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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서시" 분석
2018년 11월 25일 00시 25분  조회:3735  추천:0  작성자: 죽림


/ 이승훈

ㅡ윤동주의 '서시' 분석

 

 

1)분석의 목표

 

 윤동주의 '서시'는 해방 후 간행된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의 첫 머리에 수록된 작품이다. 이 시집은 1941년말 그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할 무렵 18편의 시를 자선하여 출간하려던 것이었으나, 생전에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해방 후 유고 시집으로 간행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시'는 그가 1941년 11월 20일에 완성한 것으로 흔히 그이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다. 이 시를 그의 대표작으로 삼을 수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이제까지 많은 분들이 그의 시를 논의하면서 이 시의 가치를 높이 평가해 왔다는 사실이다. 이를테면 한국 현대시의 흐름을 논하는 자리에서 정한모는 이 시를 일제 말 최대의 시인으로 평가되는 윤동주의 지적 고뇌와 서정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표작이라고 언급한다. 이 시를 그의 대표작으로 볼 수 있는 다른 하나의 이유로는, 이 시가 윤동주의 시정신을 집약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 시는 말 그대로 그의 시세계를 해명할 수 있는 서시로서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찬찬히 읽어보면 그의 시집 표제에 해당하는 "하늘" "바람" "별" "시"에 대해서 노래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는 원래 그가 펴내려던 자선 시집에 수록될 시편들 가운데 제일 나중에 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은 이 시를 통해 의식했던 의식하지 못했던 그가 자신의 시세계를 일단 요약하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시의 의미에 대해서는 이제까지 윤동주의 시세계를 밝히는 자리에서 누구나 한 번씩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시만을 별로 독립시켜 찬찬히 분석한 논문들은, 필자가 알기로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이제까지 필자가 읽은 것으로 홍희표, 이동순, 노대규의 논문 정도이며, 이 시만 다룬 것은 아니지만 마광수의 글이 있다. 홍희표는 이 시를 4단락으로 나누고, 1단란(1,2행)에서는 결백하고자 하는 진실의 선언, 2단락(3,4행)에서 욕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적 고뇌 3단락(5,6,7행)에서는 영원한 생명의 나라를 찾아 떠나고 싶은 갈구, 4단락(9행)에서는 아픈 자기 성찰을 읽는다. 그에 의하면 이 시의 주제는 이 시의 주제는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 위한 결백한 양심의 선언이 된다. 그런가 하면 이동순은 이 시를 3단락으로 나누고, 1단락(1,2,3,4행)에서는 삶의 도적적 완성을 염원하며 지조를 지켜가려는 시인의 의지, 2단락(5,6,7,8행)에서는 시인이 성취하고자 하는 창조적 진화의 연속성, 3단락(9행)에서는 어둠의 역사에서 괴로운 시련을 당하고 있지만 극복의 의지를 잃지 않고 있는 마음을 읽는다. 그에 의하면 시 시의 주제는 근원적 자아와 사회적 자아가 갈등을 겪으면서도 현실에서의 조화로운 공간을 그리워하는 의식이 된다. 또한 마광수는 이 시를 4단락으로 나누고, 1단락(1,2행)에서는 윤동주가 자신의 도덕적 윤리를 성취시키려는 윤리 의식, 2단락(3,4행)에서는 1단락의 의지가 현실 상황에 부딪쳐 시련을 겪는 것, 3단락(5,6,7,8행)에서는 어려운 현실 상황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해 가며 영원한 진리와 생명의 나라를 지상에 실현시켜 보려고 애쓰는 시인의 의지와 실천적 다짐, 4단락(9행)에서는 2단락의 연장, 곧 시인이 처한 시대적 상황의 제시를 읽는다. 그에 의하면 이 시는 기-승-전-결의 구성법을 연상시키며, 이 시의 주제는 자연 심상을 염두에 둘 때, 대자연의 운행 질서를 겸손하게 바라보며, 그 가운데서 자기 자신의 분수에 맞는 일을 찾아 천명에 따르려 애쓰는 청년의 모습이 된다.

