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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노루" 와 "숫자는 시보다도 정직한것이었다"...
2018년 04월 26일 00시 04분  조회:2178  추천:0  작성자: 죽림

<나이 마흔에 관한 시 모음> 


+ 불혹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이산하·시인, 1960-) 


+ 마흔                          

몸에 난 상처조차 쉽게 아물어주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이 겪는 아픔이야 오죽하겠는가 
유혹은 많고 녹스는 몸 무겁구나 
(이재무·시인, 1958-) 


+ 마흔 번째 봄 

꽃 피기 전 봄산처럼 
꽃 핀 봄산처럼 
꽃 지는 봄산처럼 
꽃 진 봄산처럼 
나도 누구 가슴 
한 번 울렁여 보았으면 
(함민복·시인, 1962-) 


+ 불혹(不惑), 혹은 부록(附錄) 

마흔 살을 불혹이라던가 
내게는 그 불혹이 자꾸 
부록으로 들린다 어쩌면 나는 
마흔 살 너머로 이어진 세월을 
본책에 덧붙는 부록 정도로 
여기는지 모른다 
삶의 목차는 이미 끝났는데 
부록처럼 남은 세월이 있어 
덤으로 사는 기분이다 
봄이 온다 
권말부록이든 별책부록이든 
부록에서 맞는 첫 봄이다 
목련꽃 근처에서 괜히 
머뭇대는 바람처럼 
마음이 혹할 일 좀 
있어야겠다 
(강윤후·시인, 1962-) 


+ 마흔 살 

내가 그 동안 이 세상에 한 일이 있다면 
소낙비같이 허둥대며 뛰어다닌 일 
그리하여 세상의 바짓가랑이에 흙탕물 튀게 한 일 
씨발, 세상의 입에서 욕 튀어나오게 한 일 
쓰레기 봉투로도 써먹지 못하고 
물 한 동이 퍼 담을 수 없는 몸, 그 무게 불린 일 

병산서원 만대루 마룻바닥에 벌렁 드러누워 
와이셔츠 단추 다섯 개를 풀자, 
곧바로 반성된다 

때때로 울컥, 가슴을 치미는 것 때문에 
흐르는 강물 위에 돌을 던지던 시절은 갔다 

시절은 갔다, 라고 쓸 때 
그때가 바야흐로 마흔 살이다 
바람이 겨드랑이 털을 가지고 놀게 내버려두고 
꾸역꾸역 나한테 명함 건넨 자들의 이름을 모두 
삭제하고 싶다 

나에게는 
나에게는 이제 외로운 일 좀 있어도 좋겠다 
(안도현·시인, 1961-) 


+ 마흔 

서른이 될 때는 높은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지 
이 다음 발걸음부터는 가파른 내리막길을 
끝도 없이 추락하듯 내려가는 거라고. 
그러나 사십대는 너무도 드넓은 궁륭같은 평야로구나. 
한없이 넓어, 가도가도 
벽도 내리받이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곳곳에 투명한 유리벽이 있어, 
재수 없으면 쿵쿵 머리방아를 찧는 곳. 

그래도 나는 단 한 가지 믿는 것이 있어서 
이 마흔에 날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 
(최승자·시인, 1952-) 


+ 마흔 

먹어도 먹어도 허리가 줄고 시시로 
목이 맵니다 마음과 몸이 삐걱대고 
번번이 서로를 거역합니다 
의연한 척 무연한 척하지만 기실은 
매양 갈팡질팡합니다 이따금 
관계에 홀려 휘청대기도 합니다 
시퍼렇게 날선 작둣날을 타는 
어린 무녀의 연분홍 맨발바닥처럼 
아찔하기도 하고, 차도를 건너는 
민달팽이의 굼뜬 보행처럼 
위태롭기도 한, 낙타도 수통도 없이 
사막을 건너는, 독사의 축축한 혓바닥 
도처에서 널름거리는, 이승의 무간지옥에 
다름 아닌, 내딛는 곳마다 허방인, 진창인, 
생의 花根이며 火根이기도 한, 
(손세실리아·시인, 1963-) 


+ 마흔을 기다렸다 

산허리에 구름이 몰려 있다 
알 수 없지만 
내가 가고 있으니 구름이 오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빗속에서 바라보는 구름은 
고등어처럼 푸릇했으나 파닥거리지는 않는다 
추녀에 매달려 울던 빗방울들이 
호흡을 가다듬는 저녁 다섯 시 
점점 켜지는 불빛들 바라보며 묘하게 
마음 편안하다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어느 시인의 말에 
방점을 찍는다 그 옆에 사랑은 세숫비누 같아서 
닳고 닳아지면 뭉치고 뭉쳐 
빨래비누로 쓰는 것이다,라고 적어놓는다 
저 구름을 인생이라 치면 
죽지 않고 반을 건너왔으니 
열길 사람 속으로 흘러들 수 있겠다,고 쓴다 
마흔, 잘 오셨다 
(함순례·시인, 1966-) 


