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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문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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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江北: 개고기 서령감(단편소설)
2019년 07월 08일 14시 47분  조회:410  추천:0  작성자: 문학닷컴

개고기 서령감

강북

 

 

 

서령감이 나타난 것은 서북풍이 기승스레 휘몰아쳐 연구소 옥상에 걸어놓은 현수막이 금방 찢겨나갈듯 기를 쓰고 펄럭거리던 그 날이였다. 

소장이 현수막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말고 몇 안되는 남자직원들보고 누가 옥상에 올라가서 어떻게 해볼 사람 없느냐고 묻자 멀뚱멀뚱 서로를 마주보던 남정들은 혹자는 고소공포증 때문에, 혹자는 고혈압 때문에 올라갈 수 없다며 하나같이 도리질만 할 뿐이였다. 

어쩔 수 없이 비대한 체구에 반백이 훨씬 넘은 소장이 몸소 나서야 했는데 남산 만한 배를 내민 채, 헐금씨금 기여오르느라 추운 날씨임에도 금세 땀벌창이 되여 헐떡거리면서 욕지거리는 차마 못하고 이런, 이런…만 련발하고 있었다. 서령감이 고양이처럼 살금 나타난 것은 바로 그 위태위태한 순간이였다. 별로 힘들이는 내색도 없이 여차여차하더니 금세 옥상에 올라선 서령감이 손을 뻗어 현수막 한쪽 귀퉁이를 냉큼 잡아채는 것이였다. 그 바람에 더 이상 마음껏 펄럭일 수 없게 된 현수막은 그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 때껏 아래에서 구경만 하고 있던 사람들은 손짓발짓 해가면서 왼쪽, 오른쪽 하고 소리소리 지르며 저마다 지휘에 열 올리고 있었다. 한편 옥상에서 상체를 수굿한 채 목을 잔뜩 빼들고 현수막을 들고 있는 서령감은 얼핏 볼 바엔 《미녀귀신》에서 나오는 시뻘건 혀를 기다랗게 빼문 귀신할망구를 련상케 했다. 그러는 서령감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소장이 누구라 없이 물었다. 

“저치 누구지? 제법인걸.”

그에 누군가가 응수했다.

“그러게요. 정말 날래죠. 꼭 무슨 날다람쥐 같은걸요.”

이윽고 옥상에서 내려온 서령감을 살펴보니 그 걸음걸이가 얼마나 잽싼지 발이 땅에 닿는 기미도 없이 이리저리 다니는 양이 정말 날다람쥐 따로 없지 싶었다.

서령감은 보일러 때는 일거리나 찾아하려고 왔노라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일러공은 이틀 전에 금방 받아두었으니 어떡하지? 그 말에 서령감은 한대 맞은 놈처럼 맹랑한 표정이 되여 좀 전의 그 생기 넘치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당금 그 자리에 주저앉기라도 할듯 축 처져있었다. 마누라의 성화로 돼지 흥정 때문에 지체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맹랑한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마누라가 패주고 싶도록 미웠다. 볼품 없이 가무잡잡하고 왜소한 몸집에 자글자글 주름투성이 얼굴, 게다가 시선을 내리깔 때 유표하게 푸들거리는 안대까지… 보는 사람이 다 불편해지는 몰골이였지만 그 시각,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련민의 정을 자극한 것은 다름 아닌 그 꾀죄죄하고 애가 바싹 탄 몰골이였다. 

그런다고 련민의 정 따위에 련련해 원칙을 어길 순 없는 일이고 해서 사람들은 그러다 돌아가겠지 하고 뿔뿔이 흩어져가는데 혹 가다 명년엔 좀 일찍 와보라고 조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그 쯤에서 물러날 줄 알았던 서령감이 소장의 꽁무니를 졸졸 묻어다니며 수작을 거는 것이였다. 뭐, 아까 보니 옥상에 현수막을 고정하는 가름대도 변변치 못하던데 그대로 놔뒀다간 조만간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자기가 쇠갈고리로 단단히 고정해놓겠다는 둥, 그리고 자긴 벽 쌓고 회칠하는 등 일에도 능해서 집 지을 때도 거진 혼자 손으로 했다는 둥, 손짓발짓 해가며 시늉까지 해보이는 양이 꼭 ‘손시늉 보고 알아맞추기’ 프로그램에 출연한 사람 같았다.

그 쯤 되자 사람들 모두 참 재미있는 사람이라며 시름없이 웃었고 그에 소장도 저으기 난감한 모양 허허 웃기만 할 뿐이였다. 그런데 그 악의 없는 웃음에 서령감은 오히려 어리둥절해졌다. 그로서는 사람들이 자기 말을 못 믿어서 웃는 건지 아니면 자기 일솜씨를 의심해서 그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끈 달아난 서령감은 목소리까지 변조되여 볼멘 소리로 웅얼거렸다. 저기 대문 앞 계단이며 2층 창틀도 잘 손봐야지 아니면 몇참 못 가 군데군데 떨어질 거라고, 그만한 일은 자기 혼자서 넉근히 해낼 수 있다고. 미구엔 정문 앞 공터를 가리키며 이제 눈이 오면 저기 쌓인 눈도 자기가 알아서 칠 거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애원 어린 눈길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집을 짓느라 8천원 남짓 꾼 리자돈도 갚아야 하고 뇌위축증으로 여나문살 되도록 바로 걷지도 못하는 아들까지 있다고 하소연하는 것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서령감은 일남이녀를 두었는데 큰딸이 다섯살 나던 해에 뇌위축증으로 죽고 나서 아들딸 쌍둥이를 보았다고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쌍둥이 역시 뇌위축증을 앓았는데 그마저 딸애는 이태 전에 죽고 지금 아들만 살아남았다는 것이였다. 원체 과학기술연구기관이라는 리유로 서류관리일군까지 전부 대졸 이상만 받는 연구소라서 그런지 그 말을 들은 직원들의 반응 역시 지극히 론리적이였다. 남자직원들 대부분은 그런 상황이라면 유전자 검사부터 해봐야 한다며 면역력 결핍은 아닌지 검사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녀직원들은 회임기 음식물 섭취에 문제 있었던가 아니면 방사선에 로출된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한 론리들을 알아먹을 리도 없었거니와 애초에 여겨들을 념조차 않던 서령감은 자기만의 지론, 그러니까 좀 유명하다는 점쟁이가 그러는데 조상들의 묘자리를 잘못 쓴 탓에 귀신이 ‘작간’한 것이라고 우겼다. 그 황당한 지론에 기막히고 어처구니 없는 한편 측은한 생각이 든 사람들이 생명 형성의 원리부터 차근차근 설명해주려고 하자 서령감은 개 벼룩 씹듯 도리머리만 홰홰 저을 뿐이였다. 하긴 지식인과 일개 농군의 주장을 동일선상에 놓고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를 일. 이 또한 후담이지만 말이다.

그 무렵 보일러공의 월급이 6백원 정도였고 1년 중 난방기가 6개월이였으니 년수입이 3600원인 셈. 겨울철에 아무런 수입도 없는 농군으로 말하자면 꽤 유혹적인 일자리였을 것이였다. 

어쩌면 그래서 원하던 바를 얻지 않고는 절대 물러설 줄 모르는 서령감의 성격이 더 여실히 드러났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밑도끝도 없이 늘어놓는 자기 자랑에 현혹되였는지 아니면 뇌위축증을 앓는 아들이 있다는 말에 측은지심이 발동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서령감이 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것은 틀림없어보였다. 그런데 소장으로서도 참으로 난감한 일이였다. 금방 이틀 전에 계약한 보일러공은 또 무슨 리유로 해고하는가 말이! 아무런 리유 없이 사람을 내쫓을 순 없지 않은가 말이다.

해서 소장은 일단은 서령감부터 구슬려 보내놓고 조주임을 찾아가서 반나절 남짓 입씨름을 해야 했다. 

그렇게 퇴근 무렵이 다돼서야 조주임은 맥관염脉管炎에 걸린 오른다리를 절룩거리며 뒤울안으로 향했고 몇참 안 지나 보일러실로부터 악에 받쳐 내뱉는 욕설과 함께 쾅쾅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무 죄 없는 보일러실 문이 서령감 대신 봉변을 당한 것이였다. 모르긴 해도 서령감도 사람이였다면 그맘때 쯤 배갈 한종지 삼킨 것 만큼 귀볼이 화끈거렸을 것이였다. 