 노대규는 언어학적 방법에 의해 이 시의 언어 구조를 분석한다. 앞의 세 논문이 이 시의 구조를 막연한 의미론적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살피고 있다면, 노대규의 논문은, 필자가 알기로는 이 시를 언어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최초의 글이 아닌가 싶다. 그는 통사-의미론적 시각에서 이 시를 5문장으로 나누고, 1문장(1,2행)에서는 불변적 지속적 준법 정신에 대한 소망, 2문장(3,4행)에서는 이러한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괴로움과 죽음에 대한 괴로움, 3문장(5,6행)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하는 책임감과 의무감의 확인과 다짐, 4문장(7,8행)에서는 이러한 존중하는 책임과 의무의 수행 의지, 5문장(9행)에서는 역사적, 사회적 시대 상황에 대한 인식과 희망 불멸의 정신을 읽는다. 그에 의하면 이 시의 주제는 윤동주의 준법 정신, 생명 존중 정신, 책임과 의미의 수행 정신, 희망 불멸의 정신이 된다, '서시'를 언어학적 방법에 따라 면밀히 고찰한 이 논문은, 이 시의 언어학적 특성, 그것도 통사-의미론적 특성을 최초로 해명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 하지만, 이상의 요약에서 알 수 있듯이, 논문의 주제를 작가 정신의 해명에 두었다는 점에서 시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의 한계를 초월하지 않았나 싶다. 시의 언어 분석은 시를 형성하고 있는 언어 체계의 체계성, 바꿔 말하면 조직 원리를 드러내는 일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언어 분석을 통해 작가 정신을 해명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시의 언어에 대한 분석은, 시의 언어는 하나의 자율적 체계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어디까지나 언어적 특성을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 가지 견해들이 있어왔다. 무카졸브스키는 시적 언어에 대한 전통적인 개념들을 비판하면서 그 특성을 시적 효과의 성취에서 찾은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시적 언어의 특성은 언어의 특성이 아니라, 언어의 특수한 기능으로 나타난다. 시적 언어는 표현 행위 자체를 지양한다는 점에서 논리적 언어나 표현적 언어, 나아가 표준적 언어와 본질적으로 다른 기능을 보여 준다. 논리적 언어에서 중시되는 것은 표현의 정확성, 바꿔 말하면 논리적 상관성에 의해 의미론적 단위를 확정하는 일이다. 그러니 시적 언어에서는 이러한 의미로서의 표현의 정확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정확성으로부터의 이탈, 따라서 표현의 애매성이 문제가 된다. 표현적 언어에서 중시되는 것은 화자의 감정이다. 시적 언어에서도 물론 이러한 감정은 중시된다. 그러나 시적 언의 경우 이러한 표현성, 곧 화자의 감정 전달은, 무카졸브스키도 지적하듯이, 어디까지나 기능적 다양성을 내포하는 표현의 세계로 드러난다. 따라서 시적 언어의 경우 표현이라는 개념은 표현적 언어의 경우와는 다르게 사용된다. 끝으로 표준적 언어는 시적 언어의 특성을 살피기 위해 특히 강조되어야 할 언어 형식이다.

 무카졸브스키에 의하면,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시적 언어의 기능은 표현 행위 자체를 지향함으로써 미적 효과를 산출함에 있다. 표현 행위 자체를 지향한다는 것은 소위 일상적 표준어의 기능이 낯설게 되거나, 뒤로 물러갈 때 가능하다. 이렇게 낮익은 표준어의 기능이 낯설게 되거나, 뒤로 물러가는 현상을 러시아 형식주의에서는 낯설게 만들기(ostranenie), 체코 구조주의에서는 배경화(backgrounding)라고 한다. 모든 예술은 이렇게 자동화된, 따라서 낯익은 세계를 낯설게 만들거나 배경화함으로써 성립된다. 그런 점에서 시적 언어의 기능은 표현 행위의 전경화(foregrounding)를 극대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시적 언어는 역동적 구조를 보여 준다. 곧 시적 언어는 표준어와 대비할 때, 표준어의 형식을 배경화하면서 표현 행위 자체를 전경화하는 역동적 구조로 드러난다. 한마디로 그것은 전경화와 배경화의 역동적 체계로 나타난다. 시적 언어가 전경화를 성취하는 기법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체계성과 수미 일관성이 무엇보다도 강조된다. 다시 말하면 시를 구성하는 전경화된 요소들은 체계성과 수미 일관성을 띠어야 하며, 이 요소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될 뿐만 아니라, 요소들간에는 위계 질서(hierarchy)가 존재한다. 무카졸프스키는 최고의 위계에 속하는 요소를 지배소(dominant)라고 부른다.

