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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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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타 한 마리 다운해 놓고
2007년 06월 29일 05시 54분  조회:3467  추천:73  작성자: 김혁

 



당신은 락타를 길러본적이 있는가?
나는 있다.


1


다마고찌(電子玩具)라는 놀이감이 있다. 몇해전에 류행되였던 애들의 흥심을 깡그리 앗아가는 놀이감이였다. 성냥갑 크기와 맞먹을 플라스틱함에 작은 스크린(螢光幕)이 달려있는데 그 아래 배렬된 팥알만한 버튼중에서 ON을 누르면 스크린속에 어떤 동물의 형체가 나타난다. 흑백만화 그리기 기법처럼 그저 간단한 형태만 짓고있지만 허나 그것을 애송이의 원시적인 장난감으로 치부해선 절대 안된다. 동물처럼 신통한 소리로 울줄도 알고 배고픔과 추위, 밝음과 어둠에 대해 표현할줄도 안다. 울음소리와 함께 hungru(배고프다) dark(어둡다)는 표시가 나오면 버튼을 눌러 먹이를 주고 물을 주고 불을 밝혀주어야 한다. 뿐만아니라 놀이감이 배설한 《용변》까지도 쳐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보채는 아이처럼 끝없이 울어댈것이고 소홀하면 나중에 《죽》어버릴수도 있다. 그러면 놀이감치고 꽤 비싼 그것은 던져버리게 되는것이다.

일본사람들이 발명한 오락제품. 소, 말, 양, 개, 돼지, 캉가루… 벼라별 동물이 다 있었다. 딸애에게서 이런 신기한 놀이감도 있다는것을 알고 함께 백화점으로 갔다. 딸애는 공룡을 골랐다. 그리고 아빠도 하나 사라고 했다. 둘이서 함께 사서 누가 더 잘 키우나 내기를 하잔다. 잘 나가는 놀이감이라 다 팔리고 종류가 몇개 없었다. 손 가는대로 락타를 골라 들었다.

딸애는 그 놀이감에 깊이 빠져들었다. 하루종일 다마고찌를 손에 품고 다녔다. 잘 때에도 다마고찌를 머리맡에 꼭 놓아두곤 했다. 밤에 깨여나서는 스크린속에 켜지는 파란 야광불빛을 빌어 <잠자는 공룡>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뒤질세라 나도 열심을 보였다. 물을 주고 먹이를 주고 불을 밝혀주고 잠을 재워주고 용변을 쳐내주었다. 놀이방법에 익숙해감에 따라 락타는 나의 손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한번, 긴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나를 보고 딸애가 퍽 상심한듯한 어조로 말했다.

《락타가 죽었어.》



2

요즘 들어 감명 깊게 읽은 시 한수는 <<락타의 젖은 눈섭을 본 일이 있는가>>라는 제명의 시.

그림속 락타의 눈을 들여다보지 말라
락타의 길고 아름다운 눈섭에 손을 대지 말라
천년만년 그림속에 박제가 되여있어야할
락타가 고개를 돌려 당신앞으로 걸어나올것이다
한없이 사막을 건너갔을 락타의 익숙한 등
불룩한 혹을 쓰다듬을것이다 당신은
락타가 말한다
내 몸속의 물을 꺼내 마셔
바람이 불어와 락타의 몸을 이불처럼 덮는다
당신은 눈물을 훔치며 그림속을 걸어나온다
문을 열면 모래바람이 거세게 불고
당신의 륵골속, 기억속으로 모래가 쌓이는 소리
당신은 락타 한마리 따라서 사막을 건넌다
그림속의 락타는 눈섭이 길다

시를 읽고 감흥을 못이겨 락타가 무변의 사막을 가는 사진 한장을 다운로드(下載)하여 내 컴퓨터의 배경화면으로 깔았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던 때, 나는 자주 락타와 만나곤 했다. 신문사부근의 호수가에 사진사들이 촬영용으로 락타 한마리를 끌어다놓았다. 사람들은 희한해마지 않으며 이곳에서는 볼수 없는 락타를 배경으로 하거나 혹은 락타 등에 올라타서 사진들을 찍었다. 저녁이면 사진사들은 락타를 어디론가 끌고가곤 했다. 퇴근하여 신문사앞 로터리(轉盤道)를 돌아 집으로 가다 나는 락타와 자주 마주쳤다. 묵묵히 로터리를 도는 락타를 발길 멈추고 지켜보며 그때마다《넌 어떻게 되여 여기까지 왔냐?》하는 물음이 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지금도 로터리를 돌 때면 나는 가끔 그 락타를 생각하곤 한다.