그렇게 조주임은 서령감의 은인이 되였다. 

그런데 참 묘하게도 서령감이 첫 출근을 하던 날 첫눈이 내렸다. 눈 내리는 창밖을 내다보며 사람들은 자연스레 서령감의 호언장담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가, 한참 만에 마당에 나타난 서령감이 보리밭 둑길을 련상케 하는 도형을 만들며 분주히 눈을 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보리밭 한가운데 중뿔나게 자라난 인삼과를 방불케 했다. 그렇게 출근 첫날, 서령감은 실제행동으로 자신의 부지런한 성품을 증명해보인 셈이였다. 

모든 일이 그러하듯 무언가를 시작하긴 쉬워도 뒤감당은 쉽지 않은 법. 그러나 그러한 리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서령감이였고 일개 잡역부라고 해서 그 지능지수까지 낮아야 한다는 법은 없는갑다. 아니, 어쩌면 그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뛰여난 두뇌의 소유자일지도 모를 일이였다. 

그렇게 연구소에 취직한 서령감은 온갖 잡다한 일을 시켜도 군말 없이 수걱수걱 잘해냈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궂은 일이더라도 우물쭈물, 저어하는 법 없이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곰상곰상 굴었다. 서령감의 가장 큰 우점이라면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이 뭐라고 쑥덕거리든 일절 토 다는 법 모르고 시비를 따지는 법이 없다는 것이였다.

그렇게 수년 세월이 지나고 이젠 사람들과 제법 익숙해진듯 싶어지자 서령감도 툭하면 보일러실 환경이 너무 렬악하다느니, 도처에서 찬바람이 숭숭 새들어온다느니 하며 불평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수년 전부터 보일러실을 개조한다고 벼르고는 있는데 재정문제로 지금껏 미루고 있는 거라고 설명해주면 서령감은 대뜸 “암, 개조해야죠, 해야 말구요.”라고 응수하곤 했다. 

근데 사실 서령감은 보일러실 개조가 대체 무얼 의미하는지 잘 모르고 있었다. 젊은 시절 로동개조 전과가 있었던 터, 개조라는 말을 듣는 순간 로동개조를 떠올렸고 무릇 개조가 들어간 어휘면 그저 수고스레 일하는 것을 의미하는 줄로 어림짐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해서 할일 없을 때면 온통 철로 만들어진 그 거무튀튀한 녀석을 쳐다보면서 머리를 굴려보기도 했지만 대체 저딴 녀석을 어떻게 개조한다는 건지 암만해도 알 수 없는 노릇이고 해서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그만 궁리하기로 했다. 사실 서령감은 평소에 욕지거리를 곧잘하는 편이였다. 혼자서 울적하고 답답할 때 욕지거리를 하면 채소밭에 비료 주듯이 속이 다 시원해졌던 것이다. 그런다고 직장에서까지 욕지거리를 달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 한번은 월급 타던 날, 돈을 세다가 무망간 “염병할!” 하고 내뱉었다가 출납원 아가씨의 따끔한 눈총과 함께 언사에 주의하라는 경고까지 받은 일이 있었다. 

그 날 월급을 받아들고 계단을 내려오던 서령감은 자기 뺨을 후려치며 좀 전의 실수를 뉘우쳤고 그로부터 ‘염병’ 같은 욕지거리가 다시는 입에서 빠져나가지 않게 각별히 주의했다. 그만한 일은 연구소 직원들한테는 일도 아닐 것이였지만 일개 잡역부 서령감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였다. 그렇게 해가 가고 달이 바뀌는 동안, 서령감은 자기가 갈수록 말린 오이처럼 시들시들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가 원체 성품이 어고 무른 사람이라서 그런갑다고 생각하는 모양, 툭하면 서령감과 롱을 지껄이기도 했다.

“령감님이 우리 연구소에 들어온 지도 한참 되는데 여기가 뭐가 좋다고 그러십니까. 쥐꼬리 만한 월급에 환경도 렬악한데. 이제 빚도 거진 다 갚으셨을 텐데 때려치지 그래요!”

그러면 서령감은 제법 황공하여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 투로 공손하게 개올리곤 했다.

“이곳 사람들 너무 좋아서요. 정말 기막히게 좋은 사람들이거든요!”

그에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웃으면 그는 상대가 자기 말을 믿지 못해서 그러는 줄 알고 손으로 지페를 세는 동작까지 곁들여가면서 아주 정색하여 설명을 붙이곤 했다.

“저 거짓말 같은 거 안해요. 있으면 있는 대로,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구요. 달마다 꼬박꼬박 월급을 주지 얼마나 좋다구요.”

그러면 사람들은 또 와그르르 배를 잡곤 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웃으면 덜컥 겁부터 앞세우는 서령감이였다. 그래서 대체 뭐가 그렇게 웃기는가 하는 표정으로 사람들을 머룩머룩 쳐다보고 있기가 일쑤였다. 

서령감의 말은 사실이였다. 거의 모든 업체들이 상호 련쇄채무관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렇고 그런 시절이다 보니 민공들의 월급을 밀리는 일도 허다했고 걸핏하면 해고다, 생산정지다 하던 시절이였던 만큼 서령감으로서는 그렇게 달마다 꼬박꼬박 월급을 탈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지덕지한 일이였던 것이다. 

그렇게 ‘사람 좋은’ 서령감이였지만 정작 사람들한테 서령감에 대해 물으면 좋다는 사람도 있고 별로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보다는 글쎄… 라며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였다.

서령감에 대한 이 같은 평판은 조주임의 작용이 컸다고 해야 할 것이다.

조주임은 총무주임으로서 소장과 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외 연구소 내에서는 거의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다. 그냥 가깝지 않은 정도라면 또 모를가,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그를 경원시하고 있다는 데 있었다.

하지만 조주임은 사람들이야 자기를 어떻게 보든 상관없다는 심드렁한 투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사람들이야 뭐라 하든 영화에 나오는 여느 부자집 집사처럼 온갖 자질구레한 일들을 일일이 다 간섭하고 신경 써야 하는 게 총무주임의 역할이다 보니 자기 소임을 리행함에 있어서 사람들의 평판 따위는 별로 중요한 게 아니였던 것이다. 이를테면 직원들의 복리라든가 로동보장, 식당화식 등 문제들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게 그의 직책이였고 그 밖에 로동질서까지 감독해야 했던 것이다. 전에는 정치사상업무를 책임진 리서기가 로동질서를 담당했는데 어쩌다 보니 나중엔 조주임 소관이 된 것이였다. 

조주임은 직무 수행에 있어서 인정사정 보지 않는 부류의 사람이였다. 무릇 사무에 한해서는 얼굴을 푹 떨어뜨린 채, 아무리 별난 사람이라도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터, 지어 소장과 서기가 조퇴를 하더라도 조주임한테 청시해야 했으니 여타 직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조주임은 모든 임직원들의 지각, 조퇴, 병가, 휴가 등 사항을 상세하게 기록해두었다가 월말이면 그 명세서를 재회과에 넘기곤 했다. 간혹 누군가가 그 명세에 불복하여 몇월 며칠 기록이 잘못되였다고 따질라 치면 조주임은 일절 해명 따위를 하는 법 없이 상대를 노려보기만 했고 그러다 수 틀리면 한바탕 욕바가지를 퍼붓기도 했다. 그러면 욕을 얻어먹은 사람은 대꾸 한마디 못하고 물러가기 일쑤였고 속으로는 조주임을 개니 돼지니 하고 욕하며 잔뜩 벼르기 마련이였다. 

그런 연유로 많은 사람들이 조주임의 처사에 앙앙불락이였지만 언제 봐도 누구에게나 한결같이 대하는 조주임이였던 터, 어떤 꼬투리를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었으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모든 일에는 우연과 필연이라는 게 있다. 애초 서령감이 조주임과 부쩍 친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조주임을 은인으로 생각하는 갸륵한 마음이 작용한 것도 있었겠지만 서령감한테도 조주임의 덕을 보려는 속셈이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어쨌거나 한동안 두 사람은 정말 끔찍하다 할 만큼 각별히 친했다. 그 끔찍함은 조주임 일이라 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서령감의 태도에서 여실히 반영되였다. 

