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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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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20일 21시 51분  조회:3157  추천:0  작성자: 죽림
유명인사들의 명언과 격언 모음 집 – 86

R.M.릴케 <말테의 수기> 中


* 그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만의 죽음을 가지고 있었다. 사나이들은 갑옷 속에 깊숙이 그 죽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 속에서 죽음은 포로와 같이 보였다. 부인들은 늙어갈수록 몸집이 작아져 갔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침대 위에서 마치 연극 무대 위에 누운 것처럼 온 가족과 하인들, 그리고 개들까지 모이게 한 뒤에 얌전하고 주인답게 숨을 거두었던 것이다. 어린아이까지도, 아주 갓난애까지도 아무렇게나 흔한 '어린애 죽음'을 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마음을 가다듬고 여태까지 자라온 자기와 지금부터 자라게 될 자기를 한데 합친 듯한 죽음을 했던 것이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 아이를 잉태하고 있는 부인들의 모습에는 얼마나 우울하고도 아름다운 그림자가 서려 있는가. 단지 연약한 손을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얹고 있는 그녀의 몸속에는, 어린애와 죽음이란 두 개의 열매가 맺혀 있는 것이다. 그 여자의 깨끗한 얼굴에 진하고 거의 푸짐하다고 할 수 있는 미소가 어리는 것은, 이 두 가지 열매가 한꺼번에 자라나기를 원하는 심정이 가끔 일어나기 때문은 아닌가 모르겠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 조그만 달이 가진 온갖 능력에 나는 새삼 놀랐다. 달밤엔 주위의 모든 것이 투명하고 가볍게 공중을 떠 있는 듯이 보이며, 그 맑은 공기 속에 있는 듯 없는 듯하면서도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먼빛으로 보이고 사라져서 보일 뿐, 가까이 느낄 수가 없다. 강이나 다리들과, 길게 뻗어나간 길이나 넓은 광장들은 부옇게 서로 얽혀서 거리에 대한 이상한 관계를 빚어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이상한 거리감을 지니게 되어 마치 비단폭에다 그린 풍경화 같이 보였다. 이런 날에는 퐁네프의 다리 위를 지나가는 초록빛 불빛의 마차나, 흔들거리는 무슨 불인지 모를 붉은 빛, 혹은 회색 진주와 같은 빛깔의 짚더미를 둘러싸고 있는 방화벽에 붙은 한 장의 광고까지도 이루 말할 수 없는 풍경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모든 물건이 단순화되어 버리고, 마네의 초상화에서 볼 수 있는 얼굴과 같이 어렴풋하나, 올바르고 밝고 간단하게 처리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더하거나 덜한 황색 아니면, 손때 묻은 황색 무리들의 자주빛 어린 갈색, 커다란 화첩의 초록빛, 이런 것이 서로 조화되고 어울려서 서로 관련을 맺고 하나도 빠진 것이 없는 완전한 맛을 빚어내고 있었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 시(詩)는 언제까지나 끈기 있게 기다려야만 될 것이다. 사람은 일생을 두고, 가능하면 아주 오래 오래 살아서 우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 들여야 할 것이고, 그래서 최후에 가서는 아마 십행쯤 되는 좋은 시를 쓸 수가 있을는지 모르겠다. 시라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다시피 감정이 아닌 것이다(감정이라면 젊었을 때에도 충분히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은 시는 경험인 것이다. 한 줄의 시를 위하여 많은 도회지, 온갖 인간들, 그리고 여러 가지 사물을 알아야만 할 것이며, 여러 가지 동물도 배워야 하고, 새들이 나는 법을 느낄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조그만 꽃들이 아침이면 어떤 몸짓을 하면서 피어나는가를 알아야만 될 것이다. 미지의 고장의 길들, 뜻하지 않았던 해후(邂逅), 멀리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이는 이별, 이런 것을 추억으로 되살려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아직도 그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 기쁨을 갖다 주는데 이해를 못하는 탓으로 슬프게 만들 수밖에 없었던 부모에 대한 추억(다른 아이들에게는 그런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여러 가지 심각하고도 중대한 변화를 가지고 이상스럽게 생겨나는 어떤 시절의 병들, 조용하고 괴괴한 방에서 지낸 어떤 날, 바닷가의 아침, 바다 그 자체의 모습, 이곳 저곳의 여러 바다들, 별들과 더불어 사라져버린 벅찼던 나그네로서의 밤들, 이런 것들을 시인은 추억으로 되살려낼 줄 알아야만 할 것이다. - 아니,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해 되살리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루 하루가 같지 않고 다른 맛이 나는 사랑의 밤들을, 그리고 임산부의 부르짖는 소리, 가볍고 흰옷에 감겨 잠자며, 산후에 조리를 하는 여인들, 시인은 이런 모든 것을 추억으로써 지니고 있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죽어가는 사람의 임종도 당해 봐야 할 것이며, 열어젖힌 창이 바람에 달가당거리는 방에서 죽은 사람을 위한 밤샘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추억들을 갖는 것만으로도 역시 불충분하다. 추억이 많아지면 그것을 잊을 수 있어야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이 다시 올 때까지 기다리는 커다란 인내심이 필요하다. 추억만 가지고는 아직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 추억이 우리의 피가 되고 눈이 되고 몸짓이 되며, 이름도 없는 것이 되어 그 이상 우리들 자신과도 구별할 수 없이 됨으로써 비로소 아주 우연한 순간에 한 편의 시의 최초의 말은 그런 추억의 한가운데서, 추억의 그늘로부터 발생해 나오게 되는 것이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 진실한 갈등이라고 하는 것은 오히려 무언(無言)의 정적일 것이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 아무데나 들어맞는 곁쇠처럼, 결혼이란 자물쇠 구멍이면 어디나 들어맞는 귀염받는 한량(閑良) -  R.M.릴케 <말테의 수기>
 
