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국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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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2012년 07월 31일 16시 43분  조회:927  추천:0  작성자: 최고관리자
우리 민족 구전민요중에는 파랑새란 민요가 있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이 민요는 동학농민운동의 주동자인  녹두장군 전봉준의 실패를 한탄하고 민중의 실망을 우의적(愚意的)으로 나타낸 민요로 알려지고있다. 이 민요는 선률이 애수적이고 아주 비탄적이라 할 정도로 쓸쓸하게 흐르는데 민요를 부르노라면 파랑새와 청포장수간의 상관관례를 제일 먼저 떠올리고 파랑새를 녹두밭에 앉지 못하게 하려면 허수아비를 세워야 한다는 련상법칙도 작용하게 된다. 허수아비를 세워 녹두밭을 기습하는 파랑새를 막고 청포장수를 울리지 말아야 한다는 걱정스러움에 허수아비를 련상한다는 말이 되겠다. 이만치 우리들은 곡식밭을 덮치는 새떼를 보면 새들의 담을 희롱하기엔 족할 허수아비를 상상하게 된다. 술상에서 저가락장단에 맞추어 새타령을 열창하다가도 다음날 허수아비를 세워 새를 희롱하는 우리 민족이다.아이러니같지만  우리 민족의 넉넉한 민속문화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허수아비란 짚으로 사람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논이나 밭 같은데 새를 쫓기 위해서 세워 놓는것을 말하는데 지금도 시골의 전야에서 흔히 볼수 있다. 몇년전 필자가 프포라이터로 량수진에 가서 멧돼지들에 의한 농작물피해를 현장조사했는데 당시 옥수수밭머리에 세워 놓았던 수많은 허수아비를 보고 서글프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헌옷으로 대충 만든 지저분한 허수아비가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는 현대의 메돼지에게 먹혀들겠냐 해서다.

하지만 문화적, 민속적인 측면에서 다시 보면 허수아비는 한낟 추레한 허수아비라고 심상하게 스쳐지날수 없을만치 소속감이 뚜렸하고 존재가치를 자랑한다.허수아비에 관한 설화, 야담은 지금도 푸르게 살아있다.허수아비는 헛거(거짓말)라는 뜻의 허와 아버지의 낮춤말인 아비가 합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는것이 정설이다.하지만 야담을 소급해보면 가설일지라도 신라시대로 올라가리만치 문화적인 가치를 자랑한다.  통일신라가 후삼국으로 나뉘어지기전 혼란이 계속 되였고 귀족들의 폭압으로 하층민들의 삶은 궁핍해진다. 이 시기에 어느 시골에 가난한 부녀가 있었다. 그 딸의 이름은 허수이고 허수의 아버지는 술주정뱅이인데다가 새를 너무 좋아했다. 새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허수가 곡식을 얻어오면 그것을 새 먹이 주는데 써버렸다. 하지만 집안사정은 여이치 못하고 세를  못내고 빚지게 되였다. 그리하여 어느 날엔가는 신라병정들에게 빚 대신 허수가 잡혀간다. 허수의 아버지는 울분을 토하며 새장을 바라보다가 새장을 열어 새를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새는 도망치고 허수의 아버지는 새를 쫓으면서 논밭에서 허수야 …허수야 …하면서 새를 쫓았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허수의 아버지를 허수아비라고 하였고  새를 쫓는다고해서 논에 허수아비인형을 세우게 되였다는 야담이다. 권선징악으로 일관된 우리민족의 야담이거나 설화에 비해 스토리가 끝까지 서글프다.

이런 야담과 설화가 있는 허수아비라 허수아비란 아동전용놀이도 있었는데 현재는 민속으로 분류할만치 허수아비문화로 자리잡고있다  어렸을 때 필자도 많이 놀았던 놀인데 먼저. 가위, 바위, 보로 술래를 정한다.  술래가 눈을 가리우고 팔을 벌린채 허수아비처럼 선다. 이때 놀이군들은 술래곁에 나가가서 별이별 해괴한 장난을 다 부리지만 눈을 가린 호수아비는 보지 못한다. 이러다가 허수아비에게 몸 어느 부위를 다치면 다시 원래의 허수아비는 술래에서 풀려나고  잡힌 아이가 허수아비가 되여 놀이를 지속한다.《멧마당(탈곡장)》에서 해가 서산너머로 사라지는줄 모르고 허수아비놀이를 하다가 서구밖에 나와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던 어머니의 그 부름소리가 지금도 환청같이 들린다.

따지고 보면 허수아비는 새를 쫓아야 한다는 인간들의 념원을 대신하는 표상물일뿐 담약한 새도 쫓지 못하고있다. 인간들과 생존을 함께 하면서 생존법을 배운 새들도 진화를 거듭하고 먹이를 찾는 활동에서 허수아비에 제동장치가 없다는것을 알고있다. 이제는 허수아비우에 앉아 재잘거리면서 즐기고있다. 어쩌면 허수아비도 제구실을 한다는 속담도 이제 색이 바랬는지도 모른다.인간들은 이제 먹거리가 풍성해지면서 가각했던 인심에서 벗어나 새들따위가 농작물을 해치는것에 관용을 보이고있고 공존을 약속하는 시점까지 직진했다. 원두막과 나란히 밭가운데서 빈소매자락을 펄럭거리던 허수아비의 존재는 농경문화의 한쪼각의 아름다운 풍경일뿐, 이제는 허수아비의 물리적인 작용은 무시되고있다. 

 하지만 다냥한 가을 해볕이 내려 앉아 재글거리는 황금들녁에는 온갖 새들이 속삭이고 그 속에 청승맞게 서 있는 허수아비가 이제 관광객을 부르는 시골특유한 문화가 될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문화속에서 경제를 찾으라는 말은 허수아비같은 문화적인 존재를 두고 유효한 말이다.

허수아비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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