그러는 두 사람을 지켜보면서 조주임이 전횡을 일삼는다느니 갑질을 한다느니 하며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이들 모두 과거 조주임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고 악감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로 이들은 눈에 불을 켜고 조주임의 일거일동을 살폈고 무슨 일이든 조주임과 털끝 만치라도 관계되는 일만 있으면 얼씨구나 하고 들고 일어나 롱성을 벌이곤 했다. 

그러던 하루는 조주임과 서령감이 오전 시간에 공구를 챙겨들고 출타한 일이 있었는데 사실 그만한 일은 일도 아니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갈 일이였다. 그런데 그 당자가 조주임이였으므로 문제는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고 사람들의 불평불만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복도에 나와 서성이며 서령감이 자리를 비우는 바람에 실내온도가 15~16도 밖에 안된다며 볼펜도 바로잡을 수 없다며 투덜대고 있었다. 

웅성거리는 소리에 복도로 나온 소장이 조주임네 부서 직원보고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그 직원이 하는 말이 조주임네 집 스팀이 고장나서 서령감을 데리고 수리하러 갔다는 것이였다. 그에 소장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이윽고 두부주임을 불러놓고 몇마디 당부하였다. 

이윽고 두부주임이 이쪽으로 다가오더니 다들 추우면 서류실에 가서 전기난로를 쪼이라고 했다. 두부주임은 조주임 못지 않게 소장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였는데 조주임이 소장의 총애를 받는 리유가 오랜 시간 소장 아래서 일해온 충실한 심복이기 때문이라면 두부주임의 경우는 좀 달랐다. 두부주임은 두뇌회전이 빠르고 일처리가 야무지고 확실한 사람으로 연구소 내 대외사무는 거진 그가 총괄하다 싶이 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들 두 사람은 소장의 왼팔, 오른팔인 셈이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들 두 사람이 서로 반목하고 있었으니… 이 또한 회사 내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였다. 두부주임과 좀 가깝다는 이들은 이 좋은 기회를 놓칠세라 그 주변에서 촐싹거리며 은근히 싸움을 부추기기 시작했다. 그에 두부주임은 아무 대꾸도 태도표시도 안했지만 얼굴 가득한 동감조의 미소만은 굳이 감추지 않고 있었다. 그러자 아부와 험담을 일삼는 이들은 아주 신명이 나서 사실을 기껏 부풀리고 외곡하여 조주임을 헐뜯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 쯤 되자 그 자리는 숫제 살벌한 규탄대회장으로 돼버렸다. 과거지사에서부터 오늘 일에 이르기까지, 월급을 깎인 일에서부터 억울하게 처분받던 일까지… 그렇게 각자 속에 쌓인 불만을 토로하다가 결국 오늘 조주임의 조퇴도 월급을 깎아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게 되였다.

배가 출항하려면 누군가 뭍에서 떠밀어주는 이가 있어야 하듯이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려면 누군가 그 동력이 될 만한 화제, 사건을 제시해야 했다. 말하자면 느슨해진 이야기보따리 매듭을 슬쩍 끌러놓을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일단 누군가 선코를 떼놓으면 이야기보따리는 이내 활활 풀어헤쳐지고 이야기들이 쏟아져나오게 되는 법. 그렇게 하나, 둘 이야기들을 들춰내다 보면 그중에 쓸 만한 내용들이 꽤 많을 것이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책상 우에는 온갖 잡다한 이야기들이 수북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사실 여기에 동참한 이들 모두 할일없이 입방아나 찧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같은 날이 오기를 잔뜩 벼르고 있던 사람들이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 얘기들 중에는 속이 뻥 뚫릴 만한 소식은 하나도 없었다. 해서 잔뜩 심사가 뒤틀린 몇몇 사람들이 다시 두부주임을 찾아갔다. 굳어진 표정으로 출퇴근기록부를 마주하고 앉은 두부주임은 찾아온 사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였다. 누군가 왜 그러느냐고 조심스레 묻자 두부주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별일 아니라고 일축했고 누군가 이내 그 속셈을 알아채고 기분을 맞춰주느라 알랑거리자 가뜩이나 꿀꿀하던 차, 자기를 지지해주는 사람이 꽤 있다는 생각이 든 두부주임은 마침내 속에 쌓였던 불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 연고 없는 사람일지라도 자기 역시 피해자인 양, 눈치껏 응수하는 게 가장 명지한 방법일 것이였다. 조주임은 이젠 볼 장 다 본 사람이지만 두부주임은 이제 막 동녘하늘에 떠오르는 태양 같은 존재라는 것을 연구소 직원들 치고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무렵, 문을 밀고 들어선 소장이 이달 지출금액을 묻다 말고 그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고는 은근히 놀라운 눈빛이더니 이내 롱조로 무슨 회의를 하느냐고 물었다. 그에 좌중 모두 입 닥친 채 긴장된 눈빛으로 두부주임만 바라보고 있는데 두부주임이 재치 있게 둘러댔다. 

“다들 궁금해하지 뭡니까! 서령감이 조주임네 집 스팀 수리하러 간 건 근무리탈인지, 아니면 뭔지 하고 말입니다.”

그야말로 기막힌 림기응변이요, 좌중의 말문을 트기 위한 절묘한 암시였다. 비로소 좌중은 왁자지껄 열띤 토론을 재개하였다. 

처음 한동안은 그래도 사람 좋게 웃으며 응수하는가 싶던 소장은 나중엔 안되겠던지 이마살이 꽈배기처럼 잔뜩 뒤틀려있었다. 그에 좌중은 목구멍까지 올라왔던 말을 도로 삼켜야 했다. 아주 미세한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식인이라는 이 민감한 집단, 이들이 처세술에 능하고 말고를 떠나서 말하자면 그것은 오랜 세월 계급투쟁 경험으로부터 몸에 배인 본능이였다.

좌중이 조용해지자 소장은 조주임 일에 대해 해석을 했다. 소장의 해석을 가만 들어보니 그 역시 맞는 말이였다. 지난 수십년 동안, 조주임이 종래로 5.1절이나 10.1, 설날 같은 휴가를 제대로 쉬여본 적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반박할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소장이 하는 말에 귀기울이다 말고 사람들은 서로 눈길을 마주치고는 하나, 둘 조용히 자리를 떴다. 

이윽고 사람들이 다 가고 없자 소장은 비로소 두부주임과 독대하게 되였다. 바빠맞은 두부주임이 무어라 변명하려고 입을 열려는 것을 소장이 눈짓으로 제지하고는 이제 다시 이 같은 일이 있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어떻게 가만두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마 소장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일 것이지만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두부주임은 모욕감에 가슴이 답답해나며 목구멍에 가시가 걸려 뱉어낼래야 뱉어낼 수 없고 삼킬래야 삼킬 수도 없을 때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얘기는 결국 서령감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였고 서령감은 어느 날 두부주임이 차 수리하는 것을 거들던 중 몸은 비록 조주임과 가까이 있지만 마음만은 항상 두부주임을 향해있다며 자신의 심정을 고백했다. 

그에 두부주임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가타부타 말 한마디 없이 그저 시물시물 웃기만 할 뿐이였다. 

아니나 다를가, 그 날 이후로 서령감은 정말 조주임과 소원해지려고 작심한듯 종전처럼 주동적으로 앞마당에 나가 일하지도 않고 하루종일 보일러실에만 틀어박혀있었다. 해서 조주임은 무슨 일 있으면 절름거리며 뒤울안까지 가서 서령감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서령감은 조주임이 시키는 일 만큼은 군말 없이 잘했다. 닭 몇마리 돌보는 일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그 닭들은 서령감이 연구소에 취직하던 해 봄, 조주임이 얻어온 것이였다. 연구소 뒤울안에는 닭 몇마리가 아니라 양계장을 꾸려도 좋을 만큼 널직한 공터가 있었다. 거기에는 과거 숙직을 서던 장령감이 짬짬이 일구어놓은 터밭이 있었는데 장령감이 일을 관두고 나서도 조주임은 그 터밭에 파나 배추 따위 채소를 심어 가꾸었다. 그리고 거기에 닭 몇마리까지 가세하면서 제법 그럴듯한 전원풍경의 몰골을 갖추게 된 것. 틈만 나면 터밭에서 기음을 매지 않으면 땅을 고르고 터밭 여기저기서 닭들이 모이를 쫏느라 분주한 양이 보는 이들을 은근히 시골정취에 빠져들게 하였다. “저녁노을 잔잔한 채마전 한가운데 기음 매는 농군 따라 오리새끼 박박거리고…”라는 시구가 떠오르는 풍경이였다. 