 시의 언어를 분석한다는 것은 결국 시를 구성하는, 전경화된 요소들의 체계성을 살피고, 나아가 시의 조직 원리라 할 지배소를 살피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리취는 전경화된 요소들의 체계성을 검토하기 위하여 언어의 중요한 세 가지 수준을 지적한 바 있다. 실현의 수준, 형식의 수준, 의미론의 수준이 그것이다. 실현의 수준에서는 음성학적 특성과 자소론적 특성, 형식의 수준에서는 문법적 특성과 어휘론적 특성, 의미론적 수준에서는 의미론적 특성이 해명된다. 그에 의하면 모든 시는 언어학적 인습과 규칙을 파괴한다. 그러한 파괴는 일상 어법으로부터 이탈하는 전통적 파괴, 새로운 경험 세계를 창조하기 위하여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는 창조적 파격으로 양분된다. 한마디로 모든 시적 언어는 일상적 언어로부터 이탈하는 특수한 언어 형식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비록 시적 언어가 일상 어법으로부터 이탈한다고는 해도, 그러니까 무카졸브스키식으로는 표현 행위 자체를 전경화한다고는 해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전경화된 요소들은 체계성과 위계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리취가 제시한 세 가지 언어 수준 가운데 소위 형식 수준에 해당하는 문법적 특성과 어휘론적 특성을 중심으로 윤동주의 '서시'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기로 한다.

 

2. 시제의 구조

 

'서시'의 전문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2)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3)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4) 나는 괴로워했다.

 (5)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6)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7)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8) 걸어가야겠다.

 (9)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시행 앞의 번호는 분석에 필요할 것 같아 필자가 붙인 것이다. 전체 시는 크게 두 개의 연으로 이루어졌지만, 관점에 따라 시는 몇개의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단락이라고 하는 것은 산문 분석에서 사용되는 의미로서보다는, 연과 관계없이 전체 시의 구조적 단위들을 절단하기 위한 임의적 개념이다. 야콥슨이 셰익스피어의 소넷을 분석하면서 사용한 그러한 개념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싶다. 어느 경우나 비슷하겠지만 하나의 대상을 구조로 인식하다는 것은 구조적 단위들을 절단하고, 그 단위들의 상관성을 읽는 일을 전제로 한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절단에는 나름대로의 시각이 수반된다. 다시 말하면 어떤 시각에서 대상을 보는가에 따라 대상의 구조는 다르게 드러난다.

 먼저 이 시를 문법적 시각, 특히 시제의 개념을 중심으로 바라보면 전체 시는 크게 세 개의 단락으로 나뉘어진다. 1단락(1,2,3,4행)은 과거 시제, 2단락(5,6,7,8행)은 미래 시제, 3단락(9행)은 현재 시제로 되어 있다. 이 세 단락의 상호 관계, 곧 전경화된 요소들로써의 체계성 과연 어떻게 드러날까, 일상적 어법에 따르면 과거→현재→미래의 순서로 시간을 인식하는 게 보통이다. 다시 말하면 일상적 어법에 따르면 이 시의 체계성은 1단락→3단락→2단락의 순서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시에서 그것은 과거→미래→현재의 순서를 밟고 있다. 곧 1단락→2단락→3단락의 순서는 시간에 대한 일상적 인식을 낯설게 함으로써 독특한 미적 효과를 생산한다. 독특한 미적 효과는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요소들의 통합 관계를 중심으로 하며, 다른 하나는 그들의 계열 관계를 중심으로 한다. 요소들의 통합 관계, 수평적 차원에서 요소들의 상호 관계를 통시적으로 바라보면, 요소들의 계기적  질서라는 측면에서 이 시의 체계성은 과거→미래→현재로 나타나며,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지향한다는 시간 인식을 암시한다. 흔히 우리는 과거와 현재가 미래를 지향하거나,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지향한다고 생각해온 터이다. 그러나 이 시의 통합적 관계는 시간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형상화하고 있다. 과거나 미래가 현재를 지향한다는 말은,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시의 화자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시간이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라는 것, 또한 현재는 과거와 미래를 담고 있다는 인식을 내포한다.

