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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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일화
2020년 03월 19일 12시 23분  조회:744  추천:2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주차장 일화 
김영분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매일 주차를 해야 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접하는 일상이다.
10여년 전만 해도 이 작은 변두리도시에 차량이 붐비지 않았다. 마트를 가든 은행을 가든 상가 앞 주차장에 흔하게 널린 것이 주차장이였던 것 같았다. 혹여 일이 있어 차를 상가 앞에 며칠을 세워놓아도 누구 하나 차를 치우라고 독촉하지 않았다.마치 마당에서 뛰여노는 남집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듯 덤덤한 표정이였다.

허나 어느 순간부터 주차가 많이 어려워졌다. 차량들이 도로를 메울 정도로 불어났지만 주차장 수자는 늘어나지 않고 마른 우물에 빠진 청개구리처럼 매일 제자리에서 폴짝거렸던 것이다.  
그때부터 비좁은 주차장에 간신히 차를 들여놓고는 정교한 카드에 전화번호를 적어 앞유리에 끼워두어 혹시 모를 차량 이동 호출에 응해야 했다. 원치 않게 남의 길을 가로막고  불량주차를 잠간 했을 때는 차주인이 시커먼 얼굴을 하고 찾아와  호통을 칠 것 같아 용건을 보는 내내 송구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안하였다.

누구 앞을 막고 있다는 것은 아주 가슴 졸이는 일이였다. 도시의 발전속도만큼이나 후끈 달아오른 사람들의 괴퍅한 정서와 팍팍한 일상에서 몰려오는 좌절감이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가 마음대로 자신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는 분노로 순간적으로 끓어오를 수 있기때문이다.
어느 해 북경에서는 유모차를 밀고가던 젊은 엄마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제때에 길을 비켜주지 않았다고 기사가 펄펄 뛰면서 다짜고짜 차에서 내려 갓난아이를 내동댕이 쳤다지 않는가. 순간의 분노가  두 가정을 비극으로 몰고갔다.
우리는 흔히 자식을 자신의 분신이라고 말하지만 핸드폰이나 차량도 그 레벨에 못지 않을 정도로 애틋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차량을 막아서는 것은 바로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고 순간적으로 불쾌하게 느낀다. 만약 그 차주인이 분노조절에 약한 사람이라면 시비가 제법 붙을만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불량주차를 해야 하는게 도시의 주차상황이다. 주차때문에 이웃지간에 소원해지는 경우가 있다.
한번은 밤 늦게 집에 갔더니 아빠트 주차장이 꽉 찼다. 보조도로에도 바싹바싹 붙여 바둑알처럼 조론히 빈틈없이 서있었다. 주위를 여러번 돌면서 견주어보아도 주차자리가 나지 않았다. 할 수 없어서 신발을 팔고 있는 가게앞에 전화번호카드를 앞유리에 잘 보이게 붙이고 아침 일찍 차를 빼리라 다짐을 하면서 주차를 했다.

고맙게도 이튿날 아침까지 차량 이동 호출은 오지 않았다. 아침 일찍 차를 운전해서 절레절레 회사에 도착하니 동료가 웃으면서 왜 뒤편에 차량번호판이 끊어졌냐고 웃으면서 물어온다. 그럴리가 하면서 나가 보니 정말 차량번호판이 절반만 외롭게 걸려있었다. 차량번호판은 꽤나 든든한 것이기에 혼자 닳아서 끊어졌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일부러 그랬을 것이다. 화가 욱하고 났지만 누가 끊어놓았는지 확실히 보지 못했기에 궁시렁거리기만 하였다. 그런 줄도 모르고 신나게 운전을 하고 회사까지 다그쳐온 것을 생각하니 한편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번호판 없이 돌아다니다가 벌금에라도 걸리면 손해가 더 생기니 부랴부랴 새 번호판 신청에 들어갔다.

그런데 며칠 후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나갔는데 그 신발가게 앞에서 다른 차량주인이 멀쩡하던 번호판이 끊어졌다면서 아빠트 경비와 큰 목소리로 떠드는 것을 보게 되였다. 아침 일찍이라 가게 주인은 없었지만 차주인은 이건 분명히 가게앞 주차에 대한 보복이라고 따지고 있었다. 이웃 사이에 너무 매정하다고 투덜거리면서 장사가 얼마나 잘 되나 두고 보자고 악담도 빼놓지 않았다.
순간 나도 죄없이 끊어진 번호판이 오버랩되면서 이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게앞에 주차하여 생긴 불미스런 일은 모두 차주책임이다”라는  붉은 글씨가 “어서오세요” 라는 환영문구와 나란히 붙어 있어 꽤나 익살스럽기까지 하였다.

그 후 나는 불에 덴 사람처럼 한번도 그 가게 근처로 다가가지 않았다. 식구들에게도 단도리를 하여 에돌아 다니게 하였고 그 집 물건을 사는 일은 더더욱 없었다. 나만 그랬을 리는 없다. 번호판 끊어졌던 사람들은 아마도 다 그랬을 것이다. 얼마 안 지나 그 가게는 정산을 하고 문을 닫았다. 장사가 안되 기분이 나빠서 이웃들의 주차에 분노를 터뜨렸던 것인지 번호판이 실없이 자주 끊어져 장사가 내리막 길을 걸은 것인지는 아직도 미스테리이다.

