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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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함에 부쳐
2016년 06월 15일 20시 18분  조회:3567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고요함에 부쳐
 
                                                    최 균 선
 
    당신은 고요속에 자신마저 잃고 오래 취해본적이 있는가? 없다면 한번쯤은 일상의 번거로움을 벗어놓고 자기만의 고요함을 찾아보시라
   고요함은 일종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이다. 두메산골 밤하늘에서 조용히 구름속을 헤염치는 초순달이라든가 풀벌레 우는 소리와 산새의 여린 날개짓 소리와 딱따구리가 벌레를 쫏는 소리만이 생명이 존재하고있음을 알리는듯한 깊은 숲속이나 잔잔한 물결이 기슭을 치는 바다가의 안침진 곳이나 푸른빛이 아득한 초원을 스치는 미풍이나 모두 그 무엇으로도 바꿀수 없는 고요함의 극치이다.
    그래서 “사막에 외로운 연기 곧추 피여오르고 서산에 지는 해 장하에 잠기는” 경관이 옛시인을 사로잡은것이 아니랴. 고요함은 말그대로 요원함과 청정함과 이어지고 사색의 요람으로 통한다. 거기에서 바로 천연적인 독립성을 계몽해주는 훌륭한 선생이 묵묵히 기다린다.
    물론 질풍노도 역시 자연경관의 일종이다. 그러나 장쾌한 그 속에는 불안과 파괴가 앞서 달리고있다. 공리주의가 댄스를 추고 사람마다 쾌락에 심혼이 들떠있는 감각지상주의시대에 고요함을 거론하면 이빠진 늙은이가 고뿔을 앓는 소리로 들을 사람도 많을줄 안다.
    겨울해는 식었다고 원망하면서도 한껏 쪼이려 하고 한여름의 해는 너무 이글거린다고 탓하면서 그늘로 가리려 하는데 우리 인간들의 감각이다. 너무 떠들썩하면 소음으로 느끼고 너무 고요하면 적막감을 느끼는게 인간심사다. 그래서 고요함은 누군가의 꿈이 아니면 일종의 심리경지가 되는것이다.
    번창한 도시에서 떠들썩함은 발길닿는 곳마다에서 찾을수 있지만 고요를 찾기는 실로 용이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낚시질을 하면 싫도록 고요함에 짐길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는 호젓한 낚시터를 찾기도 어렵다. 고기보다 낚시군이 더많은 형편이 다. 그리고 탁류속에 요행 살아남은 미꾸라지따위를 낚아내는 일도 치사한 일이고 돈주고 양어장고기를 낚으며 즐거워하기도 싱거운 노릇이다.
    인류는 도시를 세우면서 자연과 등지고 고요함과 영원히 고별하였다. 청정은 천연적으로 대자연과 련계되여있기때문이다. 도시는 우리에게 고도의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창조해주었지만 대신 우리에게서 고요함과 정결을 회수해걌다. 꽃은 있되 창 턱에 놓인 애처로운 꽃이요 나무는 있되 먼지를 들쓰고 후줄근해진 가로수뿐이다. 인 간은 자연을 도시에 옮겨오고있지만 모두가 인조품이다. 마치도 아빠트벽에 붙은 공기조절기가 바람을 내보내주지만 대자연속의 청풍은 아닌것처럼 말이다.
    격변하는 시대!더없이 다사분주한 이 인생현장에서 오히려 고요한 곳이야말로 복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사치한 추구일가? 그러나 청정함을 찾아갈 곳이 없다. 인위적인 고요를 저절로 창출해 낼수밖에 없다. 서재의 탁상등을 끄고 두터운 카텐을 꼭 치고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는 자기 심방에 들어간다. 고요는 오직 자기 마음의 골방에 있을뿐이다. 그속에서 나는 어떠한 인생씨나리오도 엮어갈수 있다.
