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김재현
앞에서 끄는이도 없고
뒤에서 미는이도 없건만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놈
인생 고작
어제,오늘,래일이건만
어제는 어제 벌써 흘러갔고
래일은 래일대로 미지수요
눈 앞의 오늘만 오늘일진대
잡든 놓든 용케도 흘러가네
지금 이시각에도
두월도 아니고
네월도 아니고
세월이란 놈
어제,오늘,래일 석삼일이라
세월이라 했을까
쥐고 볼새도 없이
안고 만질새도 없이
스님머리에 모신 콩알인양
동서남북 가닥없이
용케도 흘러가네
동녘에 떳던해
점심되니 정수리를 비추고
저녁수저 놓기 바쁘게
서산에 자취감추며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놈
하루세끼 먹으면
흘러가는 하루
그하루 365일 곱씹으면
한해가 속절없이 흘러가니
용케도 흘러가네
세월이란 놈
빈손에 왔다
빈손에 가는 인생
울면서 왔다
울려 놓고 가는 인생
어데서 왔는지
알듯말듯한 인생
어데로 갈지
알듯말듯한 인생
알기도 전에
떠나야할 인생
세월에 몸 실으니
용케도 흘러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