그 터밭 덕에 점심 때면 식당 식탁에는 어김없이 싱싱한 야채수프나 야채무침이 오르곤 했다. 그것을 먹으면서 소장이 연구소가 시골과 도시 린접지역에 위치해있는 고로 상점과 채소시장이 없어서 고생이였는데 이젠 자체로 채소 뿐만 아니라 닭까지 쳐서 잡아먹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엉너리를 치면 아무도 그에 반박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다들 썩 달갑지 않은 눈치였다. 속으로는 그 터밭만 아니였어도 화식형편이 좀더 좋아질 수도 있겠건만 그 놈의 터밭 덕에 소장인 당신이야 글쎄 돈을 절약해서 좋겠지만 직원들 모두가 본의 아니게 소식素食주의자가 돼버리는 건 어떡하느냐는 거였다. 

한번은 누군가가 닭 두어마리 잡아서 화식 좀 개선하자고 장난조로 말했다가 퉁 맞은 일이 있었다. 

“조주임 명줄 같은 닭을 잡아먹었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자고! 한번은 글쎄 조주임이 수탉한테 손등을 쪼여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녀석을 한대 쥐여박을 생각조차 않더라니까.”

그 때 잠자코 듣고 있던 장회계가 불쑥 끼여들었다.

“어느 비 오던 날, 닭들이 널판자 아래 오구구 모여들어 비를 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널판자는 너무 작고 닭들은 많다 보니 암탉 한마리가 밖으로 밀려나게 되였더라구요. 근데 한참 만에 그 털빛 고운 수탉이 글쎄 널판자 밑에서 성큼 나오더니 밀려난 암탉한테 자리를 양보하고 자기는 고스란히 비를 맞고 서있는 거예요. 참, 어찌나 감동스러운지 정말이지 사람보다 낫구나 싶더라구요.”

“조주임보다는 낫네요!”

누군가가 그렇게 롱조로 말을 받았다. 물론 그것은 악의 없이 그저 웃자고 해본 소리였다. 그런데 또 한 녀직원이 불쑥 끼여들었다. 

“아니죠! 수탉이 암탉을 보호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죠. 그 암탉들 다 수탉의 처첩일 거잖아요! 장회계가 만약 조주임의 처첩이라면 역시 조주임의 보호를 받았을 거구요.”

“너야말로 조주임 처첩 아냐?! 그래서 저번에 조퇴했을 때 기록하지도 않았던 거고!”

그 쯤 되자 두 녀인은 잔뜩 독이 올라 서로를 노려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 무렵, 문 열고 들어서다가 잠자코 듣고 있던 두부주임이 입을 열었다.

“고만한 일로 두 사람이 아웅다웅할 게 뭡니까. 이 모든 게 결국 그 망할 놈의 수탉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처첩 여섯씩이나 거느리고 살면서 이건 엄연히 일부일처제에 위배되는 행위지 뭡니까. 참 재간도 좋지요. 글쎄 처첩 여섯씩이나 거느리고도 아무 탈 없다니 말입니다.”

두부주임이 짐짓 혀까지 끌끌 차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람들은 미처 그 말뜻을 가늠할 수 없어 어정쩡한 표정들을 하고 있었고 그렇게 실내에는 일순 침묵과 함께 어딘가 이상야릇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그 어색한 분위기가 싫었던 걸가, 아니면 좀 전에 자기가 한 말을 둘러맞추기 위함이였을가? 아무튼 두부주임이 침묵을 깨뜨렸다.

“수탉이 사람 쪼은 것도 누군가가 그 처첩을 건드려서 화났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자기 처첩을 건드리는데 어느 바보인들 가만있겠습니까!”

두부주임이 그렇게 얼버무리고 나간 뒤 아까 두 녀인이 가만 생각해보니 자기들까지 곁들어 수모를 당한 기분이였다. 화가 꼭두까지 치민 두 녀인은 워낙 조주임과의 관계가 그닥 좋지 않았음에도 그 길로 조주임을 찾아가 두부주임이 한 말에 식초, 양념 쳐가면서 전후사연을 설명했다. 그렇게 그 말은 결국 조주임은 색마라는 뜻으로 번져지게 되였다. 

평생을 수더분하게 살다가 퇴직을 앞두고 이런 얼토당토 않은 소리나 듣는다면 바보가 아닌 이상 가만있지는 못할 것이였다.

해서 두부주임과 조주임이 식당 장부를 맞추던 날, 일은 터지고야 말았다. 그 시절 장부에 약간 차질이 생기는 건 큰 문제가 아니였다. 하지만 조주임은 그 차질 생긴 장부를 근거로 두부주임을 맡은 바 일에 열중하지 않는다느니, 선배를 존중할 줄 모른다느니, 인격을 모욕한다느니 하며 혼쭐나게 닦아세웠다. 처음엔 어떻게든 해석을 해보려고 시도하다가 실패하여 다시 변명을 늘어놓던 두부주임은 아무래도 안되겠던지 미구에는 제 쪽에서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에 조주임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 소리를 질렀다. 비록 그 목소리는 두부주임보다 높지 못했지만 말 마디마디가 정곡을 찔렀고 빈말 한마디 없었다. 역시 구관이 명관이였다! 그 일로 소장 역시 두부주임을 단단히 꾸짖고 나서 조주임이 그렇게 한 것은 다 널 더 잘되라고 그런 거라고 타일렀다. 그에 상황파악을 잘하는 두부주임은 변명 한마디 안했지만 얼굴이 험상궂게 일그러지더니 자취를 감춘 지 오래 되였던 뾰루지까지 선명하게 드러나있었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두부주임이 조주임을 뼈에 사무치게 미워했다면 글쎄 좀 과장된 표현이겠지만 그 망할 놈의 수탉을 뼈에 사무치게 미워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였다. 

그런 내막을 감감 모르는 서령감은 매일같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어대며 머리를 수굿한 채, 식칼을 휘둘러 닭모이를 쪼아주곤 했는데 그 리듬감 있는 몸놀림으로 보아서는 아주 신명나 죽겠다는 투였다.

서령감이 하는 양을 말없이 지켜보던 두부주임의 두눈에 차츰 싸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누군가가 서령감한테 그 사건의 전말을 소상하게 얘기해주었고 그 날 이후로 서령감이 낮에 닭모이를 쪼아주는 모습은 다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서령감은 정말 눈치 9단이였다. 연구소 내 직원들이 누가 어떻고 어떻다는 것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는 어떤 사람에겐 얼마 만큼 잘해주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주 적절하게 장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해 겨울, 연구소에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숙직 서는 사람을 내보낸 고로 휴무일이나 설명절 때면 직원들이 륜번으로 당직을 서야 했던 터, 몇몇 특수부서를 제외한 3분의 2 정도의 직원들 모두 당직을 서야 했다. 춥고 더운 건 둘째 치고라도 그 큰 건물에 덩그러니 홀로 남아야 하는 당직을 누군들 서기 좋아하겠소만, 그보다는 무료하고 적적하다는 점이 제일 싫었던 것이다. 그러다 간혹 이상한 소리라도 들리면 덜컥 겁이 나서 속이 한줌 만해지고… 해서 녀직원들의 불만이 제일 많았다. 하지만 소장의 한마디에 다들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들 힘들더라도 좀만 극복하자구! 연구소에 경비가 없는데 별도리가 없지 않은가!”

처음 한동안 당직 서는 사람들은 그저 고스란히 앉아서 시간만 열심히 때웠다. 그러다 점심 때 쯤 되면 의례 서씨가 나타나서는 주전자를 들고 물 길러 오지 않으면 신문이나 빌려보자는 등 리유로 찾아와 은근슬쩍 수작을 걸다가 이윽고 지나가는 말처럼 고작 집 지키는 일인데 자기가 대신할 테니 이제 그만 집에 가라고 한다. 그러면 상대는 미안해서 연신 아니, 아니요를 련발하기 마련, 그러면 서령감은 뱁새눈을 슴벅이며 왜, 사람 믿지 못해 그러느냐며 아주 억울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고 그러면 상대는 손사래를 치며 그게 아니라 미안해서 그런다 하고 그러면 서령감은 사람 좋게 웃으면서 걱정 말고 가보라고. 당신 욕보이는 일 같은 건 절대 없을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한다. 그렇게 그 직원은 서령감의 미소 띤 얼굴을 뒤로 한 채 집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좀 세심한 사람들은 서령감이 모든 이들에게 일괄적으로 그렇게 잘해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챘다. 말하자면 서령감의 도움을 받았던 이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금방 서령감한테 일러주었고 반대로 도움을 받지 못한 이들은 심사가 뒤틀려 뒤에서 꼴에 권세에 빌붙는다고 험담이나 하기가 일쑤였다. 두부주임이야 물론 서령감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 중 하나였지만 겉으로는 서령감에게 아무런 의사표시 같은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름지기 소장보고 휴무일 당직 서는 일을 이제 그만 서령감에게 맡기자고 제안하면서 각 소조별로 10원씩 거둬서 서령감에게 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렇게 수차 설득한 결과, 소장도 마침내 그에 동의하고 말았다. 

