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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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산에서
2016년 06월 15일 20시 38분  조회:4008  추천:0  작성자: 최균선
                                                       고향의 산에서
 
                                                              최 균 선
 
                                              나는 내 운명을 안고 살았네.
                                              자국자국 한과 눈물로 찍어온
                                              가시밭길 서러운 내 인생을
                                              이제 다시 가라면 나는 못가네
                                              굽이굽이 서러워서 나는 못가네
                                              모진 비바람에 찌들린 내 인생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내 인생을
                                              사랑하는 내 혈육들은 알아주리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던 소년시절에 나는 그렇게 고향의 버림을 받았다. 그러나 사람이면 못잊을것 고향이던가? 나의  태줄이 묻히고 잔뼈를 굳혀준 일송정은 긴긴 세월 매양 꿈속에서 올라보는 축축한 그리움이였다. 무르익기도전에 구겨져버린 눈물젖은 내 동년의 꿈이 구겨진채로 그렇게 내버려진 탓이던가?
    덧없는 세월에 휘말려가버린 내 인생, 이제 갈길 바쁜 나그네가 되여 허위단심 고향산에 오르니 가슴가득 감구지회가 넘치는데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구나,아, 인생이란 바로 이 산행길과 같은것이 아닐가? 내 오늘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열심히 걸어왔다는 그것만으로도 눈물겨웁다. 비록 하잘것없이 엮어진 인생극이지만 끈덕지게 살아왔다는것 자체가 의미로운 삶이 아닌가?
    해묵은 강산에 찾아온 새봄, 5월의 동화가 아기자기하게 엮어지는 고향산은 왜 이리도 가슴 클클하게 하는지. 가는 봄은 울음이요 오는 봄은 기쁨이라 지지리도 몹쓸 겨울이 태쳐놓고 간 어수선한 자리에 봄아가씨 따스한 입김으로 진달래꽃 수집은 꿈을 깨워놓고 아지랑이를 불러내느라 이 산 저 산에서 나울거린다.
    창공에서 들까부는 노고지리가 내 마음을 꼬드기며 아득히 흘러가버린 동년의 파란 언덕에 나를 세워준다. 나는 한소리 웨쳐본다. 못잊을 고향의 산아, 내가 다시 왔노라. 너는 높이만큼 뿌리도 깊어 세상을 겉으로만 보지 말고 속깊은 소망을 키우며 살라고 가르쳐준 내 마음의 성산이였다.
    너는 나무들이 잎을 더디게 피운다고 풀벌레들이 늦게 눈뜬다고 조바심치지 않았지? 안개가 휘휘 제몸을 감싸 멋진 모습을 가리워도 불평이 한번 없었고 모진 설한풍 바위를 떵떵 얼구어도 가슴 깊은 곳 푸른 꿈 흐트러뜨린적 한번 없었지.
    그 모질던 세월에 고향사람들은 우리 일가를 개쫓듯 내쫓았지만 산아, 너는 변함줄이 없었더냐? 40년, 긴-긴 세월의 허리에 끈끈한 그리움을 감아올리며 마음속에 새겨보던 일송정, 네기슭에 오르기까지 내 얼마나 멀고 먼길을 에돌아 왔던가,