 그런가 하면 요소들의 계열 관계, 곧 수직적 차원에서 요소들의 상호 관계를 공시적으로 바라보면, 이 시의 체계성은 표면적으로는 과거→미래→현재로 되어 있지만, 의미의 무게는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놓인다. 왜냐하면 수평적 시각이 아니라 수직적 시각에 따를 때, 이 시의 세 요소 가운데 미래가 중시되며, 그것은 과거와 현재가 미래를 감싸는 구조로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열적 측면에서 이 시의 체계성은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을 암시한다. 시간에 대한 또 다른 인식이라고 하는 것은, 통합적 측면에서 이 시의 구조는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지향한다는 시간 인식을 보여 주지만, 계열적 측면에서는 이와는 달리 과거와 현재가 미래를 지향한다는 것, 바꿔 말하면 시간의 본질은 미래에 있다는 시간 인식을 낳기 때문이다. 시제를 중심으로 살펴본 이상의 구조적 의미 가운데 과연 어느 것이 정당한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모든 시적 표현은 논리적 정확성을 노리지 않기 때문에 시제를 중심으로 하는 이 시의 주제는 시간에 대한 이러한 양가적 인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야말로, 우리들의 자동화된 인식을 갱신한다. 이러한 양가적 인식이 아니라, 어떤 단일한 인식만을 강조한다면 그것은 이미 시적 언어가 아니라 일상적 언어 혹은 논리적 언어가 될 것이다. 물론 표면 구조와 심층 구조의 논리에 따르면 이 시에서 화자는 미래 지향적 삶을 형상화한다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이상의 세 단락에서 읽을 수 있는 화자의 태도는 어떤가. 태도라는 것은 시 속에서 화자가 세계를 받아들이는 양상을 의미한다. 대체로 모든 서정시에서는 자아와 세계가 융합된 양상으로 나타난다. 서정시의 이러한 특성은 어디까지나 서사시나 희곡과의 비교를 전제로 한다. 서사시에서는 자아와 세계의 대립, 희곡에서는 자아와 세계의 긴장을 읽을 수 있다는 주장이 그렇다. 그렇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슈타이거도 말했듯이, 이러한 장르 개념이 어디까지나 작가나 시인의 태도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이상 세 가지 장르 개념은 시인, 소설가, 극작가,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인은 자아와 세계가 회상 속에서 융합되는 시적 공간을 형상화하지만, 좀더 따져보면 이 시적 공간은 다시 서사적 태도, 극적 태도, 서정적 태도로 세분될 수 있는 것이다. '서시'의 경우 우리가 화자의 태도를 살핀다는 것은, 소박하게 말하면, 이 시가 한편의 서정시의 범주에 들지만, 이러한 서정시의 범주를 지니면서도 화자는 그 범주 속에서 과연 세계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가를 살핌을 의미한다.

 이 경우 화자의 태도는 크게 갈등의 양상과 화해의 양상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시의 경우 1단락에서는 화자와 세계의 갈등, 2단락에서는 화자와 세계의 화해, 3단락에서는 다시 화자와 세계의 갈등이 드러난다. 재미있는 것은, 시제와 관련시킬 때, 이러한 화자의 태도가 1단락에서는 과거로, 2단락에서는 미래로, 3단락에서는 현재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화자의 괴로움은 과거에 속하며, 화자의 사랑과 의지는 미래에 속하며, 화자의 갈등은 현재에 속한다. 그러나 1단락과 3단락은 비슷한 갈등의 세계를 보여주지만, 찬찬히 읽어보면 그 갈등의 내용이 다르다. 1단락에서는 부끄럼이 없는 삶에 대한 자기 갈등을 노래한다면, 2단락에서는 1단락에서 노래된 과거의 갈등과, 2단락에서 노래된 미래의 화해가, 다시 말하면 과거와 미래가 어느 한쪽을 지향하지 않고 한데 엉켜 있는 심리적 복합성을 노래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화자가 느끼는 갈등은 앞의 시간 인식에서도 암시했듯이, 과거의 고뇌와 미래의 사상이 얽혀 있는 현재의 갈등이다. 3단락의 갈등이 1단락과 2단락의 태도에 얽혀 있는 그러한 구조라는 것은, 1단락의 중심 이미지 "바람"과, 2단락의 중심이미지 "별"이, 3단락에서는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노래함으로써 서로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자세히 읽어보면, 3단락의 갈등 구조는 미래의 사랑이 과거의 고뇌에 상처를 받고 있음을 암시한다.