락타를 위한 시를 읽고 다운해놓은 락타의 사진을 들여다보노라니 락타 한마리가 책에서, 모니터에서 걸어나온다.

태양은 머리우에서 무섭게 이글거리는데 머리를 수굿하고 터벅터벅 사막을 가는 락타.

산봉우리 같은 쌍봉(雙峰), 성큼성큼 내딛는 긴 다리, 끔벅거리는 방울눈에 어진 속눈섭. 무엇을 이야기하는듯 새김질을 머금는 입…

언제 보아도 불평 한마디 없고 권태 어린 표정도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소명을 믿고 삶을 주어진대로 받아들이는 락타이다.

모래바람 물리치며 갈증을 참으며 인내를 새김질하며 락타는 간다.

사막 어딘가에 자리잡고있을 오아시스를 찾아 길을 간다. 신기루를 찾아 길을 간다. 아지랑이가 아물아물 피여오르는 사막 저만치에서 누군가 부른다. 신기루이다. 그 신기루속에는 짙푸른 수풀이 있고 거울처럼 빛나는 호수도 보인다. 그 신기루 같은 꿈을 잡기 위해 락타는 간다.

의혹의 사막에서 방황하는이도 있으리라. 잔혹한 사막에서 몸부림치는이도 있으리라. 그러나 쫓아야할 길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 락타는 묵묵히 간다. 아무리 목이 마르고 힘이 들어도 눈앞에 보이는 저 등성이만 넘어가면 신기루에 다달을수 있다는 그 믿음, 그 곧은 믿음이 락타의 고단한 삶에 활력소를 준다.

락타를 보면 자연히 등 굽은 로인이 련상된다. 풍상고초, 산전수전을 겪어온 로인네가 어쩌면 락타는 길가는 체험을 생을 확인하는 방편으로 생각하고있는듯하다. 나서부터 길을 가야 하는 역마살(驛馬煞)이 숙명처럼 끼쳐있나보다. 역마살에 대해 떠돌아다니도록 끼쳐진 액운으로 불길하게만 보면 안된다. 그런 락타를 웃는이들에게 있어서 삶이란 소극적으로 살아가며 현실에 안주하려는 편협한 태도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새로운 세계에로 가닿고자 하는 적극적 본연에서 우러나온 갈망과 충동으로 해석하는것이 더 낫지 않을가.

락타는 십리밖 물냄새도 맡는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락타는 삶의 풍경을 가장 멀리 보는 동물이며 궁극적인 존재의 리유를 보는 동물이런듯.

그래서 락타는 간다. 삭막한 사막을 묵묵히 헤쳐나가는 락타의 길은 구도의 길, 열반의 길에 가깝다.

다운해놓은 락타를 보며 길 가고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요즘처럼 길 떠나고싶은 의욕이 불붙듯한적이 없다. 복잡한 머리와 마음속을 비우고 어디로든 길을 떠날수 있다면 좋겠다.

눈앞에 펼쳐지는 자연의 풍광을 눈으로 마음으로 스케치하며 세속에 막힌 나의 숨통을 다른 호흡으로 고르고 트이며 일탈의 자유로움, 모험의 유혹을 만끽하면서… 그와 함께 내 인생도 새롭게 스케치할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다면 그것은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고 기회이겠는가!

《내 마음을 해방하고 내 혼을 창달하기 위해 낯선 고장으로 가려고 한다. 가면서 눈과 귀를 다시 열고 혼을 넓게 펴는것이다. 내 령혼을 진정시키고 기쁘게 하기 위하여 산수의 힘을 빌었다.》

유명한 화상 도륭(陶隆)의 필기에서 본 필적할만한 려행관이다.

우리에게는 이따금 백지상태로 몸과 마음을 비우고 에너지와 기를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길에서 얻을수 있다고 생각한다. 길가기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미래를 관조하게 하는 여유를 갖게 해준다. 뿐만아니라 자신의 위치나 인생행로에 대해서 반추해볼수 있는 보다 소중한 기회를 준다. 평소 자신과 익숙한것들로부터 결별하여 다른 곳에서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살펴본다는것은 마치 영화속 주인공이였던 자신이 밖으로 나와 관중석에서 관찰자적인 립장이 된것과 같다. 그를 통해 새로운 나를 찾는 기회를 갖게 되는것이다.