    돌이켜보면 운명의 고개에 거꾸러지지 않을 욕심만으로 고향에 심어두고 떠난 그 한을 약처럼 먹으며 살아온 내 삶이다. 파란만장한 내 인생길은 남들처럼 한편 걸으면서 한편 꽃을 따며 걸은 행복한 길이 아니였다. 선택권이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것이 아니지 않는가? 내게는 그런 여유로움이 없었다. 애초에 잘못 태여난 목숨때문에 반평생을 따라 붙은 사회기시와 수모와 서러움…빼앗긴 배움의 길과 버릴수 없었던 희망과 운명과의 도전, 인간다운 삶에 대한 갈망…그 모든 부대낌속에서 이를 악물고 몸부림쳐야만 하였던 나이다.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왔을까 아득하기도 하다. 삶의 벼랑가에서 몇번이고 죽음의 골짜기로 도망쳐버릴 생각을 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 자멸의 의지가 나로 하여금 독한 삶의 오기를 다지도록 채찍질하기도 했다.
    소똥에 넘어져 개똥에 코를 깨더라도 어떻게든 가는데까지 그냥 가보자고 신들메 다시다시 조였고 세상만사 거미줄처럼 얽히고서린 인생마당 구석구석을 끝까지 살펴보자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며 오늘이 고달파도 래일을 바라고 욕구의 지팽이에 행운을 걸었다.
산정에 불타던 진달래 꽃불속에 딩굴던 그제날이 선연히 안겨오는듯 진달래꽃 꺾어 꽃집을 짓고 메뿌리를 캐여 밥을 짓는다며 능금볼 태우던 소꿉각시 귀동녀랑도 이 산을 잊지 않고있는지…《야호─야아아─》하고 웨쳐보고는 랑랑한 메아리에 귀기울이고 섰던 짜개바지 친구들의 모습이 짜꾸 추억의 한자락을 말아올린다.
    쪼르르 물매듭진 아침이슬에 잠방이 적시며 숨이 턱에닿아 산에 오르다가도 싱싱 한 풀밭에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쳐다보며 바다같은 푸름속에 풍덩 뛰여들어 헤염이라도 쳐보고싶던 철없던 시절이 봄물이 오르는 산버들가지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
    꿈자락이 정처없이 떠돌던 쪽빛하늘아래 봄볕처럼 쏟아지는 추억이 흐드러지고 산의 묵은 가슴을 어루쓰다듬는 진초록 산바람은 어서 산정에 오르라고 내 옷자락을 잡아끈다. 바람처럼은 사라지지 않았던 그 아프고 고달픈 내 인생의 새벽길이 시작된 산길을 따라 나는 늙어버린 걸음을 옮긴다.
   오구구 칼벼랑에 뛰여올라 구름이라도 잡을듯 두팔을 뻗치고 만세를 부르던 칼벼랑아, 내 묵은 기억속에  너는 장검처럼 산등성에 놓여있었지!너를 딛고 발도움하며 만리벽공에 날아오르고싶어 퍼덕이던 서러운 넋의 날개짓을 너는 알았더냐? 하늘처럼 맑은 나의 작은 가슴에 한을 던져주었던 고향마을 룡강촌, 이제 늙어진 내 마음에는 고향마을의 옛친구들도 저 멀리 서있다.
    이젠 이끼 푸른 바위우에 넋을 놓고 앉아 오롱이조롱이 오남매의 목숨이 모대기던 오막살이 고향집 하마 보일듯싶어 마을을 굽어보며 먼 하늘가에 별을 스쳐가는 산바람에 무거운 상념을 싣고싶을뿐이다.
    그렇다. 이제 내가 할 일이라면 인생의 종착역에서 마음 비우고 힘겨웠던 인생려정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그냥 그렇게 걷기만 하다가 마지막 주막까지 지나쳐버린 나그네의 애석함이 딩굴기전에 심술궂은 운명이 지지리 못나게 엮어놓은 이왕지사를 적어가야겠지,
오늘 고향산의 정상에 올라있지만 인생의 높은 봉에 오르지 못한 나이다. 하늘이 준 제명을 알게 된다는 지천명(知天命)도 막 저무는 때 그렇듯 기구하던 비탈과 가시밭길 넘어오니 어치새 저만치 인생의 막바지가 보이거늘 내 이제 무엇을 더 바라며 욕심을 부리랴!
    불쌍한 나의 아버지와 그 후대들의 눈물어린 인생궤적을 따라 나와 같은 운명을 타고나서 오랜세월 버림받고 살아온 하많은 불행한 넋들이 이제 숨통을 죄일 일도 없는 새 세상에서 서리고 얽히였던 그 불행과 고통을 다시다시 새김질하고싶다.
 
                        
                                                    2001년 5 월 6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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