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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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18세를 만나다
2021년 08월 24일 16시 34분  조회:317  추천:0  작성자: 하얀 진주

수필
더치페이, 18세를 만나다
김영분

올해 18세인 아들이 고중을 졸업하면서 여름방학을 맞이했다. 썩 잘하는 공부는 아니였지만 나름 12년동안 정해진 틀에 맞춰 교실에 묶여있느라고 갑갑했는 모양이다. 대학입학 소식을 받자 날듯이 기뻐하는 것은 물론이고 졸이던 마음에 홍수가 터졌는지 방학을 하자마자 삼삼오오 친구들끼리 회포를 푸는 시간이 줄줄이 이어졌다.

이제 곧 대학생이 되니 자신도 어른이라고 생각하는지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는 술도 버젓이 등장시켰다. 가끔은 집안 어른들도 이젠 맥주 한잔씩 받아마셔보라고 권하기 시작했다.
서툰 청춘이 기지개를 마구 펴고 가족들이 못이기는 척 술을 허용하는 분위기에 힘입어 고중졸업을 하고 맞은 아들의 여름방학은 술자리가 유난히 많았다. 오늘은 누가 대학 턱을 내고 래일은 또 어느 친구가 다른 도시로 떠난다고 송별식이니 하면서 어른들 못지 않게 식당놀이가 잦았다.

심심찮으면 달려가는 식당모임에 부모로서 잔소리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잔소리 와중에 웃지도 울지도 못할 18세의 더치페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
회식자리가 많고 참가한 친구들도 많은데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서 술값 계산을 하냐고 저그만이 다니라고 나무랐더니 송별식이니 축하파티니 참석을 해도 각자 부담을 한다는 것이다. 한턱 내는 사람은 그냥 모임소집을 하는 것으로 턱을 낸다는 것이다. 계산은 어차피 더치페이란다.

어른들 듣기에는 좀 터특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턱을 낸다고 했으면 본인이 계산을 하는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덩치가 큰 아들이 멋을 부리느라 곱슬하게 파마한 머리를 자주 쓸어올리며 당연하다는 듯 하는 말이 너무 귀여워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데 가관은 다음이다.
자기는 녀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에 회식이 끝나면 꼭 집에까지 다 바래준다는 것이다. 그래 너 매너 좋구나 하고 칭찬을 했더니 이어서 하는 말은 그대로 토크이다. 녀학생들이 집에 도착하면 스스로 자기몫의 택시비를 지불하고 내리고 아들은 거기서부터 집에 돌아오는 택시비를 부담한단다.
급기야 폭소가 터졌다.

울대뼈가 멋모르고 바삐 오르락내리락하는 햇내기 청년의 순수하고 기특한 발상에 이 엄마는 무엇이 우스웠는지 눈물이 찔끔 나도록 한참을 깔깔거렸다.
매너가 좋고 신사스러운 어른이였으면 아마도 녀동창이 스스로 택시비를 지불하게 놔두지 않고 격하게 말렸지 않았을가 싶다. 녀동창도 미소와 고맙다는 멘트로 신사의 완성을 도왔을 것이다.
하지만 부모에게서 용돈을 조금씩 받아 쓰고 있는18세 아들은 자기의 귀가 택시비만을 가까스로 낼 수 있었다. 그러고도 녀학생을 집까지 바래줬다고 자랑을 하니 김밥의 옆구리가 불시에 터지듯 웃음이 절로 나왔다.

더치페이는 영국인들이 지어낸 것으로‘네덜란드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더치(Dutch)와 ‘지불하다’는 뜻의 페이(pay)가 합쳐진 말로 비용을 각자 부담하는 일을 말한다. 신사로 불리는 영국사람들은 남녀가 데이트를 할 때 의례히 남자가 계산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근검하고 소박한 네덜란드 사람들은 전쟁을 치르고 해상무역을 발전시키면서 각자부담하는 방법을 택했다.특히 허영심 강한 영국인들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한턱을 내여도 각자부담하는 계산방식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근검절약하는 삶의 방식을 쪼잔하다 비웃으며 조롱한 것에서 더치페이란 말이 상용되였다.
이렇듯 더치페이란 원래 비아냥거리는 식의 말로 쓰였다고 하니 엄마의 폭소에도 아들의 각자 지불한 택시비에 대한  비웃음이 섞여있지 않았나 생각을 해본다.

밥은 각자 먹었다 쳐도 집에 바래준다는 자체가 차비도 포함해야 한다는 당위적인 생각이 내 머리에 틀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아들은 한치의 망설임이나 주저도 없이 아주 당연하게 택시비를 각자 지불했다고 하니 문화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또한 다시 생각을 해보면 아들은 아직 학생이고 용돈을 받아쓰고 있는 립장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기몫만 내도 빠듯한 상황이 아닌가. 술도 좀 마셨으니 녀학생들이 걱정이 돼서 나름대로 신사흉내를 내느라고 집까지 택시로 배웅했을 것이다.

만약에 돈을 한방에 다 쓰고 나면 부담이 되여서 다음을 기약할 수 없으니 이 또한 현명한 처사이다.
어른들은 자기 힘에 부쳐도 내색을 하지 않고 체면에 자신이 감당하기에 무리한 결정을 할 때가 많다. 감당도 못할 큰 소리를 치고 벙어리 속을 끙끙 앓을 때도 있다.

이 모든 것은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남이 비웃을가봐 강한 척하고 또 그에 따른 과소비를 하게 된다. 소위 작은 몸에 큰 바지를 입고 힘에 겨워 질질 끌고 다니는 것이다. 그 불편함과 무거움은 자신만 알고 있다.
18세의 더치페이에서 본 솔직한 모습은 자기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듯 명쾌하고 발랄해보였다.자기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달려야 오래 뛰고 멀리 갈 수 있다. 18세에 맞춤한 옷을 입어보고 편안했던 기억과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이가 늘어 높고 추운 곳에 이르면 또 자신의 몸에 맞는 옷으로 갈아 입을 능력이 생길 것이다.

이제 어른들도 그만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산책했으면 좋겠다. 뚱뚱한 몸집에 팽팽한 옷을 입지도 말고 왜소한 체구에 커다란 양복도 걸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남이 보기 좋아하는 옷보다 나에게 맞는 옷을 찾아 입으면 좋겠다.

연변녀성2021년8기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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