이 같은 은덕은 서령감이 조주임과의 결별을 결심하고 두부주임한테 진일보 다가서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였다. 서령감의 식견머리로 글쎄 “시대의 흐름을 아는 자가 인물이다”라는 성구까지는 모른다 치더라도 막말로 “고기를 얻어먹지 못할 거면 비린내나 옮아다니지 말라.”는 리치 정도는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추운 겨울날이면 조주임은 닭장을 보일러실에 들여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조주임은 아침이면 제일 우렁차게 울어대던 수탉이 닭장 안에서 몸을 옹크린 채 옴짝 않는 것을 발견했다. 나무가지로 수탉을 적신적신 건드려보았지만 여전히 근근해있었다. 보일러실 내부 조명이 어두운 데다 시력도 안 좋다 보니 어찌된 영문인지 살펴볼 수도 없고 해서 닭장과 문 하나 사이 둔 안쪽에 대고 서령감을 불렀더니 서령감도 감감 대꾸가 없었다. 그래서 손전등을 켜들고 안으로 들어가 부스럭거렸지만 서령감은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상한 생각에 다시 돌아져 나와 손전등으로 비춰본즉, 볏이 거무죽죽하고 눈을 꼭 감은 수탉이 거기 누워있었던 것이다. 기겁한 조주임이 냉큼 손을 뻗어 수탉을 꺼내 보니 놈은 이미 싸늘한 시체로 굳어있었다. 

조주임은 한대 맞은 사람처럼 그렇게 오래동안 서있었다. 수탉을 받쳐든 두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천만금 재산 중에 털 달린 짐승만은 재산으로 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수탉의 죽음을 지극히 례사로운 일로 간주했다. 

유독 조주임만은 어떤 묵직한 것에 가슴을 짓눌린 것처럼 무시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혔으며 배속에 무언가 가득 들어찬 것처럼 무시로 꾸르륵꾸르륵 소리가 진동하곤 했다. 

죽은 수탉의 입가에 피가 묻어있는 것을 보고 조주임은 누군가 때려죽인 게 아니면 냅다 메쳐서 죽인 거라고, 틀림없이 서령감의 소행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래 봤자 겨우 닭 한마리가 아니냐는 대수롭잖은 눈치였고 일부에서는 차라리 잘됐다고 잘코사니를 부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데 일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한주 뒤, 닭 두마리가 또 죽었던 것이다. 

그 쯤 되자 대수롭잖게 생각하던 이들까지 더럭 겁이 났다. 설령 접때 수탉을 죽인 이가 서령감이라 하더라도 한마리를 죽였으면 됐지 계속해서 이런 불미스런 일을 저지른다는 건 사람이 인격적으로 문제 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한편 두부주임은 그 사건에 관해 자기가 서령감한테 직접 물어봤다면서 서령감은 족제비가 한 짓이라고 하던데 아무 증거 없이 사람을 모함하지 말자며 닭이 병들어 죽거나 족제비한테 물려 죽는 건 지극히 례사로운 일이라고 잘못되였다면 닭을 사람 자는 집안에 들인 것부터가 잘못된 게 아니냐고 이건 엄연한 인간차별이라며 서령감을 대신해 하소연했다. 듣고 보니 그 말 역시 일리 있는지라 사람들은 옳거니 그르거니 쟁론을 벌이다가 결국 서령감 역시 나름 말 못할 고초가 있겠지 하고 입을 모았다.    

어찌됐든 서령감은 조주임과는 그렇게 철저히 틀어졌고 두부주임과 부쩍 친해졌다. 

한편 조주임은 닭의 죽음보다는 사람 때문에 상심이 컸던 터, 난생처음 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가슴이 답답하고 등골이 다 오싹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눈길에 미끌어 넘어진 뒤로는 그것을 핑게로 출근하지 않았다. 몇몇 연구소 령도들이 병문안 갔을 때, 조주임은 30여년을 하루같이 일했고 이제 1년만 있으면 퇴직하게 되는데 먼저 내부퇴직을 하고 싶다면서 월급이나 복리 모두 관례 대로 하고 때가 되면 퇴직수속을 밟겠노라고 했다. 그만한 요구를 들어주지 못할 리유가 없었던 터, 소장은 좀 만류하는 척하다가 결국 그 요구를 수락했다. 

헤여질 무렵, 조주임은 식당에 일러서 남은 닭들을 잡아 직원들한테 대접하라고 했다. 그리고 그 닭들은 사실 퇴직할 때 기념물 삼아 남겨둘 생각이였는데… 하면서 말끝을 흐렸다. 그에 사람들은 비로소 무언가 깨닫는 바가 있어 가슴이 먹먹해졌다. 

식당 료리사가 자기 손으로는 닭을 잡지 못하겠다고 나눕는 바람에 닭을 붙잡아오는 일에서부터 닭 모가지 비트는 일까지 서령감 혼자서 해야 했다. 식칼이 언뜰하더니 닭 모가지에서 시뻘건 피가 솟구쳤고 그렇게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잠간 사이에 후딱 해치워서 사람들의 찬사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반사발 정도 받은 닭피는 아무도 요구하는 사람이 없어서 서령감이 보일러실에 갖고 가서 맛있게 끓여먹었다. 입가 가득 피가 게발린 그 모습은 《흡혈귀2》에서 나오는 흡혈박쥐를 보는 것 같았다. 언제 왔는지 저편에서 서령감의 뒤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두부주임은 한참 만에야 자기가 지금 왜 여기 와있는지를 상기하고는 인기척을 했다. 

때는 두부주임이 조주임을 대신해 주임으로 승차한 뒤였다.

그런데 조주임과는 달리 두주임은 직원들과의 관계가 아주 좋았던 터, 일부 사무적인 일들은 오히려 규정 대로 처리할 수 없어서 난감했다. 이를테면 누가 지각하거나 휴가를 내거나 또는 조퇴하는 등 문제들을 규정 대로 처리하자니 너무 난처했던 것이다. 누군가 찾아와서 누구는 언제 조퇴했소, 누군 지각했소 하며 일일이 따지고 들 때는 정말 머리가 터질 지경이였다. 해서 아예 그런 일은 상관하지 않기로, 보고도 못 본 척하기로 했다. 

그러다 년말이 되여 선진일군을 선출하게 되자 소장이 두주임보고 출퇴근기록부를 가져오라고 했다. 이왕 같았으면 조주임이 그 기록부만 척 내놓으면 다들 아무 의견이 없었을 것이지만 지금은 기록부에 아무런 기록도 없으니 누가 열심히 출근했고 누가 태만했는지 아무런 근거가 없으니 이를 어찌한단 말인가. 게다가 아무도 물러설 념을 않고 서로 자기가 선진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다 나니 선거는 란장판이 되고 말았다.

소장이 붉으락푸르락하여 고개를 푹 떨군 채 입 닥치고 있는 두주임을 노려보다 말고 버럭 소리질렀다.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러자 두주임은 기다렸다는듯 소장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소장님, 우리 차라리 선진일군 장려제도를 취소하고 말죠!”

그에 소장이 멍한 표정으로 이쪽을 마주보고만 있자니 두주임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야말로 일거량득일 거잖아요. 우리 연구소 지출도 줄이고 직원들 간에 경쟁할 일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직원들끼리 맨날 경쟁을 해봤자 각자 업무실력은 다 비슷하고 한데 절대적으로 누군 잘했고 누군 못했다고 평가한다는 게 어디 말처럼 그리 쉬운 일도 아니고 말입니다.”