* '과연'하고 나는 생각해 본다. 어느 누구도 진실한 것, 중요한 것을 아직 보지를 못했고, 인식을 못했으며 표현을 못했을까? 인간은 이미 수천년이란 세월을 두고 관찰하고 반성하고 표현해 왔는데 - 그 수천년이란 세월이 버터빵과 사과 한 개로 때우는 소학생의 점심 시간처럼 헛되게 사라져버릴 수가 있을 것인가?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발명과 진보, 문화와 종교와 그리고 철학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언제까지나 인생의 표면에서만 겉돌며 살아가게 마련인가? 더구나 뭐니뭐니 해도 무슨 가치건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표면적인 면마저 믿을 수 없을이만큼 지리한 천으로 둘러 씌워 가지고, 마치 하기 휴가를 만난 살롱의 가구처럼 보이게 하여도 좋단 말인가?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전체 세계사가 잘못 이해되어도 괜찮다는 것일까? 과거에 있어서는 그 시대의 우매한 민중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했으니, 그 과거는 오류이며,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서 있는 한 인간에 대해서 말을 해야 될 텐데, 그 사람이 미지의 사람이요, 이미 죽었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어중이떠중이 인간들의 잡다한 모습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해도 상관이 없을까?
 그렇다, 그런 미련한 일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일을 모조리 체험으로 다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인간이란 여태까지의 모든 조상들 덕분으로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알면 자기와는 딴 것을 알고 있는 곁 사람들의 말에 미혹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설명을 해야만 되는 것인가?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인간들이 한번도 존재해 본 일이 없는 과거를 아주 확실하게 알고 있다고 할 수가 있을까? 오히려 모든 현실은 그들에겐 무의미한 것이요, 그들의 현실 생활은 전혀 연결을 맺은 것이 하나도 없이, 마치 빈방에 걸린 시계처럼, 다만 흘러가 버릴 수도 있단 말인가?
 그렇다,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현재 살고 있는 소녀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인가? '여자들'이라고 말을 하며, 그리고 '아이들','소년들'이라고 말을 하면서도 이런 말들이 이미 복수의 뜻을 지니고 있지 않고, 다만 헤아릴 수 없는 단수의 집합체라는 것을 눈치도 못챘다(아무리 교양을 쌓고도 눈치를 못챘다)는 일이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그렇다,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그 신을 무슨 공유물(共有物)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가?
 가령 여기 국민학교 아동 둘이 있다고 하자. 한 아이가 주머니칼을 샀는데, 같은 날 다른 아이도 똑같은 칼을 샀다고 치고, 그 뒤 한 주일 후에 두 아이는 서로 그 칼을 내 보인다면, 그 두 자루의 칼은 그저 어딘지 좀 비슷한 데가 있을 뿐, 아주 딴 것이 되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 그 칼들은 그다지도 그 두 아이의 다른 손에서 딴 것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허긴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을 시킬라치면 우리 집 애 손에는 견디어 나는 물건이 없다고 하겠지만) 아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그대로 부리지 않고 내버려 두어도 좋다고 믿어도 좋을 것인가?
 그렇다, 그럴 수도 있는 것 같다.
 만일 이런 모든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또한 다만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의 징조만 보이더라도 -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무엇이든 조처를 강구해야만 될 것이다. 이러한 불안스러운 생각을 가진 인간은 누구나 무엇이든 게을리했던 일부터 손을 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가령 자기가 전혀 적합한 인간은 아닐지라도, 다만 인간의 한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무엇이든 게을리했던 일부터 손을 대야만 할 것이다. 결국 자기 이외에 딴 사람이라고는 없는 법이니까. - R.M.릴케 <말테의 수기>
 
* 글을 쓴다고 하는 것, 그것이 모든 것의 종결이 될 것이다. - R.M.릴케 <말테의 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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