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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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부탁해
2021년 08월 24일 16시 40분  조회:247  추천:0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안부를 부탁해
김영분
 
가을이 막바지에 들어서서 그런지 길거리에 나무들이 서서히 앙상한 줄기를 드러내고 있다. 목깃을 파고 드는 찬 바람이 한번씩 불어칠 때마다 단풍잎들이 길을 재촉하는 나그네처럼 옷섶을 툭툭 치며 분주하게 흩날린다.

출근길에 가로수가 제법 불타오르는 듯 울긋불긋 가을정취를 뽐낸다. 성격이 급한 락엽들이 다른 잎사귀들보다 먼저 길우에 내려앉아 바스락거리며 가을을 느끼려 온 사람들의 신발주위를 맴돈다.고개를 들어 나무를 올려보니 아직도 노르스름하거나 붉으스름한 잎사귀들이 듬성듬성하게 나무가지에 매달려있다.수분과 양분을 아낌없이 내주어 푸르게 피여나게 하고 높은 곳에서 먼곳을 바라볼 수 있게 받쳐준 나무가지를 떠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해빛을 받으면 아직도 반짝거림을 잊지 않는 수많은 단풍잎들이 혹은 나무가지우에서 혹은 길우에서 서로 어깨를 서걱대며 자기들만의 가을잔치를 즐긴다.

이 모든것을 지켜보는 나무는 어떤 마음이였을가. 자신이 더운 날 쉬지 않고 수분을 끌어주고 흐린 날 비바람을 맞으면서 무성하게 피워올렸던 잎사귀들이 세월의 풍파속으로 휘청이며 걸어가고 있다. 속절없이 잎사귀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나무는 찬바람이 불어치면 흔들리지 않으려고 이를 사려물었을가. 한시라도 더 잎사귀들을 붙잡고 보듬어주고 싶어 무정하게 차가워지는 계절에 애원을 했을가.또 아니면 뒤짐지고 서서 비장한 눈빛으로 락엽들의 춤추는 몸짓들을 응원해줬을가.
락엽들은 나무를 떠나면서 또 어떤 생각을 했을가.먼저 떨어져야 했던 나무잎들은 아쉬워서 더 머무르고 싶었을가 아니면 자기 갈길을 드디여 찾았다고 성수가 났을가.더 오래 매달려 있었던 나무잎들은 점점 메말라가는 나무의 그 푸름을 조금이라도 더 지켜주고 싶어했을가.

많은 사색을 낳게 하는 단풍나무의 모습이다.
심혈을 다 기울인 부모와 성장해서 곁을 떠나가는 자식들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부모들은 자식들을 먹여주고 입혀주고 정성껏 보살펴준다.그러다가 어른들 키를 훌쩍 넘고 허우대가 커지면 스스로 바깥세상을 헤쳐나가라고 자식들 손을 놔줘야 하지 않았던가.
올해 큰 아이가 대학에 들어갔다. 온역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시기에 아들을 혼자 한국에 류학을 보내야 하는 마음은 조미료가 엎질러진 부엌처럼 혼잡했다. 집에 데리고 있자니 덩치 큰 아들이 학기내내 백수처럼 쏘파만 차지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보내자니 역시 인터넷수업중이라 등교를 못하는 것은 이 곳이나 그 곳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새로운 환경이고 학교 옆이라 마음상태는 <노는 중>보다 <공부 중>으로 더 치중해서 나올 것 같았다.본인도 어렵게 대학생이 된 설레이는 마음을 눅잦힐 수가 없어 물 불 안가리고 가겠다고 하니 손을 우드득 움켜쥐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보내기 전,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정작 내 곁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여태 배워준 것이 무엇이였나 싶을 정도로 쏟은 정성과 가르침이 무색해졌다.마스크를 꼭 끼고 다녀라,사이비종교를 조심해라, 다단계를 조심해라 통장을 빌려주지 말아라, 클럽을 가도 음료수를 마음대로 마시지 말아라, 학원대출에 손 대지 말아라 등 온갖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자루에 든 콩을 한꺼번에 쏟아붓 듯 다 털어내서 알려주고 싶었다.