소장이 가만 생각해보니 그럴 법도 한 얘긴지라 직원들의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이런저런 리유를 들어가며 한사코 동의하지 않았다. 그에 두주임이 그럼 직원들 골고루 돌아가며 그러니까 진급을 눈앞에 두었거나 상을 타게 될 직원들을 우선순으로 하고 다음은 선진에 당선되지 못한 직원들 순으로 돌아가면서 선진이 되는 건 어떠냐고 했다. 

그 제안에는 찬성, 반대가 반반이였던 터, 소장이 그럼 거수표결로 결정하자고 했다. 결과적으로 두주임이 내놓은 방법이 비록 정당하지는 못하지만 누구나 다 선진에 당선될 기회가 있었으므로 해마다 몇몇 직원들한테만 기회가 돌아가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에 그 제안은 결국 통과되였다. 

그번 선거가 끝나자 두주임은 이제 더 이상 로동질서를 책임지지 못하겠다고 나누웠다. 소장이 그 까닭을 뻔히 알면서도 짐짓 왜냐고 물었더니 두주임은 그저 죽어라 도리질만 해댈 뿐이였다.

그 뒤로 사람들은 아침시간에는 복도에 서있다가 오후에는 각 부서 사무실에 불쑥불쑥 나타나곤 하는 소장을 종종 보게 되였고 직원들 모두 그 까닭을 너무 잘 알고 있었던 터, 멋대로 지각, 조퇴하는 일도 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소장의 감독방식은 조주임과는 전연 달라서 정말 예측불허였다. 조주임은 매일마다 감독했던 데 반해 소장은 며칠 가다 한번씩, 아무 예고 없이 불쑥 나타나곤 했던 것이다. 어떤 때는 분명 회의하러 갔다가도 퇴근 무렵에 불쑥 얼굴을 들이밀 때도 있었고 해서 그런 날 멋대로 자리를 비운 사람은 재수에 옴 붙은 날이였다. 

그런 일이 루차 반복되자 사람들은 차츰 겁을 집어먹었고 정말 휴가를 내야 할 일이 있더라도 소장한테 청시할 념을 못했다. 월급 몇푼 깎이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소장의 눈에 나기라도 할가봐 저어되였던 것이다. 다해봤자 스물 남짓 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단체라지만 여타 큰 기관단체와 다를 바 없이 승직, 진급, 직함 따위를 통과하려면 우선 상급령도와의 관계부터 잘 처신해야 했으므로 괜한 일로 큰일을 그르치고 싶진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몇참 안 가서 지각, 조퇴 현상은 거의 근절되였고 직원들 모두 전에 없이 자각적으로 로동질서를 잘 지켰다.  

다시 월말이 림박했고 결산을 마친 두주임은 소장을 찾아가 식당 재정 보조금을 달라고 했다. 그에 소장은 무척 당황한 모양, 한동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허둥대는 것이였다. 사실 오래 전부터 소장에게는 누군가 돈 얘기만 꺼내면 어쩔 바를 모르고 쩔쩔 매는 버릇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때는 이태 째 직원 로동보험금도 발급하지 못하고 난방비도 수년이 지나도록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던 무렵이였다. 게다가 홀몸인 녀직원은 난방비를 대주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내왔던 터, 몇몇 리혼한 녀직원들은 성차별을 한다며 남녀평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런데 까놓고 말해서 이 연구소와 같은 작은 단체들이 재정난에 쪼들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겨울철 보일러 때는 석탄마저도 마음껏 들여오지 못하고 아껴 때야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소장은 서령감을 볼 때마다 석탄 좀 아껴 때라고 당부했고 서령감이 아껴 때느라 하면 사람들은 춥다고 아우성치며 서령감을 탓하기 일쑤였다. 해서 처음엔 묵묵부답, 그저 헤헤 웃어넘기던 서령감도 여기저기서 핀잔을 너무 듣고 나니 더 이상 못 참겠던 모양, 한번은 불만을 토로하고야 말았다.

“에라, 못해먹겠네. 이 짓거리 집어치우면 차라리 방구라도 시원하게 뀌지. 이거라구야 원, 방구 한번 속시원히 못 뀌고 맨날 뀔락말락 뉘 눈치만 살피다 말게 생겼으니.”

그에 사람들이 거참 적절한 표현이라며 배를 끌어안고 웃으면 서령감은 못 알아먹을 소리를 한 것도 아니고 그게 뭐가 그리 웃긴다는 건지 모르겠다는듯 머룩머룩 사람들 얼굴만 쳐다보곤 했다. 

애초부터 식당의 모든 지출은 줄곧 재정보조금으로 충당해온, 말하자면 직원들에 한한 일종 복리인 셈이였다. 재정형편이 넉넉한 단체라면 글쎄 있으나마나한 액수겠지만 이 연구소 같은 소규모 단체로 놓고 보면 식당에 들어가는 비용도 사실 적지 않은 지출이였다. 스무명 남짓이 식사하는데 한끼에 료리 한가지, 국 한가지 표준으로 치더라도 매달 천원 남짓 되는 액수였으니. 게다가 료리사 월급까지 꼬박꼬박 지급해야 했으니 어려울 수 밖에 없는 일! 어쩌면 조주임 같은 비교상대만 없었더라도 그 정도로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어쩜 소장은 영화 《백모녀》에 나오는 악덕지주 황세인 비슷한 존재였다. 조목조목 상세하게 기록한 장부를 한참이고 들여다보던 소장이 이윽고 탁 소리나게 장부책을 덮어버리면서 말했다.

“조주임이 있을 땐 왜 항상 여유가 있었는데 자네 손에 가선 왜 항상 모자라기만 한 거지?” 

그 말에 두주임은 폭탄이라도 맞은듯 한동안 귀가 먹먹해지며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책상에 마주앉은 그는 와락와락 주산알을 미친듯이 튕겨댔다. 저편에 앉아있던 출납이 눈치껏 밖으로 나가면서 10원짜리 한장을 두주임 책상 우에 올려놓더니 장회계가 반날 휴가를 맡으면서 내고 간 돈이라고 했다. 순간,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손동작을 멈추던 두주임이 그 지페를 움켜쥐고 곧장 소장을 찾아갔다. 

“전에 조주임 때는 지각이나 조퇴, 또는 휴가를 내면 월급에서 깎아낸 돈을 전부 식당화식 비용으로 충당했지만 지금은 그 수입이 전무한 상태잖습니까!”

그 말에 소장은 웃도 울도 못하고 있다가 곰곰 생각해보니 일리가 있는 것도 같았다. 직원들이 지각, 조퇴하지 않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식당 화식비용이 모자란다는 건 참으로 골치 아픈 일이다. 그런다고 직원들한테 지각, 조퇴를 선동할 순 없는 일! 

아무래도 재정보조금을 내놓기 싫었던 소장은 두주임보고 직원들로부터 화식비용을 거두자고 부추겼다. 그러자 두주임이 펄쩍 뛰면서 이제껏 무상이다가 이제 와서 돈 내라면 자기만 죽일 놈이 될 게 아니냐고 했다. 

그에 소장은 아무튼 재정보조금은 한푼도 건드리지 못하니 그리 알라고 잘라 말했다. 

그 쯤 되자 두주임은 마지못해 화식비용을 거두어야 했다. 무상일 때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돈소리가 나오자 그것은 개인의 리익과 직접 관계되는 일이였으므로 지식인의 본새가 금방 드러났다. 저마다 불평조로 툴툴거리는 품이 누가 봤으면 몇십원이 아니라 수백, 수천원을 내놓으라고 하는 줄로 알았을 것이였다. 

한편으로 사람들은 두주임이 절약할 줄 모른다는 둥, 과거 조주임이 있을 때는 매일 인원수를 확인한 뒤 인원수에 맞게 쌀을 저울에 떠서 안치곤 했는데 지금은 뭐든 눈대중으로 하다 보니 언제 봐도 음식이 남지 않으면 모자라곤 한다는 둥, 또 두주임은 료리사보고 묵은 밥이나 반찬을 이튿날 그대로 올리게 한다며 묵은 음식은 인체에 좋지 않아 자칫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둥, 서령감이 나올 때면 일부러 밥을 넉넉히 안치게 했다가 서령감을 먹인다는 둥, 요즘 들어 식당 화식은 점점 말이 아닌데 돈은 점점 모자란다 하니 그럼 그 돈은 대체 어딜 간 거냐는 둥… 아무튼 별별 못하는 소리가 없었다. 