주차로 인한 아이러니한 사건이 주변에 또 하나 있다.
사무실이 복합아파트단지에 있는지라 1층은 거의 상가들이다. 갓 이사왔을 때는 출입이 자유로워 먼저 온 사람이 주차 자리를 차지하기였다. 성냥갑처럼 차곡차곡 높게 포개져있는 건물은 차량 수자에 비해  지상주차장은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1층은 식당들이 많았는데 한 식당은 사람들이 자기네 가게 앞 주차장에 주차하기 바쁘게 직원이 쪼르르 달려나와 여기 세우면 안된다고 손을 훼이훼이 저었다. 우리가 바로 우층에 이웃이라고 해도 에누리가 없었다. 여러 번 저지를 당하고 나니 자연히 입이 쓰거워나서  멀찌감치 차를 세우게 되였다.

허나 호락호락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으니 이 주차장을 전세냈냐고 같이 떠드는 업주들도 있었다. 웃층에 사는 사람들은 주차할 자격도 없냐고 기어코 세우고야 말겠다고 시비를 가르다가 휙하니 일보러 갔다가는 큰 랑패를 보기가 일쑤였다. 떠나갈 때 보면 차 유리에 “차 잘 세웠다!”라는 엄지를 거꾸로 치켜든 커다란 스티커를 고약하게 붙여놓기 때문이다. 식당에 들어가서 따지면 자기네는 모르는 일이라고 재갈 물은 듯 딱 잡아뗀다.

이런 경험을 아빠트내의 이웃들이 여러번 경험하고 엘리베이터를 타면 서로 입소문을 내다보니 될 수 있으면 그 집 쪽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말이 말을 탄 듯 빨리 퍼져 많은 이웃들이 온역을 피하 듯 에돌아 다녔다. 무언의 보이콧불매가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식당은 주차자리를 많이 보유하고자 말뚝까지 버젓이 세워놓았다.

외부에서 밥 먹으러 오는 손님들한테만 그 말뚝을 상냥스레 치워주었다. 웃층에서 일하고 있는 회사원들은 아마 밥도 안먹고 식당놀이도 안하는 사람으로 취급한 모양이다. 아니면 한동네 사람들 돈보다는 의리있게 외부사람들 돈주머니를 겨냥하자는 갸륵한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업주들이 점점 더 많이 입주하면서 주차장은 고도로 포화가 되여 관리실에서 전자출입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였다. 지하주차장을 리용해 주차카드를 발급하고 지상은 림시주차비를 받게 되였다. 그러자 무료로 주차하던 차들이 물러가고 업주들만 주차장을 사용하게 되여 주차장이 여유가 있게 되였다. 말뚝도 소용이 없게 되였다. 말뚝을 세워놓지 않아도 주차장이 많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되여 외부손님들이 오면 주차를 안내하며 말뚝을 부지런히 치우는가 싶더니  주차장이 남아돌아 말뚝이 쓸모없게 되여 치워버려서 그런지 차츰차츰 외부차량도 와서 주차하는 것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 식당앞 주차장은 나날이 휑뎅그렁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무렵 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웃들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는 마인드로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은 그 가게에서 어떤 맛의 음식을 먹으며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지 궁금하기도 하였다.

차를 세운다고 이웃들에게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던 식당주인이 영업전략이 바뀌였는지 급기야 업주그룹에 연신 식당광고를 하는 것이였다. 그러는 가게 사장이 닭을 쫓다가 지붕우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우스꽝스러웠다. 먼 친척보다 낫다고 하는 가까운 이웃들을 한동안 주차문제로 마음 다 시려놓고 밥 먹으러 오라고 호들갑을 떤 들 마음에 쉰내가 나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누가 그곳으로 가서 먹겠는가.

주차문제는 공간다툼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마음 가짐이기도 하다. 빠듯한 자원을 적당히 같이 나눠 쓸 줄 아는 지혜를 지녔더라면 신발판매나 식당장사에 훨씬 유리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잠시 주차를 하게 했더라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이웃들이 그 고마움에 자연히 그 집 가게를 드나들었을 것이 아닌가.  나눔과 배려가 몸에 밴 사람은 잔잔한 바다가 여러갈래의  강물을 품어주는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다.

땅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꽃을 심으면 꽃이 피고 나무를 심으면 나무가 자라난다. 주차장도 땅우에 만들어졌다. 땅의 정직한 속성을 가졌다. 나쁜 마음을 심으니 나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본의 아니게 주차를 하고 대가를 치르고 피해도 봤던 사람들은 아마도 조심스레 주차하느라 오늘도 안깐힘을 쓰면서 살겠지만 닫혀진 가게문과 외면한 이웃들을 쓸쓸히 바라봐야 하는 가게주들은 어찌하고 있을가. 정녕 누가 더 큰 피해자일가.

떠난 배를 돌려세우기는 쉽지 않다. 세상에서 가장 얻기 힘든 게 사람마음이라 했거늘 마음을 얻은자가 승리하는 법이다.
땅의 정직을 배워 너그럽고 부드럽고 자상해야 한다.아니면 주차장도 분노한다. 그러면 당신의 생계는 물론 삶마저 징벌을 받아 만신창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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