  또한 이 시에서 읽을 수 있는 화자의 태도는 크게 1,2단락이 심리적 현실, 곧 화자의 주관적 현실을 서술하고, 3단락은 객관적 현실, 곧 화자가 그의 밖에 존재하는 현실만을 묘사한다는 특성을 보여준다. 줄여 말하면 1,2단락에서는 내면 세계, 3단락에서는 외면 세계가 노래된다. 이러한 특성은 시간의 논리에 그대로 대응한다. 과거나 미래는 화자의 주관적 현실이며, 현재는 화자의 객관적 현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적 특성은 이 시에 나타나는 공간의 양상을 중심으로 할 때에도 그대로 확인된다. 1단락에서는 천상(하늘)과 지상(나)의 대립, 2단락에서는 천상(별)과 지상(나)의 화해, 3단락에서는 다시 하늘(별)과 지상(바람)의 대립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3단락의 대립은 1단락의 그것과 다르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논의한 이 시의 구조적 특성을 간탄히 도표로 나타내면,

 

         1단락      2단락      3단락

시간     과거        미래       현재

태도     갈등         화해      갈등     

현실     주관적       주관적    객관적

공간     천상/지상  천상=지상 천상/지상

심상    하늘/나       별=나    별/바람

 

3) 시행의 구조

 

 이제까지 필자는 이 시의 구조를 시제 개념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시의 구조를 분석한다는 것은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들, 여기서는 세 단락으로 나타난 요소들이 어떤 미적 효과, 곧 어떤 시적 인식의 세계를 보여 주는가를 살피는일이다. 그것은 시를 형성하는 요소들의 체계성, 리취 식으로 말하면 요소들 상호간의 관계의 그물(cohesion)을 읽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는 시제 개념에 의한 구조적 특성 말고도 시행 자체를 중심으로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시행은 연이나 단락보다는 미시적 구조 단위이다. 이 시의 경우 시행들 사이에는 어떤 체계성이 드러나며, 그것들은 또한 어떤 의미를 부각시키고 있을까. '서시'는 모두 9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9행 사이에는 표면적으로는 어떤 체계성도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그렇지만 좀더 찬찬히 읽을 때 시행 배열의 법칙성, 곧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기수행(odd)과 우수행(even)을 중심으로 시행들의 체계를 밝히기로 한다. 각 시행에 나오는 중심이 되는 낱말들을 추려 적으면 다음과 같다.

 

기수행         우수행

(1)하늘        (2)부끄럼

(2)바람       (4)괴로움

(5)별         (6)사랑

(7)길         (7)의지

(9)별-바람

 

 이 도표에서 읽을 수 있는 두드러진 특성으로는 첫째로 시행들 사이에 일정한 규칙, 곧 체계성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수행은 모든 물질 세계를 노래하며, 우수행은 모두가 정신 세계를 노래하고 있다. 따라서 문장 구조를 염두에 둘 때, 이 시가 다섯 문장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면, 각 문장은 마지막 문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가 대응되는 양식을 띠고 있다.

 대체로 한 문장이 분할되어 두 개의 시행을 이루는 경우는 많다. 그렇지만 이 시에서 그것은 독특한 구조를 보여준다. 기수행은 물질 세계, 우수행은 정신 세계에 대해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에서 읽을 수 있는 의미는 이 시의 경우, 기수행이 종속절의 형식을 띠기 때문에, 물질 세계보다 정신 세계가 강조된다는 점이다. 시행 구조를 중심으로 할 때, 화자의 삶의 원리는 정신 세계가 물질 세계를 포섭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곧 물질 세계가 환기하는 현실주의적 삶의 태도보다 정신 세계가 환기하는 이상주의적 삶의 태도가 강조된다.

 둘째로 이 도표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성은 마지막 문장이 한 시행으로 되어 있으며, 그것도 기수행 곧 물질 세계로만 제시되고 우수행 곧 정신 세계가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암시할 수 있겠지만, 물질 세계와 정신 세계의 대립 혹은 대응 구조라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은 의미를 나타낸다. 우선 마지막 문장이 기수행으로만 나타난다는것은 화자의 현재의 삶이 물질 세계에 지배됨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앞의 네 문장, 곧 과거간 미래 속에서는 물질 세계가 정신 세계에 의하여 극복되거나 물질 세계보다 정신 세계가 중시되지만, 현재 속에서는 정신 세계에 대해 생각할 마음의 여유가 없음을 암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시는 미래의 정신적 승리를 노래한다기보다는 현재의 물질적 고뇌, 현실적 갈등, 한마디로 객관적 현실 속에서의 불안감을 노래한다.