그 뒤공론은 어김없이 두주임 귀에까지 들어갔을 터, 그 며칠 동안 두주임은 황달에 걸린 사람처럼 누르께한 얼굴에 잠 못 잔 사람처럼 부스스한 게 탈망살이에 빠진 사람 같았다. 

조주임이 아닌 이상 조주임 방식으로 돈을 얻어올 수는 없는 일. 한동안 골머리를 앓는듯 싶던 두주임은 미구엔 뒤울안의 공터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며칠 뒤, 그 공터의 절반에 작은 창고까지 곁들여 임대 주기로 결정되였다. 합의서를 체결하던 날, 연구소에서는 여태 밀렸던 직원들의 난방비와 로동보험비를 한꺼번에 지불했다. 그에 무척 흡족해진 소장은 두주임을 창의적인 신형 인재라며 엄지를 내들었다. 

다시 겨울이 오고 서령감이 출근해보니 그렇게 널직하던 뒤울안이 절반이나 뭉청 잘려져나가고 그것마저 보기 흉한 철제란간으로 분단돼있었다. 란간 저쪽에서는 털빛이 시커먼 개 한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었다. 그 개를 보고 있노라니 서령감은 자기도 개 한마리 있었으면 싶었다. 

그리고 며칠 뒤 서령감네 마을 사람이 경운기를 툴툴거리며 개 한마리를 실어왔다. 

누런 털빛의 그 개는 평범한 당지 똥개였는데 털빛이 눈부실 정도로 하르르하고 몸매가 늘씬했으며 눈과 코는 마치 황금조각상에 박힌 흑마노처럼 윤기 반들반들한 게 례사 똥개들보다는 뭐가 달라도 달라보였다. 무엇보다 누렁이는 눈치 빠르고 령리해서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놈은 앞쪽 건물을 드나드는 사람들 모두 자기네 식구라는 것을 알고 있기라도 한듯 누군가 창문으로 이쪽을 내다보면 이쪽저쪽 신나게 뛰여다니며 재롱을 부리곤 했다.

그러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눈 덮인 뒤울안을 이리저리 뛰여다니는 놈은 마치 온통 은백색 세계를 굴러다니는 황금빛 요정처럼 생기 넘치고 눈뿌리가 즐거워졌다.

그 누렁이를 가장 애지중지하는 사람은 다름아닌 두주임이였다. 어느 눈 내리던 저녁, 서령감이 잠잘 채비를 하다가 밖에서 개 짖는 소리와 자기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에 시계를 쳐다보니 8시가 넘은 시각이였다. 이 시간에 누구지? 하며 옷을 걸치고 나갔는데 철대문 저쪽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뒤따라오던 누렁이가 금세 짖음을 멈추더니 애교를 부리듯 끼잉~ 끄응~ 하며 간드라진 소리를 뽑아내는 것이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두주임이였다. 문을 열어주면서 이 늦은 시간에 웬 일이냐고 물었더니 말없이 들어서던 두주임이 그 주위를 뱅뱅 맴도는 누렁이를 툭툭 치면서 그릇 하나 내놓으라고 했다.

보일러실에 들어가서 세수대야를 두주임 앞에 내밀었더니 두주임이 손에 들고 있던 비닐주머니에 든 내용물을 와르르 쏟아부었다. 실내에는 대뜸 료리냄새가 진동했고 반대야 남짓 되는 그 음식물을 보면서 서령감은 다른 그릇을 내놓을 걸 하고 후회스러웠다. 그 세수대야는 접때 마누라가 엉덩이를 씻었던 건데… 그런 생각을 굴리는 중, 두주임은 벌써 문 열고 바깥에서 낑낑거리는 누렁이를 불러들였다. 벌써부터 냄새를 맡은 누렁이는 냉큼 달려들어 게걸스레 먹어대는 품이 세수대야 채 통채로 먹어버리지 못하는 게 한스러운 모양이였다. 

“그러다 체할라. 천천히 먹어, 천천히.”

두주임이 흐뭇한 눈길로 누렁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정경을 지켜보다 말고 서령감은 까닭 없이 속이 알알해나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니미 젠장할.”

누렁이는 대야를 다시 씻을 필요도 없게 아주 깨끗이 먹어치웠다. 그에 두주임이 누렁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허, 이 놈이 령감님보다 더 깔끔한걸요.”

그 말에 서령감은 그저 헤헤 하고 헤식게 웃어넘기고 말았다. 

누렁이는 서령감이 시샘할 정도로 두주임을 끔찍하게 따랐다. 해서 서령감은 오다가다 툭하면 누렁이를 발길질하곤 했는데 그것도 저녁이면 더 시름놓고 걷어차곤 했다. 개우리는 전에 조주임이 닭장을 세워놓았던 자리에 만들어놓았는데 그것도 두주임이 손수 만든 것으로 안에는 두툼한 솜을 깔고 그 우에 접때 말썽이던 그 현수막을 담요로 깔아두어서 누렁이가 그 우에 척 드러누우면 얼핏 봐선 시뻘건 피못에 드러누운 것 같았다. 해서 서령감도 오다가다 몇번이고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십여년 전부터 불면증에 시달려온 서령감은 잠잘 때 무슨 인기척이나 미세한 소리가 들려도 머리 속에 사발시계가 들어있는 것처럼 재깍거려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조주임이 있을 때는 닭들 때문에 고생이였는데 지금은 또 누렁이가 있어서 머리 밖에까지 사발시계 하나 있는 셈이라, 머리 안팎에서 쉼없이 재깍거리는 시계소리에 시달려 서령감은 두눈이 아주 등잔처럼 퀭해져있었다.

그 날도 잠 못 이루고 궁싯거리던 서령감은 화김에 습관처럼 누렁이를 걷어찼다. 까닭 없이 얻어맞은 놈이 끼잉끼잉 애처롭게 울며 꼬리를 사타구니에 가둬붙인 채 튕겨나가자 서령감은 기다렸던듯 이내 문을 닫아걸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몇참 안 지나 이번에는 바깥에서 문 허비는 소리가 온갖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것이였다. 그동안 따스한 보일러실에서 잘버릇한 놈을 이제 다시 살을 에는 밤추위에 석탄더미에서 자라고 내쫓는다고 먹혀들 리 없었던 것이다. 이윽고 씩씩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선 서령감은 부지깽이를 집어들고 벌컥 문을 열고는 누렁이를 향해…

이튿날, 누렁이가 다리를 심하게 저는 것을 본 사람들은 서령감을 너무 잔인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다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순 없었던 모양, 서령감을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그중에서도 가장 격분한 두주임은 서령감 면전에 얼굴을 바투 들이대며 소리소리 질러댔다. 그 서슬에 어마지두 놀란 서령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눈만 살아서 머룩거릴 뿐이였다. 겨우 개 한마리 때문에 왜들 이렇게 란리법석인지 아무래도 모르겠다는 것이였다. 하면 나 서모모가 개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나중에 일이지만 “당신들 눈엔 개가 무엇으로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내 눈에 개는 그냥 개고기일 뿐이다.”라는 게 서령감의 지론이였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또한 틀린 말은 아니였다. 장자도 왜 “세상 어디든 도道가 없는 곳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동한 사상, 생존환경에 따라 생명의 의의도 각자 부동하기 마련. 과학연구소 직원들 눈에 비친 개는 소중한 생명이요, 존중이 필요한 존재일 수도 있겠지만 서령감 눈에 비친 개는 그냥 배를 불리기 위한 고기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는 것. 그러니까 백정의 눈에 비친 돼지는 사지를 다 떠놓은 돼지고기일 뿐이요, 말 또한 사지를 떠놓은 말고기에 불과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이는 커피로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리치일 것이다. 그런데 연구소 직원들은 이 같은 차이를 홀시하고 있었다. 이는 자칫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그들의 실책이였다. 그리고 분명한 건 사람들은 지금 서령감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였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며칠 뒤, 출납이 누렁이한테 고기뼈다구를 주려고 창문을 열고 누렁이를 찾다가 갑자기 누렁이를 무어라 불렀으면 좋을지 궁리가 나지 않아서 망설이던 중, 새삼 서령감의 그 개고기리론이 떠올라서 “개고기야, 개고기!” 라고 불러보았다. 그러나 누렁이는 움쩍도 하지 않았고 해서 출납은 다시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다가 아무래도 서령감을 불러내야겠지 싶어서 “서령감, 일루 와봐요!”라고 소리쳤다. 그런데 서령감이란 소리가 떨어지기 바쁘게 누렁이가 쫑드르 이쪽으로 뛰여오는 것이였다. 그에 장난기가 발동한 출납은 동료들보고 누렁이가 ‘서령감’이라고 불러주면 좋아하더라고 했다. 그렇게 그냥 장난으로 해본 소리였는데 후일 누렁이한테 먹거리를 던져줄 때면 사람들 모두 습관처럼 “서령감, 일루 와!”라고 부르게 되였다.  

