이 '꿀꿀이'라지? 근데 어쩐지 그 이름은 너와 잘 맞지 않아. 다른 이름이였으면 좋겠구나."

"내가 지금보다 퍽 더 어렸을 때 울 엄마는 날 '도야지'라고 불렀대."

"음, 차라리 그 이름이 듣기 좋구나. 나도 널 '도야지'라 부를거야. 그럼 넌 남자애이니? 아니면 녀자애이니?"

"어느쪽이면 더 좋겠니? 네가 어느쪽을 바라는지는 알수 없지만 난 먹새도 좋고 힘꼴도 잘 쓰는 활달하고 용감한 남자애란다."

"너 성미가 시원시원해서 참 좋구나. 난 일찍부터 이런 성미를 가진 남자애와 사귀고싶었는데..."

"마침 잘 됐구나. 그럼 우리 오늘 만난김에 즐겁게 한바탕 놀아보자꾸나. 아차, 깜박했구나. 네 이름은 뭐지?"

"내 이름은 '두루미', 두루두루 다 아름답다는 뜻이야. 생김새도 마음씨도..."

"이름도 생긴것처럼 예쁘네?"

"하긴 그래. 다들 그렇게 말하지."

"얘, 우리 이런 놀음 놀면 어떨가? 내가 오늘 널 실컷 호사시켜 줄테니 내 잔등에 올라타. 어때?"

"좋을시구!"

두루미는 푸드득 날아올랐다가 도야지의 등에 살짝 내렸습니다. 도야지는 두루미를 기껍게 해주려고 일부러 심하게 곱새춤을 추었습니다.

"아야야, 나 떨어질라, 아이, 무서워, 그래도 호사좋네! 두루미는 외마디 소리로 기쁨을 전합니다. 그 말에 사기가 부쩍 오른 도야지는 힘드는줄 모르고 앞발 뒤발을 번갈아 들어올리며 우로 몸을 솟구치기도 거꾸로 몸을 곤두세우기도 합니다.

내물에 노을이 발갛게 물들자 둘은 아쉬웁게 헤여졌습니다.

"우리 후일 다시 만나자꾸나."

"그래, 도야지야, 날 잊으면 안돼?"

며칠후 두루미는 물녘에서 날으며 도야지가 자기를 부르기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도야지는 자기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여러가지 춤사위를 벌이며 유혹하여도 도야지는 여전히 본체만체합니다. 분명 도야지는 그새 벌써 "두루미"라는 이 친구를 잊은것입니다. 두루미는 섭섭하고 괴롭습니다.

(도야지는 참 남자애다왔지. 하지만 그애가 나를 거들떠도 안보니 방법이 없잖아?)

그새 도야지도 도야지대로 두루미가 그리워서 못견딜 지경입니다.

(천사가 따로 없지. 두루미는 내가 여태껏 보아오던 녀자애들중에서 인물이나 마음씨나 제일 나무릴데가 없는 애이지. 그런데 한번도 내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니 이걸 어쩌면 좋아?"

이렇게 해가 뜨고 달이 뜨며 날이 갑니다. 언뜻 1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도야지는 지금까지도 그 "두루미"라는 이름을 가진 녀자애를 잊지 못합니다. 어느날 상심하여 흙무지우에 앉아 한탄하던 도야지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말소리에 화뜰 놀랐습니다.

"이 무정한 도야지야, 그새 넌 내가 한번도 보고싶지 않던?"

"이게 누구지? 너 두루미 맞지? 으앙-"

너무 반가운김에 도야지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네가 암만 보고픈들 어쩌겠니? 내앞에 나타나주질 않는걸 내라고 무슨 수가 있었겠니?"

"내가 네 머리우를 돌며 네가 날 불러주길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데...그랬지만 넌 단 한번도 날 보아주지 않았지."

"아니, 그렇게 말하면 너무 억울해. 넌 우리 도야지들이 하늘을 쳐다볼수 없다는걸 감감 모르는 모양이구나?"

"왜 쳐다볼수 없는데?"

"거야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아무튼 우린 조상들부터 하늘을 쳐다보지 못하게 되여있거든. 하늘에서는 먹을것이 떨어지지 않으니 하늘을 쳐다볼 필요가 없다나?"

"오- 워낙은 그런 일이였구나. 그러면 진작 그런걸 나한테 알려주었어야 하는건데. 하지만 인제는 한발 늦었어. 난 이미 마음속에 상처를 남긴 이곳을 떠나기로 맘 먹었단다. 오늘은 너와 마지막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이렇게 네앞에 나타난거야."

"아, 내가 왜 그때 나의 이런 진실을 얘기해주지 못했을가? 제발 가지 마, 응? 제발 가지 마!"

"미안해, 나한테도 너에게 알리지 못한 한가지 진실이 있었구나. 우리 두루미들은 누구도 말릴수 없는 한심한 외고집이라는걸 너도 아마 모를거야. 그래서 암만 그 어데가 살기 좋다고 하여도 함부로 그곳으로 이사를 가서 사는법이 없이 기어이 물곬을 따라다니며 평생을 사는거야. 그러니 이제 와서 말려도 소용이 없게 되였어. 잘 보내거라!"

학은 후르륵 날개를 펴더니 반공중으로 날아오릅니다. 도야지는 그 뒤모습이나마 보려고 모지름을 썼지만 뻣뻣한 목은 좌우로 돌릴수 있는것이 아니여서 그저 맘뿐입니다. 하지만 두루미가 머얼리로 갔다고 하여 완전히 사라진건 아니였습니다. 도야지의 마음속 깊은 곳에 여전히 좋은 친구로 남아 파득파득 살아 움직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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