 세째로 이 도표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성으로는, 단락을 염두에 둘 때. 1-2단락을 이루는 시행들은 모두가 대응 구조로 이루어졌음에 비하여 3단락만 단일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곧 1-2단락은 각각 두 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지며, 각 문장은 서로 대응되는 두 시행들로 이루어 짐에 비하여 3단락은 한 문장으로, 그것도 한 시행으로만 이루어지고 있다. 간단히 도표로 나타내면 이러한 특성은,

 

  연   단락   문장     시행

         1      1     (1)(2)

  1             2     (3)(4)

         2      3     (5)(6)

                 4     (7)(8)

 

   2     3      5       (9)

 

와 같다. 이 도표에서 우리는 이제까지 해명할 수 없었던 이 시의 또 하나의 비밀을 밝힐 수 있다. 그것은 이 시의 형식과 관련되는 바, 어째서 이 시가 두 연으로 구성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이 시는 크게 세 연으로 구성되었어야 할 터이다. 곧 과거-미래-현재의 시제를 각각 분리시켜 독립된 연으로 설정함이 옳았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과거-미래를 한 연으로 처리하고, 현재를 다시 한 연으로 처리했다. 그렇게 한 이유를 제대로 밝힐 수 없었던 바, 이 도표에서 비로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것은 1-2단락의 문장 구조와 3단락의 문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곧 1단락과 2단락은 유사한 문장 구조를 보여주기 때문에 한데 묶어 한 연으로 처리하고, 3단락은 별도의 연으로 처리했다고 본다. 문장 구조의 이러한 차이는,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게 대수로운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시의 구조 분석에서는 매우 섬세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왜냐하면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바로 이 시만이 환기하는 독특한 미적 효과를 낳고, 그러한 효과를 제대로 읽을 때 이 시의 시적 메시지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문장 구조를 전제로 1-2단락이 이웃해 있고, 3단락이 고립되어 있는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이 시에서 화자가 과거-미래보다 현재의 삶을 한결 고립된 것으로, 바꿔 말하면 과거-미래의 삶에서 소외된 것으로 느낌을 암시한다. 또한 이러한 현재의 삶의 고립성은 기수행, 곧 물질 세계로만 포섭되는 삶과 은밀히 연관된다.

 네째로 위의 도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이 시에서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구조적 특성을 지적할 수 있다. 단락 구조을 따질 때 언급한 바 있듯이 1-2단락은 심리적 현실을, 3단락은 객관적 현실을 노래한다, 그렇지만 앞에서는 같은 심리적 현실을 노래한다고만 했지 1단락과 2단락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같은 심리적 현실을 노래하지만, 1단락과 2단락의 내용은 다르다. 그 다음은 문장 구조, 나아가 시행 구조를 전제로 할 때 한결 뚜렷해 진다. 이러한 차이를 간단히 도표로 나타내면

 

  단락   문장     시행           내용                           의미

    1      1    (1)(2)   부끄럼없는 삶을 바랬다.               동경

           2    (3)(4)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갈등

    2      3   (5)(6)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             사랑

           4    (7)(8)   나의 길을 가겠다                     의지

    3      5     (9)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와 같다. 화자의 심리적 현실로서의 과거의 갈등은 부끄럼이 없는 삶에 대한 동경이 계기가 되는 그러한 갈등이며, 미래의 사랑도 어디까지나 의지와 결합된 그러한 사랑으로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1-2단락은 같은 내면 세계를 노래하고 있지만, 1단락에서는 동경과 갈등, 2단락에서는 사랑과 의지의 대응적 양상으로 제시된다. 결국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노래하는 화자의 현재의 삶은, "별"이 2단락의 의미를, "바람"이 3단락의 의미를 함축하는, 그러한 내면 세계를 보여준다. 3단락은 그런 점에서 단순한 객관적 현실을 노래하지 않고, 그 속에 과거-미래의 삶에 내용들이 내포된 그러한 객관적 현실을 노래한다. 객관적 세계가 주관적 세계를 내포한다는 이러한 진술은 모든 객체가 주체이며, 모든 주체가 객체일 수 있다는 인식을 낳는다. 그렇긴 하나 "오늘 밤에도"라는 부사는 과거의 갈등이 현재에도 지속됨을 암시한다.