한편 사람들이 부르는 ‘서령감’이 자기가 아닌 누렁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을 때, 서령감은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이렇게 모욕해도 좋은가? 그런 생각이 들자 그동안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서러운 감정들이 욱 하고 치밀면서 과거 극력 억제해왔던 욕지거리들이 우르르 목구멍으로 튕겨나오는 것이였다. 그리고 누렁이를 노려보는 눈빛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독기와 싸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그에 사람들은 서령감이 요즘 들어 너무 생소해졌다고, 너무 생소해서 과거 그 공손하고 친절하던 모습들 다 꾸민 게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서령감은 누렁이가 한창 단잠에 빠져있을 때, 보일러탱크 문을 열어젖히고 부지깽이로 불을 뒤적거려서는 누렁이 몸에 불꽃이 옮아붙게 한다던가 등 갖은 방법을 다해 누렁이를 괴롭혔다. 그러다 한번은 이글거리는 석탄덩어리가 통채로 누렁이 몸에 떨어지는 바람에 누렁이가 새된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튕겨나가 밤새 낑낑 신음한 적도 있었다.

누렁이 몸에 커다란 화상 자국이 생긴 것을 본 사람들은 또 서령감을 한바탕 비난했지만 그런 비난 따위는 이제 서령감에게 씨도 먹혀들지 않았다. 내 개를 내가 어떻게 하든 너희가 무슨 상관이냐, 무슨 생명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따위 개방구 같은 소린 됐다고 해라는 투였다. 그렇게 서령감은 누렁이 문제에서 자신의 완고불변의 개성을 여실히 과시해보였다. 그러던 하루는 누군가가 개가 그리 싫으면 팔아버리면 그만 아니냐고, 말 못하는 짐승을 그렇게 괴롭혀선 뭐 하느냐고 넌지시 뚱겨주었다. 

그 말에 서령감은 크게 깨도되는 바가 있어 힘껏 머리를 끄덕였다. 돌이켜보면 지난 며칠 동안, 누렁이는 서령감에게 정말 악몽 같은 존재였다. 놈 때문에 맘 편히 잘 수 없었을 뿐더러 여러 직원들과의 관계마저 껄끄럽게 되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서령감은 맞은편에 있는 식당을 찾아갔다. 

서령감이 누렁이를 팔아버릴 거라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 모두 서령감에게 그런 제안을 해준 사람을 질책했다. 그에 그 사람은 자기도 얼결에 해본 소린데, 정말 그럴 줄은 몰랐다며 이젠 정말 영낙없는 개고기가 되였구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소식을 들은 두주임이 서령감을 찾아가서 누렁이를 팔겠으면 자기한테 팔라고 했다. 그에 서령감이 두주임이 사겠다면 그저 드리겠노라고 하자 두주임은 자기가 사서 그냥 보일러실에서 기를 거라고, 대신 다시는 누렁이를 괴롭히지 말라고 했다. 

그에 두주임을 멀거니 바라보고 섰던 서령감은 불현듯 울컥 화가 치밀며 얼굴근육이 심하게 구겨지는가 싶더니 울 때보다 더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로 입귀를 실룩거리며 말했다.

“두주임이 가져다 기르겠다면 그냥 드리고 아니면 식당에 팔 겁니더.”

그것은 두주임도 미처 예상치 못했던 바, 참으로 주책머리 없고 귀찮은 령감탱이였다. 

“내게 팔지 않을 거면 팔 생각일랑 아예 하지 마시고 내가 팔지 못하게 할 거니까!”

그렇게 한마디 내뱉고 자리를 뜬 두주임은 곧장 식당 사장을 찾아갔다. 식당 사장은 머리가 아주 잘 돌아가는 사람으로 두주임의 비위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자칫 연구소 손님들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서령감이 다시 찾아오자 그는 두주임이 다녀갔다는 얘기를 그대로 전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쯤에서 두주임에 대한 울분은 과거 그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그렇게 여태 마음속 깊이 억누르고만 있던 울화는 마침내 이글거리는 불길로 타번지기 시작했고 그 불길은 갈수록 점점 세차게 타올랐다. 

사실 서령감은 성격이 꽤 거친 사람이였다. 걸핏하면 마누라며 아이들한테 손찌검질 하는가 하면 촌민들하고도 쩍하면 치고 박고 해서 마을 사람들 모두 서령감이라면 멀찌감치 피해다녔다. 지금 심정 같았으면 정말이지, 한바탕 치고 박고 싸우고 싶은 서령감이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때마침 보일러가 고장났다. 

몸소 뒤울안에 찾아온 소장이 서령감 보고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지만 서령감은 횡설수설하기만 할 뿐, 반나절이 지나도록 그 명백한 리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초조해난 소장이 당신 뭐 해먹고 사는 인간이냐고 버럭 화를 냈다. 사실 서령감으로서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냥 한잠 자고 일어나 보니 그리 된 걸 어쩌란 말인가? 그런다고 곧이곧대로 한잠 자고 일어났더니 그리 됐더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 그런데 소장한테까지 욕을 얻어먹고 나니 속이 부글거려서 도저히 못 견딜 것 같았다. 누르고 눌렀던 울화가 이젠 딸꾹질처럼 목구멍까지 올라와 부글거려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한편 보일러가 고장나면 수리비가 들어야 할 것이였으므로 사실 소장도 화가 날 만도 했다. 다만 소장은 화김에 서령감의 립장을 홀시했던 것이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모양, 서령감이 불쑥 내뱉었다. 

“그래요, 저 개보다도 못한 인간입니더!”

그 무렵, 서령감의 울분은 극에 달해있었다. 

그 날 밤 꿈에 서령감은 바닥 가득 흥건히 고여있는 자기 피를 보았다.

난방기가 이제 막 끝나가고 있던 어느 날 오후, 두주임이 사람 몇명 대동하고 뒤울안으로 왔다. 그 사람들은 측량기구로 여기저기 재보기도 하고 도면도 그리고 하더니 마지막으로 보일러실까지 둘러보는 것이였다. 잠자코 구경만 하다 말고 서령감이 두주임보고 무얼 하는 거냐고 묻자 두주임이 심드렁한 투로 말했다. 

“우리도 더 이상 보일러 땔 일 없게 됐시유. 이젠 집중난방을 한답니다.”

비로소 서령감은 보일러 개조란 보일러를 개조하는 게 아니라 자기를 개조해버린다는 뜻이였음을 알 수 있었다. 홀연 무언가가 가슴을 마구 휘저어놓는듯한 느낌과 함께 눈앞이 서리가 내린 것처럼 흐릿해졌다. 그렇게 사람들이 손짓발짓하는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고만 있노라니 어느 순간 귀가 먹먹해지는가 싶더니 더 이상 귀에 들리는 것도, 눈에 보이는 것도 없었다. 다만 저만치서 신나게 뛰여다니는 누렁이가 어슴푸레 보일 뿐이였다. 그런데 신나게 뛰여다니던 놈이 홀연 이쪽을 돌아보고 씨물씨물 웃는 것이였다! 어라, 저 놈이 시방 웃었어!

서령감은 곧추 식당을 찾아가 식칼과 바줄을 빌려왔다. 

그리고 뒤울안에 말뚝 하나 세우고 거기에 쇠갈고리를 걸어놓고 그렇게 자기의 일솜씨를 남김없이 발휘해보일 모든 준비작업을 마쳤다. 

그리고 그 날 오후, 뒤울안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개 비명소리와 공포에 질린 사람들의 눈길 속에서 서령감은 목 매달고 껍질을 벗기는 등 일련의 도살과정을 일매지게 마무리했다. 시뻘건 피가 하얀 눈을 빨갛게 물들였고 서령감의 두눈도 몸서리쳐질 정도로 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김견 옮김)

출처:<장백산>2019제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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