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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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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의 오얏나무 무성하여라
2015년 08월 07일 09시 40분  조회:1975  추천:11  작성자: 김혁
. 축사 .

 
강가의 오얏나무 무성하여라
- "향토작가 리태수 문학생애 55주년 및 작품연구세미나"에서
 
김 혁
 



선생님을 처음 뵙게 된것은 지난, 85년의 어느 초여름이였습니다.
나의 양모와 소설가의 사모님이 한 학교에서 근무하셨기에 그 연줄로 나는 행운스럽게 당시 “천지”, “아리랑”등 여러 간행물에 중편소설들을 다량으로 발표하고 장막극과 가사도 써내시며 문단에 널리 알려진 유명 소설가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자택에  들어섰을때 선생님은 안방에  엎디여서 한창 집필을 하고 계셨습니다. 한때 선생님은 엎드려 글 쓰시는 남다른 창작방식을 오래동안 고수해 왔음을 전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가 들어서자 선생님은 쓰던 글을 접어두고 맞아주셨습니다. 유명 소설가를 만난다는 설레임과 어려움에 한밤을 설쳤는데 선생님은 그렇듯 온화하고 부드럽게 절 맞아 주셨습니다.
이것이 리태수 선생님과 저의 첫 만남이였습니다.
그후로 나는 때때로 소설 초고지를 들고 선생님을 찾았고 바쁜 창작의 와중에도 선생님은 필을 놓으시고 나의 설익은 글들을 까근히 읽어주셨습니다.
 
어느 한번 룡정의 한 소학교 교실에서 소설합평회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십대의 어린 나이인지라 내가 들고 간 소설은 편집들의 빈축을 받았습니다. 어린 나이인것도 있었거니와 종교색채까지 띈 소설이여서 나중에 편집들은 표절 내지 도작으로 의심하며 몰아 갔습니다. 이때 선생님께서 상을 탁 치면서 강경하게 말씀하셨습니다.
“혁이의 초고들을 좀 봤는데 아주 력량이 있는 애더구만. 내가 이 애의 부모와 일면식이 있어서가 아니요. 난 혁이가 꼭 훌륭한 작가로 성장하리라 믿소”
그때 나는 그야말로 왜틀비틀 걸음마 타던 아이가 큰 나무둥이에 의지해 넘어지지 않은듯한 심정이였습니다.
 
드디여 열아홉살 나던해 나의 처녀작이 고고성을 울렸습니다. 선생님은 그렇듯 기뻐하시면서 우리 집을 찾아 주셨습니다.  김재권 선생님, 오흥진 선생님, 전광하 선생님, 황병락 선생님 등 룡정의 중견 문인들과 함께 우리집 까지 찾아와서 밤늦게 까지 축하주를 들어 주셨습니다. 그날은 그야말로 어린 나의 성인식이요, 문학에로의 통과의례같은 축복의 날이였습니다.
 