이런 다급하고 간절한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들은 고개만 부지런히 끄덕인다. 그깟쯤이야 하는 대수로운 표정은 목까지 치밀고 올라 온 나의 걱정을 더 크게 부풀렸다.왜 이렇게 중요한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지 고까운 생각도 덩달아 들었다.소금처럼 알차도 소금처럼 쓸데없이 들리는게 엄마의 노파심이 담긴 잔소리가 아니던가.이제 이런 말 해줄 사람도 없겠는데 혼자 떨어져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만 늘어났다.

키가 아무리 커서 어른들을 초과했어도 부모눈에는 철없는 애로 보이는 게 자식이다.이는 우리 엄마가 마흔도 훌쩍 넘은 나를 항상 걱정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가까이 사는 친지가 대학파티를 해준다고 해서 갔더니 걱정스런 내 마음을 읽었는지 아들에게 당부를 한다.
“집안 어른으로서 정말 중요한 부탁을 한다.혼자 공부하러 가게 된 건 신나는 일이다. 그러나 집에 부모들은 아들이 눈앞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걱정을 할 수가 있다. 학생이 할 수 있는 건 정기적으로 부모에게 자신의 안부를 전하는 일이다.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안전하다는 것을 부모에게 확인시켜주길 바란다. 이는 너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효도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바라던 것이 바로 이것이였다. 정말 아들이 잘 지내고 있다는 싸인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주동적으로 보내준다면 엄마로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아주 행복할 것이다.
효도란 이리 간단한 것이란 말인가. 자식이 안전하고 잘 먹고 잘 자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벅찬 일이라는 것을 마음 깊숙히 느꼈다.
 
온역이 살판을 치는 시국에 안전하게 외국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큼 더 반가운 것은 없을 것이다.수업을 열심히 한다는 말도, 어디에 견학을 다녀왔다는 말도, 그리고 어떤 친구를 새로 사귀였다는 말들은 아들을 신나게 할 수 있으나 부모인 나는 그래도 아들이 안전하게 잘 지낸다는 싸인이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아들의 눈도 잠깐 반짝했다. 아마 그도 느꼈으리라. 꼭 그렇게 하리라고.
헌데 감동은 반디불처럼 그때 잠시 뿐이였다. 아들이 내 곁을 떠나 외지로 간지 여러달이 지났지만 항상 내가 답답하고 궁금해서 영상통화 버튼을 누르고 있다. 여러번 련습을  거친 나래이션처럼 멘트는 항상 똑같았다.”밥은 잘먹고다니냐,춥지는 않냐,잠은 잘 자냐.”

우리 엄마도 종종 참지 못하고 나에게 영상통화를 걸어오는 것처럼.
나무가 나무잎을 붙들어 놓지 못하듯이 엄마들도 그런 것이리라. 떠나버린 나무잎을 응원하며 바라볼수 밖에 없다. 손을 흔들어 붙잡아보려 해도 그들의 그림자에도 닿지 않는다. 아이들은 성수나게 넓은 세상을 휘젓고 다니기때문이다.들끓는 젊음은 앞으로 달려가느라 뒤돌아볼 새가 없다.
 
세상의 리치가 내리사랑만 허락한다면 자주 부모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만으로 효도를 할 수있다.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아 고장을 의심했다는 부모도 있지 않은가. 부모의 은혜에 비해 아주 보잘것없는 올리사랑이지만 나는 <자주 부모에게 안부를 전해라> 하는 친지의 그 말 한마디에 내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아냈다. 다른 부모들 그리고 나의 부모 또한 그런 것을 원하는 건 아닐가.

흩날리는 단풍이 제풀에 성수나서 나무를 뒤돌아보지 않는 것처럼 나도 철이 안드는 망아지를 닮았는지 엄마에게 안부전화를 자주 하지 못했다. 효도란 이렇게 간단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효도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진정한 효도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다.철이 바뀌면 옷 몇견지 사드리고 다니실 때 다치지 말라고 간섭이 섞인 관심을 보인 적은 많았다.그래도 항상 엄마는 너 잘있냐 하면서 전화를 먼저 걸어 오는 것을 보면 나처럼 역시 자식의 안부가 제일 궁금하고 마음에 걸리였던 것이다.
깊이 반성해야겠다.여태까지 나는 진정한 효도를 하지 못했다.

이제 엄마한테 바로 안부전화 한통 넣어 드려야겠다.

2021 .1기 송화강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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