+ 마흔 살의 시 

숫자는 시보다도 정직한 것이었다 
마흔 살이 되니 
서른아홉 어제까지만 해도 
팽팽하던 하늘의 모가지가 
갑자기 명주솜처럼 
축 처지는 거라든가 

황국화 꽃잎 흩어진 
장례식에 가서 

검은 사진테 속에 
고인 대신 나를 넣어놓고 
끝없이 나를 울다 오는 거라든가 

심술이 나는 것도 아닌데 심술이 나고 
겁이 나는 것도 아닌데 겁이 나고 비겁하게 
사랑을 새로 시작하기보다는 
잊기를 새로 시작하는 거라든가. 

마흔 살이 되니 
웬일인가? 

이제가지 떠돌던 
세상의 회색이란 회색 
모두 내게로 와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 
새 옷을 예약하는 거라든가 

아, 숫자가 내 기를 시든 풀처럼 
팍 꺾어놓는구나. 
(문정희·시인, 1947-) 


+ 사십대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조심스레 접어 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그러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곡이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뱉어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 
(고정희·시인, 1948-1991) 

*보속(補贖): 죄의 값을 보상함. 


+ 마흔 살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늦가을 평상에 앉아 
바다로 가는 길의 끝에다 
지그시 힘을 준다 시린 바람이 
옛날 노래가 적힌 악보를 넘기고 있다 
바다로 가는 길 따라가던 갈대 마른 꽃들 
역광을 받아 한 번 더 피어 있다 
눈부시다 
소금창고가 있던 곳 
오후 세 시의 햇빛이 갯벌 위에 
수은처럼 굴러다닌다 
북북서진하는 기러기떼를 세어보는데 
젖은 눈에서 눈물 떨어진다 
염전이 있던 곳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이문재·시인, 1959-) 


+ 사십세  

집에 가야 할 시간이 훨씬 지난 술집에서 
싸움이 났다 
노동과 분배와 구조조정과 페미니즘 등을 안주 삼아 
말하는 일로 먹고사는 사람들과 즐겁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개새끼들, 놀고 있네 
건너편 탁자에서 돌멩이 같은 욕이 날아온 것이다 

갑자기 당한 무안에 
그렇게 무례하면 되느냐고 우리는 점잖게 따졌다 
니들이 뭘 알아, 좋게 말할 때 집어치워 
지렛대로 우리를 더욱 들쑤시는 것이었다 
내 옆에 동료가 욱 하고 일어나 
급기야 주먹이 오갈 판이었다 

나는 싸워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단단해 보이는 상대방에게 정중히 사과를 했다 
다행히 싸움은 그쳤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나는 굽실거린 것일까 
너그러웠던 것일까 
노동이며 분배를 맛있는 안주로 삼은 것을 부끄러워한 것일까 

나는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싸움이 나려는 순간 
사십세라는 사실을 생각했다 
(맹문재·시인, 1965-) 


+ 마흔 살의 동화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부는 바람 따라 길 떠나겠네 
가다가 찔레꽃 향기라도 스며오면 
들판이든지 진흙땅이든지 
그 자리에 서까래 없는 띠집을 짓겠네 
거기에서 어쩌다 아지랑이같은 여자 만나면 
그 여자와 푸성귀같은 사랑 나누겠네 
푸성귀같은 사랑 익어서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같이 잠들면 
나는 햇볕 아래 풀씨같은 아이 하나 얻겠네 

먹고 사는 일 걱정되지 않으면 
나는 내 가진 부질없는 이름, 부질없는 조바심 
흔들리는 의자, 아파트 문과 복도마다 사용되는 
다섯 개의 열쇠를 버리겠네 
발은 수채물에 담겨도 머리는 하늘을 향해 
노래하겠네 
슬픔이며 외로움이며를 말하지 않는 
놀 아래 울음 남기고 죽은 노루는 아름답네 
숫노루 만나면 등성이서라도 새끼 배고 
젖은 아랫도리 말리지 않고도 
푸른 잎 속에 스스로 뼈를 묻는 
산노루 되어 나는 살겠네 
(이기철·시인,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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