1986년 나는 룡정의 젊은 문인들과 함께 문학협회를 발족시켰습니다. 당시는 소박받는 요즘의 풍토와는 달리 문학의 전성시대였습니다. 룡정 주위의 조양천, 로투구, 지신, 삼합, 백금 지역에서 문학도들이 거의 백명가까이 협회에 가입했고 선생님을 비롯해 김재권 선생님, 전광하 선생님은 흔쾌히 협회의 고문을 맡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경필글씨로 써서 프린트 해낸 “희망봉”이라는 협회지를 까근히 읽어 주셨고 소설 합평회에도 참가해 문학도들의 글짓기에서의 병소를 족집게처럼 집어 내 주셨습니다.
그후 선생님은 또 룡정에 “보름회”라는 문학협회를 발족시켰습니다. 지금은 보름달처럼 이즈러져 있지만 언젠가는 만월 처럼 둥글게 되리라는 깊은 뜻이 담긴 선생님이 친히 지은 동아리의 이름이였습니다. 그때 연길 “길림신문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나는 밤늦게 차를 타고 보름에 한번씩 열리는 “보름회” 작품합평회에 빠짐없이 참여하곤 했습니다. 무엇보다 선생님의 알기 쉽고 유머섞인 단평을 경청하고 설익은 작품을 탁마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동안 번중한 일과 창작에 딸려, 불운한 운명의 조롱에 치여 고향에도 자주 들리지 못하고 선생님도 자주 찾아뵙지는 못했지만 선생님은 나의 문학도 시절의 은사와 같은 존재로 나의 뇌리에 각인되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세상의 질시를 이겨내고 6년만에 서재를 나와 자치주 “진달래”문학상 시상대에 섰을때 어쩌면 공교롭게도 미더운 선생님과 나란히 서서 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수년전, 선생님의 대하소설 “해란강”이 출간되였을때 나는 룡정으로 달려와 선생님을 찾아뵈였고 “연변문학”에 장문의 인터뷰를 낸적 있습니다.
그때 선생님은 나에게 손목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선생님이 앓고 있는 그 통증의 학명은 “손목 턴넬 증후군”이였습니다. 빨래등 가사일에 혹사하는 주부들이 흔히 하는 병이였고 또 대하소설 세부를 펴낸 한국의 문학거장 조정래가 앓았던 병이였습니다.
컴퓨터와 같은 기기(機器)가 아닌 육필로 한글자 한글자 수백만자의 대하소설을 펴낸 선생님, 선생님이 마주 앉아 집필한 낡은 밥상, 겉가위를 알뜰히 씌운 키를 넘는 원고지 더미를 목전에서 지켜보며 나는 문학가의 장인정신이란 무엇인가? 를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난해,  고향 룡정에 대한 궁극적인 사랑과 고향의 력사와 인물을 재다시 발굴, 조명하려는 가상한 각오로 30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나를 선생님은 반겨 맞아주셨습니다. 아픈 몸으로 기어이 술 한잔 사주겠다고 했습니다. 집에서 불과 사거리 하나를 건너는 짧은 거리도 택시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한 몸이였지만 선생님이 지팽이에 의지해 기어이 나를 잡아끈 곳은 샤브샤브 고기집이였습니다.
선생님이 평생 고기붙이와는 멀리하고 소식을 하셨다는데 대해 아는 이가 많지 못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날 선생님은 고기를 드셨습니다.
“혁이, 팔십이 다 돼서 먹어 본 고기맛이 참 좋데그려”
   병마에 시달리면서 치료에 배합하기 위해서는 몸을 추슬려야한다는 의사의 권고에 수도자처럼 깨끗한 음식습관을 고수해 왔던 선생님은 산수(傘壽)의 나이 팔십을 앞두고 파계를 한것이였습니다. 그날 나는 선생님의 강한 생활의지에 다시 한번 감동을 머금었습니다.
 
그 무슨 사주팔자를 점치는 역술쟁이가 아니지만 요즘들어 선생님의 리.태.수 석자 함자를 두고 나름 그 의미를 풀이를 해보았습니다.
여기서 성씨 리(李)는 오얏 리로 나무를 형용합니다. 또 남을 다스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도 풀이 됩니다.
태(泰)는 클 태로 넉넉하다는 뜻을 가집니다.
수(洙)는 산동성 곡부 지역의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고 후에 묻힌 곳의 이름으로 강을 의미합니다.
그러고보면 선생님의 함자에는 크고 넉넉한 강과 높은 나무가 있는 곳, 그 곳에서 남을 가르치는 사람이다는 의미로 풀이해도 되겠지요.
엉터리 역술인이라 말해도 좋지만 전 꼭 그렇게 풀이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 함자에는 산더기에 사과배 나무 무성하고 그 아래로 해란강이 굽이쳐 흐르는 배산림수(背山臨水)의 룡정의 풍수와도 꼭 같은 형국의 뜻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선생님은 고향 룡정에서 수수하나 뿌리깊은 나무처럼 고향땅의 지킴이로 한평생을 보내셨습니다.
 
요즘 들어 우리의 문학은 무서운 진통과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그젯날 조선족 문화의 발상지로 알려진 인끔 높던 룡정도 그 물굽이를 피해갈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과 같은 로익장들의 계시와 가르침이 있는 한 강경애, 안수길, 최서해, 윤동주, 김창걸등 기라성 같은 문호들을 배출한 룡정지역의 문학은 저 일송정처럼 사철 짙푸르게. 저 배꽃처럼 수수하나 강인하게, 저 해란강의 흐름처럼 면면하게 이어나갈것임을 저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진정 두손 모아 선생님의 건강을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5 7 24일 

 
☞ 김혁 문학블로그: http://blog.naver.com/khk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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