 

4)어휘의 구조

 

 이제까지 필자는 "서시"의 구조를 시제-시행을 중심으로 살펴 보았다. 시제를 중심으로 하든, 시행을 중심으로 하든, 언제나 시의 구조를 분석하는 일은 분석 내용들의 상관성, 곧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하나의 체계를 이룬다는 데에 유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상의 분석에서도 그것은 이를테면 전체 시-연-단락-문장-시행들의 상관성이 중시되었다. 끝으로 이러한 요소들의 상관성을 전제하면서 이 시의 구조적 특성을 몇 가지만 보여줄까. 한 편의 시를 어휘론의 측면에서 고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는 시 속에 나오는 어휘의 빈도를 조사하는 것이 있다. 이 시에서 두 번 이상 나오는 낱말은 "바람"과 "별"이다 단락을 중심으로 할 때 이 낱말들은

 

1단락    2단락      3단락

 바람      별       별-바람

 

과 같은 분포의 형식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포 형식은, 어휘론을 중심으로 할 때. 이 시의 열쇠가 되는 낱말이 "바람"과 "별"이며 따라서 이 시는 "바람"과 "별"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하나의 구조를 형성한다. "바람"의 의미는 1단락의 문맥에 따를 때, "하늘"의 의미와 대립된다. "하늘"은 우러러보는 세계요, "바람"은 귀를 기울려 듣는 세계이다. 전자는 시각, 후자는 청각의 세계이며, 다시 전자는 천상, 후자는 지상의 세계를 표상한다. 뿐만 아니라 전자는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세계, 후자는 "괴로움"곧 부끄럼이 있는 세계를 표상한다. 간단히 도표로 나타내면 이러한 의미의 대립은

 

   하늘                              바람

 

우러러보다                        귀를 기울리다

시각                              청각

상승                              하강

천상                              지상

부끄럼이 없다                     부끄럼이 있다

행복                               고뇌

 

처럼 정리된다. 모든 사물의 의미는 구조주의의  시각에서는, 다른 사물과의 대립성을 전제로 획득되며, 이것이 언어 기호의 본질이다. 따라서 이 시의 경우 "바람"의 의미 역시 "하늘"의 의미와 대립될 때 드러난다. 그것은 한마디로 지상의 괴로운 삶을 표상한다. "별"의 의미 역시 2단락의 문맥에 따를 때 "죽어가는 것"과 대립된다. 간단히 도표로 나타내면 이러한 의미의 대립은,

 

별          죽어가는 것

 

불멸         소멸

삶           죽음

천상         지상

상승         하강

사랑         증오

단단함      연약함

 

 처럼 정리된다. 결국 "별'은 죽음과 대비되는 영원한 삶의 세계를 표상한다. 이상의 두 도표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하늘"과 "바람"의 대립은 "별" "죽음"의 대립에 대응된다. 다시 말하면 이상 네 낱말은 의미론적인 체계를 형성한다. 그것은 하늘과 별의 등가 관계, 바람과 죽음의 등가 관계로 요약된다. 따라서 1단락과 2단락의 관계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할 때, 다음과 같은 통합체(syntagm)와 계열체(paradigm)를 보여준다.

 

통합체→

1단락  하늘  우러르다  부끄럼이 없다  잎새에 이는 바람  괴로워하다

 

개  2단락  별    노래하다  죽어가는 것을

열                             사랑하다

체                           나의 길을 가다

 