    고요함속에는 자기 봉페와 자의적인 소외와 적막과 고독만이 웅크리고있는것이 아니다. 고요함속에는 분방하는 열정, 뜨거운 동정, 끈덕진 우정, 다하지 못한 사랑 그리고 온갖 따스한 상념들과 아픈 추억들이 조용히 숨쉬고있으며 고요함은 꼼지락거리는 감성과 깨여난 리지, 명지한 판단과 오기를 내여준다.
   그 고요함속에서 나는 생명의 급류에도 뛰여들어보고 소용돌이속에서 자맥질도 하며 격정으 파도에 실려 높이 솟구쳤다가도 참회의 깊은 골짜기에 곤두박히기도 한다. 고요함속에서만 자기 마음의 구석구석을 밟아보고 엿볼수 있으며 연후에 자기다운 모습을 자아의 거울앞에 내세울수 있다.
    고요는 번거로운 세속과 인습에 절고 구겨진 내 마음을 조용히 다림질하게 하고 방황하는 마음을 고요으 항국에 불러들인다. 그러고나면 나의 라태와 해이와 방종이 다시 동결되고 보잘것없는 교오가 녹아버려서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진심으로 해석해 보게 되며 혼돈속에서 자기의 자리를 가늠하게 된다.
    로자가 귀원(归元)에서 이르되 “우리가 외계와 통하는 감각을 차단하고 거치장스러운 리지의 문을 닫아버리면 평생에 도가 끊기지 않을것이요, 이와 반대로 감각지능을 열어놓고 일을 번거롭게 하면 한몸을 구제받지 못하리라.”하였다.
   그렇다. 고요만이 줄수 있는 그 차분한 경고속에서 헝클어진 정서와 쪼각난 사색들을 내심하게 조합하고 인생의 다른 진미를 조용히 혼자 맛보군 하는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자세이리라. 철모르는 소년소녀들은 원숭이처럼 뛰여다니기 좋아해서 고요함의 경지를 알리없고 청년시대는 준마와 같아서 앞으로 내달리다가 채찍을 맞기십상 이다. 인생의 중년은 수레에 메워진 황소와 같아서 고요히 누워 새김질하려 해도 그럴 여건이 안된다.
   잡다한 인생마당을 등지고 여유롭게 고요함을 즐기게 되였다면 성숙의 언덕에 올라앉았다는것을 의미한다. 그 언덕의 고요함속에서 당신은 동년의 순진함을 주을수 있을것이고 덤벙이며 걷던 젊은시절의 꿈길을 회심의 미소를 짓고 다시 걸어볼수도 있을것이며 석양이 비낀 인생의 막바지에서 잔광의 성스러움을 음미하며서 자기의 삶을 차분히 새김질해볼수 있을것이다.
    생명철학은 운동에 있다. 허나 정서와 상대되는 범주이다. 다동증과 조동증(躁动症)은 다 철부지아이들과 경박한자와 향락주의자들의 전매품이다. 현대인들은 서로 다투어 소음을 만들어내고 눈을 자극하는 오색령롱한 불빛으로 성결한 별빛의 고요를 대신한다.
    우리는 소택지에 빠진 다음에야 정토를 찾고 그리워한다. 그런데 향락과 자극을 찾아 광분하는 이 시대에 정토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 이 세상에 정토는 없다. 오직 자기 마음속에 정토가 있을뿐이다. 그러나 고요하면서도 깨끗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가두는 번뇌와 속박의 담장이 될것이다.
    고요함을 즐기는 사람은 심령의 록지에 들어선것과 같다. 오직 고요함만이 창조를 잉태한다. 사마천의 사기는 궁형의 고통과 치욕을 잠재운 고요속에서 씌여졌고 괴테의《파우스트》도 60 년의 기나긴 고요와 적망이 낳은것이다. 눈부신 인류문명의 그 모든 들창은 농가의 새벽들창이 서광의 정적속에 열리듯 청정, 고요함속에서 열리였다.
    이런 의미에서 인생의 또 다른 온갖 풍부한 내용은 고요속에 있다고 할수도 있으리라. 떠들썩함속에 생명의 분방함과 열정이 끓을수도 있다. 그러나 세상엔 영원히 파하지 않는 잔치란 없는법이다. 오직 자기 마음의 골짜기에 잡아두고있는 고요함만이 그 자신의 생명의 다하는 순간까지 깃들어있을것이다. 스스로 깨뜨려버린 꿈일지라도 그 꿈은 아름다움으로 굳어져있는것과 같은 도리이다.
 
                          2004년 10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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