이 불확실성의 시대에 길 가기를 통해 수행되고있는 자아탐색과 정체성의 실체를 추적하는것은 아마 길을 잃은이들에게 가장 화급한 처방으로 돼줄것이다. 어떤 길을 잃었으며 어떤 길을 찾아야 할지 알지도 못하면서 방황해야 하는 류형의 우리들에게 락타는 우리자신의 존재값을 되묻게 하고 길을 가르치고있다.

인터넷에서 《길》을 검색해보면 백여개의 사이트와 수만개의 웹 페이지가 와르르 쏟아져나온다. 길에 대한 정의는 우리가 매일을 밟고 오가는 길의 의미에서부터 미래, 전망 등을 상징하는 추상적인 의미까지 그야말로 다양하다.

어찌 보면 산다는것은 길을 간다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길은 우리의 인생이고, 궁극이다. 길우에는 바쁘게 달려온 지난 우리의 애달픈 력사가 새겨져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 묻어있고 이제 가야할 래일의 목표가 기다리고있다. 길을 가다보면 희망을 만난다. 그 희망을 바라고 가는것이 길가기의 본연의 목적일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락타는 우리에게 길이라는 화두를 풀고 길의 확장된 의미를 보여준다고 할수 있다.


길을 가볼가? 락타처럼.

사막을 건너가는 락타가 죽음과 맞서는 힘을 얻는것은 바로 자기 자신속에서이다. 락타의 혹안에는 굳은 기름 지방덩어리가 들어있는데 몸의 수분이 극도로 부족해지면 물로 바뀐다고 한다. 그런 락타처럼 혼자서 가고싶다. 둘이면 복잡하다. 홀로 가며 외로움을 즐기고싶다. 홀로 있음을 외롭다고 말하지 말라. 그것은 관념의 노예들이 지껄이는 소리가 아닐가. 홀로 누리는 자유는 오로지 개인이 누릴수 있는 체험과 영광이다. 홀로 있음에 저절로 주어지는 자유가 아름답다. 혼자서 외로이 조용한 시간을 가지게 되면 나와 내 주변의 모습이 다시 보이게 된다. 사무치는 외로움이 때로는 깊은 깨달음과 새로운 발견을 안겨준다. 그렇게 홀로 자신을 연소하며 가고싶다.


길을 가야겠다. 락타처럼.

길가기를 통해 삶의 지리책을 만들어보련다. 어느 곳에 험산준령이 있고 어느 곳에 넘기 어려운 여울목이 있으며 어느 길을 택하는것이 가장 평탄한 바른 길인가를 알려주는 정보들을 알아서 낱낱이 적고싶다. 그러면 내 길가기는 주어지는 삶의 숙제를 풀기 위한 값있는 공부의 길이 될것이다.

가는 길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거대한 자연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끼고 좀 더 겸허해지는 마음을 갖고싶다. 시행착오투성이였던 자신을 반성하고 근신의 마음을 가지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려정을 만들고싶다.

그렇게 오만과 협애, 탐욕을 벗어버리고 마지막에 닳고닳은 뼈와 질긴 가죽 하나만 남기고 숱한 정신적고투를 거쳐서 잘 빚어진 정신만 가지고 돌아오고싶다.


길을 떠난다! 락타처럼.

두눈엔 가득 의욕과 희망을 담고 등우엔 잔뜩 인내와 그리움을 짊어지고 오아시스를 찾아 길을 떠난다.

사랑이거나 문학이거나 예술이거나에 깊이 빠지는 일, 그리하여 송두리째 나를 버리고 그 대상에 몰입하는 일, 급기야는 몰아지경에서 내가 그 대상이 되여버리는 경지를 락타에게서 배우며 길을 떠난다.

경문(經文)에서 이르듯 《세상의 온갖 애착에서 벗어나 혼탁과 미혹을 버리며 마음의 안일을 물리치고 수행에 게으르지 않으며 속이지 말고 꾸밈없이 진실을 말하며 모든 번뇌의 매듭을 끊어버리고 세상을 저버림없이.》

사막의 락타가 물냄새를 쫓아 세찬 모래바람을 뚫고 가듯 길을 떠난다.

그리하여 보다 명징해진 내 눈동자가 락타의 검은 눈망울을 닮고 마음속에 짊어진 고통과 그리움의 무게가 길을 마친 락타처럼 가벼워질 때 나는 진정 삶과 령혼의 오아시스를 찾을수 있으리라.


3


이제 내 마음속에 락타 한마리 길러야 하겠다…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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