 이 도표는 1-2단락을 중심으로 이 시의 통합 관계와 계열 관계를 밝혀본 것이다. 먼저 통합 관계는 시에서 등가성의 원리가 선택의 축에서 결합의 축으로 투사된다는 야콥슨의 견해에 그대로 맞아떨어진다. 모든 시의 결합 원리는 선택의 축에 해당되는 등가성의 원리를 결합의 축에 투사한다, 다시 말하면 이 도표에서 1단락의 결합은 "하늘"→"우러르다"→"부끄럼이 없다"처럼 등가 관계에 있는 요소들로 성립된다. 곧 1단락의 전반부는 등가성의 원리에 의해 낱말들이 결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하늘" "우러르다" "부끄럼이 없다"는 결국 서로 동의어적인 관계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합 원리는 이 단락의 후반부라 할 "잎새에 부는 바람"→"괴로와하다"와 대립된다. 곧 1단락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대립되지만, 개별적으로는 등가성의 원리에 따라 낱말들이 결합되고 있다. 결국 1단락은 대립성의 원리와 등가성의 원리에 의해 낱말들이 결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등가성의 원리는 2단락에서도 나타난다. 곧 "별"→"노래하다"→"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다"→"나의 길을 가다"에서 낱말들은 등가 관계에 의하여 결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의미의 대립은 1단락의 경우 "하늘"과 "바람"의 대립, 2단락의 경우, "별"과 "죽어가는 것"의 대립을 전제로 한다. 다음 이 도표에서 읽을 수 있는 계열 관계는, 1단락과 2단락을 중심으로 할 때, "하늘"과 "별", "우러르다"와 "노래하다" "부끄럼이 없다"와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다" 및 "나의 길을 가다"가 등가 관계에 있음을 분명하게 알려준다. 결국 계열 관계를 중심으로 살필 때, 이 시에서 우리는 "하늘을 우러러보는 마음"이 "별을 노래하는 삶"이며, 또한 "나한테 주어진 길"임을 알게 된다.

 3단락에서는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노래한다. 이때의 "별"과 "바람"의 의미는 1-2단락을 전제오 해명된다. 이 시의 구조는 이미지를 중심으로 살피면, 바람(1단락)→별(2단락)→별-바람(3단락)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변증법적인 구조에서 읽을 수 있는 특성은 "바람"이 표상하는 과거의 갈등과 "별"이 표상하는 미래의 화해 및 사랑이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3단락에서 알 수 있듯이 헌재의 화자의 삶 속에 섞여 있다는 점이다. 3단락은 표면적으로는 1단락과 2단락의 종합 지양되는 단계인 것 같지만, 좀더 찬찬히 살펴보면 3단락 자체가 다시 갈등의 양식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별"이 "바람"에 스친다는 것은, 화자의 미래의 삶이 과거의 괴로왔던 삶의 영향 속에서 아직도 흔들리고 있으며, 이러한 흔들림, 곧 미래의 삶에 대한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가지 필자는 윤 동주의 대표시로 평가되는 '서시'의 구조를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그러한 구조가 환기하는 시적 의미를 살펴 보았다. 첫째로 시제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 시는 세 단락으로 나누어지며, 그것은 과거→미래→현재의 시간 구조로 나타난다. 이러한 시간 구조는 수평적 시각과 수직적 시각, 혹은 통합 관계와 개열 관계에 따라 그 의미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제까지 분석한 바에 따르면, 수평적 시각에 의한 해석이 보편성을 띨 것 같다. 수평적 시각에 의하면 이 시에서 과거, 미래는 현재를 지향하며, 수직적 시각에 의하면 이 시에서 과거, 현재가 미래를 지향한다.  둘째로 시행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 시는 기수행과 우수행의 대립 구조를 보여주며, 특히 기수행은 물질 세계를, 우수행은 정신 세계를 표상한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은 다시 문장의 개념을 중심으로 살필 때, 기수행이 대체로 한 문장의 종속절로 나타남으로써 물질 세계에 대한 정신 세계의 승리라는 의미를 환기한다. 세째로 어휘의 개념을 중심으로 이 시는 변증법적 구조를 보여준다. 이때 어휘란 시 속에 지배적으로 나타나는 어휘, 곧 중심 어휘를 의미한다. 이 시에서 그것은 "바람"과 "별"이며, 이 낱말들은 바람(1단락)→별(2단락)→별-바람(3단락)같은 변증법적 구조를 보여준다. 여기서 "바람"과 "별"은 이미지 혹은 상징으로 드러나며, 그 의미는 시의 문맥에 따라 다른 낱말과의 대림 속에서 해명되었다. 한마디로 '바람"은 과거의 갈등, "별"은 미래의 사랑을 표상한다. 따라서 3단락을 강조할 때 이 시는 화자가 지향하는 미래의 사랑스런 삶이 아직도 과거의 갈등에 침륜당하는, 불안한 현재의 심리적 상황을 노래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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